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 라이크 어스
크리스티나 앨저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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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버지는 그녀들을 죽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수도 있다. 내 생각보다 복잡한 사정이 있을지 모르니,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보다 큰 그림을 봐야 될 수도 있겠다.

 

 

 

아버지가 오토바이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넬은 10년 만에 고향땅을 밟는다.

군인에서 강력계 경찰로 살아왔던 아버지는 넬에게 자상한 아버지는 아니었다.

7살 때 아버지와 함께 캠핑을 다녀온 넬에게 집에서 살해된 어머니의 죽음은 충격이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자 아버지의 파트너였던 리가 찾아온다.

1년 전 있었던 살해 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FBI인 넬의 수사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머리에 총을 한 방 맞고 사지가 절단된 시체가 포대에 쌓인 채로 부자 동네의 화단에서 발견된다.

끔찍한 사건을 조사하면서 넬은 왠지 이 살인사건이 아버지와 연관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첫 번째 살인 사건의 용의자였던 모랄레스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강력계 반장이자 아버지의 절친이며 넬의 대부인 도시는 모랄레스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진행한다.

 

아, 신고해봤자 경찰은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알고 보니 서퍽 카운티 경찰은 악명 높은 경찰 집단이었다.

아버지가 속한 경찰 집단은 비리로 얼룩진 조직이었다.

게다가 넬은 아버지의 변호사를 통해 아버지에게 해외 계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매달 1만 달러가 계좌에 입금되고 있었다.

도대체 이 작은 도시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살인 사건 현장에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살인자가 떠나고 한참 지난 후에도 공기 중에 들러붙어 있는 어둠 같은 것. 나는 그것을 잘 안다.

넬은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아버지가 살해된 여성들을 감시해왔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아무도 모르게 임대한 아파트에 어떤 여자가 살고 있다가 사라진 사실도 알게 된다.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는 아버지와 무슨 관계일까?

 

마약과 섹스, 파티와 불륜, 고위층의 스캔들은 스릴러 소설의 단골 소재다.

이 작은 마을은 여름 동안 부자들의 별장으로 이용된다.

그곳에서 화려한 파티를 여는 백만장자가 있고, 그의 파티에는 거물급들이 모였다.

아가씨들이 불려와 고위층에게 여흥을 제공하는 파티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리고 살해된 여성들은 그 파티에 참석한 매춘부들이었다.

 

돈.

모든 일의 끝엔 결국 돈이 있었다.

돈 때문에 쉬운 길을 택했던 사람들.

서로의 방어벽이 되어 가장 정의로워야 했던 조직은 비리의 온상이 되었다.

그곳에서 홀로 자신의 뜻을 관철 시키고자 했던 자의 끝은 죽음뿐이었다.

 

정재계의 유력 인사들은 섹스 스캔들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죄가 낱낱이 밝혀지는 세상을 마주할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을 읽고 나서 후련했던 감정이었다.

 

넬의 시선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심리소설 같은 스릴러이다.

어릴 때 기억과 아버지의 비밀과 어릴 때부터 지켜봐왔던 주변인들의 실체를 알게 되는 과정에서 넬은 수사관으로서의 자신의 입장을 잊지 않는다.

여성 수사관의 이야기가 최근 들어 많이 나오는데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 가운데 넬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함이 있다.

 

아무리 아버지와 소원한 관계라 해도 쉽게 아버지를 의심하기는 어려운 게 사람의 마음인데

몇 가지 사실들에서 아버지를 추론해 내는 넬의 심리가 다른 수사관들과는 다른 면이었다.

끝까지 죽은 친구를 변호하던 도시도 인상적이다. 자기가 그럴 처지는 아닌데 말이지.

 

여성들의 연대.

 

이 이야기의 주체는 바로 여성이다.

넬을 중심으로 여성 피해자들과 연관 있는 사람들의 용기 있는 결단과 넬의 상황을 알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FBI 선배 세라.

소도시의 검시관으로서 사건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넬의 편에 서서 시신을 검사하고 중요 사실들을 넬에게 알려주는 밀코스키.

