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 외롭지 않은 혼자였거나 함께여도 외로웠던 순간들의 기록
장마음 지음, 원예진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가 오지 않은 날에도 내게는 비가 왔다.

 

 

 

 

 

배우이자 작가인 장마음.

20대의 그녀가 느끼고 생각하고, 성찰한 모든 것들이 이 안에 담겼다.

자신의 생각을 적어 가는 모습이 참 치열하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면서 열심히 생각하는 사람 같다.

 

나의 20대를 떠올려 보게 된다.

나는 그때 저런 생각들을 했었나?

나는 외로움이 외로움인지도 모르고 살았던 거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은 혼자 있는 시간대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은 그런대로

부딪히면 부딪히는 대로

어우러지면 어우러지는 대로

그저 하루하루를 보냈던 거 같다.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제목이 그때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내게 더 어울린다.





너는 시간이었고 나는 시계였다. 너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너의 시간에 맞추어보려고 애썼다. 때로는 기다리고 또 때로는 거슬러가면서까지. 너는 흘러가는 대로 그저 두었던 것뿐인데.

 

 

인간관계에 대한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그 나이를 지나온 내게도 쨍하게 다가온다.

혼자이기 위해서는 외로움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 에세이는 다른 감각을 심어 놓는다.

 

 

다른 세대에게서 배우는 삶

 

 

구분 짓지 못하고, 어울렁더울렁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사람들 밖으로 조금만 빠져나가도 외톨이 신세로 보였던 세대에서

선을 지키고, 어울림보다는 혼자의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에게서 배우는 외롭지 않게 혼자인 법.

글과 어울리는 사진의 감성도 어느 페이지에서 마주칠지도 모를 오래된 기억 속에 박제된 부분 같아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글들이 살아 있어서 좋고

그 살아 있는 글들이 날카롭지 않아서 좋다.

유연하게 나를 내보이는 글이 있다면 장마음 작가의 글이 아닐까?

 

 

이 글을 읽기 전까지 나는 혼자임을 즐기려면 외로움은 덤으로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글을 읽다 보니 내 생각이 짧았음을 느낀다.

 

 

이름처럼 마음이 마음을 다한 글이었다.

 

 

고만고만한 에세이들에 지친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지만 정리가 안되는 분들이,

20대 언저리를 추억하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은 글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러티
콜린 후버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의 팔에 말라붙은 핏방울, 셔츠에 묻은 얼룩이 눈에 들어왔다. 피를 뒤집어쓴 채 마주하는 게 우리의 운명인 걸까?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는 베러티는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갈수록 독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

자서전과 편지 무엇이 진짜일까?

 

 

왜 이 책의 제목이 베러티인지 알 거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지금도 어떤 베러티가 진짜인지 알 수 없다.

당신은 알 거 같은가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이 내 것이었던 것들을 빼앗아가고 있었다.

 

 

불편하고, 아슬아슬하고, 기가 막히고, 소름 끼치는 상황이 매 페이지마다 서려있다.

콜린 후버.

처음 읽는 작가인데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냥 첫 문장부터 푹~ 빠져서 읽다가 끝부분에 가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 모든 이야기를 뒤집어 버리는 반전의 정체로 인해서 모든 상황이 뒤집어진다.

 

그리고 나는 자꾸 되뇐다.

뭐가 진짜지?

어떤 베러티가 진짜인지 그 진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내 머릿속은 자꾸 갈등 중이다.

어떤 베러티를 믿든 로웬은 또 다른 베러티가 될 테니까..

 

웬만한 스릴러에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당신.

이 무더위에 뭔 책을 읽냐고 말하는 당신.

스릴러 다 고만고만하지라고 생각하는 당신.

베러티를 만나보시라!

 

당신은 올해가 가고 해가 거듭되어도 베러티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없을 것이다.

 

높은 수위의 장면 묘사 뒤에 소름 끼치는 베러티의 존재감은 먹방도 아닌데 단짠단짠의 '맛'이 느껴진다.

나는 베러티를 읽은 모든 사람들과 함께 수다를 떨고 싶다.

당신의 베러티에 대한 생각이 듣고 싶다.

 

베러티는 모든 독서모임에서 훌륭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 줄 것이다.

베러티 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
앨리슨 몽클레어 저자, 장성주 역자 / 시월이일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해 보면 지난 7년 동안이 다 정신 나간 시절이었지."

아이리스도 동의했다. "전쟁만 끝나면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그렇게 되질 않았어."

 

 

앨리슨 몽클레어.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은 2차 대전 이후의 영국을 배경으로 자립한 두 여성이 '결혼 상담소'를 열어 활동하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남편을 전쟁터에서 잃은 상류층 여성 그웬덜린 베인브리지와 정부 요원이었던 아이리스 스파크스.

정 반대인 두 여성의 캐미가 어디로 튈지 모를 매력들을 발산한다.

 

공습으로 폐허가 된 영국의 거리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

결혼 상담소를 차린 두 여자.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전쟁이 끝나고 어수선한 시절 그럼에도 일상을 찾아가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과 새로운 범죄를 꿈꾸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결혼 상담소를 찾은 틸리에게 딱 맞는 남자를 소개해 준 아이리스와 그웬은 며칠 후 틸리의 살해 소식을 듣는다.

범인은 자신들이 소개해 준 미스트 트로워.

아이리스와 그웬은 트로워가 범인일 리 없다는 생각을 하지만 경찰은 이미 트로워를 범인으로 체포하고 수사를 종결시키려 한다.

