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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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50세 이후, 젊지 않지만 늙지도 않은, 아직 욕구가 들끓는 이 중간 시기를 살펴볼 것이다. 이 시기에는 인간 조건의 중대한 문제들이 날카롭게 부상한다. 오래 살고 싶은가, 치열하게 살고 싶은가? (중략)

인생의 계절에서 가을에 새봄을 꿈꾸고 겨울을 최대한 늦게 맞이하기를 원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바친다.

 

 

지침서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 듦에 대한.

나이만 먹었지 마음은 늘 이십 대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그 나이를 잘 살아가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설명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받았을 때 내가 원하던 책이라고 생각해서 무척 반가웠다.

 

프랑스의 대문호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는 길어진 수명과 더불어 젊음을 유지하고 노년의 길에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평소 생각해왔던 것들과 삶에서 직접 맞닥뜨리게 되는 일들에 대한 파스칼의 자서전이자 선언문이다.

 

 

 



이민 2세대가 1세대의 적응을 돕듯이 지금은 자녀가 부모를 교육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킨다. 연령의 위계질서도 뒤집혔을 것이다. '노인'은 이제 더 가르칠 게 없고 배워야 할 것만 많다. 그들은 새로운 도구에 소외당한 새로운 문맹이다.

 

 

키오스크를 처음 접했을 때가 생각난다. 키오스크 앞에서 직접 주문을 하는 게 처음이었는데 당황스러웠다.

왠지 모두가 나만 쳐다보는 거 같고, 내가 이걸 잘 사용하고 있는지를 감시 당하는 느낌이었다.

새로운 앱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도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남들 다 쓰고 있는 걸 뒤늦게 알게 되어 그게 뭐냐고 물어보기도 난감한 상황이 앞으로 자주 생길 것이다.

아이가 있다면 아이를 통해서 현재 가장 새로운 것들을 배울 텐데 그렇지 못한 나는 매일 새로운 것들을 습득할 기회를 노려야 한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은 100세로 늘어났고, 나날이 젊어지는 기술도 늘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정년은 65세로 정해져 있다. 일은 할 수 있는 젊음이 있음에도 밀려나는 것이다.

내 주위 어르신들을 보면 다들 새로운 것들에 불평이 많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냐는 것이다.

아주 편리하게 만들었어도 사용할 줄 모르면 불편한 것이다. 노인의 삶은 그런 것이다. 편리함보다는 익숙함이 그들을 편하게 한다.

 

나는 그런 분들을 보며 나이가 들어도 늘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는 아직 많이 남은 시간들 속에서 점점 노쇠해지는 육체와 함께 매일 새롭게 발전해 가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지침서다.

 

 

젊은 애들 말도 배우고, 새로운 표현도 소화하고, 요즘 시대에 재미를 붙여야 한다.

 

 

나이 드신 분들이 젊은 애들 말을 쓰는 것을 보면 왠지 나잇값을 못하는 거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이제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걸 알겠다. 그분은 마음을 열고, 새로운 세상의 말을 배웠던 것이다. 세대가 바뀌면 쓰는 말도 달라진다. 자기 세대의 말과 생각을 고집하는 건 꼰대다.

늙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늘 생각과 마음을 열어놔야 한다.

 

죽음에 대해서도 미리미리 생각해 두어야 한다.

이 책을 받았을 때 나는 엄마의 안 좋은 조직 검사 결과를 들었다.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제가 마주칠 죽음 앞에서 담담해지기 위해 지금부터 내공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그 죽음 앞에서 부정하고, 외면하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면 결국은 남은 사람들의 고통이 더 커진다는 걸 나는 이미 배웠다.






대문호라는 수식어답게 많은 문장들에 밑줄을 그었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명확한 언어로 표현해 주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즐겁게 표현된 책이다.

지루하고 뭔가 애매한 말들이 많을 거 같은 책으로 생각한다면 틀렸다.

