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책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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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선, 또 사고쳤다.

 전작 <라면의 황제>를 통해 엽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전혀 숨기지 않고 대한민국 강원도 W시에 홀연히 등장한 우주선과 외계인을 선보이더니, 이젠 여기서 두어 계단 업그레이드 해 또다시 세계 전 지역에서 수없이 많은 우주선이 쏟아져내려와, 왜 그거 있잖아, 어떻게 보면 중절모 같고, 어떻게 보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이 생긴 오소독스한 모습의 우주선, 바로 그 모습의 무수하게 많은 우주선들이 전작과 같이 하늘에 동동 떠 있다가 거기서, 개봉박두, 숱한 외계인이 하늘에서 강림을 하시는데, 바로 2015년 12월 21일, 그날로부터 한 달 전 대한민국의 모처에서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백년보다 긴 하루>를 읽고 내가 쓴 독후감에서 이렇게 의문을 제시했는데 "왜 외계생명체까지 전부 척추동물이어야 하는 것이지? 무척추동물로 하면 더 획기적이지 않을까? IQ 150의 두뇌를 보유한, 2미터 크기로 진화한 말벌을 생각해봐", 비록 말벌까지는 아니었지만 김희선은 전작에서의 로스웰 사건과 거의 비슷한 외계인의 모습 대신 거대 파충류, 즉 공룡의 외모를 한 외계인을 등장시켰으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숱한 개체들이 널려있는 공룡 모습의 외계인들은 서로 텔레파시를 통해 의견교환을 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수많은 공룡들이 사실은 한 개체의 수없이 많은 분산, 즉 외계인이라기보다 하늘에서 강림한 신, 그렇다, 모든 종교에서 말해왔던 바로 그 신, 한문으로 쓰면 神, 영어로 God, 독일어로 Gott, 프랑스어로 Dieu, 이태리어로 Dio 라고 주장해마지 않는다. 사실은 하나지만 눈에 보이는 건 세계 방방곡곡에 산재해 있어 분산된 각 개체의 신이 세상을 모눈종이처럼 쪼개서 한 모눈을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 그러나 그게 면적 단위인지 인구밀도 단위인지는 밝히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독자가 생각하기로 암만해도 인구밀도 기준으로 봐야 마땅하지 않겠느냐 하는 건데, 왜 그러냐하면, 책의 주인공 스티브, 미국에 있다고 김희선이 주장해마지 않는 트루데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스티브의 아파트 혹은 연립주택 아니면 다세대주택 창문을 은근슬쩍 넘어보는 티라노 닮은 신(의 분산된 개체)의 갯수가 두 마리, 아참 신한테 '마리'라고 쓰면 불경하겠구나, 그럼 두 분, 아무리 그래도 티라노 닮은 도마뱀 종류 파충류 강綱의 생명종에게 또 '분'이라 쓰기도 거시기해서 참 곤란하지만 하여간 신이 둘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이 둘 등장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보기에 둘이지 사실은 하나인 둘을 김희선은 각기 보리스와 아르까지로 칭하기로 결정해 나로하여금 완전 뒤집어지게 만들었다. 참 재미난 소설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을 함께 쓴 스트루가쯔키 형제 아닌가 말이지. 뭐 그건 그거고, 이제 외계인을 신의 자리까지 격상시켜놓은 김희선. 혹시 작가 자신이 외계인 아냐?

