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줄리언 반스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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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적인 작가의 매력적인 작품 <내 말 좀 들어봐>의 후속편이다. <사랑, 그리고>를 재미있게 읽기 위하여 거의 반드시(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내 말 좀 들어봐>를 먼저 읽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독후감을 쓰기에 앞서 전작의 스토리를 대강이라도 소개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린다. 웃기지?

  주인공 격인 등장인물은 세 명. 스튜어드 휴스, 나이젤 O. 러셀, 반은 프랑스 반은 영국계인 질리언 와이엇. 스튜어드 휴스는 전형적인 잉글랜드 인으로 유머감각도 없고 낭만이나 인생의 선망도 없이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계획적으로 쌓아가는 범생이. 나이젤은 독특한 천재형으로 여러나라의 언어를 자유스럽게 구사하며 음악, 미술, 문학, 철학 등 모든 방면에 구애받지 않고 2박3일간 구라를 풀 수 있는 골통 낭만형 인간으로 그만큼 실생활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이젤이라는 이름으로 생활하다가 갑자기 나이젤을 버리고 O, 즉 올리버로 불리기 바라면서 자신의 은행 계좌마저 올리버 러셀이라는 이름으로 개설한다. 미술품 복원 일을 하는 질리언은 어린 시절에 영국인 아버지 고든 와이엇 씨가 아내와 딸 질리언을 버리고 딸이 아닌 질리언과 함께 사랑의 도피를 떠나 질리언의 이복동생 질리언을 낳고 사는 바람에, 프랑스인인 어머니 마리-크리스틴과 함께 영국에서 살다가, 나이 서른이 가까이 오자 에잇, 결혼이나 해버릴까, 싶어서 짝짓기 앱에 접속해 만난 스튜어드와 사랑을 맺어 결혼을 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둘의 결혼식 때 신랑과 죽마고우 사이였던 올리버가 들러리 겸 증인으로 시청 공증센터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해서 그만 한 눈에 신부한테 반해버리고 만다. 그래서 신혼여행에 쫓아가 첫날 밤 술을 잔뜩 퍼마시고 신랑 신부 사이에 누워 까무러쳐버릴까, 잠깐 생각하다가 주머니에 돈이 없어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대신 여행에 돌아오자마자 스튜어드의 출근과 동시에 득달같이 꽃다발을 들고 현관문을 쾅쾅쾅 두드려 질리언이 문을 열기만 하면 큰 소리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외치고 도망을 쳐버린다. 오후가 되어 스튜어드가 퇴근해 집에 들어온 것을 보면 속으로 시간을 재 퇴근 후 개인위생 시간이 분명한 짧은 순간에 전화를 해, 질리언이 수화기를 들자마자 또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큰 소리로 고백을 해버린다. 질리언의 기분이 어떻겠어? 어떻긴 어때, 한 남자가 자기더러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그것도 가만 보니 장난이 아니라 진심인 거 같은데 어떻게 불쾌할 수 있겠어? 그리하여 질리언은 거의 즉각적으로 스튜어드와 이혼을 감행하고 올리버와 새로 결혼을 해버렸다. 근데 스튜어드가 생각해보니 자기 결혼할 때 친구 올리버가 왔는데, 올리버가 결혼하면 자신도 가서 축하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갔다. 이것으로 세 명의 인생살이 난장판, 또는 난장판 인생살이를 시작하는데, 스튜어드가 이마빡으로 올리버의 콧잔등을 받아버려 코피가 줄줄 터지기도 하고, 프랑스 툴루즈에 그림 복원 일이 많다고 해 그리고 이사를 한 올리버-질리언 부부는 작은 마을의 한 가운데서 대판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올리버가 질리언을 두드려 패 얼굴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딱 이 때, 맞은편 호텔 객실에서 창문을 통해 사진 한 컷을 찰칵, 찍은 인물이 있었으며, 그게 스튜어드였던 거다. 물론 뒤로도 여러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이 정도만 알고 <사랑, 그리고>를 읽기 시작해도 충분히 작품을 즐길 수 있다.


  독후감을 시작하기 전에 아쉬운 점을 먼저 밝히면,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 <내 말 좀 들어봐>와 <사랑, 그리고>가 지금 말로는 품절, 내용상 절판이어서 출판사 열린책들이 당분간 중쇄를 찍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역자 신재실 선생이 줄리언 반스보다 다섯 살이 더 많아서 지금 여든 둘이라 다시 판을 내는 건 쉽지 않다고 보고, 출판사가 자기 회사에서 제일 잘 팔리는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개정판을 내지 않으면 개인들이 책꽂이에 꽂아 놓기 쉽지 않을 터, 줄리언 반스가 노벨문학상이라도 받으면 그때야 개정판을 찍으라는 내 말을 들을 지, 갑갑하다, 갑갑해. 누가 번역을 하든지 나이든 신선생보다 더 좋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말씀이야.

  <내 말 좀 들어봐> 이후 신자유주의의 시계는 능률능률 흘러가 어느덧 10년 이상의 세월이 훌쩍 흘렀다. 그동안 스튜어드는 워싱턴에서 금융회사에 근무하며 여전히 질리언의 엄마 마리-크리스틴 와이엇 여사의 재정을 관리해주다 볼티모어로 옮겼고, 테리라는 여자와 결혼해 몇 년 살다가 이혼해 버린 후, 그곳에서 새삼스레 발견한 미국이라는 나라, 기회를 잡아 한 친구와 함께 식당을 열었다. 식당에서 크게 재미를 보고, 친구에게 적절한 돈을 받고 자기 지분을 판다. 이후 다른 동업자와 함께 다시 식당을 열어서 맛집으로 키워 또다시 돈을 받고 팔아, 이제 식당업은 그만 두고 유기농 식품 유통 사업을 벌여 다시 한번 대박을 친다. 꽤 돈을 모은 스튜어드는 영국으로 날아와 얼핏 시장조사를 해보니 영국, 런던 지역에서도 유기농 식품 사업을 하면 꽤나 전망이 밝을 것이라 여겨 정말로 사업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원래 진짜 사업을 할 목적으로 온 것인지는 좀 애매한 것이, 책을 시작하자마자 스튜어드는 10여년 만에 올리버 러셀에게 전화를 걸어서, “안녕하신가! 전에 만난 적이 있지. 스튜어드다. 스튜어드 휴스. 그래, 그렇고말고. 그렇다. 10년 전쯤 일이지. 그래 많이 변했어. 백발이 다 됐지. 반백이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이야.” 어쩌고저쩌고, 전화번호는 전화번호부 책을 보고 알아냈지, 소통을 시작하면서 사달을 낸다.

  에잇, 그것 참. 스튜어드는 왜, 어찌하여 이제는 잊거나 그저 가슴 속에서만 간직해도 마땅하고 충분한 옛 시절의 사랑을 굳이 오늘에 되살리려 하는 것일까? 아직 모른다고? 뻔하지, 십여 년 만에 귀국해서 처음 한 일이 질리언(분명히 올리버는 아니다)을 찾아내는 일이었으니 당연한 거 아냐? 정답은 책의 제목에 있다. “사랑, 그리고” 영어로 “Love, etc”. 스튜어드는 사랑에 인생을 건 인간형이기 때문. 반면에 올리버는 ‘그리고’, ‘기타etc’가 사랑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 인간형이다. 질리언은 이 두 명의 극과 극 형질 사이의 한 점에서 적절하게 진동폭을 지닌 유연한 인간형이고.

