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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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 카페 리딩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토니 모리슨의 재즈를 읽었다.

 

진짜 조언을 해주지. 뭐든 사랑할 만한 게 남았으면 아무거라도 그냥 사랑해봐.

 

딸 나이의 소녀를 사랑한 남자 조.

결국 그 아이를 총으로 쏴버리는 조.

그 사실에 반쯤 정신이 나간 바이올렛은 남편이 죽인 아이의 장례식에 칼을 들고 나타난다.

확인하고 싶었다.

무엇이.

그 아이에게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죽은 도카스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젊었을 때의 자신과 닮은 점이 있는지를 찾아본다.

도카스의 행적을 좇으며 그 아이에 대해서 알아가려 한다.

그런 바이올렛의 마음엔 무엇이 담겨 있는 걸까?

어째서 그렇게 해야만 할까?

 

바이올렛의 감정 따위는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은 그 교활한 암캐인가? 아니면 통통한 딸아이인가? 저 여자애가 그녀의 남편을 빼앗은 계집일까, 아니면 그녀의 자궁에서 사라진 딸일까?

 

 

아이 없이 살아온 조와 바이올렛.

점점 말이 없어지는 바이올렛과 그것이 견디기 어려운 조는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었다.

남자들이 늘 하는 방식.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서 상실과 부재의 아픔을 느낀다.

그들에게 도카스는 갖지 못한 아이였다.

그게 편할 거라 생각하며 살아갔지만 결국 그것은 하나의 상실로 남아 끝없는 허기를 뱉어냈다.

 

 

 

 

 

 

 

 

 

삶의 질곡을 같이 넘어온 사람들에게 완벽하지 않은 것은 외로움이었다.

엄마가 되지 못한 상실감을 앵무새를 기르며 달래는 바이올렛의 마음속엔 조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당시의 여자들에겐 의무이자 권리였던 아이는 그렇게 바이올렛에게 시간이 흐를수록 벽으로 쌓아 올려졌겠지.

조에겐 관심이 필요했다.

사랑받고 있다는.

 

오래된 연인들이 서로에게 심드렁해지는 것처럼 오래된 부부에게도 그런 시기가 온다.

그 사이에 절충 선이자 징검다리인 매개체가 없다면 그들은 그렇게 서로에 대한 벽이 쌓아지는 걸 방치할 뿐이다.

 

여러 가지 사회 상황과 각자의 삶의 굴곡과

치정과 울분과 분노와 답답함이 이 이야기를 지배하고 있다.

 

제목처럼 재즈는 즉흥적인 삶을 얘기하고 있다.

어느 정도 삶이 안정되었을 때 복병처럼 튀어나오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도 싶은 그때.

즉흥적이고 강렬한 느낌에 사로잡혀 해서는 안 되는 일도 하게 되는 그때.

 

음악은 즉흥적으로 흐르면서 많은 사람들을 흠뻑 적시지만

인간사는 그 즉흥적인 마음 때문에 그동안 쌓아 온 생이 허물어지기도 하지.

끈적끈적한 여름밤의 열기처럼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재즈의 선율처럼

바이올렛과 조. 그 두 사람을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들은 파편처럼 남겨질 거 같다.

 

인생의 중반을 넘긴 시점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에도 역시 희생은 필요하다.

젊음은 늘 그렇게 자신을 바쳐 원하는 걸 이룩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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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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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고복희를 괴팍한 여자라고 정의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단지 고복희는 '정확한' 루틴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원칙을 중히 여기는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로봇 같은 여자. 고복희.

그녀는 원더랜드라는 호텔을 가지고 있다.

프놈펜에서.

 

자그마한 한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그곳에 호텔을 짓고 영업을 하지만 특유의 퉁명스러움과 융통성 없음으로 서비스 업인 호텔은 점점 손님들이 떨어지고 있다.

이제 그곳엔 손님 없이 사장 고복희와 현지인 매니저 린 만 남아있다.

그리고 가끔 와서 진상을 떠는 만복회 회장 김인석이 있을 뿐이다.

린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누가 올까 싶었지만 누군가 찾아온다.

앙코르와트를 보기 위해.

 

나는 네가 아니잖아. 그 단순한 대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인정하는 거니까. 내 삶이 네 삶보다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대학 졸업 후 취직도 못하고 세월만 축내고 있던 박지우.

인터넷을 보다 한 달 살기 광고를 보고 용기를 낸다.

그래. 나도 가자. 해외여행!

