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인생수업 -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이동섭 지음 / 아트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빈센트를 통해 나를 바라보는 시간들은 많이 힘들었으나 크게 유익했다. 내가 빈센트를 선택했으나 그가 나를 성장시켜준 셈이다. 빈센트는 젊어서 죽었다. 그 나이를 지나서도 살아 있음이 자주 부끄러웠다.

 

서른이 다 되어 그림을 시작했으나 21세기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화가.

많은 편지들을 남긴 사람.

가난했던 사람.

죽은 뒤에야 유명해진 사람.

책으로 사랑을 배운 남자.

이 남자의 무엇이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남자의 길잡이가 되었을까?

 

연애, 결혼, 콤플렉스, 자아, 자립, 행복, 직업, 여행, 우정에 대해 자신의 삶에 빈센트의 삶을 반추시켜 자신을 다독이는 글을 읽으며 나 자신도 추려본다.

'사랑'이란 감정을 책으로 배운 남자.

그래서 직진으로 물러서지 않고 사랑 고백을 계속했던 남자.

저돌적이고 우직하고 고집스러웠던 빈센트 반 고흐.

그래서 그의 사랑은 보답받지 못했다.

 

결핍은 사람을 움츠리게 만든다. 나처럼 빈센트에게도 '결핍은 필요한 것은 모두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한 가난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연애와 결혼은 어렵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도, 사랑을 이어가는 것도, 결실을 맺는 것도, 가정을 일구는 것도.

시대만 달라졌을 뿐 그들의 공통된 점은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기는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 좋아하는 일을 접고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그러나 빈센트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선택했다.

이 책에 담긴 고흐의 그림들은 다양하다. 그래서 고흐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빈센트의 그림은 아름답지만, 그 과정이 아름답지는 않았다.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모아서 아름다운 본질을 만들어냈고, 빈센트는 목적지에 도달했다.

마침내, 우리의 영혼을 위로하는 그림을 완성했다.

 

 

빈센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진짜는 인간 이동섭에 대한 이야기다.

빈센트의 생을 돌아 보며 자신이 삶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꽤 매력적이다.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좋아하고, 존경하고, 마음에 품고 있는 자신만의 롤 모델이 있을 것이다.

그 롤 모델이 유명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람일수록 자신과 비교하기에는 꽤 거리감이 있을 텐데

저자는 그걸 해냈다.

덕분에 나로서는 다른 시대를 살지만 또래 남자의 생각과 마음을 시대별로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는 우리를 품고 키워줄 수 있는 인프라를 가진 도시를 선택하여 살 권리가 있다. 여행을 통해 낯선 도시를 적극적으로 느끼고, 그 가운데에서 자신을 품어 키워줄 수 있는 곳에서 살아 볼 필요가 있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파리에서 새로운 스타일,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은 빈센트처럼 저자 역시 파리에서의 깨달음으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이 두 사람처럼 낯선 도시에서의 삶을 살아 보지 못한 나에겐 후회가 되는 대목이다.

좀 더 용기를 냈더라면 지금과는 달라진 삶을 살고 있을까?

어쩜 메타버스 세계의 또 다른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별로 좋아한 적 없으나 어떤 계기로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서 그의 삶을 반추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일이 참 흥미롭다.

누군가의 삶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사색한다는 것이 나를 키우는 일임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나도 이런 방식으로 내 삶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현실에서 멘토를 만나기 힘들다면 다른 시대에서 멘토를 불러오는 것도 좋은 방법인 거 같다.

저자가 빈센트 반 고흐를 통해 인생을 배운 것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품 감정과 위작 - 박수근·이중섭·김환기 작품의 위작 사례로 본 감정의 세계
송향선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미술품 감정의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다. 안목감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더불어 재료를 분석하는 과학 감정과 논리적인 감정 체계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른바 감정학의 토대가 점점 다져지고 있다.

 

 

그림을 감정해서 위작을 판별하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 책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얻은 자료들과 사례들을 모아 전문가와 대중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아직은 그림 감정 분야가 우리나라에서 자리를 잡은 분야가 아니기에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미술계의 발전과 함께 그림 감정을 해온 저자가 자신이 가진 자료들과 이야기들을 사장 시키기 아까워서 책으로 엮었다는 사실 외에도 이 분야에 전문 지식은 없지만 그림이 투자의 개념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시점에서 진품과 위작을 가리는 일은 그만큼 중요해졌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은 있었지만 한국 미술도 잘 모르고, 봐도 잘 모르는 그림들의 가치와 진품의 여부는 늘 궁금증의 대상이다.