깊이 공감하며 무릎을 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프랑스는 우리보다 삶의 방식이 앞서간 나라다. 그래서 지금 어중간한 나이에 서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은 즐거운 생각거리를 준다.

 

남아있는 날들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안내서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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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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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새로운 세계에서도 놀 수 있다.

 

 

황모과 작가의 이야기들은 모두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

현실도 미래도 모두 과거 속에서 움트는 것이기에 이야기들의 과거는 미래와 같은 현실속에서 눈을 뜨게 한다.

이야기의 틀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에서 놀 수 있듯이...

 

 

과거 의문사 유족들의 DNA를 통해서 이름모를 유골들에게 이름을 돌려주는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는 그 발상자체로 멋진 이야기였다. 작가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이렇게 잊지 못할 이야기로 남겨주었다.

어딘가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를 알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또는 어딘가에 묻혀서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무연고자들의 넋이 위로받을 수 있을 거 같은 이야기여서 DNA판독기가 정말 개별장치로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탱크맨>에선 작금의 현실이 보여서 등골이 서늘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교화시키려는 세력들에게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기억을 지키려는 사람의 의지.

세상은 그런 사람들의 희생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모멘트 아케이드>의 세상에서 나는 어떤 감정의 순간을 찾게 될까?

가족간에도 같은 상황의 기억은 모두 다르다. 사람의 기억은 늘 자기중심으로 해석되니까.

돌봄받지 못했던 어린시절에서 탈출한 언니.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고 살았던 12년.

엄마와 언니에 대한 원망으로 자기 자신을 죽이며 살아 온 나.

언니의 기억을 체험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사실.

이 모멘트 아케이드가 현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기억을 체험하며 상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깊어 진 감정의 골을 치유할 수 있을테니...

 

 

SF 소설이라지만 우주를 유영하진 않는다.

SF 소설이라지만 괴담소설 같다.

 

 

아픈 과거사들을 마치 미래로 끌어 온 거 같은 글들 앞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에서 뿜어 나오는 진한 슬픔들을 체험했다.

 

 

살아있는 문체가 마치 웹툰을 본듯하다.

무거운 주제를 가뿐하게 이야기 하는 황모과 작가의 필력은 SF 장르를 빌어와 과거와 미래를 하나로 묶어 놓았다.

우리의 미래는 상처 입은 과거를 치유하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외치는 거 같다.

그것이 치유되지 않는 한 상처는 더 많은 딱지와 흉터를 남길 테니...

 

 

상상의 힘은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한다.

밤의 얼굴들이 가진 상상의 힘은 치유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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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개정증보판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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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첫 출간된 이상한 정상가족은 이후 5년이 지나서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읽지 못했던 책이었지만 많은 분들의 리뷰 속에서 범상치 않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가장 밝게 비춘 책이라고 생각한다.

 

알고는 있지만 자신이 그 범주에 속하지 않으면 관심 갖지 않는 사람 중에 하나인 나 자신도 이 책을 읽으며 뉴스에서만 보던 아동학대가 실상 내 어린 시절부터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가 없는 나는 결혼을 했지만 비정상가족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체벌에 대해서 따질 수 없었다.

내 중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은 영어 선생님이셨는데 온순하고 차분하고 착한 남자 선생님이셨다.

그 나이 여자아이들에게 놀림당하기 딱 좋은 선생님이었는데 우리는 그 선생님의 여린 모습을 만만하게 봤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단체 기합을 받을 때였는데 선생님은 모두 눈을 감고 손을 앞으로 내밀라고 하셨다.

그리고 15센티 얇은 플라스틱 자로 손바닥을 때리셨다. (그것도 거의 갖다 대는 수준으로..)

우리는 모두 큭큭거리며 웃었고, 나중에 눈을 뜨고 보니 선생님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은 체벌을 원하지 않으셨지만 정말 너무나도 징그럽게 말을 안 듣는 자기반 아이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다.

