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검은 새 - 누가 메리 로저스를 죽였을까?
조엘 로즈 지음, 김이선 옮김 / 비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가 생각난다. 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영화관련 수업에서 선생님이 유명한 감독의 유명작품이라며 보여주셨었다. 그 영화를 보고나서는 그렇지 않아도 싫어하던 비둘기가 완전히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왔는데 이 책의 표지를 보니 영화를 보던 때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상상과는 달리 '새'에 관한 작품이 아니다.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있다는 '메리 로저스 살인사건'과 유명한 작가 에드거 앨런 포에 관한 이야기다. 

-누가 메리 로저스를 죽였을까?-붉은 글씨로 적혀있는 부제가 오싹하다. 시가 가게에서 일하던 아름다운 아가씨 메리 로저스, 그녀가 살해당한다. 발견된 사체는 잔인하게 훼손되었고 아름다운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퉁퉁하다. 메트로폴리스의 상급치안관이자 올드 헤이스로 불리는 제이컵 헤이스가 사건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어떤 증거도 잡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진다. 한편, 콜트 가의 막내 존이 편집자를 살해한 혐의로, 갱단의 리더 타미는 아내와 딸, 그리고 아내의 전 애인을 죽였다는 이유로 툼스 교도소에 수감된다. 세 건의 살인이 여기저기서 짜맞추어지고 젊고 천재적인 작가 에드거 앨런 포가 유령처럼 등장하는 가운데 드디어 사건 발생 5년여 뒤 진실이 밝혀진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지만 그저 추리소설로만 보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물론 기존의 추리소설이 갖춘 긴장감과 속도감은 현저히 떨어진다. 올드 헤이스는 제대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그보다는 그의 딸 올가가 더 탐정같이 느껴지는 데다 어쩐지 계속 같은 자리에서 뱅뱅 돌고있는 듯한, 약간 느린 전개에 조바심이 인다. 하지만 에드거 앨런 포를 내세운만큼 그 과정이, 문장들이 중요한 책이다. 그가 외우는 시, 그가 풍기는 분위기가 문장 하나하나와 어우러져 더 기괴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에드거 앨런 포는 그의 작품 <검은고양이>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가장 검은 새]에는 그의 다른 작품들이 여럿 소개되고 있다.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 <황금벌레> 그리고 <마리 로제 미스터리>등인데 <마리 로제 미스터리>는 작품 안에서 메리 로저스 살인사건을 토대로 쓰여졌다고 하여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이 19세기 뉴욕을 배경으로 더욱 깊은 어둠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가장 검은 새] 에서 에드거 앨런 포는 광기에 사로잡히고 허약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올드 헤이스의 딸 올가가 빠져들만큼 지적인 면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에서만큼은 자신을 지탱해 줄 여성이 없으면 결코 살아가지 못하는 한심스러울 정도의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여기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과연 그 혼자만의 모습이었을까. 소년들이 갱단에 가입하여 마약에 취하거나 보스가 되고, 소녀들은 핫콘걸이 되어 거리를 누비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어쩐지 가슴이 답답하다. 세기말이라고도 불렸던 19세기의 뉴욕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그 죽음의 비밀을 짐작했을 에드거 앨런 포는 제정신으로 현실을 살아가기에는 너무 여렸던 것이 아닐까.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작품을 써냈다고 칭송받을 정도의 논리력과 감수성을 지녔을 그였을테니 그의 광기는 시대의 불운이었다고 할 수는 없을까. 그러니 그는 가장 검은 새로 이름붙일 수 있는 어두운 자아에 덮쳐질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19세기든 현재든 워낙에 '뉴욕'이라는 도시를 좋아하고 문장 하나하나가 시처럼 다가와 어쩐지 읽는 맛이 났다. 느린 전개와 스릴이 부족한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손을 떼지 못했고, 그 중에서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든다. 다른 추리소설과는 달리 갑자기 '헉'소리가 나게 만드는 긴장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결말. 비록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메리 로저스 살인사건은 약간 시시하게 마무리되었지만 작가가 처리한 결말로 인해 메리 로저스 사건의 시시함까지 덮어지는 기분이다. 