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혁신학교에 간다 - 대한민국 희망교육
경태영 지음 / 맘에드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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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 전부터 혁신학교에 관한 내용들이 궁금했다. 같은 교무실에 계시는 선생님 한 분은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셔서 나름대로 계획서도 만드시고 이리저리 연수도 들으러 다니시다가 결국 올해 혁신학교로 발령이 나셨다. 어찌어찌하다가 연수도 챙기지 못하고 혁신학교에 대한 막연한 생각에 자료도 미비한 나는, 인터넷을 통해 혁신학교에 대한 정보들을 얻어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그 양이 적기도 하고 구체적인 내용들을 찾지 못해 마음 속 발을 동동 구르며 올 한 해는 또 어떤 수업과 학급경영을 해야 하나 걱정만 가득 안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알게 된 이 책. 사실 책을 받아들었을 때조차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혁신 :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함+학교 : 일정한 목적, 교과 과정, 설비, 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일정한 목적, 교과 과정, 설비, 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의미. 책의 첫머리에 나와있는 혁신학교의 정의다.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인권이 무시된 채 좋은 성적을 거두어 높은 평가를 받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을 최대 목표로 삼게 된 공교육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외면으로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아무리 변명하고 무시하려 해도 그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이제 그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대책이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 시작한다. 경기도교육청은 2009년 9월 13개 학교에 이어 2010년 3월 20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여 이미 운영중이고 2011년에는 그 숫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며 서울시교육청도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300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지와 화합, 문제의식 공유와 실천을 강조하는 혁신학교 7곳의 사례가 실려있다. 국어 시간에는 연극을, 음악시간에는 영어뮤지컬을 배우며 건강한 심성을 기를 수 있는 조현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생태체험학습에 도우미교사로 참여하고 아빠와 함께하는 학교캠프가 있는 서정초등학교, 학생들이 음악과 춤, 극 등을 선택해 다양한 예술장르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남한산초등학교, 친구 사랑의 날과 등굣길 하이파이브가 인상적이었던 장곡중학교, 지역 네트워크 활용이 돋보이던 덕양중학교, 해외통합기행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이우학교, 교장선생님에게 보낸 친근한 문자가 인상적인 흥덕고등학교. 초중고에 따라 교육과정은 각각이었지만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암기위주의 공부보다는 몸으로 느끼는 생활,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볼 수 있는 기회부여, 학생과 교사의 열린 소통, 지역사회와의 연계,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인상적인 학교들이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이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학교 가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에서는 우려가 없지 않다. 모든 학교들이 혁신학교가 아닌 지금,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암기식 공부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학습을 행해온 아이들이 전혀 다른 교육과정을 가진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생기는 괴리감과 그로 인해 불거져 나올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또한 혁신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소외감 등은 어떻게 하나. 실제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혁신학교에 보내기 위해 이사를 다니고,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에는 전학생을 받지 않겠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고 하니 교육적으로 거두는 성공 외에 차근차근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가 변하기 위해서는 수업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고 그 안의 구성원들이 바뀌어야 한다. 또한 실제와 맞지 않는 대학입시체제도. 공교육은 더 이상 입시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고 삶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혁신학교는 그 방법의 일환이다.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참여와 소통으로 아이들과의 미래를 꿈꾸는 학교, 그 곳이 바로 혁신학교의 시작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또 새로운 학년을 맞을 준비를 하는 학부모와 교사가 읽는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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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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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군이 모여 생긴 도시 유메노. 유메(꿈)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이 도시는 꿈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새로운 도시로의 위상을 높이고자 드림타운같은 쇼핑몰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미 쇠락해가는 도시의 어둠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걸까요. 이미 도시는 꿈을 잃은 채 그 날 그 날을 겨우 숨쉬며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젊은이들은 거의 대도시로 떠나고 남은 것은 젊은이들 중에서도 유메노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 뿐입니다. 도시를 채우는 것은 끊임없는 어둠과 어리석은 인간들이 내뿜는 악취. 그 중 소개된 다섯 사람-아이하라 도모노리, 구보 후미에, 가토 유야, 호리베 다에코, 야마모토 준이치-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하라 도모노리는 시청의 사회복지사무소에서 일하는 공무원입니다. 자신의 일에 그 어떤 보람도 느끼지 않고 기계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무기력한 사람이죠. 자신의 일도 감당하기 벅찬데, 윗선에서는 생활보호대상자 수를 줄이라는 지침이 내려오니 요즘은 죽을 맛입니다. 구보 후미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에요. 열일 곱 소녀이지만 누구보다 유메노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대학은 꼭 도쿄로 가겠다는 꿈을 안고 있는 당돌한 아가씨죠. 학교에서조차 유메노를 떠날 학생과 유메노에 남을 학생들로 구분되는 현실. 그녀는 도쿄의 여대생이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도 학원으로 향합니다. 세일즈 판매를 하고 있는 가토 유야는 폭주족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지금은 폭주족 시절 보스였던 가메야마 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말이 좋아 일이지, 엄밀히 따지자면 사기에요, 사기. 마트에서 보안담당으로 일하는 호리베 다에코는 남편과 이혼하고 두 자녀와 떨어져 사는 여성입니다.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사슈카이라는 종교로 달래는, 조금 불쌍한 사람이에요. 야마모토 준이치는 지역 인사로 뒤가 구린, 그러면서 심지는 강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구보 후미에가 좋아하는 야마모토 하루키의 아버지기도 하고요. 

