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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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이 좋은 책이라 구매. 좋은 책에는 날개가 달려 어디든 날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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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테
차학경 지음, 김경년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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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경이란 작가를 알게되어 구매. 불꽃처럼 살다간 천재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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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책세상 세계문학 12
샬럿 브론테 지음, 신해경 옮김 / 책세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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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쓰임이 있어. 나는 여기서 팔 년을 쓰였지.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쓰이는 거야. 그 정도는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는 실행해볼 만하지 않아? 그래, 그래, 그런 목표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아. 그걸 달성한 수단을 짜낼 정도로 돌아가는 머리만 있다면.'



제인 에어를 읽었음에도 내 기억엔 그리 남아있지 않았다.

이번에 <제인 에어>를 읽으며 왜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근본적으로 제인과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틀안에서 자라고, 울타리 안에서 그 세상이 다라고 생각했었던 사람이었다.

내 안의 무엇은 그 틀을 깨고 싶어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무언가가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제인 에어는 나를 가로막는 틀을 자꾸 깨고, 부수고, 나아갔다.

나는 그게 부러우면서도 싫었다.

아마도 싫었던 이유는 제인이 가진 그 강인한 정신이 나에게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가진 틀을 깨기 시작한 건 서른이 넘어서부터니까.

그 이전엔 순종적이고, 여자로서 지녀야 하는 덕목들이 내 발목을 잡았고, 난 한 번도 그걸 깨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없다.

그렇게 깨어진 세상에 나아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저 내 현실 그대로의 안온함을 유지하고 싶었다.

제인 에어를 읽으며 나는 그녀의 생각이 성숙해짐에 따라 스스로를 책임지며 나아가는 모습에 마음이 떨렸다.

내가 처음 만났던 제인에게서 지금 내가 보던 모습을 봤더라면 지금하고는 다른 나로 살고 있을까?





"위치! 위치라니! 당신의 위치는 내 심장 속이야. 그리고 지금이나 앞으로나 감히 당신을 모욕하는 자들의 모가지에 있지. 자, 갔다와요."



로체스터의 열렬함이 꼭 능숙한 바람둥이 같아서 순진한 제인의 혼을 빼내려는 거 같았다.

유려한 말솜씨가 나이 어린 소녀를 성숙한 여자로 만들어 버려서 정신을 빼놓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로체스터와 제인의 나이 차이 때문에도 거부감이 있었던 거 같다.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지 못한 어린 나에겐...



"아니, 너는 스스로를 떼어내야 해. 아무도 널 도와서는 안 돼. 너는 스스로 네 오른눈을 뽑아야 해. 스스로 네 오른손을 잘라야 해. 네 심장은 산 제물이 되어야 하고, 너는 네 심장을 찌르는 사제가 되어야 해."


위기의 순간마다 제인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한다.

자기 자신의 무의식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난 다음의 그녀는 무적이다.

그렇게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언제부터 놓쳤을까?

나는 제인을 만나는 동안 내가 나를 놔버린 순간이 언제였는지 생각했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멈춰버린 순간이 언제인지, 나와의 시간을 갖지 않은 지가 얼마나 됐는지, 왜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했다.


나는 그의 슬픔에서도 빠져나가야 한다.



많은 사랑들이 상대방의 슬픔에 절여져서 스스로의 생각을 접는 모습을 많이 봤다.

내가 주체가 아닌 상대방을 우선으로 두는 행위가 숭고한 사랑이라 믿는 어리석음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그것이 어떤 불행을 가져오는지 숱하게 보면서도 깨닫지 못했다.

18살의 제인 에어는 단호했다.

그의 슬픔으로부터 제인 에어를 지켜냈다.

그러기에 다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상황들을 이해할 시간을 충분하게 가질 수 있었기에 장애를 가진 로체스터를 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쩜 그랬기에 손필드에서 벗어나서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었겠지..

안 그랬다면 손필드의 불꽃놀이에 자신을 불태웠을지도 몰라.



신은 우리에게 어느 정도 스스로의 운명을 만들 힘을 주셨소.



신존의 이 말은 제인 에어를 관통하는 말이 아닐까?

그 힘을 온전하게 잘 활용한 건 제인 에어니까.

신존(다른 버전에선 세인트 존)이라는 이름이 참 낯설지만 이렇게 번역한 이유가 있을 거라 믿는다.

이 신존이란 인물을 꿰뚫어 보는 제인의 무의식이 새삼 존경스럽다.

그 어린 나이에 그런 혜안을 가지고 있다니! 그래서 많은 여성 팬을 갖게 되었겠지만..

그건 아마도 제인이 마음이 하는 말을 잘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이 해주는 말보다는 남들의 말에 좌지우지되고 마는 요즘 사람들에게 제인은 경각심을 주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나는 그의 결함을 느끼고 용기를 갖게 되었다. 나와 같이 있는 사람은 나와 동등한 자였다. 내가 논쟁할 수 있는, 내 논리가 정연하다면 저항할 수 있는 자 말이다.



