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골마을 - 한번 가면 평생 잊지 못할
이형준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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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을 때, 저는 '도쿄'라는 대도시에 대해 일종의 환상같은 것을 품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서울도 대도시임에는 틀림없지만, 타국의 대도시, 그것도 영화와 드라마로만 접해왔던 그 곳을 드디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희열마저 느꼈어요. 하지만 실제 접한 그 곳은 언어만 다른 것을 쓴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제가 늘 접하던 생활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종로나 명동과 분위기가 비슷한 신주쿠, 하라주쿠, 시부야 등에서 저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몇 번 간 것이 전부. 그 외에 나들이를 갈 때면 저는 늘 친구들과 외곽이나 좀 덜 알려진 곳으로 목적지를 정하곤 했습니다. 작년에 홀로 떠났던 교토나 나라에서는 도쿄와는 다른 전통적이고 서정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알고 느껴보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 조금은 덜 알려진 곳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니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 번 가면 평생 잊지 못할 세계시골마을]은 저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었습니다. 누구나 다 알고 찾아가는,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다를 것이 없는 대도시 위주의 여행서가 아니라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을 것 같은 시골마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거든요. 마을 전체가 벽화로 이루어진 호주의 셰필드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의 바투안, 일본의 나오시마, 아이티의 라바디에 중국, 루마니아, 독일, 노르웨이, 라오스, 그리스, 캄보디아, 스페인, 체코 등등! 차마 여기에 다 써내려갈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나라들과 그 나라들이 자랑하는 아름다운 시골풍경이 펼쳐져 있답니다.

 

각각의 나라의 아름다운 시골들을 책으로나마 둘러보면서 감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시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어쩐지 우리나라의 시골 하면, 소의 응가냄새가 풍길 것 같고, 살기에 영 불편할 것만 같은 이미지를 상상하곤 했거든요. 물론 우리나라의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 정취와 소박한 인심 등은 세계 어디를 가도 제일일 것 같지만, 다른 나라의 시골마을을 둘러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낀 그 감정을 과연 느낄 수 있을까, 되돌아보게 되었답니다. 다른 나라의 시골을 예쁘다고 느끼는 것처럼 저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우리의 시골도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게 되도록 많은 특색사업과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국의 시골에마저 아름다움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은 '다르다'라는 것에 대해 동경을 품고 있기 때문이겠죠. 언젠가 시간과 자금의 여유가 된다면 이 책에 나와있는 시골마을에 꼭 한 번 찾아가서 그 마을만의 색다른 정취를 직접 느껴보고 싶습니다. 가서 숨 한 번 크게 쉬고 생각 한 번 더 하고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돌아오면 생활 속에서 저는 또 조금 성장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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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산 -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마흔다섯 가지 힘
KBS 한국의 유산 제작팀 지음 / 상상너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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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별 다섯 개를 백만 번은 줘도 모자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안타깝게도 2010년 1월부터 시작되었다는 방송을 전 단 한 차례도 보지 못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렇게 책으로라도 만날 수 있었다는 점, 더더욱 다행인 것은 책 맨 뒤에 초판 한정으로 DVD가 붙어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유산, 하면 떠올리기 쉬운 딱딱함과 어려움, 왠지 풍겨나올 것 같은 옛것의 고리타분함이 아니라 아끼고 지켜나가야 할 가슴벅찬 우리의 유산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수많은 사람들도요. 전 읽는 내내 이렇게 좋은 책은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할텐데 걱정 아닌 걱정까지 했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우리는 참 어리석구나'였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취급하고, 빼앗겼는지 어쨌는지, 돌아왔는지 없어졌는지도 모른 채 그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어요. 창경궁 추녀 밑에 버려져 오래된 돌덩이로 여겨졌던 <천상열차분야지도>도, 원본은 커녕 후대에 제작된 모사본조차 모두 일본에 있어 그것을 다시 어렵게 모사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도, 2001년 10월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우리나라 최초의 조리서 <산가요록>도 여차하면 그저 폐기처리가 되었을 유산들이죠. 수많은 전쟁을 겪어 다른 나라로 강제 반입된 문화재도 많지만, 현재 우리는 그러한 유산이 얼마나 되는지 다 파악하고 있는 걸까요?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관심이나 가지고 있었던 걸까요? 세계 강국으로 떠오른다는 우리 대한민국이 선조들의 유산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한 듯 해 제 자신도 부끄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책은 한국의 유산을 기록유산, 인물유산, 문화유산으로 나누어 전부 45가지의 유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난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팔만대장경>, 500년 역사의 기록 <조선왕조실록>, 유학생 신부의 눈에 띄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겸재 정선 화첩>, 광복의 희망 속에서 써내려간 <제시의 일기>, 우리말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조선말 큰 사전 초고>, 명문가 출신으로 독립운동에 뛰어든 <이회영>과 위대한 시인 <윤동주>와 그의 시를 편찬해낸 <정병욱>,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매사냥>과 <강강술래>에 <무령왕릉>과 같은 문화재들까지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사람들, 모르고 지나쳤던 유산들에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값진 시간이었어요.