[꿈의 도시]는 아이하라 도모노리를 시작으로 이 다섯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됩니다. 챕터 1이 아이하라 도모노리의 이야기라면 챕터 6은 되어야 다시 그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 중간에 사건이 벌어져 구보 후미에의 이야기가 몇 번 빠지니까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도 없겠군요. 어쨌든 이 다섯 사람의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어두컴컴해져요. 어쩌면 이리도 생명력 없는 인생이 있을 수 있나, 어쩌면 이렇게도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는가, 어쩌면 이렇게도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고 일을 해결하려 하는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아무 보람도 없고, 꿈도 없고, 남에게 해를 가하고도 죄의식도 없고, 외로움도 괜찮다고만 하며 사이비라는 것이 뻔히 보이는 종교에만 의지하는 사람들. 지역 인사라는 사람들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고 안에서만 권력을 휘두르며 볼썽 사나운 모습을 감추지도 않고 겔겔 거리며 웃고 있는 곳. 그런 유메노를 벗어나고자 꿈꿨던 구보 후미에만이 어쩌면 밝은 앞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녀에게 닥쳤던 일을 잘 극복한다면요. 

두께에 비해 슉슉 잘 읽히고 초반에는 재미도 있었지만 제가 별 세 개를 준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 작품에는 그냥 '이야기'만 있다고 할까요. 결말이 궁금해지는 읽는 '재미'는 분명 있었지만 저는 아무 감동도 느끼지 못했어요. 가슴을 짠하게 울려주는 메세지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스무살 도쿄] 입니다. 일견 가벼운 청춘소설로 짐작되겠지만 의외로 그 안에 감동과 교훈이 숨어 있어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재미도 있고요. 제가 읽다가 지하철 안에서 깔깔 웃어버렸다니까요. 마이니치 신문은 '마지막에 암흑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비춰 오는 것 같은 감동이 있다' 라고 했지만, 저는 구보 후미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성장한 사람은 없다고 느꼈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오싹해진 장면이 바로 마지막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 호리베 다에코의 경우도 빼고요. 그녀는 조금,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예전의 길을 반복할 것 같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거든요. 빛을 느꼈다면 이들에게서가 아니라 유메노의 다른 사람들 쪽에서라고 할까요. 

