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선 옮김 / 에이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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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은 그렇게 결정된 대로만 나아가는 걸까?

 

빵을 잘 굽는 소녀 캐서린 핑거튼.

장차 자신만의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하트 왕국에서 제일 가는 제빵사가 되는 게 소원인 캐서린.

그녀는 하녀이자 친구인 메리 앤과 미래를 꿈꾸며 그날 저녁 무도회에서 왕의 디저트로 바칠 레몬 타르트를 만든다.

밤사이 꿈속에서 그녀의 침대 기둥으로부터 자라난 나무에서 딴 레몬으로 만든 타르트.

그녀가 분명 하트 왕국의 제일 가는 제빵사라는 걸 그 누구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그녀의 부모조차도...

 

 

하지만 운명은 그녀가 제빵사가 되기보다는 여왕이 되기를 갈망했다.

그것도 아주 차갑고 살벌한 여왕이 되기를...

 

 

마리사 마이어의 신간 하트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로 주인공 앨리스가 아닌 하트의 여왕을 주인공으로 한 특별한 이야기다.

마리사 마이어는 루나크로니클 시리즈로 주목받은 작가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릴 적 동화 속 주인공을 새롭게 해석한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하트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하트의 여왕이 여왕이 되기 전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낸 이야기다.

꿈 많고 다정했던 소녀가 왜 그렇게 못되고 차가운 여왕이 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운명이란 예측하기도 어렵지만 거부하기도 어렵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참으로 기묘했다. 비밀로 해야 한다는 이 본능적 충동은 어째서일까. 캐스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메리 앤에게 뭔가를 숨긴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 장미는 마치 속삭임처럼, 사람들로 붐비는 방 건너편에서 말없이 쳐다보는 시선처럼 느껴졌다. 뭔가 소중하고, 뭔가 혼자서만 알아야 할 것 같고, 현실주의자인 메리 앤이 이해해주지 않을 거라고 여겨지는 것.



운명은 캐스를 하트의 여왕으로 만들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었고, 그녀의 심장을 조이기 위한 특별 장치도 남겨두었다.

왕이 주최한 무도회 날 캐스는 왕의 청혼을 피하려 도망치다 왕의 어릿광대 제스트를 만난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반하게 된다.

제스트는 캐스의 꿈속에 나타난 사람이었고, 캐스는 그것을 운명으로 여겼다.

제스트와 캐스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그날 하트의 왕국은 제버워크의 등장으로 위기에 빠진다.

 

캐스는 메리 앤과 오랫동안 꿈꿔왔던 빵집을 열게 될까?

아니면 하트의 여왕이 되어 왕국을 공포로 다스릴까?

아니면 제스트와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될까?

그리고 하트의 왕국은 전설 속 괴물 제버워크의 공격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나게 될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어릴 때 그림책으로만 읽고, 어른이 되어서는 영화로만 보았다.

그래서 영화 속 하트의 여왕이 각인되어 이 하트리스의 이야기가 처음엔 잘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정신없는 거 같고, 마법과 비현실이 가득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초반부의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을 인내하다 보면 이 이야기의 참맛으로 이끌려간다.

전설 속의 동물인 제버워크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공격하지만 무능한 왕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캐스는 왕의 청혼을 물리치고 어떻게 하면 베이커리를 열지 고심하며 어느새 맘속에 자리 잡은 제스트와의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집요하게 그녀에게 왕의 청혼을 받아들이길 권하고, 제스트 역시 그녀에게 여왕이 되기를 은근히 권한다.

 

 

저는 당신의 심장을 훔치려고 여기 왔어요.



 

캐스를 사랑하게 된 제스트는 자신의 신분과 임무를 고백한다.

체스국의 록이었던 제스트는 흰 여왕의 명령으로 하트여왕의 심장을 훔치려고 이곳에 보내진 첩자였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임무는 성공시켰다. 캐스의 마음을 얻었으니.

 

 

 

뭔가를 훔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꺼이 내어주게 만드는 거죠.




맞는 말이지만 그만큼 잔인한 말이기도 하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만나서 사랑하게 되었다.

아무도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지도, 축복하지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하는 세상에서.

 

캐스는 용감히 자신의 운명을 거역한다.

왕의 청혼에 대답하는 대신 제스트를 따라 하트왕국을 떠날 결심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울 반대편으로 가야 했다.

