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의 모험 열린책들 세계문학 28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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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 때 화장실에 한 번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던 아이였습니다. 왜인지 짐작이 가실까요? 화장실에 갈 때 꼭 책 한권씩을 들고 들어갔었는데 이상하게 화장실에서 읽는 책이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한 번 들어가면 30분이 넘도록 나오지를 않으니, 부모님이 그러다 웅꼬 빠진다고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시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저를 화장실에 붙잡아두던 책들 중에 당연히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가 빠질 수 없었죠. 앉은 자리에서 정황만 듣고도 이미 사건의 반은 해결하는 명탐정과 그의 소울메이트 친구 왓슨의 이야기는 저를 무척 황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번 읽고 끝냈어도 될 것을, 이상하게 셜록 홈스 이야기는 자꾸자꾸 읽어도 자꾸자꾸 재미있는 거예요.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드라마 <셜록>도 당연히 시청했고, 원작 소설이 나오면 또 읽고, 셜록 드라마 촬영한 메이킹북도 찾아 읽고, 그러다 원작으로 돌아와 읽지 않은 출판사를 골라 또 읽습니다. 중요한 건 결혼하고 옆지기,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 집 화장실에도 제가 중고등학생 때 읽었던 셜록 홈스 책이 그대로 놓여있다는 사실이에요.

 

셜록 홈스의 매력이 뭔지, 사실 콕 집어 말하기는 참 어려워요. 저는 그저 '셜록 홈스'와 '왓슨'이라는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느 때는 그냥 '내가 셜록 홈스를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읽으면 재미있는 걸 어째요. 매번 새로 읽는 것 같은 신선함,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논리적인 사건 추리도 다시 읽으면서 '아하!' 하게 되는 짜릿함!! 이건 아마 셜록 홈스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두 느껴보시지 않았을까요.

 

이번에 선택한 셜록 홈스는 <열린책들 세계문학>의 282번째로 출간된 [셜록 홈스의 모험] 입니다. 한권씩 야금야금 모으고 있는 열린세전이라 구색을 맞추고 싶기도 했고, 언젠가 아이들이 읽을 날을 고대하며, 이왕이면 이 열린세전 라인으로 읽어주기를 바랐습니다. 총 12편의 사건 기록이 담겨 있어요. 셜록 홈스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여성 숙적(?인 아이린이 등장하는 <보헤미아 스캔들>은 물론,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목표 인물을 교묘하게 속이려 했던 악당들의 계획을 무참히 부셔버리는 <빨강 머리 연맹>, 감추어두었던 과거의 잘못이 잔혹한 결과로 끝을 맺는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언제 읽어도 소름이 오소소 돋는 <얼룩무늬 끈>과 <너도밤나무 저택> 등 고전 추리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담으로 어렸을 때는 '너도밤나무'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 흥얼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에 특히 인상깊었던 작품은 <보스콤 계곡의 수수께끼>였는데요, 범인이 명백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비인간적인 논리력으로 술술 설명하는데 입이 쩍 벌어지더라고요.

 

