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들판을 걷다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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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4월과 11월, 두 중편소설 <맡겨진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큰 선풍을 일으킨 작가 클레어 키건. <맡겨진 소녀>는 동네 도서관의 관심도서 목록에 올렸는데, 작년부터 이날 이때까지 대출중이며 늘 예약자가 있는 상태이다. 무수히 쏟아지는 찬사. 그러다가 난데없이 개가실 신착도서 선반에 떡, 꽂힌 클레어 키건의 신간 《푸른 들판을 걷다》가 보이는 거다. 주저하지 않고 집어 그날 당장 읽었고, 250쪽 분량이 반 나절 조금 넘는 시간에 훌훌 읽어버릴 수 있는 넉넉한 편집이어서 앉은 자리에서 몽땅 읽었는데, 어, 이것 봐라, 많은 독자들이 클레어 키건에게 홀딱 빠지는 이유가 있기는 있구나, 하고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키건하고 비슷한 문체로 글을 쓰는 사람, 물 좋은 아일랜드라서 이렇게 쓸쓸한 이야기를 쓸쓸한 문장으로 직조할 수 있는 나이 많은 할아버지, 윌리엄 트레버 유형의 문체로, 가부장적 아버지에 의한 딸에 대한 성폭력을 포함한 깊은 상처, 의도했건 아니건 남자의 이기적 행위에 의하여 다친 심신의 흉, 그리고 마지막 작품 <퀴큰 나무 숲의 밤>에서의 이에 대한 극복을 다루고 있으니.

  클레어 키건. 1968년 아일랜드 위클로의 농장에서 대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미국의 루이지애나, 다시 웨일스와 더블린에서 공부하고 작품을 썼다. 이후 출간하는 단편집 《남극》, 《푸른 들판을 걷다》와 두 단행본 <맡겨진 소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각종 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하고 영화로 만들어져 세계적인 명성과 돈을 한꺼번에 얻은 작가이다.


  단편집 속의 일곱 이야기를 읽으며 주목한 것은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역시 문체와 문장이었다. 하루 전에 읽은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의 유려하고 상세하고 길게 묘사하는 문체 그리고 문장과 완전히 반대쪽에 있는 황량하고 간결한 키건. 두 작가 모두 독특한 매력이 넘치며, 각자가 자기 문장, 문체, 스타일에 최적화한 서로 다른 폭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짜장면이면 짜장면이고 짬뽕이면 짬뽕이지, 좋은 소설 속에 짬짜면은 없다. 뭐 내가 읽어본 경우에 그렇다는 거다. 있을 수 있겠지, 많고 많은 작품 속에 그런 것도 있어야 정상이겠지.

  그런데 지금 독후감을 쓰면서 당장 맞닥뜨린 문제는, 책을 읽고 한 마흔 시간 흘렀을 뿐인데, 아버지에 의하여 저질러진 성폭력(또는 성적 학대)와 가톨릭 신부 사이에서 있었던 섹스 후의 이별이란 상처와 흔적을 지니고 나머지 삶을 살아야 하는 여성(들)의 모습 말고는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 그런데 사실 친부의 성적 학대와 가톨릭 신부의 성접촉은 말을 하기 쉬워서 그렇지 사회적, 종교적으로 대단한 불경의 경우이다. 키건은 이런 불경을 넘어선 패륜과 파문의 지경에 이른 심각한 부도덕, 지독한 폭력을 앞에서 말한 쓸쓸한 문체로 쓸쓸한 분위기에서 슬쩍 이야기하고 만다. 이런 걸 읽는 독자는 자연스럽게 피해자의 심정에 몰입하게 되고, 피해자와 함께 마음이 찢어진다. 이래서, 이리 극단적으로 자극적이라서, 그리고 이렇게 쓸쓸해서 전세계 독자들이 열광을 하는 것이고, 숱한 영화제작자가 영화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겠지. 아직 읽어보지 않아 전적으로 짐작이지만 단행본 <맡겨진 아이>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하여간, 문학적 영토의 의미로 말해, 아일랜드는 참 물이 좋은 동네인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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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2-17 0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짬짜면! ㅋㅋ
참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를 간결한 문장 안에 넣어 전달하고, 독자가 그 주제에 직면하도록 하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제일 좋았습니다.