  10여 년 전에 재산을 분할할 당시, 스튜어드와 질리언이 살던 집의 적정가 절반을 스튜어드가 질리언에게 현금으로 주고, 질리언이 올리버의 거처로 옮긴 적이 있었다. 당시 질리언이 아무래도 조금 미안하던 바, 시세보다 약간 덜 쳐서, 나쁜 말로 좀 밑지고 나가줬던 거였고, 그걸 스튜어드도 알고 있어서 자기는 크기만 크고 썰렁한 셋집에 살면서, 여태 좁은 집에서 살림도 하고 그림 보수 작업실로도 사용하는 질리언 가족, 부부 외에 두 딸을 합해 네 식구한테 옛집에 들어와 살도록 조치해준다. 당연히 여전히 돈벌이와 세상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올리버의 처지를 감안하기도 했던 것. 그러나 세상에 좋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나? 한 사람이 보기에 정당하고 적절한 조치와 행동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터무니없이 틀린 조치나 행위일 수 있으며 심지어 범죄행위일 수도 있는 것. 왜 이런 말을 하는고 하니, 이 두 소설 <내 말 좀 들어봐>와 <사랑, 그리고>가 1인칭 소설인데, 수시로 화자가 바뀌면서 각자 1인칭 화자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말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와 아내에게 배신을 당해 생각할 수 없이 깊은 내상을 입었다고 생각하는 스튜어드. 그는 미국에서 십여 년간 객지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즐기면서도, 인간에게 유일한 사랑은 첫사랑뿐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이 강박이란 주변인의 끊임없는 조언에서 후천적으로 박힌 생각이 아니라 그냥 그런 체질이라서 그렇다. 전혀 밥벌이를 하지 못해 나중엔 하다못해 스튜어드의 사업체에 운송원으로 들어가 회사 사장 스튜어트한테 직원들이 훤히 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실실 농담처럼 보스를 대하는 태도를 숨기지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 올리버 역시 어머니의 자살에서 비롯한 유추로, 학습한 사회부적응이 아니라 기질적 사회부적응과 우울증을 보유하고 있는 거다. 완전히 다른 형질의 사람들 사이에 혼인이란 제도로 강하게 끼였었거나 낀 상태의 질리언.

  세상에나, 책 읽은 소감은, 스튜어드가 그냥 자기 혼자 잊고 살든지, 지 앙가슴에 묻고 살든지 했으면 자기는 자기대로, 올리버-질리언은 또 이이들 대로 불행하지만 이럭저럭 한 평생 살 수 있을 것을, 꼭 그렇게 인생을 주물러 터뜨려야 했을까, 하는 점.

  줄리언 반스가 여전히 휘황찬란한 문장을 날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본편 만한 후속편이 드물 듯이 <사랑, 그리고>가 재미로 치면 <내 말 좀 들어봐>보다 약간 못 미치지는 않았어? 하여간 난 좀 그렇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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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10-20 0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삽질:
화요일, 문인수 <배꼽>
목요일, 그라치아 델레다 <악의 길>
금요일,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일기>

수이 2023-10-20 0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꼭 주물러 터뜨려야 속이 시원한 인간들이 존재하거든요 ㅋㅋㅋㅋ 저는 이 소설 못 읽었는데 읽어야겠어요, 도서관 간만에 가게 생겼네요.

Falstaff 2023-10-20 16:16   좋아요 0 | URL
맘 속으로야 천번이라도 주물러 터뜨리지요. ㅋㅋㅋㅋㅋ 하긴 맘 먹은 걸 진짜로 저질러버리니까 소설 주인공이라도 하는 거겠지만요.
<내 말 좀 들어봐> 부터 재미나게 읽으셔요!

유부만두 2023-10-20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말 좀 들어봐> 첫 쪽만 읽어봤는데 스튜어드가 굉장히 껄렁하게 썰렁한 농담조로 나오네요. 재밌을거 같아요.

잠자냥 2023-10-20 10:39   좋아요 2 | URL
전 이거 <내 말 좀 들어봐>, <사랑 그리고> 둘 다 엄청 재미나게 읽었어요. 만두 님도 재미나게 읽으실 듯..
추천합니다만... 책 구하기 쉽지 않을 듯요.

Falstaff 2023-10-20 16:17   좋아요 0 | URL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무지 재미나요 강추!

yamoo 2023-10-2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두 작품 모두 있죠. 신재실 님이 번역한 열린책들 본 4권이 제게 있습니다..ㅎㅎ
이 두 작품 아주 재밌죠. 반즈는 초기 작품이 요즘 나오는 작품들보다 더 나은 거 같아요..^^

맞아요. <내 말 좀 들어봐>가 더 재밌어요. 근데 열린책들본 이전에 동인에서 나온 책도 있어요..ㅎㅎ

Falstaff 2023-10-20 16:19   좋아요 0 | URL
저도 신재실 번역으로 <고슴도치>하고 <레몬 테이블>을 사 두고 또 해를 넘길 거 같습니다. ㅎㅎㅎ 초기 작품이 읽는 재미는 확실한 듯합니다.
 
금색 큐큐클래식 6
미시마 유키오 지음, 정수윤 옮김 / 큐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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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탐미주의 문학의 대표선수 미시마 유키오. 유럽에서는 세기말부터 시작해 늦어도 1920년대엔 서쪽 고개로 해 넘어간 사조였다. 그걸 죽자사자 70년대까지 부여안고 있었던 미시마 유키오의 인기는 나한테는 도저한 수수께끼다. 일본문학에 관한 한 대단한 편식을 하고 있어서,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일본 문학에 무지몽매하기 때문에 잘 몰라 그런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미시마 유키오의 인기는 어처구니없게 시인 김후란이 번역한 학원사판 <우국>의 한 구절을 한때 소설가라고 주장했던 신모가 슬그머니 카피했다는 말이 나온 이후인 것 같다. 중학교 다닐 때던가 방구석에 굴러다니던 <금각사>는 읽어본 적 있는데, 그땐 입 안에 여전히 젖내가 가시지 않았던 때라 그게 좋은지 안 좋은지도 몰랐다. 이후 그의 군국주의적, 천황제를 옹호한 이력을 들어서인지 여간해 손이 가지 않다가 <가면의 고백>과 《오후의 예항/짐승들의 유희》를 읽었다. 이 두 권으로 미시마 유키오는 끝을 냈으면 좋았겠는데, <오후의 예항>과 <짐승들의 유희>의 실망, 실망이라기보다 허탈을 기억하지 못한 채 기어이 도서관에서 상호대차까지 신청해 <금색>을 읽고 말았다. 금색禁色. 황금빛이 아니다. 금주, 금연하듯이 색을 끊으라는 금색이다. 당연히 여기서 말하는 색은 연애가 아니고 다분히 허리하학적인 의미에서 색이다.

  탐미주의라고 하면 말 그대로 아름다움에 탐닉한다는 건데, 이게 조금 발전하면 다른 모든 질서를 무시하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된다. 그래서 거의 모든 세기말 풍의 작가들, 별로 읽어보지 않았지만 카이절링이나 위스망스 같은 이들도 작품 속에서 “아름다움”을 위한 도덕의 파괴가 거의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기존 질서와 권위, 율법, 현존하는 미적 감각을 부정하고, 파괴한 후 극복하여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아름다움인지는 조금 아리송한 결과를 초래하여, 작가들이 주장하는 퇴폐주의 비슷한 아름다움을 당시와 후세의 독자들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지는 그이들이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 미시마 유키오는 <금색禁色>에서 65세의 원로 유명 소설가 히노키 슌스케와 이폴리트처럼 아름다운 청년 스무 살의 미나미 유이치를 등장시켜, 객관성을 극단적으로 희생시켜 감각적 아름다움에 천착하는 노 소설가가 유이치의 청춘 시절을 리모컨 컨트롤하는 것으로 작품을 시작한다.


​  1894년에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타고난 문재로 일본에서 명성을 누리는 소설가가 된 히노키 슌스케는 아쉽게도 대단히 못생긴 얼굴과 보잘것없는 체구를 지녔다. 그럼에도 이이의 소설이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아 일문학사에 대단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데, 그건 나중 일이고 20대 초반에 결혼을 한다. 처음 얻은 아내는 집안의 물건 가운데 좀 쓸만한 건 죄다 내다 팔아 돈으로 만드는 습관이 있어 이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아내는 조현병 증세가 있어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해 방지하는 주술을 쓰느라 상대 여성의 옷을 구해(왔다고 주장해) 그걸 페르시아 양탄자 위에서 불을 피우는 등 히스테리 증상이 도져 결국 또 한 번 이혼을 해야 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아내는 젊은 시절부터 우유배달 총각 등과 가리지 않고 바람을 피우다가 쉰 살이 됐을 때 슌스케와 함께할 추한 노후가 두려워 자기 나이의 반도 안 되는 청년을 부둥켜안은 채로 겨울 바다로 몸을 던져 동반자살을 하고 만다. 사체는 후에 파도에 떠밀려 아누보곶으로 떠밀려 올라왔는데 이미 용해된 두 육체는 젖은 닥종이처럼 붙어버려 피부를 서로 공유한 모양새였단다. 이를 억지로 분리해 아내는 화장을 원했지만 굳이 관에 담아 매장을 했고, 시신에 처리한 방식은, 내가 자판을 두드려 설명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세 번의 결혼과 열 번의 꼴사나운 추태로 끝난 연애 이후에 슌스케는 여성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증오에 싸이게 된다.