 

어쩌면 그냥 스치고 지나가 한낱 먼지가 되었을지도 모를 유산들을 지켜낸 것은 안타깝게도 '개인'이었습니다. 1927년 프랑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역사학자 박병선의 눈에 띄어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품으로 돌아온 <직지심체요절>도, 8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겸재 정선 화첩>을 발견한 선지훈 신부도, 전쟁의 화마에 휩싸여 사라질뻔한 <조선왕조실록>도 사비를 털어 목숨을 건 안의와 손흥록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었던 겁니다.

 

부끄럽지만 저조차도 우리의 유산을 그리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여행이나 유적도 타국의 것만 신비하고 대단하게 보였죠. 하지만 우리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우리의 유산을 되찾을 수 있도록 눈을 크게 떠야 할 때가 아닐까요. 우리의 유산과 유적에 대해 소중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길지도 않은 1분의 영상. 그 영상이 저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들을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여기 있다, 한국의 혼이 담긴 것들이다, 자랑스럽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우리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 학교 공부만으로는 키워지기 어려운 그 자부심을 길러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자꾸만 자극을 받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그런 마음이 필요하리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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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 2011년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강희진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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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된 <<유령>>은 탈북자들의 소외를 리니지 게임과 연결시켜 서술한 점이 신선하고 흥미롭다. 기존 탈북자 소설들처럼 남/북, 탈북자/비탈북자를 대립시키지 않고, 현실과 가상현실, 자살과 타살, 탈북자와 다른 탈북자들 사이의 모호함과 구분 불가능성을 오히려 리얼하게 문제 삼은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심사평 中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과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냐고 묻는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잘 모르겠어요', '글쎄요' 정도가 아닐까. 고향과 가족이 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실한 문제고 생각하면 안타까운 사연이 한 둘이 아니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 북한과 통일은 '남일'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아왔고 '먹고 살기 바쁜' 현대인들에게 그들은 이미 남과 마찬가지 아닐까. 탈북자들에 관한 기사가 등장해도 그 뿐,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와 살아가고 있는지 깊은 관심을 가지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 속에서 탈북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들에 관해 숙고하며 글을 써온 작가에게 쏟아진 관심과 심사평. 심사위원과 독자의 눈은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나에게 이 작품은 딱 저 심사평만큼의 작품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탈북자인 하림은 현실에서는 소외된 계층에 현실마저 불투명한, 겨우 허우적대며 살아가는 힘든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유를 맛보고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느끼는 공간은 게임 속. 게임 '리니지'에서 그는 쿠사나기로 통하며 그와 그들 무리를 억압하는 무리에게 대항하며 혁명을 이끄는 멋진 전사들이다. 게임에 열중해 있는 하림 주위에는 같은 신세인 탈북자 후배들과 선배, 탈북자는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인물들이 기거한다. 하림이 몸담고 있는 하숙집, 음식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탈북자들. 게임에 너무 빠져들어 현실과 가상공간도 구분할 수 없게 된 어느 날, 하림과 가깝게 지냈던 회령아저씨의 안구가 동네 백석의 시비 밑에서 발견되고, 사건을 기점으로 탈북자들 사이에 감돌던 갈등과 긴장 등의 온갖 감정이 폭발한다.

