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 기후변화부터 자연재해까지 인류의 지속 가능한 공존 플랜 서가명강 시리즈 11
남성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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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병들어가고 있는 지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는 시점에 와 있다.

환경재해, 지구온난화, 물 부족, 환경오염, 미세 플라스틱 등등

우리가 늘 들어왔지만 그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한 것을 다룬 서가명강 열한 번째 이야기는 위기에 다다른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심각하다는 말을 하면서 나름 분리수거를 하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고, 텀블러를 사용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전 인류 차원에서 실행해야 할 것들을 지금 당장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변하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서서히 변해가던 계절은 하룻밤 사이에 옷을 바꿔 입고 나타나고

제철이라고 불렸던 계절을 지나 꽃들마저도 마음대로 피고 진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물 폭탄처럼 내리는 비 역시도 어릴 적에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소의 방귀까지 통제할 정도로 온실가스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소, 양, 염소 등이 먹이를 먹으면 생성되는 탄소와 수소가 방귀로 배출되고, 그 매탄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심각한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단다.

아이러니하게도 위 가축들은 인간의 먹이다. 인간의 먹이로 사육당하는 저 가축들이 결국은 인간의 목줄을 죄고 있다.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져야 할 책임은 눈덩이처럼 커져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세입자이다.

뒷세대에게 잠시 빌려 사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있는 대로 다 퍼쓰고, 아무렇게나 버리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급격한 산업혁명과 돈벌이에 눈이 먼 대기업들의 횡포로 지구는 점점 파헤쳐 지고, 잘려나가고, 영양분을 갈취당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있지만 정책 결정자들 중에 이 심각성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거 같다.

지금이라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써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실천을 해야 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생물들이 이를 먹이로 오해하고 먹을 경우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까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협적이다.

결국 우리가 버린 것을 우리가 먹는 것이다.

편리함의 대명사인 플라스틱은 썩지 않은 채로 인간의 몸에 침투하는 법을 터득했다.

 

생명의 바다에 쌓인 쓰레기 섬들은 어디로 갈까?

해류를 따라 돌고 돌아 우리에게 밀어 닥친다면?

바다에서 파도가 밀려오는 게 아니라 쓰레기가 밀려오는 날이 곧 닥칠지도 모른다.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 지구의 위기에도 희망은 있다. 그리고 단언컨대, 결국 희망은 '바다'에 있다.

 

 

남성현 교수는 우리의 희망이 바다에 있다고 말한다.

심해의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로 과학기술을 이용해 물 부족을 해결하고, 바다의 자원을 이용해서 인류의 앞날을 도모하자고 말한다.

희망스러우면서도 우려스러운 이야기다.

 

이미 육지를 망쳐 놓은 인간이 바다라고 망치지 않을까.

바다의 미래마저도 돌이키지 못하게 만들어 놓는다면 인류는 멸종되어야만 할까?

호킹 박사는 200년 안에 인류는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디로 갈 수 있을까?

 

해양이 지구온난화로 증가된 열의 대부분을 흡수하고 있다.

그러니 해양에 대한 과학적 이해로 지구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는 나는 모르겠다.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살아온 세월 동안 나 자신이 그 피해 위에 서 있지 않았을 뿐이지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10년 안에 물 부족으로 마실 물도 모자를지도 모른다.

식량 부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굶을지도 모른다.

모두 다 모르는 일이다.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한은.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영화에서 보던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모두가 지금이라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가 있는 각자의 자리에서 편리함 보다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지구를 지키는 일임을 기억하자.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환경 오염과 재해에 대해서 뭔가 정리된 느낌이 든다.

제대로 모르고 생각하는 것과 조금이라도 알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는 분명 다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 지구가 처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우리에겐 아직도 희망이 있다.

그 희망 바다를 잘 살려서 미래를 보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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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플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0
혼다 데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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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은 지금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도쿄에 살고 있다.

그렇다. 이 사건에는 내 인생이 걸려 있다.

어떻게든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월세 5만엔.

청소는 교대로.

세 끼 식사 제공.

 

 

완벽한 셰어하우스라고 생각되는 이곳 플라주는 1층에 카페를 겸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2층에 머물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1층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다.

상당히 좋은 조건을 가진 이 셰어하우스엔 전과자들이 산다.

사회로부터 한때 격리되었었던 사람들.

