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로버트 휴 벤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메이븐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로버트 휴 벤슨은 1871년에 캔터베리 대주교였던 아버지 에드워드 화이트 벤슨과 어머니 매리의 3남 1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다른 성직자도 아니고 캔터베리 대주교면 영어로 Archbishop이니 위세가 대단했을 듯.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튼 컬리지를 거쳐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컬리지에서 고전과 신학을 공부하고, 1895년 스물네 살에 영국국교회의 성직자가 된다. 국교회에서 그대로 있었으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캔터베리 대주교 자리까지 오르고, 영국 국교니까 아름다운 아가씨를 골라 번듯하게 장가들어 아들, 딸 합쳐 한 다스 낳고 행복하게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해진 코스대로 가기만 한다면 인생이 아니라서 성직자 임명 다음 해인 스물다섯 살 때 아버지가 갑자기 운명하고 만다. 이때 충격이 컸는지 벤슨은 심신을 회복하기 위하여 중동 여행을 하게 됐고, 이때 영국국교회에 대해 회의가 들기 시작해 결국 1903년에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 1904년에 가톨릭 신부가 된다.

  이이의 남매 3남 1녀 모두 일단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는 문재文才가 있었으니, 로버트 휴 벤슨 역시 가톨릭 사제와 소설, 동화, SF, 현대물, 대본, 변증론, 종교 등을 망라하는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쳤다. 가장 널리 알려진 그의 대표작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한다.

  이 책은 프란치스코 현 교황이 교황의 자리에 오른 2013년에 일반 교인들을 위한 강론에서 현대의 예언서 같은 책이라고 하며 일독을 권한 유명한 일화를 지녔다. 나는 헌책을 샀는데, 표지를 넘기면 여백에, 성당 오빠 세례자 요한이 성당 누이 이 알레나에게 “이 책을 통해 신앙적으로 한 걸음 더 성장하시길 바랍니다─!”라고 헌사를 써 놓은 것이 보인다. 여기에 걸맞은 성서 구절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깨어 있으십시오. 골로 4,2”와 함께. 뭐 이해해야지. 하여튼 성당 누이 이 알레나는 선물 받은 책을 팔아먹었다. 뭐 인생이 다 그렇지.


  로버트 휴 벤슨 신부는 1914년 10월, 1차 세계대전이 터진 여름이 지나자마자 깨지 않을 잠에 빠진다. 이 책의 초판이 나온 건 1907년. 책의 무대는 아무리 빨라야 1990년. 그러니 당시로서는 미래소설이다. 성직자가 쓴 미래소설. 작가는 1907년 당시부터 1990년까지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말할 필요가 있다. 서른다섯 살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온통 백발인 가톨릭 신부 퍼시 프랭클린이 다정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프랜시스 신부를 대동하고 아흔 살이 넘은 템플턴 노인을 찾아 인터뷰한다. 이에 따르면 영국과 세계는 두 번의 세계대전 없이 이런 과정을 거쳐 20세기를 보냈다.


  1917년. 노동당 집권, 공산주의 시대 개막. 이후 공산주의는 영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타격받은 적이 없음.

  1925년. 보수 성직자 블렌킨이 <뉴 피플> 창간하고 <더 타임스> 폐간.

  1929년. 영국국교회 소멸. 국교회는 다른 종파로 넘어감.

  1935년. 상원 해산.

  1959년. 교육법 통과. 교육과 종교가 확실히 분리. 유산상속세 개혁. 상속의 사실상 폐지.

  1960년. 기간산업 국유화법 통과. 모든 사업에 개인 지분은 6퍼센트를 초과하지 못함.


  세계적으로는 아메리카가 영국에 간섭하여 영국은 인도와 호주 식민지를 상실한 채 남아프리카만 보호국 명목으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정치적 병합에 성공하여 유라시아 대륙의 척추인 우랄산맥을 기점으로 베링해협까지와 인도, 호주, 뉴질랜드를 망라한 동방제국을 건설, 오랜 세월 피압박 지역이었던 제국이 이제 막강한 세력을 갖추었다. 우랄산맥 서쪽부터 유럽, 아프리카까지의 서방제국은 통일된 남북 아메리카의 도움 없이는 오랜 세월 피해의식에 젖어 살던 동방제국을 견제하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다.

  사상적으로는 가톨릭교, 인본주의, 동방 종교로 3분할 되었으나 가톨릭교회는 빠른 속도로 쇠락해가고 있다. 개신교는 이미 사망했으며, 기독교 같은 초자연적 종교는 권위가 무너지고, 초 자연주의에 반대하는 인본주의, 특히 심리학이 종교의 자리를 급속도로 대체하게 된다. 이상을 추구하지만 영적 능력을 요구하지 않으며 종교적 감성까지 보완해버린 것. 유물론마저 실패했다.

  경외와 선망의 대상이었던 대학은 스스로 생산성을 증명하는 데 실패하여 마지막 대학으로 케임브리지 과학대학과 옥스퍼드 식민지 분교만 남았을 뿐이다. 수많은 교수들은 직업을 잃었고, 학문 외 다른 생존방식에 취약한 이들 가운데 많은 수가 1~2급 빈민 수용소에 입소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의 영혼을 담당하는 가톨릭 사제의 입장에서 보면 무지한 디스토피아의 미래일 수밖에. 세상은 급속도로 속화되어 영적 멸망에 이른 상태.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세상. 이의 타개를 위하여는 오직 하나, 우리 주님께서 다시 돌아오시는 일 말고는 가망이 없다는 결론이다. 이렇게 20세기가 저물고 있었다.


  작품의 본론으로 들어가면 등장하는 인물이 20세기 말에 가장 훌륭하게 적응한 것처럼 보이는 정치인으로 서른 살을 갓 넘긴 호감가는 외모의 남자 크로이던의 초선의원인 올리버 브랜드와 그의 아내 메이블.

  올리버가 생각하는 신은 세상에 태어난 생명의 총합으로 신이란 존재의 본질은 집단의식의 통합체이다. 자신 안에 내재하는 신이 아니라 초월적인 신에게 호소하는 행위는 반역에 버금가는 일. 분명한 건 초월적 신은 없다는 것. 오직 하나, 신은 인간이라는 변하지 않는 진리다.

  올리버의 어머니 브랜드 노부인은 어린 시절 가톨릭을 믿어 당시의 흔적이 얼룩처럼 영혼에 남아 있어, 낡은 애독서 <영혼의 정원>을 아들 모르게 탐독하고 있는 것을 아들은 모른 척하고 있다. 어느 아침, 메이블이 브라이턴 역 광장을 지날 때 하늘에서 초고속 수송선 볼러가 추락하여 아비규환이 벌어진다. 숱한 사람이 즉사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음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이때 길을 지나던 백발의 신부, 젊은 얼굴을 한 백발의 퍼스 프랭클린 신부가 십자가를 들고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종부성사를 해주기 시작했으며, 중상자 역시 간절히 성사를 바라는 눈길을 하는 걸 메이블이 목격한다.