  올해 5월에 하코네 온천에다 작업실을 차리고 소설을 쓰던 슌스케 앞에 가벼운 늑막염 때문에 요양차 하녀와 둘이 내려온 열아홉 살 여자 손님 야스코를 알게 됐다. 도쿄의 유명 백화점 지배인의 딸인 야스코 역시 좋은 집안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아가씨로 한눈에 할아버지가 히노키 슌스케 선생인 줄 알아채고 금방 친하게 지낸다. 이후 도쿄로 돌아온 야스코는 종종 슌스케의 집에 놀러 오는 사이가 됐다. 책을 열면 첫 장면이 야스코가 놀러와 등의자에서 쉬는 슌스케의 무릎 위에 스스럼없이 앉는 장면이다. 아무리 여자가 열아홉 살 처녀라도 비록 못생기고 늙고 점잖은 작가이기는 하지만 남자의 무릎 위에 앉아 아양을 떠는 장면을 읽으면서 둘이 이미 깊은 관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면 이 독자는 파렴치한이나 변태일까, 정상일까? 게다가 65세의 슌스케가 손으로 야스코의 턱을 들고 키스를 하는 장면도 있는 바에. 하여간 이러다가 야스코는 집으로 돌아가고 이후 몇 주 동안 연락이 없다. 궁금해진 슌스케가 야스코의 집에 가서 하인에게 물어보니 친구하고 이즈 반도로 여행을 떠났단다. 하인에게 연락처를 얻어 득달같이 이즈 반도에 도착해 같은 여관에 체크인한 슌스케는 야스코를 찾아 해변가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슌스케의 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청년. 못생긴 외모로 태어나 평생 열등감에 시달린 슌스케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청년을 끔찍하게 증오한다. 타당한 건 아니지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완전한 아름다움은 오히려 그를 꼼짝달싹 못하게 한다. 그가 바로 세가와 야스코의 약혼자이자 도쿄의 유명 사립대학에 재학중인 스무 살의 미나미 유이치. 완전한 청년, 완전한 외면의 미를 구현한 모습으로 평생 작가 히노키 슌스케의 꿈이었다. 그리하여 슌스케-야스코-유이치가 삼자대면을 하게 되고, 상황을 알아챈 유이치가 그날 밤 슌스케의 방으로 찾아와 둘 만의 대화를 나눈다. 슌스케는 아직 천사같이 순결한 몸이라는 것. 비록 어제 밤을 야스코의 옆자리에 누워 잤지만 결코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두 명 다 방을 거의 꼴딱 세우며 자는 척을 했단다. 이게 가능해? 깜짝 놀랄 일이지만 가능하다. 미나미 유이치는 오직 남자만 관심이 있었던 거였다. 그걸 야스코에게 말은 못하고, 대화는 얼마든지 좋지만 직접 피부가 닿는 일은 끔찍하게 어색해서, 견디다 못한 유이치는 노인 슌스케에게 선생께서 야스코와 혼인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쳐죽일 말까지 하고야 만다. 집안이 점점 곤고해져 자신이 결혼하기엔 돈도 모자라다면서.

  슌스케는 유이치의 성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야스코와의 결혼을 권유한다. 그가 슌스케의 관념이자 예술 작품의 화신이라 생각해서이다. 이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 기존 질서와 율법의 해체에 관한 많은 말을 하고, 괜찮다고, 괜찮으니 자신이 45만 엔을 무상으로 줄 터, 야스코와 결혼을 하란다. 이 늙은 잡놈 소설가 히노키 슌스케 하는 짓을 읽으면 저절로 쇼데를로 드 라클로가 쓴 <위험한 관계>에서 발몽 자작과 메르퇴이유 남작부인을 생각하게 된다.

  “결혼에 욕망은 필요 없네. 적어도 지난 한 세기 동안 인간은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법을 잊었네. 상대를 그저 장작개비라고, 방석이라고,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이라고 생각하게. 자넨 분명 거짓 욕망에 달아올라 상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 걸세. 다만 거듭 주의할 것은 상대의 정신을 인정해선 안 된다는 점이야. 자네 역시 정신의 찌꺼기조차 남겨선 안 되네.”


​  이렇게 아름다운 청년 유이치는 야스코와 애정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면서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가서 허니문 베이비를 만들고, 유이치는 곧바로 도쿄 시내 곳곳을 다니며 게이 사회의 총아로 등극하게 된다. 이후 작품은 유이치의 문란한 행각이 중심이 되면서, 야스코의 가정생활과 출산, 슌스케 주위의 거물 등으로 확장한다.

  내가 경끼를 일으킨 것은 아무리 1950년대가 그랬다고 해도 슌스케와 기타 남자 등장인물들이 거침없이 여혐 대사를 쏟아내는 것과, 도대체 뭘 주장하는지도 헷갈리게 현학적인 단어와 구절을 쏟아내며 정신과 도덕률과 질서를 파괴하자는 “멀미할 정도로 과도한” 주장이며, 촌스럽게 게이 문학 자체가 아니라 천편일률적으로 젊고 어린 연애 상대를 찾아 문란한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에 잊지 않고 하나 더, 슌스케의 세번째 아내 시신처럼 저절로 떠오르기까지 하는 잔혹한 장면의 여과되지 않은 묘사도 포함하자. 처참, 참혹한 시신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느낄 수 있다면 그건 별개로 하지만. 또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도 안 되고 마땅하지도 않은 마지막 장면. 그게 뭔지는 당연히 안 알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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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10-19 0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밀의 그 내용은 모르는 채 남겨두겠습니다. 그런데 은근 우리나라 노작가의 “은교” 생각이 나네요. 출판사 이름이 특이해서 (큐큐라니 ㅋㅋ에 ㅠㅠ 를 더한듯) 찾아보니 퀴어문학 전문 출판사라고 하네요. 금색의 색은 이성애만 해당인가봐요.

Falstaff 2023-10-19 06:52   좋아요 1 | URL
옙. <은교> 생각하시는 분 종종 있더라고요. 저는 소설 안 읽고 영화만 봤는데 별 감흥은 없어서.... ㅎㅎㅎ (난데없이 이상 문학상 ㅋㅋㅋ)
재미있게 읽으신 분도 많습니다. 저 때문에 괜히 평가절하 하시고 그런 거 없기입니다.

은하수 2023-10-19 0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시마 유키오 혹평할만합니다!
좋게말해 탐미주의죠... 전 더럽다고 느껴져요. 제 생각은 그런데 아름다울 미의 탐미라니...어디서 그걸 느낀단건지...
마지막장면도 전 안궁금입니다^^
저와 생각이 같으셔서 속이 후련!
합니다.

Falstaff 2023-10-19 07:07   좋아요 1 | URL
ㅎㅎㅎ 고맙습니다. 세기말 작가들 가운데 일부는 악마주의, 소년유괴와 식인, 고문, 적그리스도 등등 이런 거에 초점을 맞춘 사람도 있더라고요. 하여튼 저는 미시마, 이젠 좀 안 읽으려 합니다. 근데 도서관에서 눈에 띄면, 자신할 수 없다는 게 문젭니다. ㅜㅜ

yamoo 2023-10-19 09:18   좋아요 1 | URL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는 탐미주의의 최고봉이라고...저는 인정합니다. 네, 미시마 유키오 최고의 작품은 금각사입니다. 탐미주의가 무엇인지 모를 때 이 작품을 읽고 단박에 알았습니다..ㅎㅎ

yamoo 2023-10-19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뽈님의 감상문에서 혹평은 정말 오랜 만에 보는군요! 이런 혹평 아주 좋습니다! 피해갈 수 있으니까요..ㅎㅎ

Falstaff 2023-10-19 15:3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많이 쓴 댓글이랍니다.

