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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평점 :
제가 좋아하는 미드 중 <크리미널 마인드>가 있습니다. FBI 콴티코를 배경으로 프로파일러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에요. <CSI>로 시작한 미드 사랑은 이 <크리미널 마인드>로 정점을 찍었는데요, 그래서 고등학생 때는 –나도 나중에 꼭 FBI 요원이 되어야겠다!-라는 터무니없는 꿈을 꾸기도 했었습니다. 그 직업의 어려움이나 비관적인 면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동경했어요, 무척.
하지만 이 책 [마인드 헌터]를 읽으니, 이리 평범한 생활 속에서 보통 사람이라면 알 필요도 없는 일들을 그저 모른 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축복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매일 범인들의 마음속을 살피고 때로는 그들 자신이 되어 범행 현장과 동기를 생각한다면, 저라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이 책이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래요. 작가가 있는 세계와 내가 있는 세계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그런 거리감을 유지한 채 문명이 시작된 이래 모든 끔찍한 범죄에 제기되었던 가장 근본적이고 절박한 질문인 “도대체 어떤 유형의 인간이기에, 이런 범죄를 저질렀을까?”에 대한 답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사냥꾼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라- 저자 존 더글러스가 하는 일을 한 마디로 압축한 문구입니다. 똑같은 살인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범행방식, 개성에 따라 현장에 남기는 단서는 서로 다르고 이것들을 바탕으로 특정 강력 범죄를 해석하는 프로파일링을 할 수 있다고 해요.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만 보더라도 피해자, 피해자가 처했던 배경, 인간관계, 흉기, 범행이 일어나는 간격 등을 통해 각각의 사건마다 다른 동기와 수법을 지닌 범인이 등장합니다. 책 속에서도 심층 연구를 하기 위해 수감 중인 살인범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서 인터뷰를 하던 1980년대 초의 일화부터 수많은 사건, 범인들이 실려 있습니다. 생판 모르는 남부터 사랑하는 아내, 자식을 죽인 범인들의 사건. 그 어떤 스릴러 소설보다 끔찍하고 잔인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경고입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그가 지난 세월동안 흉악범들을 연구, 조사하면서 알게 된 점, 좋은 성장환경, 우애 깊고 서로 돕는 가정,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이 흉악범이 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고 기술한 부분입니다. 범죄자가 타고나는 것인지 만들어지는 것인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스릴러 소설이나 미드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저는 당연히 가해자의 입장이든 피해자의 입장이든 우리 가정을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내가 만든 이 가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우리 곰돌군에게 많은 사랑을 주어야겠다는 것, 나와 짝꿍이라는 부모와 함께 산다는 것이 우리 곰돌군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를 항상 생각해야한다는 마음이에요.
무척 두꺼운 책이지만 날 것 그대로의 일화들이 적혀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소설을 다 읽었을 때보다 마음이 개운하지 못한 것은,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모두 실화이기 때문이겠죠. 모두의 안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