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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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책표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하니 또 주인공의 이름이 새까맣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일본 소설은 여전히 성과 이름이 헷갈리는 모양이다. 책속의 다이스케와 나는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았다. 책을 읽고는 싶지만 읽을 수 없는 증세를 가졌다고 할까. 다이스케의 경우에는 그럴만해 보였다. 다섯살때 할머니 책을 보다가 불호령을 맞았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책 욕심은 많았지만 몸이 따라 주지 못하다보니 아무래도 짜증이 심했던 모양이다. 자꾸만 책속의 글씨가 눈앞에서 튕겨져 나가는 느낌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자연스레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같다. 

 

살아 생전 무섭기만 했던 할머니의 죽음 이후, 유품을 정리하다가 다이스케는 소세키 선생의 전집을 발견한다. 그 중 한권 표지에 의문의 사인이 있어서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 가까운 비블리아 고서당을 방문하게 된다.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가끔 헌책을 볼때면 이쁜 글씨체를 발견하기도 하고 책속에 꽂혀져 있는 사연이 담긴 쪽지를 발견할때도 있었다. 다만 내 경우에는 책을 팔거나 내다 놓을 경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심히 책을 펼쳐서 털어 보기도 하고 열심히 안쪽을 살핀다. 그 이유인즉 무언가가 안에 있지는 않나, 책에 돈을 종종 꽂아 놓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고서를 살때면 앞쪽 페이지만 펼친 경우에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앞에만 쬐금 푼 흔적이 있을떈 배꼽을 잡는다. 흡사 누구를 보는 것만 같아서 일꺼다.

 

전에는 책방에 가는게 즐거운 놀이와 같았다. 책에 대해서는 영 가깝지는 않았으나 언니의 영향덕분에 자주 따라 나섰던 것 같다. 언니의 손에는 책이, 내 손에는 늘상 과자가 들려 있었다. 언니는 책을 바라볼때 사오리코씨와 비슷한 느낌이였다. 사오리코씨는 비블리아 고서당을 아버지께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었다. 장사와는 체질이 맞아 보이지 않는 성격이었다. 평상시의 대화를 주고 받을때의 그녀는 내성적이라서 한동안 상대방을 답답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가 할때면 평상시의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또 다른 그녀가 척하니 나오는 것이였다. 이것이야말로 변신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다이스케 역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고등학교때 첫눈에 그녀에게 반한 다이스케는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당당한 이유로 만나게 되었다. 할머니의 유품인 책에 대해서 감정해달라고 말이다. 고서당에 있어야 할 그녀는 병실에 누워 있었다. 그것도 여기가 병원인가 책방인가 싶게 책에 둘러싸여서 말이다. 병원에서 나는 냄새보다는 책 냄새가 훨씬 좋아서 그녀도 안정을 취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것 같은 그녀는 책 이야기가 나오면 눈이 땡그래지면서 상대방의 똘망똘망하게 바라본다. 할머니가 남기고 가신 책에 대한 비밀을 풀어준다. 어쩌면 별거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그런 사실을 유추해내는 그녀가 대단해 보였다. 책은 사람과 함께 세월과 먼지만 쌓이는게 아니라 다른 내공도 은연중에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 역시 애정과 관심이 있어야만 보여지는 것이다.

 

다이스케는 할머니에 대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예리한 그녀는 구직중인 다이스케를 어찌 알아 보았는지 고서당에 사람이 필요하다며 알바를 하지 않겠냐고 물어본다. 책을 꿰뚫어 보는 듯한 그녀의 눈매는 사람의 사소한 것에도 예리함을 발휘하나 보다. 어쩌면 건성으로 넘기는 것도 착착 자연스레 눈앞에서 맞추어지는지도 모르겠다. 다이스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그녀의 권유에 무지하게 좋았지만 안그런척하면서 고서당의 알바를 시작하게 된다.

 

그녀가 병원에 입원한 것은 사고가 아니였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그녀를 계단에서 밀쳐버려서 회복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다리를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할때 그녀는 의외로 담담해 보이기도 했다. 책의 내공은 사람에게 그런면에서는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는, 그리고 자연스레 상대방을 움직이는 힘을 갖게 하는지도 모른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책표지>

 

 

책과 사람에 대한 따스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에 대한 이야기와 그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그녀의 모습이 다이스케가 그녀에 대해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입원 이야기는 좀 섬짓하기도 했지만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사랑한다는 것과 집착하는 것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구나 싶다.