저마다의 과거에 발목이 잡힌 사람들.

어떻게든 사회 일원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사람들.

 

 

 

이 가게의 이름, 플라주는 프랑스어로 '해변'이라는 뜻이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 그것은 항상 흔들리고 있다.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인생을 까먹고 사는 다카오.

진의를 알 수 없는 눈빛을 가진 미와.

전 애인의 범죄에 얽힌 시오리.

친구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쓴 도모키.

애인을 구하기 위해 과잉방위를 하다 살인자가 된 미치히코.

교통사고 전과를 가진 아키라.

그리고 플라주의 주인 준코.

 

 

이들의 드라마를 읽다 보면 나름의 선함에 물들게 된다.

글자 그대로 보면 모두 범죄자이자 전과자들이지만 그들의 면면을 보면 우발적인 일이었을 뿐이거나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였을 뿐. 진정 나쁜 마음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은 없었다.

그런 그들은 자신들의 죗값을 치르고 사회에 나왔지만 그들이 머물 곳도, 그들이 일할 곳도 녹록지 않은 게 바로 세상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그들이 자립할 때까지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플라주에 몰래 잠입한 남자는 그들 중 한 명을 다시 교도소로 보내고 싶어 한다.

살인자가 너무 쉽게 무죄로 풀려났고, 분명 그 배후에는 모종의 거래가 있을 거라 믿는 기자.

그는 자신의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 플라주에 입주해서 자신의 주장을 마무리하려 한다.

 

 

우리가 전과자인 건 사실이니까. 인생이 그렇게 간단히 리셋되지 않아. 과거는 언제까지고 따라다녀... 속죄는 할 수 있어도 실수를 저지른 과거를 지울 순 없어.

 

- 읽은 사람의 가치관을 뒤흔들 수 있는 강렬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혼다 데쓰야의 글은 처음이다.

무심하게 흐르는 사람들의 과거가 그들을 다르게 보이게 만들지 않는다.

독자는 그들의 과거를 앎으로써 그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내가 믿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다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죗값을 치른 사람들은 어째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걸까?

어쩜 우리 모두가 끼고 있는 편견이란 색안경이 그들의 죄만 볼 뿐 그 사람을 보지 않아서인지도 모르지.

 

 

많은 생각이 필요한 이야기다.

그들을 말없이 품어주는 준코의 이야기가 바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곳에서 다시 모진 마음을 먹거나, 사람 노릇을 하지 못한 채로 스러지거나, 아니면 아예 인생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선택지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

그 한 걸음을 내딛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이 내민 손을 외면하기 바쁘다.

 

"저기 말이야, 얘기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의 경계랄까. 그런 걸 아는 거 중요해. 모두 알아줄 필요는 없고 누구에게나 알릴 필요도 없어. 근데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으려고 하다 보면 사람은 의외로 쉽게 펑크가 나버려."

 

 

죄만 미워할 수 있을까.

죗값을 치른 사람에 대해 아무런 편견 없이 사람만 볼 수 있을까.

그들을 믿을 수 있을까.

 

 

플라주엔 방문이 없다.

아무것도 숨길 것이 없는 사람들이 되는 연습을 시키기 위한 준코의 생각이 옳은 결과를 많이 가져오길 바란다.

 

 

진정한 죄인은 반드시 그 죗값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선의로 이루어진 것이든, 악으로 이루어진 것이든.

 

 

마지막 반전에 이르러서야 인간의 본성 앞에서 간담이 서늘해진다.

한동안 이 책을 읽고 가지게 되는 의문점들에서 놓여나기 힘들 거 같다.

 

 

작가는 자신의 말을 지켰다.

내 가치관은 지금 흔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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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주고 욕먹는 당신에게 - 50만 명의 인간관계를 변화시킨 자기중심 심리학
오시마 노부요리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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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에게 신경을 쓴다는 것은 그 사람들의 쾌/불쾌 스위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이때 '기본적 귀인 오류'가 발생합니다. 기본적 귀인 오류란 행동의 원인을 외부 요인이 아니라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 같은 내부 요인에서 찾으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25년간 8만 건이 넘는 상담을 진행한 베테랑 심리 상담가 오시마 노부요리가 저자이다.

이 책은 오시마 노부요리가 자신이 연구해온 '자기중심 심리학'의 핵심을 정리한 책이다.

 

우리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걸려 있다.

