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베르메르 베이식 아트 2.0
노르베르트 슈나이더 지음, 정재곤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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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그의 전기와 열정과 작품 세계가 빠짐없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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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베르메르 베이식 아트 2.0
노르베르트 슈나이더 지음, 정재곤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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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에 베르메르를 재발견한 사람들이 정확하게 봤듯이 베르메르는 조용히 구성기법의 개혁을 꾀한 예술가이다.

 

 

마로니에 북스의 베이식 아트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는 화가에 대한 이야기지만 흥미로운 점들이 담뿍 담긴 알찬 책이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라는 영화로 베르메르를 알게 되었는데 아마도 이 그림으로 베르메르라는 화가의 이름을 각인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소녀는 북유럽 모나리자로 불릴만하다고 생각한다.

베르메르의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엄숙한 느낌 속에서도 뭔가를 속삭이는듯한 작은 소란스러움이 느껴진다.

아마도 베르메르가 그림 속 인물들의 속내까지도 그림에 담아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벽을 장식하는 요소를 '해석의 단서', 다시 말해 작품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는 장치로 사용했다.

 

벽에 걸린 지도는 베르메르의 정치적 성향을 나타낸다는 저자의 해석이 흥미롭다.

이 책에 담긴 그림 속 소재들이 뜻하는 바들이 그림을 한층 다르게 보이게 만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작가의 해석을 읽고 보는 그림은 그냥 봤던 그림과는 다르다.

 

손에 들고 있는 종이가 연애편지로 규정되기에 표정 없는 여인의 모습이 걱정과 슬픔으로 물든다.

진주가 허영심을 대변한다는 규정 때문에 진주 귀걸이 소녀는 허영심에 달뜬 얼굴 표정이다.

술잔이, 악기가 의미하는 바 때문에 그림 속 인물들이 모두 속내를 감춘 듯 보인다.

 

베르메르의 회화기법은 동시대인들의 수용 능력을 뛰어넘는 것이었으며, 20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이해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알려진 그림이 35점뿐이지만 베르메르는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했다. 그로 인해 그의 작품은 '추상적' 면모를 띠게 되었다.

그는 렘브란트와 프란스 할스에 이어서 네덜란드 회화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세 번째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베르메르 작품 속 색채들의 조화는 빈센트 반 고흐조차도 열광하게 만들었다.

 

 

표정 없는 인물들의 속내는 숨겨져 있고, 의미를 거의 알아채지 못하게 감추어서 그것에 대한 식견이 있어야만 알아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베르메르가 살았던 시대는 가사와 가정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었다.

몇 작품 남아있지 않은 베르메르의 그림에는 여성이 많이 그려져 있다.

그 여성들의 모습에 베르메르는 그녀들의 불만과 욕구 등을 은밀하게 감춰놓고 있다.

여성들을 훈계하고 교화시키는 그림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베르메르는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이다.

 

대부분의 생애를 평탄하게 살았으나 죽기 직전에는 꽤 큰 타격을 입었다.

그로 인해 얻은 병으로 앓아누운 지 하루 반나절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그를 데려간 거 같다. 부인 카타리나 볼레스와의 사이에 열다섯 명의 자녀를 두었으나 넷은 어려서 죽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아끼는 후원자나 애호가들을 위해 작품을 제작했다. 그의 작품이 많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는 거 같다.

 

베르메르 사후에 부인에게 남겨진 그림은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과 <회화의 알레고리> 두 점뿐이었다고 한다.

베르메르의 그림은 꽤 비싼 값에 팔렸는데 그 이유가 그가 그림을 팔기 위해 그려낸 게 아니라 위에서 말했듯이 자신의 후원자나 애호가들의 의뢰를 받아 제작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도 가치를 인정받았던 거 같다.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전기와 그의 열정과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빠짐없이 담겨 있는 <요하네스 베르메르>

직접 볼 수 없는 그림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담겨 있어서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베이식 아트 시리즈>

미술에 문외한이거나 입문자들에게 그리고 일반인들이 쉽게 화가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시리즈 같다.

나에겐 오래된 버전으로 <에곤 실레>가 있는데 그 책의 판형보다는 지금의 판형이 훨씬 고급스럽고 그림들 보는 맛도 더 좋다.

이 베이식 아트 시리즈도 모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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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처럼 말하고 주인공처럼 산다 - 말하기가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현역 배우의 스피치 과외
오정훈 지음 / 가디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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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자 스피치 컨설턴트 오정훈 님이 쓴 <배우처럼 말하고 주인공처럼 산다>

이 책은 최근 들어 내가 생각하는 나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고칠 수 있는 팁을 줄 거 같아서 읽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생각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두서가 없어졌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말하는 와중에도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 말할 때마다 힘이 들어가고, 그러다 보니 목소리도 커지고, 그러다 보니 듣는 이에게 전달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오해도 쌓이게 되는 일이 있었다.