 

이래서 잘못된 사랑의 결과가 무서운법이다. 책등빼기 시다씨의 부탁으로 잃어버린 책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때론 추격전도 시작된다. 그 모든것을 그녀는 병실에서 움직일 수 없기에 다이스케씨가 한다는 점이 좀 재미있다. 키도 크고 운동부선수로 느껴지는 다이스케이기에 듬직하기도 하고 그녀를 지키기에도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녀 옆에는 요런 다이스케같은 인물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줘야 한다. 책을 통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안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새책도 좋지만 나역시 허름한 책도 좋아한다. 다만 책이 누렇게 바라고 그안에서 책벌레가 요동치는 점이 좀 거북스럽기도 하지만 그녀석과 나도 함께 공생관계를 해야 하는 걸까 고민도 하지만 그녀석이 싫다. 

 

다이스케의 숨겨진 이야기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책속에 나오는 책 이야기와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이야기가 또 이어진다고 한다.  3대째 그녀의 집에 내려오는 가보 <만년>이라는 책에 대해 이야기를 막 떼면서 1권은 끝이난다. 얼른 입을 떼시라.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 카페에서 D&C 미디어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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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벽난로에 산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3
애너벨 피처 지음, 김선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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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읽고 잠들려고 했는데 끝까지 읽어 버렸다. 책을 들기 전까지는 잠이 마구 쏟아지려 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잠을 이기지 못하고 책을 들고서 머리를 떨구고 말았을 것이다. 책이 손에서 툭 떨어져 바닥으로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평상시에 자주 있는 일이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눈물을 꿀꺽 삼키고는 새벽 4시까지 책을 다 읽어 버렸다.

 

제임스는 10살이 되었다. 5살때 로즈 누나가 폭탄 테러로 죽었다. 제임스에게는 로즈, 재스민 쌍둥이 누나가 있다. 로즈 누나는 죽었지만 아직 벽난로 옆에 산다. 제임스의 10번째 생일날에도 로즈 누나는 제일 먼저 케익을 먹고 있었다. 먹는지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제임스는 자신의 생일에도 로즈 누나가 먼저인게 화가 날 지경이다.

죽었다는 걸 알지만, 누가 말해도 듣지 못한다는 걸 알지만, 나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 생일이야, 누나 생일이 아니고." (34쪽) 이말에 웃음도 났지만 슬퍼졌다.

 

딸을 잃은 슬픔으로 아빠와 엄마의 결혼 생활은 파경을 맞게 된다.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맨날 술만 마신다. 재스민은 쌍둥이 언니를 잃은 슬픔에 힘들어하고 제임스는 외톨이처럼 보였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온 제임스는 친구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된다. 소냐가 친구가 되어 준다. 소냐는 모슬렘이라서 제임스는 고민하게 된다. 로즈 누나를 죽게 만든 폭탄 테러가 모슬렘때문이라서 아빠는 극단적으로 모슬렘은 다 살인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왠지 제임스는 나쁜짓을 하는 것만 같다. 모슬렘들은 침실에서 폭탄만 만들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쩌면 우리도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다가 끝장 나는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제임스는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고 구타까지 당한다. 수냐의 보복하는 방법이 매우 마음에 들었지만 수냐 역시 이방인이였기에 본인도 따돌림을 피할 수 없었다. 수냐 때문에 행복했지만 불안한 제임스였다. 영혼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친구를 만나서 다행이였지만 그로 인해서 둘 다 상처 받는 일이 생긴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부딪쳐야 할 일이였고 충분하게 피도 흘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살의 나이에 폭탄 테러로 죽은 로즈만 생각하면 세상을 살기가 너무 힘들 것 같다.

 

다행이도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빠도 점점 노력하고 있고 재스민도 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의젓한 누나라서. 제임스는 다시 예전처럼 아빠와 엄마와 누나랑 행복해지고 싶었을 것이다. 함께 투닥거리면서 금방 웃을 수 있기를. 제임스는 키우던 고양이의 죽음을 통해서 로즈 누나의 죽음을 이해하게 된다. 아빠와 엄마를 그리고 재스민 누나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다. 갑작스러움, 그리고 폭탄 테러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힙겹게 한다. 그 곳이 아니였더라면, 나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했더라면 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아서 미쳐 버리지 않았을까.

 

제임스가 용기를 내서 수냐를 지켜줄 수 있어서 기뻤다. 처음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수는 없겠지만, 힘겹게 한발짝 앞으로 내딛었다. 제임스네 가족은 점점 괜찮아질 것이다. 수냐의 말처럼 어른들은 뭘 모른다니까.