끊임없이 정의를 찾아다니는 기자 마셜.

이들의 활약은 소리 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정확히는 비리 경찰들의 눈에 띄지 않게 비밀리에 그녀들의 죽음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화려한 액션이 없어도 마음을 뜨겁게 만든다.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서 만든 이야기는 그래서 실감 나는 이야기가 됐다.

어디에나 비리는 존재한다.

탄탄하다고 믿는 조직에서도 비리 집단은 있게 마련이다.

 

중요한 건

그 비리 집단에서도 그것과는 거리를 두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외롭지만 혼자라도 그들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연쇄살인마에게 희생당한 피해자들과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무릅썼던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빈다.

그런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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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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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결정적으로 달라진 세 가지 마음 자세.

첫 번째. 먼 훗날의 대단한 내가 아니라 지금의 '나'가 참으로 소중하다는 생각.

두 번째. 내 어두운 면을 사랑하고 인정하게 되었다.

세 번째. '더 커다란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인생은 결코 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정여울 작가의 글은 처음이다.

물론 그의 글이 참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이 책은 리커버에디션이다.

2017년 첫 출간된 책이다.

 

지나간 나를 돌아보며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들이 정겹게 마음으로 울려온다.

덕분에 내 지나온 시간들도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리숙하고, 세상 물정 몰랐지만 마치 세상을 다 살아버린 것처럼 아는 체했던.

지금 생각하면 민망한 나 자신에 대한 생각들.

여기서 10년이 더 흐르면 그때는 지금의 나를 그렇게 떠올릴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은 '내 삶'과 '내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 사이의 거리 조절인 것 같다.

 

 

 

바쁘게 살아가느라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들이 많지 않다.

그저 시간에 쫓겨 하루하루를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한 달 살이가 된 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이 글을 읽는 시간은 정여울이라는 작가를 알아가는 동시에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기분'의 고삐를 내 '이성'이 틀어쥐지 못하는 순간에 실수나 불상사가 생긴다. 기분에 좌우되는 삶이 아니라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멋진 기분을 창조할 줄도 알아야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

 

 

이 말에 공감한다.

알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말이다.

난 항상 기분에 좌우되어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비극적 주인공으로 생각해서 어둠 속에서 틀어박혔던 세월도 꽤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멋진 기분을 창조할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앞으로는 성장해야겠다.

10년 후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며 잘했다고 칭찬해 줄 수 있게.

 

사람이나 장소에 대한 편견은 더 나은 삶의 기회를 빼앗아가기도 한다. 사람들은 수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더 멋진 삶의 기회가 스쳐가는 것도 모른 채 그 곁을 지나치곤 한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게 된 나의 편견들을 다시금 정리해 본다.

사람에 대해 쉽게 판단하고, 상황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쳐 알지도 못한 편들기를 했었다.

그것들이 결코 좋은 모양새로 내 인생에 기록되지 않았음을 알린다.

 

노년이 아름다운 순간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지혜를 젊은이에게 전해주는 메신저'의 모습을 보일 때다. 훈계조나 명령조로 젊은이들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인생 그 자체로 빛나는 모범을 보이는 노년이야말로 세상의 귀감이다.

 

 

내가 되고 싶은 나이 든 내 모습이다.

그리되려면 아주 많은 것들에게 귀 기울이고, 더 마음을 열고, 수많은 말들을 가슴에 담아 두어야 한다.

내가 갈 길이 멀어 보여서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내 평소의 생각을 이렇게 정리해 준 작가님께 고마운 마음이다.

 

글들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어둡고, 불안하고, 습한 기운이 아니라 온기와 희망과 사랑의 기운들이 느껴진다.

 

말끔한 사람.

글에서 느껴진 정여울 작가에 대한 느낌이다.

 

정갈한 글들이 내게 조근조근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속 깊은 친구에게 지나온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듯.

 

정여울 작가의 글에 이승원 작가의 사진이 나를 잠시 다른 세상으로 끌어당긴다.