 위에서 얘기한 주인공 스티브. 얘가 2016년 현재 살고 있는 곳이 미국의 트루데. 트루데라는 지명을 작가는 이탈로 칼비노의 책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초원을 유목민처럼 유동하며 세상은 끝도 없는 트루데란 보이지 않는 도시로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로 사용한 걸 차용해왔다. 그러니 트루데란 미국의 도시도 그게 정말로 있는 건지 아닌지, 심각한 정신적 외상에 의하여 탄생시킨 거대한 지리적 서사에 불과한 것인지 끝내 일러주지 않는다. 책을 읽어보면 '트루데'란 미국의 도시, 돼지와 닭의 도살업으로 시민 전체가 먹고 산다고 해도 별로 과장이 아닌 삶으로서 피의 도시, 이게 거 참, 정말 미국 도시 맞아? 읽다보면 서울시 동대문구 마장동 도살장 부근이나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도살장 인근인 것 같은 기시감이 팍팍 든다. 지금은 모르겠고 20세기의 마장동이나 십정동에 가면 선입견인지 아니면 사실인지 하여간 피비린내 비슷한 자극이 후각 가득 차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당시 25도 짜리 진로소주 병을 비우고나면, "아줌마 두꺼비 알 밴 걸로 바꿔주세요" 하면서 "등골 한 접시 추가고요, 간하고 천엽은 서비스로 좀 더 주세요"하는 왁자한 소리의 주문이 언제나 귀에 익었다. 그땐 일년 내내 날고기 실컷 먹고 따뜻한 봄날이 오면 배 속에 뭔가가 있거나 없거나, 칼국수 마디 같이 생긴 뭔가가 바지를 타고 떨어지거나 아니거나 구충제 한 웅큼을 꿀꺽 삼키면 그걸로 끝이었다. 스티브의 아버지가 1980년대에 미국 트루데로 이민가서 곧바로 얻은 직업이 살아 있는 돼지의 경동맥을 따는 일이었고, 똑같은 시절의 마장동이나 십정동에선 돼지를 도살하기 위해 끄트머리가 뾰족한 도살용 도끼로 돼지의 정수리를 단 한 방에 쪼개버렸다. 기억하시나? 당시 재래시장 가면 돼지 대가리 삶은 것들을 죽 늘어놨었는데 하나같이 정수리에 구멍이 뽕, 나있던 거. 난 책을 읽으면서 미국 도시 트루데에 관한 일화에 상당히 관심을 쏟았는 바, 삶을 위한 피의 도시와 스티브가 경험한 불행한 개인사가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기 때문이고, 이 소설이 독자에게 중의적 해석의 기회를 주기 위해선 작가는 트루데와 도시 속의 삶에 더 치밀한 묘사를 해야 하지 않았나 싶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고 이 독후감을 읽는 분은 지금 내가 뭔 얘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이렇게만 말하자. 작가는, 그가 매체에 인터뷰한 내용을 빌리자면,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 다시 말해 결론에 관해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열린 서사구조"를 주고 싶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만들기 위해선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미궁에 빠져있게 만들어야 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서다. 내가 읽기로는 책의 후반부에 가서 오히려 그동안 헤맸던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작가가 만일 이 독후감을 읽는다면 미궁에 빠져 있던 독자가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던 것일까,를 숙고해봄직 하지 않겠나). 소설가는 거짓말장이다. 그건 당연한 거고,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란 새롭고 어려운 지평을 선사하기 위해선 또 대단한 사기꾼이 되어야 한다. 끝까지 독자를 속일 수 있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있을까. 앞으로 김희선이 심사숙고 해봐야 할 동네 아닌가싶다.

 비록 말은 이렇게 했음에도, <무한의 책>은 올해와 내년 상반기에 있을 대한민국의 문학상을 기대해도 좋을 수작이다. 정말 상을 받을지 아닌지는 자신하지 못하겠다. 그건 우리나라의 문학상을 보면 말은 번지르르 잘 하지만 이 책처럼 파격, 혹은 변종 또는 엽기발랄한 작품은 그냥 칭찬만 할 뿐, 진짜 상을 주는 경우를 내 보질 못해서다. 등장과 더불어 문학인생의 전성기를 맞은 거처럼 보이는 김희선. 아직은 그의 전성기가 아님을, 아직은 더 보여줄 것이 많이 있다는 걸 증명해주기 바란다.

 





* 여기서 끝내려고 했으나 도무지 입이 근질거려서.

 왜 미국의 트루데, 그곳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대한민국의 어느 도시, 특정하지 않는 일반 도시를 보는 것 같을까. <무한의 책>은 오직 대한민국 국내 판매용으로 쓴 것인가? 책을 외국어로 번역한다면 트루데를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는 아메리카, 유럽 사람들이 몇이나 있겠는지.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대한민국의 모든 소설가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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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잡극선 을유세계문학전집 78
관한경 외 지음, 김우석.홍영림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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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漢나라 문, 당唐의 시, 송宋의 사詞, 원元의 곡曲 가운데 (세월 빠르다, 벌써)20년 전에 당시唐詩는 이원섭의 번역으로 읽고 몇 수는 외웠는데, 다른 세 개는 머뭇거리기만 했다. 이번에 기회를 잡았다. 책의 제목 "원잡극선"을 우리식으로 알기 쉽게 쓰자면 '원 (한 칸 띄고) 잡극 (한 칸 띄고) 선' 즉 "원 잡극 선"이 좋다. 즉, 원나라 시대의 잡극 선집이란 말씀. 칭컨데 '원곡'이란 건 들어보기만 했지 '곡'의 형태가 무엇인지는 생각해보지않았다. 물론 곡哭 소리 나는 비탄의 싯구는 아니겠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근데 원곡元曲에 대해 조금이라도 궁금해 했다면, 아시다시피 내가 또 음악을 대단히 좋아하니, '곡曲'이 '소리와 가락'을 포함하는 예술행위라는 걸 금방 알았으리라.

