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각본
박찬욱.정서경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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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헤어질 결심>을 영화가 아닌 각본으로 먼저 만났다.

하지만 이미 어떤 배우들이 연기를 했는지 알았기에 읽는 내내 탕웨이와 박해일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어 마치 머릿속에서 영사기가 돌려지는 기분이었다.

대사의 여운과 지문을 통한 인물들의 감정선이 셈세하게 다가왔던 <헤어질 결심 각본>

 

형사로서 살인사건의 피의자와 사랑에 빠진 해준.

그런 해준을 사랑하게 되는 서래.

하지만 이런 두 사람의 관계는 용납될 수 없다.

자신들도 모르게 시작한 사랑을 아무도 모르게 끝냈다고 생각했던 해준.

그러나 서래는 다시 해준이 있는 곳으로 찾아온다.

해준이 바라지 않는 모습으로...

 

서래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서래 눈을 들여다보다 못 견디고 감아 버리는 해준. 운동화로 갈아 신은 해준의 발을 내려다보는 서래. 잠시 후 마음 단단히 먹고 눈 뜨는 해준.

해준

송서래 씨 잘 들으세요.

이번 알리바이는요, 차돌처럼 단단해야 할 겁니다.

 

 

 

서래가 있는 곳마다 사람이 죽는다.

서래의 온몸엔 폭행의 흔적이 있다.

지켜주고 싶지만 지켜줄 수 없는 남자.

보호받고 싶지만 보호해달라고 할 수 없는 여자.

해준과 서래.

 

살인과 사랑이 엇갈리듯이 펼쳐지는 은은하고 잔잔하면서도 잔혹한 영화 <헤어질 결심>.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어떤 감정으로도 쉽게 표현하지 못할 '우리 일'

해준은 서래를 찾을 수 있을까?

찾지 못했으면 좋겠다...

 

어딘가에서 서래가 자신을 보고 있다고 느끼면서라도 해준이 살길 바라니까...

 

안타까운 여운 뒤로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편안해지는 건 뭘까?

두 사람의 고통보다도

이젠 끝났다는 묘한 안도감이 자리 잡는 내 마음이 더 안타까웠던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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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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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나의 세계가 아니다.

 

 

내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고 다른 한 가지를 포기했을 때 나에게는 선택한 길만이 내 삶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내가 선택을 한순간부터 갈라져 온 또 다른 나의 선택이 다른 차원에서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면?

다중 우주에서 '나와 또 다른 나'가 무수히 많은 선택의 갈림길을 살고 있다면?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삶에 대한 궁금증과 후회로 가지 않았던 삶을 탐하게 된다면?

 

이 있을 수 없는 얘기지만 왠지 어딘가에서는 벌어지고 있을 거 같은 이야기 <30일의 밤>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거 같았다.

제이슨이 제이슨에게 납치된 이후부터 이야기는 쏜살같이 달려간다.

 

정말로 무엇이 관측될 때마다 세계가 갈라진다면 그건 곧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나는,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무수히 많은 세계 -다중 우주-가 있다는 뜻이된다.

 

딱 소설만큼의 이해도를 갖췄기에 이 다중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내가 지금의 내 삶을 차지하러 나를 찾아온다는 설정은 정말 끔찍하게 두렵다.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 존재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모두 나이지만 나와 같지 않기 때문에..

 

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그가 통과해야 했던 수많은 다른 세계는 어느 하나 비슷하지 않았다.

제이슨은 다니엘라의 죽음을 두 번 목격했고, 자기 자신이 죽은 세계도 지났으며 다니엘라와 이루어지지 않은 세계도 지나치고, 아들 찰리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도 지나왔다.

겨우 도착한 나의 세상에서 그는 무수한 나와 마주치게 된다.

그들 모두 그의 자리를 뺏으려고 한다.

또 다른 나에게서 제이슨은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누구나 그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30일의 밤>을 읽으면서 나 역시 또 다른 제이슨이 되어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있는 나를 상상해 봤다.

성공한 제이슨 2가 평범하게 살고 있는 제이슨의 자리를 뺏은 이유는 뭘까?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성공한 제이슨은 왜 그저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제이슨의 삶을 빼앗았을까?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나 보다.

제이슨 2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어 그가 잠깐 측은했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세계에서 방출되어 빼앗긴 행복을 찾으려는 무수히 많은 또 다른 제이슨들이 불행해졌다는 건 예측하지 못한 일이다.

 

남의 삶을 훔치려고 한다면 내 가장 소중한 것도 잃을지 모른다는 걸 제이슨 2는 몰랐던 걸까?

설사 그것이 또 다른 나의 삶이라 할지라도...

