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면서 하고 있어 하하하 - 빨강머리N의 지랄맞은 밥벌이에서 발랄하게 살아남기
최현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빨강머리 앤과 말괄량이 삐삐를 합체시킨 거 같은 캐릭터로

재기 발랄하게 직장인들의 속내를 시원하게 질러주는 책이 있다.

 

 

 

 

 

 

 

그림도 재밌지만 글은 더 재밌다.

글이 술처럼 술술 넘어간다.

 

직장인일 때 스트레스받아도 그러려니 울분을 삼키던 나와는 다른. 그 무엇이 있는 책이다.

 

5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이야기는 모두 밥벌이와 관계된 이야기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누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스스로 눈치가 보일 때도 있고,

때려치우고 싶지만 밥벌이를 때려치울 수 없어 참아내고,

말도 안 되는 일도 말이 되게 해내야 하고,

퇴근시간은 정해졌지만 제시간에 퇴근할 수 없고,

주말도 휴일도 온통 일뿐인.

내 시간은 도통 내기 힘든 직장생활.

게다가 그 경쟁률 심하고 끊임없는 아이디어와의 싸움을 해야 하는 광고 회사에 다닌다면

아마도 그 스트레스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작가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리얼 직장인이라서 그런지 이야기가 살아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려내는 만화 같은 삽화는 더 리얼하다.

 

 

 

 

 

이 책엔 온갖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와 깨달음과 인과관계와 인간관계와 내적 갈등들이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나열되어 있다.

게다가

작가의 소심한 복수도 넌즈시 들어있다.

언젠가 한 번은 누구나 해봤을 법한 소심하다면 소심한 복수.

?

자칫 푸념으로 흐를 수 있었던 이 에세이는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밥벌이를 한 작가의 노하우도 담겨있다.

연차가 되어보니 알게 되는 선배들의 행동과 마음이

선배가 되어 보게 되는 신입들의 행동과 마음들이 자신의 신입시절과 닮아서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는 상황들.

그때는 여유가 없어 몰랐지만 오래 근무하다 보니 저절로 깨닫게 되는 직장생활의 묘미들까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이야기지만

내 이야기 같아서 공감할 때가 많았다.

 

내가 직장생활했을 때 이 책이 나왔더라면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덜 부대끼지 않았을까?

미운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훨씬 세련되게 대면할 수 있었을 텐데...

 

 

꼰대를 욕하던 인간에서 꼰대로 레벨업하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내가 싫어했던 건 후배들한테 강요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는데! 나도 똑같은 인간이었어!

 

 

당신은 꼰대입니까?

꼰대가 아닙니까?

마치 나는 나중에 울 시어머니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시어머니를 닮아가는 며느리 심정 같다.

 

 

한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최악의 상황을 함께 견뎌보면 된다. 평소에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힘든 일이 닥치면 숨겨왔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난다. 직장에서는 주로 프로젝트가 엎어지거나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했을 때가 바로 그 최악의 상황인데, 사실 모든 일이 그렇듯 누구 한 명의 잘못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직장에선 그 잘못을 추궁할 희생양이 필요한 모양이다.

 

아마도 회사생활하면서 억울한 일 안 당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잘 못된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책임을 스스로 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그게 부조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책임은 늘 져야 하는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이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라 해도 언제나 씁쓸한 일이다.

 

 

 

 청춘이 지나고 나서야 청춘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저 말에 매우 공감했다.

청춘이란 말은 청춘을 잃은 사람들이 청춘을 그리워하며 찾게 되는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취중진담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놈들은 음주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도 몹시 공감한다.

회사에서도 취한 걸 빙자해서 자기 할 말에 덧붙여 못 할 말까지 지껄이고서는 나중에 기억 안 난다고 하는 인간들 간혹 있다.

말만 하면 좋게?

행동거지도 올바로 못하고선 멀쩡한 얼굴로 기억 안 난다고 입씻는 인간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음주 가중처벌은 필수인 것만 같다.

이것만 고쳐져도 회사생활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들만 쏟아낸 글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 안에 고군분투하는 자신의 애환을 적나라하게 밝혔을 뿐이다.