Falstaff 2024-12-17 15:58   좋아요 0 | URL
ㅎㅎ 다른 책 전부 대여중, 예약대기 무지 많습니다. 가히 인기작가 맞습니다. 여기가 촌이라서 그런가요? ㅋㅋㅋ

hnine 2024-12-17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그리고 국가적으로도 고난의 역사는 문학적 영토를 기름지게 만드나 봅니다.
저도 <맡겨진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읽었는데,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좀 더 좋았어요.

Falstaff 2024-12-17 15:59   좋아요 0 | URL
흠. 사소한 것은 읽어봐야겠군요. 제가 빌리기 전에 책 다 헐겠더라고요.

stella.K 2024-12-17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손이 안 가던데. 막연히 뭔가 싱겁고 밋밋한 거 아냐? 했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하긴 요즘 제가 읽는 소설마다 시큰둥해서..요. ㅠ

Falstaff 2024-12-17 15:59   좋아요 1 | URL
독자마다 감상이 좀 달라야 사는 맛이 있지요. ㅎㅎ

yamoo 2024-12-17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키건의 책은 재미가 없더라구요...왜알까요?? 아마도 제가 여자가 아니라서..또는 공감능력이 떨어져서 일겁니다..^^;;

Falstaff 2024-12-17 19:42   좋아요 0 | URL
읽는 독자마다 다 재미있다 그러면 그게 사는 일이겠습니까? ㅎㅎㅎ
 
투계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 지음, 임도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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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는 에콰도르에서 가장 큰 도시인 산티아고 데 과야킬에서 태어나 산티아고 데 과야킬 대학을 졸업한 에콰도르의 대표적인 페미니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스페인어를 쓰는 에콰도르의 스페인 이민자들에 관한 르포를 쓰기 위해 스페인을 방문했다가 그곳에 눌러 앉아 근 10년 동안 많은 기사를 써서 에콰도르로 보내거나 스페인 현지의 매체에 발표했다. 당시의 기사들을 모아 <미용실에 배운 것들>과 <거주 허가>를 2011년, 2013년에 출간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18년에 단편집 《투계》를 발표해 센세이셔널한 주목을 받았다. 《투계》 외에 2021년에 역시 단편집인 《인간 제물》을 출간했다고 하는데 《투계》를 읽어보니까 《인간 제물》 역시 급관심이 생긴다. 1976년생이면 지금 바야흐로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 장편도 좋고, 저널리스트 생활을 오래 해 장편이 무리라면 단편집이라도 꾸준하게 발표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투계》의 임팩트가 강했다.


  2백쪽도 되지 않는 분량에 단편소설 열셋을 담았다. 작품집의 제목인 “투계”라는 단편은 없다. 대신 제일 앞에 실린 <경매>에 닭싸움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투계, 싸움닭은 그냥 닭 두 마리가 싸우는 게 아니다. 관중들의 흥분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싸움닭의 며느리발톱에 매우 예리한 칼날을 매단다. 투계장에 두 마리의 싸움닭이 서로 째려보며 기싸움을 하다가, 팽팽한 잠시를 지나, 닭도 새라는 걸 알아차리기도 전, 순식간에, 공중전으로 돌입한다. 날개를 파다닥, 흔드는가 싶은 눈썹 한 가닥의 시간에 사람 키 정도로 훌쩍 날아오른 닭 두 마리는 서로의 복부를 향해 며느리발톱을 쭉 내뻗는다. 발톱대신 크롬 도금을 한 듯 번쩍 눈부신 칼날이 백열등 조명을 반사하는 이 숨막히는 찰라가 지나면,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배가 갈라져 분수 같은 피를 쏟으며 동시에 울컥, 내장과 닭똥을 뱉아낸다. 암푸에로는 닭싸움 장면을 묘사하지 않는다. 싸움이 끝난 후 죽은 닭의 처참한 모습, 그리고 죽은 닭은 맨손으로 집어 내다 버려야 했던 여자애, 그 아이의 아버지를 이야기한다. 닭들과 남자들. 기억 속에서.

