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칭 파이어 헝거 게임 시리즈 2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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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냐하하하하하! 1년 여의 긴 기다림이 끝나고 <헝거게임> 시리즈의 제2부 [캣칭파이어] 가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헝거게임] 을 읽고 방안을 굴러다니기를 몇 번! 정말 길고도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판엠의 수도 캐피톨이 더 이상 반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매년 조공인을 뽑아 생존게임을 벌이게 하던 어느 날, 우리의 주인공 캣니스의 용기와 지략, 본능에 의해 예기치 않게 두 명의 우승자가 나왔더랬죠. 경기 내내 그녀의 곁을 지켜준 피타와 집으로 돌아간 후 캣니스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 동안의 기다림이 너무 아까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아껴가며 읽으려 했으나 결국 저도 모르게 몰입, 무아지경에 빠져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끙. 

독이 든 딸기를 꺼내 자신과 피타의 목숨을 구한 캣니스이지만 그녀의 악몽은 끊이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유대관계를 맺었던 11번 구역의 루가 죽음을 맞던 순간이 계속 꿈에 나타나고, 자신의 돌발적인 행동이 판엠 전체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을 지 노심초사. 결국 우승자 투어를 앞두고 찾아온 스노우 대통령의 협박(?)으로 그녀는 자신의 행동에 아무런 반항의 의미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그것도 빠른 시일 안에. 하지만 캣니스가 모르는 사이 그녀는 어느 새 혁명의 상징이 되어 있었고 실제로 몇 개 구역에서는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공포와 두려움으로 도주 계획까지 짠 캣니스. 그러나 자신이 혁명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동생 프림과 같은 많은 아이들을 구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용감하게 맞서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 때. 반란 세력을 억누르기 위한 스노우 대통령의 계략으로 헝거게임 75주년 기념 게임에 그녀와 그녀를 비롯한 역대 우승자들이 다시 한 번 헝거게임으로 돌아가게 되어버렸습니다. 

반란이 일어나리라는 것은 1부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2부에서 가장 궁금하고 기대했던 이야기는 캣니스와 피타, 그리고 게일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궁금하셨을 듯.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 아이같은 건 낳지 않겠다고 결심한 캣니스의 마음은 대체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요. 늘 목숨바쳐 자신을 지켜주고 캣니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피타와 짐승남의 냄새를 풍기는 게일. 현재 캣니스는 게일과 피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만약 다른 시리즈에서 여주인공이 이런 모습을 보였다면 냅다 욕을 해주었을텐데 캣니스가 미워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저의 <헝거게임>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 항상 '내가 이들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생을 위해 헝거게임에 자원하고, 침착하게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고통스런 순간이 다가와 절망할지언정 금새 마음을 정리하고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는 캣니스에게서는 강한 의지와 당당함이 느껴져요. 자신의 안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늘 캣니스만을 생각하며 그녀를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까지 되어 있는 피타를 보면서는 울컥하기도 하구요. 헝거게임 우승자 중 조공인을 뽑는다는 방송을 보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들어가게 해달라며 헤이미치에게 부탁했다는 대목에서는 또 한 번 바닥을 뒹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피타 편애해요. 희생하는 피타이니만큼 그가 원하는 단 하나, 캣니스의 사랑을 꼭 받게 되면 좋겠어요. 

제가 너무 그들의 애정관계에만 집중한 것 같지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긴장감도 굉장하고, 인물의 미묘한 심리 또한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울컥울컥하게 만드는 장면도 있고, 문체는 건조한데 거기에서 뿜어져나오는 감정의 깊이가 꽤 좋아요. 반란의 시작, 행동이 있었으니 이제 마무리만 남은 셈인데 작가가 과연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완성할 지 기대가 큽니다. 3부는 부디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시 1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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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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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관심을 가진 작품은 [설계자들]이었다. 여기에서 '설계자'란 돈을 받고 누군가의 죽음을 의뢰받아 이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게끔 전체적인 구성을 짜는 사람을 말한다는데, 영화 <인셉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뭔가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 하지만 작가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른 채 무턱대고 덤벼들 수는 없는 법. 결국 오래 전에 구입하고 고이 책장에 모셔둔 [캐비닛]을 꺼낸다.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작품 [캐비닛].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는 것에 그리 큰 신경은 쓰이지 않지만 먼저 이 작품을 읽은 지인이 꽤 괜찮은 작품이라고 미리 언질을 주었기 때문인지 거는 기대가 꽤 크다. 

