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lower 더 플라워 스크래치북 - 뷰티풀 데이 힐링 스크래치 아트 작지만 확실한 행복 1
박영미 지음 / MdS커뮤니케이션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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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스케치북 위에 크레파스로 여러 색을 칠하고 그 위에 검은색을 덧칠한 다음 그 면을 이쑤시개나 뾰족한 도구로 긁으면, 긁은 자국을 따라 원래의 색이 드러나는 미술활동, 누구나 다 해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처음에 그 알록달록한 선들이 드러날 때의 기쁨과 놀라움은 상상이상이었던 것 같아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추억을 소환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뷰티풀 데이>시리즈, 힐링 스크래치 아트북입니다. <THE MESSAGE>, <THE ZOO>, <THE FLOWER> 총 세 권 중 저에게 온 책은 <THE FLOWER>입니다.

 

 

총 여덟 장의 그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꽃들이 각각의 형태를 띠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어요. 전 이 아트북을 둘째 태교를 위해 골랐어요. 첫째 곰돌군을 돌보다보니 곰돌군 때와는 달리 태교를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저 곰돌군과 놀아주는 게 태교다, 곰돌군에게 화내지 않는 게 태교다, 곰돌군과 노래하는 게 태교다-라고 여기고 있어요. 그러다 밤에 곰돌군이 잠들면 그제서야 둘째 튼풀이가 생각나곤 했습니다.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이 미안했어요. 그래서 둘째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자 생각했고, 고심 끝에 집중할 수 있으면서도 예쁜 것을 볼 수 있는 이 스크래치 북을 골랐습니다.

 

 

에고.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과 품이 많이 들었습니다. 부지런히 한다고 했는데요 진행된 건 요 정도에요. 성취욕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이기는 했지만 저에게는(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펜이 무척 불편했어요. 한 번 그어서는 색이 잘 나오지 않아 두 세 번은 긁어야 했고, 펜이 도면에 긁히는 끼긱 소리에 매번 소름이 돋았습니다. 펜으로 긁어서 부드럽게 색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다소 뻑뻑하게 긁혔어요. 특히 FLOWER 다보니 꽃의 둥그스름한 부분이 많이 표현되어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끼긱끼긱 소리가 심하게 나고 색이 잘 드러나지 않아 저 같은 경우에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잘 하시는 분들은 무척 예쁘게 완성하시던데 아마 제가 요령이 부족한가 봅니다. 어차피 태교를 위해 고른 작업이니 조금 더 노력해보려고 해요. 언젠가 완성될 저만의 꽃들, 저도 기대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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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
야마다 모모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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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함을 분만실에 두고 왔다니, 아기를 낳아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잠시 저의 곰돌군 출산 당시를 떠올려보자면, 섹시함이요?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이런 느낌입니다. 곰돌군은 예정일보다 8일 먼저 세상 빛을 보았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양수가 먼저 터져서 유도분만을 했답니다. 오전 10시부터 약이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고통은 곰돌군을 낳을 때까지 장장 7시간동안 끊임없이 계속되었습니다. 많은 산모님들이 말씀하시는 무통천국, 저는 무통주사 맞으려고 의사 기다리다가 시기를 놓쳐서 천국은 맛보지도 못했네요. 가족분만실에 같이 들어온 짝꿍이 옆에서 로맨틱하게 땀 닦아주고 같이 호흡해주려고 했지만, 그 손길, 그 호흡법 모두 매몰차게 거절하며 저리가!’를 외쳤더랬죠. 불쌍한 짝꿍님이 조용히 소파 구석에 앉아있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히 떠올라, 그 생각만 하면 미안한 마음만 한가득이에요. 하지만 아기엄마들이라면 아마 저에게 공감해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야마다 모모코가, 임신과 출산을 거쳐 아들 류를 낳은 1년 여간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림과 해시태그가 엄청난 공감을 이끌어내며 이렇게 책으로 출간된 것이죠. 이름과 어울리는 강렬한 핑크빛 표지의 그녀는, 발로 바운서에 탄 아기를 흔들어주며 한입에 밥을 털어넣고 있는데요, 흡사 아저씨같은 외모로 표지의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출산 후 수염까지 났다고 하니 얼핏 보고 아저씨로 오해한 저의 착각이 어느 정도는 신빙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그만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제가 겪었다면 분명 당혹스럽고 창피했을 검진 시 원피스 사건부터 발견하고 말았거든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곰돌군은 저의 뱃속에서 겨울과 봄을 함께해서 달랑 원피스만 입고 갔던 적은 없었는데, ? 류는 우리 곰돌군과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났네요. 이 모모코님은 어떻게 원피스만 달랑 입고 가셨는지 그것 또한 불가사의입니다. 책 자체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재미있습니다. 웃지 않고는 배기지 못한 에피소드들로 가득 차 있어요.