 

다중 우주에 대해서 <스파이더 맨 노웨이 홈>이나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통해서 체험한 것과 또 다른 맛이 있었던 <30일의 밤>.

이 이야기가 더 소름 끼쳤던 것은

그 많은 또 다른 나가 나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다중인격처럼 전혀 다른 성향의 나로 살아가는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소름이 끼친다.

다중 우주에서 또 다른 나는 책 한 권 못 읽는 일자 무식일 수도 있고, 스릴러 좋아하는 나 대신 스릴러 속 범인이 되어 어딘가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닐 수도 있다.

어떤 나는 몸치인 나와 달리 스트릿댄서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이 많은 가능성중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건지는 지금 현재의 내 모습을 보면 된다.

이 모습은 내가 선택한 나다.

만약 지금의 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다중 우주속 어떤 나의 모습을 나는 부러워할까?

그 부러움 때문에 그 삶을 빼앗을 용기가 있을까?

그렇다고 한들 나는 정말 행복할까?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내 머릿속엔 이런 생각들이 멈추지 않는다.

이 책도 같이 읽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소재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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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렐라이의 일기
아니타 루스 지음, 심혜경 옮김 / ICBOOKS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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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나에게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일깨워 주었다. 결국 중요한 건 오직 두뇌뿐이다.

 

 

1925년에 처음 발표된 소설이다.

그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로렐라이의 일기를 통해서 보자면 돈 많은 신사들을 잘 구슬려서 쇼핑도 하고, 여행도 하는 아가씨들의 재치담 정도로 생각했었다. 앞 부분은 그래서 뭔가 심심했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는 영화로 만들어진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마릴린 먼로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금발의 미인. 로렐라이와 먼로의 이미지는 딱 맞아떨어진다.

나는 영화도 못 보았기에 도대체 무슨 이유로 영화까지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이 로렐라이란 아가씨는 마냥 순진한 아가씨는 아니다.

남들에게 비밀로 하고픈 과거가 있고, 도로시라는 교양 없는 친구를 데리고 다니며

리츠 호텔에서 점심을 즐기고, 쇼핑하기를 좋아하는 아가씨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히 '신사'가 필요하다.

이 당시에는 여자 혼자 다니는 게 품위 없는 것이었고, 어딜 가나 그녀들을 보호해 줄 신사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로렐라이의 일기>의 진가는 로렐라이가 아이스만 씨의 후원으로 교양을 쌓기 위해 파리에 가면서부터다.

그곳에서 로렐라이의 재치와 순발력이 봇물처럼 터진다.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프랑스 신사를 졸라서 구입했지만 그 사실을 알아버린 신사의 부인이 변호사를 사서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돌려받기를 원한다.

변호사들은 자기들이 그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차지하고 비크만 부인을 속이려는 음모를 짠다.

그 사실을 안 로렐라이는 깜찍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변호사마저 속여버리는 로렐라이의 기지와 왠지 모를 그 당시 사람들의 허풍과 허세를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세련되게 풍자하는 <로렐라이의 일기>

제목처럼 로렐라이는 일기를 쓴다.

종이에 그녀의 생각을 적으면 책이 된다는 아이스만 씨의 이야기를 듣고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서 헨리 스포퍼드라는 신사를 만난다.

그는 로렐라이에게 반하고 로렐라이는 그와의 결혼을 생각한다.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결혼'을 하기에 적합한 남자가 헨리였다.

 

나는 지금 헨리의 가족과 함께 필라델피아 외곽에 있는 그의 유서 깊은 저택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다. 나는 '이 세상에는 어쨌든 가족 말고도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가정생활은 그것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합할 뿐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떠오른다.

 

 

필라델피아주를 거의 차지하고 있는 스포퍼드 가문의 며느리가 된다는 건 어떤 걸까?

그곳에서 로렐라이가 묘사하는 헨리의 가족들은 정말 생생하게 웃프다!

도덕적인 헨리와 함께 여생을 보내려고 생각하니 로렐라이는 자신에겐 결혼 생활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로시와 짜고 헨리를 달아나게 만들 작전을 생각해낸다.

그런 로렐라이의 작전은 과연 성공할까?

 




이 작품은 영어 원서가 포함되어 있다.

중간중간 감각적인 삽화도 포함되어 있다.

 

당시 상류사회의 '신사'들을 풍자하고, 미국이 유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신랄하게 까발린다.

영국 귀족들이 미국인을 접대하고 그들에게 물건을 팔려고 하는 장면은 정말 믿을 수가 없다!

게다가 '신사'라는 타이틀을 걸머진 남자들이 하나같이 속물들이라 로렐라이가 그들의 돈을 펑펑 쓰고 다니는 게 오히려 통쾌하다!

 

이 작품이 하퍼스 바자에 실렸을 때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 거 같다.