그리고 일에 묻혀 인생의 시간이 가는 걸 인지하지 못한 자기 성찰도 담겨있다.

쳇바퀴 돌듯 돌고 도는 하루하루에서 스스로의 휴식을 찾아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은 작가.

그래서 그림도 그리고, 이렇게 글도 써서 책을 내었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어려운 일들이다...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어마 무시하세요?

오늘 하루 안 봤으면 하는 사람 있으세요?

이대로는 못 살겠다! 소심한 복수라도 해보실래요?

 

그럼.

이 책부터 먼저 보세요.

아~주~ 끼깔라게 날려버릴 수 있어요.

 

자고로

책은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남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에 부합되는 책이랍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된다!

 

맞는 말이다.

그런 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글 쓰는 재주도

그림 그리는 재주도

자신을 포장하는 재주도

직장생활을 때려칠 재주도 없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얼음냉수가 되어 줄 수 있는 책이다.

 

마치 직장생활을 하는 내 마음을 회사 사람 다 모아놓고 발표하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회사 다니면서 지금 괴로움에 지친 사람들에게 조금 쉬어갈 시간을 주는 책이다.

 

회사를 다녔던 사람에겐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며 묵은 과거의 때를 벗겨내는 시간을 주는 책이고

회사를 다니는 사람에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고

회사를 다닐 사람에겐 회사 생활의 맛을 먼저 보여줌으로 대비를 하게 만드는 책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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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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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런던. 버지니아 울프.

1940년대. LA. 로라 브라운.

1990년대. 뉴욕. 클러리사 본.

 

다른 시대

다른 공간

다른 세 여자.

 

그녀는 대충 돼지 머리통만 한 크기에 모양도 그것과 비슷한 돌을 하나 골라 코트 주머니 한쪽에 쑤셔 넣는다.

.

.

그녀는 앞으로 걸어간다. 신발은 벗지 않는다. 물은 차갑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다. 물이 무릎까지 올라올 때쯤 그녀는 멈춰 서서 레너드를 떠올린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살했다.

그녀가 죽음을 찾아 떠난 모습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런던의 소란스러움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외곽의 조용함은 그녀를 더 미치게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그녀의 하녀 넬리는 그녀의 신경을 자꾸 건드렸다.

언니 바네사와 조카들이 방문했을 때 그녀는 작은 죽음을 보았다.

그리고 마치 예감처럼 바네사와 헤어질 때 그녀에게 키스한다.

댈러웨이 부인을 쓰고 있던 그녀는 댈러웨이 부인을 죽이는 대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다른 누군가가 죽을 것이다. 클러리서보다는 훨씬 더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여야 한다. 이 세상의 유혹과 찻잔과 코트로부터 눈길을 거둬들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슬픔과 천재성을 지닌 누구여야 한다.

 

 

 

로라는 남편의 생일 케이크를 만들었지만 맘에 들지 않았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보고 있는 아들의 눈빛도 부담스럽다.

이웃집 키티가 찾아와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위로의 키스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일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아들이 그 장면을 보고 있었던 것도, 뱃속에 품고 있는 아이도, 글씨가 뭉개진 케이크도...

그저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혼자 조용히 읽고 있던 델러웨이 부인을 끝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리치를 맡기고 그녀는 호텔로 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온전히.

 

그렇게 조금 늦었지만 그녀는 삶으로 되돌아왔다.

그 잠깐의 일탈은 그녀에게 숨통 같은 거였다.

그 일탈을 눈치챈 아이의 마음이 어디로 흐를지는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클러리사는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의 친구 리처드의 수상을 기념하는 작은 파티.

바스러져 가고 있는 리처드는 그녀의 젊은 시절이다.

그는 클러리사를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그날이 파티로 마무리될 거라 믿었다.

그녀의 바램은 죽음으로 마무리되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이 쓴 작품의 댈러웨이 부인 대신 자신을 버렸다.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있는 로라는 죽음의 경계에서 되돌아왔다.