 

네 힘이 내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용기를 주네. (324쪽) 제임스는 노랫말처럼 재스민 누나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 제임스가 어느새 훌쩍 커버린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이책은 북카페 책책책을 읽읍시다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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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안 -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9인의 단편집
미야베 미유키 외 지음, 한성례 옮김 / 프라하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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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시 특색있고 재미있는 단편들~ 기대한 보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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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향전.숙영낭자전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5
이상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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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을때면 느끼는 거지만 주인공이 동물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럼 동물이 은혜를 갚는다. 어떻게 목숨이나 재물로써. <흥부와 놀부>에서는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그래서 나도 떨어진 제비 새끼를 집으로 올려주었건만 "제비야 나를 보았느냐?"라고 묻고 싶었지만 제비한테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할 것만 같다.  아마도 "이 사람아 책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가?"라며 나무라지 않을까. 숙향전은 꽤나 구비구비 기나긴 인생이 담겨져 있음에도 '아이고'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았다. 숙향은 죽을 고비를 15살 되기전에 5번씩이나 겪는다고 했지만 구경하는 이로써는 신기하기만 했다.

 

죽을 고비때마다 도와주는 이가 '짠'하고 나타나서 천리길을 한걸음에 가게 도와주고 선녀였는데 잘못을 저질러 지상으로 내려갔음을 각인시켜주면서 '이슬차나 한잔' 하면서 선녀때 기억을 살려주고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다. '이것이 한 낮 꿈이였단 말인가?' 라는 명언도 남긴다. 어쩌면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꿈이라면 나는 무슨 차를 마셔야 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리 생각하고 살면 '나중에는 잘되겠지, 혹은 꿈에서 깨어나면 괜찮아질꺼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도피일지. 아니면 낙천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천상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것도 이 책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숙향이 선녀일때 한 잘못으로 인해서 지상에서 그런 고생을 한다는게 '신들의 쪼잔함'이 조금은 느껴지기도 했다. 신이라면 너그럽고 기타등등의 자질을 갖춰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잘못은 크게 벌을 내린다는 면에서 공명정대한지도 모르겠다.

 

천상과 지상을 정신없이 오고 가며 숙향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왠지 귓가에서 판소리의 구성진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얼쑤' 이제 낭군님 이생을 만나러 가야 할때이다. 이생은 제대로 멋진 남자였고 숙향도 물가에 있는 붕어가 차마 물위로 올라오지 못할 정도의 미모라고 하니 이를 어찌할꼬. 천상의 상제가 되고 싶다. 나라면 두 사람을 영원히 떼어 놓으리라.

 

온갖 고초를 다 겪고 이제는 행복해질 시간만 남겨둔 숙향에게 낭군님이 금방 나타날리는 만무했다. 할미는 이생의 사람됨됨이를 시험해 보고자 숙향이 눈도 멀고 다리는 절고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생은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이생이였다면 아마도 마음이 심하게 흔들려서 바로 다리를 '절뚝' 거려가면서 손가락도 제대로 못 피고  '오늘은 몸이 좋지않아서'하고 도망갈 것 같다. 옛 성인의 말씀이 떠올랐다. 성인은 '남의 탓, 하늘 탓을 하지 않는다 .' 하였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 맘처럼 싶지 않다. '세상이 잘못됐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사람의 인연은 알 수 없다고 했으니 숙향의 인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함께여도 또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인생이 험난한 만리창파라고 해도 살아볼 만 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숙향전은 희극적으로 끝나서 다행이였지만 숙영낭자전은 비극으로 치닫아서 지독히도 그때 시대상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했다.

 

그러나 꿈속에서 본 낭자의 얼굴은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부끄러워 땅에 떨어질 만큼 아름다웠으며, 조각달을 수놓은 듯한 자태는 천상의 밝은 달이 구름 속에서 막 솟아나는 듯했다. (217쪽) 숙영낭자는 그렇게 아름다웠다. 나도 하늘을 날던 기러기와 눈만 마주칠 수 있다면 그 즉시 떨어 뜨릴 수 있다. 숙영낭자와 다소 다른 느낌의 이유로.

 

숙영낭자전에서는 아랫사람의 음모로 인해서 시아버지에게 간통의 누명을 쓰고 고문을 받다가 억울하고 원통하여 자진한다는 내용이였다. 숙영 역시 천상의 선녀였고 잘못으로 인해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낭군님은 그때 과거를 보러 갔었다. (숙영의 낭군님은 숙영과 사이가 좋아서 부부사이가 무지 좋았는데 언제 공부를 해서 장원급제 했는지 영 속을 알 수 없다. 절로 존경스럽다. 나에게도 살짝 비법을 가르쳐 주었으면.)