 

매일매일 앙코르와트에 가서 사진 찍고 글 쓰고 SNS에 자랑하리라 생각했던 그녀는 고복희의 호텔 원더랜드에 도착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앙코르와트를 가는 건 머나먼 여정이었다.

 

원더랜드.

그곳은 편안하고 깔끔하고 쾌적하게 꾸며진 작은 호텔이었지만 원칙과 규칙으로 똘똘 뭉친 사장 고복희로 인해 점점 손님들이 뜸해진다.

게다가 심심하면 찾아와서 이리저리 심기를 불편하게 깝죽대는 김인석은 호시탐탐 고복희가 백기를 들고 호텔을 넘기기를 바라고 있다.

서로 돕고 살아도 팍팍한 객지에서 고복희는 홀로 이 모든 것들에 맞서고 있다.

정작 본인은 맞서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원칙이 사라진 사회에서 고복희씨의 원칙들은 정말이지 고루해 보이기도 한다.

저렇게 융통성 없이 어떻게 호텔을 운영할까?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켜 달라는 건데 그것이 잘못은 아니지 않나?

그 기본을 안 지키는 사람이 문제인 거지 기본을 지키고 사는 고복희씨가 잘 못된 건 아니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더 많다.

규칙을 무시하고 자기가 옳다고 믿고, 자기주장만 하는 사람들.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관대하지 못하다.

게다가 혼자인 여자들이 무언가를 하기에는 세상은 언제나 지뢰밭이다.

한바탕 꿈을 좇아 낙후한 나라로 이민 온 사람들의 삶은 고달프다.

우리나라의 60~70년대의 모습을 한 프놈펜은 그들이 한몫 잡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 행운을 누릴 수는 없다.

 

뭔가 이루고 싶으면 죽도록 하라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죽도록 하는 사람들은 진짜 죽어요. 살기 위해 죽도록 하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죽도록 무언가를 해도 죽도록 아무런 보상이 없는 삶도 있다.

현실에 맞서라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 뭔가 더 나아지는 세상은 이미 과거가 되었다.

그럼에도 맞서야 한다. 그래야 살.아.라.도. 갈 수 있으니까.

 

지우도, 린도 복희씨도 자기만의 규칙으로 살아야 한다.

남의 규칙 따위로 자신을 갈아먹지 않아야 한다는 걸 두 사람은 복희씨에게 배웠다.

나도 같이 배웠다.

원칙이 무시되는 사회에서 까짓것! 이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도 얼마나 많은 기본을 무시하며 살았을까?

작은 것들을 지켜가며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것이 살기 좋은 사회가 되는 것이다.

 

복희씨의 힘은 그것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힘이 사악한 힘으로부터 원더랜드를 구하는 계기가 됐다.

누구나 한 방은 있다.

 

복희씨의 한 방은 아직 남아 있다.

언젠가 그녀가 디스코를 추게 될 때 그 한방의 빛이 발해질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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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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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일상을 다독여줄 수 있는 그림과 이야기.. 만으로 위로가 될 거 같은 느낌입니다.
궁금한 에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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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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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이후, 집안은 비로소 화해와 용서, 잃어버린 67년, 감동의 대 서사시가 엄숙하게 전개되었다. 할머니 표정에 그 감동과 희열이 역력했다. 60억 이전, 할머니의 기괴한 모습들은 아마도 긴장과 공포, 불안과 어색함이 만들어낸 갑옷이나 방패 같은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염병에 걸려 돌아가신 할머니의 실체는 독립운동을 하던 할아버지와 그 동지를 팔아먹고 일본 순사와 바람나 쌍둥이 남매를 버리고 도망간 매정한 여인네였다.

그리고 67년 만에 할머니가 찾아왔다.

그 할머니의 실체는 60억이었다.

 

코믹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뒤끝은 깔깔하다.

웃픈 이야기라는 말이 왠지 약하게 느껴진다.

끝순이이자 제닌.

네 명의 남편 중 세 명의 폭력을 피해 달아나고 달아나야만 했던 끝순이이자 제니.

그녀는 마지막 남자에게서 편안함을 느끼고 그와 함께 한 세월 속에서 비로소 행복을 느꼈지만

두고 온 쌍둥이 남매에 대한 아픔은 세월 속에 켜켜히 쌓여만 갔다.

 

독립운동가이자 부여 명문가 최씨 집안의 장남인 할아버지와 진보 시대의 일꾼이자 노동자의 친구를 자처하는 금배지가 꿈인 아버지 사이에서 입사 시험 88 연속 낙방으로 10년간의 백수 생활을 통해 스스로 벌레로 전락해 버린 아들.