하지만 먼 훗날 그녀를 지켜보았던 작은 눈의 아이는 그녀 대신 죽음을 따라간다.

그가 사랑했던 델러웨이 부인 앞에서...

댈러웨이 부인이라 불렸던 그녀는 그 슬픔을 감당해내야 할 것이다.

그녀보다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이자 천재성을 가진 누군가가 스스로 자신을 바쳤기에

그 이름으로 불린 여자는 먼 훗날 그 죽음을 눈앞에서 감당해내야 했다.

 

하루.

그 하루 안에서 그녀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다.

누군가는 죽음을 따라갔고

누군가는 죽음 앞에서 망설였고

누군가는 죽음을 목격했다...

 

일상.

천금의 무게를 지닌 일상

그 하루가

누군가에겐 견딜 수 없는 하루였고

누군가는 견뎌낸 하루였고

누군가는 견뎌내야만 하는 하루였다...

 

디 아워스는

그녀들의

이야기였다.

그저 단 하룻동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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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조항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미스터리와 SF의 황홀한 결합!

 

왠지 뭔가 엄청 있어 보이는 카피

615페이지의 분량을 자랑하는 황금가지의 신간으로 신감각 SF 경찰 소설이다.

전작은 읽지 못했으나 경찰 범죄 소설을 개별적인 이야기라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근 미래

근접 전투에 맞게 개발된 2족 보행형 병기인 기갑 병장이 발달하고 이 기술을 도입한 드래군이 창설된다.

경시청은 특수부대를 조직하고 그 특수부대원들의 활약을 그린 것이 첫 번째 이야기 기룡경찰이다.

 

자폭조항은 기룡경찰 시리즈 2편으로 첫 장면부터 대량 살상이 발생되며 시작한다.

특수부대가 조직되고, 기갑 병장에 탑승할 수 있는 대원들은 모두 용병들이다.

일본인이지만 일본에서 살아 본적 없는 스가타

러시아 경찰이었던 유리

그리고 테러리스트 라이저

이 세 사람만이 기갑 병장에 탑승할 수 있다.

 

다이코쿠 부두에서 밀수품을 하역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세관을 비롯 경찰과 관계자들이 모두 학살당하고, 학살의 주동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그곳에 기모노란 명칭이 붙은 기갑병장이 밀수품으로 들어와있었다.

영국 고위직의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기갑병장 밀수는 모두의 촉각을 곤두서게 만든다.

 

오키쓰의 지휘 아래 밀수사건을 조사하던 특수부에 수사 중지 명령이 내려진다.

 

 

 

 

 

경찰이라는 닫힌 조직 안에서 특수부 현장 수사원들이 겪는 비난과 해코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것은 현장뿐만 아니라 이사관인 미야치카와 시로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지하철 노성 사건 이후로 더욱 그렇다.

 

닫힌 조직 경찰 내에서 특수부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나는 특별한 인재들만 모인 곳이 특수부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배척당하고, 적대시하는 조직인 줄 몰랐다. 모든 경찰들의 못마땅한 시선을 받으며 모임에서도 제외당한 형사들의 심정이 건조하지만 절절하게 그려진다.

어쨌든 유능한 지휘관 오키쓰는 명석한 두뇌와 외교부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굴하지 않고 교묘한 방법으로 수사를 계속 진행시킨다.

그리고 부두 밀수 사건의 배후에 아일랜드 IRF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라이저 라드너.

전직 테러리스트. 사신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IRF에 몸담았다가 조직을 이탈한 라이저는 그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배신자는 직접 처형하는 게 IRF였다.

그녀 앞에 그들이 나타난다. IRF의 결성을 주도한 자이자 시인인 킬리언 퀸. 그가 처형단을 이끌고 그녀를 찾아왔다.

 

 

 

이가 딱딱 떨릴 만큼 한기가 돌았다. 공포였다. 킬리언 퀸과 세 수행원들은 공포를 남기고 갔다.

하지만 라이저가 이토록 떠는 것은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먼 과거에 자신이 저질렀던 죄 때문이었다. 그것은 텅 빈 영혼 속에서 줄곧 되울리던 잔향이기도 했다.