거울 반대편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건 어떤 일들일까?

 

 

 

캐스는 거울 속 여자를 응시했다. 여자는 웃음이라는 표정이 애초부터 없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거울 속 여자의 입꼬리가 살며시 위로 올라갔다. 차가운 눈과 대비되어 그 웃음은 광기마저 띠었다.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녹아있는 하트리스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표현들과 상황들 인물들이 나온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의 한참 이전의 상황인 이 이야기가 그들의 모티브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만큼 작가는 묻혀있지만 독특했던 캐릭터를 잘 살려내어 멋진 캐릭터로 완성 시켰다.

그리고 또 하나의 동화를 탄생시켰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택하는 용기를 보였지만 결국 운명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캐스

금이 간 심장을 내어주고 자신이 원하던 복수를 했던 하트의 여왕



 

"저자의 목을 쳐라!"




그녀가 습관처럼 내뱉는 이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그것의 슬픔도 알게 될 것이다.

저 말을 내뱉을 때마다 사라진 그녀의 심장에 잘게 잘게 금이 가고 조각조각 찢겨 나가는 아픔이 있다는 것을.

텅 빈 공간에 채워진 "저자의 목을 쳐라." 는 캐스가 사라지고 남은 하트의 여왕이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떠올리는 유일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모든 것을 잃고

원하지 않은 모든 것을 얻은

하트의 여왕.

 

살인자, 순교자, 군주, 미치광이.

 

동화 속

예언은

언제나

이루어졌다.

행복하게.

 

하트리스의

예언도

이루어졌다.

잔혹하게.

 

어른들의 동화는 행복 이면의 잔혹함을 알아가야 하는 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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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클리어 지음, 이한이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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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거의 안 읽는 나에게 도전하고 싶은 책이 왔다.

제목은 익히 들어 본 특별함 없는 거지만 저자의 이력에 마음이 갔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런 충고들로 이루어진 게 아니어서 좋다.

 

 

이제 1만 시간의 법칙은 집어치워라!

차이는 시간이 아니라 횟수에서 만들어진다!

 

 

하루하루 작은 습관을 들이는 이야기다.

어려운 게 아닌

나를 바꿀 수 있는

아주 작고 사소한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

그 습관이 이자가 붙어서 돌아왔을 때 달라져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습관.

나쁜 습관은 내가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내 몸에 착~ 달라붙는다.

반대로 좋은 습관은 노력해도 잘 몸에 붙지 않는다.

 

그게 다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 차이를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자기계발서인데 에세이처럼 읽힌다.

저자의 시련과 적절한 예들이 책을 지겹지 않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모처럼 끄덕끄덕하며 읽었다.

 

 

 

타고난 재능으로 야구선수가 된 저자는 훈련 중 부러진 방망이가 얼굴로 날아들어 중상을 입는다.

회복은 했지만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깨달은 저자는 좌절 대신 사소하게 보이는 일들을 습관으로 만들어 자신을 채워간다.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 2군 생활을 하면서 그는 자신의 주변을 깨끗하게 정돈하는 습관을 들인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정갈함이 많은 걸 달라지게 한다는 걸 그는 깨닫는다.

 

 

지극히 작은 발전은 시간이 흐르면 믿지 못할 만큼 큰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

 

습관은 복리로 작용한다.

 

습관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얻고 싶은 결과가 아니라 되고 싶은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습관을 유지하려면 즉각적으로 성공했다는 느낌이 필요하다.

 

 

 

책 편집이 참 잘 되었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방법과 나쁜 습관을 버리는 구체적인 방법을 쉽게 정리해주고 매 단락마다 요약을 해두어 다시 한번 읽은 내용을 정리할 수 있어 유용하다.

 

습관은 복리로 작용한다.

이 문장은 뇌리에 박혀서 지워지지 않을 거 같다.

 

습관은 시간이 아니라 반복에 의해서 완성된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습관엔 덜 적용되는 모양이다.

 

운동을 예로 들자면

헬스 끊어놓고 하루 이틀 가고 나면 차일피일 미루다 안 가고 만다.

그런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방법을 제시한다.

 

일단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에 간다.

딱 5분만 있다가 나온다.

이걸 며칠 계속하면서 헬스장에 가는 습관을 일단 들여놓는다.