소제목 하나하나마저 깊이 음미하게 되는 극적인 소설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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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2 - 보이지 않는 적,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2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학교에서 개최된 과학의 달 행사에서 그렸던 그림의 주제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외계인의 지구 침공. '우리가 어른이 되면 그 때는 외계인이 지구를 점령해서 지구인들은 그들의 노예가 되어있을지도 몰라' 라며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그렸던 그림들. 외계인의 그 계획(?)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저 지구 바깥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 외계인들이 보기에 우리들도 그들에게는 외계인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들도 우리가 이 지구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으므로.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환상적으로 그려낸 스테프니 메이어가 이번에는 외계인과 인간의 사랑을 그려낸 작품으로 찾아왔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나로서는 그녀의 새작품 소식을 듣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외계인'이라는 단어에는 약간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상속의 외계인, 매체를 통해 접한 외계인의 모습은 머리가 크고 몸통은 없으며 오징어같은 다리들을 자랑하거나 두 다리로 서 있다고 해도 도저히 인간과 비슷하다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외계인과 인간이 어떻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상상 속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이 책은 은색으로 빛나는 작은 몸의 외계인, 그들 사회에서는 방랑자로 불렸던 한 외계인과 그의 호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생명체의 뇌에 침입해 본래의 영혼을 몰아내고 기생하는 외계 종족 소울에 의해 인간이 점령당한 지구. 소울에 대항하는 인간 반란군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들은 소울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다. 동생 제이미, 연인 제러드와 함께 소울들을 피해 도망다니던 멜라니는 결국 소울들에게 붙잡히고, 그녀의 뇌에는 오리진 행성에서 태어나 이제 멜라니를 통해 아홉번 째 삶을 시작하려는 '방랑자'가 삽입된다. 본래 소울이 삽입되면 인간의 정신은 잠식당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멜라니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고 한 몸에 두 개의 영혼이 존재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머릿속에서 계속 들려오는 멜라니의 목소리와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던 방랑자. 그녀들은 결국 수색자를 피해 헤어진 동생과 연인을 찾아 떠나고 살아남은 인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시작되는 그녀들의 사랑. 

소울이 삽입된 인간은 겉모습으로는 판별하기 힘들다. 눈의 색으로 구별할 수 있을 뿐, 인간 호스트에 삽입된 소울들은 그 인간의 기억까지 고스란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소울들이 연기만 잘 한다면 인간들을 쉽게 속일 수 있다. 소울들의 사회에서는 폭력과 분노, 사랑이라는 감정도 인간들의 기억을 통해 어렴풋이 느낄 뿐이고 살인과 절도가 없기 때문에 화폐가치도 소용없다. 호스트의 생명이 다할 때마다 또 다른 호스트에게 삽입되면 그만이므로 영원히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런 소울사회를 등지고 인간들의 삶 속으로 스며든 방랑자.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의 의심과 분노를 사지만 곧 '완다'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함께 하게 된다. '완다'라는 외계인과 '멜라니'라는 인간이 한 몸에 같이 살아가게 되는 설정은 혼란스러우면서도 흥미롭다. 멜라니는 완다를 조종할 수 없다. 완다가 이성을 잃었을 때는 본래의 멜라니가 가끔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주체는 완다이다. 완다가 만약 멜라니의 목소리를 처음부터 무시하고 강한 의지력으로 그녀를 제압했다면 멜라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리 멜라니의 존재가 강했다고 해도 완다가 그녀에게 느끼는 연민이 없었다면 완다는 온전히 그녀를 소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몸 안에 들어온 완다를 멜라니가 처음부터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었다. 기억 속에 자리잡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그들의 아지트를 공개할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결심했었다. 완다에게 적대적이었던 멜라니였지만 완다가 자신을 통해 제이미와 제러드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이제 그녀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단 하나의 동지가 된다. 