 

이야기는 현재의 도쿄 상황과 라이저의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

일본 소설의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건조함과 딱딱 끊어지는 문체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 쓰키무라의 글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마치 유럽 작가와 일본 작가의 콜라보라고 할까?

도쿄 현재를 그릴 땐 경직된 느낌과 건조함이 곁들인 문체인데, 라이저의 과거를 그릴 때는 마치 문학작품을 읽는 것처럼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꽤 감상적이다.

그래서 하나의 소설에서 두 가지 이야기를 맛본 느낌이다.

 

자폭조항에서 라이저만큼 강렬한 캐릭터는 킬리언 퀸이다. 마치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를 섞어 놓은 거 같은 이 인물은 시인이다. 시인으로 이름을 날리고 그 명성으로 조국을 위한 투쟁에 앞장선다. 모두가 그런 줄 알았다.

 

 

뭐가 시인이야..... 이건 살인마야.

 

 

 

교묘한 말로 상대를 현혹시키고, 현혹된 상대를 테러로 이끌고, 그 상대의 가장 아끼는 것을 제거함으로써 더 이상 존재의 이유를 말살시키고 그러한 모든 걸 아울러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목숨을 바치게 만드는 악랄한 수법을 통해 인간의 영혼을 갈취하는 살인마 킬리언 퀸. 그런 퀸에게서 도망친 라이저를 처형하기 위해 그가 직접 찾아왔다.

과연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이 시리즈 기대된다.

촘촘하게 엮인 인과관계들과 보이지 않는 "적"으로 인해 이야기가 점점 더 흥미로워질 거 같기 때문이다.

경찰 조직 내의 "적"인지 국가 정부 내의 "적"인지 알 수 없는 적은 때론 아군이 되었다가 때론 적군으로 돌아서기에 도통 정체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오키쓰는 이미 "적"의 정체를 희미하게나마 윤곽을 잡고 있는 거 같다. 단순한 경찰 소설일 줄 알았는데 더 깊은 무언가를 담고 있다.

 

자폭조항은 기갑병장에 숨겨진 비밀과 그에 탑승할 수 있는 사람이 왜 용병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본 특수부대의 비밀 병기를 일본 경찰이 아닌 용병이 담당해야 하는 이유.

 

 

고작 5년 때문에. 5년 뒤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일반화될 기술인데. 5년의 우위를 위해서 사람 목숨을 버리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미도리는 군사 세계에서 통용되는 그 논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작가는 자폭조항을 통해서 겉돌고 있는 특수부 내의 인물들이 좀 더 서로를 알아가게 되고, 각자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드러나면서 전우애를 느끼게 되는 틈을 주어 경찰 조직 내의 왕따 집단인 특수부대원들 간에 신뢰를 쌓아가는 단계를 마련한 거 같다.

 

내부의 "적"을 어디까지 추적할 수 있을까?

전작의 기룡경찰을 찾아 읽어야겠다.

일본 소설에 맛 들이게 만든 자폭조항.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자폭조항.

모처럼 기다림이 즐거울 거 같은 새로운 시리즈를 알게 되어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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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디즈니의 악당들 4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주정자 옮김 / 라곰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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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몇 년 전 동명의 영화를 안젤리나 졸리 주연으로 보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디즈니 만화의 악역에 이름이 있었다는 걸 몰랐다.

그저 배경으로 마녀라는 이름으로 존재했을 뿐이다. 나에겐.

말레피센트가 가장 강력한 마녀이며,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연관된 그 마녀라는 사실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된 뒤로

이 디즈니 악당들에 대한 관심도가 생겼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제작되기를 바랐었다.

라곰 출판사에서 디즈니 시리즈 악당 편이 나오고 말레피센트는 4번째 시리즈다.

전 시리즈를 안 읽어도 개별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모든 시리즈의 인물들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 거 같다.

마치 미드 원스 어폰 어 타임처럼.

그 이야기에도 책이 한 권 나오고, 그 미완성의 책에 쓰이는 이야기에 따라 디즈니 캐릭터들의 운명이 바뀌기도 했다.