 

운동을 하고 안 하고는 둘째다.

일단 헬스장에 가기까지의 습관이 우선이다.

내게 정말 절실하게 와닿는 얘기다.

그동안 버린 돈만 모았어도 세계문학전집을 몇 질 사고도 남았을 것이다.

 

 

자기계발서라 쓰고 에세이라 읽는다.

판형도 시원하고

저자가 글도 맛깔나게 써서 지루할 틈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나쁜 습관들과 결별하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것만으로 내게는 값진 시간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오늘부터 시작한 나의 습관은.

물 마시기.

물병에 물을 채워 집안 곳곳에 두고

눈에 띌 때마다 물을 한 모금이라도 마시는 거다.

물 마시기가 습관이 되어 하루 8잔의 물을 매일 마시는 것이 나의 목표다.

지켜지기를!!!

 

 

한 번쯤 읽어보고 습관을 점검하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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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불꽃
사바 타히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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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헝거게임 + 왕좌의 게임+ 해리포터 + 로미오와 줄리엣

 

 

 

이렇게 거창한 리뷰평은 본적이 없다.
저 모든 이야기가 포함된것이 존재한단 말인가!



판타지에 목말랐고
좋아하던 시리즈들이 끝나고
하나는 언제 나올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비슷한 이야기겠거니 생각하며 읽었다.



라이아.
스칼라출신 소녀다.
어느날 마스크의 습격으로 조부모가 죽고 하나 남은 혈육인 오빠 다린이 끌려간다.
다린덕에 도망친 라이아는 저항군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저항군 지도자는 라이아를 사지로 보낸다.
마스크 총사령관의 몸종이되어 기밀을 빼내오면 다린을 구해주겠다는게 저항군의 조건이다.

들어가는 족족 죽어서 나온다는 총사령관의 몸종노릇을 나약하고 겁많은 라이아가 과연 해낼수 있을까?



일라이어스.
마셜제국의 군사학교 블랙클리프 졸업을 앞두고 탈영을 준비하는 그는 총사령관의 사생아이자 베투리우스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로 실력이 출중한 최상위 학생이다.
자유의 몸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일라이어스 앞에 복점관이 나타난다.
그들은 500년을 살았고, 죽지 않는다.
미래를 예견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복점관 케인은 일라이어스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준다.



내일, 너는 선택을 해야 한다. 달아날 것인가, 남아서 네 임무를 수행할 것인가. 운명으로부터 달아날 것인가, 당당하게 마주할 것인가.



라이아와 일라이어스 두 시점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빠르고, 스릴있고, 반전으로 채워져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맡은바 임무를 다 하고
사건이 끝없이 진행되며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고
왕위 쟁탈전과 저항군의 활약과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위한 반역이 도사리고
황제가 되기위한 트라이얼은 생존게임과 같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시리즈로 이어진다!

각종 매체들의 리뷰는 과장이 아니었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읽고 나서 새삼 이 이야기의 스케일에 놀라게 된다.

작가의 창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었다.

왕좌의 게임이 아주 오래전 있었을 것만 같은 세계를 그렸다면

재의 불꽃은 미래에 존재할 거 같은 미지의 세계를 그려내었다.



새로운 판타지시리즈의 탄생이다.
기다릴것이 생겨서 기쁘다.

파라마운트사가 영화로 제작한다니
이 모든걸 실제 눈으로 지켜볼 수 있어서 기대가 크다.

판타지와 스릴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추!

책과 영화로 기다릴 시리즈가 있다는것은
나의 소소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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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 내리는 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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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쿠니 가오리.

도쿄타워 이후로 두 번째 읽는 그녀의 작품.

별사탕 내리는 밤.

도쿄타워의 농도가 더 짙어진 이야기라 할까.

아르헨티나 이민자 2세인 카리나와 미카엘라.

두 자매는 어릴 때 모든 걸 함께 했고, 모든 걸 공유하기로 했다.

남자마저.

그런 기행은 계속되었고, 그것은 두 사람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무언가였다.

남자는 다 그래.

남자에 의지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이유가 되어갔다.

카리나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은 남자가 생기기 전까진.

카리나는 사와코로 다쓰야와 결혼하여 일본에서 살고

미카엘라는 말도 없이 사라졌다 아르헨티나로 와서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딸을 낳아 키우며 살아간다.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들은 서로의 안부를 사와코는 손편지로 미카엘라는 이메일로 이어간다.

