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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없는 꿈을 꾸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저는 일단 계획했던 일 하나를 다음 주 월요일에 시작하고 그 일에 맞추어서 다음 다음 일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중에서 하나만 살짝 말씀드리자면, 새해가 되면 늘 결심하는 운동! 으아, 저 그렇게 끈기 없는 사람 아닌데 이 운동에 한해서는 그 끈기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중요한 해가 될 것 같아서 체력을 좀 기르려고요! 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모두 원하는 일 그대~로 다 이루어지시길. 독서 계획을 잘 지키는 일도 목록에 포함되어 있겠죠? 저처럼.
2012년의 마지막을 일본문학으로 장식했는데 2013년의 처음도 일본문학으로 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은 히가시노 게이고, 처음은 츠지무라 미즈키. 일본에서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두 작가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나이로 보나 세대로 보나 약간 지고 있는 해라고 한다면 츠지무라 미즈키는 힘차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6년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흐른다]가 출간된 이후 [밤과 노는 아이들], [얼음고래] 이후 잠깐 뜸했던 그녀의 작품이, 2011년 [츠나구]로 인해 기지개를 폈고 2012년 [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물밑 페스티벌],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열쇠 없는 꿈을 꾸다]까지 무려 네 편이나 출간되었습니다. 그 중 이번에 읽은 [열쇠 없는 꿈을 꾸다]는 제 147회 나오키상까지 수상했어요. 요즘에는 대중적 흥미까지 고려한 나오키상이다 보니, 작품성과 대중성 둘 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총 5편의 이야기를 묶은 단편집입니다. 일본문학 중 단편집을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작가가 딱 두 명 있는데 마쓰모토 세이초와 미미 여사입니다. 이제 셋이 될 듯 합니다만. 다섯 편 모두 여성을 중심으로 일상 속에 자리한 미묘한 심리를 굉장히 날카롭게 그린 수작입니다. 저 또한 여자이다 보니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에 흠칫흠칫,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어요. <니시노 마을의 도둑>, <쓰와부키 미나미 지구의 방화>, <미야다니 단지의 도망자>, <세리바 대학의 꿈과 살인>, <기미모토 가의 유괴>인 챕터들의 제목을 보고 일견, 유쾌한 풍자극이거나 유머러스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음흉한 마음이나 공포스러운 살의, 절실한 애정 등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마지막 이야기인 <기미모토 가의 유괴>였어요. 결혼을 하고 그토록 아기를 갖기 원했던 한 여성이, 아기가 태어난 후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게 되는 하나의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츠지무라 미즈키, 그녀도 2008년 결혼을 하고 2011년에는 첫아이를 얻은 엄마라는 점입니다. 아기 엄마인 그녀가 역시 아기 엄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소설, 어쩐지 그녀의 이야기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것이,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설사 자신의 이야기일지라도 내보이기를 주저하지 않는 용기,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지만 쉽게 말로 표현하지 못할 심리를 세심하고 정확하게 그려냈다는 점이 감동입니다.
제목에서 나타내는 '열쇠'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야기에 등장하는 각 여성들은 자신만의 망상 속에서 현실과는 전혀 다른 꿈을 꿉니다. 착각도 하죠. 타인이 보기에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바보스러울 때도 있고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녀들이 원한 것은 행복, 마음의 평온함 등이었습니다. 환상 속에 안주하며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환상은 환상으로 남겨둘 때 아름다운 게 아닐까요? 환상 속에서 위안을 찾되, 현실로 돌아오는 것을 겁내지 말기. 작가는 당당하고 씩씩하게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고 헤쳐나갈 길을 모색할 것을 당부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오키상까지 수상한만큼 이제 츠지무라 미즈키, 그녀의 가치는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학원 미스터리로 유명한 그녀지만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로 미루어볼 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줄 작가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어쩌면 히가시노 게이고보다 더 높이 날아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녀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