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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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계속 무표정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크게 안도했다. 그러니까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라도 뭔가 숨기고 있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라도 버넘 숲을 속이고 있었다. 그건 쓸모 있지.



뉴질랜드 배경의 영미소설은 낯선 단어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생소한 삶도.

그곳에 난입(?) 한 미국인 억만장자는 비현실적이다.

표지의 저 손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산사태로 도로가 묻힌 코로와이 고개.

그곳엔 기사 작위를 받게 되는 손다이크의 주인 오언 다비시의 집에 있다.

그곳을 사려하는 미국인 억만장자 르모인.

그리고 그곳에 게릴라 가드닝을 꾸미려는 <버넘 숲>의 미라.



언제부터 버넘 숲이 사업체였죠?



버려진 땅에 작물을 가꿔서 그곳에서 나는 작물로 자급자족을 꿈꾸는 <버넘 숲>

이 비영리 단체를 자신의 은폐물로 써먹을 궁리를 하는 미국인 억만장자.

기사 작위에 취해서 전혀 관심도 없었던 자연보호에 살짝 다리를 걸쳐 놓은 다비시는 극비리에 손다이크를 르모인에게 팔아버릴 생각을 한다.

각자 다른 생각으로 손다이크에 모인 이들.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몰랐지만 속 시원한 반전이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책장이 자꾸만 얇아지는데 이야기는 절정을 달리고 있어서 정말 간이 콩알만해졌는데...





그렇게 생각해요? 그 사람은 문자 그대로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것의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에요.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버넘 숲 회원들은 어떤 꿍꿍이가 있는지도 모른 채 손다이크로 간다.

<버넘 숲>이 인정받는 단계가 될 거라 믿는 사람들의 순진한 마음을 이용하는 건 언제나 가진 자들이다.

얼마나 많은 카르텔들이 눈속임으로 자신들의 뱃속을 채웠을까?

미국의 억만장자는 뉴질랜드쯤은 나라라고 생각도 안 하는 느낌.

수많은 불법을 저지르고 남의 재산을 몰래 빼돌려도 결코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 자들.

이야기를 읽으며 르모인때문에 혈압이 오른다.

아마도 지금 우리 상황 때문에 더 거슬리는 거 같다.


텃밭에서는 진실이 올바름의 형태를 취하지 않았고, 옳음의 반대가 틀림도 아니었다.



가진 자들이 공공의 이익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익만 고려하면 손다이크처럼 희토류를 깔고 앉아 있어도 도둑놈을 들여 다 퍼가게 놔두는 것이다.

우리의 제주가 그렇듯이...

21세기에도 남의 자원을 버젓이 빼돌리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비영리단체에도 영리가 개입하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게 된다는 것도

어떤 쐐한 느낌이 있다면 절대 가지 말아야 하지만 자신의 이익에 초점이 맞춰지는 바람에 무시했던 그들은 그렇게 골로갈 뿐이다.

서로 다른 계층은 계급이 없는 이 시대에도 계급을 이룬다.

<버넘 숲>은 우리나라 대왕 고래 시추 프로젝트를 보는 거 같다.

유령회사가 작성한 보고서를 믿고 수천억을 쏟아붓는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정부.

르모인은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의뢰를 받고 자원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다 희토류를 발견한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쏙 빼고 전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보고서를 보내고 도둑질을 한다.

우리나라 대왕 고래 시추 프로젝트는 없는 석유를 있다고 말하고 그걸 확인한다고 시추 작업을 하면서 빼돌린 돈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 길이 없다.



그들이 저지른 짓은 무단 침입 그 이상이었다.



그들 모두 무단 침입을 정당화했다.

어쩜 우리는 진실을 외면하는데 길들여졌는지 모르겠다.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처럼 보였던 토니만이 진실을 외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아무도

진실은

듣지 않는 세상에...

엘리너 캐턴.

참 묘한 작가다.

사회 공분을 살 만한 이야기를 마지막에 스릴러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끝은 정말이지 그렇게 열어버린다고?

스티븐 킹과 버락 오바마가 왜 추천했는지 알 거 같다.