그리고 어느 날 사와코는 일본에서의 모든 걸 버리고 아르헨티나로 돌아온다.

다른 남자와.

왜 하필 아르헨티나와 일본을 넘나드는 걸까?

이방인으로 자랐기에 그런 짓들이 용납된다는 뜻일까?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멘탈이 있는 곳은 지구인가 지구가 아닌 안드로메다인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되묻고 싶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 읽을수록 알 수 없었으니까.

참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인데

참 아름답게 읽힌다.

그게 에쿠니 가오리의 이야기를 읽게 하는 힘이지.

갈등의 접점에서 다음 장면으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그래서 아무도 화를 내지도 따지지도 캐묻지도 치를 떨지도 않는다.

그녀들의 부모들 마저 그러려니 한다.

그러니 읽는 이들도 그러려니 하게 마련이다.

 

 

문득 사와코는 다쓰야와 함께한 나날을 - 아니, 이 나라에서의 기억 모두를-자신이 이미 과거로서 아쉬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났을 때처럼.

 

 

 

미카엘라의 딸 아젤렌은 그녀의 상사 파쿤도와 불륜에 빠져있다.

아버지뻘 이상인 파쿤도에게 절절한 사랑을 느끼는 아젤렌은 부성애의 결핍을 채우는 것일까?

별사탕 내리는 밤.

 

 

별사탕을 묻으면 그게 일본 밤하늘에 흩어져서 별이 된다고 상상했어. 여기서 보는 별은 이를테면 일본에 사는 누군가가 어쩌면 우리 같은 아이가 일본 땅에 묻은 별사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것은 사랑인가. 사랑이 아닌가.

이것은 불륜인가. 불륜이 아닌가.

이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인가.

어쩜

현실은 소설 속 이야기보다 더하다고 하니까

어딘가 비현실 속 같은 현실의 현장을 가져온 것일지도 모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울분 없이 읽게 하는 힘

이것이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세상은 아름답지 않은 일들로 가득하지만

어딘가에선 그조차도 아름답게 표현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라면

가오리야말로 그런 일에 제격인 작가일지 모른다.

불륜인데 불륜이라 말하기 어렵게.

사랑이 아닌 거 같은데 사랑일 거 같은 느낌을 가지게.

이해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해가 될 것처럼 아리송하게.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감정선들이 꽤 이성적으로 비치기에.

넘나들 수 없는 선을 넘나들기에.

저마다의 생각들이 저마다를 변명하기에.

딱!

선을 그어 말할 수 없는 이야기.

별사탕 내리는 밤.

그들 모두에겐 밤하늘의 별이

별사탕처럼 깨지기 쉽고 달콤하기에

그리고 어딘가에 섞여서 간혹가다 씹힐 때 느껴지는 달콤함 때문에

그래서 멈추지 못하고 계속 찾게 되는

손 닿지 않은 별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별사탕으로 만들어서 "맛"을 본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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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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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이란

                   
모든 형사 피의자는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로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유죄 판결 받지 않을 권리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결정적 증거가 없이는 유죄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뜻이다.

 

스릴러나 법정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보는 나에겐 검사나 변호사가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의 이야기는 매우 익숙하다.

하지만 이 합리적 의심의 이야기는 판사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판사란 이름이 가지는 느낌은 굉장히 귄위적이고, 힘이 있으며 베일에 싸여 드러나지 않는 게 많고, 신비주의적인 직업으로서 상당한 권력을 누리는 집단이라는 게 내가 가진 판사에 대한 이미지였다. 그동안은.

 

 

인사이동 후 부장판사가 된 주인공과 배석판사 두 명이 사건을 배정받는데 그 사건은 세간을 시끄럽게 한 "젤리 살인사건" 이었다.

 

연인인 남녀가 모텔에 체크인한다. 얼마 후 여자는 맨발로 프런트에 달려와 남자친구가 젤리를 먹고 질식한 거 같다고 말한다. 남자는 죽고, 여자에게는 거액의 보험금이 지급되었다.

경찰은 계획적인 보험 살인사건으로 보고 사형을 구형한다.

 

한 명의 부장판사와 두 명의 배석판사는 합의의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에 세 명의 의견을 모아 선고를 한다.