자신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착한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강박이 스스로를 옭아매어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신을 망치고 있다.

착한 사람으로 살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더라도 그걸 실천에 옮기는 건 힘들다.

내가 생각했던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의미가 달라진다.

 

좋은 사람이 되어 구하고 싶은 사람은 과거의 자신이다.

 

가슴에 훅~ 들어온 제목이다.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과거의 자신을 돕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이 되어 남을 돕고 남의 일에 관여해도 과거의 자신을 도울 수 없고, 상처는 계속 쌓이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이 자기 생각보다 미흡하면 그것 때문에 분노가 치민다. 그것이 이미 과거가 된 자신의 상처를 보듬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책에서 좋은 사람은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원인이 된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 되어 내 의도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이 대목에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정말 이렇게 되는 게 맞나?

이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나? 하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사람이란 세상의 중심을 자기에게 두지 않고 타인에게 두는 사람을 말하는 거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중심이 타인에게 있기에 늘 타인을 의식하고, 타인에게 자신을 맞추고, 타인에게 늘 잘해주려 하는 것이 결국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단정 짓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해버리는 오류를 범한다.

그래서 잘해주고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기는 잘해줬다고 생각하지만 받아들이는 타인은 그것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 두 명이 오랜만에 만났다.

원래 일 년에 한 번 셋이 만나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내가 갈 수 없어서 둘이서만 만났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A가 사는 지역을 방문했던 B가 돌아갈 시간이 되자 A가 B를 데려다준다고 했다.

하지만 B는 그게 부담이 되었다. 2시간 넘게 운전해야 했고, 나중에 혼자 차를 몰고 가야 하는 친구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기도 했고, 그 친구가 교통사고를 몇 번 당해서 장거리 운전하는 게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A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짧은 시간이 아쉽기도 했고, 가는 도중에 수다를 더 떨 수도 있고, 친구를 무사히 데려다주는 것이 좋았다.

결국 A는 B를 데려다줬지만 서로 불편해져 버렸다.

착한 친구 A 때문에 B는 나쁜 친구가 되어 버렸다.

 

A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치로 B에게 잘해주고 싶었지만 결국 B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이 책에 나오는 착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만능감 때문에 상대방의 생각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

그래서 늘 자신은 사람들에게 잘해주는데 어째서 사람들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이 예상과 다른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과거에 느꼈던 죄책감이 눈앞의 전혀 상관없는 사람과 연결되어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나쁜 일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죄책감들이 좋은 사람이 되기를 강요하지만 그로 인해 타인이 당신을 지배할 수 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져라!

 

이 책의 저자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보통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버리라고 말하는 데 이 책은 반대로 얘기하고 있다.

세상의 중심을 나로 두고 생각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말 그게 사실일까?

 

하기 싫은 건 하지 말고.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도우려 하지 말고 그냥 지켜봐 주고.

나를 위한 시간을 늘려라.

 

물론 부작용이 있다.

그동안 착한 사람에게 적응되어 있던 사람들의 반발이다.

 

-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나답게 살기 시작하면 맨 먼저 듣는 말이 저 말이다.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이 말에 휘둘리지 말자.

 

마음을 자기중심에 둘수록 인력이 커지므로 싫은 사람에게 끌려가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듭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싫은 건 싫은 거라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다 보면 싫은 사람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재밌는 현상이 생긴단다.

아마도 나를 싫어하는 티가 확연한 사람에게 일부러 들이대는 사람은 없기에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를 행복하게 하기 보다 나부터 행복하자.

내가 행복하면 내 주변이 모두 행복해 보이니까.

 

남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나 자신부터 배려하자.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좋은 사람 콤플렉스에 걸려서 이것저것 놓쳤던 인간관계가 생각났다.

 

좋은 사람도, 만능감도, 타인의 시선도 모두 잠시 뒤로 미루자.

한동안 나를 중심에 두고 내 감정을 우선시하자.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러니 좋은 사람이 되려고 스스로를 억누르며 살 필요가 없다.

뭐든 적정선을 지키는 게 가장 좋다.

그것이 어렵다는 건 알지만 그것을 지켜가려고 노력하는 삶이 결국은 나를 위한 길인 거 같다.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자기계발서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잘해주는데 왜 사람들은 나를 불편해할까?라고 생각하고 있는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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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그래픽노블
머라이어 마스든 지음, 브레나 섬러 그림, 황세림 옮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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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은 어릴 때 만화 영화로 즐겨 보던 이야기다.