 여기까지가 책을 읽기 전의 황량한 내 정신상태. 드디어 해설까지 포함해 830 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넘긴다. 첫번째 이야기가 <선비 장우가 바다를 끓이다>. '이호고'의 작품이란다. 장우라는 이름의 선비가 있어 동해(우리나라 서해) 바닷가 근처 한 사찰에 들어 경치가 삼삼하니 풍취가 돋는다. 선비랄 작자는 길을 나설 때 반드시 가지고 다녀야 할 것이, 책, 검, 거문고(또는 가야금) 그리고 뭐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벌써 잊었다. 알고 싶으시면 이 책 사 읽어보시라. 알더라도 다 말해버리면 재미 적으니 기억나지 않는게 오히려 기특하다. 하여간 네 가지 가운데 거문고를 가져오라 하여 득도의 솜씨로 연주를 하며 노래 한 곡조를 뽑는다.


 흐르는 물을 연주하든 높은 산을 연주하든

 종자기가 가버리면 내 연주 알아듣는 이 없으리

 오늘 밤 등불 아래 노래 세 곡 연주하리니

 헤엄치던 물고기 머리 내밀고 들어줄까?


 종자기鍾子期가 누군지 모르시지? 한 마디로 '귀명창'의 대명사. 전국시대 때 백아伯牙(한자 변환 하니까 1번으로 鍾子期, 伯牙가 뜰 정도로 유명짜한 인간들이었으니 좀 외워둬도 좋을 듯)라는 극강의 거문고 연주자가 있었는데 종자기가 백아의 연주를 듣고 한 방에 광팬이 됐단 거.

 하여간 장우의 노래 속에 마지막 줄, "헤엄치던 물로기 머리 내밀고 들어줄끄나" 하자마자 정말로 물고기 인간, 동해바다 용왕님의 세째 딸 '경련'이 연주를 듣고는 단박에 장우한테 반해버린다. 그리하여 용왕님 댁 세째 따님이 연주를 들으면서 노래하는 여러 마디 가운데 하나 만 소개하자면,


 [작답지鵲踏枝]

 패옥 잡아당겨 나는 딩동 소리도 아니고

 처마 밑 풍경의 찰가랑 소리도 아니고

 사찰 승방의 목경 두드리는 댕댕 소리도 아니고

 한 소리, 한 소리 마음 두려워지는데

 아, 바로 띵띠링 오동 나무에 비단줄 소리구나


 이 노래가 대단히 훌륭해서 따온 것이 아니라, 시 앞에 지시어 비슷하게 써놓은 세 글자로 된 걸 읽어보시라. 작답지. '까치가 나뭇가지를 밟듯' 노래하라는 거. 굳이 서양 말로 하자면 알레그로 스케르쪼?

 이걸 보고, 아, 원나라 시대의 잡극이란 것이 기악연주, 노래, 연극을 포함한 종합예술이로구나!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원나라 시대의 잡극이란 건, 연극대본 즉 희곡이 아니라 오페라 대본에 더 가깝다. 이런 것도 있다.


 [육요서 六幺序]

 영락없이 한나라 때 사마상여가 임공臨卭에서 객이 되어

 탁문군 유혹하러 봉황노래 연주하던 그 자태인지라

 나도 모르게 흠모하는 정이 짙게 일어나네

 저 청풍명뭘 세 곡을 들어보라!

 안족은 들끓고

 돌괘는 영롱하도다.


 [요편幺篇]

 슬프기는 기러기 울음 같고

 처절하기는 가을철 귀뚜라미 같고

 교태롭기는 꽃의 자태요

 날래기는 우레의 울림이요.


 육요서. 여섯 개의 짧은 서술(표현) 속에 장우의 외모 또한 절세미녀를 유혹하는 봉황의 자태인데다가 연주마저 얼마나 오줌 지리게 하는지, 안족雁足(기러기발: 거문고 판과 줄 사이에 줄을 받치고 있는 장치)이 펄펄 끓는 거 같고 돌괘마저 영롱한 느낌이 든다니, 참 명기를 신기로 연주하는 절세 미남자아니냐.