  이어서 곧바로 손바닥만 한 장비를 들고 등장하는 요원들. 정부에서 파견한 안락사 대원들이 투입되는 순간이다. 메이블은 이 사건을 계기로 죽음에 대하여 깊고 깊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죽은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냥, 그렇게 끝나고 마는 것일까. 집에 돌아와 올리버의 설명을 들으니 그냥 그렇게 끝나는 것이란다. 그래서 진정한 성직자는 안락사 대원들이라고. 안락사 운동을 그토록 오래 막아온 것도 자비심을 거론한 역겨운 종교였었다고. 인본주의의 신은 하루에 만 번은 죽었다 다시 살아난 위대한 신이란다. 기독교를 세운 타르수스 출신의 사울보다 월등한 안락사 대원들. 딱 한 번 죽었다 다시 살아난 것과 비교할 수 없이 월등한 인본주의의 신. 그러나 어쨌든 이렇게 죽음 후의 영혼에 관한 의심의 씨앗은 뿌려진다.


  나는 여기서 더 읽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종교는 이제 내 관심사가 아니라서. 구원과 영혼과 사후 세계 그리고 이것들과 비슷한 모든 것, 아울러 올리버가 주장하는 종교의 대체물 같은 것에도 관심이 없다. 길 잃은 검은 양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9-24 09: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길잃은 검은양 폴스타프님이군요 ㅎㅎ 뒷이야기가 삭제되어 있어서 더 궁금증을 유발하시네요 😅

Falstaff 2021-09-24 10:58   좋아요 4 | URL
옙. 한 번 집 나가버리니까 여간해서 집생각이 안 나더만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1-09-24 09: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뭔가 표지가..... 상당히 책으로부터 저를 멀리~~~~ 떨어지게 하는 표지였습니다. ㅋㅋㅋㅋㅋ
폴스타프 님이 중간에 책 그만 읽는 경우 꽤 드물지 않나요? 그럼에도 폴스타프 님은 이런(?) 책도 도전하시고 매번 감탄합니다. ㅎㅎㅎㅎ

Falstaff 2021-09-24 11:00   좋아요 3 | URL
이 책이 은근히 많이 인용되더라고요.
가톨릭 사제가 쓴 미래 디스토피아라서 그런가 봅니다. 저도 기대 잔뜩 했다가 지나치게 신학적으로 ˝유도˝하는 게 마음에 차지 않아서 그만. ㅋㅋㅋ
언제나 영혼보다는 빵이 먼저라는 게 신념입니다. -_-;;;

coolcat329 2021-09-24 12:17   좋아요 3 | URL
저도 표지가 참...그러네요.

- 2021-09-24 1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여기서 그만 두시면 어떡해요? ㅋㅋㅋㅋㅋ 흥미진진한데??🤔 하지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송기라함은 역시 911을 떠올리게하고 말이죠. 그러나.. 뭔가 적어주신 세계관은 잉?스러워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어느 부분이 예언서 같다고한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하지만 읽을 생각은 없다ㅋㅋㅋ) 폴스타프님이 읽고 마저 써주실 부분이 궁금하다!!

잠자냥 2021-09-24 10:44   좋아요 3 | URL
그대가 뒷부분 읽고 이어서 페이퍼 쓰시오.... 물론 <제2의 성> 다 읽고 나서....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24 11:03   좋아요 4 | URL
공장쟝님 / 교황 성하께서는 앞으로 점점 종교가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만, 뒤를 안 읽어서 뭐라 탁 이야기하긴 좀 그렇습니다.
아네요. 전 더 안 읽을 거예요. ㅋㅋㅋ 그냥 상상만 하시는 것도 재미날 거 같은데요!

잠자냥 님 / 브라보! 공장쟝님한테 미루자는 데 한 표!!!! ㅋㅋㅋㅋ

- 2021-09-24 17:35   좋아요 2 | URL
앙돼… 😩

2021-09-24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6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패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70년 보불전쟁과 이어진 파리 코뮌을 그린 장편 소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하면 나는 신기하게도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가 생각난다. 1869년 수에즈 운하의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이집트가 베르디, 바그너, 마스네 가운데 누구한테 부탁할까 고민하다가 베르디에게 오페라를 위촉했는데, 베르디가 과연 이집트로부터 제대로 작곡료를 받을 수 있을까를 의심하는 바람에 1870년에야 작곡을 끝마쳤다. 이제 이집트 카이로 극장에서의 초연만 남아, 성공적이고 화려한 공연을 위해서 패션 세계의 수도 파리로 무대의상을 주문을 해버렸던 것이 탈. 그해 8월, 보불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무대의상의 조달이 늦어져 초연은 1871년 크리스마스이브에나 가능했다는 일화. 아주 오래전, EBS에서 들은 내용이다. 하나 더 고르라면 모파상의 단편들이 생각난다. <비곗덩어리>와 <피에르와 장>의 무대가 프로이센 군대가 점령한 프랑스다.

  원래 전쟁이란 사소한 시비 끝에 목숨 거는 일이다. 하여튼 사건의 발단은 엉뚱하게 스페인에서 벌어진다. 세 살에 여왕의 위에 올라 열다섯 살 때 친정을 하던 스페인 여왕 이사벨 2세가 1868년, 서른여덟 살을 맞아 쿠데타로 얻어터져 프랑스로 망명을 한다. 스페인 군부는 입헌군주국을 선포하고 비어버린 스페인의 왕위에 프로이센 현 황제이자 얼마 후 초대 독일 황제가 될 빌헬름 1세의 친척인 레오폴트 왕자를 앉히고자 한다. 이를 눈치챈 프랑스는 스페인이나 프랑스나 같은 부르봉 왕가인데 왜 하필이면 프로이센 왕가에서 왕을 꾸어오려 하는지 기분 언짢아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본다. 프랑스 입장에선 오스트리아하고 맞짱을 떠 이긴 프로이센의 기를 더 살려주기 싫기도 했다. 정작 프로이센의 빌헬름 1세는 그까짓 스페인 왕, 그냥 줘도 싫은 자리였다는 걸 몰랐겠지. 하여튼 프로이센은 프랑스에 기분이 잡치고 말았다.

  여기에 프랑스는 나폴레옹 시절의 영광을 오늘에 되살리는 헛꿈을 꾸고 있어서, <패주>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모리스 르바쇠르처럼, 나폴레옹 군대의 마렝고 전투, 아우스터리츠 전투, 모스크바 전투 등의 신화적, 영웅적 영혼에 휩싸여, 여전히 어떤 군대와 전쟁을 벌여도 절대 지지 않는다는 허상에 휩싸여 있었다. 사실 나폴레옹 이후 프랑스의 승전은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와의 전투와 아프리카 등 식민지 원주민과의 어린애 팔목 비틀기 전투에 불과했음에도 승리와 이에 따른 지휘관의 출세에 취했던 거였다. 그러니 적국 프로이센과 비교해보면 무엇보다 당대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대포의 사거리가 비교도 되지 않았을뿐더러, 군대의 행군과 작전 수행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지휘관들의 자질과 임기응변에서 첫 펀치를 날리기도 전에 확실한 패배가 약속되어 있었다. 다 알고 있었는데,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들만 몰랐다. 반면에 프로이센은 벌써 십여 년 전부터 고정간첩을 심어놓고 전투가 벌어질 지역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한편, 무기의 과학화를 이루어낸 상태였다.