 

하지만 과연 재미있고 웃음만 나는 시간들이었을까요. 곰돌군을 낳고 제가 제일 행복했던 순간은 후처치를 마친 후 병실로 옮겨가기 전 누워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꼬리뼈와 갈비뼈 통증에 시달리며 제대로 앉지도 못했고, 한 번은 병원에서 기절해 바닥에 머리를 그대로 부딪치는 바람에 뇌MRI까지 찍었으며, 조리원 생활은 수유에 뭐에 바쁘기 그지없었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어요. 신경은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져서 짝꿍과 다투는 일도 잦아졌죠. 그 시간들을 이제야 되돌아보며 그땐 그랬지하며 웃을 수 있지만, 하루하루의 순간순간들은 고되고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그런 육아생활을 보낸 부모들에게 섹시함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자신을 꾸밀 시간에 잠 한 번 더 자고 싶고, 제대로 갖춘 밥상을 차리기보다 한입에 먹을 수 있는 간단식이 최고고,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루 종일 푹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요.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기에 대한 사랑과, 이 시간들이 정신 차리고 보면 순식간에 훅 지나가서 어느 순간 그리워하게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다시 한 번 그 시간들이 다가올 걸 생각하니 겁나기는 합니다만.

 

새롭게 얻은 생명 앞에 예전의 섹시함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죠. 지금 이 순간,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은 채 여전히 아기와 고군분투하는 엄마아빠들이야말로 최고의 섹시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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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길이 닿기 전에
리사 윈게이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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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저미는 가혹한 운명 앞에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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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보이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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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호가스 출판사가 2013년부터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현대 소설로 다시 쓰는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매력적인 작품들이 재해석되어 출간되고 있습니다. 하워드 제이컵슨의 [샤일록은 내 이름], 지넷 윈터슨의 [시간의 틈], 앤 타일러의 [식초 아가씨], 마거릿 애트우드의 [마녀의 씨]까지 네 권이 이미 소개되었고, 이번에 만난 작품은 제가 무척 애정하는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뉴 보이]입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는 출간된 직후부터 빠져들었던 작품이라, 비록 모작에 헐값이기는 했지만 그림을 구입해 방에 걸어놓을 정도였어요. 지금까지 출간된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모두 흥미롭지만, 이번 [뉴 보이]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던 이유 중 하나는 트레이리 슈발리에라는 네임밸류 덕분입니다.

 

[뉴 보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오셀로>를 모티브로 그 무대를 학교로 옮겨 학생들의 미묘하고도 잔혹한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해냈습니다. 오셀로는 가나 출신의 소년 오세이 코코테로, 오셀로의 부인 데스데모나는 다니엘라, 디로, 교묘한 책략가이자 뱀의 혀를 가진 이아고는 이언으로, 이아고의 아내였던 에밀리아는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인 미미로, 금발의 청년 카시오는 선량하고 동급생들로부터 존경받는 캐스퍼로, 그의 연인이었던 비앙카는 소녀 블랑카로, 데스데모나의 엄격한 아버지였던 브라반치오 의원은 브라반트 선생으로 재탄생되었어요.

 

가나 출신의 전학생인 오세이에게 아무도 다가가려 하지 않는 운동장, 오직 소녀 만이 그에게 호기심을 보이고, 말을 걸고, 그의 매력을 찾아냅니다. 순식간에 서로에게 빠져든 소년소녀. 그런 그들을 뱀처럼 차가운 눈으로 관찰하는 이언. 교활한 책략가인 그는 그들의 사이를 방해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그 음모에 여자친구 미미가 이용되죠. 질투와 원망은 소년 오세이의 두 눈을 가려버리고, 작품은 원작과 같이 비극을 향해 달려갑니다.