딱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 가장 잘 적용되는 분야이기도 한 위작 감정의 한 부분을 엿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작품을 예로 든 책에는 각 작가의 챕터마다 이름을 붙였다.

 

[위작에는 향기가 없다]

 

박수근은 한국전쟁 때 월남하여 1950년대 이후 도시 변두리의 생활을 그렸다.

한때 생활고로 미군 PX에서 초상화를 그렸다. 그때 박완서 선생님과 알게 되어 후에 나목이라는 작품의 옥희도의 모델이 된다.

 




박수근 화백의 그림과 위작으로 의심받아 감정 대상작이 된 그림을 비교해 보면 이 챕터의 소제목 [위작에는 향기가 없다] 가 이해가 된다.

어떤 사람은 위작이 더 그럴듯해 보인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반듯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정갈함을 밀어 넣은 그림은 그저 흉내 내기와 함께 그럴듯함을 새겨 넣었다.

원작의 느낌은 거친 듯 투박한 듯 세심하다.

삶은 보여주기식인 위작보다는 거칠고 투박함 그 자체로 남아 있는 진작에 더 진하게 배어있기 때문이다.

진작에는 고된 맷돌질이 느껴지는 데 위작에서는 그저 맷돌질하는 흉내만 내는 느낌이 든다.

마치 사진 찍기 위해 취한 포즈처럼.

 

 

 

[비슷한 것은 가짜다]

 

위작은 위작의 대상이 되는 화가의 작품을 보고 베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중섭의 작품 위작도 그의 도록이나 카탈로그에 실린, 위작의 기준이 되는 작품을 보고 베낀 것이 많다. 그래서 감정할 작품이 도록에 있다고 참고는 할 수 있으나 무조건 진품이려니 하고 안심하거나 믿으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함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섭은 예술과 사랑, 예술과 삶을 분리하지 않은 화가였다.

그의 그림의 근간은 끝없는 '가족 사랑'이다.

이중섭은 1950년 월남해서 1956년 작고하기까지 전쟁과 가족과의 생이별과 병고에 시달리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는 위작이 가장 많은 화가이다.

 

 



이중섭의 작품에는 서명이 없는 작품도 많은데 [싸우는 소]에 서명이 없으니 작품의 진가를 흐리게 할까 봐 소장가가 직접 서명을 해 넣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작품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그저 남들 눈에 내가 가진 것을 보이고 싶은 마음만 보여서 씁쓸했다.

이중섭의 그림은 위작이 많은데 그의 그림의 가치가 높은 탓도 있겠지만 단순해 보이는 그림이 따라 하기 쉬워 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위작이 많은 게 아닐까? 그러나 똑같이 그린다고 해서 다 똑같은 선이 아니다. 그 선에 실린 이중섭의 힘은 아무도 따라 그리지 못했다.

그래서 비슷하지만 가짜일 수밖에 없다.

 

[진작은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다]

 

김환기는 세 사람 중에 가장 정확한 기록을 가진 화가이다.

초창기부터 죽은 이후에도 그의 작품은 출처가 분명하고, 그의 작품들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의 위작들이 나도는데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위작들이 진작의 기품을 따라오지 못하는 거 같다.

특히 김환기 그림의 색채는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못 보던 그림도 많이 봤고, 그와 비슷한 그림도 덩달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감정이 다각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감정가의 안목도 중요하겠지만 근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들과 기록들의 보관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쟁통에, 산업화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잊으며 흘려보냈다.

이제 우리는 그것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시작점에 서 있다.

많은 감정가들이 탄생해서 진정으로 삶을 그려냈던 화가들의 그림을 위작으로부터 보호해 줬으면 좋겠다.

그림을 그저 돈으로 보지 않고 수 세기를 이어 후손들에게 문화의 버팀목이 되어 줄 자료와 기록으로서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림 보기 좋아하는 분들.

그림 감정에 관심 있는 분들.

진작과 위작이 어떻게 다른 지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짓말 덕에 차분해진 내 맥박은 아마 정상일 것이다. 나는 거짓말을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글이 그토록 자연스럽게 써지는 건지 모른다.

 

헬레나 로스는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로맨스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었으나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결벽증에 강박증에 수많은 규칙들에 둘러싸인 여자다.

그런 그녀가 마지막 작품을 앞두고 대필 작가를 찾는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단 한 사람의 대필 작가는 그녀와 수년 동안 서로 으르렁댔던 라이벌 작가다.

서로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신랄한 혹평을 서로에게 건네던 이 두 사람은 헬레나의 마지막 작품을 같이 집필할 수 있을까?

 





정신과 의사를 엄마로 둔 헬레나.

열세 살 때부터 글을 썼던 천재 작가 헬레나.