역시 나는 말보다 글인가? 싶은 자괴감도 들고, 여러모로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31단계 훈련 76개의 연습

말하기의 훈련 단계가 체계적이다.

이렇게 상세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각 단계 끝에는 연습 문제가 있어서 마치 쪽지시험을 보는 거 같다.

 

목소리 톤

목소리 이미지

목소리 감정

목소리 힘

 

목소리에 이렇게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지 몰랐다.

목소리도 연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자신감 없는 목소리, 시끄러운 목소리, 짜증 품은 목소리 등은 모두 자신의 감정 상태를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감을 표현하는 연습도 목소리를 내고 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문으로 영화와 드라마 대사가 담겨있다.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이 처음에는 혼자임에도 불구하고 쑥스럽고, 어딘지 모르게 오글거린다.

그걸 극복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다.

자신감이 없다면 말에도 자신감 결여가 은연중 담겼을 테니까..

 

사실 책으로 말하기를 공부하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를 고민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혼자서도 연습할 수 있도록 꾸며져있는 게 이 책의 최대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론적인 이야기만 담아 놓은 게 아니라 말하기에 대한 이론 뒤에 혼자 연습할 수 있는 예제들이 담겨 있어서 학원에 갈 시간이 없는 사람들, 또는 나처럼 학원 가기 싫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그리도 또 다른 장점은 예제가 영화와 드라마 대사들이기에 마치 내가 배우가 된 것처럼 영화 속 한 장면을 상상하며 연습할 수 있고, 원본 배우의 대사를 들어보며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오정훈 작가님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책이다.

요즘 사람들은 전화통화하는 걸 꺼린다고 한다.

다들 문자로 통하다 보니 직접 목소리를 들으며 통화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단다.

문자도 소통이 될 수 있지만 직접 목소리로 전달할 때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

말하기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배우처럼 말하고 주인공처럼 산다>는 좋은 코치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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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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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날 아침, 루이지애나 남부의 작은 마을 디어필드에서, 당신은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리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식품점에 새로 들어온 물건이 있었으니까.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소도시 디어필드.

그곳에 디엔에이믹스라는 기계가 설치됩니다.

DNA로 가능한 신분을 알려주는 기계죠.

심심풀이로 그 기계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은 기계가 토해낸 결과지에 적힌 '가능한 신분'을 확인하고 자신이 될 수 있었던 것을 갈망하게 됩니다.

수영 선수라고 써진 결과지를 받은 이는 마당에 수영장을 파기 시작하고,

목수라고 써진 결과지를 받은 이는 학교 교장직을 때려치웁니다.

카우보이라고 써진 결과지를 받은 이는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차고에서 올가미를 던지며 시장이라는 직함을 던져버립니다.

인기 있는 재즈 뮤지션은 마술사가 되죠.

여기에 자신의 DNA에 담긴 가능한 신분을 확인한 사람들의 삶이 바뀌는 걸 보면서도 흔들림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휘파람을 멋지게 불고, 트럼본 연주를 배우며 열심히 역사를 가르치는 더글러스.

그는 사람들이 흔들리는 이유를 알 수 없죠. 자신은 그런 기계가 토해내는 말을 믿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아름다운 아내와 이제 마흔 고지를 앞두고 있지만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행복만 흐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아내의 차를 타고 출근을 하던 길에 그만 아내의 디엔에이믹스 결과지를 보고 맙니다.

아내의 가능한 신분은 무려 '왕족'이었어요!

어쩐지 요즘 아내가 예민해져 있기에 조심스러웠는데 이것 때문이었네요!

2달 전 쌍둥이 형 토비를 사고로 잃은 제이컵.

아빠는 카우보이가 되고 싶어 하고, 형의 여자친구였던 트리나는 이상하게 접근해오고 마치 그날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더 있다는 듯이 행동을 합니다.

트리나는 제이콥과 토비를 헷갈려 하는 걸까요?

이 와중에 마을에 200주년 기념 파티가 벌어지려고 합니다.

큰 행사를 앞두고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고, 축제를 이용해 자신의 복수극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축제에 디엔에이믹스를 광장에 놓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속셈을 가진 사람도 있죠.

하나뿐인 조카 트리나의 방황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피트 신부의 고뇌는 깊어가고

행복했던 결혼 생활에 찬물이 끼얹어진 더글러스.

