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가 보낸 편지 -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윤해환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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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커빌의 사냥개는 1889년 10월이 배경이고, 당시 카트라이트는 열한 살이었어. 지금은 1919년, 저 아이가 진짜 카트라이트라면 지금쯤 배 나온 아저씨가 되었을 게야. (86쪽) 책속의 배경은 이렇다. 시대적 배경은 1919년, 곧 독립이 될꺼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내성은 만세를 외치던 사람들 무리속에 섞이고 자칫 총에 맞을 뻔 하다, 잘 모르는 형이 내성을 끌어안고 대신 총을 맞는다. 그 형이 떨어뜨린 빨간 벚꽃이 그려진 호루라기. 이 호루라기가 화근이였다.

 

내성은 양인 카트라이트를 만나고 둘이 힘을 합쳐 그 형을 찾아 헤매다가 수소문 끝에 널다리골 교회에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그 형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두 소년은 증거를 찾아 나선다. 그 다음날 내성과 카트는 만나기로 했지만 카트는 나오지 않고 그런후에 십칠년이나 시간이 흘러버린다. 홈즈는 소설속 인물이고 카트 역시 가짜라는 사실을 내성이 알게 된다. 충격 받는다. 그렇겠지. 순수하고 어린 소년이니까. 범인은 두 여인 중 하나로 초반에 좁혀졌다. 대략 증거를 모아 보자면 빨간 벚꽃 호루라기, 방갓, 범인의 발자국, 널다리골 교회, 방갓을 쓴 졸라맨(내가 보기엔 그리 보였음/홈즈의 편지에서). 하여튼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끈덕지게 한길을 꾸준하게 간다. 내성은 장사치의 아들로 꽤 괜찮게 살았고 양인말도 배우고 홈즈에 관련된 책도 읽고 나름 공부하였으나 추리에는 좀처럼 떨어지는 듯~

 

주석이 또 요렇게 재치있고 재미있는 책은 간만이다. 우연히 '단독'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에잇, 일단 적어!"라고 생각하고 적었다. (340쪽) 주석의 설명을 다른 책속의 문장을 일부 옮겨 놓았다. 매우 적절하게.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단어가 나오면 수첩에 꼭 적어둔다. 그 단어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냥 좋은 것 같다. 한줄을 쓰더라도 그 단어가 들어가면 빛나는 느낌이다.

 

이 책을 통해서 '김내성'작가를 알게 되었다. 검색해보니 <연문기담>이랑 몇권이 보인다. 읽어봐야겠다. 추리나 공포를 좋아하면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스티븐 킹의 '죽음의 무도'란 책을 읽으면 드넓은 미국이라는 나라도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만큼 편견도 드센듯 느껴진다. 그래도 공포를 사랑할꺼란 저자의 말에 완전 고개를 끄덕였다. 추리소설도 마찬가지로.

 

 책에서는 범인을 찾기 위해서 십칠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지만, 범인을 잡는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누가 죽였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내성과 카트의 짧은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재회까지. 명탐정 코난이라는 만화처럼 셜록홈즈에 관련된 책과 말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훗날 내성은 '널다리골 교회 살인사건'이라는 현실속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소설을 쓰면서 여전히 범인을 찾는 일에 주력한다. 결국 범인을 스스로의 힘으로 잡지 못한다. 홈즈가 준 편지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는지, 범인 잡기 공모전까지 낸다. 솔직히 이부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모를 해야하는 이유를~ 범인을 잡는다해도 이런 세상에 태어난게 원망스러운 아픔이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사람을 죽이는 것에 타당한 이유 따위는 없다." 하여튼 이와 비슷하게 코난이 말했던 듯. 끝까지 범인을 누군가를 잡고 끌고 가기에는 좀 약하지 않았는지, 추리에서의 긴장감의 끈이 좀 아쉽다.

 

"어떻게든 흐르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 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밖에 없으니."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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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4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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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리와 하루미가 드디어 가족이 되었다. 몇년째 함께 살고 있지만 어색하고 아직은 뭔가 부족한 듯 싶었는데 드디어 투닥거리기 시작한다. 싸우기도 하고 그러면서 가족이 되어 가는 거지. 쿠루리도 마음을 표현하는데 익숙치 않아서 힘들었지만 서로를 위하는 따스한 밥을 통해서 서로에게 정이 마구 쌓이고 있는 중이다. 그러는 과정중에 하루미는 쿠루리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자신이 쿠루리 만할때의 추억이 스치고 지나간다. 쿠루리가 엄마와 살았던 곳에 가면 상처를 받을지 어떨지를 고민하다 떠나게 된다.