  세월이 흘러 아이는 성인이 되고, 연애를 하고, 그 남자와 남자의 아내 앞에서 우정을 연기하며 술을 마셔야 했으며, 그게 슬퍼서 마신 술에 비해 더 취기가 올랐는 지는 모르지만,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 잠깐 졸았는데, 눈을 떴을 때, 택시는 텅 빈, 캄캄한, 공장 단지에서 멈췄으며, 택시 운전수는 권총으로 여자의 배를 쿡 쑤시면서, 인신매매단에게 넘겨버렸다. 이 악당들이 납치해온 사람은 여자 한 명이 아니었다. 돈이 좀 있을 것 같은 남자도 잡혀왔다. 이들은 다른 악당들에게 인질을 판매하는 경매를 시작하고, 낙찰 받은 악당은 인질의 신용카드, 은행계좌의 돈, 집안에 보관한 보석과 현금 그리고 값나갈 만한 가전제품을 몽땅, 아주 몽땅 갈취한다. 자신들도 본전을 뽑아야 하니까. 아니면 적어도 몸으로 육체적 보상이라도 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닭의 피와, 창자와 닭똥 속에서 자라야 했던 젊은 여자는 기어이 여기까지 왔다. 당연히 결말은 안 알려준다.

  그런데, 문제는 문장과 문체. 이런 그로테스크하며 엽기적이고 막장의 폭력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이 놀랍게도 매우 유려하고 상세하고 그래서 더 호소력있는 긴 문장으로 적혀 있다. 물론 작품을 읽으며 문장과 문체라는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것이 옳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인간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의 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집중되어 있는 책이라면. 맞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그렇게만 단정하기에는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의 글은 너무 매력적이다.


  에콰도르 또는 라틴 아메리카.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대륙 주거인들보다 훨씬 불안정한 치안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물리적 폭력이 등장하는 소설을 많이 읽게 되는데, 공권력과 범죄집단에 의하여 저질러지는 폭력이 나오지 않는 라틴 아메리카 작품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그렇다. 이런 면에서도 암푸에로의 단편들은 기존에 익숙한 라틴 아메리카의 폭력과 차별을 둔다. 앞에서 암푸에로가 페미니즘 소설가라고 했듯이 당연히 남성에 의하여 여성에 가해지는 폭력과 가부장제 하의 폭력은 물론이고, 같은 여성 연대 속에서도 고용인과 피고용인, 주인과 하녀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폭력도 적나라하다. 물론 여성 사이의 폭력은 몸에 가하는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재산과 계급과 인종 등 “다름”에서 비롯하는 극단 차별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런데 좋은 이야기만 해도 “꽃노래도 삼세번”이건만 처음부터 끝까지, 열세 작품이 모두 이런 식의 극단적인 폭력과 그로테스크한 과정을 거친 그로테스크한 결말로 치닫는 바람에 앉은 자리에서 몽땅 읽을 경우 내가 그랬듯이 나중엔 질려 버릴 수도 있다. 작가의 시선은 스페인과 라틴 아메리카를 점령한 가톨릭을 향하기도 한다. 마르타와 예수에게 향유를 바른 마리아, 그리고 부활. <상중喪中>은 이렇게 끝난다.


  “이 계절엔 바람이 지독하게 몰아칠 때가 있다. 마르타와 마리아는 다시 음식을 먹다가 문 쪽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들었고, 누가 손으로 문을 밀 듯 문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문이 열렸다.

  처음에는 파리 떼가 들어왔고 이어서 죽은 오빠가, 구역질 나는 냄새를 풍기며 들어왔다.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이 마치 그녀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으나, 이가 다 빠진 그의 입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새어 나오지 못했고 다만 구더기들만 기어 나왔다.” (p.141)


  죽은 자 가운데 삼일 만에 살아 돌아온 오빠가,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긴 왔는데, 죽기 전에 이미 충분히 부패한 상태였고, 죽은 다음에도 사흘 동안 열심히 파리들이 알을 까서, 이 모양 이 꼴을 하고 돌아온 거다. 그럼에도,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왔음에도, 죽었다가 다시 “육신의 부활”을 이룬 오빠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부활을 했냐는 말이지. 가부장제? 남성에 의한 폭력? 혹시 중세?