요즘처럼 갑갑한 나날들에 이 책이 위로와 희망을 동시에 주었다.

왠지 내가 조금 괜찮은 사람이 된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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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사라지지 않는 여름 1~2 - 전2권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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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루트 비어, 훔친 풍선껌, 도둑 키스, 열두 살짜리치고는 몹시도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었던, 어지간한 것들은 다 알고, 모르는 건 기다리기만 하면 어렵잖게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무엇보다도 내 곁에 언제나 아이린도 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열두 살.

풋사과 같은 나이.

소녀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금기시되는, 용납 받지 못할, 당당하지 못할, 호기심.

엄마와 아빠가 캠핑을 떠나고 할머니의 보살핌 아래 친구 아이린과 뜨거운 여름을 보내던 캐머런.

그날 아이린과 캐머런은 풍선껌을 훔쳤고, 키스를 했다.

그리고 그날 캐머런의 부모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꺼번에 부모를 잃은 소녀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부모를 잃었다고 자책한다.

할머니와 이모의 보살핌이 있었지만 절친 아이린은 사립 학교로 떠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던 소녀는 여름마다 찾아오는 수영 선수 린지에게 자신에 대한 확인을 받는다.

대도시에서 절반을 살고 나머지는 아버지의 일에 따라 각 도시를 돌아다니는 린지는 캐머런에게 레즈비언에 대한 강의를 해준다.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건 도저히 그러지 않을 수가 없어서였다.


대도시로 돌아간 린지는 가끔 전화로 자신이 보고, 듣고, 아는 것들을 이야기하지만

캐머런에게는 너무 먼 곳의 이야기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

콜리.

모델 보다 더 멋진 콜리를 몰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캐머런의 마음을 눈치챈 제이미가 있었다.

알게 모르게 캐머런의 정체성은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사고 있었다.

언제나 그런 일들은 자신이 젤 늦게 아는 법이다.

담담한 문체로 일기를 쓰듯 써 내려간 이야기다.

한 소녀의 성장기에서 빠져나간 부분을 본다.

솔직해질 수 없는 사실을 품고 홀로 가야 하는 모습.

첫 키스 상대였던 아이린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거리를 두고,

친한 친구였던 제이미에게 정체성을 들킨 소녀는 몰래 짝사랑하는 콜리 곁에 맴돈다.

캐머런의 사랑은 인정받을 수 있을까?

1989년에서 1993년의 시기에 동성애는 지금과는 다른 대우를 받았다.

개방적인 나라 미국이었지만 몬태나주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캐머런에겐 아주 외로운 싸움일 터였다.


 

 

 

내 머릿속에는 이런 자잘한 원칙이며 성경 구절, 인생 조언이 떠돌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어디서 온것인지, 왜 내 머릿속에 각인된 것인지 의문을 품기를 그만두었음에도 짓눌리는 기분을 느꼈다.



캐머런은 콜리의 배신으로 동성애자임이 밝혀지고 이모와 목사님에 의해 하나님의 약속이라는 곳으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제인 폰다와 애덤을 만나 절친이 된다.

한때 동성애자였던 릭 목사와 그의 이모 리디아는 그곳을 총괄한다.

비록 한적하고 쉽게 찾아가기 힘든 곳에 위치해있었지만 축복받은 풍경이 그나마 캐머런을 위로해 주는 곳이었다.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오던 시기.

로키산맥 인근의 몬태나주의 작은 마을에서 12살에 부모님을 잃은 캐머런은 이모와 할머니의 품 안에서 수많은 영화 비디오를 보면서 자랐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배울 필요는 없었다.

캐머런은 늘 마음 가는 대로 가는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캐머런의 그녀들은 모두 상처를 주고 떠났다.

같은 걸 느꼈지만 그녀들은 자신들을 안으로 숨겨 버렸다.

사회에서 용납 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낼 용기가 없었던 거겠지.

하느님의 약속에서의 나날은 제인과 애덤으로 인해 숨 쉴 수 있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그곳을 그냥 졸업해서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애당초 그것은 병이 아니었고, 절대 나아지는 것이 아니었고, 고쳐지지도 않았다.

