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17
제프 린제이 지음, 김효설 옮김 / 비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덱스터'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그는 오로지 나쁜 사람만 죽인다'라는 문구를 보면 깜짝 놀란다. '그래도 살인범은 살인범이잖아! '라면서. 맞다. 그는 나쁜 사람만 죽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연쇄살인범이다. 만약 이런 사람이 실제로 우리 주위에 있다가 잡힌다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법으로 심판해야지' 하겠지만, 글쎄, 그게 100% 진심이라고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 나쁜 사람들에 의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해를 입는다면 우린 과연 그 때도 '법으로 심판해야지'라며 굳건히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실존하지도 않는 사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정말 대책없고 무서운 주인공이지만 '덱스터'는 어쨌든 소설 속 사람이니까. 그가 그의 어둠을 어떻게 다스리나 우리는 그저 살짝 엿보면 된다. 

출판사 비채에서 출간된 [본즈]시리즈처럼, 나는 덱스터도 미국드라마를 통해 먼저 알았다. 사실 드라마 <덱스터> 시리즈는 오프닝부터 살짝 자극적이다. 허연 화면을 배경으로 덱스터가 식사를 준비하는데 작은 인형이 턱 놓여있기도 하고 오렌지를 자르는 칼은 번쩍 빛나며 과즙은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 '우엑'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집에 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보면서 내 동생은 한 마디씩 한다. 누나는 왜 이런 책을 좋아하냐고. 하지만 나는 특별히 '이런' 책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허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견뎌낼 수 있는 것 뿐이다. 실제로 나는 누가 옆에서 밥먹다 코피만 흘려도 더 이상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약한(?) 사람이다. 게다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호기심이 많은 것뿐이라고 스스로 박박 우기고 있는 중. 

덱스터는 어릴 적 겪은 부모의 죽음으로 심한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다. '검은 승객'이라 불리는 내면의 자아는 그런 덱스터에게 끊임없이 살의를 분출시킬 것을 종용하는데, 양아버지 해리를 만나기 전까지 덱스터 혼자서는 '검은 승객'을 다스리기가 힘들었다. 경찰이었던 양아버지 해리는 덱스터의 검은 본성을 알아보고 들키지 않게, 나쁜 사람들만 죽이는 방법을 전수해준다. 그 후 시작된 덱스터의 나쁜 사람들에 대한 응징.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다가온다. 늘 덱스터의 안에서 그와 함께 했던 '검은 승객'이 어느 날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여느 때처럼 나쁜 사람 알렉산더 맥컬리를 응징한 다음 날, 불에 탄 시체 두 구가 발견된다. 몸은 불에 타고 잘려진 머리 부분에는 황소 동상이 자리잡은 시체. 그 현장을 접한 덱스터 안의 '검은 승객'은 깜짝 놀라며 기운을 잃고 응답하지 않게 된다. 어떻게든 '검은 승객'을 다시 깨워보려고 하지만 덱스터는 이제 자신이 완전히 혼자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내 안의 '검은 승객'은 대체 뭐였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등을 고민하는 사이에도 살인사건은 연이어 일어난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MLK'글자를 토대로 혼자 조사한 결과 고대 신앙과 관련이 있음을 눈치 챈 덱스터를, 그 누군가가 미행하고 위협한다. 

덱스터 시리즈에서는 덱스터 외의 인물들은 모두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는다. 덱스터 혼자 위기를 맞고, 해결하고, 자학하고, 고민하며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그 모습이 안타깝다거나 슬프다기 보다는 재미있다. 특히 덱스터가 검은 승객을 잃고 혼자 자학하며 시니컬하게 내뱉는 대사나, 자신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담담하게 말할 때  미국드라마 속의 덱스터의 멍한 표정이나 미소 등이 상황과 겹쳐지면서 재미가 배가 된다고 할까. 덱스터가 주인공이므로 당연한 말이지만 그가 없이 이 책은 존재가치를 잃는다. 

한편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남편의 폭행으로 이혼한 후 두 아이 애스터와 코디를 키우며 살아가는 리타와 덱스터의 결혼이 진행된다. 이번 편에서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애스터와 코디, 두 아이들이었다. 아버지의 폭행으로 어두운 유아기를 보냈던 아이들에게는 덱스터의 검은 그림자가 보이는 모양이다. 게다가 코디는 덱스터의 '검은 승객'을 알아차리고 나쁜 사람들의 검은 날개까지 알아볼 수 있다. 코디에게도 '검은 승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의 덱스터 시리즈는 덱스터를 물론 빼놓을 수 없겠지만, 덱스터가 코디에게 가업(?) 을 어떻게 전수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질 듯 하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칼을 들고 미소짓는 아이는, 역시 무섭다. 흑. 