  좋다. 좋지만 과하게 그로테스크한 거 아냐 이거?

  같은 가톨릭의 품에서 자랐는데도, 내일 독후감을 쓸 아일랜드 “여성” 작가 클레어 키건하고, 세상에나,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그럼에도 두 작가 다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을까? 다양한 건 거의 언제나 찬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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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의 한 가족 제안들 29
샹탈 아케르만 저자, 이혜인 역자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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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오랜만에 내 스타일이예요. 당신한테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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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4-12-13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4-12-14 05:06   좋아요 1 | URL
ㅎㅎㅎ 내일 지구가 망하더라도 재미나게 살자고요. ㅋㅋㅋ

수이 2024-12-14 10:41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님 별 다섯개 작품 궁금해서 후다다다닥

페넬로페 2025-02-28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데
이 책,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

Falstaff 2025-02-28 16:02   좋아요 1 | URL
ㅎㅎㅎ 반갑습니다!
 
귀신들의 땅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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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쓰홍陳思宏은 1976년, 타이완 용징永靖향에서 농부의 아홉째 자녀로 태어난 퀴어 소설가, 영화배우, 역자이다. 자식 많이 낳은 농부는 당연히 아이들이 공부를 계속하는 것보다는 얼른 자기 밥벌이를 시작했으면, 하고 바랐겠지. 그러나 천쓰홍은 책읽기를 좋아하여 아버지가 보던 신문, 여동생의 책꽂이에 꽂힌 책을 주로 읽었고, 학교에 다니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위키피디아는 소개한다. 고등학생 시절에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혔지만 가족들은 왜 하필이면 자기네 집에서 동성애자가 나왔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며, 곱게 생긴 외모 때문에 친구들에게도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니 아버지 바람대로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할 수 있었을까. 천쓰홍은 푸런輔仁 대학에서 영문학과와, 국립타이완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한 후, 남자친구와 베를린에 정착해 주로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커플이 법적 “파트너”로 등록했다고 하는데, <귀신들의 땅>에서 말하는 것처럼 동성결혼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귀신들의 땅>은 도서관의 관심도서목록에 오래 보관하던 책이다. 읽으려면 상호대차를 해야 해서 차일피일하다가, 이번에 <67번째 천산갑>이란 책을 출간했다기에, 그 책을 희망도서 신청하면서(하려다 안 했다) 전작인 <귀신들의 땅>을 먼저 읽어보자 싶어 그렇게 했다.

  같은 타이완 작가 가운데 얼른 생각나는 사람이 <서자孼子>를 쓴 바이센융. <서자>와 <귀신들의 땅>은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동성애자인 것이 드러나 집에서 쫓겨난 아들. 즉 퀴어소설이라는 점. 타이완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간 결혼을 합법화, 2017년에 동성간 결혼 금지가 위헌이라고 판결했지만 아직 ‘결혼’ 대신 ‘동반자 등록’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시아 지역에서 동성애에 관해 상당히 관대하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천쓰홍이 1976년생, 이이가 성인이 된 시절까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모양이다. 물론 지금이라고 크게 좋아졌을 것 같지는 않다.


  작품의 주인공 톈홍는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타이완 중부의 시골, 아주 작은 마을 용징永靖에서 낳고 어린시절을 보낸 후, 동성애 성향을 목격한 어머니에 의해 집에서 쫓겨나 우여곡절을 겪은 다음 베를린에서 젊은 애인 T를 만나 동성결혼했다. 베를린에서의 동성결혼이라고 해서 이 작품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볼 수는 없다. 당연히 경험 가운데 몇 조각은 작품에 반영을 했겠지만.

  5백쪽에 달하는 장편에 한 가족 이야기. 어머니 아찬과 아버지 아산에게 당연히 각자 한 권 분량은 족히 넘을 이야기가 있고, 순서대로 5녀2남 도합 일곱 명의 자녀 개개인들 역시 한 권 분량의 소설로도 다 쓰지 못할 인생이 있는데, 그걸 몽땅 합쳐 소설 한 권으로 썼으니 얼마나 구절양장 같이 얽히고설켰는지 짐작을 하실 터, 부모, 형제, 자매들의 우여곡절과 궁상은 옮기지 않겠다.

