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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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불타오르는 별은 없다.' 알카이티스의 침대 옆 벽에 새겨져 있는 글귀다.

그가 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이는 위치에 쓰여 있다.

 

 

사실을 바탕을 쓴 소설은 매우 현실적이거나 아주 공상적이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의 장편 소설 <글래스 호텔>은 후자를 택했다.

폰지 사기를 다루면서 그것에 초점을 두지 않았고,

돈 얘기를 하면서 그것에 무심한 척 하는 사람들을 얘기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조너선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는 삶을 살았기에 결국은 닻을 놓치고 말았다.

수전이라는 닻이 끊어지고 그는 그녀와 함께 일구었던 것들로부터 자신을 조금씩 놓았던 게 아닐까?

감당하지 못할 것을 감당하려고 허우적대다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빈센트는 독립적인 삶을 끝내고 기대는 삶을 택했다가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빈센트 인생에서 가장 호화롭고 찬란했던 시절은 배에서 내린 3개월의 휴가였을 것이다.

9개월을 배 안에 갇혀 주방장으로 살다가 3개월은 훨훨 날아 올라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담고 싶은 것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살았던 몇 년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폰지 사기.

사기를 친 사람과, 사기에 동조한 사람, 사기인 줄 알고 있었지만 침묵했던 사람.

사기를 당하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전 재산을 쏟아 넣은 사람.

그들의 주변에서 그들을 알았던 사람들을 다룬 이야기 <글래스 호텔>

 

"이 세상이 너무 버거울 때 렌즈가 너와 세상 사이에서 방패가 되어줄 거라는 거야. 도저히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것 같아도 뷰파인더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건 할 수가 있더라."

 

 

모두가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았다.

현실을 직시했던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다들 뜬구름을 잡으려 했고, 달콤한 말에 속아넘어갔다.

자신의 것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글래스 호텔>.






남에게 기대고 사는 삶이 더 편했기에, 그래서 기대고 살게 된 것이다.

 

 

공생이 아니라 기생을 선택한 사람들의 최후를 그렸다.

언제나 뜬구름 잡는 사람들은 꼼꼼하지 못하다.

자신의 전 재산을 맡기는 일조차도.

 

우리는 선을 넘었다. 그건 분명했다. 그런데 그 선이 무엇이었는지는 훗날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각자 다른 선을 넘었거나, 시기만 다를 뿐 모두 같은 선을 넘었는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도 선을 넘을 때가 분명 있다.

그게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라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체 휩쓸리듯이 그렇게 선을 넘어 버린 후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걸 인식하면서도 못 본체한다.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이 닥쳐오면 그때서야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누구 탓을 한다.

실상 모든 것은 내 탓이다.

따져보지 않은 내 탓.

 

엘라 카스퍼스키.

이 캐릭터만 살아있어 보였다.

거짓을 알아챘으니까.

그 외 모두는 모두의 꿈속에서 기생했다.

조금씩 자신의 꿈들을 나누면서, 그것이 곧 깨버릴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이 이야기는 식상하지 않아서 좋았다.

식상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처음부터 선을 넘은 이야기였다.

같은 소재로 이야기를 쓴다 해도 이런 느낌은 나오지 않을 거 같다.

 

모든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어느 한 사람이 아니라.

이 이야기가 말하는 바가 그것인 거 같다.

 

그럴듯한 것에 속지말자.

항상 거짓은 그럴듯한 모습에 가려져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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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르테미시아 -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
메리 D. 개러드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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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르테미시아> 이 제목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묘비명이기도 하다.

이름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화가 아르테미시아.

미술 관련 책들을 읽다가 알게 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났다.

그가 살았던 시간대의 시대적 상황과 같이 활동했던 작가들과 아르테미시아가 남성들이 우세했던 세상에서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후원을 받기 위해 한 노력들이 담겨 있다.

 

아르테미시아는 아버지 밑에서 도제로 그림을 배웠다.

아마도 아버지가 화가였다는 사실 하나만이 그녀가 가졌던 최고의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십 대 때 강간을 당했는데 그 인물이 바로 아버지가 출입을 허가해 준 사람이었다.

타시는 젠틸레스키가 아르테미시아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라고 했던 사람이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강간을 당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명예를 위해 딸의 사건을 재판으로 끌고 간 아버지에 의해 아르테미시아는 자신의 모든 것이 부당하게 까발려지게 되었다.

어쩜 그 모든 사건들이 그녀의 그림에 강렬하게 스며들었는지도 모른다.

 

아르테미시아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여성화가의 그림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눈에 들어왔지만 그래서 여성화가의 그림이라고 연결 짓지 못했던 거 같다.

그림 보는 눈이 없던 나에게도 아르테미시아의 그림들은 정말 생동감이 넘치는 강한 인상을 안겨주었다.