  뛰어난 철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누구보다 현명하게,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와 자기의 주군인 빌헬름 1세 사이를 효과적으로 이간질하여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한 나폴레옹 3세로 하여금 오히려 먼저 선전포고를 하게 만든다. 이미 이탈리아는 프랑스를 도울 생각도 없고,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에 지은 빚이 많아 모른 척하고, 무엇보다 영국의 중립을 확보해놓은 상태였다. 유럽의 근대사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여우가 바로 비스마르크였다.


  파리에서 수만의 사람들이 모여 “베를린으로, 베를린으로!”를 외쳤고, 이 가운데 ‘장 마카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서른아홉 살의 농부다. 아내 프랑수아즈의 목숨과 그의 땅을 모두 잃게 하고 로뉴를 떠난 마카르 가문의 일원이다. 작품 중반에 가면 아내 프랑수아즈는 누구에게 당했는지는 안 나오지만, 무시무시한 폭력과 강간을 당하고 비참하게 죽었다 해서 구글링을 해보니 장 마카르는 열다섯 번째 루공-마카르 총서인 <대지>의 주인공이었던 모양이다. 루공-마카르 총서 읽다가 누군가가 지긋지긋한 팔자를 겪었다면 그건 틀림없이 앞의 작품에서도 한 번 출연한 적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꼭 검색해보시라. 이것도 재미다. 하여간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파리로 와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입대해 하사 계급장을 단 장 마카르는 7군단 106연대 보두앵 중대의 한 분대를 맡게 된다.

  군단장, 펠릭스 두에 장군. 전형적인 프랑스 장군으로 사병과 초급장교들은 전쟁터에 나가서 죽든지 살든지 그건 병사들 운수소관이고, 전쟁이란 언제나 이기는 법, 이번에도 몇천, 몇만 명이 골로 가든 별생각 없이 승진, 더 출세하는 것을 꿈꾸는 지능 낮은 장군이다. 그러니까 이미 다 진 전투에 마지막으로 전 기병에게 포화가 만발한 전장의 기관총을 향해 돌격명령을 내려 몰살당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인류역사상 마지막 기병이 바로 이들이다.

  연대장 드 비뇌유 대령. 아직 별을 달지 못해(장군들보다 훨씬 똑똑해) 지형을 읽는 눈과 지혜를 가지고 있고, 포화가 빗발치는 와중에도 스스로 발에 파편을 맞아 피를 철철 흘리면서 말 위에 꼿꼿하게 앉아 연대원들을 독려하고 스스로 품위도 유지하지만, 자신의 전략을 장군에게 보고해봤자 그들의 똥고집을 꺾지 못하리라는 걸 확실하게 이해하여 처음부터, 전쟁사에서도 이름을 떨칠 스당 전투에서 처절하게 패배할 것임을 알고 있었던 비운의 지휘관.

  애송이 중대장 보두앵 대위. 부르주아든지 귀족 출신이라서 한 번의 전투 경험 없이 대위 계급을 단 인물. 보불전쟁의 주요 무대가 될 스당에서 시트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가 들라에르슈 씨의 두 번째 아내인 질베르트와 젊은 시절 불장난했던 사이로, 스당에서 목숨을 내놓은 전투를 앞두고 다시 만나니 뭐 뻔하지. 남녀상열지사를 막을 수는 없었으리라. 그러나 군인, 특히 장교로서 자존심 하나는 특별한데 이걸 우리는 개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직 중위 로샤. 보두앵 대위를 애송이라 부르는 유일한 인물. 파리에서 출생해 18세에 입대해 용병으로 뛰며 아프리카에서 하사, 세바스토폴에서 중사, 솔페리노 전투 이후 중위 계급장을 달았으나 더 이상의 진급은 힘들다는 건 본인도 안다. 역전의 용사이며 중대원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휘관.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는 나이 든 사팽 중사. 노련하고 생존을 위한 많은 방법과 임기응변에 능하지만 자신이 여태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행운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인물.

  이 아래 장 마카르 하사가 있고 제대로 공부한 모리스 르바쇠르를 포함해 다섯 명의 분대원이 있다. 모리스는 신사계급으로 비록 자기 상관이지만 일개 하찮은 농부 출신인 장 마카르 하사의 지휘를 고분고분하게 따를 생각이 애초에 없다. 그러나 전투에 처음 참가한 애송이 중의 애송이가 이탈리아 전선에 이어 두 번째 참전한 장 하사의 도움 없이 목숨이나 건사할 수 있겠나. 그리하여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장의 보호 아래 몇 번이나 목숨을 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굶주림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을 위해 보관하고 있던 장의 배낭 속 비상식량도 결국엔 홀랑 먹어버린다. 장의 선의에 힘입어. 이러다 보니 모리스도 장 하사의 인품에 마음이 흐물흐물해져 급기야 ‘형’으로 호칭하며 서로를 위해서는 목숨이라도 버릴 수 있는 관계로 바뀌게 된다.


  전쟁도 결국엔 사람이 하는 것. <패주>에서도 온갖 인간군상이 소위 ‘졸라’식 자연주의 표현으로 나열된다. 그게 정상적인 모습일 수도 있고, 졸라의 작품 속에 자주 표현되듯이 미치광이 상태일 때도 있고, 더 나아가 아무래도 폭탄 파편이 횡행하고 총알이 핑핑 날아다니는 전장이라서 벌겋게 벌어진 생살일 때도 있으며, 터진 배에서 쏟아지는 내장일 때도 있다.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성격의 끝 간 데까지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당연히 극한의 악당들도 수없이 등장한다. 프랑스 군인일 때도 있고 프로이센 군인일 때도 있다.

  그런데 졸라는 <패주>를 통해 사람을 그린 것이 아니라 전쟁과 코뮌을 설명했다. 졸라 역시 근대 프랑스의 전성기인 나폴레옹 시대의 영웅적 신화를 그리워하며, 당시 정서로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애국적 관점으로 끝을 맺었다. 사람보다 전쟁사가 앞에 서는데 어떻게 소설을 읽으며 큰 재미를 기대할 수 있을까. 역자 유기환은 해설에서 누군가(《Introduction》 de Roger Ikor dans Émile Zola, La Débâcle, Oeuvres complètes, p.682)를 인용했다.


 “전쟁 자체를 소설의 ‘중심인물’로 설정한 것은 (중략) 심지어 톨스토이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 호메로스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이다.”