  1970년대 중반에 건설업자가 용징 최초의 타운 하우스 열 동을 짓는다. 원래 타이완 중부의 큰 지주였지만 내전에 패배한 장제스 정권이 들어서서 토지개혁을 하는 바람에 그저 그런 시골부자가 됐다가, 그럼에도 여전히 대지주의 소비습관을 버리지 못했던 톈홍의 할머니가 하필이면 백세까지 장수하는 바람에 있던 재산마저 말짱 다 말아먹어 찌그러진 집안으로 전락했던 톈홍의 아버지 아산. 아버지는 트럭을 구입해 각종 농산물을 도시의 소매상에게 내다 파는 일을 했다가, ‘빈랑’이라고 아시지? 발암물질이 있어서 구강암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지만 중독성 또한 있어 주로 남중국 일대 주민들이 늘 우물거리면서 붉은 침을 찍찍 뱉게 하는 열매, 그걸 농부들과 협력해서 대량으로 내다 팔아 차익을 챙기면서 잠깐 여유로운 시기를 맞았고, 딱 그때 3층짜리 타운하우스 한 동에 입주했다. 빈랑 사업을 시작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다섯 딸의 학비를 모두 낼 수 있었으며, 매일 저녁 흰 쌀밥과 돼지고기를 삼킬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연초에 드디어 첫아들을 낳더니 연말에 이왕 낳은 김에 둘째 아들도 한 번 더 쑥 뽑아냈다. 이렇게 세상 빛을 본 일곱째 막내이자 두번째 아들이 오늘의 주인공 톈홍. 말 그대로 생로병사를 시작한다.

  톈홍은 여덟 살 무렵에 빨간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옆집 왕씨네 아들 징쯔총에게 유별난 정을 느낀다. 징쯔총도 톈홍을 귀여워해 함께 극장에 가면 무릎에 앉히고 영화를 보곤 했는데 당시가 시골 용징에서 거의 처음 상영하는 영화였음에도 톈홍은 스크린을 바라보는 대신 엉뚱하게 빨간 반바지 사이로 자꾸 손을 집어넣어 징쯔총한테 쿠사리도 받고 그랬다. 하여간 그러다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하필이면 거의 정신병자 수준으로 학생들을 두드려 패던 담임선생의 친아들 샤오촨에게 그게 어떤 감정인지도 모르고 하여간 무슨 감정을 느낀다. 무슨? 무슨은 무슨이야, 연애감정이겠지. 톈홍의 일방적인. 하지만 담임은 둘 사이를 의심할 만한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그렇지 않아도 미친년 같던 폭력 성향에 불이 붙어 학교 나무에 묶어놓고 상급 아이 몇 명을 불러다가 매타작에 들어갈 때, 바로 옆을 지나던 톈홍의 형 톈이는 그걸 슬쩍 보더니, 그냥 가던 길 갔다. 진짜 형 맞다. 이래봬도 나중에 용징 현장까지 해먹는 형. 업무상 배임으로 임기도 못 채우고 감방에 가긴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고? 샤오촨의 엄마이자 담임선생이 집으로 쳐들어와 당장 다른 학교로 전학하라고 난리법석을 한 번 떨더니 정작 자기 아들을 전학시키고 나중엔 캐나다로 이민을 가버렸다. 샤오촨은 톈홍과의 연애감정 때문이 아니라 나중에 고향을 못 잊어 홀로 다시 용징으로 와 터를 잡긴 해도.


