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제17호 - Summer, 2010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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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팔레스타인 문학을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새로운 나라의 새로운 문학, 그들이 전하는 글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 지 궁금했거든요. 저는 가끔 우리나라에 번역되는 외국문학을 보면서 '다른 나라의 베스트셀러까지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가장 흔히 접할 수 있게 된 일본문학도 재미있는 책들이 전부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저의 책욕심이겠지만 가끔은 아쉬운 기분이 든답니다. 전 세계에 있는 책을 다 읽어보고 싶다, 재미있는 책이라면 어느 나라에서 쓰여졌던 상관없다. 아마 저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기분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이런 문예지를 통해 팔레스타인 문학을 접할 수 있다는 건 상당히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겠죠. 쉽게 가 볼 수조차 없는 곳이고 그런 나라의 문학을 접한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일테니까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문예지여서 기대 반 설렘 반이었는데 오! 의외로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종이질도 좋고 표지 디자인도 고급스럽고요.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내용에 들어간 정성이라고 할까요. 어떤 한 내용이 한글로 적혀 있다면 그 다음에는 영어판원고가 이어지는 형식이거든요. 국제적이고 세계적인 느낌이 물씬 들어서 뭔가 대단한 잡지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으흐. 

저는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도 맨 앞에 다룬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어요.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문학작가들과 우리 한국인이 함께 대담을 나눈 내용이었는데, 팔레스타인과 그 문학이 생성된 역사를 죽 그려볼 수 있는 계기였답니다. 어떤지 정감이 가기도 하고 무엇보다 팔레스타인 문학에 그렇게 깊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단편소설들과 시들에는 공감할 수가 없었답니다. 내용이해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도무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 잘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한 나라의 문학이 금방 가슴 속에 들어올 수 있게 되는 일은, 그리 흔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팔레스타인 문학에 쪼콤 관심이 있는 사람이지 팔레스타인이 아니니까요. 

저는 이번에 팔레스타인 문학의 모든 것을 다 알아야겠다고 마음먹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은 편안해요. 문학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면 더 기분이 좋았을테지만, 모르면 모르는 채로 그것도 괜찮지 않겠어요? <아시아>라는 문예지가 있다는 사실 하나를 안 것만으로도 이번 독서는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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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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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웅! 침대를 데굴데굴 구르고 싶게 만드는 정말 달달한 책입니다.  '40대'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여러분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머리 벗겨지고 배가 뚱 나온 아저씨? 뽀글뽀글 펌에 대충 옷가지를 걸쳐입은 아주머니? 그것도 아니면 멋쟁이 로맨스그레이?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답니다. 요즘 부모님들이 얼마나 세련되고 멋쟁이인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 머릿속에는 여전히 '40'대 하면 아저씨, 아주머니 이미지가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40대스럽지 않은 40대가 있는데 말이죠. 이 책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40대 남녀의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야옹야옹하며 다가와 몸을 비벼 대는 것은 고양이가 아니다. 그것은 올해 나이 마흔다섯의 영장류 인간과의 수컷이다' 라는 문장에서부터 저는 이 책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흔다섯인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야옹야옹하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잖아요~나이를 얼마나 먹든 연애는 그런 것 같아요. 강한 모습으로 상대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도 좋지만, 약한 모습 보이면서 애교도 부리도 떼도 쓰고 다른 사람에게는 차마 보일 수 없는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런 모습이 보고 싶어지는 것! 그게 연애가 아닐까요? 으흐흐.

이들의 연애에는 깊고 푸근한 맛이 들어 있었어요. 세련된 도시 냄새를 풀풀 풍기며 조금은 형식적으로 비춰지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정말 상대를 소중히 하는 따뜻한 시간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굳이 비싼 술집이 아니어도 집의 정원을 멋진 배경삼아 술 한잔을 나누며 멋진 정취를 느끼고,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서로의 집이 멀었다면 어쩌면 불가능했을 지도 모를 그들의 연애. 저도 매일 만나고 매일 이야기하고 매일 같이 밥을 먹는 그런 연애가 부럽습디다아~으갸하!