덱스터가 연쇄살인범이기는 하지만 독자들이 그를 멀리할 수 없는 이유는 역시 '나쁜 사람들'만 응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마음 속에 어둠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다스리고 있느냐, 그 어둠을 다른 사람 눈에 보이게 하느냐 등이 문제가 될 뿐. 덱스터는 우리들의 어두운 부분이 만들어놓은 집합체같은 존재다. 그래서 멀리하고 싶지만, 차마 미워할 수 없는 존재. 

책을 읽다보면 번역이 영 깔끔하지 않아서 읽는 맛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은 번역 자체도 잘 된 것 같다. 무엇보다도 덱스터의 시니컬함과 자학성향을 잘 살렸다고 할까나. 언제나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덱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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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검은 새 - 누가 메리 로저스를 죽였을까?
조엘 로즈 지음, 김이선 옮김 / 비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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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가 생각난다. 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영화관련 수업에서 선생님이 유명한 감독의 유명작품이라며 보여주셨었다. 그 영화를 보고나서는 그렇지 않아도 싫어하던 비둘기가 완전히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왔는데 이 책의 표지를 보니 영화를 보던 때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상상과는 달리 '새'에 관한 작품이 아니다.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있다는 '메리 로저스 살인사건'과 유명한 작가 에드거 앨런 포에 관한 이야기다. 