추리소설, 스릴러 장르는 어쩐지 여름에 더 읽게 되지만, 이상하게도 고전추리 특히 셜록홈스는 추운 겨울에 더 읽고 싶어집니다. 따뜻한 방안에서 편안한 의자에 폭 파묻혀 읽으면 저도 베이커가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올 겨울, 고전추리의 묘미를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은 요 셜록 홈스 어떠실까요? 처음 읽으시는 분도, 재독하시는 분도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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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네이트 (일반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반지수 일러스트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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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시게아키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아서 책날개를 펼쳐보았더니 일본 그룹 NEWS의 멤버네요! 연예인들의 혈관에는 예술의 피가 흐르는지, 이렇게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데요, 특히 이 [얼터네이트]는 나오키상과 서점대상 후보에 오르고 요시카와에이지문학신인상 수상, 고교생나오키상 수상, 다빈치 BOOK OF THE YEAR 1위로 3관왕을 달성해 일본 최초의 아이돌 작가 문학상 수상으로 반향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특히 저는 저 중에서 '서점대상 후보'였다는 것에 주목했어요. 서점대상 후보였거나 서점대상에서 상을 받은 작품들 중 실망했던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일반판과 노블판 두 버전으로 출간되어 입맛에 맞는 쪽으로 골라 읽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얼터네이트]는 고등학생들만 사용할 수 있는 매칭 앱 '얼터네이트'를 둘러싼 주인공들의 만남과 이별, 사랑과 청춘을 그린 작품입니다. 단순히 가벼운 로맨스인 줄만 알았는데 미성숙하면서도 나름대로 고뇌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밀도 높게 그려져 있어 무척 재미있게 읽었어요. 엔메이학원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요리 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으면서 요리 경연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분투하는 니미 이루루, 가정배경으로 인해 얼터네이트를 신봉하면서 운명의 사람을 만나기를 고대하는 반 나즈, 오사카에서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도쿄로 상경해 자신만의 꿈을 좇아가는 다라오카 나오시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전개됩니다. 그 외에 각 등장인물들의 주변을 풍부하게 해주는 친구나 선배, 매칭 앱을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로 인해 파릇파릇하면서도 설레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저는 특히 [얼터네이트]를 읽으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할까요. 제가 휴대폰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때였어요. 그 때만해도 이렇게까지 우리 사회가 변화를 겪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죠. [얼터네이트] 속 세상도 물론 허구지만, 현실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고, 변해가는 사회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루루의 친구인 미즈시마 다이키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다이키는 동성애자인데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얼터네이트 안에서 공표하고, 동성애자 연인을 만나 데이트 하는 모습까지 거리낌없이 공개하는 장면들이 담겨 있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가 이런 청소년들의 모습을 소설 속에서 만나는 게 이렇게까지 자연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마 사회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작가의 역량일까요. 읽는 쪽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으니까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공부만이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루루에게는 요리가, 나즈에게는 무엇보다 수치로 대변되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나오시에게는 꿈을 좇아가는 것이 현재 가장 중요합니다. 어른들에게는 몇 명의 모습이 학생답지 않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학생답다는 것, 공부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기에는 아이들은 더 큰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지도요.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무모함, 그럼에도 전달되어 오는 열망들에 오랜만에 신이 났어요. 제가 고등학생이 된 것처럼 가슴이 뛰기도 했고, 제 자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남의 의미, 진정한 관계의 의미에 대해 청춘들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작품. 작가 가토 시게아키의 손에서 태어날 다음 청춘 소설들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 출판사 <소미미디어>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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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샤의 후예 1 : 피와 뼈의 아이들
토미 아데예미 지음, 박아람 옮김 / 다섯수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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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제일리는 검은 피부에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마자이의 후손입니다. 삶과 죽음을 다루는 마자이인 사령술사였던 엄마는 마자이를 증오하고 배척하는 사란 왕에 의해 목숨을 빼앗겼고, 수많은 마자이들이 마법과 목숨을 잃은 대학살의 날 이후 그들은 노예 취급을 받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어요. 마마 아그바로부터 격투를 배우며 가슴 속에 자리잡은 복수심과 분노를 다스리던 어느 날, 사란 왕이 올린 세금을 내기 위해 수도 라고스로 생선을 팔러 가게 된 제일리. 그 곳에서 사란 왕의 딸이자 절친한 친구면서 마자이였던 빈타를 잃은 공주 아마리와 만나게 됩니다. 마자이들의 잃어버린 마법을 찾아줄 열쇠가 될 두루마리. 그 두루마리로 인해 아버지 사란 왕이 마법이 돌아온 빈타를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 아마리는 두루마리를 훔쳐 도망가고, 제일리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게 되죠. 그러나 곧 뒤쫓아온 사란 왕의 군대, 아마리의 오빠 이난. 삶의 거처를 잃게 된 제일리와 그녀의 오빠 제인, 그리고 아마리는 마마 아그바의 예언에 따라 마자이들의 운명을 바꿀 거대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상하게 이 작품의 제목과 표지를 본 순간부터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와 뼈의 아이들이라는, 다소 자극적이지만 어떤 호소같은 것이 깃든 제목과 검은 피부에 하얀 머리카락을 한 (아마도)제일리의 모습에서 강렬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결과는 대만족입니다. 격투봉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제일리의 모습과 그런 그들을 억압하는 사란 왕의 위병들과의 대립은 인상적인 시작을 열어주었어요. 언제 어디서 죽음을 당할지 모르는 운명을 끌어안고, 사랑하는 엄마가 무참히 살해당한 모습을 가슴에 간직한 채 하루하루 두려워하면서, 그러나 강인하게 살아내고자 하는 제일리의 용감한 모습에 판타지 장르를 주름잡을 주인공의 탄생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작품이 재미있게 다가온 이유는 입체적으로 그려진 캐릭터들이에요. 누구보다 동생을 사랑하고 그녀의 안녕을 바라기 때문에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길 바라는 굳건한 제일리의 오빠 제인, 궁전에서 공주로서 새장 속의 새처럼 살았을 수도 있었지만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기로 결심한 아마리, 아버지 사란 왕의 명령에 따라 마자이들과 그들의 마법을 억압하려 했지만 그 자신이 마법을 얻게 되면서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이난까지 하나하나의 캐릭터들의 특징이 뚜렷하고 개성적이어서 마치 현실에서 살아 숨쉬는, 실제 인물을 보는 듯 했습니다.