참 신기합니다. 풋풋한 십대의 사랑도 아니고 열정적인 2,30대의 사랑이야기도 아닌, 물 흐르는 듯한 그런 자연스러운 사랑에 이렇게 마음이 설렐 수 있다는 것이요. 어쩌면 세상의 모든 종류의 사랑은 원래 설레는 것이었는데도, 우리가 가진 선입견 때문에 어떤 나이대의 사랑은 업신여김(?)을 당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사랑에 나이제한은 없다는 것이 맞긴 하나봅니다. 문체가 가볍고 짧아서 술술 읽히지만 의외로 철학이 담겨 있는 책이랍니다. 이제 찬바람도 솔솔 불텐데 가슴을 설레게 해 줄 이들의 연애, 한 번 들여다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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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In the Blue 3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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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제 떠났었던가 싶다.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예전이라면 생각도 못했을 혼자만의 즐거운 시간들이 마치 꿈을 꾸고 난 것처럼 조금씩 흐릿해져 간다. 그래서 여행에 중독된 사람들은 그리도 자주 떠남을 꿈꾸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떠날 곳을 찾게 되는가보다. 이제야 여행의 맛을 알게 된 이 여행초보자마저도 어느 새 겨울에 떠날 곳, 내년 여름에 가보고 싶은 곳을 미리 정해놓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돌아온 지 며칠 안 된, 마음이 들썩들썩하다 못해 허한 것처럼 느껴지던 어느 날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번짐시리즈의 1편인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의 느낌이 괜찮아서 덜컥 손에 든 책. 사실 불가리아에 대해 아는 것은 전혀 없었다. 가끔 먹는 요구르트인 '불가리스'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 이름이 불가리아 사람들이 집집마다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는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을 줄이야. 요구르트와 장미와 키릴 문자의 나라. 다른 곳에 비해 덜 알려져있기는 하지만 가지고 있는 매력이 풍부해서 저자의 마음을 끌었던 곳. 불가리아에 대해 알아가면서 나 또한 다시 한 번 마음이 설레인다. 

불가리아의 수도인 소피아, 침묵만이 허락된 릴라 수도원, 한 때 불가리아의 수도였던 언덕 위 청정도시 벨리꼬 투르노보, 어쩐지 아기자기한 느낌이 드는 플로브디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태양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반짝거리는 돔이 열 두개나 되는 알렉산드르 네브스키 교회, 한국어과과 설치된 소피아대학, 발칸반도 최대의 수도원인 릴라 수도원, 벨리꼬 투르노보의 차르베츠 성 등 유적지나 꼭 관람해야 하는 곳으로 꼽힌 곳들도 좋았지만 나는 역시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찍힌 사진들에 더 마음이 갔다.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듯한 색색의 아름다운 집들, 벼룩시장, 평온하게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버스를 기다리는 노인들. 그리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게 되는 친절한 사람들의 마음에 저절로 웃음이 난다. 그런 분위기가 좋다. 그런 사람들이 좋다. 장미향 비누와 장미향수가 궁금하지만 여행자를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고 있다는 따뜻한 냄새도 맡아보고 싶다. 

여행을 다녀오고 일정을 정리해보니 사진보다, 책을 보는 것보다 직접 가서 느끼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내가 느끼고 본 것들을 생생하고 깊이있게 전달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전한 것보다 전하지 못한 것이 몇 배는 더 많다. 아마 불가리아에 다녀온 이 저자도, 그리고 여행에세이를 내는 많은 사람들도 그러지 않을까. 자신의 감동과 느낌을 전부 전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안타까움까지 그들의 책에 담겨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그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는 핑계로 또 훌쩍 떠날 수 있다면 좋겠다. 불가리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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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하루에 관한 거의 모든 심리학 - 정신과 의사에게 말하기엔 너무 사소한 일상심리 이야기
선안남 지음 / 웅진윙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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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재미있는 제목의 책입니다. '여자의 하루' 라. 다른 여자분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저의 하루는 그냥 평범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출근한 다음 어제와 거의 변함없는 하루를 보내요. 그 날 그 날 어떤 반에서 수업이 있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만 아이들과 마찰이 없거나 아주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평온하다고도 할 수 있는 하루죠. 밖에 나가서 커피를 사는 일도 거의 없고, 출장이 아닌 한은 하루종일 같은 장소에 머물다보니 다른 분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나 가끔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을 읽고 '흥미롭다'고 생각한 겁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여자분들의 생활도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고, 하루를 어떻게 나누고 무슨 물건을 기준으로 여자의 심리를 드러냈을 지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책 안의 일러스트들의 아기자기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 쪼콤 기대 이하의 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기대한 건 여성들의 생활 하나, 물건 하나에 담겨진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였어요. 이 책에는 핸드크림을 바르는 행위가 자신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상황설정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그런 행동들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일하는 곳에 가급적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안정감을 갖게 해주는 물건을 많이 가져다 놓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쿠션이라든가, 핑크빛의 텀블러, 즐겨쓰는 펜, 따뜻한 담요 등 마음을 다스리고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금방 기분을 풀어줄 수 있는 그런 것들이요.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하루종일 얼굴을 찌푸리고 있을 수도, 기분이 좋다고 해서 내내 발이 땅에서 떨어져있을 수도 없으니까요. 케이블에서 방영된 <남녀탐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남자와 여자의 책상꾸미기에 대해 다룬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의 성향과 심리적인 차이를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이 책이 제 기대 이하였다는 것은 단순히 그런 물건들에 담겨진 심리를 다루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그건 그저 저의 바람일 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제목에 비해 내용이 너무 부족합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은 심리 서적에서 보였던 깊이와 정성이 보이지 않았어요. 책을 한 권 내기 위해 연습한 습작이나 평소 때의 일기들을 그대로 출간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거기에 간간히 심리학 용어들을 섞어 놓은 것 뿐이랄까요. 