그런 그녀를 종양이 좀먹어 가고 있다.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석 달.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지막 작품으로 남기려고 한다.

4년 전 그녀가 한 거짓말.

4년 전 있었던 그 끔찍한 일에 대한 거짓말.

그녀는 왜 그냥 모든 걸 묻어 둔 채로 조용한 죽음을 맞으려 하지 않는 걸까?

 

이번 글은 평범한 원고가 아닐 것이다. 누구보다도 나와 가장 닮은 여자의 이야기다. 내가 신었던 신발을 신고, 내가 밟았던 길을 걷고, 내가 했던 결정을 하고, 내가 지었던 죄를 짓는 여자.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 헬레나라는 인물에 대해 느껴지는 감정은 이렇다.

짜증 나는 캐릭터다.

생각하는 게 어이없다.

매사가 이기적이다.

싸가지도 없고.

정신이 어떻게 된 거 같다.

 

그래서 그녀가 감추고 있는 과거의 어떤 비밀 같은 거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아마도 자기 잘못을 교묘하게 감추려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여자로 읽힌다.

그러다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 영혼이 어른의 탈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내려 한다고 읽힌다.

그러다 글쓰기라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답게 자기 시간과 자기 공간을 어떡해서든 찾아내려 했다는 이해와 함께 그러나 아이를 방치한 건 용서가 안된다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된다.

 

이 강박증 가득한 여자의 이야기는 때론 동정심과, 정떨어짐과, 분노와, 이해불가와 함께 그 모든 걸 다 품어주고 싶은 느낌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독자로 하여금 이렇듯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만드는 헬레나의 마지막은 그래서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게 만든다.

로맨스도 아니요

감동적인 이야기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저 가슴 바닥 깊은 곳에 잠재된 슬픔을 건드린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들이 수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야 마는 여자.

엄마로서 어떻게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한 여자.

수많은 규칙들을 만들어냈지만 다른 사람들의 규칙도 지키려 노력했던 여자.

단지 글쓰기를 위해 자기 시간이 절실했던 여자.

남편과 아이를 사랑했던 여자였을 뿐이었다...

 

내가 더 많이 벌수록 그는 더 많이 썼다.

 

 

자기가 번 돈을 한 푼도 써본 적이 없는 여자.

아이를 남편과 엄마에게 빼앗길까 봐 사력을 다해 지키려던 여자.

남편의 비밀을 알고 나서 살길을 찾아냈던 여자.

그러나 그 모든 게 산산조각이 난 여자.

집에 가구가 하나도 없는 여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저택에서 글만 쓰는 여자.

 

헬레나 로스.

 

이 슬픈 여자를 알게 된 게 처음엔 짜증 났었다.

이 강박적인 여자를 알게 된 게 중간엔 조바심이 났다.

이 거짓말쟁이 여자를 알게 된 게 마지막엔 너무 슬펐다...

 

그녀의 영혼이 정말 편하게 쉴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중에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튼, 나는 죽은 이들을 본다. 내가 기억할 때부터 늘 그랬다.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그 영화와는 다르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영화 <식스센스>가 떠오른다.

물론 스티븐 킹도 그렇다고 말한다.

 

유령을 보는 아이.

유령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아이.

그 아이의 능력은 엄마만 알고 있다.

제이미의 엄마는 출판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엄마가 제이미를 대하는 방식이 좋다.

끈끈한 모자간의 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어린 제이미의 세계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엄마의 모습은 불화가 없어서 좋다.

그래서 엄마가 애인 리즈와 싸울 때조차도 그녀를 협박하고 집에서 내쫓을 때도 속이 시원할 뿐이었다.

뭐하나 가진 거 없었지만 엄마는 제이미를 위해 당당했고, 강했다.

 

리즈는 경찰이다.

부패 경찰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렇게 된 이유를 주저리주저리 변명할 때 싫어지는 캐릭터다.

어린아이를 이용하려고 계획을 세운 어른은 이미 어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때 사랑했던 여자의 아이이자 자신이 예뻐했던 아이였는데 자신의 자리를 위해 이용했다.

그 아이가 겪을 끔찍한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서 너무 화가 났다.

 

제이미에게 버켓씨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가 있어서 제이미가 악의 꼬임에 빠지지 않았으니까.

 

한 꼬마의 성장기이자, 믿기지 않은 이야기의 연속이다.

이야기의 거장답게 마지막에 기막힌 반전을 마련해 두었다.

그게 가능해?

이렇게 나오시겠다는 거죠?

이렇게 한 방 먹이셔도 되는 겁니까?

스티븐 킹이 내 앞에 있었다면 이렇게 고함이라도 치고 싶었다.

