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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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있으나, 이젠 중국 근현대사의 궁상스런 민중사 말고, 청하고 바른 다이허우잉이 그립습니다. 언니, 좀 오래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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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6-30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
 
광인과 수녀 / 쇠물닭 / 폭주 기관차 제안들 34
스타니스와프 이그나찌 비트키에비치 지음, 정보라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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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참 어렵습지. 작품 속에 한 가지 전위만 들었어도 쉽지 않을 텐데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마약의존, 형이상학, 부조리, 다중의미 등등 참 골고루 구색을 갖춰서 말입지, 쇤네 원형 탈모증 생길 거 같아서 탈모방지제 먹기 시작했습지비. 건강보험 적용되지 않아 약값도 겁나게 비쌉지비,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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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 씨네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외르케니 이스트반 지음, 정방규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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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깜짝이야! 반칙 아냐, 이거? <장미 박람회>를 쓴 외르케니가 희비극을 이렇게도 기막히게 썼다는 말이지! 짧은 이야기 속에 참 여러가지로 독자를 살살, 때론 벅벅, 긁는다, 긁어! 눈물 없이 읽기 힘든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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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너는 어디에 가 있었나
하인리히 뵐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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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손에 들고 처음 든 생각. 역자 곽복록? 아니, 언제적 곽복록 선생이야? 선생은 1922년생으로 이 책 초판이 나온 2011년 4월에 여든아홉. <아담…>의 출판 이후 한달 이십여 날을 더 살고 갔다. 한국 괴테 협회장을 역임하고, 한 시절을 풍미하던 서강학파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곽선생이 정말 이 책을 번역했는지, 직접 번역을 했다면 진짜로 2011년에 했는지, 조금은 의심스럽다. 물론 지만지 출판사의 소신대로, “인류의 유산으로 남을 만한 작품만을 선정하여, 오랜 시간 그 작품을 연구한 전문가가 정확한 번역, 전문적인 해설, 풍부한 작가 소개, 친절한 주석을 제공하는 고급 소설 선집”을 만들었겠기에 크게 의심은 하지 않지만, 혹시 만의 하나, 이제 절판되어 나오지 않는 옛 시절의 세계문학전집, 뭐 학원사나 금성출판사, 정음사 같은 곳에서 이미 번역해 출판한 것의 판권을 사와 중판을 찍으면서 마치 초판인 것처럼 시늉한 건 아닐까, 어느새 내 눈이 가자미 눈깔이 되는 걸 숨기기 힘들다. 이런 조금의 의심을 품은 채 책을 읽어서 그런지, 지금은 거의 쓰지 않고, 하늘도 무심하셔서 어느 새 꼰대가 된 내가 읽기에도 조금은 낡은 단어들이 제법 등장하는 게 유독 눈에 밟힌다. 곽복록 선생은 1974년 12월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사무국장의 명함을 달고 이스라엘에서 열린 국제펜클럽대회에 참석해 심지어 하인리히 뵐, 외젠 이오네스코, 솔 벨로우를 직접 만나, 쐬주 한 병 깠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함께 토론을 했던 적도 있는 노장이기도 하다.


​  몇 달 전에 <열차는 정확했다>를 읽고 쓴 독후감에서 말했지만 뵐 자신이 1939년부터 독일의 육군 사병으로 참전했고, 전쟁 막바지에 탈영에 성공했으며, 포로 생활을 하다 종전을 맞은 경험이 하도 지긋지긋해 나머지 평생을 지극한 반전주의자의 길을 선택한 작가다. 이 책 <아담, 너는 어디에 가 있었나>에서는 바이데스하임 출신으로 남이 짓지 않은 집을 짓겠다고 각오했지만 결국 남이 지었던 집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건축가였다가 징집당해 온 파인할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이이의 행적 가운데 많은 부분이 뵐과 유사하여 작가의 직접적 체험담은 아닐지언정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인 것은 금방 드러난다. 예컨대.

  1. 첫 장면에는 장군이 등장한다. 매우 피곤해 보이고 놀랍게도 목덜미에 훈장 하나를 달지 못한 장군. 이이는 ‘천 명’의 병사를 이끌고 패전과 후퇴의 실패를 연속했으며 따라서 병사들은 비통, 연민 불안 그리고 분노 같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

  2. 얼마 후 333명이 된 병사들. 이들 앞에 순종 독일인의 얼굴이 지나간다. 창백하며 무서운 눈, 악문 입술과 긴 코를 가진 대령.

  3. 또 시간이 흘러 이제 105명뿐인 병사들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상처투성이 발과 땀이 밴 얼굴을 한 채 지친 행군을 하고 있다. 선두에 선 중위의 얼굴에 ‘진저리 난다’는 글자가 씌어 있는 듯한 분노로 가득한 사람의 ‘우아하고도’ 맥 풀린 걸음걸이.