갈등과 슬픔을 극복하고 하나의 몸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게 되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또한 멜라니가 사랑하는 제러드와 멜라니의 몸 속에 들어있는 완다를 사랑하는 이안이 등장, 그들의 관계는 가슴 두근거리는 사각관계를 연출하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등장하면서 등장인물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나도 무척 혼란스러웠다. 멜라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완다를 제러드는 어떻게 멜라니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었을까. 은빛으로 빛나는 외계 생물체인 완다를 이안은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소울들의 사회에서는 강하게 느낄 수 없는, 오직 인간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소울들에 의해 점령당했지만 인간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희망을 잃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울들과의 공존을 생각한다. 그 어느 쪽도 다치지 않고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결말 부분이 특히 좋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외계인의 지구 점령,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들의 생존본능과 사랑, 그리고 외계인과 인간들의 조화까지 생각한 이 작품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커다란 돌풍을 몰고 올 것이라 확신한다. 표지에서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완다(로 추정되는 인물) 에게 나는 이미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환상적이고 감동적인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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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1 - 보이지 않는 적,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1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학교에서 개최된 과학의 달 행사에서 그렸던 그림의 주제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외계인의 지구 침공. '우리가 어른이 되면 그 때는 외계인이 지구를 점령해서 지구인들은 그들의 노예가 되어있을지도 몰라' 라며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그렸던 그림들. 외계인의 그 계획(?)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저 지구 바깥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 외계인들이 보기에 우리들도 그들에게는 외계인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들도 우리가 이 지구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으므로.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환상적으로 그려낸 스테프니 메이어가 이번에는 외계인과 인간의 사랑을 그려낸 작품으로 찾아왔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나로서는 그녀의 새작품 소식을 듣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외계인'이라는 단어에는 약간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상속의 외계인, 매체를 통해 접한 외계인의 모습은 머리가 크고 몸통은 없으며 오징어같은 다리들을 자랑하거나 두 다리로 서 있다고 해도 도저히 인간과 비슷하다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외계인과 인간이 어떻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상상 속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이 책은 은색으로 빛나는 작은 몸의 외계인, 그들 사회에서는 방랑자로 불렸던 한 외계인과 그의 호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생명체의 뇌에 침입해 본래의 영혼을 몰아내고 기생하는 외계 종족 소울에 의해 인간이 점령당한 지구. 소울에 대항하는 인간 반란군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들은 소울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다. 동생 제이미, 연인 제러드와 함께 소울들을 피해 도망다니던 멜라니는 결국 소울들에게 붙잡히고, 그녀의 뇌에는 오리진 행성에서 태어나 이제 멜라니를 통해 아홉번 째 삶을 시작하려는 '방랑자'가 삽입된다. 본래 소울이 삽입되면 인간의 정신은 잠식당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멜라니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고 한 몸에 두 개의 영혼이 존재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머릿속에서 계속 들려오는 멜라니의 목소리와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던 방랑자. 그녀들은 결국 수색자를 피해 헤어진 동생과 연인을 찾아 떠나고 살아남은 인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시작되는 그녀들의 사랑. 