-누가 메리 로저스를 죽였을까?-붉은 글씨로 적혀있는 부제가 오싹하다. 시가 가게에서 일하던 아름다운 아가씨 메리 로저스, 그녀가 살해당한다. 발견된 사체는 잔인하게 훼손되었고 아름다운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퉁퉁하다. 메트로폴리스의 상급치안관이자 올드 헤이스로 불리는 제이컵 헤이스가 사건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어떤 증거도 잡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진다. 한편, 콜트 가의 막내 존이 편집자를 살해한 혐의로, 갱단의 리더 타미는 아내와 딸, 그리고 아내의 전 애인을 죽였다는 이유로 툼스 교도소에 수감된다. 세 건의 살인이 여기저기서 짜맞추어지고 젊고 천재적인 작가 에드거 앨런 포가 유령처럼 등장하는 가운데 드디어 사건 발생 5년여 뒤 진실이 밝혀진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지만 그저 추리소설로만 보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물론 기존의 추리소설이 갖춘 긴장감과 속도감은 현저히 떨어진다. 올드 헤이스는 제대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그보다는 그의 딸 올가가 더 탐정같이 느껴지는 데다 어쩐지 계속 같은 자리에서 뱅뱅 돌고있는 듯한, 약간 느린 전개에 조바심이 인다. 하지만 에드거 앨런 포를 내세운만큼 그 과정이, 문장들이 중요한 책이다. 그가 외우는 시, 그가 풍기는 분위기가 문장 하나하나와 어우러져 더 기괴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에드거 앨런 포는 그의 작품 <검은고양이>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가장 검은 새]에는 그의 다른 작품들이 여럿 소개되고 있다.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 <황금벌레> 그리고 <마리 로제 미스터리>등인데 <마리 로제 미스터리>는 작품 안에서 메리 로저스 살인사건을 토대로 쓰여졌다고 하여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이 19세기 뉴욕을 배경으로 더욱 깊은 어둠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가장 검은 새] 에서 에드거 앨런 포는 광기에 사로잡히고 허약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올드 헤이스의 딸 올가가 빠져들만큼 지적인 면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에서만큼은 자신을 지탱해 줄 여성이 없으면 결코 살아가지 못하는 한심스러울 정도의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여기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과연 그 혼자만의 모습이었을까. 소년들이 갱단에 가입하여 마약에 취하거나 보스가 되고, 소녀들은 핫콘걸이 되어 거리를 누비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어쩐지 가슴이 답답하다. 세기말이라고도 불렸던 19세기의 뉴욕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그 죽음의 비밀을 짐작했을 에드거 앨런 포는 제정신으로 현실을 살아가기에는 너무 여렸던 것이 아닐까.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작품을 써냈다고 칭송받을 정도의 논리력과 감수성을 지녔을 그였을테니 그의 광기는 시대의 불운이었다고 할 수는 없을까. 그러니 그는 가장 검은 새로 이름붙일 수 있는 어두운 자아에 덮쳐질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19세기든 현재든 워낙에 '뉴욕'이라는 도시를 좋아하고 문장 하나하나가 시처럼 다가와 어쩐지 읽는 맛이 났다. 느린 전개와 스릴이 부족한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손을 떼지 못했고, 그 중에서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든다. 다른 추리소설과는 달리 갑자기 '헉'소리가 나게 만드는 긴장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결말. 비록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메리 로저스 살인사건은 약간 시시하게 마무리되었지만 작가가 처리한 결말로 인해 메리 로저스 사건의 시시함까지 덮어지는 기분이다. 소제목 하나하나마저 깊이 음미하게 되는 극적인 소설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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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2 - 보이지 않는 적,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2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학교에서 개최된 과학의 달 행사에서 그렸던 그림의 주제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외계인의 지구 침공. '우리가 어른이 되면 그 때는 외계인이 지구를 점령해서 지구인들은 그들의 노예가 되어있을지도 몰라' 라며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그렸던 그림들. 외계인의 그 계획(?)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저 지구 바깥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 외계인들이 보기에 우리들도 그들에게는 외계인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들도 우리가 이 지구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으므로.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환상적으로 그려낸 스테프니 메이어가 이번에는 외계인과 인간의 사랑을 그려낸 작품으로 찾아왔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나로서는 그녀의 새작품 소식을 듣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외계인'이라는 단어에는 약간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상속의 외계인, 매체를 통해 접한 외계인의 모습은 머리가 크고 몸통은 없으며 오징어같은 다리들을 자랑하거나 두 다리로 서 있다고 해도 도저히 인간과 비슷하다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외계인과 인간이 어떻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상상 속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이 책은 은색으로 빛나는 작은 몸의 외계인, 그들 사회에서는 방랑자로 불렸던 한 외계인과 그의 호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생명체의 뇌에 침입해 본래의 영혼을 몰아내고 기생하는 외계 종족 소울에 의해 인간이 점령당한 지구. 소울에 대항하는 인간 반란군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들은 소울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다. 동생 제이미, 연인 제러드와 함께 소울들을 피해 도망다니던 멜라니는 결국 소울들에게 붙잡히고, 그녀의 뇌에는 오리진 행성에서 태어나 이제 멜라니를 통해 아홉번 째 삶을 시작하려는 '방랑자'가 삽입된다. 본래 소울이 삽입되면 인간의 정신은 잠식당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멜라니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고 한 몸에 두 개의 영혼이 존재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머릿속에서 계속 들려오는 멜라니의 목소리와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던 방랑자. 그녀들은 결국 수색자를 피해 헤어진 동생과 연인을 찾아 떠나고 살아남은 인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시작되는 그녀들의 사랑. 