  4. 다음 장면은 스물 네 명의 병사를 지휘하는 검은 양철 메달의 훈장 하나를 가진 중위. 그리고 중위보다 네 배 많은 훈장을 단 상사. 이들은 결국 포로가 되지 않으면 부상을 당해 죽을 운명이다.

  5. 마지막으로 단 한 명 남은 병사. 파인할스. 우리의 주인공이다.


​  이 다음 장면은, 전쟁 중 후송해 치료를 해야 할 만큼 큰 부상을 세 번 당한 하인리히 뵐의 경험이 없으면 쓰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야전병원 장면이다. 야전병원으로 쓰기 전엔 건물의 1층이 마구간이었던 병실에서 파인할스의 가장 눈에 띄는 환자는 바워 대위. 그는 차 위에서 철모도 쓰지 않은 채, 아마도 고의로 떨어져 뇌에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 의식을 찾지 못한다. 만일 의식이 돌아오면 전시 군법회의와 형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긴 하지만. 그는 무의식 상태에서 정확하게 50초마다 “브엘로고르셰”하고 나지막이 읊조리기만 한다. 절대로 영웅이 될 수도 없었고, 전쟁에서 이길 수도 없으리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던 그는 트럭 위에서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을 해버린 거였다.

  그리고 파인할스는 다시 헝가리 전선으로 배치된다. 그곳에서 만난 한 여인, 일로나. 그녀는 유대인이었고, 천주교로 개종을 했으며, 그럼에도 계속 유대인 가족들에게 헌신하고 있었다. 헝가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유대인 박해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임레 게르테스의 작품을 통해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렇지는 못했다는 걸 알고 있다. 조신하고 신중한 일로나는 파인할스에게 키스를 해주고 게토 지역 안에 있는 가족에게 간다. 가서…. 파인할스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헝가리로 와 일로나를 만나겠다고 결심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되면 그게 소설이니?

  또 부상을 입는 파인할스. 그리고 탈영. 이렇게 주인공은 작가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러나 완전하게 다른 건 마지막 장면. 파인할스는 탈영에 성공해 자신의 고향 바이데스하임에서 불과 3킬로미터 떨어진 핑크 씨 댁에 도착한다. 핑크 씨가 주는 음식을 먹고, 브랜디도 마시고, 그가 일러주는 안전한 길 대신 조금 더 빠른 길을 택해 고향으로 향하는 파인할스. 이미 한 미군이 애인과의 밀애를 즐기기 위해 하루에 한 시간씩 머무는 동네 바이데스하임. 그러나 정식으로 점령한 곳이 아닌, 전투 지형적으로 아무 쓸모 없는 그곳으로 오랜 피곤을 쉬고 싶은 마음 만 갖고 향한 파인할스.


​  전쟁은 어떤 이유로도 찬양할 수 없다. 이 책의 가장 극적인 요약은 서문에 있다. 생텍쥐페리가 쓴 <전시 조종사>의 한 귀절.


​  “전쟁은 진정한 모험이 아니다. 모험의 대용품밖에는 되지 않는다. 전쟁은 일종의 병이다. 티푸스 같은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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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6-23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이 확 다가오네요

Falstaff 2023-06-23 17:31   좋아요 1 | URL
넵, 뵐의 초년 팔자가 말 그대로 지긋지긋했는데,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노벨 문학상에 살아 생전 소설가로 누릴 수 있는 영광은 거의 다 즐겼는 걸요. ㅎㅎ
 
세구 : 흙의 장벽 1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5
마리즈 콩데 지음,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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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의 옛 왕국 세구의 귀족 트라오레 가문 3대에 걸친 대하소설. 콩데는 “밤바라족, 나의 선조에게”라는 헌사로 책을 시작한다. 전에 읽은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에서 티투바의 어머니 아베나는 전투에서 패한 아샨티 족의 딸이었다. 즉 <…검은 마녀>는 노예로 팔려온 기구한 흑인 여성이 낳은 딸의 이야기였고, <세구…>는 얄궂게도 전쟁을 일삼아 다른 부족을 공격해 포로를 노예로 팔거나 그들로부터 세금을 착복하면서 부를 늘린 세구 왕국의 가장 중요한 귀족 가문 이야기다. 세구 왕국은 지금 지명으로 말리, 세네갈 오른 편, 코트디부아르의 위편 그리고 사하라 아래쪽의 나라 대부분을 영토로 하고 있던 한 시절의 강국이었으나, 세구 역시 유럽인들의 잠식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들과 거의 동시에 사하라 이북에서 발현한 이슬람 교도에 의한 침식이 먼저였지만.