이번 작품은 개인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만 되고 제대로 된 마무리가 되지 않은 느낌에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셨을 지 궁금하네요. 아니면. 오쿠다 히데오는 그런 아쉬움을 일부러 조장한 것일까요? 꿈이 존재하지 않는 도시 유메노에서 일어난 일이니까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래도 다음 작품을 늘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작가임에는 분명합니다. 이야기는 재미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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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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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해가 되면서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정작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주위 사람들이 오히려 소란스럽다. 어제와 오늘이 그리 다를 것 없고 평소 때는 나이조차 잊고 사는데 왜 저러나 싶으면서도, 약간의 팔랑귀를 타고난 나는 또 점점 마음이 이끌려간다. 괜히 센티멘털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난 아직 청춘이야, 이거 왜 이래!'라는 오기도 생겨서 괜히 이 책이 읽고 싶었더랬다. 그리고. 2010년 한 해는 이러저러 마음 다칠 일이 또 많았어서, 이 책이 눈에 들어온 시기에, 난 정말로 아팠더랬다.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스트레스보다 큰 만병의 원인은 없는 듯 하다. 그리도 아프고 저리던 몸이 방학을 맞음과 동시에 점점 괜찮아졌으니까.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파온다는 말을, 난 태어나서 두 번째로 경험했더랬다. 

사람은 참 간사한 동물이다. 좋고 즐거울 때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던 에세이들이, 종교가, 마음이 힘들고 몸이 아프니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임용고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지친 마음을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로 달랬던 그 때처럼. 그러니 위의 평점은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평가라 하겠다. 실제로 읽어보면 나보다는 지금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나, 취업난에 허덕이는 어린 청춘들에게 더 적합하다는 느낌을 받겠지만 그들보다는 조금, 아주 조금 성숙한 청춘인 내가 읽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다만 어린 청춘들이 100% 청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면, 나는 청자와 화자의 입장을 번갈아가면서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고 할까. 

그는 선생이라 했다. 학생들을 꿈꾸게 만들고 그 꿈을 이루도록 도와 주는 사람, 그런 좋은 선생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새해 목표를 정했다. '학생들을 꿈꾸게 만들고, 그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자고. 유독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것 같은 말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 것은,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부밖에 모르는 아이들, 학교와 집 안에서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떠먹여주던 밥만 열심히 받아먹던 아이들이 대학에 가면 어떤 마음이 들 지 조금은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성실했던 아이들일수록, 공부를 잘하고 부모님 기대에 부응했던 아이들일수록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는 가혹하고 그만큼 고통스러울 것이다. 

김난도 교수의 말 중 첫 번째로 공감한 것은 '대학에 진학해서 처음 느끼는 어려움은 '목표가 퍼져버리는 것'이다'라는 부분이었다.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가 달성된 후 무엇을 할 것인지가 순간 막연해지면서 생겨나는 아픔. 이 아픔을 이미 아이들은 겪고 있다. 수시에 합격하거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와서 하는 말 중 거의 대부분은 '시간은 많은데 생각보다 할 게 없다' 였다. 그는 그런 아이들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믿으라고 말한다. 실수는 자산이니 멋진 실수를 해보고 치밀했던 삶의 계획에 여유를 두고 다소 우연에 기대어 보라고. 그렇지 않아도 불안해하고 초조해 할 스무 살 청춘들에게 이보다 더 위로가 될 말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눈앞의 것에 연연하지 말고 넓게 미래를 바라보라는 뜻의 많은 말들은 그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될 것이다. 

아무래도 대학 교수이다보니 자신이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것,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 생각했던 것들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단순히 아픔을 위로받을만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간지점에서 자신의 목표를 재검토해보고 싶은 사람, 새로운 목표를 세웠는데 단순히 '나이'와 '시간'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어느 정도는 자신감과 위로를 얻을 수도 있겠다. 내 경우에는 이 이야기들에 직접적인 위로를 받았다기보다, 그의 말과 나의 행동들을 비교하고 반성하고 새로운 일년을 계획할 수 있었다. 항상 곁에 두고 내 일로 인해 힘들어질 때마다 꺼내 다시 읽어보고 싶다. 