이 최 씨 집안 삼대에겐 누명을 쓰고 도망을 갈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 끝순과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어머니, 그리고 이혼으로 받은 빌딩마저 집을 위해 저당 잡히고 새로운 삶을 꿈꾸는 여동생 동주가 있다.

 

돈으로 무엇이든 다 되는 세상이라지만 이 뜬금없는 60억 앞에서 서로의 민낯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을 읽어가며 사는 게 참 노곤하단 생각을 해본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무능하고, 그 무능을 폭력으로 메꾸며 자신의 여자들에 의지하며 살아내는 그들은 동석이가 스스로 벌레라고 지칭하는 그 모습들이 아닐까.

자신의 꿈을 위해 가족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아는 남자들 틈에서 자신들을 희생하며 삶을 묵묵히 견디어 내는 여자들은 그 어디에서도 대접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끝순 할매의 60억이 내게는 달콤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맛보게 해준다.

 

그나저나 60억은 정말 있는 걸까?

 

가장 어려울 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 말이다. 사람들에겐 그런 순간이 찾아 온단다. 그때 사람들은 무서워서 진실보다는 거짓을 찾게 되지. 내가 그랬어. 정말 맷돌로 갈아버리더라도, 끓는 물에 삶아 버리더라도 네 할아비를 기다리고 진실을 얘기해야 했어. 그런데 난 도망쳤지. 그게 그땐 최선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최악이었어. 피할 수 없는 길을 피하면 그 대가를 아주 오래도록 치러야 한다.

 

할머니는 오래전 누명을 벗었지만 결코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그들이 그 오랜 세월 그 땅을 딛고 산 그들이 그녀를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아들딸도, 며느리도 손주들도 그녀를 위해 그들을 이해시키지 못했다.

 

굳어진 마음의 벽은 진실 앞에서도 굳건한 법이니까.

 

긴장을 하면, 위험이 닥치면, 남자는 폭력을 생각하고 여자는 비상을 생각한다.

그래서 남자는 누군가를 때리고 여자는 마음속으로 하늘을 난다.

 

사랑하는 여자를 친구에게 빼앗기고 그럼에도 계속 친구에게 빌붙어 술을 얻어먹는 동석의 삶.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 여자가 친구의 손에 멍들어 감을 알았을 때도 동석은 단지 무릎을 꿇었을 뿐이다.

이 정말 비루해 보이는 화자이자 최 씨 집안의 삼대째인 동석은 그들 중에 처음으로 할머니에게 마음을 연 장본인이다.

오랜 세월 눈칫밥을 먹어 본 자의 혜안이라고나 할까?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무얼 잘 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떠나간 연인을 그리며 피시방에서 고스톱이나 치며 세월을 보냈던 동석은 할머니를 통해 자신의 잊어버렸던 꿈을 되찾는다.

 

이 피는 물보다 진한 이야기를 읽는 내내 웃었고, 찡했다.

정끝순 여사의 화려한 귀환은 그동안 돌아오고 싶었지만 돌아올 수 없었던 그녀들의 대리 귀환이었다.

그래서 그 60억이 주는 아우라가 더없이 귀중했다.

 

그것이 진실이든, 뻥이든.

그것이라도 없었으면 정끝순은 그저 제니로 밖에는 남지 못했을 테니.

 

다 원수야, 모두 원수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짐이야.

 

동주의 외침이 메아리치지만

가족은 그렇게 서로에게 짐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짐이라고 생각한 그들에게 나 역시 짐이었음을.

그러니 이제라도 사랑하자. 은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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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2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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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 투데이에서 같이 읽는 도서.

해미시 맥배스 순경 시리즈 02 무뢰한의 죽음.

 

스코틀랜드 로흐두 마을의 순경 해미시 맥배스.

그는 훤칠한 키에 빨강 머리 그리고 녹색이 도는 황금색 두 눈을 가지고 있다.

어슬렁거리며 각종 먹거리에 눈독을 들이는 이 순경은 사실 부모님과 나이차가 많이 나는 동생들을 거느린 장남이다.

그곳에선 장남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래서 해미시는 이곳 로흐두 마을에 머물기를 내심 바란다.

각종 대회에 나가 상금이나 상품을 탈 수도 있고, 가끔은 불법 사냥으로 번 돈을 가족들에게 보낼 수 있으니까.

 

그런 해미시 앞에 그가 평소에 맘에 둔 지주의 딸 프리실라가 런던에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약혼자와 함께.