​  작품은 1797년, 나중에 포르투갈 출신의 외과의사 ‘멍고 파크’라는 것이 밝혀지는 백인이 세구의 경계를 긋는 니제르 강, 토속어로 졸리바 강가에 나타나 그들의 만사(왕) 알현을 요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구의 귀족이며 예레월로, 왕실 각료이자 만사의 친구, 십여 명 적자의 아버지이고 다섯 가족의 파(가부장)인 두지카 트라오레의 집에서도 여인들과 아이들과 하인들과 노예들 모두 생전 처음 나타난 흰둥이를 구경하러 강가로 뜀박질하는 바람에 텅 비어 있고, 페울족 출신의 여인으로 전투 중 노예로 잡아와 신분 차이 때문에 정식으로 결혼하지 못하고 종첩으로 가까이하던 시라가 출산 진통을 하고 있었다. 남자가 출산을 보면 부정을 타는 법이라 당황하고 있던 차에 밤바라의 왕족 출신인 첫 번째 아내 니아가 돌아와 시라의 출산을 돕는다.

  두지카 트라오레는 세 명의 정실 부인과 많은 첩을 두었다. 정실 부인은 첫 아내인 니아와 그가 낳은 맏이 티에코로와 나바가 주요 등장인물이고, 첩 소생에서는 시작할 때 시라가 낳은 아들 말로발리와, 다른 첩 소생인 시가가 또 중요한 인물이다. 시가가 당연히 말로발리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 티에코로와 같은 날 몇 시간 차이로 출생해서 두 번째 아들이지만 포로 어머니로 역시 노예 첩, 우리 말로 종첩이다. 이 노예 어머니는 포로로 잡혀와 늘 향수에 젖어 있어 우울증이 심각해졌고, 드디어 하루는 우물에 거꾸로 빠져 스스로 삶을 마감해버렸다.

  그리하여 이 대하소설 <세구: 흙의 장벽>은 1대가 두지카 트라오레, 2대는 티에코로, 시가, 나바, 말로발리, 3대는 이 네 명이 낳은 아들들로 이어진다. 두지카는 당연히 서아프리카 세구, 니제르 강변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2대는 아메리카(브라질)과 케이프타운 근처 남아프리카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고, 3대에 이르러서 영국 유학까지 감행한다. 이들의 여정을 보면, 작가 마리즈 콩데가 살아온 아프리칸 디아스포라의 경로와 매우 유사한 것을 알 수 있기도 하다.

  마리즈 콩데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즉 아프리카 출신 엔틸리스 제도 사람으로, 프랑스에서 공부를 했고, 먹고 살기 위하여 서아프리카에서 십여 년 동안 교사 시절을 보내며 아프리카 역사에 관해 심도 있는 접근을 할 수 있었다. 이후에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 공부를 계속하고, 미국의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이후 미국과 과들루프를 왕래하면서 강의와 글쓰기를 계속했으니, 작중 나바의 아들 에우카리스투스가 프랑스 대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나바가 엔틸리스 제도가 아니라 브라질에 노예로 팔려간 작은 차이만 날 뿐이다.


​  1797년에 외과의사 멍고 파크가 왜 세구에 왔을까? 세구의 야만인에게 의료봉사를 하기 위하여? 그럴 수 있다. 다음 코스는? 선교사와 학교. 다음은 플랜테이션 농장 건설. 당연히 야만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현지인들의 소득을 높이고 생활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이다. 그 다음엔 치안을 위한 군대의 주둔이며, 최종적으로 이익 착취 경쟁 목적의 유럽 국가간 식민지 전쟁이다. 그러니까 결국은 유럽 백인들의 부의 축적을 위한 추악한 일련의 과정일 뿐. 이 작품이 1984년에 출간했는데, 당시까지 세계는 식민 현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었다. 그러나 세월은 더 흘러가 19세기 중반 비슷한 시점까지 왔는데 아직 세구에는 백인들이 최상의 상품을 들고 아프리카에 상륙했다는 이야기만 나오지 본격적인 식민지 개척에 관해서는 별로 말이 없다. 물론 서아프리카 해변 지역은 오래 전부터 백인들이 항구에 요새를 설치하고, 교회와 학교를 지었으며 이에 비례해 피부색 검은 현지인들이 유럽인을 닮아 흑인의 정체성을 잃고 점점 사기꾼 비슷하게 얄팍한 심성으로 변했지만, 말로발리가 말하듯 아직 내륙 지역엔 독특하고 우아한 아프리카 문화를 간직하고 있었다.


​  이제부터 스토리인데, 그러나, 다음 몇 문장은 분명히 헷갈릴 터이니 그냥 잊고 마시라. 주로 낯선 이름과 사정이 복잡해  그럴 터, 꼴난 독후감 읽으며 메모할 수는 없을 것이니.