 요편. 짧게 얘기해서(글쎄 이렇게 해석하는 게 가당키나 하다면 말이지만), 연주가 슬픔과 처절, 교태와 날램까지 두루 다 포함되어 있으니, 이 신기의 연주를 실제 무대, 대갓집 정원이나 시장바닥이겠지만, 하여간 실제 공연에선 어떻게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외의 지시어, 비슷한 것들로 재미난 것들이 많다. 하다못해 기생초妓生草도 있다. (<두아의 억울함이 천지를 움직이다>에 나온다) [기생초]는 어떻게 연주 또는 노래하라는 것일까? 암만 궁리해봤자 도무지 떠오르는 것이 없다.

 원곡元曲이 지금 어떻게 연주되는지 모르겠다. 이후 명과 청조를 지나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을 텐데 혹시 베이징 오페라라고 불리는 경극京劇이 이 원곡에서 시작한 거 아닌가?

 아, 지금 경극을 검색해보니 유명 레퍼토리 가운데 <조씨고아趙氏孤兒>라는 것도 있다. 이 책의 11번째 작품이 '기군상'이 쓴 <조씨고아의 위대한 복수>다.


 근데, 희곡과는 달리 오페라 대본을 보고 "진짜 재밌다"라고 하는 사람 못봤다. 음악과 춤과 연기에 대한 정보 없이 대사만 좍 나열되어 있는 대본. 그건 대사를 통한 메시지 전달에 의존하는 연극(희곡)하고는 달리 공연을 해야만 표현되는 풍부한 감정이 완전히 건조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판소리를 글로 읽으면? 무지 재밌다. 글로 전해지는 판소리 가운데엔 <변강쇠전>도 있다. 그건 하도 야해서 판소리로 구전되진 않았지만 한국고전문학전집 비슷한 이름을 단 책 속을 통해 읽어볼 수 있는데, 완전히 뒤집어진다. 심지어 희곡보다 더 재밌다.

 재미있는 순서로 치자면, 판소리 > 희곡 > 오페라 또는 원나라 잡극 대본.

 그러니까 무대 위에서 배우 혹은 소리꾼이 표현의 양식이 간단할수록 그걸 글로 쓴 것이 재밌다는 얘기. 그럼 잡극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은 없을까?

 천만의 말씀. 인간의 가장 큰 무기 가운데 하나가 상상력이다. 잡극을 보면서 독자는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 수 있다. 내 마음대로 등장인물을 설정하고 연기와 노래와 연주를 연출해가며 읽는 거다. 그야말로 상상 속의 한 편 드라마, 오페라를 만들어내는 작업. 그게 이 책 <원잡극선>을 읽는 방법이다.

 내 경우에 한하지만, DVD를 비롯한 영상물은 한 번 보면 그걸로 끝인 경우가 많은 반면, 오직 시각에 호소하는 CD는 열번, 오십번도 즐겨 듣는 이유. 음악 또는 오페라 또는 판소리를 들으며 오직 나만의 무대, 나 하나를 위한 공연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

 바라건데, 즐기시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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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말일 까지 142 권의 책을 읽었다.

 한 마디로 과했다. 취미로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이제 취미가 생활을 지배하는 수준이다. 완전 주객전도. 주위에 이런 사람 흔하다. 통장 잔고 쌓이는 재미에 밤낮을 가리지않는 워크홀릭 증후군 환자들. 그리하여 수십억의 돈을 벌긴 했지만 결국 돈의 노예가 되고마는 인간. 책도 마찬가지? 줄창 책상에 앉아 책 읽느라 피둥피둥 살찌고, 동무들 만나는 것도 귀찮아하고, 사람과의 대화도 없어지고, 아무래도 모든 증상이 책의 노예가 되고 만 거 같아 고민이다. 좋게 생각하자면 늦게라도 깨달아 다행이긴 하다.

 술도 마찬가지. 어떻게 1년에 400 병 마시던 사람이 올핸 절반으로 줄여 딱 200 병만 마시겠느냐고. 석달은 잘 나갔는데 6월엔 30일 동안 32 병 마셔조졌다.


 9월 말까지 60 권의 책을 골랐다. 책값도 솔찮아 중고책 많이 샀다. 인터넷 동무님 몇 분께서 내신 책을 주시어 그것도 네 권 포함했다. 그분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어느 책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60 권을 9월 말까지 읽으려고 한다. 그 가운데 세 권을 지난 6월에 읽었다. 읽는 속도를 매우 늦추려고 노력해보겠다. 쉬엄쉬엄. 취미에 목 매달면 그게 취미냐. 고생 바가지지. 가능하면 10월 중순까지 늦추고 싶다. 가능하면.


 사진 찍었다. 스마트폰으로 찍었는데 이딴 거 하나도 제대로 찍을 줄 모른다. 보시라. 렌즈가 흔들린 듯.


