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이 지난 지금, 내 글쓰기가 현실적 체험 외에 또다른 인생길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현실의 인생길과 동시에 출발하여 나란히 걸어간다. 어떤 때는 겹쳐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영 딴 방향으로 가기도 하면서 요즘 내 인생이 한창 완정(完整)해지고 있는 중이라고 느끼기 때문인지 글쓰기가 심신의 건강에 이롭다는 말이 갈수록 믿을만하다고 생각된다. 글쓰기는 나로 하여금 두가지 인생, 즉 현실적 인생과 허구적 인생을 살도록 해주었다. 양자의 관계는 건강과 질병처럼 하나가 강해지면 다른 하나는 반드시 약해진다. 그러므로 나의 현실적 인생이 차츰 무미건조해지면, 나의 허구적 인생은 벌써 이상하리만치 풍부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