소울이 삽입된 인간은 겉모습으로는 판별하기 힘들다. 눈의 색으로 구별할 수 있을 뿐, 인간 호스트에 삽입된 소울들은 그 인간의 기억까지 고스란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소울들이 연기만 잘 한다면 인간들을 쉽게 속일 수 있다. 소울들의 사회에서는 폭력과 분노, 사랑이라는 감정도 인간들의 기억을 통해 어렴풋이 느낄 뿐이고 살인과 절도가 없기 때문에 화폐가치도 소용없다. 호스트의 생명이 다할 때마다 또 다른 호스트에게 삽입되면 그만이므로 영원히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런 소울사회를 등지고 인간들의 삶 속으로 스며든 방랑자.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의 의심과 분노를 사지만 곧 '완다'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함께 하게 된다. '완다'라는 외계인과 '멜라니'라는 인간이 한 몸에 같이 살아가게 되는 설정은 혼란스러우면서도 흥미롭다. 멜라니는 완다를 조종할 수 없다. 완다가 이성을 잃었을 때는 본래의 멜라니가 가끔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주체는 완다이다. 완다가 만약 멜라니의 목소리를 처음부터 무시하고 강한 의지력으로 그녀를 제압했다면 멜라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리 멜라니의 존재가 강했다고 해도 완다가 그녀에게 느끼는 연민이 없었다면 완다는 온전히 그녀를 소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몸 안에 들어온 완다를 멜라니가 처음부터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었다. 기억 속에 자리잡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그들의 아지트를 공개할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결심했었다. 완다에게 적대적이었던 멜라니였지만 완다가 자신을 통해 제이미와 제러드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이제 그녀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단 하나의 동지가 된다. 갈등과 슬픔을 극복하고 하나의 몸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게 되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또한 멜라니가 사랑하는 제러드와 멜라니의 몸 속에 들어있는 완다를 사랑하는 이안이 등장, 그들의 관계는 가슴 두근거리는 사각관계를 연출하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등장하면서 등장인물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나도 무척 혼란스러웠다. 멜라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완다를 제러드는 어떻게 멜라니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었을까. 은빛으로 빛나는 외계 생물체인 완다를 이안은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소울들의 사회에서는 강하게 느낄 수 없는, 오직 인간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소울들에 의해 점령당했지만 인간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희망을 잃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울들과의 공존을 생각한다. 그 어느 쪽도 다치지 않고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결말 부분이 특히 좋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외계인의 지구 점령,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들의 생존본능과 사랑, 그리고 외계인과 인간들의 조화까지 생각한 이 작품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커다란 돌풍을 몰고 올 것이라 확신한다. 표지에서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완다(로 추정되는 인물) 에게 나는 이미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환상적이고 감동적인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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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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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마워요. 멋대로 굴었던 거 죄송해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이에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웨터를 주신 거,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실 거예요. -p244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추어 출간된 이 책을 공교롭게도 해를 넘긴 후에야 읽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그저 흥겨운 분위기를 즐겼던 탓에 '크리스마스 마법' 같은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눈꽃으로 가득한 테두리 안에 자리잡고 있는 따뜻한 스웨터. 그 스웨터를 보니 어렸을 때 엄마가 만들어주신 내 스웨터들도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완성된 스웨터를 나에게 입혀주시며 뿌듯함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엄마의 눈도. 크리스마스는 이미 지나버렸지만 이 책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스웨터같은 작품이다. 

빵가게를 운영하던 아빠를 병으로 잃은 열 두살 소년 에디. 아빠가 돌아가신 후 살림이 어려워지자 열심히 일하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에디의 소원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검은색 바나나 모양 안장이 달린 빨간색 허피 자전거'를 선물로 받는 것이다. 자전거를 받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하느님께 기도도 많이 했지만 크리스마스에 에디를 반긴 선물은 자전거가 아닌 엄마가 만들어준 스웨터. 마음 속에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에디의 가슴 속은 자전거를 선물로 받지 못했다는 서운함과 심통으로 가득하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할아버지댁을 방문해서 하룻밤 묵고 올 계획이었지만 에디의 고집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길, 뜻밖의 사고로 에디는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고 만다. 그리고 찾아온 에디의 고통과 방황, 그리고 성장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져있다. 