소울이 삽입된 인간은 겉모습으로는 판별하기 힘들다. 눈의 색으로 구별할 수 있을 뿐, 인간 호스트에 삽입된 소울들은 그 인간의 기억까지 고스란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소울들이 연기만 잘 한다면 인간들을 쉽게 속일 수 있다. 소울들의 사회에서는 폭력과 분노, 사랑이라는 감정도 인간들의 기억을 통해 어렴풋이 느낄 뿐이고 살인과 절도가 없기 때문에 화폐가치도 소용없다. 호스트의 생명이 다할 때마다 또 다른 호스트에게 삽입되면 그만이므로 영원히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런 소울사회를 등지고 인간들의 삶 속으로 스며든 방랑자.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의 의심과 분노를 사지만 곧 '완다'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함께 하게 된다. '완다'라는 외계인과 '멜라니'라는 인간이 한 몸에 같이 살아가게 되는 설정은 혼란스러우면서도 흥미롭다. 멜라니는 완다를 조종할 수 없다. 완다가 이성을 잃었을 때는 본래의 멜라니가 가끔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주체는 완다이다. 완다가 만약 멜라니의 목소리를 처음부터 무시하고 강한 의지력으로 그녀를 제압했다면 멜라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리 멜라니의 존재가 강했다고 해도 완다가 그녀에게 느끼는 연민이 없었다면 완다는 온전히 그녀를 소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몸 안에 들어온 완다를 멜라니가 처음부터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었다. 기억 속에 자리잡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그들의 아지트를 공개할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결심했었다. 완다에게 적대적이었던 멜라니였지만 완다가 자신을 통해 제이미와 제러드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이제 그녀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단 하나의 동지가 된다. 갈등과 슬픔을 극복하고 하나의 몸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게 되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또한 멜라니가 사랑하는 제러드와 멜라니의 몸 속에 들어있는 완다를 사랑하는 이안이 등장, 그들의 관계는 가슴 두근거리는 사각관계를 연출하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등장하면서 등장인물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나도 무척 혼란스러웠다. 멜라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완다를 제러드는 어떻게 멜라니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었을까. 은빛으로 빛나는 외계 생물체인 완다를 이안은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소울들의 사회에서는 강하게 느낄 수 없는, 오직 인간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소울들에 의해 점령당했지만 인간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희망을 잃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울들과의 공존을 생각한다. 그 어느 쪽도 다치지 않고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결말 부분이 특히 좋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외계인의 지구 점령,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들의 생존본능과 사랑, 그리고 외계인과 인간들의 조화까지 생각한 이 작품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커다란 돌풍을 몰고 올 것이라 확신한다. 표지에서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완다(로 추정되는 인물) 에게 나는 이미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환상적이고 감동적인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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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1 - 보이지 않는 적,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1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학교에서 개최된 과학의 달 행사에서 그렸던 그림의 주제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외계인의 지구 침공. '우리가 어른이 되면 그 때는 외계인이 지구를 점령해서 지구인들은 그들의 노예가 되어있을지도 몰라' 라며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그렸던 그림들. 외계인의 그 계획(?)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저 지구 바깥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 외계인들이 보기에 우리들도 그들에게는 외계인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들도 우리가 이 지구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으므로.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환상적으로 그려낸 스테프니 메이어가 이번에는 외계인과 인간의 사랑을 그려낸 작품으로 찾아왔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나로서는 그녀의 새작품 소식을 듣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외계인'이라는 단어에는 약간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상속의 외계인, 매체를 통해 접한 외계인의 모습은 머리가 크고 몸통은 없으며 오징어같은 다리들을 자랑하거나 두 다리로 서 있다고 해도 도저히 인간과 비슷하다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외계인과 인간이 어떻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상상 속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이 책은 은색으로 빛나는 작은 몸의 외계인, 그들 사회에서는 방랑자로 불렸던 한 외계인과 그의 호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생명체의 뇌에 침입해 본래의 영혼을 몰아내고 기생하는 외계 종족 소울에 의해 인간이 점령당한 지구. 소울에 대항하는 인간 반란군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들은 소울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다. 동생 제이미, 연인 제러드와 함께 소울들을 피해 도망다니던 멜라니는 결국 소울들에게 붙잡히고, 그녀의 뇌에는 오리진 행성에서 태어나 이제 멜라니를 통해 아홉번 째 삶을 시작하려는 '방랑자'가 삽입된다. 본래 소울이 삽입되면 인간의 정신은 잠식당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멜라니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고 한 몸에 두 개의 영혼이 존재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머릿속에서 계속 들려오는 멜라니의 목소리와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던 방랑자. 그녀들은 결국 수색자를 피해 헤어진 동생과 연인을 찾아 떠나고 살아남은 인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시작되는 그녀들의 사랑. 