 

스릴러의 대가는 이번에도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마치 이야기의 화수분처럼 끝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티븐 킹.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만드는 흡인력, 약간 마음을 놓고 있을 때쯤 어김없이 만나는 문장들이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진실이란 때로 아주 엿 같은 법이다.

이건 공포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잘 읽어보길 바란다.

 

 

엄마의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작가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뜬다.

엄마는 제이미를 데리고 가서 유령의 이야기를 받아 적는다.

그리고 그들 곁에 리지가 있었다. 전혀 믿지 않았지만 그녀는 제이미에게 색다른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를 자신의 입지를 위해 '이용'하기로 한다.

그렇게 제이미와 악마 같은 유령의 인연이 이어지고 만다.

장례를 치른 유령은 사라진다. 그러나 그 유령은 사라지지 않고, 진실을 얘기하길 거부하고 잊어버릴만하면 한 번씩 제이미 앞에 나타나 엄마가 암에 걸렸고 6개월 뒤에 죽는다는 말을 한다.

제이미와 이 유령 사이에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유령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엄마에게 쫓겨난 리즈가 어느 날 제이미를 납치한다.

이야기의 클라이맥스가 되면 이 이야기가 진짜 공포스러우면서도 아주 잔인하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된다.

 

여기저기에 감쪽같이 숨겨놓듯 은근슬쩍 뿌려둔 떡밥을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가 마지막 이야기에서 그것을 생각해 내게 되면 이 노련함에 웃음이 난다.

시종일관 솔직하지만

시종일관 음흉하다.

제이미라는 어린 화자를 내세웠지만 제이미는 어리지 않았으니까.

 

스토리의 킹!

스티븐 킹!

 

이분의 이야기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야기의 화수분 스티븐 킹이 <나중에> 생각해도 기가 막힐 막장 반전을 마련해 둔 <나중에>

비밀의 내막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이 필요한 시간 - 빅뱅에서 다중우주로 가는 초광속 · 초밀착 길 안내서
궤도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측할 수 없다는 것과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건 어찌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궤도 작가의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두 번째 접했다.

첫 책은 얼마 전 개정판으로 나온 <궤도의 과학 허세>였다.

다양한 과학적 현상이나 개념에 대해 정말 과학 1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지루하지 않게 개념을 잡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과학이 필요한 시간>도 마찬가지로 어렵게 들리는 과학적 용어들을 쉽고 친근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튜링, 뇌과학, 인공장기, 블랙홀, 홀로그램, 다중우주, 4차원, 수학, 끈이론 등등

일상에서 버젓이 쓰고 있지만 누가 설명하라고 하면 개념조차도 알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풀어가는 궤도의 과학 이야기는 에세이처럼 쓱쓱 읽힌다.

우리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걸까, 아니면 결정되어 있지 않은 걸까?

인공지능과 인간은 어떻게 구별할까?

슈퍼컴퓨터는 뭐고, 양자컴퓨터는 뭘까?

사람마다 시간의 속도가 다른 이유는?

뇌파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는 내 주위에서 누군가가 명쾌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과학적 지식이 어느 정도 있지 않는 이상은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해도 다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모든 것들이 혼재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감히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다.

 

과학은 실패를 위한 학문이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도 끝없이 시도된 실패로부터 태어났다.

 

 

<과학이 필요한 시간>은 바로 이런 문제를 도와주기 위한 책이다.

과학에 대해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이 술술 잘 읽힌다는 것이다.

페이지마다 어려운 말들을 잔뜩 늘어놓아서 읽어도 뭘 읽었는지 모르겠는 과학서가 아니라

일상적인 언어와 친숙한 예를 들어서 과학적 용어를 설명해 준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들이 조금 손에 잡히는 느낌이 든다.

 

작가의 필명처럼 책을 읽는 독자들을 과학의 궤도에 올려놓은 다랄까!

적어도 나 같이 과학이라는 걸 알고는 싶지만 막상 책이라도 읽을라치면 도통 알아먹지를 못해서 접근하기가 힘들었던 사람들에게도

그 틈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내가 보았던 영화나 읽었던 책이나, 들었던 이야기들에서 찾아낸 과학 이야기이기에 생소함과 어려움보다는 새로운 것을 깨달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지금 나의 삶 그 어디에도 과학 아닌 곳이 없다.

그러니 깊이 들어갈 재주는 없어도 이렇게 개념이라도 알고 갈 수 있는 과자 같은 이야기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교양서다.

그래서 나는 <과학이 필요한 시간>을 과학 책이라기보다는 과학에세이라고 부르고 싶다.

왜냐하면 <과학이 필요한 시간>은 에세이처럼 편하게 과학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