 

심사평과 마찬가지로 소외당하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리니지 게임과 연결시켜 서술하는 점은 독특하다. 남북 사람들의 대립이 아니라 탈북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그들만의 갈등을 그린 것도 신선한 관점이었는데, 문제는 그리 재미는 없다는 걸까나. 탈북자들의 문제를 '재미'로 보려고 하느냐 한다면 100% 그런 것만은 아니고 여기에서 말하는 재미는 조금 다른 유형의 재미다.  가벼운 장난같은 재미말고 이야기 자체에서 뿜어나오는 재미. 문학이란 그런 심오함과 동시에 재미도 추구해야 하는 게 아닐까. 탈북자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들의 삶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면 인문서적을 읽으면 된다. 다만 그 인문서적이 너무 어려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문학이 나서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문학에서마저 작품으로서의 재미없이 이야기를 구성해나간다면 인문서적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나.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는 충분히 전해져 온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기도 할 것이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사람으로서 얼마나 많은 조사과정을 거쳤고 머릿속에서 수십번의 구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온 것은 아닐까. 탈북자들 사연 하나하나, 탈북해서 그들이 느끼게 된 또 다른 삶에 대한 허무함 등을 그리려 한 것은 괜찮았지만 여기에 살인사건까지 가미한 것은 너무 이어붙인 느낌이 들어서 나는 좀. 이런 저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고 '그냥 이렇다!' 라고 펼쳐보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매번 '~문학상' 을 받았다고 하면 당연히 관심이 간다. 상금이 어마어마하니까. 그런 어마어마한 상금을 받을만한 작품이란 과연 어떤 작품일까, 무척 궁금하다. 그런데 읽어서 확 붙지 않는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내가 아직 부족한 것인지, 심사위원과 독자의 눈이 다른 것인지 알쏭달쏭할 때가 많다. 다른 독자들에게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가가 나에게 중요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 다음 작품이 무지무지 중요하다. 두 번째까지 나에게 확 붙지 않으면 뭔가 맞지 않는다는 거니까. 세상에는 재미있는 책이 무척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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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 엔젤 모중석 스릴러 클럽 28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박진재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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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수사관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음의 상처, 커다란 수술자국을 남긴 폭탄상처. 둘 중 가장 큰 상처는 말할 필요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음의 상처겠죠. 하지만 수사관은 그 위험한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폭탄을 만지고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만족을 얻어요. 그 사람을 보며 저는 참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싶었습니다. 매순간 목숨을 내놓고 임무에 돌입해야 하는 그 상황을, 저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제가 너무 겁이 많고 편안하고 안정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기 때문인걸까요? 하지만, 실제 그런 임무를 해내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든, 작품 속 주인공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주인공들은 크게 다칠지언정 쉽게 죽지는 않으니까요. 에헴. 아, 앞에서 소개한 우리의 주인공 수사관은 캐롤 스타키, 강인하면서도 여린 여수사관입니다.

 

이야기는 캐롤의 동료였던 찰리 리지오가 폭탄을 해체하려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긴장감, 불안한 예감은 어김없이 들어맞아서 찰리 리지오는 해체 과정 중 죽음을 맞죠. 폭탄의 성분, 모양 등을 분석하던 중 폭파범을 뒤쫓던 잭 펠 요원이 등장하여 범인의 정체는 미스터 레드라는 정보를 제공, 스타키와 펠 요원은 티격태격 알콩달콩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전체적으로는 3인칭 시점이지만, 펠 요원과 미스터 레드의 관점도 종종 등장해서 그들의 심리와 앞으로의 상황 등을 예측하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죽음과 다른 이의 고통에 환상을 가지고 잔혹함을 즐기는 미스터 레드는 요즘 자주 듣게 되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 여러 경찰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과연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게 되는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스릴러 소설입니다.