  그러니까 보불전쟁과 파리 코뮌이 실제적 주인공이란 뜻이고, 이건 지난 2천3백 년 동안 어떤 소설가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거다. 왜 그랬을까? 뻔하다. 그렇게 쓰면 재미도 없고 공감을 얻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기피한 것이지, 작가들이 미쳤냐, 그게 훌륭한 방법이었다면 여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게. 내놓고 얘기해서, 소설이야말로 인간들의 이야기 아냐? 만일 ‘전쟁 자체’가 소설의 중심인물이면, 그건 소설의 탈을 쓴 역사책이다. 그걸 인용씩이나 해서 톨스토이도 시도해보지 않았으며 호메로스 이후 처음이라고 강조를 하다니, 유기환 씨, 좀 웃겼다.

  전쟁 또는 코뮌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현상은 전쟁보다는 3부 중간 부분부터 시작하는 파리 코뮌에서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앞에서 약 570쪽을 전쟁에 할애했다. 이제 남은 건 130여 쪽인데 이 분량 가지고 570쪽으로 묘사했던 전쟁과 비슷한 수준의 코뮌에서의 참상과 스토리를 이어가기는 힘들었을 것. 그리하여 졸라도 바라지 않았을 듯한데, 이제 독자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칠판에 적은 걸 읽는 기분이 든다. 작가도 피곤했을지 모른다. 다른 총서에서는 그렇지 않았지만 아쉽게도 <패주>에선 독자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적어도 짐작은 할 수 있었으니 말이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 그것도 7백 쪽이 넘어가는 분량의 작품으로는 아쉬운 감상이다. 하여튼 책을 읽은 다음의 감정, 내 독후감이 그렇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1-09-23 0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루공마카르 총서는 기본적으로 인물 중심인줄 알았는데 <패주>는 그렇지 않군요. 두께도 상당한데 걱정됩니다.🥲 인물들이 여기저기 겹치는 부분은 역시 기발한것 같아요. 마카르 총서 나머지도 모조리 번역되었음 좋겠어요!

Falstaff 2021-09-23 09:59   좋아요 4 | URL
아이고, 걱정하지 마세요. 루공-마카르 총서가 말이 루공-마카르지 지가 기껏해봐야 소설책밖에 더 됩니까. 읽다가 마음에 안 들면 걍 때려치우는 겁니다! ㅋㅋㅋㅋ
저도 아주 오래전 번역이 아니라면 하여튼 나오는 족족, 총서 가운데 열 권을 읽었네요. 겨우 반밖에 안 됩니다. 하여튼 좋은 역자의 번역으로 나머지 열 권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막시무스 2021-09-23 1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번에 역사책이라고 말씀하셨군요!ㅎ. 당시 시대적 사건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서 역사책 공부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사건이 중심인물인 소설은 어떨지도 기대되는 대요!ㅎ..즐건 하루되십시요!

Falstaff 2021-09-23 13:01   좋아요 1 | URL
사건이 중심이면 역사책 맞잖아요. ㅋㅋㅋ
저는 내일까지 휴갑니다.

blanca 2021-09-23 11: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공들여 쓰신 리뷰 잘 읽었어요. 확 와닿네요. 저는 <패주>는 안 읽는 걸로...발자크의 인간희곡도 다 읽고 계보를 만들어보면 흥미로울 것 같았는데 루공 마카르 총서를 다 읽으시고 종합해 보시는 것도 기다려 봅니다.

Falstaff 2021-09-23 13:06   좋아요 1 | URL
하여간 루-마 총서도 다 번역해야 합니다. OECD 가입국 가운데 번역하지 않은 국가가 우리 말고 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요 뭐. 그 많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는 졸라의 책이 단 한 권도 없는 걸요. 번역도 우리말 잘하는 사람이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에휴... (패주와는 별개로 얘기하는 겁니다. 유기환 씨, 오해 마세요!)

다락방 2021-09-23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 님. 저 지금 <여인들의 행복백화점> 읽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는거에요. 아 졸라 진짜 너무 재미있다 ㅠㅠ 이러면서 패주 살까? 했는데, 이 리뷰 읽고나니 제르미날 을 사야겠어요. 하하하하하. 근데 <니나>도 재미없지 않았나요? 저는 목로주점 넘나 재미나서 니나 읽었는데 니나는 너무 재미없었어요. 패주도 재미없다니.. 제르미날로 가야겠어요. <돈>은 재밌나요?

Falstaff 2021-09-23 17:1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재미없는 3대 루공-마카르 고르면 첫째가 <나나>요, 두번째가 <꿈>이며 세번째가 <패주>더군요.
<돈>은 <쟁탈전>과 주인공이 같아요. 내용도 거의 비슷하고요.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인간짐승, 제르미날, 작품 같은 것들의 공통점을 저는 ˝질주˝라고 보는데요, <돈>도 그렇고 <쟁탈전>도 그렇고 결국 돈을 들고, 돈을 향해, 돈과 함께 질주하는 미치광이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백화점에서도 여인들이 행복을 위하여 옷감과 레이스를 향해 질주하는 광경이 진짜 재미나게 그려져 있지 않나요? 어우, 전 충격이었어요. 넘 재미나서.)
<제르미날> 다음에 <돈> 읽으셔요! <쟁탈전>은 지만지 책이라 비싸요. ㅋㅋㅋ

2021-09-23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9-23 21:42   좋아요 0 | URL
저 왜 다 니나 라고 썼죠? 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 니나는 제 친구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은 활동 안하지만 알라디너이자 제 친구 니나 입니다 ㅋㅋㅋㅋ 아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23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인간짐승도 없어요. 인간짐승도 사야겠다.
여인들의 행복백화점 뒤에 조금 남겨두고 있어서 너무 씐나요!
저 인간짐승, 제르미날, 돈 살건데 이렇게 세 개 사면 어떤 순서로 읽을까요? 인간짐승은 어디에 위치하는게 좋을까요?

Falstaff 2021-09-23 17:33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제가 이런 조언을 해도 좋을지 모르겠는데요,
세 작품은 순서하고 관계 없을 듯합니다. 제르미날-돈-인간짐승? 이리 권해볼까요?

다락방 2021-09-23 19:18   좋아요 0 | URL
오케오케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1-09-23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저는 재미있는 졸라 책만 갖고 있어서 또 행복하네요 ㅋ

Falstaff 2021-09-24 06:2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재미나게 읽으셔요!
 
골동품 상점 1 비꽃 세계 고전문학 22
찰스 디킨스 지음, 김옥수 옮김 / 비꽃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진짜 찰스 디킨스는 안 읽으려 했다. 그런데 똑같은 결심을 도대체 몇 번이나, 연속적으로, 줏대 없이 하는 건가. 나, 정말 이 단어 쓰기 싫은데 한 번만 더 쓰자. 또다시 각오를 꺾고 디킨스를 읽다니, 자괴감이 든다, 자괴감이.