  이렇게 세월은 흘러, 톈홍은 베를린에서 살다가 가난하고 젊은 청년 T를 만나 연애를 하고, 동반자 등록을 한다. T는 톈홍과의 관계를 부모에게 소개하기 위하여 크리스마스 시즌을 빌어 발트해에 인접한 고향 라뵈 집으로 간다. 가긴 갔다. 가서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식사, 작은 만찬을 하면서, 이미 얼굴이 수세미처럼 구겨져버린 아버지와 대판 싸움을 하고 의절을 해버렸다.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온 커플은 가난 속에서 어렵게 살다가, T는 네오 나치 집단에 들어가더니 어깨와 팔뚝 사이에 18과 44라는 숫자를 문신으로 새기고, 꼭 N자를 새긴 비싼 미제 운동화만 신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18은 1번째와 8번째 알파벳, AH, 아돌프 히틀러를 의미하고, 미제 운동화 N은 나치의 첫 글자와 같다. 같긴 같지만 결국 동료들에게 동성애 성향이 뽀록이 나고마는 T. 험한 세상을 만나 T는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톈홍과 극한 싸움, 육체적 결투를 벌이게 되는데, 애당초 순혈 아리안족하고 왜소한 남부 중국인하고 상대가 되겠어? 이 결과 톈홍은 짧지 않은 세월 베를린 교도소에서 콩밥을 먹고, 출소하고, 다시 타이완 용징으로 귀향해 누나들을 만나는 이야기.

  원래 누나가 다섯 있었지만 다섯째 누나 차오메이는 스스로 험하게 죽었다. 약을 충분히 먹은 다음에 넷째 언니 결혼식장에 들어가 칼로 자기 몸을 북북 긋더니 얼굴에 비닐 봉지를 덮고는 죽은 개와 고양이를 던져버리는 개울에 처박혀서. 넷째 누나는 이때의 충격으로 ‘백악관’이라 불리는 용징 최고의 저택 2층에 있는 자기 방에서 한 발짝도 떼지 않고 지낸다. 하나 있는 형은 업무상 배임에 따른 징역형을 마치고 출소해 백악관에 들어가 넷째 누나 수발을 하고. 그리하여 베를린 감옥에서 출소한 기념으로 생두부를 함께 먹을 사람으로는 이제 딱 하나 남아 타운하우스 아버지 집을 지키고 있는 첫째 누나 수메이, 타이베이에서 민원 공무원 일을 하는 둘째 누나 수리, 타이완 최고의 뉴스 앵커한테 날이면 날마다 두드려 맞으며 사는 아름다운 셋째 누나 수칭. 그리고 어린 시절 친구, 어쩌면 절친, 말 그대로 친구였던 샤오촨. 여기에 한 명만 더 보태자면, 제목 <귀신들의 땅>이니까, 이미 귀신으로 살기 시작한지 꽤 된 아버지 아산의 유령. 이렇게 기구하게 살아온 사람들. 이야기가 속도감이 있어서 그렇지 딸 셋과 막내 아들이 만났을 때, 맏이는 이미 나이 육십이 됐거나 근처까지 간 세월이 흘렀다. 징글징글한 삶의 이야기들.

  그런데 어째 좀 덜 재미있게 읽었다. 이미 죽은 귀신이 직접 말을 한다고 해서 <귀신들의 땅>이 윌리엄 포크너 근처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좀 뭣하고, 성소수자에 관한 퀴어 소설이라는 것도 이제는 특별하지도 않고, 궁상스런 삶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은 내력이 있으니 눈에 쏙 들어오지도 않았으며, 하여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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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12-13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독후감:
월요일.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 《투계》
화요일. 클레어 키건, 《푸른 들판을 걷다》
수요일. 에드나 오브라이언, <8월은 악마의 달>
목요일. 박경희, 《미나리아재비》
금요일. 이반 부닌,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 제6회 최계락문학상 수상작
서정춘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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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도 순천에서 마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하고 어려운 초년 팔자를 견디던 서정춘은 야간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1959년에 상경, 김승옥이 소개해준 출판사에 들어가 일을 하며 틈틈이 시를 쓴다. 스물일곱 살 때인 1968년에 신아일보 신춘문예에 <잠자리 날다>가 당선하면서 시인 말석에 자리를 깔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등단하자마자 소멸하거나 은퇴해버린 숱한 시인, 작가 가운데 한 명이라고 여겼다. 그럴 수밖에. 세월이 흘러 1996년, 시인 면허증을 따고 28년이 흘렀으며 41년생 서정춘이 쉰다섯 살이 되어 정년퇴직을 하고나서야 첫번째 시집 《죽편》을 세상에 내놨으니. 20세기 말에 서정춘의 《죽편》을 읽은 평론가, 동료 시인, 작가, 독자들은 갑자기 나타난 신시新詩라도 되는 듯, 세기말에 축복을 받은 느낌이었다. 나도 그랬다.