경악스러운 결말로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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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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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스라엘인들' 은 시온주의를 내세워 도둑질을 하면서도 양심을 깨끗이 유지하고 싶어 해.


샤일록하면 문학사에서 가장 비열하고 잔인한 유대인으로 회자되는 캐릭터죠.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에서 고리대금업자로 빌려준 돈을 갚지 못한 주인공에게 1파운드의 살을 베어내기로 합니다.

이로써 유대인의 악명 높은 고리대금과 비인간적인 모습은 서양사에서 유대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샤일록 작전>은 그래서 뭔가 의미심장합니다.

유대인의 존경심을 받는 인물이 아닌 유대인의 악명을 드높인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이야기엔 맹목적인 애국보다는 유대인인 작가가 생각하는 유대인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며 읽었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생각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필립 로스라는 이름을 사칭해서 자신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가는 설정으로 한 사람 안에 깃든 두 가지 마음을 대변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금의 우리 사회에 비추어 <샤일록 작전>에서 필립 로스가 느끼는 감정도 이중적이지 않나 싶어요.

보수와 진보로 나뉘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디아스포리즘과 시온주의로 나뉘는 이스라엘의 문제가 다른 듯 같게 느껴집니다.

같은 국민이지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다르지 않네요.

게다가 필립 로스 자신은 미국계 유대인이고 자칭 필립 로스라고 하는 자 역시 미국계 유대인입니다.

자신과 분리하기 위해 필립 로스는 자신을 사칭하는 자를 모이셰 피픽이라 부릅니다.


점잖은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모두 소중히 지키던 유대인의 가치관이 썩어버린 모습...



외국에 살면서 자국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복잡한 마음이 깃들게 마련입니다.

팔레스타인들을 그들의 영토에서 내치면서 분쟁을 키워오는 이스라엘의 행동이 그들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그런 감정을 필립 로스는 대학 친구 조지의 입장에서 마구 퍼부어대죠.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들 간의 분열.

이 모든 것을 이야기로 풀어내기에 많은 제약이 있었던 필립 로스는 할시온이라는 수면제를 복용함으로써 제정신이 아니었던 이야기를 먼저 풀어냅니다. 그로 인해 이스라엘에서 자신의 행세를 하는 필립 로스에 대한 독자들의 상상력을 키워버리죠.

저도 읽는 내내 저 피픽은 분명 상상 속 인물이라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피픽은 미국에서 사설탐정으로 개인 경호원까지 하던 중 케네디 대통령이 피픽을 필립 로스로 착각하는 실수(?)로 인해 가짜 필립 로스로 행세하려는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나치로 인해 학살을 당했던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에서 그 보복을 합니다.

그것이 옳은 일인가?

이 의문이 필립 로스를 괴롭혔던 거 같습니다.

왜 안 그러겠어요..

떠돌이 유대인이 한곳에 정착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우면서도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와닿지 않습니다. 그곳은 지켜내야 할 것들이 있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타국에서 그런 모습을 보게 되는 지식인의 입장에서는 동조하기 쉽지 않겠죠.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우리들이 무슨 짓을 한 거지? 우리의 위대한 경험이 우리를 바꿔놓았나?"



필립 로스는 자신을 사칭하는 자를 찾아 이스라엘로 향합니다. 그곳은 지금 전범인 데미야뉴크의 재판이 벌어지고 있죠. 필립은 거기서 자신을 피픽으로 착각한 은퇴한 보석상으로 부터 거금을 후원받습니다.

피픽과의 언쟁으로 열받아있던 필립은 말없이 그것을 받지만 그날 조지와 함께 아랍인들의 재판에 다녀오는 길에 이스라엘 군인들의 기습을 받아 몸수색을 당하면서 거금을 잃어버리죠. 호텔로 돌아온 필립은 이미 피픽이 자신의 방에 먼저 와 있는 걸 발견합니다. 필립을 본 피픽은 스마일스버거에게 받은 돈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필립 로스는 피픽을 쫓아내고서 다음 날 일찍 이스라엘을 떠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새벽에 찾아온 피픽의 애인 징크스양은 피픽이 데미야뉴크의 아들을 납치할 계획이라고 그를 말려달라고 필립에게 애원합니다. 필립은 그녀의 애원을 뿌리치고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스마일스버거의 100만 달러짜리 수표.