  그런데 이번에 김옥수가 번역한 디킨스, <골동품 상점>을 읽으면서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디킨스의 문장이 상당히 길다. 소위 만연체의 전형인 걸 새삼스레 느끼게 했다. 그리하여 책꽂이에 꽂혀 있는 디킨스를 몇 권 뽑아 확인을 해보니, 맞다. 문장이 길다. 어떤 책은 디킨스의 긴 문장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쉼표를 찍는 지점마다 한 문장으로 만든 의심이 들기도 했다. 같은 동사로 끝나는 문장이 연속해서 다섯 번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그렇다. 디킨스는 이럴 경우 쉼표를 찍는데, 어순이 우리와 다른 영어 문장일 경우 쉼표 앞에 다른 각운을 사용하지만 우리는 서술어가 쉼표 앞에 놓일 경우가 많아 역자가 편의상 쉼표 대신 마침표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 마음 같으면 인용을 하고 싶지만 다른 출판사의 책을 좋은 의미가 아닌 용도로 인용하는 건 내키지 않아서 그만둔다.

  김옥수는 이런 경우에, 원문을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긴 문장의 맛을 살리기 위해, 마치 긴 문장으로 악명이 높은 <백년의 고독>을 번역하는 사람이 겪었을 듯한 고민을 한 거 같다. 마르케스보다는 길지 않지만 그래도 상당한 길이의 문장을, “원래의 맛”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쓴 장면이 곳곳에서 보인다. 새삼스레 여러 역자의 디킨스를 찾아보고 문장이 정말 길다고 인식한 것인데, 왜 김옥수의 경우에만 그게 인상적으로 남았을까. 김옥수의 다른 책, <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에 나오는 글을 잠깐 보자.


  “원문 문장이 참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풍자는 너무나 대단한 나머지, 나는 찰스 디킨스 문학세계에 푹 빠지게 됐다. 그리고 ‘비꽃 출판사’를 설립해, 찰스 디킨스 선집 10권 출간을 시작으로, 고전 작품을 모두 새롭게 번역해서 출간하는 목표를 세웠다. ‘원작을 정확히 해석해서 우리말 어법에 충실하게 담는다’가 기본원칙이다. (중략) 우리나라에서 고전이 딱딱하고 재미도 없다면 그건 원작의 문제가 아니라 번역의 문제다. 제대로 번역한 고전은 독자에게 평생 감동으로 남는다. 그게 고전의 힘이다.”


  <한글을 알면…>의 저자 김옥수는 자부심을 갖고 책을 냈을 터. 아주 사소한 실수 말고는 교정 교열도 매우 좋다. 내가 영어 원본을 보지 않았으니 원작을 정확히 해석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런 건 번역서를 읽는 독자에겐 복불복이며, 독자는 역자를 믿어야 한다. 믿는 게 좋다. 근데 나를 계속 어지럽게 만든 건, 똑같이 긴 문장을 번역한 디킨스인데, 왜 김옥수를 읽고 나서야 디킨스의 문장이 길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 되었을까, 하는 거였다.

  수준 높은 번역이다. 사용한 우리말이 탄탄하다. 역자 스스로가 디킨스의 글 세계가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대단한 풍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게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디킨스와 다른 점이었다. 나의 디킨스는 당대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적나라하게 그린 빅토리아 시대 인기 작가였던 것. 물론 전문가와 취미 생활로 책 읽기를 즐기는 독자 사이의 메꾸지 못하는 간극, 골짜기라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전문가가 취미 독자에게, 자신과 비슷한 시각을 가졌으면 하고 바랄지언정 그걸 요구할 수는 없는 법.

  아니면, 혹시 모른다, 다른 디킨스 번역자는 김옥수와 다르게 독자가 원문이 길다는 걸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읽기 편한 우리말로 바꾸어놓았는지. 실제로 김옥수의 우리말 디킨스를 읽으면서, 원본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역자가 고생했음을 독자가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일상적이지 않은 문장을 만들어놓기도 했다. 그래서 드물지 않은 빈도로 독자가 문장을 읽으면서, 읽기를 잠시 중단한 채, 문장을 분석해 주어, 목적어, 서술어를 확인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다른 역자의 디킨스에서는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 어느 것이 좋다, 덜 좋다. 바람직하다, 아니다, 는 토론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내 경우에는, 여전히 디킨스를 빅토리아 시대에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작가로 인식하기 때문에, 읽는 문장의 분석 없이, 즉각 뜻을 이해하고 싶다. 거기다가 정확한 이해를 하기 위해 앞에서 이미 읽은 문장을 한 번 더 확인하기는 더욱 싫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을 번역하는 데 들인 노력은 인정하지만, 결과물은 나하고 맞지 않았다.


  골동품 상점. 이게 만일 런던의 뒷골목, 검은 진흙탕과 허물어져가는 이웃 목조건물, 맨발의  아이들만 뛰어다닌다면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늙은 유대인 페이건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골동품 상점으로 위장한 소매치기 집단의 왕초와 장물아비를 겸한 인물. 그러나 <골동품 상점>의 트렌트 노인은 유대인이 아니다. 다만 조금 있던 재산을 손자 프레드 트렌트에게 탕진했다. 그래서 자기가 아끼고 아끼는 사랑하는 손녀 넬리를 위하여 합당한 부를 물려주려고 궁리를 할 수밖에. 트렌트 노인이 찾은 해법으로, 처음엔 자기 돈으로, 자기 돈이 떨어지자 역겹고 흉측한 외모도 모자라 거인 같은 머리통과 얼굴을 한 난쟁이 고리대금업자 다니엘 퀼프에게 돈을 꾸어, 밤이면 밤마다 커다란 골동품 상점엔 열네 살 먹은 손녀 넬리만 남겨둔 채 어디론가 외출을 해 밤새도록 섰다와 도리짓고땡을 선택한 주책없는 늙은이다. 그런데 찰스 디킨스가, 작품 초반에 주인공 인근에 잘 나가는 아스팔트 깔아놓은 적이 있나? 당연히 트렌트 노인은 날마다 주머니를 탈탈 털리고, 날마다 퀼프에게 금화 몇 개를 빌어서 급기야 골동품 가게는 물론 가게 안의 모든 물건까지 악당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된다.

  퀼프는 천하의 악당. 원래 디킨스는 몸에 ‘흉한’ 장애가 있는 장애인과 유대인에게 악역을 전담시키는 악습이 있는 바, 이 책도 예외가 아니라서 퀼프의 특기이자 취미는 자신과 아무런 인연이 없더라도, 관계가 있으면 더 좋지만, 하여튼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다. 이이가 아직 본색을 드러내기 전에 노인은 손녀 넬리를 데리고 금요일 새벽같이 이미 가게를 점령한 퀼트와 그가 고용한 변호사 브라스가 잠든 사이에 골동품 상점을 떠나 시골로, 시골로, 목적지도 없이 피신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선하지만 도박에 미친 트렌트 노인과 착한 넬리가 이야기를 꾸려가는 첫 번째 팀.