사람은 괴로워하고 아파하고, 익숙해지면 또 괴로워하고 아파하면서 살아가기 마련인 것 같다. 나이에 신경쓰지 말자. 속도에도 신경쓰지 말자. 도전과 용기는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필요한 것임을 늘 기억할 수 있기를. 불안하고 막막하고 흔들리고 외로워도 삶에 대한 열정과 용기, 담대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늘 청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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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연의 도쿄 집밥
박계연 지음 / 삼성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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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겨울밤 요리 레시피가 가득 실린 책을 읽는 건 고문에 가깝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동안 몸이 많이 지쳐있었는 지 방학에 돌입하자마자 식욕이 왕성하게 살아나버려 늘 입이 심심하고 뱃속이 허전하다. 게다가 이미 맛을 알고 있는 일본요리 레시피를 보고 있으려니 애꿎은 냉장고만 수난시대다. 방학만 되면 결심하게 되는 요리! 언제나 이번 방학 때는 꼭 열심히 음식도 만들어보고 연습도 많이 해서 도시락을 준비해야지 결심하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막상 만들어보려고 하면 이것저것 들어가는 양념에, 그거 한 번 만들려고 재료를 사야 하냐는 어무이 눈치에, 게으름까지. 핑계같지만 요리 레시피들이 또 엄청난 정성과 시간을 요구하는 탓에 늘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던 거다. 하지만! 올 겨울은 달랐다! 고 방학 끝에 외치고 싶다. 

일본에 어학연수 갔을 때, 초기에는 음식에 적응을 잘 못했었다. 밥 반찬이라 하기에는 달달한 간에 어쩐지 느끼한 맛이 어우러져 소화가 잘 되지 않아 한동안은 김치를 옆에 끼고 살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맛도 그리워진다. 그 중에서도 시간이 흘러 아주 좋아하게 된 니쿠쟈가(고기감자조림). 그 달달한 맛에 지금도 침이 고이는 것이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이 책을 보니 그나마 우리나라 요리보다 방법도 간단하고 쉽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안심은 된다. 이 책을 슬쩍 넘겨보신 우리 어무이 '이 정도는 누워서 떡먹기네!' 라고 하셨을 정도. (어무이는 요리의 베테랑이라 그러신 건가 @.@)

저자조차 들어가기에 '우리 한국 요리에 비해 만드는 과정이 간단하고, 들어가는 양념의 재료도 많지 않다. 좋은 다시마를 이용해 맛있는 국물을 만들어내고, 요리에 맞는 간장과 된장을 이용해 생선을 굽거나 조리거나 하면 된다' 라고 적어놓았다. 대충 훑어보니 양념이라고 해야 정말 다시마 국물에 간장에 일본 술 정도가 전부다. 거기에 좀 많이 들어간다 싶으면 미림이나 설탕이 추가되는 정도. 대신 양념들의 황금비율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재료가 본래 가지고 있는 맛을 죽여서도 안되고 국물은 정성스럽게 우려내야 하며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 또한 양념에 주로 마늘을 사용하는 우리와는 달리 생강이 들어간다는 점이 조금 독특하다. 

레시피는 크게 열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돈부리(덮밥요리), 미소(된장요리), 쇼유(간장 요리), 오사케 안주 요리, 멘(국수 요리), 오코메(쌀 요리), 오나베(전골), 다이콘(무요리), 와후(일본식 세계 요리)에 마지막 10 챕터는 도쿄 음식 문화에 대한 에세이다. 다른 사람과 음식 나누어 먹기를 싫어하고 적은 양을 담아 먹는 특성이 있다보니, 재료의 양이 적다. 만드는 방법도 길어야 번호 6까지일까.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오야코동(닭고기덮밥)의 만드는 순서가 6번까지인데 마지막 6번은 잘 옮겨 담는다는 내용이니 실질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다는 내용 되겠다. 