 이번 독서의 특징은 한국 소설을 많이 포함시켰다는 거. 모두 15 권이 우리 작가가 쓴 것이고 13 권이 소설, 두 권이 기행문이다. 독서가 내 생활을 지배하기 전까진 여행도 무지 다녔는데, 참 격세지감이. 원본 출판 연도 순서대로 읽되 중간중간에 우리 작가의 열 다섯 권을 배치했다. 윗줄 오른편에서 왼쪽으로 읽어나갈 거다. 역시 그림보다는 표로 보는 것이 편하다.


도서명출판사저 역 자간행
1원잡극선을유문화사곽한경 외 지음, 김우석 홍영림 옮김1241
2무한의 책현대문학김희선2017
3라 셀레스티나을유문화사페르난도 데 로하스 | 안영옥1470
4로빈슨 크루소펭귄클래식다니엘 디포 | 남명성1719
5크랜포드현대문화센터엘리자베스 클레그헌 개스켈 | 심은경 1853
6나의 아름다운 정원한겨레출판심윤경2002
7데이지 밀러펭귄클래식헨리 제임스 | 최인자1878
8워싱턴 스퀘어을유문화사헨리 제임스 | 유명숙 1881
9소설, 여행이 되다 작품이 내게 찾아올 때글누림이시묵 외 9인2017
10소설, 여행이 되다 작가가 내게 찾아올 때글누림이시묵 외 9인2017
11크로이체르 소나타 (반양장)펭귄클래식레프 톨스토이 | 이기주 1889
12켈트의 여명펭귄클래식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 서혜숙 1893
13그 여름날의 치자와 오디실천문학사김연2006
14모피를 입은 비너스펭귄클래식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 김재혁1901
15행인문학과지성사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숙자 옮김1907
16목요일이었던 남자펭귄클래식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 김성중1908
17신들은 목마르다뿌리와이파리아나톨 프랑스 지음, 김지혜 옮김1912
18아가씨와 철학자펭귄클래식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 박찬원1920
19만두 빚는 여자자음과 모음은미희2006
207인의 미치광이펭귄클래식로베르토 아를트 | 엄지영1929
21독을 품은 뱀펭귄클래식프랑수아 모리아크 | 최율리1932
22슬픈 카페의 노래열림원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1951
23메피스토펭귄클래식클라우스 만 | 오용록1956
24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실천문학사김우남2006
25나를 간텐바인이라고 하자 1책세상막스 프리쉬 지음, 이문기 옮김1964
26나를 간텐바인이라고 하자 2책세상막스 프리쉬 지음, 이문기 옮김1964
27제5도살장 (반양장)문학동네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1966
28행복한 그림자의 춤뿔(웅진)앨리스 먼로 | 곽명단1968
29오늘의 거짓말문학과지성사정이현2007
30팔코너 (반양장)문학동네존 치버 지음, 박영원 옮김1977
31쇼샤다른우리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 정영문 1978
32십자가 위의 악마창비응구기 와 티옹오 지음, 정소영 옮김1980
33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이프앨리스 워커 | 구은숙1983
34나쁜 소년이 서 있다민음사허연2008
35퀴어펭귄클래식윌리엄 S. 버로스 | 조동섭1985
36검의 대가열린책들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 김수진1988
37검은 책 1민음사오르한 파묵 | 이난아 1990
38검은 책 2민음사오르한 파묵 | 이난아 1990
39가랑비 속의 외침푸른숲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1993
40투쟁 영역의 확장열린책들미셸 우엘벡 | 용경식1994
41명왕성이 자일리톨에게문학과지성사조영아2009
42곤두박질열린책들마이클 프레인 | 최용준 1999
43민음사뮈리엘 바르베리 | 홍서연 2000
44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민음사존 맥그리거 | 이수영 2002
45랩소디 인 베를린뿔(웅진)구효서2010
46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상열린책들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2004
47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하열린책들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2004
48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뿔(웅진)스티그 라르손 | 임호경2006
49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2뿔(웅진)스티그 라르손 | 임호경2006
50제리민음사김혜나2010
51벌집을 발로 찬 소녀 1뿔(웅진)스티그 라르손 | 임호경2007
52벌집을 발로 찬 소녀 2뿔(웅진)스티그 라르손 | 임호경2007
53아담과 에블린민음사잉고 슐체 지음, 노선정 옮김2008
54나의 아름다운 마라톤현대문학이채원2012
55헛된 기다림민음사나딤 아슬람 | 한정아2008
56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민음사파트리크 라페르 | 이현희2010
57낙타의 뿔은행나무윤순례2013
58구원민음사자크 스트라우스 지음, 서창렬 옮김2011
59계단 위의 여자시공사베른하르트 슐링크 | 배수아2014
60건너간다창비이인휘 지음2017