돌려까기의 귀재 아니타 루스.

로렐라이가 교양 있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자유자재로 이용한다면 도리스는 교양 없는(?) 입담으로 격이 낮은 자들을 이용한다.

로렐라이는 금발의 미녀이고 그런 사람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신사'들의 옆을 예쁘게 지켜주면 된다.

그러나 로렐라이는 금발과 미모 속에 자신만의 무엇을 가졌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그녀의 솜씨를 보면서 당시 여성들에게 이 소설이 어떤 통쾌함을 주었을지 알 거 같았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남자고, 그 남자를 움직이는 건 여자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누가 금발 미인을 생각 없는 인형으로만 봤나!

겉모습에 숨겨진 본심은 똑똑하고 현명하다는 걸 아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다.

다들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보이지 않는 걸 보는 훈련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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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생화학무기부터 마약, PTSD까지, 전쟁이 만든 약과 약이 만든 전쟁들
백승만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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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약.

이 두 가지 단어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전쟁은 인류의 삶을 바꿔놓았다.

모든 전쟁 이후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 범위는 우리가 복용하는 '약'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페스트균이 직접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자연적이지 않은 일이다. 일본 731부대는 자연적이지 않은 감염을 위해 열 일 한 부대다.

731부대는 페스트균을 곡식에 묻혀서 비행기로 살포했다. 사람들이 곡식을 줍기 위해 모이면 보다 효과적으로 페스트균이 퍼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강해지면 바이러스 역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내성이 생긴 세균보다 더 강한 세균을 만들어 낸다. 그 이유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적을 더 효과적으로 살상하기 때문이다.

 

천연두는 이제 거의 사라진 세균이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천연두 바이러스 샘플을 보유하고 있다.

천연두는 그들에게 세균전에서 써먹을 유용한 무기니까.

 

한쪽에서 세균을 이기기 위한 항생제를 만들었다면 한쪽에서는 더 강력한 세균을 배양했다.

바로 군사적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서다.

전쟁은 세균을 죽이기 위한 치료제도 연구하게 하지만 더 강력한 세균을 만들기 위한 연구도 하게 만든다.

 

 

 




전쟁에서 사용된 생물학 무기는 천연두와 페스트다.

이후 마약은 전쟁을 지배하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진통제와 각성제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독일군이 사용한 메스암페타민은 각성제로 야간 행군을 돕고 집중력을 높여주기에 지휘관이 사병들에게 권장했다고 한다.

메스암페타민은 일본 상품명으로 필로폰이다. 독일에서 먼저 사용했지만 1893년 일본의 약화학자인 나가이 나가요시가 생산을 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피로회복제로 생각했던 것이 마약이 되리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메스암페타민의 가장 극적인 효과는 바로 일본의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 파일럿이 마지막에 마신 것은 일왕이 건네준 필로폰 차였다.

 

모르핀과 아편은 전쟁통에 부상병들을 위해 쓰였다.

아편에서 분리해낸 모르핀은 수면의 신 모르페우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아편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모르핀은 부상을 당한 사람들에게 많이 사용되었다.

그렇게 전쟁통에 모르핀 중독자들이 양산되었다.

모르핀 보다 더 진정 효과를 지닌 헤로인은 런던의 한 병원에서 만들어졌고, 독일 제약회사를 통해 시판되었다.

한때 진통제로 사용되었던 헤로인은 마약 중독자들에게 넘겨졌다.

 

아편이 진정제이기는 하지만 펜타닐이 이처럼 위험하다면 공격용 무기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이런 경유가 대규모로 발생한 적이 있다.

 

 

과학자들은 천연에서 얻기 보다 합성으로 진통제를 만들어 냈다.

펜타닐은 그렇게 탄생했다. 빠르게 진통을 무마함과 동시에 빠르게 중독되는 점이 펜타닐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걸 전쟁에 사용한다면 그 전쟁은 끝난 이후에서 끝나지 않는 전쟁이 될 것이다.

 

전쟁은 각종 질병도 함께 몰고 온다.

그리고 그 질병들을 퇴치하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도 개발된다.

그렇게 개발된 약들은 늘 옳은 곳에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에겐 함정이다.

 

전쟁과 약이라는 키워드로 평소라면 알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담긴 책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1분 만에 수강 신청이 마감되는 인기 강의 교수이면서 약학자이기도 한 저자 백승만 교수의 이야기는 지구상의 전쟁사와 함께 우리가 이름만 들었던 수 많은 '약'들에 관한 몰랐던 사실들을 알려준다.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으나 옳지 못한 사용으로 전락한 '약'들

인류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살상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려는 사람들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만 만약을 위해 샘플을 보유하고 있는 자들의 마음보는 무엇일까?