 

학교에서 친한 친구들끼리 나눠 먹는 디저트를 함께 하게 된 쿠루리는 큰맘 먹고 딸기를 구매한다. 알뜰하다 못해서 매우 절약하는 쿠루리인데 정말 큰맘을 먹었다. 쿠루리가 세일 전단지를 챙겨 볼때면 오란 고교 호스트부에서 '하루히'가 생각난다. 친한 친구들끼리만 먹는 디저트라~ 학교 생활도 점점 잘하고 있는 쿠루리와 친구들이 유쾌해서 좋다. 하루미는 좋은 조건에 일자리가 생기지만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꽤나 멀리 가야한다. 정말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쿠루리를 위해서, 그리고 이곳에서 쿠루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가지 않기로 한다.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알고 싶어서 연구자가 되었다.(89쪽) 이렇게 멋진 말을 하다니, 하루미가 다르게 보인다. 훗카이도의 일자리를 거부한 것을 하루미가 알게 되고 자신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혹은 "쿠루리는 신경쓰지 않아도 돼." 라는 말때문에 속상했던 건지 화를 내고 들어가 버린다. 쿠루리는 짐이 되기 싫어서 고등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하루미는 그런 쿠루리의 모습에 속상해 한다. 점점 티격태격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며 가족이 되어 가고 있다. 쿠루리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좋은 자리를 거절해 버린 하루미때문에 속상한 것 같다. 가족을 위해서 희생한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얼마나 힘들어 질지 모른다. 하루미처럼 쿠루리를 좋아하기 때문이지 그것을 희생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중에 댓가가 치러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분노할 것인지. 어떤 마음이냐에 따라서 자신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다.

 

하루미의 비지와 차조기 샐러드 덕분에 차조기가 앙상하게 되어 버리고 쿠루리는 그 모습을 보고 부들부들 떤다. 이런 모습이 참 귀엽다.

 

쿠루리는 하루미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자 큰 맘 먹고 가다랑어를 굽는다. 그런데 타이밍 꽝인 하루미는 그만 밖에서 가다랑어를 맛나게 먹고 오고~ 쿠루리는 화가 나서 휴지랑 깨지지 않는 걸로 하루미에게 마구잡이로 던진다. 그와중에도 생각을 하면서 적당한 것을 고르는 쿠루리의 이런 모습이 귀엽다. 그리고 문을 꽝 닫고 들어가 버린다. 그래 그래 그렇게 닫아도 문은 부서지지 않는다. 문짝이 부서질때까지 닫고 또 닫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들쑤시는 것도 가족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루미는 쿠루리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하루미도 그때는 반항기였던지 짜증도 내고 말도 하지 않고 그랬지만 쿠루미네 엄마는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었다.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되면 자신이 했던 행동들을 많이 잊어 버린다. 엄청스레 짜증냈었던 것도, 청개구리 짓 하는 것도,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버린 몸쓸 행동들도 서슴치 않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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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1825일의 기록 - 이동근 여행에세이
이동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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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없이 길을 떠나 본적이 없다. 한번쯤 햇살 좋은날 떠나볼걸 그랬나. 날씨가 많이 추워서 그런지 지금은 떠날 수 없을 것 같다. 학창시절부터 가출을 하는 친구들이 대단해보였다. 어차피 나가도 다시 끌려오곤 했는데 어디서 잡아오는지, 그런 선생님도 매우 대단해 보였다. 아는 친구는 집 나가면 반찬이 달라진다며 웃었던 녀석이 있었는데 학교라는 갑갑한 곳에 매여서 자유분방한 영혼이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장난끼 많고 햇살처럼 눈부셨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그때는 몰랐는데 정말 뽀송뽀송 했구나 싶다.