그 만화 영화 속의 앤의 모습은 동글동글했다.

그래픽노블로 재 탄생한 빨강 머리 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거 같은 느낌의 그림체로 색다른 보는 재미를 준다.

 

 

 

책과 함께 온 그림엽서들은 책 속의 한 장면들을 모아 놓아서 마치 책을 펼쳐 놓은 느낌이 든다.

앤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로 주어도 좋을 듯하다.

 

 

 

고아 앤 셜리는 남자아이를 원했던 마릴라와 매슈 커스버트 남매에게 잘 못 인계된 아이였다.

마중 나간 숫기 없고 과묵한 매슈는 앤을 데리고 오는 동안 쫑알쫑알 쉴 틈 없이 얘기하는 주근깨 투성이의 빨강 머리 아이에게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조용하고 한적한 집에서 별말 없는 두 남매에게 마치 그들이 할 말까지 몽땅 가져다 말하는 거 같은 이 작은 소녀는 두 사람이 느끼지 못했던 활력소가 아니었을까?

 

적적한 그들의 삶에 Ann이 아니라 Anne으로 불러 달라는 소녀의 외침은 당돌하고, 어이없고, 이해할 수 없지만, 꽤나 특별하게 다가왔을 거 같다.

그래서 두 남매는 앤을 보내지 않고 자신들과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

이 상상력이 풍부하고, 하루 종일 재잘거리는 앤은 그렇게 매슈와 마릴라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마릴라는 앤의 극단적인 기질을 뜻대로 다잡지 못했다.

기쁨의 절정에서 "고통의 심연"가지, 아이의 기분은 애번리의 정겨운 바람에 나풀대는 연처럼 쉽사리 치솟고 흔들렸다. 마릴라는 이 오갈 데 없는 아이를 단정하고 얌전한 어린 숙녀로 바꿔 놓겠다는 생각을 슬슬 포기했다. 물론, 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실은 영혼과 불꽃과 이슬로 빚어진 앤의 천성을 좋아하게 됐다.

 

 

 

평생의 단짝 친구 다이애나를 만나고, 홍당무라고 놀리는 길버트와는 평생 말을 안하기로 마음 먹은 앤은

특유의 붙임성 있는 성격과 엉뚱한 상상으로 주변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매슈와 마릴라의 보호 아래 학교를 다니고, 점점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앤.

앤이 사고를 칠때마다 못마땅해 하면서도 누가 앤에 대해서 뭐라하면 서슴없이 앤을 편들어 주는 마릴라의 모습을 잘 표현해내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만화영화에서 보던 앤의 모습과는 달리 뭔가 더 뾰족하고, 긴 얼굴에 성깔 있어 보이는 그림체가 영 달갑지가 않았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니 오히려 이 그림 속의 앤과 다른 캐릭터들의 모습이 훨씬 생동감 있고, 사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왠지 앤의 표정들이 더 풍부하고 익살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자꾸 보게 되었다.

 

많은 분량의 이야기들을 함축 시켜서 한 권의 그래픽노블로 만들어 낸 머라이어 마스든의 각색과 브레나 섬러의 그림이 서사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거 같다.

엉뚱한 상상과 공상으로 매번 황당하면서도 깜찍한 에피소드를 남기는 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사건들로부터 스스로 반성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대에 상관없이 앤을 사랑하는 거 같다.

아무리 목석같은 사람이라도 앤의 수다와 엉뚱한 상상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마릴라가 자신의 로맨스를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블라이스씨와 좋은 사이였지만 고집 때문에 서로를 등지고 말았던 시간.

그 시간은 이후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마릴라는 앤이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한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앤과 길버트가 마릴라와 블라이스씨의 이루지 못한 "그 무엇" 을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낯설었던 그림체가 책을 다 읽다 보면 너무 좋아진다.

마치 앤이 책 안에서 마구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던 빨강 머리 앤 그래픽노블.

 

원작을 읽은 사람들에겐 생동감을.

아직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에겐 앤을 만나고 싶다는 충동감을 주는 그래픽노블이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앤을 만화영화로만 보고, 축약본으로만 읽었지 원작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이 사랑스러운 빨강 머리 소녀에 대해 왠지 낱낱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원작과 나란히 책장에 꽂아야 할 보석 같은 그래픽노블이라는 말에 진심 공감한다.