꼬마요정 2023-10-19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탐미주의 하면 임노월 작가의 <악마의 사랑>이 생각납니다. 오디오 북으로 들었는데 정보석 님이 어찌나 맛깔나게 읽는지... 들으면서 욕이 나왔지만 이상하게 궁금해서 끝까지 들었어요. 근데 <금색>은 저하고 안 맞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 야무 님 말씀처럼 아주 좋습니다. 관심도 안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폴스타프 님이 소개 안 해주셨으면 저는 몰랐을 책입니다. ㅋㅋㅋ 계속 모른 채로 있겠습니다. 탐미주의는 힘들어요.

Falstaff 2023-10-19 15:37   좋아요 1 | URL
임노월... 처음 듣는 작가네요. 검색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미시마 같은 사람하고 궁합이 잘 맞는 독자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읽으면 좋을 거 같긴 합니다. 근데 저는 별로예요. ㅎㅎㅎ
 
만년양식집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2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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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에 겐자부로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거 하나 가지고도 도쿄의 종잇값이 하늘을 찔렀을 듯하다. 일본 문학사상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고별 작품. 굉장하지? 근데 이 책, 나왔다는 거 알았을 때, 뭐라고 마음먹었느냐 하면, 절대 돈 내고 사지는 않겠다, 대신 도서관에 있으면 얼른 빌려 읽겠다. 그래서 빌려 읽었다. 왜냐고? 지금은 손절했지만 한 시절 좋아했던 작가가 있다. 필립 로스. 오에의 <만년양식집>에도 찬조출연해서 오에가 세계적으로 위대한 작가라고 상찬하기도 하는데, 그의 마지막 작품인 <유령 퇴장>은 분명하게, 아니, 아니, 세상에 분명한 게 어디 있어, 그냥 내가 생각하기로, <유령 퇴장>은 뱀의 다리, 사족이었다. 나는 <유령 퇴장>의 독후감에 “이런 책은 돈 받고 팔면 안 되지. 오히려 책 찍어 놓고, 문학 공부하는 후학들이 책을 읽어준다면 대가로 몇 푼 씩 쥐어주어야 할 것 같았다… 이 책은 노작가가 후학들에게, 자기 죽은 다음에 자기 말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유언 또는 당부의 글이다.”라고 주접을 떤 바 있다. 로스가 고집/아집/자만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자신의 원고를 다 폐기하라고 유언했을까? 천만의 말씀. 그건 다 옛 이야기고, 지금은 판권이 출판사한테 넘어가서 작가가 불사르고 싶어도 어림없을 걸?

  오에 겐자부로, 이 고집장이 영감은 다행스럽게 독자들에게 구차한 당부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에도 작품 속의 장면들이 자기 주위의 친분 있는 사람한테 신세진 바가 매우 커서 이젠 사건의 당사자들과는 불가능하고 적어도 그들의 가족, 후손들과 화해를 해야 할, 또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누군가 하면, 작품 속에 적어도 한 번 이상 나와 자살을 했거나, 사고사 했거나, 살인을 당한 후 자살로 위장해 버려진 당사자들의 애인과 아들. 아내 차카시의 오라버니이자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인 하나와 고로. 이 양반은 여러 작품 속에서 영화 감독으로 출연해 5층이던가 3층 옥상에서 몸을 던져 상체가 납작하게 펴진 채 죽는다. 요즘에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하는 죽음의 형태이다. 하나와 감독이 쉰 살 먹었을 때 유럽, 구체적으로 베를린에 사는 일본 아가씨와 연애를 했고, 아가씨가 산달이 되자 도쿄에 있던 간호사 동생 치카시한테 해산하는 걸 도와달라고 구조 요청을 해 도와준 일이 있다. 다른 한 명은 기 형兄이라 불리는 열 살 가량 손 위 선배로, 오에의 작품 속에 두 가지 형태로 죽음을 맞는다. 하나는 텐쿠보 저수지에 죽은 채 떠 있는 것을 겐자부로의 여동생 아사가 기 형의 아내 오셋짱과 배를 타고 들어가 기 형이 조성한 저수지 내 큰노송나무 섬에 안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 형이 항문에 이물질을 꽂은 채 목을 매달아 죽은 것으로 연출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당시 20대였던 하나와 감독의 연인 베를린 아가씨는 40대의 시마우라 간호사가 되어 베를린에서 한국인 사업가의 간호를 위해 출장을 와 몇 주 간의 빈 시간을 사용하는 터이고, 기 형의 아들은 살고 있던 로스앤젤레스에서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취재와 자원봉사를 위해 일본에 온 김에 아버지의 죽음에 관하여 자세하게 알고 싶어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오에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애인과 아버지의 죽음이 변주된 것을 절대 기쁘게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기 형의 아들 기 주니어는 아버지가 마치 오에에 의하여 시신훼손을 당한 듯한 불쾌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런 감정은 일찌감치 풀리지만 그건 전적으로 기 주니어가 사람이 좋아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나 같으면, 가뜩이나 어려서 돌아가는 바람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을 터, 그런 분께 항문에 뭘 꽂은 채 스스로 목을 매 죽었다느니 하는 인간을 곱게 볼 수도 없는 건 물론이고, 쉽게, 그렇게 빨리/쉽게 이해하려고/이해해주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을 거 같다.


​  오에 겐자부로 입장에서는 위에 소개한 두 사람과의 화해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에만큼 자기 가족사를 소설에다 까발린 작가가 있으면 두 명만 대보시라. 만엔 원년의 민란에 참여했던 전력을 가진 증조부부터 시작해서, 시코쿠 숲을 조성한 할아버지,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붉은 가죽 가방 하나를 갖고 귀국했고 이후 홍수가 난 밤 홀로 조각배를 타고 고향을 떠나다 익사한 아버지, 시코쿠 지역의 전래 이야기를 온전하게 전해준 할머니와 현명한 어머니, 여동생 아사, 그리고 만일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과연 오에 겐자부로(작중 ‘조코 코기토’)가 소설가로 성공할 만큼 작품의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모멘트를 가져다 준 아들 히카리(작품 중 ‘아카리’), 틀림없이 애증을 여러 차례 겪었을 아내 차카시, 부모와 발달장애 오빠 사이에서 터무니없이 일찍 철이 들어야 했던 딸 마키까지 직계가족들. 세월이 흘러 뇌 헤르니아로 죽어가는 걸 번히 보면서 그냥 죽도록 내버려둘까, 싶기도 했던 아들 아카리부터 시작해 모든 가족 구성원이, 물론 생활을 위해서이긴 했겠지만, 소설을 써서 가족을 부양하는 아버지 조코 코기토의 압제 하에 살았다. 조코는 이들의 부양을 위해 적어도 이름이 나서 원고청탁이 이어지고 비싼 원고료와 인세를 받을 수 있기 전까지는 안 써지는 소설을 쓰기 위하여 최악의 조건에서 최상의 작업환경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신의 작업을 위해 가족들이 슬슬 아버지의 눈치를 보는 것이 당연시하게 됐고, 나머지 식구들의 불만은 점점 코기토의 행동을 ‘압제’로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식구들 모두 아는 것을 당연히 아버지 코기토 혼자만 몰랐을 것.