크리스마스에 읽었다면 더 가슴 깊이 다가왔을 소설이지만 이 책은 일년 중 아무때나 읽어도 좋을 책이다. 에디의 성장소설이면서도 우리가 잊고 지낸 소중한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 소중한 것이 곁에 있음데도 우리는 종종 그것을 잊고 산다. 그리고 우리가 갖지 못한 것만 바라며 그것만 손에 들어오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 믿기도 한다. 하지만 에디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자신이 가장 아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이 책을 통해 우리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에디의 슬픔과 방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고집불통 소년의 모습은 가끔 나를 화나게 했다. 그런 에디를 포근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우연히 만난 러셀 할아버지다. 그들이 에디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삶이 힘들고 외로울 때 언제나 우리를 지탱해줄 수 있을 것처럼 아름답고 희망차다. 결국 그들의 사랑과 끈기로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에디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화이트 크리스마스조차도 기적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에게도 이 책의 결말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에디같은 행운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주위를 한 번 잘 둘러보자.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을 아무렇게나 방치해 두지는 않았는지. 만약 그랬다면 구겨진 스웨터를 잘 정리하는 것처럼 방치된 그것도 탁탁 털어 바르게 걸어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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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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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까지 쉼없이 달려왔는데 끝이 난 지금 가슴이 답답하다. 대체 이 책이 말하려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이리저리 책장을 뒤적여봐도 작가후기, 역자후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내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과연 이해하기는 해야하나 등 복잡한 감정들이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이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 사람 없이는 내가 살아갈 수 없겠다, 헤어진다면 나는 그저 목숨을 이어가는 것일 뿐 진정으로 살아있는 것은 아니라고 느끼게 만드는 사람. 내 사람은.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해서는 안 될 가장 처절하고 슬픈 사랑', 맞다. '아름답지만 위험하고 달콤하지만 죄의 향기가 나는 소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제138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과 출간 당시부터 화제가 되었던 표지로 그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내용은 생각보다 훨씬 충격적이다. 준고와 하나의 그 사랑이, 어렵지만 두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던 사랑이 양아버지와 양녀의 관계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피로 맺어진 인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독특한 구성. 결혼을 앞둔 하나와 요시로, 그리고 하나의 아버지 준고. 이야기는  준고가 사라짐과 동시에 과거의 시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지진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하나 앞에 준고가 나타난다. 친척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은 마주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 사이를 메우는 것은 '피'라는 질긴 인연이다. 각 장은 각각 하나와 준고, 요시로, 한때 준고의 연인이었던 고마치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진행되지만 그들 각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 그들의 이야기이면서 하나와 준고의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바라본 하나와 준고의 관계, 그리고 그들 자신들의 눈으로 본 그들의 사랑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작품의 키워드는 '피'다. 피로 맺어진 '가족'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정이 하나와 준고에게는 결여되어 있다. 준고는 어릴 때 아버지를 바다에서 잃었고, 아버지의 부재는 어머니와의 관계도 원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상했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고 여자 혼자 몸으로 아이를 키우려는 어머니의 각오가 준고의 마음속에 응어리를 만들었다고 봐야겠다. 하나 또한 온전한 가정과 거리가 멀다. 지진으로 가족을 잃기 전부터 가족 안에서 느꼈던 괴리감. 자신은 이들과는 다른 사람이다, 이 안에 속할 수 없다는 감정이 마음 속에서 점점 커졌고 준고와의 만남을 통해 충족된 소속감 혹은 사랑이 그와의 관계에 맹목적으로 매달리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결국 가족의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없었던 준고와 하나는 '피'에 매달리게 되었고 준고가 하나를 '엄마'라고 부르게 된 배경에는 그런 '피의 충족' 의 결여가 원인이지 않았을까. 작품 안에는 준고가 하나에게 '피의 인형'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있다. 처음에는 그 단어가 그들의 저주받은 관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말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고통스러울 때 위안을 주는 포근한 하나 인형. 피로 맺어진 준고만의 인형.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이지만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도저히 그들의 사랑을 거부할 수 없다는 기분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자꾸만 빨려들어가게 되는 치명적인 사랑. 누구도 행복하게 할 수 없을 사랑의 죄악. 단순히 선과 악, 옳고 그름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사랑이 살인사건들과 연관되어 더욱 지독하게 불타오른다. 읽은 뒷맛이 개운하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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