논리가 있는 것과 냉정한 것은 다르다.

제인은 논리가 있었고 그건 그녀의 생각하는 힘이었다.

<제인 에어>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게 있다면 바로 '생각하는 힘'이 아닐까?

충분히 생각하고, 마음의 소리를 듣는 자의 행보는 어지럽지 않다.

고전을 다시 읽을 이유 하나를 또 찾아냈다.

로체스터와 신존과 제인의 대화를 곱씹으며 상대를 이해하고, 이해시키는 법을 다시 배운 기분이다.

이 소녀가 여인이 되어가는 모습은 참 경이롭다.

고집 세고, 앙칼지며 마음껏 분노를 표출하던 제인의 마음 바닥에는 인정받지 못한 억울함이 존재했다.

그 억울함이 템플 선생님의 지혜로 풀어진 다음에야 제인은 제인 다워질 수 있었다.

제인 같은 억울함을 분노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에서 템플 선생의 지혜를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것 또한 고전을 읽으며 깨닫게 되는 지혜인 거 같다.

아마도

내가 나에게서 멀어졌다고 느껴지는 그때마다 이 책을 다시 펼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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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삼사라 서 세트 - 전2권
J.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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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있는 작품. 한국형 판타지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혔다고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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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애덤스 이야기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2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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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무서운 것이었다. 그는, 니컬러스 애덤스는, 그 안에 있는 어떤 자질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었다. 어쩌면 그 자질은 영원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사라질지도 몰랐다.



<바질 이야기>를 읽고 나서 닉 애덤스 역시 비슷한 시대를 통과한 소년의 이야기라 생각했었는데 <닉 애덤스 이야기>는 첫 이야기부터 뭔가 살벌하면서도 위험한 삶의 여정 같았다.

닉의 등장은 겁 많은 소년이었다.

아버지와 삼촌과 밤낚시를 온 닉은 혼자 텐트에 있게 되자 무서워서 총을 세 발 쏜다.

아버지와의 신호였다. 무슨 일이 생기면 총을 쏘라는. 덕분에 겁쟁이라는 말을 듣게 됐지만.

인디언 부락에서 난산의 고통에 신음하는 산모를 돕는 아버지 곁에서 심부름을 하던 닉은 생명의 탄생과 동시에 아내의 괴로운 비명소리를 감내하지 못한 남편의 자살 현장을 보게 된다.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한꺼번에 마주하게 되는 밤.

그것이 닉 애덤스의 첫인상이었다.






동생과 닉은 서로만을 사랑할 뿐, 다른 사람은 사랑하지 않았다. 다른 가족은 그들에게 남이나 마찬가지였다.



<닉 애덤스 이야기>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위험한 십 대의 닉 곁에 여동생이 있다.

사냥 금지 동물을 죽인 이유로 수렵 감시인에게 쫓기며 동생과 근친상간적인 뉘앙스를 띄운다.

닉 애덤스라는 인물이 헤밍웨이를 대변하는 느낌이라서 이 부분에 약간 멈칫했다.

낚시를 좋아하고, 글을 쓰며 어딘지 동떨어진 세상을 살고 있는 느낌을 가진 닉 애덤스.

전쟁터에서 횡설수설하며 자신을 가다듬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청년이 전쟁의 참상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으로 보여서 마음이 애잔해졌다.



닉은 헬렌의 기분이 안 좋을 때 글이 제일 잘 써졌다. 딱 그만큼의 불만과 불화가 필요했다.



가정을 가진 닉 애덤스

자신의 아들과 함께 하면서 아버지를 떠올리는 닉 애덤스.

친구와 스키를 타며 자유를 만끽하는 닉 애덤스.

그의 내면은 닉의 이야기처럼 자꾸 세월을 건너뛴다.

바질이 질서정연한 성장기를 보냈다면

닉 애덤스는 월든 같은 성장기를 보인다고나 할까?

자연 속에 버티면서 어디로 튈지 모를 감수성을 가진 남자가 자신을 누르며 사는 방법은 글쓰기였다.

자신이 위대한 작가가 되리라는 걸 알았던 닉 애덤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어린 헤밍웨이와 청년 헤밍웨이와 중년의 헤밍웨이가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새롭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건 아니다. 모든 것은 결국 부진해진다.




힘 있는 문체는 배경 묘사에 탁월해서 마치 내가 그 숲에 숨어서 닉의 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 든다.

투박한 듯 세련된 문체는 묘하게 중독적이라서 읽고 있는 내내 삶을 살아내는 닉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거칠고 잔인한 느낌과 함께 다정하고 세심하며 굳건한 느낌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닉 애덤스.

단편이 주는 다채로움이 <닉 애덤스 이야기>의 최대 묘미다.

그래서 닉 애덤스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려 명의 동명이인의 삶을 그려 놓은 거 같다.

그게 바로 헤밍웨이인 거 같다.

실제로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마련이니까.

새로운 내 모습도 결국엔 부진한 모습이 되기에 부진함을 떨치기 위해 매해 또다시 새롭게 다짐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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