악당들 저마다의 사연을 보고 있노라면 악당으로 태어난 자들은 없다.

악당으로 만들어졌을 뿐.

그것도 사소한 오해와 불신으로...

말레피센트에도 드라마와 같은 책이 존재한다.

미래를 보여주는 책.

말레피센트는 영화와는 다른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래서 영화를 소설로 엮은 것이라 믿었던 내 예상은 빗나갔다.

요정의 아이로 태어났으나 다른 생김새 때문에 요정들로 부터 배척받는 말레피센트.

죽도록 버려진 아이를 거둬들인 건 요정들의 유모.

웃기다.

착한 요정의 타이틀을 가진 요정들이 자신들과 조금 다르다고 말레피센트를 왕따시키고, 못마땅해하고, 사라지길 원한다는 게.

그런 마음으로 어떻게 착한 요정짓을 할 수 있을까?

말레피센트는 자신이 다른 학생들보다 더 똑똑한데도 교사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교사들은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애정이나 보살핌을 말레피센트에게는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

요정 왕국은 유모와 요정 대모가 다스리는데 두 요정은 자매지간이다.

유모는 요정이면서 마녀의 핏줄을 지녔다.

그래서 요정 대모와 묘한 대칭을 이룬다.

유모는 말레피센트를 딸처럼 키우지만 요정학교에서 그녀를 배척하는 걸 막지는 못한다.

결국 착한 요정 시험날 말레피센트는 가장 아끼던 까마귀들이 위험에 처한 걸 알게되고 그녀의 분노가 그녀를 변신 시킨다.

그 날 말레피센트는 초록용으로 변신하고 요정나라를 불태웠다.

그 일로 말레피센트는 모든 요정의 적이 되었고, 가장 강력한 마녀로 거듭났다.

그리고 말레피센트는 오로라 공주의 탄생 기념일에 초대받지 못하고 그 이유로 그녀는 오로라 공주에게 저주를 내린다.

오로라 공주가 16살이 되는 날 물렛가락에 찔려 죽을 거라는 저주는 착한 요정들에 의해 잠에 빠지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그 착한 요정들은 요정학교에서 말레피센트를 골탕 먹이던 요정들이었다.

동화.

아름다운 이야기도 그 이면을 들추면 추악한 면이 나온다.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

다른 것을 나쁜 것으로 규정짓는 것.

누군가에겐 착한 요정이지만 누군가에겐 사악한 요정이 될 수 있다는 것.

말레피센트와 오로라의 관계가 드러나며 이야기의 끝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했을 뿐이었는데...

꼬임에 빠져 무엇을 잃는지도 모르고 행해진 마법.

마법엔 응당 그에 해당하는 대가가 따른다는 걸 알게 된 이야기.

왜 어린 여자들은 목숨을 구하려면 남자가 필요하죠?

왜 공주는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해 직접 사울 수 없냐고요.

왜 저주를 직접 풀지 못하냐고요?

왜 그런 일에는 왕자가 필요하죠?

 

 

말레피센트의 이 말에는 디즈니의 반성이 엿보인달까?

디즈니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많은 여자아이들을 연약하고, 왕자를 꿈꾸고, 스스로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항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연약함으로 그려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자란 여자아이들은 은연중 스스로 자신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세상이 바뀌고 시대의 흐름에 부흥하고자 공주 대신 악당을들 이야기함으로써 그 안에 그동안의 반성의 기미를 써넣은 거 같다.

사실 꽤 괜찮은 접근법이었는데 읽는데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끊어지는 문장들 때문에 책을 읽는 데 거슬림이 있었다.

그것이 원작의 문제인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 인지 잘 모르겠지만, 문장들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게 아니라 토막토막 잘리는 느낌 때문에 감정이 이어지지 않아서 답답했다.

게다가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의 변화무쌍함도 이야기를 읽어가는 데 방해가 되었다.

가장 멋진 반전과

가장 멋진 이야기 소재가 될 수 있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쨌든

이 방대한 프로젝트는 디즈니 캐릭터들이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아니라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원대한 포부로 이어지는 거 같다.