 이번이야말로 읽다가 읽기 싫으면 팍, 책 덮고 좀 쉴 예정. 죽기살기로 하는 취미는 더이상 취미가 아니니까. 난 즐기고 싶다! 솔직히 특히 올해 들어선 즐기지 못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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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책 삼인 시집선 1
유진목 지음 / 삼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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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몽



 빈 방에서 사랑을 했는데

 당신은 어느덧 살림이 되고


 나는 봉지처럼 느슨하게 묶여서

 서랍에 들어 있길 좋아한다


 움켜 쥔 창틀 쪽에서

 매일 밤 돌아오지 않는 꿈을 꾼다


 나는 당신이 돌아오지 않는 것보다

 그게 더 슬펐다


 배꼽에 흐르던 당신의 일들


 내게서 당신이 가장 멀리 흐를 때

 나는 오래 덮은 이불 냄새


 우리는 닫힌 채로 집을 나왔다   (20쪽. 전문)



 <접몽>, 어떤 꿈일까? 제목만 딱 보고, 이거 참 중의적인 시가 아닐까 싶었다. 장자莊子가 먼저 생각났다. 나비 꿈을 꿨는데, 내가 나비 꿈을 꾼 거야, 나비가 내 꿈을 꾼 거야? 다른 하나는 이런 접몽. 접몽接夢, 교접하는 꿈. 특히 남자의 경우 몽정이라고 하는 거. 시인 유진목이 여자니까 몽은 오케이, 그러나 정精할 것이 없으니 그냥 접몽, 이라고 하는 것도 괜찮은 시어. 굳이 주장한다면 장자와 섹스詩의 중의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주장할 걸 주장해야지, 이건 그냥 사랑과 섹스의 시다. 다시 한 번 시를 읽어보자. 어딘지 읽어본 느낌. 들어본 가요 제목이 문득 생각난다. 공일오비, <아주 오래된 연인들>. TvN의 인기 프로그램 <SNL>에서 싱어송 라이터 윤상이 이 제목을 이렇게 바꿔 얘기했다. <아주 오래 한 연인들>. 아주 딱!


 '(주) 도서출판 삼인'이라는 책 내는 법인이 있다. 펴낸이, 즉 발행인이 신길순. 이 분이 사장일 거 같고, 간행위원으로 황현산, 김혜순, 김정환. 이렇게 적혀있다. 황현산은 평론가. 김혜순은 시인이자 대학 선생(그냥 '선생' 또는 '교사'라고 하고 싶은데, 요샌 언어의 인플레가 심해 대학에서 선생하는 사람들한테 앞에 '대학'을 붙혀 '선생'이라 하거나 '교수' 또는 '교숫님!'하지 않으면 드럽게 싫어한다. 우연히 내가 사는 아파트 같은 동, 같은 레인의 아래층 네 집에 대학 선생들이 살아서 아주 쯔~알 안다). 김정환은 이젠 시인이라기보다 잡글 전문가. 하여간 간행위원 세 명이 모여 우리나라에서 시인으로 등단하는 과정에 문제가 크다고 의기투합, 싹수 있는 시인 지망생들의 시를 추려 책을 내주는 행위를 통해 정식 시인으로 만들어준다는 기특한 생각으로 "삼인 시인선"이란 시리즈를 냈다고 한다. 이 <연애의 책>이 시리즈 첫번째.

 '삼인 시인선'의 이런 바람직한 출판 행위는 갈채 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시를 감상하는데 보태거나 빼는 요인이 되면 안 될 것. 계속 유진목의 시를 더 읽어보자. 위의 시 <접몽>의 다음 페이지에 게재된 한 줄 시.



 에밀 졸라


 계속 트랑스를 겪으며 사느니 차라리 몰래 떠나고 싶어 (21쪽. 전문)