 

허름한 창문과 지저분한 담벼락이 반듯해지고 깨끗해지면 좋아 보일꺼라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였다. 사람 손때가 묻어도, 좀 허름해 보여도 정이 느껴지는 곳이 더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번듯하고 점점 높아져만 가는 건물을 바라보면 목도 아프고 눈도 아리다. 초등학교때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아파트를 처음 가보았는데 그때 충격이 좀 심했던 것 같다. 나가서 놀다가 친척집이 몇호인지를 잊어 버려 머리속이 하얗게 되버렸다. 이집이나 저집이나 다 똑같은 회색 대문이였던 것이다. 당연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때는 촌스럽게도 아파트가 그런곳인지 알지 못했다. 나이를 많이 먹지 않아도 익숙하곳이 좋구나. 어린시절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나이때부터 아빠를 따라서 여행을 다녔다. 배도 타고 싶지는 않았을 꺼라 생각이 들었지만 거부할수 없는 나이라서 얼떨결에 배도 타 보았던 것 같다.

 

오래되고 낡았어도 사람이 살고 있는

집과 사람에게 버려진 집은

확실히 다르다. (29쪽)

 

드디어 우리집 뒷편으로 도로가 난다. 아버지께서 도로가 난다고 말씀하신지 30년이 지나고 나서야 이제야 그곳에 '도로'가 생긴다. 아버지께서는 곧 도로가 생긴다고 하셨다. 30년전부터 금방이라도 도로는 깔릴것만 같았다. 도로도 깔리고 우리집은 3층집이 되어 있어야 맞다. 아직은 자갈밭이다. 집 뒷편에 어설프게 도로 공사중인 바람에 우리집은 처량맞기 그지없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20년전부터 할머니께서는 아프셔서 오늘 내일 하셨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께서는 할머니께서 정말 내일 돌아가실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신다. 오늘 내일 하기에는 꽤 긴 시간이 흘러 버렸지만 아버지는 매번 일관성 있으시다. 여전히 할머니께서 아프시다며 걱정하시고 오늘 내일 하곤 하신다고 말씀하신다. 가족이 함께 모여서 이런 이야기를 할때면 웃고 만다. 오늘 내일이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길 위에서의 추억은 오늘과 내일 그리고 과거가 계속 이어지는 곳이다. 그런곳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아쉽다. 비슷한 골목일지라도 내가 살았던 곳과 아닌곳은 너무나 다르다. 많은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때 보았던 눈높이가 달라져 버려서일까, 아니면 그곳에 살지 않아서 그런건지, 또 아니면 그곳에 살던 사람이 바뀌어서 인지, 달리 보인다. 변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비켜서지 못하고 조금씩 달라져 가는 곳을 바라보면 예전의 모습을 사진속에 담아둘것을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지금은 낯설지라도 사진속에서는 그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테니까. 사람 사는 모습을 사진속에서 조금씩 느껴진다. 비슷하고 개성없는 건물속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이 살아가고 있음에도 언제쯤부터인지 점점 색을 잃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계절에 몸을 맞추는게 아니라 시스템이 계절의 변화를 못 느끼게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자연이 아픈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사람이 변한건지도.

 

책속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멈춘듯 하다. 어느곳도 그런곳이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책이나 사진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는 또 다른 모습이듯이.

 

<yes24 리뷰어 클럽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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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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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악적인 면을 다루고 있기에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조차 사람을 죽이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세상이 이러하니 알아서 적응하라는 것일까. 예전에는 말도 안되는 것으로도 척척 심의로 걸러내더니 요즘에는 아무런 안전장치 조차없이 드라마속에서 생활속으로 자연스럽게 침투되고 있다. 앞길을 막으면 대수롭지 않게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억압하는게 드라마에서 당연히 나올만한 소재인가~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 드라마의 수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20년전에 출간되었던 이 책도 그때 당시만 해도 충격적이였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이 무색할정도로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게 무서운 일이다. 며칠전 뉴스에서 필로폰을 인터넷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디까지 갈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좋은것만 듣고 보고 살아고 짧은 인생이라는 생각에 '인간의 증명'은 무겁게 느껴졌다.