 

1970년대의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그 시대의 주요 화두일 수밖에 없었던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비판을 강조하고 있음을,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처음 오세이를 발견한 학생들의 경악스러운 반응, 오세이와 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동물원의 동물을 구경하듯 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교사들의 모습이 부각되어 나타납니다. 일부러 오세이의 이름을 다른 식으로 발음하는 교장 듀크, 무슨 일이 벌어지기만 해봐라 하며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워 오세이를 감시하는 브라반트는 오세이를 궁지에 몰아넣는 인물들 중 하나에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립된 소년이 겪는 심리적 위기감과 외로움이, 이 주변 인물과 분위기를 통해 고조되어 갑니다.

 

작품의 주제도 주제지만, 제가 이 작가에게 매력을 느낀 부분은 문장입니다.


소년은 문자의 익숙한 영역으로 자기 이름을 가져왔다.

비극적인 내용과는 달리 서정적이고 그림 같은 묘사가, 다른 결말을 기대해도 되는 것인가 기대를 품게 할 만큼 아름답습니다. [진주 귀고리 소녀]에서 느꼈던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벅찼어요. 트레이시 슈발리에였기에 가능했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마녀의 씨]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정식으로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어째서 이 시리즈가 그렇게 인기가 많았는지 이제야 알게 되어 뭔가 아쉬운 기분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 시리즈에서, 아니면 다른 작품으로라도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이름을 또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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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한국사 - 아는 역사도 다시 보는 한국사 반전 야사
김재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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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이 독특합니다. 회사원 생활 15년 차가 되는 새해에 회사로부터 서면을 통한 좌천을 통고받고, 퇴사 프로젝트를 가동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추려보니 농구, 요리, , 이 세 가지가 나오더랍니다. 아내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조용히 글쓰기 생활을 시작한 작가님. 자신이 좋아하는 역사 이야기를 아내에게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글을 온라인 카페에 올린 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죠. 그 중에서도 <오마이뉴스>에서 얻은 답글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암투병으로 힘든 생활을 하던 독자가 작가님의 글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고 후원했다는 일화는, 이야기가 일반인들에게 얼마나 큰 용기와 힘을 주는 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후 <딴지일보>에 정기적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되고, 결국 요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는 학습화된 두려움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면서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명언까지 알려줍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자들에게 지배받는 것이다.

작가님의 말처럼 정치대신 역사를 대입하니 뭔가 큰 깨달음이 오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전쟁과 외교, 권력과 암투, 왕의 사람들, 반전의 야사,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이라는 소제목 아래 총 35가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정복왕 광개토대왕의 성군의 면모를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고대를 넘어 고려, 조선, 근대에서 작가님이 들려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문체가 조근조근, 정말 옆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쓰여 있어 읽기가 매우 쉬웠습니다. 임산부인 저는 배를 깔고 엎드리면 안 되지만, 누구나 배를 깔고 엎드린 그 자리에서 한 권을 내리 읽어내려 갈만한 재미가 있었어요. 당시 사람들의 대사들도 맛깔스럽게 재탄생시킨 점도 재치 있게 느껴졌고요.

 

부제에는 야사라는 문구가 붙어있지만 그렇다고 뭔가 불확실한 역사를 다루고 있는 듯하지는 않습니다. 작가님의 사견(私見)이 약간씩 가미되어 교과서처럼 딱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지 않을 뿐이에요. 다만, 어떤 독자가 학창시절 선생님도 이렇게 재미있게 가르쳤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밝힌 소감 부분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네요. 학교라는 공간은 이렇게역사를 가르치지 못할 수도 있는 많은 제약이 존재하는 곳이니까요. 수업 시간 역사 수업이 재미있다면 정말 좋겠죠. 하지만 시험과 진도가 존재하는 이상, 시간을 내서 재미있는 역사책을 읽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은 100%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가 다소 옆으로 빠진 감도 있지만, 어쨌든 작가님은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도 많이 알고, 무조건적으로 자신이 본 책과 연구만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짓은 하지 말자는 깊이 있는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것 같기도 해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신만큼 다음 번 책도 기대해보겠습니다. 다만 찌라시가 일본어인만큼 뭔가 다른 단어는 없을까, 조금 오지랖의 날개를 펄럭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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