  말로 하기 힘든 악당 퀼프는 브라스와 그의 동생 샐리 샘슨을 고용해 아직 상당한 재산이 있어 그걸 갖고 도망했다고 믿는 노인을 찾아내고자 연대를 맺는다. 이게 두 번째 팀. 그러나 노인이 빈털터리인 것을 알고 손녀 넬리를 오빠의 친구인 스물한 살 정도의 좋은 체격에 잘생긴 청년 딕 스위블러와 결혼시키고, 남은 부채를 스위블러에게 받아내기 위해 딕을 브라스의 법률사무소에 불러들인다. 이들이 연출하는 퀼프 주연의 허황한 코미디를 구경하는 것도 뺄 수 없는 재미이지만 꼭 기억하시기를. 19세기 코미디라 박장대소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걸.

  골동품 상점에서 잔심부름을 해주던 봉두난발에 완벽한 들창코의 사환 키트. 키트는 노인과 넬리를 존경하고 주인아씨로서 사랑하다가 그들이 떠나버린 다음엔 올바르고 선하게 지낸다. 이때 길에서 만난 갈랜드 씨의 당나귀를 매개로 좋은 인연을 맺어 갈랜드 씨 댁의 하인으로 들어가 하녀 바버라와 애틋한 사이가 된다. 여기에 갈랜드 부부의 아들 아벨과 아벨이 도제로 근무하는 사무실의 공증인, 그리고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다가 이제 귀국한 정체 모를 신사 (위대한 유산의 매그위치? 좀 다르다. 신분은 알려줄 수 없다.)가 세 번째 팀을 이루어 노인과 넬리를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하면서, 퀼프를 위시한 악당 그룹을 소멸시키려 한다.

  내용은 이 정도면 될 듯.

  그러나 우리가 알던 찰스 디킨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건 결말이다. 내가 읽은 거의 모든 디킨스는……, 이후 몇 줄 썼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옳겠다, 싶어서 싹 지우고 공백으로 놔둔다. 하여튼 당신이 디킨스에게 관심이 있다면 매우 색다른 결말이리라. 궁금하시면 사 읽으시라. <골동품 상점>은 현재 비꽃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이 유일한 선택이다. 아니면 헌책을 사야 한다.

  이젠 정말로 디킨스, 안 읽겠다고…….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1-09-21 0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엇 저 옛날에 <오래된 골동품 상점> 사 놨었는데 같은 책인거죠? 어디 갔는지 모르겠네요.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두 도시 이야기>랑 <크리스마스 캐럴>밖에 못 읽어본 디킨스인데, 폴님이 늘 그만 읽아야지 하면서도 계속 읽으신다니 더 궁금합니다 ㅎ

Falstaff 2021-09-21 13:51   좋아요 0 | URL
집에 있는 책이 만 8천원 짜린가요? ㅋㅋㅋㅋ
<데이비드 코퍼필드>, <위대한 유산> 추천입니다.
아, 전 이제 진짜 디킨스 안 읽을 겁니닷닷닷닷다다다다!!!!!!!!

꼬마요정 2021-09-21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읽고 있습니다. ㅎㅎ <황폐한 집> 때 번역 좋아서 이 책을 다시 샀죠. 좋아요. 폴스타프님 디킨스 읽고 계속 이야기 해주세요.^^

Falstaff 2021-09-21 15:14   좋아요 1 | URL
아, 김옥수 번역이 맞으시는군요! 다행입니다. ㅎㅎ 디킨스, 이젠 그만 읽어야지 하면서도 자꾸 읽게 되는 이상한 작가입니다. ^^

stella.K 2021-09-21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원래 가랑비에 옷 젖고, 욕하면서 닮고, 보고, 읽는 게 인간입니다.
이제 디킨스 거의 완주한 거 아닌가요? 읽는 김에 다 읽으시죠.
정말 안 읽으실 거라면 책꽂이에 있는 책부터 치우셔야하지 않을까요?
손 닫지 않는 곳으로요.ㅋ
하지만 전 님의 리뷰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고가서 뿌듯하네요. 고맙슴다.^^

근데 김옥수 번역자 좀 존경할만하네요.

Falstaff 2021-09-21 15:27   좋아요 1 | URL
ㅎㅎㅎ 이제 몇 작품 안 남긴 했습니다. <픽윅 클럽....> 정도 남았는데 걍 읽어버리고 말까, 하다가, 아냐, 몇 개는 남겨두는 것도 좋아, 뭐 왔다 갔다 합니다. ㅋㅋㅋ

stella.K 2021-09-21 15:36   좋아요 0 | URL
읽으신다에 만원 걸겠습니다.ㅎㅎ
기왕 읽는 김에 다 읽으십시오.
<픽윅 클럽...> 리뷰도 기대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디킨즈는 팔스타프님껜 새우깡이어요.ㅋㅋㅋ

Falstaff 2021-09-21 17:25   좋아요 1 | URL
아이고, 기대 너무 하지 마세요. 올해 계획에는 없답니다. ^^;;;
 


  이은준의 <속살>로 한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이번 주부터 새롭게 다시 한 사이클을 시작합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원작의 초판 찍은 연도 순서별로 읽되, 사이사이에 단행본으로 나온 희곡과 시집을 배치했습니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을 거 같습니다. 올 가을을 위한 책이 되겠군요. 계절을 염두에 두고 고른 것들은 아니었지만.


  먼저 책탑



주요 작품


찰스 디킨스, <골동품 상점> : 디킨스 안 읽겠다고 몇 번을 다짐했건만 눈에만 띄면 그만...

에밀 졸라, <패주> : 루공-마카르 총서의 열아홉 번째 작품. 소설의 탈을 쓴 역사책이더군요. 이것보다 열다섯 번째 작 <대지>가 먼저 번역 출판되었으면 더 좋을 뻔했습니다.

이디스 워튼, <여름> : 지금 읽고 있습니다. 좋은 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오래 이디스 워튼은 안 읽겠다고 앙탈부리다 <이선 프롬>이 좋아 하나 더 선택했지만 아직은 별 거 없네요.

로맹 롤랑, <사랑과 죽음의 유희> : 작가 이름만 가지고 선택한 작품. 당연히 <장 크리스토프> 정도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희곡이기도 하고요.

앙리 보스코, <이아생트> : <반바지 당나귀>의 기묘한 환상을 기억합니다.

트루먼 커포티, <다른 목소리, 다른 방> : 커포티라면 이름만 가지고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막스 프리쉬, <호모 파버> : 쉽게 읽히는 법이 없는 막스 프리쉬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는 걸 선택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이상한 매력이 있습니다.

피터 셰퍼, <에쿠우스> : 실험극장에서 강태기가 주연을 한 공연을 본 적 있습니다. 그이는 이 작품으로 백상연극대상 신인상을 받았는데, 이젠 고인이군요.

제임스 설터, <가벼운 나날> : 이 책을 읽고 설터를 더 읽어, 말어? 결정할 겁니다.