이들은 어떻게 앞으로 닥칠 위기를 모면할까요?




<마이 선샤인 어웨이>의 감동을 알기에 지극히 평범하고 의미심장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다 예상치 못한 반전을 남기는 작가의 필력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소제목이 특이해서 노래 가사인가? 생각했는데 맞았습니다.

존 프린의 노래 제목과 가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존 프린을 검색해서 노래를 들어보니 편안하고 좋네요^^

 

다들 예상치 못한 신분을 받아들고 당황하는데 만약 현재의 내 모습이 그대로 결과지에 적혀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이 예기치 못한 감정들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는 읽어 갈수록 긴장되고, 사람들의 감정들에 전이됩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벌어졌던 이야기와 곧 벌어질 이야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죠.

 

정말 M.O. 월시의 글은 끝까지 읽어야 감동이 응축되어 몰아칩니다.

좋은 작가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는 이유죠.

판타지 한 이야기에 평범하게 자기의 인생을 만족하며 살던 사람들에게 들끓기 시작하는 욕망과

이제라도 내게 주어질 수도 있었던 인생을 살아보려 하는 발버둥을 보면서 지금 내 모습을 점검해 볼 수 있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애플TV가 드라마화 한다니 눈독들일만 합니다^^

 

디엔에이믹스가 우리 동네에 생긴다면?

저는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결과지를 얻게 돼도 만족하지 못할 거 같거든요..

현재에도, 어쩌면 되었을지도 모를 그 어떤 세계도.

가장 잘 사는 방법은 바로 지금 내 몫에 믿음을 갖고 살아가는 거라는 걸 <빅 도어 프라이즈>가 보여주니까요.

 

운 좋게 얻은 큰 선물은 바로 지금의 '나' 그리도 지금의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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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리커버 에디션)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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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올라타서, 추는 시간을 앞질러, 시간을 이끌면서 달렸다. 말의 무게와 사람의 무게가 말의 힘에 실려서 무거움이 가벼움으로 바뀌었다. 말을 타고 달릴 때, 새로운 시간의 초원이 추의 들숨에 빨려서 몸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초원은 다가왔고 다가온 만큼 멀어져서, 초원은 흘러갔다.

 

 

굵고 힘 있는 문장들이 뇌리에 박힌다는 게 이런 느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 줄거리를 찾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문장을 통해 느껴지는 그 생생함을 그저 내 안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초(草), 단(旦) 두 나라의 싸움이 배경처럼 흐르고

피비린내와 말똥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온다.

 

사람의 이야기인 듯

전쟁의 이야기인 듯

인간의 어리석음인 듯

인간의 생로병사인 듯

여겨지지만 말(馬)을 노래한다.

 

힘 있는 문장들을 읽고 있자면 내 안에서 뭔가가 출렁거린다.

마치 가 본 적 없는 시대에서 안갯속을 헤매는 느낌이다.

 

전쟁은 생로병사와 같다. 날이 저물면 밤이 오듯이 전쟁이 끝났다.

 

 

초와 단의 전쟁은 어느 시대에든 있었던 일 같고

토하와 야백의 운명은 인간들에 의해 규정된 삶 같았다.

 

감히 인간이

토하와 야백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그들을 타고 피바다를 달렸다.

감히...

 

날이 저물어서 야백의 이마에 빛이 살아났다. 혈관이 터지자 야백은 더욱 빨리 달렸다. 달리고 또 달리면 초원이 끝나고 사막이 끝나는 어디쯤에서 재갈이 벗겨질 것 같았다. 이마의 빛 속에서 핏방울이 흩어지는 듯했다.

 

 

비혈마 야백

신월마 토하

그 사이에 있었지만 유실된 유생

인간이 멋대로 낙태시킨 야백과 토하의 유생..

 

기록되지 않은 시대

그 시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야백과 토하를 따라 초원을 달린다.

그들의 재갈이 내 입에도 달려진 거 같다.

인간에 의해 재갈이 물리고, 스스로 그 재갈을 빼어냈던 그들...

인간에 의해 강제 사육 당하다 인간에 의해 버려진 그들...

 

김훈의 문장들은 여운이 오래간다.

문장들에 맞은 기분은 멍하니 좋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세계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세상에 잠시 갔다 온 느낌으로 멍하다.

 

앙드레 브라질리에 그림을 표지로 해서 개정판으로 출간된 <말 너머로 달리는 말>

글의 느낌이 표지에 스며있다.

 

간결하고

힘 있는

굵은 문장들에서 헤엄치다

가벼운 세상으로 돌아왔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인간이 인간을 위해 쓰임새를 바꾼 수많은 종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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