트로워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틸리를 조사하던 아이리스와 그웬은 틸리가 수상한 사람들과 어울렸음을 알아낸다.

그웬과 아이리스는 트로워의 무죄를 밝히고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내가 너한테 이 정신 나간 사업을 같이 하자고 한 건,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평생 남자들한테 이래라저래라 소릴 듣는 게 아주 지겨워 죽을 것 같아서였다는 말이야. 내가 어떻게 살지는 내 마음대로 결정하고 싶어서였다고. 그랬는데 이제 그게 다 물거품이 될 판이야. 웬 미친놈이 죄 없는 여자를 칼로 찌르는 바람에.

 

발랄하고 어디로 튈지 모를 매력을 가진 아이리스와 상류층 귀부인인 그웬의 궁합이 의외로 좋다.

아슬아슬한 모험에 언제나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리스와 상류층 여성으로서의 품위를 가졌지만 의외의 강단이 있는 그웬.

가끔 그들의 비서로 사무실을 봐주지만 주로 돈을 떼어먹고 나 몰라라 하는 커플들에게서 미수금을 회수하는 일을 맡고 있는 샐리.

아이리스의 전 약혼자였던 경찰 마이크 킨지. 그웬의 시어머니 레이디 캐럴라인 등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이 이야기에 긴장감을 주고 그들과 주인공들의 관계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킬 거 같다.

 

남편의 죽음에 쇼크를 받아 요양원에 갇혀 있었던 시간 동안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긴 그웬.

귀족 집안의 전통을 이어가야 하는 아들의 양육권을 다시 되찾으려는 그웬의 노력은 결실을 맺게 될까?

아이리스의 잭나이프와 그웬의 호루라기가 만들어 내는 위기의 액션(?)은 총기류가 난무하는 이 험한 21세기에는 어이없는 설정 같지만 묘하게도 위로가 되는 무기(?)이다.

 

이 이야기는 시리즈다.

시리즈의 네 번째가 집필되고 있다고 하니 이 시리즈가 본국에서 인기가 있나 보다.

추리소설을 읽으며 울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웬의 남편이 남긴 편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 편지로 인해 변해질 상황들이 그웬에게 어떻게 작용될지 궁금해서 다음 편이 빨리 나와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문제 앞에서 행동이 먼저 나가는 아이리스와 어떤 문제든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그웬이 앞으로 이루어 나갈 탐정 이야기.

격렬한 액션은 없었지만 엽기적인 사건은 존재하는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새로운 콤비의 탄생을 열렬히 환영하며 다음 편을 기다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으로 이즈미 안에 그 의문이 생겨났다.

다이키는 왜 몰래 나갔을까. 네 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순찰차가 왔을 때 왜 도망쳤을까.

 

 

요즘 읽는 일본 소설들엔 심리묘사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 몇 있었는데 이 작품도 그에 속한다.

자신에게 행복을 주던 아들 다이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 이즈미의 절절함과 그런 엄마에게 내쳐지고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지도 못하는 사라의 심리가 초반 이 이야기를 절절하게 몰아간다.

착하고, 모범생이고, 공부도 잘한 다이키는 왜 그 늦은 시간에 나가서 그런 죽음을 맞아야 했을까?

 

15년 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유력한 용의자마저 행방이 묘연하다.

사건을 맡은 형사 미쓰야와 가쿠토.

미쓰야는 사진처럼 선명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고 괴짜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가쿠토는 그런 미쓰야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려 하지만 독단적인 미쓰야에게 반감이 든다.

 

불륜을 저지고 내연녀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모모이는 행방이 묘연하고, 그의 부인 노노코는 무심한 듯 보이고 모모이의 어머니 지에는 자기 아들은 절대 살인자가 아니라며 광적인 모습을 보이는 와중에 미쓰야는 15 년 전 벌어졌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연결시키려 한다.

도대체 그 당시에 벌어진 사건과 지금 사건은 어떤 점에서 연결이 되어 있을까?

 

읽는 내내 다이키의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못마땅했고, 그러나 나 역시 너무 쉽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사건 앞에서 우리는 전후 사정을 모른 채 너무 쉽게 얘기한다. 그런 가벼운 사람들의 태도와 아니면 말지~라는 생각들이 여과 없이 지껄여지는 세상. 그 안에서 아무런 방어도 못하고 무너져가는 사람들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너무 극단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과거에 갇혀 사는 사람들에겐 현실이 없으니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어쩜 차라리 잘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어 낸 어두워진 사람의 마음을 아무도 헤아리지 못했다는 사실도 씁쓸하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남겨진 사람은 온갖 의문만을 가지고 산다.

같은 가족이어도 누군가는 잊고 살려 하고, 누군가는 그 시간에 갇혀 있고, 누군가는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이 제목이 더 의미심장해진다.

다이키는 그날 무엇을 했을까?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 왜?라는 질문을 달고 다닌다.

그렇게 끈질기게 질문하고 파헤치고 답을 얻으려는 사람 때문에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있다.

아무런 연관성 없었던 별개의 사건이 15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에 이어지는 이야기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살인은 돌연변이였을까?

유전이었을까?

이런 논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는 것과 같다.

마지막 장면이 소름 돋아서 나는 그날 그 아이의 죽음이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이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그것인데 알면서도 저런 생각이 드는 나는 잘못된 사람인가?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잘 다독여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해는 못 하더라도 그 마음이 더 다치지 않게 누군가는 다독여줘야 하니까.

다독임에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이즈미 곁에 누군가 남아서 그녀의 마음을 계속 다독여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여러모로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행성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만에 읽은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이 지구의 주인이 인간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