왕관을 쓴 이 유디트는 마리 데 메디치뿐 아니라 이름이 같은 카리아의 아르테미시아 여왕도 암시한다. 따라서 이 유디트는 고대와 당대의 영웅적인 여성 지도자에게 존경을 바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는 아르테미시아를 대표하는 그림이 되었다.

처음 이 그림을 보았던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살육의 현장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에는 분노를 아우르는 비장미가 있었다.

유디트가 목을 자르려는 순간 남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하녀의 모습은 나에게 남성의 세계 자체를 절단 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림 속에서 아르테미시아는 남자들의 세상을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것으로 단죄한 것처럼 보였다.

 

 

21세기에 와서야 페미니즘의 선봉자가 된 아르테미시아.

자신의 지참금을 직접 관리하고 빚까지도 자신이 감당했다.

남편이 있었지만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고, 예술적 능력과 더불어 사업적 재능도 있었다.

그 시대에도 당차게 자신의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 당참이 그림에도 표현되어 있다. 그녀가 그린 그림 속 여성들은 모두 '힘'이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을 헤쳐나갈 지혜와 용기가 있는 모습이 그림에 스며있다.

그래서인지 다부진 여성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나에게도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이다.

 

미술사학자로 르네상스.바로크 미술의 연구자이자 오랫동안 아르테미시아를 연구해 온 메리 D. 개러드에 의해 아르테미시아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젠틸레스키라는 이름만 여러번 듣고, 스치듯 그림 한 점씩만 보았던 내게 이 책은 아르테미시아를 좀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이 책에는 아르테미시아의 그림 30점과 그녀와 함께 활동했거나 비교가 되는 화가의 작품 70점이 실려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어떤 화가가 그리냐에 따라 그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시대의 남성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여성을 그렸다.

아르테미시아는 있는 그대로의 여성을 그렸다.

우리는 상상과 현실 중 어떤 것을 보아야 할까?

 

나는 현실을 보고자 한다.

여기, 아르테미스.

그녀는 알았을 것이다.

당장이 아니라 먼 미래에 자신이 인정받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찾아 갈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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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1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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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치러야 할 값이 있는 거죠. 저애가 머지않아 그걸 깨달았으면 싶네요."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일은 흥미롭다.

알고 있는 배경들을 다르게 말할 줄 아는 작가를 만나는 순간은 짜릿하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을 알려주는 작가를 만났을 때는 책을 읽는 보람을 느끼게도 한다.

존재하지만 잘 몰랐던 세상과 역사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압둘라자크 구르나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열강의 위세 아래서 힘겨운 삶을 살아내야 했던 대다수의 사람들.

세상이 어찌 돌아갈지 모르지만 그 불운한 느낌을 직감으로 감지했던 사람들.

적들이 자신들의 삶을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있음에도 저항하지 못하고 빨려 들어갔던 사람들.

그들의 낙원이 그들의 손에 닿지 않도록 높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걸 빤히 바라보았던 사람들.

그러나 현실을 탓하면서도 현실에 안주해야만 했던 사람들.

 

어린 유수프의 삶은 자신에게 동전을 주는 아지즈 아저씨에 대한 그릇된 호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대상인인 그가 어째서 자신의 집에서 밥을 먹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주는 동전만큼 유수프에게 아지즈는 소중한 사람이었다.

열강들이 식민지를 어떻게 만들어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모습이다.

 

아지즈 아저씨를 따라가게 된 유수프.

그곳에서 만난 칼릴을 통해 자신이 아버지의 빚에 팔려온 거라는 걸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이 볼모로 그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즉 아버지가 진 빚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그가 아지즈 아저씨에게 저당잡혀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빚 대신 거상에게 맡겨진 유수프.

잘생긴 유수프가 열일곱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낙원.

낙원은 사람이 그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행복 같다. 그래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마음속에서만 항상 닿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아프리카 대륙에 아프리카인만 살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낙원'의 아랍 사람들은 꽤 인상적이었다.

말만 들었던 카라반들의 모습도 내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여성에 대한 그 당시 사람들의 태도, 느닷없이 나타나 아무나 잡아가는 현실도 백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또 다른 관점이라서 색다른 기분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인이 쓴 한국 사람의 이야기만 읽다가 한국인이 직접 쓴 한국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이럴까.

이런 섬세하고 절제된 표현들이 가지는 압축된 힘이 있는 글을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니..

나의 세계가 좀 더 넓어진 기분이 든다.

 

변화해가는 세상 앞에서 이제는 청년이 된 유수프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나는 이런 여행들에 지쳐가고 있다. 네가 나를 위해 그걸 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조심해라, 너희 둘 다. 칼릴! 너도. 북쪽 국경에서 독일인과 영국인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얘기가 있다. 언제라도 독일인들이 자기 군대를 위해 짐꾼으로 쓰려고 사람들을 납치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려라."