  이제 나이 들어 어느 새 70대 후반이 된 오에 겐자부로, 조코 코기토는, 책을 읽으며 분위기 상, 자신의 숨이 넘어가기 전에 가족과 적절한 소통을 통해 화해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게 전제조건인데, 걸음걸음 언제 죽음이 작가에게 들이닥칠 지 모르는 와중에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작품 속 먹이가 되어 온 가족들과 화해를, 더 크게 말하자면 자신이 함부로 사용했던 문학적 초상권 남용에 대하여 사죄하고 용서받기를 원했던 건 아닐까. 그러다가 판이 커지니 기 형과 하나와 감독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고.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시작할까, 평소에 기회를 찾고 있던 오에에게, 그리고 일본 전체에 심각한 위기가 닥친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에 지진이 나고, 거대 쓰나미가 덮쳐 수천 명의 인명사고가 난다. 오에는 쓰나미로 인한 인명사고보다 원전 폭발에 더 초점을 맞춘다. 한 순간에 처리하지 않은 세슘 오염수가 후쿠시마 땅에 쏟아져 사방 30킬로미터까지 접근 금지 조치가 내려졌던 일. 이미 체르노빌과 스리마일 섬에서의 피폭상황을 알고 있던 차에 범 일본적인 반핵운동이 일어난다. 애초부터 반핵운동의 선두에 섰던 오에 겐자부로, 조토 코기토는 노구를 이끌고 반핵, 반 원전 시위에 적극 가담하게 되는데, 그건 조금 나중의 일이고, 지진과 피폭, 세슘 오염된 비가 내리는 대기 등에 관한 코기토와 아카리의 걱정이 작품의 처음과 나중에 등장한다. 아마 <익사>에서 나온 거 같은데, 코기토가 정말로 봤다고 생각하는 또다른 나, 또다른 코기토. 그게 조각배를 타고 떠나는 아버지의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봤다고 믿는 진짜 코기토는, 저 아이가 아버지를 보살필 거야, 여긴 채 아버지를 가게 두고 집으로 돌아섰듯이, 아카리에게는 또다른 자아 ‘아구이’가 있어서, 세슘 피폭 때문에 하늘에서 캥거루 만한 크기의 아구이가 떨어질 것이며 아구이를 도와줄 수 있는 건 자신 뿐이라고 확신한다. 이렇게 작품은 시작한다.

  그리하여 시작과 끝은 반핵, 반원전으로 원자력 없는 세상, 나는 죽어 사라질 것이지만, 우리는 죽지 않을 거라고 매듭을 짓고 있다. 위에서 말한 화해, 용서(콧대 높고 악마처럼 거만한 오에가 결코 용서를 구하지는 않았겠지만)를 통하여 생명의 연속성을 이어가자는 주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  <만년양식집>은 조토 코기토의 걱정스러운 집안 사람들만 나누어 볼 생각으로 만든 소책자로 시작한다. 골치 아픈 집구석. 코기토는 한정없이 예민하고 알코올 의존증 전력이 있는 가장, 엄마는 오빠가 자살을 감행해 성공했을 정도의 우울증 가족력이 있으며, 아들은 뇌 헤르니아로 인한 발달장애로 누군가가 수발을 들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예민한 감각의 중년 남자, 사십대 중후반이 된 딸 마키 역시 가족 구성원답게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아버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아버지가 쓴 작품의 먹이감이 되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하고 싶은 말도 권위적인 아버지한테 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 이제 (작품 속에서) 폭발시킨 듯하다. 여기에 고모 아사까지 포함해서, 차카시-아사-마키 세 명의 여성이 한 팀이 되어 그동안 앙가슴에 쌓이고 쌓인 맺힌 말과, 적어도 하지 못했던 말을 코기토 앞에서 신랄하게 퍼붓는다. 이 대화를 엮어 <만년양식집 플러스 알파>라는, 코기토를 포함한 네 명이 쓰고, 네 명이 읽는 가정판 잡지를 만드는데, 만들면 만들었지, 그걸 왜 출간을 하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라는 말씀. 작가가, 그것도 그리도 자부심, 자만심 강한 오에 겐자부로가 조토 코기토의 이름을 빌어 자신의 작품과 등장인물, 차용했던 가족사가 이랬느니, 저랬느니, 뭐하러 이런 말까지 해서 크고 잘 생긴 뱀을 여러 개의 다리가 달린 지네로 만드느냐는 거다. 차라리 오에가 마지막 작품을 포기했더라면 그게 더 좋지 않았을까? 에잇,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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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0자평] 읽는 인간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10-24 11:40 
    읽는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진지하고 치열하고 아름다울 일인가. (물론 그렇다) 오에와 사이드의 우정이 기억에 남는데, 내 읽기에 깊은 영향을 주는 친구 덕분에 읽었다. 오로지 읽고 쓰며 참 행복하게 산 듯한 일본 아저씨. 읽는 데 도가 튼 독서가들에게 추천. <스토너> 주인공의 일본현실버전.
 
 
잠자냥 2023-10-17 06: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최근 읽은 비비언 고닉 에세이에서 필립 로스를 대차게 까고 있더군요… 늙으면 이런 뱀다리 같은 작품을 남기고 싶어지는가 봅니다. 필립 로스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오에의 뱀다리는 읽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Falstaff 2023-10-17 06:59   좋아요 3 | URL
저도 뱀다리일 줄 뻔히 알았는데, 그놈의 정 때문에 눈에 보이자마자 득달같이 읽었습니다. ㅋㅋㅋㅋ 사랑보다 더 드런 게 정이라잖아요.

- 2023-10-24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퐐님!! ㅋㅋ 이 책 읽으셨어요?!! 저 방금 막 오에의 <읽는 인간>을 다 읽은 바, 가장 최근의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져서, 이거 검색하자 마자 글봐서 넘 반가워요!!! 퐐님처럼 오에 겐자부로를 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저는 1. 일본 문학 및 일본의 근현대사에 지식이 전혀 없습니다. 오에가 누군지도 이번 이 책 읽으면서 알게 됨 (관심사: 차라리 푸코를 학문에 적용한 에드워드 사이드… 그 오리엔탈리즘의 그 사이드 맞슴돠). 2. <읽는 인간>을 읽으면서는 이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것과는 별개로 참으로 서양 문학을 사랑하는 구나… 하는 생각 + 3. 사이드와의 깊은 우정을 눈여겨 보게 되었는 데요…. 암튼 요새는 일본 지성계가 궁금해요 (계보 그릴까 말까 고민중 ㅋㅋㅋ 더 읽어가다보면 그릴 듯)

“자기 가족사를 다 까발린”에 일단 한번 피식웃고요. 번역에 박유하에서 두번 갸웃(물음표 생기는 거 일단 괄호쳐두기)하고.

사족에 대한 변호를… 오에 할아버지가 셀프로 한 부분이 있어서… 가져옵니다!! 퐐님의 독후 활동에 미심쩍음이 풀리시길 바라며… ㅎㅎ

“(219)제가 소설쓰기를 그만두려고 했던 건, 제 소설이 점차 역사와 현실을 등지고, 말하자면 자기류의 신비주의에 빠져드는 게 변변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문화와 제국주의>는 그런 저의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준 책입니다. (중략) (235) 이것이 제가 ’후기스타일‘로 살고 있는, 지금 현재의 실제 상황입니다. 이는 그야 말로 노년의 궁벽한 경계에서 제가 제 몸으로 자각하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뭔가 ’후기작품‘을 하나더 만들어보자는 의지를 상실한 건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찌 됐든 한 번 더 힘을 내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 이걸 제 안에 끄집어 내는 데, 에드워드 사이드의 생애와 그의 모든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첨언하자면 사이드의 ‘후기 스타일’은 “(213) 말년의 양식, 후기 스타일이란 생애 후반에 죽음이 멀지 않은 예술가가 지금껏 해온 작업이나 그 시대의 관습과는 전혀 다른, 기묘하기까지 한 작풍과 삶의 방식으로 마지막까지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표현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특이한 노인이 위험하고 기괴한 행동을 저지른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리고 저는 저야말로 바로 그 노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소설가의 노년에 친교를 이어오던 사이드(그는 지식인의 역할은 특권을 향하지 않고 권력을 비판하는 움직임이라고 했죠)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친구의 마지막 작업을 돌이키는 과정에서 ‘후기 스타일’이라는 주제를 공부하며 내가 더 해야할일이있지 않을까 고심하던 와중에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듯해요. 특히 원전에 대해서 매우 걱정하고 있으신듯 한데… 상황에 대한 일말의 반성이 없이 원자력을 옹호하는 일본의 기득권과 사회에게 이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그런 문단이 있었는 데 ㅜㅜ 못찾겠음…

그런데 퐐님말대로 가족사와 우정사를 까발리는 ㅋㅋㅋ 것이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이 소설도 ㅋㅋㅋ 사이드 아니면 안썼을 소설…이긴 하겠네요. 여하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 대해 궁금해져서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퐐님의 오에에 대한 애정을 잘 읽었고 ㅋㅋ 구매하면 땡스투 하겠습니다!