처음에 몇 장을 읽고 난 후 다시 표지를 들여다봤다. 분명히 장.편.소.설이라고 되어 있는데, 작품의 형식이 연작단편식이라 뭔가 잘못 안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분명히 '13호 캐비닛'이라는, 우리가 사무실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평범한 캐비닛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서인도제도의 마르티니크 섬 상피에르에서 일어난 화산폭발과 그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루저 실바리스가 툭 튀어나왔다. 재난에서 살아남은 후 사막으로 가서 상피에르 사람들에 대해 우스꽝스러운 글을 남긴 그. 순간 '우웅?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든 것도 당연하지 싶다. 

13호 캐비닛은 주인공의 직장에 폐물처럼 숨겨진 캐비닛이다. 그 캐비닛의 원래 주인은 권박사. 그는 사십 년 동안 그 캐비닛 안에 들어있는 자료를 모으고 연구했다. 캐비닛 안 자료는 사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바로 심토머(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니까. 누군가는 식수 대신 휘발유를 마시고 누군가는 강철을 씹어먹고, 또 누군가는 신문을 읽으면서 그 종이를 삼킨다. 몸에서 은행나무가 자라기도 하고, 도플갱어를 만나기도 하며 두 달에서 이 년, 혹은 더 긴 세월을 잠으로 보내는 토포러도 있다. 분명히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내리고 보니 몇 달, 혹은 몇 년이 통째로 사라진 것을 경험하는 타임스키퍼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고양이로 변신하고 싶어하는 남자, 한 몸에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는 사람의 자료도 이 캐비닛 안에 들어있다. 분명히 실재하는 것은 아닐텐데 어느 순간 '나도 이렇게 되면 좋겠다!'고 바라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보이는 것은 오히려 현실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들, 하지만 실제로 겪는다면 조금 황당할 법한 이야기들이 줄줄 이어진다. 전체 분량이 조금 긴 듯도 하고,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살짝 산으로 가는 듯한 맛도 나지만 -어떻게 이런 존재들을 만들어낼 생각을 했을까- 감탄할 정도로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한 챕터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살짝살짝 등장하는 단상도 참 맛깔지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지 어쩌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역할은 크지 않다. 그는 그저 평범한 소시민. 심토머들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할 수 있게 될 지 확신조차 갖지 못한 인물이다. 그의 역할은 다만 지켜보기, 혹은 심토머들의 배출구다. 어디에서도 풀 수 없는, 간혹 찾아오는 좌절과 절망감을 권박사에게, 그리고 이제는 주인공에게 털어놓으며 그들은 자신의 삶을 받아들인다. 어쩌면 그들의 세상에서는 그저 지켜봐주는 사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가장 절실했는지도 모르겠다. 

[캐비닛]을 읽고 나니 [설계자들]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아직 내 책장에는 읽을 책이 수없이 많이 쌓여 있고 읽고 싶은 책도 많지만 '어쩔 수 없이' 설계자들도 그 아이들의 가족이 될 것만 같은 느낌. 우리 소설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이후 또또 새삼 깨달아서 괜히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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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놀 천사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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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애정해마지않는 지로 아저씨의 신작입니다 갑자기 요 한 문장으로 리뷰를 끝내도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만 쓰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솟아나요. 그만큼 온몸으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쓰는 좋은 작가에요. 지로 아저씨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쓸 때마다 언급했던 것 같지만, 다시 한 번! [칼에 지다]를 읽지 않았다면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 조용히 서점으로 달려가셔서 책을 손에 드시길 권유합니다. 어떤 분은 지로 아저씨의 작품이 모두는 좋지 않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같은 경우는 다른 작품들도 다 좋더라구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칼에 지다]는 그다지 취향을 타지 않는 작품이니 꼬옥! 읽어보세요  

[저녁놀 천사]는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린 단편집입니다. 저는 단편집을 그리 좋아하지 않음에도 지로 아저씨의 작품이라면 단편도 상관없이 모두 읽어요  네, 제가 좀 편애하는 경향도 있어요. 하지만 지로 아저씨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보셨거나 저를 좀 아시는 분이라면 '아, 얘는 이럴만 해'라고 아마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것은 저의 지나친 착각일까요. 남들이 뭐라하든, 저는 계속 지로 아저씨를 사랑할 거에요! 편두통으로 인한 정신없는 리뷰, 그래도 계속 읽어주세요! 에헴! 약도 먹었으니 이제 얌전해질게요. 

표제작 <저녁놀 천사>는 자신의 가게에서 잠깐 일하다 사라진 여자를 그리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첫번째 결혼으로 심한 상처를 받고 그 아픔을 잊을 수 없어 50이 넘는 나이까지 아버지와 둘이 장사를 하며 살아가는 이 남자의 가게에, 준코라는 여자가 잠시만 머물게 해달라며 통사정을 하죠. 처음에는 마뜩찮았던 남자지만 어느 새 그녀는 남자의 가슴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진 준코. 그녀가 떠나고 일년 반 후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남자는 잊은 듯 살았던 그녀를, 자신이 얼마나 사랑했는 지 깨닫게 됩니다. 나이도 자실만큼 자신 어르신이 그 사실을 깨닫고 훌쩍훌쩍 우는 장면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모든 감정은 강렬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죠. 