레흐 바웬사의 육각별.

리언 클링호퍼의 여행 일기.



유대인에 대한 신랄한 평가가 담긴 <샤일록 작전>

읽으면서 이 복잡한 민족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알게 되었네요.

그것을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순 없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건 실제 있었던 일을 쓴 글이 아니야. 당신은 실제 있었던 일에 대해 조금도 모르기 때문이오. 당신은 객관적인 현실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소. 그 의미를 완전히 놓치고 있어.



필립 로스는 자신이 이스라엘에서 겪은 일을 소설 형식을 빌려 썼습니다. 끝부분의 스마일스버거와의 대화가 이 이야기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 가지 첩보작전에 상당수의 명성 있는 유대인들을 관여시키는 방법,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작전에 휘말려 가담한 줄도 모르게 가담하고 마는 현실.

필립 로스가 이스라엘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는 동안 그들이 노린 것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필립 로스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요?

바로 <샤일록 작전>이라는 이 소설을 집필시키기(?) 위해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까요?

유대인이란 민족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이 이야기를 읽으며 혼란스러웠습니다.

귀동냥으로 들었던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모두 담겨 있는 이 이야기에서 저는 그들을 이해는 하지만 공감하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수천 년 동안 살았던 곳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 팔레스타인들의 고통은 당연한 게 아니니까요..

필립 로스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썼을지 그저 마음이 쓰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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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산정에서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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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정말 인생을 돌아보는 등산이구나 느끼게 돼.



등산을 좋아하는 작가의 글에서 산에 오르며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과 스치며 작가의 머릿속엔 그들의 이야기가 떠올랐겠지.

그래서 이렇게 책이 되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4편의 이야기가 담긴 <노을 진 산정에서>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된다.

각자의 사연으로 산을 오르는 그들에게 '산'은 무엇을 의미할까?





ㅡ 언젠가라는 말만 하고 있으면 그 언젠가는 영원히 오지 않아요.



산을 좋아하는 남편이 같이 가자고 했던 산을 가이드와 함께 오르는 여자.

동행한 이와 가이드 사이에 뭔가 있는 거 같은 느낌.

우리가 흔하게 뱉는 "언젠가 함께 가자, 하자, 만나자, 먹자, 보자." 하는 말들이 부질없다는 걸 알게 해준 이야기.

언젠가는 이 아니라 그래 하자!라고 대답했어야 했다는 뒤늦은 깨달음..

마음이 아련해지는 에피소드였다.

곁에 있는 사람과의 하루를 언젠가로 미루지 말 것.

<우시로타테야마 연봉>



ㅡ 너한테 산은 뭐야?

ㅡ 재생의 장소


이 대화에 이 책에 대한 모든 게 담겼다.

셋이서 산에 오르곤 했던 친구들은 이제 둘이서 산에 오른다.

여기 있지 않은 한 사람은 산을 좋아했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은 등산의 맛을 알게 되었다.

노래를 하는 친구와 바이올린을 하는 친구 그리고 그들의 반주를 맡은 친구.

산 정상에서 울리는 바이올린과 노래는 두 사람의 연주였지만 보이지 않았던 친구도 함께였다.

한 사람을 두고 사랑을 느꼈던 두 사람.

그 한 사람은 두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었을까? 알고 있었다면 누군가에게 더 마음이 있었을까?

이미 답은 정해져있었을까?

산 정상에 오른 두 사람만이 그 진실을 알고 있겠지. 어쩜 그곳을 함께 올랐던 나머지 한 사람은 진작에 알고 있었을지도..

<북알프스 오모테긴자>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사람, 나는 다녀오세요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말했어. 반드시 돌아와 다녀왔습니다 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산을 좋아했던 남편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아빠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던 딸은 대학에 가서 등산 동아리에 가입한다.

엄마의 반대로 소원해진 모녀지간의 사이는 등산을 하면서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아빠의 얘기를 들려주며 녹아내린다.

아버지의 배낭인지 모르고 메고 가는 딸의 뒷모습에서 남편을 등을 보는 엄마의 마음이 애잔하다..