페터 한트케, <왼손잡이 여인> : 한트케 읽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문고판이라 싼 맛에. 게다가 제목이 '왼손잡이'라는 것이 매력있었습니다.

막스 프리쉬, <트맆티콘> : 하여튼 막스 프리쉬, 웬숩니다, 웬수.

레온 드 빈터, <바스티유 광장> : <호프만의 허기>를 재미있게 읽어서 기대에 차 있습니다.

피터 케리, <오스카와 루신다>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가운데 한 편이라서.

코맥 매카시, <모두 다 예쁜 말들> : 내가 읽는 매카시의 마지막 책이 될 것인가 아닌가!

레이 브래드버리, <레이 브래드버리> : 재미있게 읽은 작가가 있으면 그가 쓴 다른 책도...

정영문, <검은 이야기 사슬> : <어떤 작위의 세계>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애니 프루, <브로크백 마운틴> : 영화와 관계없이 작가 이름만 보고 골랐습니다.

미셸 트루니에, <황야의 수탉> : 아닌 줄 알았는데, 제가 트루니에 팬이더군요.

존 버거, <A가 X에게> : 버거의 대표작이랍니다.

킴 투이, <루> : 놀랍게도 번역한 역자 윤진을 보고 고른 책입니다. 역자 검색해서 책을 구입한 두 번째 경우군요. 한 번 해보니 바람직하지 않았지만 이번은 예외이기를 바랍니다.

김민정, <해무> : 김윤석, 한예리 나오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제프리 유제니디스, <결혼이라는 소설> : 재미없다는 얘기를 들어 걱정입니다. 책 사기 전에 언질을 받았으면 좋았을 뻔했는데, 하필이면 배송 중에, 며칠 차이로....

장강명, <표백> : 오래 읽어보고 싶은 작가였습니다.

리처드 포드, <캐나다> : <독립기념일>의 작가가 썼습니다. <스포츠 라이트>로 실망했던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기대 반, 걱정 반.

앨리 스미스, <가을> : 작가 이름만 가지고 당연히 살 수밖에 없던 책. 그러나 좋은 평만 있는 건 아니라서 걱정...할 거 같지요? 천만의 말씀. 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

김사인, <어린 당나귀 곁에서> : 시인의 이름을 딱 읽자마자, 여태 이이의 시는 잡지에서만 읽었다는 게 팍 떠오르지 뭡니까. 그래 얼른 구입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다시, 올리브> : 키터리지 여사를 한 번 읽었으면 이 책을 건너뛸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많은 추천을 받았습니다. 특히 다락방 님!

정지돈, <모든 것은 영원했다> : 후장주의 문학의 기수. 후장주의가 뭔 뜻이 있겠습니까. 그냥 가져다 붙인 거겠지요. 한 번은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작가입니다.

이산하, <악의 평범성> : 행복한 책읽기 님의 강력한 추천사!!!



* 읽을 책 목록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레이스 2021-09-20 0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로크백 마운틴
다 공감할수 없지만 인상깊게 봤던 소설!
감동포인트는 풍경과 마음의 묘사였습니다^^

Falstaff 2021-09-20 08:50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전에 프루가 묘사한 황량한 뉴펀들랜드 풍경에 홀딱 빠진 적이 있어서 아주 기대가 크답니다. ^^

행복한책읽기 2021-09-20 0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1등인줄 알았더니^^ 제가 호명된 페퍼에 추석 선물 받은 느낌임다. 감솨!!^^ 읽을 책 목록을 저리 단정히 정리하는 분이셨다니. 다시 뵜습니다. 엄지 척!!!^^ 폴스타프님 추석 연휴에 저 음식들 중 몇 권을 잡수셨는지도 올려주시와요. 해피 추석 되세요~~~^^

Falstaff 2021-09-20 10:02   좋아요 1 | URL
ㅎㅎㅎ 덕분에 좋은 시집 한 권 읽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징크스도 있습니다. 저 위의 읽을 책 순서를 어기면 영 좋지 않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
추석 편안하게 보내셔요! 살은 조금만 찌시고요!!

막시무스 2021-09-20 09: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대박!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두개의 탑을 눈앞에서 보는군요!ㅎ 절대 장엄하십니다!ㅎ 평소보다 더 즐겁고 맛난 약주드시고 행복한 추석연휴되십시요!ㅎ

Falstaff 2021-09-20 09:03   좋아요 3 | URL
ㅎㅎㅎ 고맙습니다.
제일 좋은 얘기가 맛난 술 많이 마시라는 겁니다. ㅋㅋㅋㅋㅋ
막시무스 님도 즐거운 추석이 되기 바랍니다.

오거서 2021-09-20 09:53   좋아요 2 | URL
팔스타프 님이 드시는 맛난 술이 책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 참 부러운 책탑입니다. ^^

막시무스 2021-09-20 10:04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 말씀에 공감! 음주평론의 장르를 개척하시고 대가로 우뚝서신 팔스타프님! 문학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방울의 열정은 알콜이죠!ㅎ

오거서 2021-09-20 09:59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단지 술은 거들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Falstaff 2021-09-20 10:01   좋아요 0 | URL
와.... 추석맞이 덕담으로 아주 최곱니다, 두 분!!!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20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호프만의 허기 좋아서 바스티유 광장 골라놨는데 곧 읽어야겠어요. 저는 킴 투이 좋았어요. 크- 이선 프롬 너무 좋지요. 저는 여름도 좋았습니다.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 읽으려고 계속 생각만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정지돈 읽고 쓰실 리뷰가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저는 단편 하나 읽고 더 안읽은 작가이고 어쩐지 비호감이라 폴스타프 님의 리뷰로 그 다음은 어떡할것인가 생각할듯요. 아무튼 계속되는 리뷰 기대하고 기다립니다!!

Falstaff 2021-09-20 10:00   좋아요 0 | URL
그죠, <호프만의 허기> 정말 재미나지 않아요? 괜히 스피노자 얘기에 너무 힘을 쏟는 바람에 별 네 개 줬지, 스토리 라인만 가지고 따지면 다섯 개, 여섯 개를 줘도 아깝더라고요. <호프만의 허기>가 별로 팔리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저도 다락방님 아니었으면 안 읽었을지 모른답니다. ㅎㅎㅎㅎ
디킨스는 읽을 때마다 내가 왜 이걸 읽고 있나 하면서도 계속 읽게 되는 신기한 작가예요.
아휴... 제 독후감을 기다리신다니, 부담주지 마셔요!!! ㅋㅋㅋㅋ

stella.K 2021-09-20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강태기! 아까운 배우죠. ㅠ
로맹롤랑의 희곡 전 읽다 포기했는데 다시 붙들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책탑 대단하네요.^^

Falstaff 2021-09-20 11:48   좋아요 1 | URL
<에쿠우스>를 보면서 강태기는 늙지 않을 줄 알았답니다. 근데 심장마비로 벌써 갔다니 참, 인생이....