<저녁놀 천사>의 감성이 조금 약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 뒤의 이야기들이 모두 주옥같습니다. <차표>와 <언덕 위의 하얀 집>은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두 작품의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차표>에 등장하는 소년이 우리나라의 <소나기>를 연상시킬만큼 착하고 순수하다면 <언덕 위의 하얀 집>의 소년은 이제 반항기에 접어든 아이에요. 둘 다 성장하기 위해 한 계단을 밟는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계단이 어떤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성장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를 비교하면서 읽어보신다면 절로 '캬~'소리가 나올 겁니다. 

<호박>은 공소시효를 일주일 남겨둔 남자와 우연히 그를 찾아낸 형사의 이야기가, <나무바다의 사람>은 작가의 자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에요. 하지만 이 여섯 작품 중에 가장 강한 '캬~'를 연발하게 만든 이야기는 바로 <특별한 하루>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고, 뒤통수를 탁 얻어맞은 느낌으로 연달아 세 번을 다시 읽었습니다. 작가가 만들어낸 추리소설같은 기발한 설정과 가슴으로 깊이 전해져오는 감동에 환성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한순간이라는 척도를 영원으로 바꾸는 방법을 발견한 사람들'의 이야기거든요. 저는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아낌없이 별 다섯을 칠했습니다! 

책을 읽다가 쪼콤 아쉬움을 느끼게 한 것은 단 하나의 번역이었습니다. <언덕 위의 하얀 집>에 '정사'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문맥에 따르면 이 '정사'는 므흣한 그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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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자
막심 샤탕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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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이 작가의 이름을 그냥 지나치실 수는 없을 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 <악!> 시리즈의, 이름만 달콤한 샤탕 아저씨의 [약탈자] 입니다. 모르는 분들은 <악!> 이 비명을 지를 때의 '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잔혹하고 소름끼치는 묘사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라 그 '악!'도 잘 어울리지만, 여기서는 그의 작품 [악의 영혼] [악의 심연] [악의 주술] [악의 유희] 를 일컫는 말이랍니다. '악'이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릴 정도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범인들과 잔혹한 묘사로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은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해요. <악!> 시리즈 이후, 샤탕 아저씨의 작품을 접해본 적은 없지만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 라는 문구와 양의 탈을 쓴 사람이 서 있는 표지에 끌린 소설입니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의 배경은 '전쟁터'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한 번도 본 적 없고 원한을 가진 적조차 없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색의 군복을 입었다고 해서 타인을 죽이는 것이 통용되는 또 다른 세상이죠. 아무리 적군이라고 해도 눈 앞에서 한 생명이 꺼져가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없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많은 세월을 트라우마로 고통스러워하는 게 아니겠어요? 갑자기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이미 그 사람이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한 소설의 문장이 생각나네요. 그런 전쟁터에서 단순히 쾌락을 위해 병사들을 죽이는 살인마가 나타납니다. 그를 잡기 위해 현대의 프로파일러 같은 헌병들이 등장하죠. (전 잘 모르겠는데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하는 헌병들이 있는 지 궁금하네요) 

이 작품의 매력은 단연 헌병대의  크레이그 프레윈 중위입니다. 과거 한 사건으로 인해 인간의 심연에 자리잡은 어둠에 대해 익숙한 프레윈 중위는 그 동안 접한 여러 사건을 통해 자신만의 이론을 가지고 있죠. 범인이 남긴 시체, 현장에 남긴 증거, 범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 등을 통해 범인이 누구인가를 추리합니다. 마치 제가 좋아하는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는 것 같았어요. 한 단계 한 단계 범인에게 근접하는 프레윈 중위. 그런 그에게 사건 초반부터 범죄수사에 가담하게 요청한 간호사 앤 또한 수수께끼의 인물입니다. 범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 앤이 이번 범죄를 통해 자신에게서 발견하고자 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요. 사건 수사와 함께 인물들이 간직한 어둠에 대한 의문까지 의혹으로 가득한 작품입니다. 