Falstaff 2023-10-24 06:11   좋아요 1 | URL
쟝쟝님, 오랜만입니다. 반가워요!
오에가 스스로 ˝역사와 현실에 등지고˝ 했다는 것이 좀 웃게 하네요. 뭐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에 따라서 적극적으로 역사, 현실에 채무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아닌 작가도 있을 터이지만, 오에가 생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조금은 아쉽게 생각할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
쟝쟝님이 동일본지진과 원전사고에 초점을 맞추어 책을 읽으시면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에는 다 아는 것과 같이 김지하 석방탄원 같은 인권문제에 평생 관심이 있었으나 그걸 자신의 픽션에는 어필하지 않았을 뿐인데, 그래서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을 꼽을 경우 늘 명단에 오르는 작가인데, 뭐 새삼스레... 하여튼 책에서는 당시 일본에서 크게 유행했던 원전 스톱을 위한 규탄대회에 몇 번 참석한 것이 전부입니다.
오에는 순진한 작가이지요. 원전 스톱보다 좋은 것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운동이 있으면 반운동이 있는 법. 그는 반운동의 최소화를 위한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합니다. 원자력이 아니면 화석원료나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합니다만, 탄소배출과 효용성이 크게 문제가 되고, 그리하여 인류는 밤의 조명과, 막대한 생산의 포기에 따른 편리함을 과감하게 포기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인류가 지금보다 훨씬 긴박한 위기상태에 닥치면 그때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하긴 작가가 순진하지 않으면 누가 순진하겠습니까. 본문에도 쓰려고 했지만 이런 건 여차하면 감정상 기분나쁨을 유발할 수 있어서 자제했습니다.
참고로 일본이야말로 현재 가장 유용한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에 극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국토환경을 지닌 나라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달에 한반도의 몇 배에 달하는 거대한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그걸 레이저 화해서 일본으로 쏘아 전기를 공급한다는 대단한 프로젝트를 심각하게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 정도 에너지면 ˝전 세계에˝ 공급하고도 남는 양이거든요. 제가 삼십 년 넘게 태양광은 아니고 태양광과 밀접한 업계에서 밥 빌어먹고 살아서 좀 안답니다.

오에는 자기 그릇 안에서 가장 유용하고도 훌륭한 글을 쓰다 간 행복한 사람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독후감에서 썼다시피 일본 작가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ㅎㅎㅎ

- 2023-10-24 09:53   좋아요 1 | URL
전 세계를 다 돌아 다녀도 책 읽는 방구석 만한 곳이 없다듯, 서재 떠나고 보니 퐐님을 포함 재야의 읽기 고수들로 부터 배운 게 정말 너무 많다는 사실 배울 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허둥지둥 다시 돌아왔습니다. 독기 좀 빼고 겸손을 더 탑재해야할 텐데요… 그래도 책 읽다보면 올라오는 짜증스러움은ㅋㅋㅋ 어쩔 수 없나봐요. 이를 테면 일본안의 최고 지성인 축에 들 수 있을 것 같은 오에의 이야기도 저는 좀 불편했거든요. 와, 이사람은 진짜 서구의 문화를 사랑하네? 이건 탈아입구론이랑 뭐가 연관되어 있는 거 아닌가?…노벨상은 이래야 받는 건가 ㅋㅋㅋ 의심병 ㅋㅋㅋ

그런데 퐐님의 댓글의 마지막 문단을 보니 갖고 있던 미심쩍음이 다풀렸어요. 그건 요즘 제가 가진 질문이기도 한데요. 글을 쓰는 특히 (소설가)작가라는 종족에게서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극도의 개인주의에 대해서 생각을 고쳐먹었거든요. 작가는 그렇구나!

순진하다… 자기 그릇 안에서 읽고 썼다… 그리고 행복했다… 라는 퐐님의 평가가 너무 맘에 들어요. <읽는 인간>을 읽으면서 느낀 건 그런 오에의 면모였던 것 같습니다. 평생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 속에서 살아간 사람인 것 같고, 그것들을 더 잘 사랑하려고 노력한 사람 같아요.

하필 저는 탈식민주의 책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있어가지고…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 그것을 쓰는 데 고심했을 작가의 어떤 재현의 윤리(하위 주체는 말할 수 없다고 하죠.)에 대해서도 어떤 생각의 긴장감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읽었거등요. 다만 나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타자(히카리)를 사랑하려 했다는 것…만큼은 조금 알 것도 같았요. 한 개인을 놓고 보면, 음. 그는 행복했을 것 같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읽어야했던 거라는 생각이듭니다.

그나 저나 이 책의 내용... 말년의 사이드를 통해서ㅋㅋㅋ 평생 온건한 본인의 기질을 광기의 비판정신으로 무장했을 줄 알았더니 실망이네요!!! <읽는 인간>에는 그렇게 쓰고 싶다고 하셔 놓고ㅋㅋㅋ

여하튼 퐐님이 걔중 사랑한 작가라는 사실을 유념하여 (이웃님들의 최애는 못참죠!) 머지 않은 날에 오에 겐자부로 소설 읽어보겠습니다. 한 두권 추천해 주시면 안까먹고 읽도록 하겠습니다!! ㅋㅋ

Falstaff 2023-10-24 16:17   좋아요 1 | URL
오에는 <개인적인 체험>과 <만엔 원년의 풋볼> 이 두 권 읽으면 전체적인 틀을 잡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게 마음에 드시면 다른 작품은 저절로 읽게 되지 않을까 하네요.
제 의견을 좋게 생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선택적 친화력 을유세계문학전집 127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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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한테 책 받지 않고는 도무지 5별을 때릴 수 없을 "낡고 꼬질꼬질한" 괴테. 데우스 엑스 마키나, 좋다 이거야. 근데 유부남 꼬드긴 여자가 거의 예수 수준의 성녀라는 환상은 어디서 나온 거야? 괴테 님 명성 때문에 별 하나 보태줬다! 엣다, 드슈, 하고. 내가 이래서 책 무료로 받지 않는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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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10-16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꼬드김 당한 유부남이 무죄가 되려면 상대는 성녀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순진한 중년 유부남이 탈선할 정도라면 요망한 불여시가 맞을까요?
근데 작가인 괴테 선생에게 “바깥의 여자”는 모두 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상대 아닐까 싶네요. 비록 손녀딸 뻘이라도. (에구 숭해라)

Falstaff 2023-10-16 09:25   좋아요 0 | URL
결론이 꼬드긴 거고요, 언제나 그렇듯이 숙명적인 사랑 ㅋㅋㅋㅋ 입지요.
오히려 제가 보기에 바람난, 적어도 자신한테 애정, 마음, 관심이 떠나버린 남편을 둔 아내 샤를로테가 여성 예수요,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요, 공자님 우편에 앉은 사람이더라고요.

Falstaff 2023-10-16 0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는 왜 괴테를 싫어할까? 괜히 유명하고 널리 존경받는 작가를 깎아내리고 싶어하는 아마추어의 유치한 허풍일 수도 있겠다. 근데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는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막 떠들고 다니는 걸? 젊은 시절에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싫고, 노년에 완성한 <파우스트>는 더 싫다. 내가 읽어본 추밀고문관 님의 작품 가운데 어떻게 하나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지, 나도 안타깝다니까.

잠자냥 2023-10-16 09:50   좋아요 1 | URL
저도 추밀고문관님을 ㅋㅋㅋㅋㅋ 싫어합니다. 그래서 이 댓글이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속시원해!!!!!!!)

잠자냥 2023-10-16 09:55   좋아요 1 | URL
솔직히 제목도 싫어요. 친화력 수업시대 편력시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ㅜㅜ 추밀고문관님이라....

Falstaff 2023-10-16 10:05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친화력˝을 가장한 콩가루 이야기랍니다. 일종의 스왑 미수사건 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6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출판사 책으로 2014년에 읽었는데요 두 분의 대화를 보고 뭐라고 썼나 가보니 저 별 다섯 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6 10:5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굴욕? ㅋㅋㅋㅋㅋㅋ
아니 뭐 좋을 수도 있죠? 근데 뭐가 좋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6 11:09   좋아요 0 | URL
엄청 재미지게 읽은듯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6 11:09   좋아요 3 | URL
그때 썼던 백자평 가져올게요. 잠자냥 님 웃지마.