  5년이 더 흐른 2001년에 《봄, 파르티잔》이 나와 다시한번 시 읽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그만 게으른 내 귀에 서정춘의 시집이 나왔다는 풍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20년이 넘게 흐르는 동안. 나도 시인처럼 정년퇴직을 한 다음에야 다시 ‘서정춘’이라는 이름을 볼 수 있었고, 마음에 담았다. 그랬더니 결국 눈에 띄었다. 도서관 서가에 다른 시집과 확 구별이 될 정도로 얇은 시집, 《귀》. 판권지까지 45쪽에 불과한 시집에 무려 서른여섯 편의 시를 담았다. 서정춘은 3단의 시인. 키가 짧고, 가방끈이 짧고, 시가 짧아서 3단短.

  그를 독자에게 널리 알리게 된 가장 중요한 시 <죽편 1>도 그랬다.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竹篇·1 ― 여행> 전문, ≪죽편≫ 22쪽


  《죽편》, 《봄, 파르티잔》에 이은 세번째 시집 《귀》. 여전히 초절정 3단 시인의 경지에 이르는데, 어째서 그럴까, 이젠 앞의 두 시집만큼의 효용이 덜하다. 시집의 제일 앞에 일행시이며 표제작인 <귀>를 배치했다.


  하늘은 가끔씩 신의 음성에겐 듯 하얗게 귀를 기울이는 낮달을 두시었다   (전문. P.9)


  낮에 나온 반달은 하늘의 귀라는 건데, 내가 아는 서정춘스럽지 않게 하늘의 귀는 “신의 음성에게” 향해 있다. 이이가 그동안 좀 아팠다더니, 그래서 말술을 마시다가 이젠 딱 한 잔의 탁주에서 한 모금도 더하지 않는다더니, 어느새 신에게 귀의했나보지? 하긴 아닐 수도 있다. “꽃 그려 새 울려놓고 /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던 ‘봄’이라는 파르티잔 적的 자연현상도 신일 수도 있을 테니까. 음. 이 시집이 나왔을 때 시인은 겨우 예순네 살밖에 안 되었는데.

  이 시집에서 가장 글자 수가 많은 작품은 <아름다운 독선(獨善)>이다. 시인들은 자주 시 자체가 시의 주제이다. 이 시도 그렇다. 서정춘에게 시를 쓴다는 건 사실 자신의 독선이라 말하는데, 또한 사실 시인의 독설이 아닌 시를 쓰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 이 시 작품은 시 자체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자기가 시를 쓰는 행위를 그림으로 묘사하고 있는 듯이 읽힌다.


  그러니까,

  나의 아름다운 봄밤은 저수지가 말한다

  좀생이 잔별들이 저수지로 내려와

  물 뜨는 소리에 귀를 적셔보는 일

  그 다음은, 별빛에 흘린 듯 흘린 듯

  물뱀 한 마리가 물금 치고 줄금 치고

  一行詩 한 줄처럼 나그네길 가는 것

  저것이, 몸이 구불구불 징한 것이 저렇게

  날금 같은 직선을 만든다는 생각

  그래서는 물금줄금 직선만 아직 내 것이라는 것

  오 내 새끼, 아름다운 직선은 독선의 뱀새끼라는 것   (전문. P.11)


  그래, 그러니까 서정춘의 시가 짧을 수밖에. 직선이라니까. 유크리드 공간에서 점과 점을 잇는 가장 가까운 선은 직선이다. 직선을 긋듯 시를 쓰면 나머지 우다다다 수다를 떨 필요가 없어지고, 은유와 직유는 소멸시켜야 하며, 눈물과 설사와 땀과 피조차 건조기 레벨을 극한까지 올려 바싹 말려야 한다. 서정춘은 이렇게 건조하고 직선적인 시를 써놓고 함빡 웃으며, 오 내 새끼, 내 뱀새끼, 하고 킬킬 웃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말술을 마셨겠지. 모자란 수분을 보충하느라고.