 

가장 독특한 점은 아마도 주인공인 제일리가 검은 피부에 하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일텐데요, 작가인 토미 아데예미 또한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입니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전, 그리고 수정하면서 계속 눈물이 났고, 뉴스를 켤 때마다 무장하지 않은 흑인 어른들과 아이들이 경찰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사건을 연일 접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통해 작게나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다는 작가. 작품 속에서 제일리는 마자이이기 때문에 억압을 당하지만, 사실 그녀는 피부색이 검은 많은 이들을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해요. 그녀가 마자이의 후손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피부색으로 인해 차별과 멸시와 수모를 당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 책의 현실 비유는 매우 생생합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조리한 일들에 대해 보여주죠. 작품에 등장하는 마법과 환상적인 요소들은 매혹적이지만 이 안에서 다루어지는 고통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이 단순한 판타지물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상징적인 요소들을 떠나 이 책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마자이들의 마법을 되돌려 줄 의식을 치르기 위해 세 사람이 겪어야 하는 그 모든 시련과 맞서 싸우면서 성장해나가는 모습, 그 와중에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 모험들, 마법이 발현되는 모습, 그리고 함께 나란히 서는 것이 도저히 상상되지 않았던 이들의 로맨스까지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요소들이 집합되어 있어요. 그 모든 장면들이 생생하고 벅차게 다가와서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21세기 폭스와 영화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는데, 과연 제일리 역할은 누가 맡게 될지, 무척 기대됩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아프리카 어디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이고 매혹적이지만 고통스러운 이야기. 우리는 모두 '피와 뼈의 아이들'이라는 것을 깨달은 제일리의 행보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작품 안에서 작가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떻게 이어질 지 어서 다음 편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판타지물이었다고 자부해봅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다섯수레>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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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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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제키 다이의 작품을 예~전에 한 두권 정도 읽은 기억이 나는데 10주년 기념작이라니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극찬과 함께 등단했다는데 그동안 등한시(?) 해서 미안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마도 여러번 되뇌이게 되는 ‘만약에‘의 굴레를 작가가 어찌 풀어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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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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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배려한 킹의 순한 호러 소설]

 