<잘못하면 막장 드라마가 되었을지도 모를 내용이 괴테의 문장을 만나니 확 달라진다. 꼭꼭 씹어먹고 싶은, 육즙이 진하게 배인 고품질의 소고기 같아졌달까.>

웃지마요.

잠자냥 2023-10-16 11:11   좋아요 0 | URL
소고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6 11:27   좋아요 0 | URL
웃지 말라굿!!!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3-10-16 12:28   좋아요 1 | URL
윽, 대통령해장국 집에 가서 해장국에 낮술 한 잔 찌그리고 온 사이에 이런 재미난 일이.. ㅋㅋㅋㅋ

얄라알라 2023-10-18 0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백자평에 육즙과 소고기!^^

˝선택적 친화력˝이란 제목은 꼭 진화생물학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문구네요!

Falstaff 2023-10-18 06:20   좋아요 0 | URL
ㅎㅎㅎ 괴테다운 제목입지요.
 
잃어버린 발자취 창비세계문학 89
알레호 카르펜티에르 지음, 황수현 옮김 / 창비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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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 전에 알레호 까르뻰띠에르의 가계를 알고 넘어가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카르펜티에르는 1904년에 스위스 로잔에서, 프랑스 출신 건축가인 아버지와 러시아 출신 언어 교사이자 음악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해, 곧바로 쿠바로 이민을 떠났다. 쿠바의 아바나에서 청소년 시절까지 보내는데, 그리하여 카르펜티에르는 에스파냐 어를 모국어로 사용할 수 있었으며, 능숙하게는 아니지만 새롭게 배우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유리한 상태로 프랑스어와 가까이 지낼 수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한편으로 제도 교육과 별개로 가정 내에서 아버지로부터 문학 수업을 받고, 어머니한테 음악을 배웠는데 일곱 살에 쇼팽의 전주곡을 연주할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건축가 아버지와 음악가 어머니가 이혼을 하고, 카르펜티에르는 마차도 독재정권에 대항하여 반정부 활동을 하다 구속 수감되지만 1928년에 프랑스의 초현실주의자의 도움으로 이후 11년 동안 파리에서 체류한다. 스물네 살부터 서른다섯 살까지 파리에서 체류하며 앙드레 브르통 등과 교류했다 하니, 프랑스어도 에스파냐어 만큼이나 구사했을 것이다. 쿠바로 돌아온 카르펜티에르는 37세에 결혼을 하고, 2년 기약으로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로 떠났으나 그곳에서 대자연의 위용에 마음을 뺏겨 14년을 거주하면서 문학동네에서 번역 출간한 <이 세상의 왕국>과 이 책 <잃어버린 발자취>를 쓴다. 카스트로가 쿠바 혁명을 성공하고 귀국, 이후 눈부신 활동을 하다 1980년 파리에서 숟가락 놓는데, 책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 않으니 이후 행적은 생략한다.

  여기까지 카르펜티에르의 바이오그래피 가운데 <잃어버린 발자취>와 관계가 있는 것을 고르라면, ① 에스파냐어∙프랑스어∙영어, 그리고 독일어를 자유자재로 또는 약간의 어려움은 있지만 의사소통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수준으로 구사하는 것, ② 주인공 화자 ‘나’의 직업이 클래식 음악 작곡가로 현재 칸타타 <사슬에서 풀린 프로메테우스>를 작곡하다 중단한 채 영화와 라디오 음악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것, ③ 아내 루스와는 영어로, 애인 무슈와는 프랑스어로, 새로운 현지인 애인 로사리오하고는 에스파냐어로 소통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④ 세상의 최대 도시 뉴욕에 살다가 콜롬비아 동부(정도로 보이는) 지역으로 원시 악기를 발굴하기 위해 떠난 여행 중 진정한 사랑 로사리오와 만나고 아델란따도가 만든 원시공동체 산따 모니까 데 로스 베나도스를 이상향으로 생각하게 되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허들로 등장한 것은, 나도 한 평생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살았다고 자부했으나, 여전히 제대로 악보를 읽을 줄도 모르고, 체계적으로 음악을 향유하는 딜레탕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마추어 입장에서, 곳곳에 숨어있는 (극)음악적 비교, 굳이 발견하지 못해도 그냥 넘어갈 수는 있으나, 알아채고 해당 단어/구절이 왜 나왔는지 알면 몇 배나 즐길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주인공이 작곡가이고 여전히 미완성 작품 <사슬에서 풀린 프로메테우스>를 완성하려 하니 음악 관련 서사는 결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집 센 출판사 창비가 이 책을 출간하고 벌써 21개월이 지났음에도 여태까지 읽으려 생각하지 않은 것은, 카르펜티에르의 <이 세상의 왕국>을 안 읽은 것과 같은 이유인데, 라틴 아메리카 밀림과 늪지대 자연의 웅장함과 위대성, 야만 속의 인간성을 강조하는 작품일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웬만하면 이런 선입견을 갖지 않을 터인데, 이 책은 특히, 표지 그림이 H.G.웰스의 <모로 박사의 섬>에서도 표지로 썼던 앙리 루소의 그림, <뱀을 부리는 주술사>인 데다가 <모로 박사…>의 밀림 속 엽기적 실험실이 저절로 떠올랐던 때문은 아닌가 싶다. 영화 <닥터 모로의 DNA>에 나온 그로테스크한 노인 말론 브란도가 불쑥 나타날 거 같은 그림 말이지.

  선입견 또는 예상은 틀렸다. 만일 <모로 박사…>류나 에벌린 워의 <한 줌의 먼지>같은 대책 없는 아마존 탐험, 호세 에우스타시오 리베라의 <소용돌이> 처럼 대평원의 풍광, 장마리 드 로블레스가 쓴 <호랑이가 제 세상인 나라>에서 보는 감칠맛 나는 재미를 기대했다면, 조금은 비슷할 수 있겠으나, 꽝이다. 이 책은 그렇게 쉽지 않다. 만만하게 여기고 들어갔다가 나처럼 코피 터지기 십상이리라.

  먼저 문장이 길다. 만연체를 구사하는 작가들한테 공통점은 한 사물이나 현상 또는 기분을 묘사하는데 상당히 구체적이다. 게다가 가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현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묘사하고자 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려고 한다. 문제는 독자가 작가 수준이 아니라는 데 있을 뿐. 알레호 카르펜티에르는 묘사를 위하여 그리스 신화, 뒤로 가면 다이아몬드 채굴군을 그리스인으로 설정하여 적극적으로 그리스 신화를 인용하기에 이르기도 하고, 말한 바 있는 넘쳐 흐르는 음악 기호들과 음색, 오페라의 장면과 무대, 악기별 성격 같은 것을 난사한다. 그래도 내게는 다행이었던 것이 저 플라톤에서 시작하는 서양 철학의 인용이나 구사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이런 문장이 몇 개나 모여야 한 문단을 만들 수 있을까? 문단 하나가 다섯 페이지 정도 지속되는 건 다반사고, 대화를 따옴표에 묶은 다음에 줄 바꾸기도 하지 않고 같은 문단에 그대로 사용한다. 따라서 대화가 지속되는 일은 없다. 책을 선택하기 전에 인터넷 책방의 미리보기 기능을 사용하여 본문이 어떻게 생겼는지 미리 구경부터 하시고 견딜 수 있으면 구입하거나 빌려 읽으면 좋을 듯하다. 하지만 시간을 충분히 잡고 카르펜티에르의 아름다운 문장을 감상하는데 초점을 맞출 목적이면 머뭇거리지 않아도 좋다. 화려하고 현학적이고 탐미적인 문장과 이것들의 집합인 문단, 이것들이 다 아울러 작품이 독자를 몰입하게 만들 것이니.