새파랑 2021-09-20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딱 두권 읽었네요 (내가 말하고 있잖아, 여름) 역시 폴스타프님은 이과 배우신 분~!!

Falstaff 2021-09-20 11:49   좋아요 1 | URL
에구, 전 한 권도 안 읽었답니다.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9-20 12:19   좋아요 0 | URL
아 ㅋㅋ 그렇네요. 책탑은 언제나 멋집니다. 높을수록 더욱 더~!!

blanca 2021-09-20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골동품 상점>과 <패주> 읽을까 생각 중이었는데 님 리뷰 읽고 시작할게요^^그런데 에밀 졸라 책은 재미 없는 게 없는데 <패주>는 왜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이....커포티 책은 다 좋더라고요. 참, <장 크리스토프>도 안 읽었네요. 저렇게 읽을 책을 미리 엑셀로 정리하시고 하반기를 준비하시는 모습 배우고 싶네요.

Falstaff 2021-09-20 11:50   좋아요 1 | URL
<골동품 상점>하고 <패주>는 이번 주 안에 독후감 올라옵니다.
근데 제 독후감은 별로 믿지 마세요. 그냥 나오는대로, 생각나는대로 막 떠드는 수준이라서 말입죠. -_-;;;
오ㅡ <장 크리스토프> 괜찮아요. ^^

잠자냥 2021-09-20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저도 폴스타프 님이 후장주의자의 책에 어떤 감상을 내리실지 은근 기대됩니다. 그리고 폴스타프 님, 미셸 투르니에의 팬 맞습니다. 더불어 디킨스 찐팬. ㅋㅋㅋㅋ

설터 책을 과연 더 읽게 될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네요. ㅎㅎ

Falstaff 2021-09-20 15:22   좋아요 2 | URL
앗! 제가 디킨스 찐입니까? ㅋㅋㅋㅋ
후장주의에 대해 별 기대는 없는데요, 저 블라뇨의 내장주의를 알고 있는 바에 일독이 없으면 좀 그렇잖아요. ㅋㅋㅋㅋㅋ 하여튼 친숙한 전위를 기대하는데, 아니면 마는 겁니다. 독자의 특권으로요.
셜터..저도 기대 반, 혹시나 반입니다. 계속 읽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죠.
휴일 편하게...까지 쓰다보니까, 저만 휴일이 엄청 남았네요. ㅋㅋㅋ 편히 쉬세요.

독서괭 2021-09-2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어마어마한 책탑이군요. 폴님의 계획독서는 늘 놀랍습니다. 리스펙트!! 읽은 책이 한권도 없어서 슬픔과 동시에 기뻐하며(?) 눈여겨보고 갑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Falstaff 2021-09-21 07:10   좋아요 0 | URL
아휴... 책탑이 아니라 어떤 책들이냐가 중요하지요. 만날 소설책만 읽는 인간인뎁쇼.
벌써 오늘이 추석입니다. 너무 많이 드시지 마시고 건강하게 보내세요!!
 
패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읽은 루공 마카르 총서 가운데 재미로 쳐서 뒤에서 1등 경쟁작. 이 책을 읽느니 보불전쟁에 관한 역사책 한 권을 독파하는 것이 낫다. 언제나 주장하듯, 근현대의 모든 전쟁소설은 반전문학이어야 한다. 특히 지난 시절 지식인의 상징이었던 졸라라면 더욱 그러하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막시무스 2021-09-17 18: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 코브라 자세가 좋지 않았나 보군요! 즐건 저녁시간 되십시요!ㅎ

Falstaff 2021-09-17 18:57   좋아요 5 | URL
그래도 졸라더군요. 다만 저하고 합이 맞지 않는 듯해서.
막시무스 님도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막시무스 2021-09-17 22:03   좋아요 5 | URL
팔스타프님! 질문있는데요, 저번에 졸라 추천하신 남매들이 작품, 나나, 목로주점, 제르미날인데 목로주점이 원탑이다!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맞는건가요?ㅠ 어제 영화 제르미날 초반부 봤는데 빠져들더라구요!ㅎ

Falstaff 2021-09-17 19:13   좋아요 8 | URL
저는 <나나> 추천 덜합니다. <나나> 안 읽으셔도.... ㅎㅎㅎ
원 톱은 당연히 <목로주점>입니다. 거기에 제르베즈 아줌마와 두 남자 사이에 아들 셋, 딸 하나가 생기거든요. 순서로 ♂,♂,♂,♀인데요, 각기 <작품>, <인간짐승>, <제르미날>, <나나>의 주인공입니다.
<목로주점> 이후로 열을 세우자면 <인간짐승>=<제르미날>, <작품>,........, <나나>입니다. 인간짐승의 마지막 부분이 <패주>와 연결이 되더군요. ㅋㅋㅋㅋ

막시무스 2021-09-17 19:16   좋아요 4 | URL
역쉬 깔끔하십니다! 제가 기억하는 댓글이 이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ㅎ

초딩 2021-09-17 19:22   좋아요 2 | URL
일단 추운데서 저러면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나 싶네요 ㅎㅎ
그리고 저정도면 PT를 받았을 가능성도…

초딩 2021-09-17 19: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재미 없기로
뒤에서 1등
경쟁이면

재미있다로 읽었어요 ㅎㅎ

우어 차가 너무 막힌다해서
일단 회사 탈출해서 널부러져 있습니다 ㅎㅎ

Falstaff 2021-09-17 19:48   좋아요 3 | URL
초딩님 / 앗, 그렇군요. 얼른 고치겠습니다.

뭐 오늘 같은 날에 출근을 하시고 그러셔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1-09-17 19: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코브라가 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17 19:49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제가 이리 혹평을 해서, 기대감이 팍 줄었으니 혹시 압니까, 오호, 생각보다 좋은데 하실지요.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17 22:27   좋아요 3 | URL
ㅎㅎ 졸라 작품은 다 읽을 예정이라 괜찮습니다!

독서괭 2021-09-17 2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졸라 다 재밌는 게 아니었군요! 목로주점이 최고라 하시면 그것부터 읽는 게 현명하지 않은 걸 수도 있겠네요. 내리막만 있으니..

Falstaff 2021-09-18 06:39   좋아요 2 | URL
ㅎㅎㅎ 독서괭님도 참. 쓴 게 다 재밌는 작가가 어디 있습니까. 살다보면 3.8 광땡도 잡고 장땡도 잡지만 가끔가다가 따라지나 망통도 나오는게 사람살이잖아요. ^^
곳곳에 흥미진진한 작품들이 늘어서 있어서 총서가 나오면 뭐 하나 그냥 지나가게 되지를 않더라고요.

유부만두 2021-09-18 0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패주가 패했....

새파랑 2021-09-18 10:02   좋아요 1 | URL
제목따라 책의 평가도 가나봐요. 역시 제목의 중요성? ^^

Falstaff 2021-09-18 13: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우연입지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