 

어릴적 아픔으로 형사가 되어서 나쁜놈들을 아주 작살 내버리겠다고 생각하는 무네스에라는 형사가 등장한다. 이 책에서는 시대적 배경이 그러하듯이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 패하고 패전국으로써 미국에 지배를 받고 있던 시절로 잠깐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사람으로써는 그때 당시를 생각하면 미국이라는 나라에 이를 갈겠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는 약간 콧웃음이 나왔다. 우리가 일본에 당한걸 생각하면 그정도는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전쟁으로 인해서 피해를 본 사람은 국민들일테니까 한쪽에만 치우치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다. 무네스에의 아버지는 무고한 여성이 미군들에 의해 짓밟히는 것을 도와주다 죽게 된다. 그때의 원한으로 무네스에는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불신과 그때 도와주지 않고 구경만 했던 주변인과 미군인 그리고 도망가버린 여성을 증오하게 된다. 여기서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다행히 이야기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사건의 시작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앳되어 보이는 흑인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호화로운 스카이 라운지로 올라가던 엘리베이터에 그 청년은 죽은체 발견된다. 일본에서 외국인이 죽은 것이지만 흑인이라서 그런지 크게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는 눈치였다.

 

몸이 아픈 오야마다는 어쩔수 없이 부인이 화류계쪽에 일을 나가게 된다. 오야마다는 불같은 질투에 눈이 멀것 같지만 자신이 아파서 애쓰는 부인에게 뭐라 할수도 없는 입장이였다. 그러다 점점 달라지는 부인을 느끼지만 금방 괜찮아질꺼라고 자신을 안심시킨다. 그러던 중 부인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야마다는 부인이 그놈과 도망간것이라 생각하고 뒷조사를 시작한다.

 

고오리 교헤이는 정치가 아버지와 잘나가는 어머니를 두었다. 돈은 넘치게 많았지만 사랑은 받지 못했다. 교헤이는 막 살고 있는 중이였다. 학교에도 가지 않고 자신을 망가뜨리고 돈으로 되는 일은 모든지 서슴치 않고 있다. 이러다가 일내겠구나 싶었는데 정말 큰일을 저지르게 된다. 교헤이네 부모는 겉으로는 완벽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는 남보다 못한 것 같다. 요즘엔 아버지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찔러 죽이기도 하는 세상이다. 정말 어르신들 말씀대로 세상이 말세다. 어떻게 그런짓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인지, 주체할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표출하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흑인 청년의 죽음을 쫓아가는 가운데 여러가지 사건들이 맞물려 있다. 오야마다는 실종된 부인을 찾다가 바람난 상대남자를 만나게 된다. 누가 봐도 비교될 정도로 멋진 사람이였다. 재미있게도 두 사람은 힘을 합쳐서 부인을 찾는데 주력하게 된다. 인생에 어떤일이 벌어질지 몰라 재미있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쓰라리기도 하지만 이럴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두 사람은 남겨진 실마리를 따라서 부인이 흔적을 찾아낸다. 무네스에는 파트너와 함께 흑인남자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서서히 풀어 나간다. 끊길듯 하다가도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어 점점 범인에 가까워져 간다. 다양한 사람들과 복합적인 이야기가 섞여있으면서도 질서정연하다. 그러면서도 흑인청년을 죽인 범인에 대한 호기심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든다. 어느정도 읽어 보신 분이라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았을 것이다. 나는 거기에 대해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범인이 누구인가 궁금증에 끝까지 책을 잡고 읽어 내려갔다. 그 끝에는 인간에 대한 가느다랗지만 끊어지지 않는 희망이 담겨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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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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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에 <신참자>를 훈훈하게 읽었다. 아무래도 추리소설의 묘미는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잡아내는 거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살펴보는 것도 꽤나 매력적이였다. 이 책도 비슷한 내용인지 알고 후딱 주문했다. 요즘엔 열심히 책의 내용을 살펴보다가도 때론 비슷한 내용이겠지 하고는 그냥 사버릴때가 있다. 나미야 잡화점은 시간의 흐름이 출렁 거리는 곳이였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는 나미야 잡화점에서 아이들의 장난으로 시작된 고민 상담은 점차 진지해져갔다. <담장은 우유 상자에>는 이야기의 시점이 지금으로 시작된다. 뒤에서 앞으로 나미야 잡화점을 둘러싼 시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편지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진다는 느낌에서 영화 '시월애'가 떠올랐다. 시월애를 떠오르니 가슴이 아련해지는 음악이 생각났다. 그 집앞에 있던 빨간색의 귀여운 우편함도 생각났다. 우리집 앞에도 그런 우편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런 우편함이 어디서 파는지 그때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시월애 편지지를 사서 친구한테 편지를 쓰면서 꽤나 유치한 글을 썼었던 것 같다. 친구가 내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까 종종 물어보고 싶어질때도 있고, 내가 쓴 편지를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때도 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서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한테 편지를 쓸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감상적인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빠른것 같지만 더디게 흘러갈때도 있었고 시간이 멈춰있을때도 있었다. 그건 나만의 생각이였겠지만, 사람마다 시간의 흐름은 다른 것 같다. 오늘의 시간이 흐르면 내일이 되고 몇 해전이 되고 과거가 되어 추억이 된다.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다면 그때는 바보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할지라도 많은 시간이 지나면 어스름해지곤 한다. 그래서 당장은 오늘을 살아낼 수 있는 것 같다. 슬렁슬렁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오늘을 보내고 내일이 되어도 좋다.