 트랑스? 이거 불어인줄 몰랐다. 영어 접두사 'trans'가 생각났고, 이어서 'transportation'이 떠오르니 당연히 우리 말로 '수송'. 그러니 이 시가 지금 뭘 주장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도리가 있었겠는가. 미친 척하고 불어 사전을 열고(요샌 불어 사전을 '펴고'가 아니라 '열고'다.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 내 불어사전은 지금 어디 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trance'를 찾아보니 '불안, 공포, 최면상태, 신들린 상태'라는 뜻 등장. 그래 이거다. 근데 그거하고 에밀 졸라하고 무슨 관계? 에밀 졸라 대신에 그 자리에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 도스토옙스키, 마르케스, 심지어 보르헤스를 넣어봐라. 무슨 차이가 나는지. 오히려 도스토옙스키를 대입하면 불안, 공포, 신들린 상태, 최면 상태, 이런 게 훨씬 더 실감난다. 기억하시지? 그의 작품 속에 무수하게 등장하는 불안, 공포, 섬망, 식은 땀 등등. 시가 후지단 뜻이 아니라 이왕 한 줄 시를 쓰려면 제목, 즉 에밀 졸라를 단 칼에 대표할 수 있는 카피를 썼어야 했던 걸 아닐까,는 의견. 아직 한 줄 시 쓸 짬밥은 아닌 듯. 그게 쉬운 줄 아셔? 이 정도는 되야 하는 겨.



 서울살이


 서울 천리를 와서 가랑잎 하나 줍다 

 박목월, <서울살이> 전문. 외워 쓴 관계로 출처는 아예 기억도 안 남.



 유진목의 시집 <연애의 책>이 나온 것이 2016년. 그러니 나이는 많지만 신인이다. 목월과 비교할 상대가 아니나, 단언컨데 모든 시인의 경쟁자는 과거의 별들, 청록파 3인, 미당, 이런 선배들을 물리치겠다는, 아니면 앞으로 적어도 그들과 어깨를 견줄 시를 써야겠다는 포부가 있어야 할 터. 옛 거장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아예 시를 쓰지 말든지.


 말이 딴 데로 흘렀다. 다시 <연애의 시>. 여기서 '연애'라 함을 말 그대로 연애로 받아들이지 말자. 사랑? 얼마나 좋아. 연애는 빨리 끝나잖아. 사랑은 좀 더 오래 가고. 물론 '정'만큼이야 질기겠어? '정'만큼이야 더럽겠어? 근데 당신과 나를 여태까지 같이 살게 만들고 앞으로도 같이 살게 만들 거 같은 게 웃기지도 않는 '연애'도 아니고 우라질 '사랑'이긴커녕 드럽게 질긴 그놈의 '정'일 거 같아. 이 시 한 번 읽어보자.



 그믐



 남편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과를 주워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아내는 몸을 씼고 일찍 이부자리에 누웠다


 밤에 모과 한 알이 부엌에 놓여 있다


 나는 모과를 훔치려고 더 어두워졌다  28쪽 (전문)



 여기서 '나'는 그믐밤의 어둠. 모과 아시지? 우리 조상들께서는 좀 못생긴 아이 놀릴 때 "꼭 모과덩이 닮은 것"이라고 했다. 생기긴 그렇지만 방에 두면 모과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이 참 그윽하다. 얇게 저며 설탕에 재워 오래 두면 저절로 모과주가 된다. 나 유년 시절에 모과주 마시고 알딸딸해져서 이상하게 걸으면 고모들이 나보고 허벌 웃으셨다. 나, 즉 어둠이 바로 그 모과를 훔치기 위해서 밤을 더 어둡게, 어둡게, 페이드 아웃, 페이드 아웃. 그리하여 밤과 어둠이 안식과 사랑을 위한 어둠으로 되기 위해. 위의 <접몽>도 그렇고 <그믐>도 그렇고, 딱 내 스타일. 난 길고 긴 시는 정말 별로다.


 물론 유진목의 시를 다 좋게 읽었다는 뜻은 아니다. 시집을 산다. 그럼 솔직히 얘기해서 시집 속에 내 맘에 맞아 한 번 외워볼까, 하는 시 두 개만 건지면 본전이고 세 개 건지면 횡재다. 아니 그런가? 나한테 이 시집은 횡재에 해당하는데 마지막 세번째 시를 소개한다.



 한밤



 신발을 이렇게 예쁘게 꺼내놨네


 너하고 나하고 예쁘게 떠나려고  (82쪽, 전문)