  그런데 이런 시는:



  낮달을 헹구다



  올라라

  홀어미

  설거지에

  씻긴

  달

  시렁 위에

  올라라

  白磁 접시의

  달

  홀어미의

  달

  올라라   (전문. P.18)


  서정춘의 생모는 시인이 첫돌을 지내고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떴다. 마부 일을 하며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없어 계모를 들였다. 계모도 아이를 낳았으니, 남이 낳은 자식보다 내가 낳은 자식이 더 귀한 것은 당연한데, 이게 어려운 관계다. 나쁜 계모 소리를 듣지 않으려 많은 계모들이 오히려 자기 새끼들에게 더 (자기 생각으로)엄하게 한다고 하는데, 원래 아이는 그것 또한 오해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수 있는 관계. 어떻게 하든 힘든 사이이다. 서정춘도 이런 어려운 사이에서 피가 거꾸로 솟아 날선 호미를 계모에게 엣다 이거 맞고 죽어라, 힘껏 던진 적도 있다 하는데, 결국 해결은 세월이 해주는 법, 학교 졸업하고 집 떠나기 전에, 핏덩이 자기를 살린 사람이 생모가 아니라 계모였다는 걸 깨우치고 계모를 얼싸안고 한없이 울었단다. 이런 내력을 알면 장독대 위에 하얀 접시에 물 한 그릇 떠놓고 자식새끼 잘 되라 치성 올리는 홀어미가 시인의 계모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숨길 수 없다. 집, 고향, 대숲을 떠나기 전에 얼싸안고 한없이 울어 진짜배기 엄마, 아들 하기로 했던, 그러나 환갑이 넘어도 가슴패기 저 한구석이 조금은 서먹한 엄마와 아들.


  비백飛白. 오탁번의 시에서 처음 발견한 단어. 날릴 듯 흘린 글씨체. 시인이 섬진강 여울을 길목에서 비석 하나를 보았던 모양이다. 비석을 봤겠나, 비석에 새긴 글씨를 본 것이지. 그것을 서정춘은 아하, 이게 비백체飛白體렸다, 싶어 시를 썼다……, 이렇게 읽으면 오해. 섬진강 여울길을 가다 은빛으로 튀어오르는 연어 떼를 발견한 시인. 그는 은어의 휘날림을 보고, 누가 시인 아니라고 할까봐, 비백 글씨체를 연상한다.


흘림


  저것이냐 飛白 어느 흘림체 먹물에서 보았던 飛白 오늘 섬진강 여울에서 시린 니쏘리로 여러 번씩 보인다 飛白 돌자갈에 몸을 갈며 여울물 차오를 때 보이는 飛白 은장도 빛깔의 은어 떼가 보인다 飛白 저 역류(逆流)의 힘!  (전문 p.27)


  “니쏘리”가 뭐냐고? 치음齒音. ㅈ, ㅊ, ㅉ 으로 시작하는 소리로 들린다는 뜻이다. 훈민정음 언해에 나온다. ㅈ는 니쏘리니 즉卽자 처럼 펴아나난 소리가타니 갈바쓰면 짜慈자처럼 펴어나난 소리 가타니라. 요즘 고문 안 배우지? 그럼 그냥 넘어가자. 하여간 시인은 연어가 날리는 모습을 소리로 표현하자면 ㅈ, ㅊ, ㅉ 계열로 시작하는 음이어야 하고, 형태로 쓰자면 飛白이었다는 거다.


  이렇게 시 하나하나를 뜯어 읽으면 여전히 서정춘은 매력적이다. 나는 아쉽게도 앞선 시집 두 권을 몽땅 읽어서 이번에 읽은 《귀》는 조금 아쉬웠다. 독자는 원래 야박한 법이다. 앞선 시집보다 조금 낫거나 아니면 조금 다른 시들을 읽기 원했는데, 좋기는 하지만 서정춘을 읽을 때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정도였다는 건 말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이제 여든세 살이 된 노 시인. 하여간 오래, 건강하게 사시라. 삶이 허락하면 그래도 시 몇 편은 더 만들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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