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랑하라 고양이 - 가끔은 즐겁고, 언제나 아픈, 끝없는 고행 속에서도 ㅣ 안녕 고양이 시리즈 2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직접 동물을 기를 수 없는 나로서는, 귀여운 냥이들이 한가득 담겨있는 책을 보며 위로로 삼을 수 밖에 없다. 언제부터 냥이들을 좋아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TV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뚱뚱한 ' 돼지 냥이'를 본 후부터였던 것 같다. 동글동글하고 통통하고 푸근한 것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그 때부터 냥이는 어둠 속에서 눈이 번쩍번쩍 빛나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쫑긋한 귀와 털북숭이 다리,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쓰다듬고 싶은 젤리를 가진 환상적인 존재가 되었다. 분명 예전에는 냥이보다 강쥐들을 더 좋아했었는데, 결국 사람의 취향도 절대불변이라는 법칙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는 듯 하다. 조건이 된다면, 이왕이면 두 마리로 냥이들과 생활해보고 싶지만 미미한 아토피 덕분에 이렇게 책으로나마 마음을 달래보는 것이다.
매일매일 좋아하는 냥이들과 생활하면서 밥을 챙겨주고, 사진을 찍고, 그들과 함께 한 일상을 이렇게 책으로 펴낸 저자가 정말 부럽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로 고양이쪽 책으로는 유명해진 그가, [명랑하라 고양이]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이 책에 실린 냥이들은 도시의 냥이가 아니라 시골 냥이들이다. 그 중에는 집냥이들도 있지만 도시 못지 않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길냥이들도 있어서 순간순간 마음을 아릿하게 만든다. 그들과의 기쁜 만남 뒤에 또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이별의 순간들. 설레임과 가슴저밈과 아픔과 기쁨의 현장들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냥이들의 숫자는 좀 많다. 아직 생김과 무늬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이 냥이가 저 냥이 같을 때도 물론 있지만, 상세한 설명과 마을 지도, 관계도 등을 참고해 냥이들을 분별할 수 있었다. 저자의 집에서 오랫동안 급식을 받으며 생활한 자존심 센 바람이, 발라당의 달인이자 개울을 건너기 위해 자주 점프를 하던 살가운 봉달이, 봉달이가 뛰면 어느새 옆에서 같이 뛰고 있던 덩달이, 저자가 살던 동네 파란대문집의 마당고양이이자 뒷동산 산책을 즐기고 주변 풍경을 사랑하는 달타냥, 개울냥이네 가족의 수장인 까뮈, 개울냥이네의 막내인 여울이, 축사에서 생활하는 냥이, 까뮈가 낳은 아기냥이인 당돌이와 순둥이, 축사냥이 중 가장 여리게 생긴 여리 등 저자가 사료를 챙겨주고 애정을 쏟은 냥이들이 한가득이다.
바람이는 자존심이 세서 저자에게 사료를 배급받으면서도 한 번도 귀염을 떨거나 발라당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고마움을 표시할 줄 알던 냥이다. 파란대문집의 달타냥은 궁극의 산책고양이에 꽃을 좋아하며 봉달이는 최고의 발라당을 보여주는 냥이다. 축사냥이들은 더러운 물을 마셔 저자의 마음을 아프게도 하고, 죽은 줄 알았던 어떤 냥이는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모습을 드러내 기쁘게도 했다. 길가에서 살아가기에 늘 위험과 고통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던 냥이들의 삶들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위대하다는 깨달음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많은 정성이 들어간 책이다. 순간순간을 포착해낸 멋진 냥이 사진들에, 저자의 마음이 듬뿍 들어간 글, 귀여운 일러스트와 포토카툰까지 모든 것들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번 겨울도 무척 길고 추웠는데 길가의 냥이들은 잘 지냈을지. 부디 수많은 사람들이 냥이가 무섭고 자신의 생활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소중한 그들의 생명을 경시하거나 짓궂은 장난으로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