 

모든 약은 독이고, 독은 약이다. 양에 따라 잘라진다. 무엇이든 사람에게 과량을 투여하면 곧바로 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모두가 권력과 돈에 집중된 생각들 때문에 벌어지는 참사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과욕이 수많은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죽게 만든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지금도 지구 한쪽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수개월이 지나도록 그 전쟁을 막지 못하고 있다.

세균전과 핵폭탄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현재에도 누군가의 과욕을 멈출 수 없음이 답답한 현실이다.

 

그 전쟁 이후에

인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

 

인류를 위해 발명된 그 모든 것들이 아프고,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좋은 약으로만 쓰이길 바란다.

인류에게 병을 옮기고,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중독되게 만드는 일에 쓰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약 좋다고 남용 말고, 약 모르고 오용 말자."

한때 약국에 가면 봤던 이 문구가 이 책을 읽으며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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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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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도로 운영된 이 프로젝트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태어날 모든 아이의 유전자는 편집되었고, 가장 진보된 인류가 한국에서 태어났다.

 

 

기근으로 인류가 멸망해가는 지구.

사람들은 서로를 잡아먹기에 이르고 한국은 우주 끝 막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우주선 무궁화호를 보내기로 한다.

그리고 진보된 인류로 태어난 아이들을 우주선에 태우기 위해 모집한다.

'나'는 미련 없이 지원한다. 부모도 모르게.

 

우주선에 타기까지의 과정,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향했지만 한정된 우주선 안에서 벌어지는 참극.

그들은 무엇을 위해 무궁화 호에 탔던 걸까?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위해 우주 끝 막 너머를 찾으려 했던 걸까?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그들에게 남은 건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막 너머에 있을 거라는 희망뿐.

하지만 그들조차도 그 '막'까지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미래뿐이다.

 

1부는 지구에서 무궁화 호가 발사 하기까지의 이야기로 현재와 미래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정신없이 오락가락한다.

그들이 쏘아 올린 무궁화 호.

그들이 쏘아 올린 지구의 희망.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그저 계획이었을 뿐.

목적이 있는 계획이라기보다는 어느 독재자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일 뿐이었다.

다만 맹목적으로 그것에 희망을 걸었던 배고픈 영혼들이 만들어 낸 슬픈 역사였다.

 

2부는 오랜 항해를 하고 있는 무궁화 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발사라는 최하위층의 직업군에 있는 이육칠.

그는 매일 사람들의 머리를 깎는다. 배급을 위해 머리를 깎는 사람들과 죽기 위해 머리를 깎는 사람들이 있다.

죄를 짓거나 수명이 다한 사람들은 이육칠에게 머리를 깎이고 스팀기로 들어가 비료가 된다.

비료가 된 사람들이 뿌려진 감자는 매우 빠른 성장을 하고 무궁화호 사람들의 식사가 된다.

 

하지만 그곳에도 계급이 존재하고, 반란이 존재한다.

무엇을 위한 계급이고, 무엇을 위한 반란인지 알지 못한다.

인간은 항상 체제를 만들어 내고. 그 체재에 항상 불복하는 반란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무궁화 호는 막을 향해 나아간다.

낡은 우주선.

생식을 이어가는 인간들.

폐기된 인간을 비료로 자라난 감자는 그들의 유일한 식량이다.

 

하지만 이육칠은 알게 된다.

무궁화호엔 자기가 모르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걸.

 

"문제는 모든 것이 어떤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는 거야. 내 몸 상태도 어쩌면 태초부터..."

 

 

영화 설국열차가 생각났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결말이 어떤 상징적인 걸 의미하기를 바랐다.

이것 역시 작가의 '어떤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쉼 없이 빠르게 읽어가게 만드는 솜씨는 좋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계속 물음표를 남겨두는 건 좋지 못하다.

내가 이 이야기의 맥락을 다 이해하지 못했는지도 모르지..

 

어쨌든 미련한 인류는 이미 '위대한 아브만미르' 박사의 '외계 생명체는 없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모든 시뮬레이션으로 최종적 '답'에 도달했음에도 그들은 우주선을 띄웠다.

마치 막 너머에 '천국'이 있다는 믿음이 계시처럼 모든 시간과 인간의 삶을 잡아먹었다.

 

정해져 있는 일.

그것을 인간의 의지로 바꿔 보려 했을까?

바꿀 수 있을 거라는 독재자의 생각이 결국 수많은 목숨을 희생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중 최후의 인간이 된 이육칠은 막 너머에서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인간적인 사고력을 마비 시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음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의 아픔을 치료해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속의 칠칠팔이나 형섭과 하나가 될지도 모르니까.

우리 중 누구도 이육칠은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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