과연 젤리 살인사건을 두고 세 명의 판사는 어떤 합의를 이루게 될까?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인 낙지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약간의 설정을 변경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낙지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뉴스를 보면서 나는 조금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살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자가 범인이라는 것을.

그러나 판결은 내가 생각한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꽤 흥분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판사들이 미쳤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이 나라에 어떤 정의 같은 건 없다고 느꼈다.

하긴 그런 판결문을 한 두건 본 게 아니니 최근 들어 판사들의 판결에 전에 없이 흥분했던 적이 많았더랬다.

그 이야기를 소설로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그건 아마도 판사가 주인공이고 전혀 알 수 없었던 금기(?)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맛도 있었지만, 정말 간결하면서 무심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와 재판 과정의 모습이 판사 입장에서 그려졌기에 그것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저 사건의 순서를 따라가 재판 과정을 엮은 거라 단정 지었던 이야기는 중반에 들어서면서 반전에 반전에 반전에 반정을 담고 있었다.

 

박수를 치고 싶은 첫 번째 반전.

울분을 토하게 하는 두 번째 반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겠는 반전.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렇게 변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하는 반전.

이 이야기에 이런 반전들이 깨알같이 담겨있으리라고 짐작도 못한 게 사실이다.

 

 

판결은 다르다. 잘못하면 모두가 손해를 본다. 진범을 놓치고 무고한 이의 인생을 망가뜨린다. 되돌리기 어려운 파탄을 초래한다. 나쁜 놈 이야기를 듣고 나쁜 놈이라 욕하는 건 쉽지만, 내가 만들어내는 이 종이 몇 장이 갖는 무게를 의식한다면 마음에 의심을 매단 채 함부로 무기징역! 사형! 외칠 수는 없는 일이다.

 

무죄판결을 받은 범인을 풀려나고, 그 사건은 그렇게 잊히는 듯했다.

피해자의 누나를 거리에서 마주치기 전까지는.

 

내내 찜찜했던 마음에 피해자 가족의 모습이 보였던 게 문제였다.

죄 있는 자가 무사히 법망을 빠져나가게 둔 것이 못내 가슴에 남았던 것도 문제였다.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었던 건 인지상정이었지만 그것이 그의 발목을 잡을 줄은 미쳐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재판이란 건 말야. 시늉이야, 시늉."                   

 

"법정이란 말야, 정의 그 자체보다 정의가 행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게 중요한 곳이거든."

 

"법으로 구제를 받거나 보상받는다는 건 환상이야. 무조건 선빵 날리는 놈이 이득이야. 당하는 사람만 바보 되는 거지."                   

 

 

"판사들이 너무 좀팽이야.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심한 인간들 박박 긁어모은 데가 법원이거든."

 

피해자의 누나를 사적으로 만난 걸 풀려난 범인에게 들키고 그 이유로 부장판사는 범인에게 협박을 받는다.

자신에게 불리한 일을 꾸미고 있다면 피해자 가족과 사적으로 만난 사진으로 판사 생활을 끝장내겠다는 협박과 함께 피해 보상금 5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다.

나는 당연하게 판사니까 이까짓 협박쯤이야 간단하게 물리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판사도 사람인지라 협박에 가슴 졸이고, 밤잠 설치고, 혼자 끙끙 앓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일관한다.

답답했다.

오로지 법 테두리 안에서만 이해하고, 해석하고, 판단하는 외로운 섬 같은 판사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으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그에 대처하는 바가 일반인과 다를 거라 생각했던 탓이었다.

판사도 그냥 보통 사람인데 말이다.

어쩜 판사라는 직업 때문에 더욱더 자신의 처지를 알리는 게 힘들고, 명예를 잃는 게 어떤 건지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은 상처를 받을 거라는 걸 염두에 두지 않았더랬다.

 

이야기의 끝을 보고 나서 누군가는 정의를 구현했다는 생각에 가뿐하게 내려놓았다.

그렇게 좀 지난 시간부터 이야기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점점 증폭되어갔다.

합리적 의심에 대한 의심부터 시작해서 판사들의 판결에 대해서, 이 이야기의 결말에 대해서 온갖 상념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결론은.

 

나는 의심은 알겠지만

합리적 의심은 정말로 알고 싶지 않다.

머리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절대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게 합리적 의심이란 말이지!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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