 

그 짧은 시간에 그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고 만 것이였다. 두 사람의 사이가 너무 좋은 것이 하늘의 시샘을 산건지도 모르겠지만 조선시대때 쓴 글이라고 하니 이런일이 꽤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자진할때 숙영의 절절하고 처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어찌 남의 말만 듣고 시아버지라는 사람이 며느리에게 모진 고문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귀가 그리 가벼워서리. 내 시아버지의 귀와 눈을 멀게 하리라. 나에게 힘을.

 

고전이 매력적인 이유는 권선징악적인 구조가 뚜렷하고 우울하고 처절할 수 있는 시대상을 해학적으로 풀어내준다는 점이다. 세상에는 선과 악이 확실하지 않다. 고전을 통해서 현실을 투영해서 바라볼 수 있는 점, 비극적이더라도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같은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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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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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시대의 산물이라고만 생각했던 극단적인 '마녀 사냥' 은 집단의 광기로 느껴졌다. 현재에도 우리는 '마녀' 사냥에 집중하고 있다. 마녀를 잡아다가 나무에 꽁꽁 묶어서 화형 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현대가 무서운 것은 알뜻 모를뜻 하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지만 사회적인 분위기가 묘하게 흐른다. 인터넷으로 개인의 잘못을 심판하기도 하고 유명 연예인에 대한 악성 글을 끈덕지게 남기고 위기를 대신해줄만한 희생양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세상의 불신과 공포가 전염병처럼 나돌아 다녀 세상을 살아가는게 무섭게 느껴진다. 그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지, 의심은 끊임없이 늘어가고 CCTV가 우리를 지켜준다고 생각해서 설치하지만 정작 범인들은 유유히 사각지대를 늘상 고민하는지 달아놓은 CCTV를 무색하게 만든다.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감시 당해야 한다.

 

중세 유토피아주의가 몰락한 곳에서 마녀사냥은 공동체가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제시되었다. 마녀들을 제거하면 공동체는 다시 과거처럼 평온을 되찾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53쪽) 봉건체제가 무너져 내리는 위기에 역병이 돌면 사람들 역시 돌아버린다. 이럴때 사람들은 광기에 휩싸인다. 누군가의 탓을 하고 싶고 희생양을 찾게 된다. 

 

공동체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 희생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은 가톨릭교회의 권위에 닥친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문화적 상징 행위에 가까웠다. (53-54쪽)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사람들의 광기는 무섭고 미쳤고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현재에 우리는 어떠한가? 어떨땐 지금의 사회 현상에는 많은 모순점을 갖고 있다.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고 있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역시 좋은점 못지 않게 단점을 갖고 있다. 유명인의 말 한마디에 좌우되는 경우도 많고 말한마디 잘못 썼다가 크게 얻어터지는 경우도 많다. 개인의 잘못이 그 장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의 인터넷 공간상에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구타를 당한다. 잘못은 잘못이지만 우리의 방법은 괜찮은 걸까? 앞뒤 상황도 없이 어떤 장면만 보면, 어떤 글만 보면 사람 이상하게 되는 것은 한순간일 것이다.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정작 우리도 어느 순간에 '마녀'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누구라도 '친북 인사'나 '빨갱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우파들이 벌이는 행태가 현대판 마녀사냥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한다. (147쪽) 공산주의 체제인 북한이 없었다면 미드에서 쓸만한 소재가 없지 않았을까 싶어서 내가 다 안타까울 정도다. 아마도 다른 나라들은 북한이 공산주의 체제를 오래도록 유지하길 바랄지도 모른다. 툭하면 북한 탓, 우리도 그러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의 적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거니까.

 

역사적인 범주에서 마녀에 대한 믿음은 사라졌지만 마녀라는 기표가 깃들었던 그 지점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녀 프레임은 계속 작동하고 있다. (147쪽) '날것의 생명'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 가슴에 파고든다. 인간은 강하지 않다. 나약하다. 과학적으로 현실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언제든지 주변에서 칼이 날아오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언제 자연재해로 무엇이 날아갈지 모르고 슈퍼 박테리아가 언제 목숨을 노릴지도 모른다. 위태롭고 외롭고 힘들다. 그럴때일수록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것 같다. 누군가를 몰아내고 미워하고 죽일듯한 관심말고 괜찮은가 하고 살펴주고 걱정해주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누구나 마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마녀는 다시 사유되어야 한다. 그 사유를 통해 비로소 우리는 현재를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내면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66쪽)

 

 

<이 책은 자음과 모음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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