가장 강력한 마녀 말레피센트.

태어나면서부터 버려진 아이를 사랑으로 감싼 유모

그 유모의 품에서 자신을 잃지 않았던 말레피센트는 가장 사랑하는 것을 잃음으로 괴물이 되었고

가장 사랑하는 것을 얻음으로써 모든 걸 잃었다.

어쩜 디즈니 악당들 중에서 가장 외롭고, 애틋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영화와는 다른 이야기로 그녀의 아픔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

괴물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괴물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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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시간 하늘콩 그림책 시리즈 7
이자벨 심레르 지음, 박혜정 옮김 / 하늘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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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콩 출판사 포스팅 볼 때부터 눈독 들이던 그림책이다.

처음 보았을 때 색감도 좋지만 그림 디테일이 빼어나 몽환적인 느낌 때문에 신비로워 보였다.

 

 

 

 

 

 

 

 

 

다양한 푸른색

그 다양함에 붙여진 푸름의 이름들.

이렇게 많은 푸른색이 존재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저 사진에 나열된 푸른색들이 모두 쓰여서 이 그림들이 완성되었을 거 같다.

 

 

 

 

 

 

 

 

 

낮과 밤사이, 지나가는 시간에....

바로 푸른 시간이 있습니다.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그 어스름 시간을 그림으로 표현한 푸른 시간.

푸른 시간의 느낌을 그림과 짤막한 글귀로 담아낸 이자벨 심레르의 창작동화이다.

 

푸른색의 다양함과

그 푸른빛을 간직한 동물들의 자태가 아름답다.

사실 출판사 포스팅에서 그림들을 봤을 때 그 색감과 아름다운 화면에 저절로 정신을 쏙 빼앗기고 말았는데 책에선 그 화질에서 느꼈던 색감이 조금 톤 다운되어 보인다.

그것이 종이책의 매력이자 단점이겠지만...

화보처럼 나오길 기대하는 건 무리일 것이다.

 

새 책에서 나는 종이 냄새와 그림 속의 푸른색이 어우러져서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푸른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 든다.

어스름 푸른빛에 잠긴 세상

그리고 그 세상 속에 파묻힌 생명체들의 모습들...

 

이렇게 자세하게 새들을 관찰해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푸른빛을 감싸고도는 다양한 색감들로 표현된 새들의 모습이 한층 더 깊고 아름다워 보인다.

 

내가 젤 무서워하는 뱀조차도 푸른빛이 감도는 자태가 신비로워서 그림이지만 쓰다듬어 보기도 했다.

무섭게 그려지지 않아서 더 아름다워 보였는지도 모르지만

이름 모를 동물들의 자태가 신비롭다.

 

 

요즘

그림책을 들여다보며 멍 때리는 시간이 좋다

그림 속에 들어갈 순 없지만

머릿속에 그림을 담고

그 안에서 내 맘대로 돌아다니는 공상이

나를 위한 휴식이다.

 

그래서 나름 그림책을 찾아보는 중인데 아이들 그림책들은 많아도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은 많지 않은데

하늘 콩에서 나온 이자벨 심레르의 푸른 시간은 남녀노소 관계없이 누구나 그 신비로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다.

 

낮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노을이 져가는 그 어스름 저녁 빛

그 빛들에 물든 자연과 동물들

작가는 어쩜 이렇게 꼼꼼하게 잘 잡아내었을까?

그런 아름다운 풍경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과

그림으로 표현되는 것은 조금 다르다.

몇 페이지의 구구절절한 글보다는 깔끔한 하나의 문장이 심금을 울리는 것처럼

그 하나의 문장보다 더 많은 걸 담아내는 것이 그림이라는 걸 조금씩 깨달아 가는 중이다.

 

그 어떤 표현보다

이 그림책 한 권이 어스름 저녁을 설명하는데 완벽할 거 같다.

섬세한 필치로 그려진 그림들을 손으로 쓰다듬어 본다.

마치 그렇게 하면 작가의 기분을 같이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서...

 

 

참 아름다운 책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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