아프기 보다 간지럽기만 한 그것은 수학 선생님의 출석부 스매싱 앞에서 아주 웃기는 모양새였지만 그때는 그걸 몰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1 담임 선생님의 선하게 웃는 모습이 선명해진다.

선생님은 그 당시에도 우리를 어른으로 대접해 주셨고, 존중해 주셨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다니...

선생님들로부터 존중이라는 걸 받아 본 적 없는 여학생들에게 그는 물러터지고 순해빠져서 우리가 마음대로 해도 아무 탈이 없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관습을 버리고, 고치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시간대에 서 있다.

전쟁을 겪고, 가난을 겪고, 산업화를 거친 세대와 태어나자마자 풍족한 삶을 영위하는 세대 간의 갈등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계속 갈등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그것을 이용하고자 하는 정치세력과 그것을 조장하는 언론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 안에서도 서로의 가치관이나 개념이 달라서 소통이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어르신들은 아이들은 매를 맞고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그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권리이다.

가정 안에서 시작되는 편견과, 불편함과,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들은 모두가 점검해 보고 고쳐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2000년대 초반에 대학로 거리를 걷는 데 낙태 방지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나는 그날 미혼부라는 말을 검색해 보았는데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혼모는 있는데 미혼부라는 말은 왜 없는 거냐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낙태의 짐을 여성 혼자서 짊어지는 것이 마땅찮았다.

낙태 방지를 위해 길가는 여성들을 붙잡고 훈계를 할 게 아니라 사실은 남성들을 교육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낙태의 가장 큰 원인은 남자들이 자신의 아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무거운 짐을 모두 여성들에게 짊어지게 하고 낙태가 불법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해하기 싫었다.

 

지금은 미혼부라는 말도 사전에 있다.

아직도 많은 부분이 미흡하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는 나아가고 있다.

물론 희생을 치르고 바뀌는 법도 있고, 인지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나아가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나는 희망스럽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들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사회는 지금 지극히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많고, 비정상이 다수인 사회에서는 그들이 바로 정상이다.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무너졌으면 시대에 맞는 가족관계를 공부해야 한다.

변화한 세상에 자꾸 옛 방식을 들이대면 그것이야말로 비정상이 아닌가.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에 대한 체벌이 어떻게 폭력으로 진화하는지를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가족 공동체를 잘 이루면서 살아왔다. 그것을 21세기에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려면 가족이라는 개념을 혈연에서 같이 살아가는 이들로 바꾸는 인식이 필요할 거 같다.

식구는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금 나와 가장 많이 밥을 먹는 사람이 누군지 떠올려 보자. 그들이 바로 나의 식구. 나의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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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가야 한다
정명섭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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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죽음은 다른 누군가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행세를 하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빤히 예상되는 이야기라도 어떤 필력으로 쓰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스릴은 다르다.

 

생일이 같은 두 남자가 있다.

양반 가문에 태어난 강은태와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난 황천도.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다가 전쟁에서 포로로 만나게 된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 전쟁터로 내몰린 강은태와 주인집 아들 대신 노역을 나온 황천도.

그들은 20여 년간 후금의 포로로 잡혀 노예 생활을 했다.

그 노예 생활 동안 두 사람은 우정을 쌓는다.

그러다 조선의 왕이 바뀌고 청나라와의 싸움에서 진 뒤 속환되는 와중에 두 사람의 운명은 바뀐다.

 

남의 인생을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언젠가 밝혀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사는 삶은 얼마나 불안할까?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의 마음은 얼마나 단단해야 할까?

 

황천도에서 강은태로 돌아온 그를 알아볼 사람은 정말 없을까?

오랜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변하게 된다.

게다가 적국의 노예로 살았던 사람이라면 얼마나 많이 변해버렸을까?

 

그러나.

누군가는 의심을 하게 되고

그의 과거를 캐기 위해 안간힘을 쏟게 된다.

양반의 삶을 빼앗아 살게 된 노비의 자식은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기게 될까?