  여기에 독자가 생각지도 못했던 현상이 나타난다. 1세대 주인공 두지카 트레오레의 열다섯 살짜리 맏아들 티에코로가 세구를 떠나서 통북투로 가서 이슬람과 알라에 대하여 더 공부를 하고, 수단의 유명한 상코레 대학에 입학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슬람교의 득세는 페르시아의 쇠퇴와 깊은 관련이 있다. 배화교 즉 조로아스터교를 믿던 페르시아가 본격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한 7세기 초에 소아시아와 북아프리카로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한 이슬람교는 천 년 동안 쉼없이 세를 불려 드디어 사하라 사막을 종단해 서아프리카 지역까지 도달해 있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공통점은 유일신을 믿는 종교라는 점. 다신교를 믿는 한 시절 저 위대했던 로마의 신들도 여호와의 배타적 믿음 앞에서는 나가 떨어졌으니, 아프리카 특유의 샤머니즘에 기반한 숱한 신들이야 말할 필요가 있을까? 책 속의 이슬람은, 특히 엘 하지 오마르가 신봉하는 (비교적) 극단적 이슬람교는 한 손에 코란을, 한 손엔 칼을 들고, 알라를 믿든지 죽든지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윽박지르며 세를 확장한다.

  결과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슬람은 백인들이 신봉하는 기독교에 잠깐 찍소리 못하고 자리를 내주었지만 20세기 들어와 백인들이 돌아간 이후 중서부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슬람을 믿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주인공 가문의 2대와 3대에 걸쳐 이슬람교가 서부 아프리카에 진압하기 시작한 시점을 그리고 있다.

  어느 세계적 종교가 안 그럴까? 한 종교가 세계적이 될 수 있으려면 그 안에 사랑과 포용과 배려를 품어야 한다. 이슬람교도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처음엔 선한 마음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좋은 종교에 귀의하라고 권했겠지. 하지만 뭐든지 권력이 문제다. 포교를 위해 도착해보니 생각지도 못한 금광에서 금덩이가 쏟아지고, 아프리카 지역이라면 사람 자체가 금과 비슷한 가치를 얻을 수 있고 팔아먹을 수 있으니, 비록 시작은 진실한 종교인이었겠지만, 그걸 믿지 않는 바 아니건만, 조금은 욕심이 생기다 보니까, 그게 하루 하루 자꾸만 커져가서 결국엔 현지인들에게 올바른 길을 가르쳐주어 영생의 즐거움을 주는 대신, 종교의 이름으로 죽음을 부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거였다. 그리하여 과격한 종파의 엘 하지 오마르는 아프리카 원주민은 당연하고, 가톨릭 교도들은 물론이며, 다른 종파의 이슬람 교도들의 목덜미에 언월도를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원주민은? 엘 하지 오마르와 뜻을 같이 하지는 않지만 독실한 이슬람 교도인 알하지 기다도는 자신보다 더 독실한 신자인 아들 알파 기다도가 보는 앞에서 1대 주인공 두지카의 바로 아래 동생이자 그의 후임 부족장인 티에폴로 트레오레와 다투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부족장의 아내는 하늘을 우러러 이렇게 울부짖는다.

  “알라가 내 남편을 죽였다!”

  이것으로 이슬람교는 사랑과 포용과 배려를 포기한 종교가 되어버린다. 바로 옆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알파 기다도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죽임을 당한 이의 조카이며, 2대 주인공 티에코로의 아들이며, 3대 주인공인 모하메드와 함께 아프리카 인의 정체성과 어머니의 땅 마시나를 보존하기 위하여, 모하메드는 세구를 지키려 원리주의자 엘 하지 오마르의 군대와 대적하기 위해 참전하기에 이른다.

  <세구: 흙의 장벽>은 아프리카를 무대로 흑인 여성이 쓴 작품이다. 그러니 아프리카라는 지역이 함의하고 있는 식민, 흑인이란 인종, 그리고 여성이라는 젠더를 부각할 수밖에 없다. 다만 시대가 18세기에 시작해 19세기 초중반 까지라 젠더를 주장하는 장면은 몇 컷이 안 되긴 한다.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낯선 문화권 이야기.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와 비슷하거나 조금 앞 시대의 내륙지방 이야기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지만 핀트가 약간 다르다. 아프리카 문학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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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6-20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체베의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땡기네요.

공간적으로 니제르 하구 유역
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아체베
의 서사가 떠오르네요.

그렇지 않아도 궁금해 하던 책
이었는데 일단 사재기부터...

Falstaff 2023-06-20 13:01   좋아요 2 | URL
ㅎㅎ 사바나 흰 개미 만큼은 아니지만 이 책도 재미있습니다. 즐겁게 읽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