소울이 삽입된 인간은 겉모습으로는 판별하기 힘들다. 눈의 색으로 구별할 수 있을 뿐, 인간 호스트에 삽입된 소울들은 그 인간의 기억까지 고스란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소울들이 연기만 잘 한다면 인간들을 쉽게 속일 수 있다. 소울들의 사회에서는 폭력과 분노, 사랑이라는 감정도 인간들의 기억을 통해 어렴풋이 느낄 뿐이고 살인과 절도가 없기 때문에 화폐가치도 소용없다. 호스트의 생명이 다할 때마다 또 다른 호스트에게 삽입되면 그만이므로 영원히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런 소울사회를 등지고 인간들의 삶 속으로 스며든 방랑자.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의 의심과 분노를 사지만 곧 '완다'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함께 하게 된다. '완다'라는 외계인과 '멜라니'라는 인간이 한 몸에 같이 살아가게 되는 설정은 혼란스러우면서도 흥미롭다. 멜라니는 완다를 조종할 수 없다. 완다가 이성을 잃었을 때는 본래의 멜라니가 가끔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주체는 완다이다. 완다가 만약 멜라니의 목소리를 처음부터 무시하고 강한 의지력으로 그녀를 제압했다면 멜라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리 멜라니의 존재가 강했다고 해도 완다가 그녀에게 느끼는 연민이 없었다면 완다는 온전히 그녀를 소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몸 안에 들어온 완다를 멜라니가 처음부터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었다. 기억 속에 자리잡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그들의 아지트를 공개할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결심했었다. 완다에게 적대적이었던 멜라니였지만 완다가 자신을 통해 제이미와 제러드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이제 그녀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단 하나의 동지가 된다. 갈등과 슬픔을 극복하고 하나의 몸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게 되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또한 멜라니가 사랑하는 제러드와 멜라니의 몸 속에 들어있는 완다를 사랑하는 이안이 등장, 그들의 관계는 가슴 두근거리는 사각관계를 연출하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등장하면서 등장인물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나도 무척 혼란스러웠다. 멜라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완다를 제러드는 어떻게 멜라니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었을까. 은빛으로 빛나는 외계 생물체인 완다를 이안은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소울들의 사회에서는 강하게 느낄 수 없는, 오직 인간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소울들에 의해 점령당했지만 인간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희망을 잃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울들과의 공존을 생각한다. 그 어느 쪽도 다치지 않고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결말 부분이 특히 좋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외계인의 지구 점령,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들의 생존본능과 사랑, 그리고 외계인과 인간들의 조화까지 생각한 이 작품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커다란 돌풍을 몰고 올 것이라 확신한다. 표지에서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완다(로 추정되는 인물) 에게 나는 이미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환상적이고 감동적인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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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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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 고마워요. 멋대로 굴었던 거 죄송해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이에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웨터를 주신 거,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실 거예요. -p244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추어 출간된 이 책을 공교롭게도 해를 넘긴 후에야 읽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그저 흥겨운 분위기를 즐겼던 탓에 '크리스마스 마법' 같은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눈꽃으로 가득한 테두리 안에 자리잡고 있는 따뜻한 스웨터. 그 스웨터를 보니 어렸을 때 엄마가 만들어주신 내 스웨터들도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완성된 스웨터를 나에게 입혀주시며 뿌듯함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엄마의 눈도. 크리스마스는 이미 지나버렸지만 이 책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스웨터같은 작품이다. 

빵가게를 운영하던 아빠를 병으로 잃은 열 두살 소년 에디. 아빠가 돌아가신 후 살림이 어려워지자 열심히 일하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에디의 소원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검은색 바나나 모양 안장이 달린 빨간색 허피 자전거'를 선물로 받는 것이다. 자전거를 받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하느님께 기도도 많이 했지만 크리스마스에 에디를 반긴 선물은 자전거가 아닌 엄마가 만들어준 스웨터. 마음 속에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에디의 가슴 속은 자전거를 선물로 받지 못했다는 서운함과 심통으로 가득하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할아버지댁을 방문해서 하룻밤 묵고 올 계획이었지만 에디의 고집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길, 뜻밖의 사고로 에디는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고 만다. 그리고 찾아온 에디의 고통과 방황, 그리고 성장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져있다. 

크리스마스에 읽었다면 더 가슴 깊이 다가왔을 소설이지만 이 책은 일년 중 아무때나 읽어도 좋을 책이다. 에디의 성장소설이면서도 우리가 잊고 지낸 소중한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 소중한 것이 곁에 있음데도 우리는 종종 그것을 잊고 산다. 그리고 우리가 갖지 못한 것만 바라며 그것만 손에 들어오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 믿기도 한다. 하지만 에디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자신이 가장 아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이 책을 통해 우리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에디의 슬픔과 방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고집불통 소년의 모습은 가끔 나를 화나게 했다. 그런 에디를 포근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우연히 만난 러셀 할아버지다. 그들이 에디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삶이 힘들고 외로울 때 언제나 우리를 지탱해줄 수 있을 것처럼 아름답고 희망차다. 결국 그들의 사랑과 끈기로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에디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화이트 크리스마스조차도 기적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에게도 이 책의 결말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에디같은 행운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주위를 한 번 잘 둘러보자.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을 아무렇게나 방치해 두지는 않았는지. 만약 그랬다면 구겨진 스웨터를 잘 정리하는 것처럼 방치된 그것도 탁탁 털어 바르게 걸어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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