그것을 깨달은 캐머런과 제인, 애덤은 도망치기로 한다.

그곳에서 도망쳐서 자기 자신으로 살기를 바랐다.

그래서 마크는 노력했지만, 너희도 알다시피 실패했어. 왜냐하면 애초에 그건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마크는 생각했겠지.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부위를 잘라버리자고. 정말 좋은 생각 아니야?



기도로, 면담으로, 하느님을 위해 사람들이 애써 무시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려고 노력하는 그것은 절대 고쳐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캐머런은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 내가 걱정했던 학대나, 추행이나, 인격모독은 없었다.

하지만 가장 무지한 것은 바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 이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곳의 가르침과 믿음 자체가 문제라는 거예요. 믿지 않고 의심한다면 지옥에 갈 거라는, 우릴 아는 모든 사람이 우릴 부끄러워할 거라는, 심지어 하나님마저도 우리의 영혼을 포기해버릴 거라는 말을 듣는다고요.

.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것은 키라든지 귀 모양처럼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우리이게 억지로 변화를 일으키려 하면서, 우리가 변하지 못한 것은 온 힘을 다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우리는 더러운 죄인이고, 모든 것이 우리의 잘못이라고 믿게 만들어요.


때리고, 상처 주고, 억압하고, 화내는 것만이 폭력은 아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인정하지 않는 것.

그 모두가 폭력이었다.

원제 캐머런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은 이런 걸 의미한 거 같다.

고칠 수 없는 것을 고쳐야 한다고 쓸데없는 것들을 주입시키는 행위.

스스로를 부정하게 만드는 행위.

스스로를 낙오자로 만드는 행위.

나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해서 나름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내가 캐머런 주변에 있는 어른이라면 나는 그 아이를 어떻게 대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아직 모른다.

예전에 홍석천 씨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나는 그를 응원했었다.

어쩜 그는 멀리 있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내 주위에서 나랑 가까운 누군가가 캐머런이라면 나는 응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에게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에, 또 다른 사람에게는 타인을 제약 없이 이해하고 그가 필요로 하는 우애와 사랑을 선사할 만한 감수성을 얻는 일에 도움이 되는 책이기를 바란다.


역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느낀 것은 애써야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냥 인정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선택을.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는 책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이미 많은 동성 커플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그러니 나도 지금 당장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 마주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해두기로 했다.

그냥.

그가. 그녀가 필요로 하는 우정을 나눠 줄 감수성을 길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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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스트 1
재후 글.그림 / 더오리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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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웹툰에 연재되었던 메모리스트가 만화책으로 나왔다.

현재 드라마도 방영 중인 메모리스트.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자 동백.

그는 자신의 초능력을 만천하에 알리고 많고 많은 직업 중에서 형사라는 직업을 택한다.

그의 초능력은 각종 범죄를 파헤치고, 범인을 잡는데 탁월하게 이용된다.

 

하지만 늘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협업하지 못하고, 독단적인 일처리와 범죄자를 다룰 때 사고(?)를 많이 치는 바람에 경찰 내에서 인심을 많이 잃고 징계도 밥 먹듯이 먹는다.

그런 동백과 파트너인 세훈과 반장은 동백의 든든한 지원자다.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폭력을 휘둘러 징계를 먹은 동백에게 연쇄살인 사건에 공조하라는 지시가 내려진다.

 

목격자가 있음에도 범죄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연쇄 살인 사건에 동백이 투입되고

그곳에 프로파일러 선미도 합류한다.

동백 앞에서도 기죽지 않은 선미의 등장으로 동백도 살짝 긴장하는데...

 

동백의 초능력이 먹히지 않는 목격자들.

범죄의 패턴을 알아낸 프로파일러 선미.

이 두 사람은 과연 서로의 장점을 잘 살려 공조를 이뤄낼 수 있을까?

 

기억을 읽는 능력자.

동백이라는 인물은 자신의 초능력을 공개하고, 경찰이 된 인물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자신의 능력을 숨겼을 텐데 동백은 스스로 커밍아웃했다.