 

사대주의와 전쟁

삼전도의 굴욕과 신분제의 모순들

풍족해지는 상인들 앞에서 신분만 남아있는 양반들의 모습도 우습기 그지없다.

쥐뿔도 없으면서 신분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그 덕에 먹고살면서도 무시해대는 양반의 모습은 꼴불견이다.

처음부터 밉살스러웠던 고가수는 그 집요함에 놀라게 된다.

 

황천도 같은 인생을 산 사람이 있었을까?

이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 이후에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갔던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황천도의 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다른 인생을 꿈꿨던 그의 의지는 응원해 주고 싶었다.

 

사극 드라마 보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재밌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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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 끝나지 않는 전쟁, 자유세계를 위한 싸움
H. R. 맥매스터 지음, 우진하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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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반대 세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러시아를 다시 위대하게 일으켜 세우기 위해 푸틴은 러시아의 민족주의적 사명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는 러시아를 두려움을 모르는 그런 국가로 내세우며 서구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기 위한 외교 정책들을 짜내기 시작했다.

 

 

배틀그라운드.

제목만 보면 게임이나 영화가 생각난다.

이 책은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을 다루고 있기에 게임이나 영화로 놓고 본다면 국제 정세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도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이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는 모습을 한 달 넘게 뉴스와 각종 SNS를 통해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전쟁을 예견한 사람이 쓴 책의 첫 장은 바로 러시아다.

 

트럼프 행정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군인이자 역사학자인 맥매스터.

나는 그가 인터뷰하는 동영상을 보았는데 그는 군인임에 틀림없었지만 그보다는 역사학자로서의 면모가 더 많이 보였다.

그래서 맥매스터의 배틀그라운드는 군인이면서도 역사학자의 눈으로 본 세계정세로 정확도가 비교적 높아 보인다.

물론 미국인의 관점에서만.

 




푸틴이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는 상대방 국가를 흔들고 분열시켜 무너뜨리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러시아와 IRA가 SNS를 이용하여 미국 사회의 갈등과 균열을 조장하고 있다.

푸틴은 미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유럽에서 가장 풍요롭고 강력한 독일을 목표로 삼았다.

거짓 정보와 부인, 에너지 자원과 파괴적인 기술을 결합한 러시아를 미국과 유럽은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전쟁으로 보여지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가짜 정보를 퍼뜨리고, 그것에 좌우되는 사람들은 서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며 상대의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건 이번 선거에서 확실하게 깨달았다.

가족 간에도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생각 차이는 현저하게 달랐다.

그렇게 사회가 분열되고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해지면 누가 이들을 볼까?

전쟁을 벌이면 이득을 보는 쪽은 어디일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의 예상대로 가고 있는 걸까?

참견쟁이 미국은 어째서 손 놓고 있는 걸까?

그저 무기만 팔아먹고 있는 걸까?

 

북한에 대한 맥매스터의 생각은 확고하다.

북한에게 자비는 없다. 이다.

맥매스터의 생각은 우리가 일본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북한을 견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일본이 또다시 망상에 빠지게 도와주는 길이라는 걸 생각지 않는 거 같다.

 

맥매스터의 모든 이야기를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정보만 취하면 된다.

배틀그라운드는 국제 정세의 흐름을 알기에 좋은 책이다. 그러나 그가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의 이익을 가장 우선하는 것이기에 그의 의견은 경청하되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만 새겨들으면 될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을 거치면서 세계인의 경찰 노릇에서 몇 단계 내려왔다.

그리고 그것을 수습하고 예전의 강력한 미국으로 돌아가려면 아주 많이 어려울 것이다.

우리도 그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벽돌 책이지만 어렵지 않아서 좋다.

배틀 그라운드를 읽는 동안에 우리에게도 이렇게 쉽게 국제 정세를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입장에서, 한국을 위해, 한국식으로 국제 정세를 살펴보는 그런 사람이 쓴 책을 읽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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