제가 간격을 두고 읽어서일까요? 이번 작품은 조금 지나치게 템포가 느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범인에게 다가가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느낌. 범죄수사로 유명한 프레윈 중위가 유독 이 사건에서만 헛다리를 짚는 것 같은, 그런 계산된(?) 설정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속도감 있게 슉슉 넘어가는 그런 이야기를 원했는데 말이죠. 다만 누가 범인인지에 대해 자꾸 머리를 굴리게 된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전쟁터를 배경으로 한 만큼 그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해하게 되는 고통에 대해 조금 더 설명되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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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7일 모중석 스릴러 클럽 25
짐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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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케이블에서 방송되는 <수파스타 K> 시즌2에 푹 빠져있습니다. <수파스타 K>가 방송되는 금요일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을 정도로요. 호홋. 그렇다고 사전 인터넷투표와 대국민문자투표에까지 참여할 정도는 아니구요, 그저 그들의 열정을 함께 즐기는 거죠. 자신들이 발견한 꿈을 좇아 앞만보고 열심히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이 참 좋아요.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2억이라는 상금과 앨범발매도 그들의 열정을 변질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중간에 탈락한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는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요. 금요일밤 <수파스타 K>를 보고 나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기도 합니다. 으헥. 

장안의 화제인 <수파스타 K>인만큼 여러 가지 논란도 많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의 독설과 매주 탈락자를 선정하는 방식, 리얼리티 쇼인만큼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보는 이로 하여금 '잔인함'을 느끼게 한 탈락자 발표 등이 그것입니다. 여기에 대국민문자투표 또한 참가자들의 실력이냐 스타성이냐를 판가름한다는 점에서 꽤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들썩들썩하게 했습니다. 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참가자가 8일 탈락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전 개인적으로 8일 탈락한 K군의 목소리, 좋아합니데이.  누나의 팬심이라고 할까요. 크하핫. 요렇게 누군가에게는 탈락의 눈물을, 누군가에게는 승자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인터넷과 문자투표 등이 참가자들의 생사를 결정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24시간 7일] 의 소재는 '리얼리티 쇼'입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수잔 콜린스의 <헝거게임> 시리즈, 기시 유스케의 [크림슨의 미궁], 영화 <10억>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소재죠. 근육퇴행위축증을 앓고 있는 딸 제나를 위해 쇼에 참가한 다나, 조종사였던 저스틴, 수의사 네리네, 용접공 버튼, 도축업자 브렌다, 과거에는 수녀였지만 현재는 교사인 노라, 영매 패도라와 시스템관리자 코리, 의사 듀테트레와 어부인 포스터, 회계사 찰스, 중개소를 운영하는 르네. 이렇게 12명은 쇼에 참가하기 위해 바사 섬으로 향합니다. 2백만 달러의 상금과 재미를 위해 참가한 쇼는 '컨트롤'이라는 범인에 의해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로 다가오고 참가자들은 하루에 한 명씩 죽음을 맞게 됩니다. 다름아닌 시청자들의 '인터넷 투표'를 통해서요. 

생존자들의 몸 속에 투여된 에볼라 바이러스만으로는 긴장감을 극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는 지, 작가는 외부적으로도 이들을 공격합니다. 바사 섬에 갇힌 참가자들이 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섬을 봉쇄하는 한편, 배를 타고 섬에서 나온 참가자들 중 일부를 무참히 죽이기도 하죠. 게다가 참가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지닌 상처, 약점과 싸워 이겨서 인터넷 투표수를 50% 차감시킬 수 있는 안전석까지 얻어내야 합니다. 대체 '컨트롤'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는 지, 참가자 중 섞여 있는 공범은 누구인지, 엘리엇 케이 사이먼이라는 정신이상자가 원하는 '신'이라는 존재는 무엇인지 갖가지 의혹 속에서 전개되는 이 작품은, 그러나 전혀 혼란스럽지 않고 매끄럽게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갑니다. 긴장과 스릴, 엄청난 속도감은 마치 눈 앞에서 영상이 흘러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이 쇼에 열광합니다. 참가자들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표의 수는 한정없이 올라가죠. 참가자들에게는 '현실'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단순히 '쇼'에 지나지 않는 겁니다. 나에게 닥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앞에서 아무리 시청자들에게 살인자라고 외쳐본들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겁니다. 우리는 과연 어떨까요. 만약 실제로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 투표를 하지 않게 될까요?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고서는 그 어떤 일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불가사의한 인간의 심리니까요. 발전된 기술로 생활의 편리함을 얻게 된 우리지만, 그 기술의 어두운 부분도 살펴볼 때인 듯 합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상황에서조차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버리기도 합니다. 잔인한 리얼리티 스릴러이지만 이 작품이 그리 무섭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래도 인간은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작가가 은연 중에 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기술이, 문명의 발달이 도저히 파괴시킬 수 없는 인간의 소중한 무엇. 그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가슴 한 쪽에서 '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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