영화 <식스센스> 결말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때도 지금도, 여전히 그 영화를 뛰어넘는 반전은 어디서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유령을 보는 작품들이라면 어김없이 <식스센스>와 비교되는데, 킹 중의 킹인 스티븐 킹의 [나중에] 도 다를 리가. 차이가 있다면 <식스센스>는 서늘하고 아련하고 슬픈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비해, 이 [나중에]는 유령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유쾌하다. 스티븐 킹의 호러 소설 중에는 생각보다 너무 무서운 작품들도 많아서 쉽게 읽어내려가기 힘들 때도 종종 있었는데, 이 작품은 술술 읽히는 데다 으어어엄청 무서운 수준은 아니다. 아무리 주인공인 제이미가 '이것은 호러 소설이다, 이것은 공포 소설이다'라고 중얼거리기는 하지만.

 

제이미의 눈에는 유령이 보인다. 그 사실을 엄마도 일찌감치 알고 있다. 제이미가 말했으니까. 단지 진지하게 믿지 않았을 뿐이다. 어느 날 제이미가 센트럴파크에서 일어난 사고로 사망한 남자 유령을 묘사한 이후에야 진심으로 아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듯 하지만, 가급적이면 그 사실을 잊고 지내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유령을 보는 능력으로 옆집에 살던 버켓 교수님을 도와 드리기도 하고, 가정의 안정을 위해 죽은 작가로부터 출간되지 않은 작품의 줄거리를 듣고 저작권 대리인인 엄마가 대신 책을 쓰는 데 공헌하기도 한다. 그냥저냥 순한(?) 유령 보는 이야기인가 싶었더니 악인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바로 엄마의 연인이자 경찰인 리즈. 제이미의 능력을 자신의 출세에 이용하기 위해 최악의 폭파범 유령을 만나게 하는데, 그 때부터 조금씩 호러 소설의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한다. 다른 유령들과는 달리 그 폭파범 유령이 이승을 떠나지 않고 자꾸 제이미 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데, 책장이 술술 넘어가서, 어쩌면 이 작품은 킹도 어깨에 힘을 빼고 집필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들여 쓰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호러소설을 잘 읽지 못하는 나같은 독자들을 위해, 이런 심신이 나약한 독자들도 호러소설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무척 공포스럽지 않은 공포소설을 탄생시킨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제이미가 보는 유령들 때문일텐데, 지금은 보이고 대화할 수 있는 유령이더라도 3일 정도 지나면 목소리도 작아지고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된다. 제이미가 묻는 말에는 진실만을 말할 수 있는 유령이라니, 자기도 말하고 싶지 않은 내용을 술술 이야기하는 유령의 모습이 그려져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호러소설 읽는 중, 미소라니! 이것은 킹만이 가능한 일인 것이다.

 

서술하는 제이미의 나이는 스물 둘. 그 때까지 제이미가 만난 유령 중 가장 악질이자 여전한 두려움의 대상인 테리올트는 여느 유령들과는 달리 금방 사라지지도, 말을 못하게 되지도 않았다. 그에게서 악의 기운을 느낀 제이미는 휘파람을 불면 그가 나타날까봐(그 이유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라!) 한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게 된다. 만약 내가 제이미라면 정말 무서웠을 것 같은데, 일단 나는 제이미가 아닌 데다 작품이 시종일관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라 테리올트가 더 이상은 그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 제멋대로 믿어버렸다.

 

등장하는 유령들의 모습을 묘사할 때를 제외하고는 선혈이 낭자하는 등의 잔혹한 장면도 많지 않다. 유령의 존재보다 더 무섭게 느껴진 것은, 오히려 인간의 악의와 무한한 욕망. 스티븐 킹이 이번 작품에서 부각시키고자 한 것은 존재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유령이 아니라, 유령을 보는 능력까지 이용해 욕심을 채우려는 인간의 이기심 아니었을까. 역시 '킹 중의 킹'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스릴러 제왕의 교훈 가득한 호러스릴러 작품!!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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