 

유수프는 돌아갈 곳이 없다.

아지즈 아저씨는 유수프를 좋아한다.

그리고 세상은 이제 전쟁에 돌입할지도 모른다.

하나의 시대가 가고 있는 즈음 청년이 된 유수프의 앞길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유수프의 뒷이야기를 자꾸 추측해 보게 된다.

나도 모르게 유수프에게 빠져가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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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 뜨인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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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진지하고 고요히 음미하고 아껴야 할 존재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책은 그 내면의 아름다움과 힘을 활짝 열어 보여준다.

 

 

지난번 책 소개를 할 때 '현실을 잊고 싶을 때' 책을 읽는다고 썼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를 읽으며 헤세에서 혼난 기분이다.

헤세는 '우리 자신과 자신의 일상을 잊고자 책을 읽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책으로 향할 때는 굳은 의지를 품고 읽어야 한다고 말이다.

 

헤세의 진지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나의 독서습관들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저 책이 좋아서,

그저 책이 많은 것만으로도 채워지는 부분이 있어서

그저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정이 되어서 책을 좋아했다.

 

거장의 책에 대한 사유가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자꾸 건드려준다.

나의 책 읽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는 헤세의 책에 대한 끄적임이다.

책을 대하는 마음가짐

책을 정리하면서 뜻하지 않게 만나지는 것들과

신세대 작가들과 그들의 글에 대한 헤세의 생각들

작가로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들

다독이 아니라 정독을 하라는 가르침 등 헤세의 많은 생각과 느낌들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걸 자랑이라도 하듯이 월별로 읽은 책들의 책탑을 쌓아 올린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처음엔.

하지만 달리할 일 없이 책에 몰두하고자 하는 나에게 그것은 또 다른 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

 

내 안에서 찾아야 하는 길을 책을 통해서 찾으려고 하는 나만의 몸짓.

헤세의 가르침이 틀린 건 아니지만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진지하게 책을 탐구하라는 가르침은 나 역시 생각해오던 바여서 무언가 공통점을 찾은 거 같기도 하다.

 

자신을 독서가, 애서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최근 자신의 독서에 의문점이 생긴 사람들

책을 계속 읽고 있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는 사람들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에서 해답을 찾거나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얘기해 주고 싶다.

 

잘못된 독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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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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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가마쿠라선 상행 열차가 탈선한다.

졸지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그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눈물이 날거란 생각을 못 하고 읽다가 주체하지 못하고 흐르는 눈물 때문에 당황했다.

네 가지 에피소드마다 모두 다른 마음으로 울었던 거 같다.

이 이야기들이 주는 의미는 사랑 보다 더한 '그리움'인 거 같다.

절절한 그리움들이 느껴져서 더 애통하고 마음이 쓰였다. 그 진한 그리움들이 내 눈물샘을 흔들어 놓았다.

 

"이 열차는 말이지, 탈선 사고로 인해 마음에 맺힌 게 있는 사람 눈에만 보여."

"열차가 달리면서 내는 소리도 간절한 그리움을 간직한 사람한테만 들리고, 당신은 이 열차가 보이나 보네."

 

 

유령이 안내하는 유령 열차의 탑승법은 네 가지

그 네 가지 중 한 가지만 어겨도 원래의 현실로 돌아온다.

 

아침에 인사하고 나간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다면 어떤 심정일까?를 내내 생각하며 읽었다.

얼마나 많은 사고들이 직원의 잘못으로 덮어씌워졌을까?

얼마나 많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들 앞에 머리를 숙였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고로 잃었을까?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렇게 눈물이 났나 보다.

자신의 아픔 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듬어 주려 하는 마음들 때문에 더 울컥해졌다.

 

약혼자를 잃은 도모코에겐 새 생명이 주어졌고

아버지를 잃은 사카모토는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 받았고

짝사랑하던 누나를 잃은 가즈유키에겐 동생이 생겼고

남편을 잃은 기타무라에겐 다정한 이웃이 생겼다.

 

삶에서 해답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사람이거든. 컴퓨터나 로봇이 아니라, 모든 걸 가르쳐주는 건 사람이다.

 

 

모두가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사람들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 이야기는 감정의 찌꺼기들을 씻어내게 해주었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대한 소중함과 그리움에 대한 애달픈 감정들로 감정 소모가 심했지만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즈음

이 사람들을 유령 열차로 안내했던 유령 유키호가 사람에 대한 믿음을 안고 하늘로 가는 모습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아마도 유키호 역시 자기로 인해 홀로 남겨진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해줌으로써 자신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었기를 바랐다.

 

스쳐지나는 주변 사람들과 나는 어떤 인연으로 이어져 있을까를 생각해 봤던 시간이었다.

맘껏 울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책 핑계라도 대면서 울고 나면 조금은 나아진 기분을 맛볼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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