  루스는 주인공 화자 ‘나’의 아내이며 연극배우다. 루스 앞에 이제 실험극을 막 마친 젊은 작가와 극단이 등장해 <남북전쟁>이란 비극의 초연을 할 것이니 좀 도와달라고 해서, 기껏해야 스무 날 정도면 끝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기꺼이 그러겠다고 허락을 했다. 그러나 웬걸.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공전의 히트를 쳐 무려 4년 7개월에 걸친 1,500회 공연을 하게 됐고, 얼떨결에 맺은 무한 연장공연 계약 때문에 루스의 넓고 넓은 연극 세계를 향해 열린 전망이 오히려 콱, 닫혀버리게 됐다. 아무리 유명 배우라 하더라도 서른 살부터 5년간 매일, 주말과 주일에는 심지어 하루 두 차례에 걸쳐 같은 대사를 해야 하는 고역이 되고 말았다. 이제 루스에게 <남북전쟁>은 연극을 통한 도피의 문이긴커녕 악마의 섬이 되고 만 거였다. 국민연극이 된 <남북전쟁>은 이번 공연이 끝나면 그길로 건너편 서부 해안으로 순회공연에 나서 ‘나’는 11개월 만에 집에서 혼자 지내야 한다. 이 생각을 하니 엄청난 고독감이 엄습한다고 엄살을 피운 후에, 오늘, 6월 4일 회사에서 3주일간 휴가를 내고 내 곁에 두고 싶은 오직 한 사람, 아내 루스의 행적을 쫓고 있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대학에 속한 악기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있는 사람을 2년만에 우연히 만나 그의 사무실에 함께 가고, 대륙의 가장 원시적인 원주민들이 사냥하기 전에 성공을 기원하며 진흙으로 구워 만든 악기로 새의 노래를 흉내내는 곡조를 녹음한 레코드를 듣는다. 평소 ‘나’가 주장해온 음악의 기원은, “기본 리듬은 짐승의 걸음걸이나 새들의 지저귐을 모방하고자 하는 열망”이라고 주장해온 이른바 “모방→마법→리듬”의 독특한 과정이었다. 큐레이터는 이를 주장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원시 악기를 발견하는 작업을 거론하면서 ‘나’의 동의 하에 즉각 대학 총장을 만나 ‘나’를 세계 유일의 아메리카 원주민 악기 전문가이자 학교에 아직은 부족한 사례를 찾아내기에 적합한 수집가로 소개하고, 성질 급한 총장이 그 자리에서 내일 당장 라틴 아메리카 오지로 떠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원시 악기를 몇 점 구해오라고 부탁한다. 넉넉한 출장비와 더불어. ‘나’는 무슨 원시악기에 대한 강력한 유혹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마침 3주간 휴가를 받아 그 기간 동안 끝낼 수 있어 마땅한 거절의 구실을 찾지 못해 수락한다. 2년 전에 루스가 공연 때문에 집을 비운 여러 날 중 어떤 날에 처음 만나 돈독한 몸의 정을 쌓은 여자친구 무슈가, 나도 같이 가고 싶어, 하는 바람에 이제 무슈 역시 탐험길에 오르게 되고.

  성질 급한 총장이 그랬다고 당장 내일 출발할 수는 없어서, 6월 7일애 무슈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숲속의 도시에 도착한다. 8일엔 오페라하우스에서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관람하던 중 무슈가 까탈을 부려 도중에 그냥 나온다. 호텔에 들어 무슈가 잠든 다음에 악기점에 들러 원주민 악기를 찾아보려 서성이던 중에 갑자기 총소리가 나더니, 에그머니, 이 나라에 혁명이 일어난 거였다. 20세기 중반의 시대적 측면에서 라틴 아메리카 진보, 보수의 대립은 종교전쟁과 같은 수준이어서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상황이라 예정에 없던 곳에서 며칠을 더 보낸 후, 6월 10일 협괘열차로 밀림 탐험을 위한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는 마음에 드는 마을 로스 알또스에 도착한다. 2부 까지의 내용이다.

  3부에는 서인도 제도의 척추부분, 분화구의 가장자리, 오지 중의 오지이지만 새롭게 개척을 하고 교회를 짓고 있는 밀림 속 원주민 마을과 비교하면 엄청난 크기의 개화된 마을 산따 모니까 데 로스 베나도스에 도착한다. 가는 도중 원주민 여인 로사리오를 구조하고 (또는 원주민 입장에선 그냥 만나고) 못된 짓만 하던 무슈가 말라리아에 걸려 끙끙 앓는 사이에 서로 사랑해 만리장성을 쌓게 되고, 결국 무슈가 도중에서 베이스캠프로 떠나자 ‘나’와 로사리오, 마을의 개척자 아델란따도, 고집장이 신부 뻬드로 그리스인 다이아몬드 사냥꾼 야네스 등과 함께 도착한 꿈의 마을, 산따 모니까 데 로스 베나도스. 며칠 후 휴가기간 3주가 벌써 지난다. ‘나’는 어처구니없이 이 오지에서 로사리오의 사랑에 힘입은 것인지 거의 포기한 칸타타 <사슬에서 풀린 프로메테우스>의 중요한 테마를 작곡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도시에서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지 마을에 정착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한 줌의 먼지>에서도 그랬듯이 현대인이 어디 마음대로 아마존 오지에 머물 수 있나? 하루는 하늘에 헬리콥터가 맴맴 돌더니 마을에 내려 그를 데리고 현대 도시로 데려간다. ‘나’는 문화 발견을 위해 용감하게 오지로 투신했다가 원주민에 의하여 포로로 잡혀 있는 신세로 알려져, 유명 신문사에서 구출해오는 사람에게 거금의 현상금을 걸었다는 것. 이렇게 3부와 4부를 지난다.

  4부는 다시 뉴욕으로 보이는 대도시. ‘나’는 ‘나’의 아이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임신한 루즈와 이혼하고 얼른 아마존 오지로 가 로사리오와 평생 살고 싶다. 그러나 그게 쉽나. 하여튼 뉴욕에서의 장면인 5부.

  마지막 6부는 다시 아마존. 어떻게 되는 지는 당연히 안 알려줌.


  인상깊은 작품이다. 이 책에 별점을 준다면, 당연히 다섯 개 만점을 주어야 마땅하지만, 작품 때문이 아니라, 카르펜티에르의 현란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독자, 내가 부족한 관계로 부득이 하나 뺄 수밖에 없다. 내 문학적 소양이, 아니, 아니다. 내 주제에 무슨 문학적 소양 운운. 그저 독자로서 내 소양이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기꺼이 별 다섯을 주었을 텐데, 나도 그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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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10-13 05: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삽질:
화요일, 오에 겐자부로 <만년양식집>
목요일, 미시마 유키오 <금색>
금요일, 줄리언 반스 <사랑, 그리고>

그레이스 2023-10-13 09:25   좋아요 2 | URL
오에 겐자부로 기다리겠습니다~

Falstaff 2023-10-13 16:36   좋아요 1 | URL
읏.... 별점이 박하게 나갈 거 같은데요. ^^;;

yamoo 2023-10-13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듣보잡이면 창비...창비군요!

근데, 이 작품은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을 듯합니다. 클래식 음악의 전문적 기술이라...ㅎㅎ 아무리 별5개라도 저는 패쑤해야 할듯한데...친절하게도 문학적 소양의 부족함으로 별 하나를 뺀다는 문장으로 인해 더욱 확신이 듭니다. 저는 읽으면 안된다는 사실을요!!ㅎㅎㅎ

Falstaff 2023-10-13 16:37   좋아요 0 | URL
듣보잡 아니여요. 지루하긴 합니다만 재미있습니다. 다만 다섯 페이지에 걸친 한 문단을 집중해 읽으려면 좀 피곤하더군요.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ㅎㅎㅎ

yamoo 2023-10-13 17:10   좋아요 0 | URL
제겐 듣보잡이여요~~~^^;;

그레이스 2023-10-13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집센 창비‘부터 ‘만들 것이니‘까지 문단때문에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 만찬 즐겨보고 싶은데,,, 능력이 될지 모르겠네요^^

Falstaff 2023-10-13 16:39   좋아요 0 | URL
아이고 그레이스 님은 거뜬하실 겁니다. 한 번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stella.K 2023-10-13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문학적 소양은 부족하지만 제목을 이리 쓰시니 왠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문장을 좀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ㅋ 친절한 조언 감사합니다.^^

Falstaff 2023-10-13 16:39   좋아요 1 | URL
문장이 중요한 분들은 당연히 한 판 붙어보셔야지요.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