두 모녀의 앞으로의 등산은 행복하길... <다테야마. 쓰루기다케>


지금의 행복을 부정해서 어쩌려고. 부정한 지금이 과거가 되면, 또 그 미래의 행복도 부정하게 될 뿐이잖아.



대학 등산 동아리에서 친했던 두 사람은 소원한 관계가 되어 일 년에 한 번 엽서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처지가 됐다.

행복해 보이고, 완벽해 보이는 모습 안에서 곪아가고 있던 감정들이 솔직했던 한 사람의 편지로 인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잘 살고 있어 보였던 친구의 삶은 힘들었고,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내 삶은 끈기를 무기로 산을 벗 삼아 용케 난관을 극복해갔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진리를 잘 보여준 이야기 <부나가타케. 아다타라산>

산들의 이름이 어려워서 버벅댔지만 무심한 듯 날렵하게 정곡을 찌르는 삶의 진실이 담긴 이야기들이었다.

저절로 산에 오르고 싶어지는 이야기들.

정말 산에 오르다 보면 내 마음이 단단해질 거 같은 느낌이다.

동네에 자그마한 산이라도 올라야겠다.

그곳에서 스치는 사람들의 삶을 나도 유추해 보고 싶다.

그러다 내 삶을 그들에게 들켜버릴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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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메이슨 코일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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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처박혀서 혼자만의 비밀 프로젝트에 몰두하는 심각한 반사회적 성격의 광장공포증 환자 말이죠?"



천재 로봇공학자 헨리는 집 밖을 나서지 못하는 광장공포증 환자다.

요새 같은 집에서 아내 릴리와 곧 태어날 아기와 자신이 만든 로봇 <윌리엄>과 산다.

보통 이런 스토리에선 로봇 <윌리엄>에 대한 모종의 연민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첫 만남부터 '윌리엄'이 사악하게 느껴졌다.

흉측한 모습에 두 다리가 없는 대신 스툴에 바퀴를 달아 고릴라처럼 긴 팔로 책상 모서리를 잡고 이동하는 윌리엄에 호감을 느끼지 못한 것은 그의 외형 때문이 아니다.

핼러윈 코스튬에 맞게 만들어진 인형 같은 윌리엄에게 소름 끼치는 것은 자신을 만든 창조자 헨리에게 '형님'이라 부르며 이죽거리는 그 모습 때문이다.

철학적인 거 같으면서 묘하게 어두운 느낌의 이 윌리엄은 헨리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헨리도 릴리도 모르는 사이 윌리엄은 집안의 시스템을 자기 손아귀에 넣었다.

그리고 초대받아 집에 온 릴리의 친구 데이비스에게 질투를 느끼도록 헨리의 감정을 건드린다.

데이비스와 페이지가 릴리의 초대를 받고 그들의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눈에 빤하게 보였다.

그럼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겠더라...





"제 몸은 재활용 부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팔도, 눈도, 혀도.... 전부 한때는 다른 기계의 부품이었지요. 한때는 켜졌다가 끝내는 꺼진 존재들. 그 모든 종결이 제 안에 있습니다. 그것들이 제 영혼을 이룹니다."



스스로를 자각하기 시작한 AI를 인간이 막을 수 있을까?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철통같은 방어를 한 집은 이제 그들을 가두는 무기가 되었다.

그 안에서 벌어진 일들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었지만 "윌리엄'에게 느껴지는 부정적이고, 기분 나쁜 느낌은 좀체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 앞에서 <윌리엄>의 존재는 사.라.진.다...



"생명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생명을 빼앗는 것입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엔 자신이 만든 괴물을 감당치 못해 버리고 도망간 프랑켄슈타인 박사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람을 해치게 되는 피조물이 있다.

메이슨 코일의 <윌리엄>엔 자신을 만든 창조자를 버리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진화된 괴물이 있다.

이 이야기가 그저 소설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만이다.

우리 생활 곳곳에 이미 존재하는 인공지능의 능력이 인간의 지배를 거부할 날이 언제쯤일까?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 자기복제를 하게 되는 날은 또 언제쯤 오게 될까?

지금 시점에 우리는 그들에 대해 뭘 알고 있나?

<윌리엄>은 가면이다.