 

이해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면서도, 어째서 작품 속 폭파범들은 하나같이 폭탄에 열중하고 있는 걸까요? 심지어 자신의 손가락 몇 개를 희생하면서까지 말이에요. 실제로도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스릴러 소설 속 범인들의 마음은 하나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 투성입니다. 아, 이해가 되면 큰일나는 건가요. 그런 인물들을 창조해내기 위해 작가가 조사에 엄청 공을 들였다는 점은 앞부분만 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앞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폭탄 용어도 나오고 폭탄의 성분들이 등장하는 바람에 머리가 혼미해지긴 했어요. 하지만 사건의 줄기를 따라 작품속으로 빠져들면 마치 한 편의 화려한 액션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읽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물론 이런 소설에 등장하는 반전과 범인과의 한판 대결, 그야말로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살아남기 장면도 빼놓을 수 없겠죠. 또 서로에게 끌려 결국 사랑하게 되는 수사관들도요.

 

저는 주로 줄거리에 집중해서 책을 읽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약간 번역의 아쉬움을 느꼈다고 할까요. 뭔가 문장이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살짝 들었어요. 그리고 표시를 제대로 해놓지 않아서 어디인지 지금은 못찾겠지만 문맥상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한 군데 있었습니다. 저는 문장 쪽으로는 그리 까다로운 사람이 아닌데 그런 제가 몇 번씩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과 문맥이라면 그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발견하면 첨부하도록 할게요. 어쨌든 열대야에 허덕이는 여름밤, 한 편의 뜨거~운 액션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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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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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다 읽은 후 제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바로! -이봐요, 고타로 선생, 지금 나를 놀리는 거?-였습니다. '데뷔 15주년 결산, 혼신의 작품! [골든슬럼버 이후 3년만의 대형 신작 장편'이라는 홍보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저에게는 정말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흔히 하는 말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라 할까요. 아악! 저는 분명 이사카 선생의 팬입니다! 단편집 [피쉬스토리]에 한번에 필이 꽂혀 그 때부터 이사카 월드에 빠져들기를 사양하지 않았고 대작 [골든슬럼버]를 읽고는 이런 작품은 세상에 둘도 없을거야!-를 외치며 그의 팬이 되기를 자처했어요. [골든슬럼버]의 블랙코미디판이라 할 수 있는 [모던타임스]도 [골든슬럼버]만큼은 아니었지만 재밌었고 [그래스호퍼]도 나름 즐기며 읽었으나, 아아. 이번 작품은 가히 던짐을 부르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킬러들의 광시곡'이라는 부제처럼 신칸센 안의 여러 명의 킬러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들 와타루를 병원에 누워있는 신세로 만든 중학생 소년을 처단하기 위해 신칸센에 올라탄 전직 킬러 기무라, 의뢰를 받고 미네기시라는 거물의 아들을 구출한 밀감과 레몬, 어떤 트렁크를 가로채달라는 부탁을 받은 나나오, 그리고 그 어떤 킬러보다 잔혹한 악의를 간직한 중학생 소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러 명의 킬러들까지 이 신칸센 안은 킬러들이 한 차례 전쟁을 벌이기 전의 고요함과 긴장감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 외로 픽픽, 쓰러지는 킬러들입니다.

 

킬러들이 등장한다고 하면 굉장히 속도감있고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상상하기 쉽지만, 이 작품에서는 전혀! 그런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중학생 소년의 악의에 흠칫흠칫 놀라기는 하지만 마치 영화를 슬로우로 보고 있는 듯한 느린 전개가 속터지게 해요. 페이지를 확인할 때마다 150페이지, 230페이지 이런 식으로 읽는 속도가 더뎌졌어요. 내용 면에서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고 눈을 부릅뜨고 샅샅이 읽었지만 실패.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책 읽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어 이 책 저 책 신나게 읽고 있었는데 [마리아비틀]을 손에 쥔 후로는 그 어떤 책도 읽을 의욕을 잃어버렸답니다. 취향은 저마다 제각각이겠지만 이 책은 블랙홀 같은 작품이었어요, 제게는. 이게 과연 이사카 선생의 작품이 맞는가, 손에 책을 들고 부들부들 떨 정도였습니다.

 

이사카 선생님, 이대로 저를 블랙홀에 빠트려놓고 도망치시는 건 아니겠죠? 지금까지 당신에 대한 저의 신뢰를 이렇게 배신하는 건 아니겠죠? 당신에 대한 저의 마음은 포기할 수 없어서 별은 차마 두 개는 못 드리고 세 개 드렸으니까 다음 작품에서는 부디 저를 실망시키지 말아주세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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