그래픽노블은 꽂아 두었으니 이젠 원작을 꽂을 차례다.

 

엄마와 딸이 함께 보기에 좋은 그래픽노블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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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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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들 다른 사람의 기억에 남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뭐가 좋을까? 모두들 잊고 두 번 다시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아야 할 일들도 있는 법이다.

 

 

그레이스 마크스는 실존 인물이다.

1840년대 열여섯의 나이로 살인범으로 기소된 캐나다에서 악명 놓은 여성 범죄자다.

그레이스는 마거릿 애트우드가 그레이스 마크스의 이야기를 작가로서 재구성한 이야기다.

실재와 상상이 혼합된 이야기인 만큼 이 책을 이해하는 마음도 복잡하다.

 

주인공 그레이스와 그녀를 연구했던 사이먼 조던 박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레이스에 몰두하다가도 사이먼의 이야기에서 그레이스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마치 내가 사이먼처럼 생각하는 거 같다.

그녀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가 내 말을 받아 적으면 마치 나를 그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니, 나를 그린다기보다 내 위에(내 살갗 위에) 지금 쓰고 있는 연필이 아니라 옛날식 거위 깃펜으로, 그것도 펜촉이 아니라 깃털로 뭔가를 그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내 얼굴을 덮고 날개를 부드럽게 폈다 접었다 하는 것 같다.

 

 

몽롱한 이야기 너머로 의심스러운 여자가 보인다.

어딘지 모르게 광기 어린 모습이 진짜인지 꾸면 낸 것인지, 편견 때문에 그리 보이는 건지 알 수 없다.

열여섯의 나이에 두 사람을 죽인 살인죄로 잡혀서 사형을 구형 받았다가 구사일생으로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인 여죄수.

그녀에게 동정심을 갖고 그녀를 석방시키려는 사람들과 그녀를 살인자로 믿는 사람들의 관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속에서 정신병원을 설립하고자 하는 젊은 사이먼의 패기는 어쩜 그레이스가 석방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수록 알아내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은 사이먼.

그는 조금씩 그레이스의 비밀을 캔다고 생각했지만 도리어 그녀의 이야기에 먹히고 있었다.

그녀를 갈망하는 수준은 다른 대행품을 찾고, 그것은 그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거 같다.

 

그레이스가 그랬든 사이먼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곳을 빠져나온다.

자칫 한 발만 늦었어도 푹~ 빠져서 헤어 나올 수 없었을 그 진창에서 용케 도망친다.

어쩜 사이먼은 그레이스에게 한 수 배웠는지도 모른다.

안 좋은 기억을 잊는 방법을.

 

사람들은 이미 저를 유죄로 단정짓고 있었어요. 범죄를 저지른 게 분명하다고 일단 결론을 내리면 제가 뭘 하든 범죄의 증거로 해석하잖아요.

 

 

정말 그럴까?

그레이스는 정말 무죄일까?

읽어가는 동안 나는 그레이스가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에 많은 여자들이 그렇게 희생되었듯이.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무엇이 사실인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진실은 그레이스와 함께 영원히 자취를 감췄다.

그레이스는 무죄였을까? 명백한 유죄였을까?

 

내가 어떤 짓을 저질렀느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유죄나 무죄가 결정된다는 것을 그는 아직 모른다.

 

 

한때 순진했을지도 모를 그녀는

이제 닳고 닳은 모습으로 세상을 관망하고 있다.

아무도 그녀에게서 진실을 빼내지 못할 것이다.

 

그날의 진실은 그날 사라졌다.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도,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정말 범죄일까?

30년이란 세월을 감방에서 보내면서 그녀는 도대체 무엇이 되었을까?

 

편의에 의해 사라지는 기억.

그것은 과연 정신병인가, 빙의인가, 다중인격인가.

 

입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반증된 것 역시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출옥한 그레이스도 사라졌다.

우리에겐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역사만 존재한다.

 

아무도

그 일이 무엇 때문에,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그레이스는 어떤 면에서 완벽했다.

완벽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완벽하게 자신을 감췄다.

그 장단에 놀아난 사람은 그 시대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도 그레이스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다.

 

계속 궁금할 것이다.

그레이스가 가지고 사라진 그날의 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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