그 너머에 있는 진짜를 우리는 결코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무서운 미래를 남겨두고 메이슨 코일은 영면했다..

그가 던진 이 파장이 지금은 소설로 그칠지 몰라도 언젠가는 그가 창조한 <윌리엄>들의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지금 이 현실에 살고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윌리엄>의 미래가 빨리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무 정보 없이 읽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

결정적 반전이 앞부분의 이야기를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이야기.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미래의 한 부분을 미리 맛볼 수 있는 이야기....

윌.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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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
함혜리 지음 / 파람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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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예술이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가장 아쉬운 점은 여행지의 유명한 관광명소만 찍고 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허겁지겁.

일정에 치여서 그저 눈도장만 찍고 오는 게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동생 보러 영국 가서 한 달 있다 왔을 때 가장 아쉬웠던 게 런던 박물관을 못 가본 것.

긴 줄이 한도 끝도 없이 늘어선 그곳에서 하루를 보낼 수 없어서 대신 내셔널 갤러리로 만족해야 했다.

그 여름 한 달 동안 나는 영국의 국립공원들을 주로 다녔었다.

도심에서 떨어져 한적한 곳들을 다녔던 기억은 지금도 답답한 숨을 몰아쉴 때 내가 꺼내보는 풍경이다.

<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는 작가 함혜리의 프랑스 예술 여행기다.

유럽 최고의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그 도시가 품고 있는 인류의 예술의 발자취를 흠뻑 들이마시고 온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이어진 남프랑스 여행에서도 작가의 예술 찾기는 계속되었다.

마지막 르코르뷔지에 건축을 찾아가는 여정은 나도 가보고 싶은 여정이었다.

프랑스를 갈 때 이 책을 들고 가서 이곳에 담긴 모든 박물관과 전시장을 다녀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에서 만난 예술의 장소는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이 대표적이다.

이 세 곳은 너무 유명해서 이름은 들어본 장소들이다.

그 외에 모네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은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으로 관광객들에게 덜 알려진 곳이라 한적하게 감상하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퐁피두 센터는 현대미술의 산실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다.

거대한 기계 설비를 연상하게 하는 문화공장의 모습은 지금 봐도 독특하다. 무려 50년 전 이 건물을 마주한 파리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파리 곳곳의 공공장소와 갤러리, 문화공간, 도서관까지 모두 담겨있는 책을 읽으며 파리에 있는 느낌이다.

독특한 건축물들이 상징이 된 데에는 리더의 과감한 결정이 한몫했다.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루브르의 상징이 된 유리 피라미드는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리 시민들을 계속 설득하며 지어서 이제는 파리의 명물이 되었다.

루브르는 이제 그 이름을 브랜드화 시켜서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

우리가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이유는 그 나라의 문화와 색다른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이 책에 담긴 프랑스의 건축물들을 보면서 콘크리트 숲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강산을 떠올리니 한숨만 나온다..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들의 예술 마케팅도 정말 부러운 것들 중에 하나.

세계적 패션 기업의 회장님들이 개인 컬렉션들을 공개하고 그 공간이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모습이 참 부러웠다.

그저 다른 나라에 가면 먹는 거나 찾고, 유명한 곳에서 사진만 찍고 오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이렇게 목적 있는 여행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나 보던 작품들과 건축물들을 나만의 걸음으로 느끼며 음미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잘 몰랐던 도시의 배경과 예술의 역사를 함께 다뤄서 여러모로 알찬 정보가 담겨있는 <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

르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을 사진이 아닌 실물로 보고 싶다.

이 책에 담긴 모든 건축물의 실물을 볼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피르미니 생피에르 성당 내부에 들어서기만 해도 우주에 발을 들여놓은 거 같은 느낌을 받을 거 같다...

파리가 지저분하고, 냄새도 나고, 도둑도 들끓는 도시라는 이면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예술을 사랑하고, 그것을 모든 시민들의 같이 누릴 수 있는 기반 시설이 아주 잘 되어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늘 예술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마음엔 항상 무언가가 존재할 것이다.

도시의 찌듦을 마음에 새기는 사람들과 예술작품을 마음에 새기는 사람들의 마음의 여유는 다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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