다른 요리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요리 문화 에세이집이다. 일본 요리 레시피 뿐만 아니라 음식에 담긴 일본문화까지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남편 분이 일본 사람이라 그런지 나도 미처 몰랐던 것들, 그저 먹기만 할 줄 알았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상황들에 대해 조근조근 설명해줘서 요리와 일본문화에 대한 친근감이 더해진다. 난 여전히 '만들어보고 싶다' 보다 '먹고싶다!' 를 더 강하게 외치는 쪽이기는 하지만, 이 게으름, 이 요리에 한 번도 발 들이지 않았던 그 동안의 시간을 모두 타파해보련다! 조만간 '제가 만든 요리에요~!' 라는 포스팅이 올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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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 - 다시 만난 겨울 홋카이도 윈터홀릭 2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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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의 리뷰를 여행에세이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떠날까 말까 고민하다가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결국은 포기한 곳, 홋카이도 여행서로요. 겨울이면 늘, 홋카이도에 대한 동경에 시달리는 것 같아요. 고2 때 본 영화 <러브레터> 속 하얀 눈더미들에 대한 환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일까요. 이왕이면 연인과 함께 가서 '나 잡아봐라~'놀이도 해보고 싶고, 영화 <러브스토리> 의 주인공들처럼 눈 속에 쓰러져도 보고 싶어요. 아웅! 행복한 추억이 자리잡고 있을 것만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련한 쓸쓸함으로 다가오는 곳, 홋카이도. 내년 겨울에는 오타루에 가서 꼭 대게를 먹어보고 싶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렇죠? 

두어 달 전쯤 읽은 [홋카이도 보통열차]에서 홋카이도의 여름을 맛볼 수 있었다면, [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홋카이도의 완연한 겨울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쩐지 싱싱하고 활기차 보였던 홋카이도가, 이 책에서는 더없이 쓸쓸하고 허무하게 그려져 있어 책을 읽는 시간들이 줄곧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홋카이도 보통열차]의 저자도 많은 고민을 안고 오른 여행길이었던만큼 중간중간 생에 대한 망설임과 쓸쓸함이 배어나왔는데, [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타고난 감성에 겨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그 곳의 모습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고 할까요. 중간중간 쓰인 단상들에 가슴 한 켠에 싸한 바람이 지나가곤 했답니다. 

[홋카이도 보통열차]에서는 눈과 (상상가능한)미각으로 즐거웠다면, [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보다 짜임새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직 생소한 지명이기는 하지만 비에이, 하코다테, 아사히카와, 아바시리, 왓카나이, 구시로, 아칸, 오타루, 아사히카와, 우토로, 노보리베쓰, 오오누마, 삿포로. 작가의 생각과 일상이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사진을 감상하고 분위기에 심취할 수 있을 정도로, 딱 그만큼만 곁들여져 있는 것이 최대 매력입니다. 전 여행책을 볼 때 작가의 글보다는 사진을 주로 보는 편이에요. 여행지에서는 누구나 감성에 젖고 자기연민에 빠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전 그런 감정들을 보란듯이 드러낸 책들을 아주 싫어해요. 뭐랄까, '나 아파, 그러니까 나 좀 위로해줘' 라는 응석이 가득찬 책들이 되어버린다고 할까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그만큼 사진이 멋져서 온통 사진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겨울의 홋카이도는 여행자금도 많이 들고 무척 춥다고 해요. 하지만 '홋카이도=겨울, 겨울=홋카이도' 라는 생각을 가진 것은 저 혼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추워도 홋카이도의 제대로 된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역시 겨울이 제격일 것 같아요.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저지만, 내년 겨울에는 꼭! 설원 속에서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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