예전에 비해 요즘은 책이 쉽게 출간된다는 기분이 들어요. 물론 어떤 책을 내는지는 개인의 자유이나 책을 사보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양질의 도서를 접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되도록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책날개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나이가 저와 같다는 생각이 들자 곧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게 아닐까'라는 문장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저도 지금 다른 여자들에 대해 잘 모르는데 저자 또한 자신과 친구 이외의 여자들에 대해 자세히 안다는 게 무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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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3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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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를 보는 순간 '히엑'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한 그런 책입니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범죄수사를 다루는 미드를 접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잘린 머리' 라는 단어를 눈으로 볼 일이 얼마 없을 거에요. 실제로 제 방에 있는 추리소설의 제목을 본 동생이 누나는 왜 이렇게 이상한(?) 책만 읽냐며 타박을 한 적이 있어서 그 후로는 조금 조심스러워졌는데요, 이 책도 제목이나 표지가 워낙 자극적이라 북커버를 씌워서 읽었답니다. 하지만 정도를 넘는 잔혹한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편은 아닌 데다가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재미가 있어요. 뭐, 요즘 귀막고 눈감고 봐야 할 정도의 한국영화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새발의 피라고 할까나요. 

이 책은 책이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 또한 책입니다. 그러니까 책 속의 책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거죠.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을 지은 사람은 미쓰다 신조, 책 속의 책을 지은 사람은 히메노모리 묘겐(다카야시키 다에코) 입니다. 그녀의 남편인 다카야시키 하지메가 주재소 순사로 근무할 때 일어난 불가사의한 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야기랍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히메카미 촌으로 마을의 대지주인 히가미 가가 대대로 이 땅을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아오쿠비'라는 존재의 지벌을 피하기 위해 삼삼야, 십삼야, 이십삼야 등의 밤에 의식을 행해야 했던 히가미 가에서 후계인 조주로가 십삼야 의식을 행하던 밤, 불가사의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모든 일의 시작이자 앞으로 불러올 엄청난 참극의 서막이 된 사건이죠. 이 사건의 과정을 히메노모리 묘겐은 남편인 다카야시키 하지메와 히가미 가에서 조주로의 몸종으로 일하던 요키타카의 눈을 빌어 서술해가는 겁니다. 

전쟁 전과 전쟁 후 벌어진 이 사건들 속에는 지역에 전승되어 오는 신, 뿌리깊은 남존여비 사상, 가문이라는 요소가 버무려져 있습니다. 신의 지벌이라는 미명 하에 대지주 가문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남존여비는 그것이야말로 '벌'이라고 여겨질 정도입니다. 오로지 가문을 위해 개인의 인성이 무시되고 깊숙한 비밀을 간직한 채 유지되어가는 가문에서, 흡사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거기에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너무나 쉽게 다른 사람을 해치고 그것을 숨기려고만 하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더해지는 바람에, 책 속에서 꾸물꾸물, 어둠의 기운이 마구 흘러나왔답니다. 목이 잘린 귀신이나 그 신의 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역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차분한 말투와 고풍스런 분위기에 마지막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어요.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추리소설에서 여러 번 쓰인 잘린 머리 트릭은 동서양을 합쳐놓은 듯한 기묘한 기분이 들게 했습니다. 더구나 이 미쓰다 신조 작가의 뒷통수치기가 작품의 후반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니, 독자인 저의 입장에서는 정말 즐거운 독서시간이었답니다. 작가로서는 최대한 친절하게 문장 곳곳에 힌트를 숨겨두긴 했지만 저는 눈치채지 못하는 바람에 여지없이 뒷통수치기를 당해버렸습니다. 결말을 보고도 '이게 끝이야? 뭐지?' 하며 한참을 책을 뒤적거렸습니다. 

그런데요, 권영주님이 번역하신 책들을 꽤 봤는데, 이번 책은 살짝 의심이 들었습니다. 문장이 조금 매끄럽지가 않고 뭔가 조금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책을 읽기 전에 옮긴이의 이름을 확인했음에도, 책을 읽다가 '누구지?'라는 생각에 책의 앞면을 다시 살펴볼 정도였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저에게 '네가 번역해!'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뭔가 이번 책은 아리송합니다.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표지가 인상적인 책입니다. 표지를 펼쳐 보면 숨어있던 그림이 나타나고 다른 방향으로 접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게 되어 있어요. 초판본에만 요렇게 되어 있을 듯 합니다. 만약 [산마처럼 비웃는 것], [흉조처럼 피하는 것] 이 출판된다면 초판본은 요런 형태를 계속 유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흐흐. 으스스한 표지를 곁에 두시면서 머리 없는 시체를 분류하는 11가지 트릭이 뭔지 읽다보면 이 여름이 다 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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