제멋대로인 듯 보이지만 불의를 마주했을 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 천방지축 동백을 여태껏 반장님이 어르고 달래서 지켜왔다면 프로파일러 선미의 등장은 본격적으로 동백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백의 초능력이 먹히지 않는 사건.

다 떠먹여 줘도 뱉어 낸다고 불평하는 범인이 마지막에 살짝 등장한다.

그는 어떤 수로 동백의 초능력까지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걸까?

 

흥미진진한 소재의 이야기다.

스릴러 전문 작가로 자리 잡은 작가 재후의 메모리스트.

다음 편에 담겨 있을 동백과 선미의 활약과 그들을 무력화시키는 법을 아는 범인의 대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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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보이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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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으로서 두 번째로 운동장에 들어서는 건 처음보다도 더 어려웠다. 처음에는 놀라움이라는 요소가 책상이라는 안전한 항구까지 실어다 주기 때문이었다. 이제, 건물을 나가 운동장에 들어서면서, 오세이는 사람들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오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고, 오가 자기들과 다르다는 선을 가능한 한 확실히 긋기 위해.

 

 

네이버 독서 카페 리딩 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책으로 선정된

호가스 셰익스피어 다섯 번째 이야기는 오셀로를 개작한 뉴 보이.

진주 귀걸이 소녀의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작품이다.

 

백인들만 다니는 초등학교에 전학 온 흑인 남학생 오세이.

담임 선생님의 총애를 받는 디.

디는 오세이를 돌봐주라는 담임의 말에 그와 짝이 된다.

오세이라는 발음을 어려워하는 디에게 오세이는 자신을 오라고 부르게 한다.

 

오와 디.

서로의 다름에 끌리는 아이들.

그들을 위험하게 살피는 아이들.

운동장에 깔린 위험을 감지하는 미미.

이들의 하루는 어떻게 끝날까?

 

형들에 이어 학교의 짱 자리를 이어 받은 이언은 오에게 달린 호기심의 눈들에게 마음이 쓰인다.

학교의 인기남인 캐스퍼와 인기녀 디는 오세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언은 그 아이들에게 흠집을 내고 싶었다.

 

그들을 모두 끌어내린다는 생각을 하니 흐뭇했다. 흑인 소년뿐 아니라, 학교에서 제일 인기 있는 황금의 소년과 황금의 소녀도. 캐스퍼와 디는 이언의 엄마가 달걀 프라이를 하려고 쓰던 테플론 프라이팬과 같았다. 아무것도 들러붙지 않았다. 이언은 그들을 만질 수조차 없었다. 그들은 이언의 영역보다 한 단계 위에 있었다.

 

 

오전, 오후, 방과 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이언의 교묘한 계획에서 시작된다.

좋은 것을 좋게 보지 못하는 습성

옳은 것을 옳게 보지 못하는 성질.

 

질투는 사소한 이야기에서 불이 붙고, 진실을 확인할 생각도 없이 스스로 뿌려진 씨앗을 키워낸다.

결국 오는 이언의 계략에 말려들고 디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위험을 감지했던 미미는 그저 이언에서 벗어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로 인해 미미는 가장 아끼는 친구 디가 함정에 빠지도록 방관한다.

그리고 그 대가는 끔찍하게 그녀에게 내려진다. 그렇게 벗어나고 싶어 했던 이언에 의해.

 

백인 학교에서 홀로 서려 했던 오는 결국 세치 혓바닥에 의해서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다.

자신의 냉정함을 잃은 건 결국 디의 친절과 관심이었는데 여태껏 받은 적 없었던 배려와 사랑은 오의 냉정함을 앗아 갔다.

 

검은 것은 아름답다!

 

한나절 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많은 인생을 망칠 것이다.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무섭도록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였다.

여태껏 읽은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중에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내 마음은 아직 그 무질서한 운동장에 남아 있다.

미미가 쓰러져 있고, 오세이가 행동을 취한 채로 끝나 버린 그 혼란스러운 운동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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