프리실라는 런던에서 현재 한창 이름을 날리는 헨리 위더링이라는 극작가와 약혼을 했고, 부모님을 만나러 왔다.

외동딸인 프리실라가 대단한 신랑감을 데려온다고 들뜬 그녀의 부모는 딸의 약혼 파티를 계획한다.

 

파티에 온 손님들은 작은 세상이 그렇듯 늘 고만고만한 파티에서 늘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중에 무뢰한이 있었다.

평상시에 매력적인 모습으로 뭇 여성들을 휘어잡는 피터 바틀릿 대위.

그러나 술이 들어가면 밉살스럽게 변해서 사람들의 속을 박박 긁어 놓는 남자였다.

평판도 그리 좋지 못한 이 신사가 파티의 불청객이 될 뻔한 해미시에게 넌지시 자신이 누군가에게 해를 입을 거 같다고 말한다.

 

당신처럼 다른 사람들을 계속 화나게 하면, 그건 거의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난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기 힘드니까 괜히 주변 사람을 괴롭혀서 그들이 그가 할 일을 대신 하게끔 몰아가는 상황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파티 다음 날 오전엔 바틀릿과 파티 손님 중 한 사람인 제러미의 뇌조 사냥 시합이 있었다.

먼저 뇌조를 잡는 사람이 5천 파운드를 지급 하기로 한 내기 시합이었다.

그러나 그날 아침 바틀릿이 시체로 발견된다.

사인은 사고사.

스트레스베인에서 그 잘난척하는 블레어 경감이 내려오고 해미시는 또다시 수사에서 제외된다.

 

전편 험담꾼의 죽음에서 해미시 때문에 사건을 해결하고 그 공까지 가로챈 블레어 경감.

섣부르게 단정 짓고 해미시를 수사에서 제외 시키고 손쉽게 사건을 처리하려 하지만

과연 해미시가 그걸 그대로 내버려 둘까?

그 와중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파티 손님 중에 누구일까?

 

시골 순경으로 있기에는 참 애석한 캐릭터지만 그것이 또한 해미시를 빛나게 만드는 것들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왠지 한 편 한 편 시리즈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해미시가 자꾸 업그레이드될 거 같은 예감이 든다.

첫 번째 만남에서 조금은 수줍고 조심스러워 보였던 해미시는 이번에는 좀 과감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프리실라를 대한다.

게다가 마지막에 그야말로 해미시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굉장한 에피소드가 숨어 있다.

도대체 해미시를 규정할 수 있는 건 그의 제복 뿐인 거 같다.

작은 시골마을의 순경.

그 너머의 해미시는 아무도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어째 요즘 한창 유행하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나오는 용식이 같다.

용식이처럼 과장된 캐릭터는 아니지만 쓸데없이 예리해서 남들은 못 맡는 사건에 감춰진 진실의 냄새를 맡는다.

 

이번에도 단순 사고사로 처리될 일이었지만 해미시 덕분에 살인 사건으로 밝혀진다.

그러나 아무도 해미시를 좋게 봐주지 않는다.

과거의 잔재와 새로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접경지대 로흐두.

 

피터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한 때 피터의 약혼자였으나 파혼한 제시카나 다이애나일까?

피터와 바람난 비라일까?

아니면 아내와 바람피는 걸 알아버린 비라의 남편일까?

피터가 깨뜨려 버린 자신의 도자기 컬렉션에 대해 아직도 앙심을 품은 스로그모턴 경일까?

자신을 속여 5천 파운드를 사기칠거라 생각하는 제러미일까?

 

결혼을 위한 결혼을 위해 헨리를 선택했지만 해미시에게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프리실라.

그런 프리실라의 행복을 빌어주지만 결코 진심은 아닌 해미시.

그가 늘 탁월하고 예민한 시각으로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만 신분의 차이로 그를 막 대하는 지체 높은 사람들.

부양가족 때문에 자신의 행복을 내려놓고 어깨의 짐을 잔뜩 지고 있는 해미시의 짠한 모습이 마음 한구석을 답답하게 한다.

하지만 해미시가 그렇게 답답하게만 사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걸 바로 이 이야기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 나날이 자리 잡아가는 해미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결국 시간이 흘러 해미시는 로흐두 마을에서 그 누구보다 실력 있는 사람으로 남을 테니.

 

이번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써 내려간 비턴에게 박수를 보낸다.

해미시가 더 좋아진 반면 프리실라는 밑천을 드러낸 거 같아서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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