 시는 전적으로 읽는 사람, 아니, 감상하는 사람 마음대로다. 너하고 나하고 예쁘게 어디로 떠나? 둘이 좋아하는 걸 양가부모가 지랄맞고 극성맞게 반대해서 걍 보츠와나 공화국으로 도망가듯 이민가는 거야? 아닐 걸. 예쁘게 어디로 떠나느냐, 하면, 밤으로. 빈 방에서 사랑을 하고, 사랑을 또 하고, 쉼없이 사랑해서 당신은 어느덧 살림이 되고, 나는 봉지처럼 느슨하게 묶여서 서랍에 들어앉아 있길 좋아하는 상태가 되기 위해, 오늘 밤, 밤 속으로 떠나는 거다. 천만의 말씀이라고? 그랴. 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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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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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의 이름을 처음 들은 순간, 혹시 매릴린 먼로의 집안 식구 아닌가, 잠깐 궁금했는데, 한글 표기만 같지 완전히 다른 집안이란다. 처음 읽은 먼로. 왠만하면 단편소설집, 특히 외국 단편은 피해다니는데 먼로의 이름이 하도 알려져 있어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이러나싶어 샀다. 이 책 읽기도 전에 또 한 권의 먼로를 샀으니 7월 말 혹은 8월 초에 읽을 또다른 단편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 암만해도 괜히 산 거 같다.

 이 책? 작가의 마지막 작품집이라고 한다. 괜찮다.

 작가가 다 늙어 아득한 과거를 회상하는 작품들. 특히 단편소설인 경우, 자신의 유소년 시기를 보낸 한 지역에 천착하면, 개인적 경험과 가족관계 등 자신만의 독특한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거 같)다. 또 옛날 작가 이야기하지만 김원일의 진영, 오정희의 인천과 이주 전의 모처, 윤흥길의 정읍(정읍을 이야기하면서 난 죽어도 어느 글 도둑년의 이름은 대지 않겠다), 김주영의 청송, 이문열의 영양, 무엇보다 이문구의 대천 등등.

 먼로도 아픈 개인사가 있는 모양이다. 언니가 물에 빠져 죽은 것.

 세상의 (거의) 모든 인간은 다 자신만의 상처를 지닌 채 생을 살아간다. 언니가 물에 빠져 죽은 걸 평생 가슴에 담고 사는 사람이 있고, 이념을 달리해 처자식, 부모 팽개치고 적대 진영에 합류해 집안을 완벽하게 거덜낸 아버지를 화상 흔적처럼 차마 버릴 수 없어 품을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다. 완전한 죽음으로 한 순간 상처를 남길지언정 영원히 기념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소원하는, 참담한 미래만 약속할 뿐인 장기 중환자의 가족도 있고. 그러니 먼로의 경우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닐 것.

 별로 특징적이지 않은 단편들. 문외한이 겁없이 말하는 바, 노벨상, 맨부커상, 우거지잡탕상 등의 화려한 수상경력에 (나처럼) 미혹되어 읽어볼 수는 있을 것. 읽은 다음에 괜찮은 단편들이라고 소감을 쓸 수 있음. 그러나 그걸로 끝. 7일 전에 읽은 <디어 라이프>. 벌써 기억에서 거의 다 지워졌다. 큰일이다.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또 읽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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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6-2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워낙 단편집을 좋아해서 <행복한 그림자의 춤>부터 읽고 <디어 라이프>는 선물 받았는데, 이 책에서는 딱 한 편 읽고 아직 읽은 게 없네요. 읽긴 읽을 텐데.... 크게 감흥은 없더라고요. 노벨문학상 때문에 이 책 낚여서 산 사람들이 많은지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면 널리고 널렸습니다. ㅎㅎ 전 이 사람이 글쓰는 방식이 일단 좀 싫더라고요. 개인사를 (가족사겠죠?) 지나치게 작품화한 바람에 그런지, 가족들과도 거의 등지고 사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리 개인사라고 하지만, 그게 정말 과연 온당히 자기만의 역사일까요? 결혼도 여러 번 해서 그 결혼이 끝날 때마다(결혼 여러 번 한 게 잘못이 아니라) 전 남편들을 소재로 또 글을 써댔던데.... 흠.... 작가로서 글쓰는 재주는 있는지 모르겠으나 윤리의식은 꽝인 거 같아 통 매력 없는 작가입니다.

Falstaff 2017-06-29 12:47   좋아요 1 | URL
사실 많은 작가들이 자기들 가족사를 파먹고, 팔아먹고 사는 앵벌이잖아요. 근데 가족사 전부가 자기 것인 양하는 건 좀 피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단편은 장편에 비해서 문장 하나하나가 묘사하고 주장하는 미묘한 뉘앙스를 매우 좋아하는데 암만해도 역자가 그걸 제대로 전달한다는 느낌이 별로 와 닿지 않아요. 그래서 한국 단편은 즐겨 읽지만 번역은 좀처럼 손이 닿지 않더라고요.
ㅎㅎㅎ 결혼 여러번 한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약 한 열 번 하면 정상은 아니지요. (먼로가 그랬다는 얘긴 절대 아닙니닷!!) 아이구, 그 지긋지긋한 걸 열 번이나? 헥!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