 

아무래도 인생 상담이란 것은 연륜이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세상을 살아오고 겪었던 시간들의 흐름을 뒤로 하고 이제는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있는 느낌. 그건 역시 편견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많이 겪지 않은 어린 아이가 더 좋은 혜안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더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의 시작은 도둑 3인조가 폐가(나미야 잡화점)를 찾아 숨어들면서 시작된다. 간판마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미야 잡화점은 오래 되었다. 우연하게 편지가 툭 떨어지면서 세 사람은 누군가 있는게 아닐까 하면서 가슴을 조린다. 첫번째 사연은 운동선수로 뛰고 있는 달 토끼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병에 걸렸고 곧 있을 올림픽에 꼭 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 옆에 있어야 할지, 그가 원하고 바라던 대로 올림픽을 위해서 열심히 운동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난처한 일이다. 올림픽을 위해서 열심히 준비해 왔을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은 몇달후에 죽는다. 누군가의 고민들 들어준다는 것은 정말 쉬운일이 아니다. 고민을 털어 놓을때만 있어도 사람들은 덜 아프고 힘들지 모르겠다. 3인조 도둑은 그녀의 편지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 편지가 과거에서 온 것을 깨닫게 된다. 조언을 해주더라도 그걸 받아들일지는 그 사람의 몫이다.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말해준다 해도 상대방이 알지 못한다면 허사이기도 하다.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때는 청개구리띠가 발동해서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알고 있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니까. 늦게 깨닫고 더디 알아지는 사람에게는 더욱 힘든 일인듯 하다. 이 이야기속 인물들은 나미야 잡화점과 환광원이라는 곳이 이어져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쯤에는 그 두 곳의 사연에 대해서 알게 된다. 사람의 인연이란 것은 어쩌면 우연이란게 없을지도 모른다.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나는 것처럼, 물 흐르듯이 만나지는 게 삶인가 보다. 이왕이면 좋은 인연이 닿아 있다면 좋겠다. 이 세상에 고민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고민없이 행복한 사람이 많이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거리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듣자면 책 수십권으로는 모자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책 수십권으로도 모자라겠다고 하셨지만 책을 내면 누가 읽어 주기는 하겠냐며 아버지께서 웃으시면서 말씀 하신다. 그럴때면 어머니는 화를 내시고 아버지는 살포시 밖으로 나가신다. 책으로 쓰면 수십권도 모자라고 이야기 할라치면 몇달을 지세워야 하는게 인생인가 보다. 그때는 먹고 살일이 힘들어서 가족들 굶기지 않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살아오신 아버지, 많은 가족과 친척들의 끼니를 척척 해내셨던 어머니, 지금은 그냥 웃고 마신다. 웃을 수 있는 지금이라서 다행스럽다.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 그러고 어찌 사셨는지 존경스럽기만 하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집을 나가겠다 싶다. 지금은 정말 그리 살라하면 보따리를 싸지도 않고 나가버릴지도 모른다.

 

모든게 끝이라고 생각될때 다시 시작된다고 한다. 끝과 시작은 맞물려 있다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별은 거대한 행성이지만  내려다 보고 있을 어디선가에선 나조차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미미하고 소소하고 하지만 나에게는 거대하고. 지금 이책이라서 훈훈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힘들면 안쓰러워하고 지나친 관심도 있었지만 그런게 사람 사는 정이였다. 남의 집 밥숟갈이 몇개인지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좀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따끈따끈한 호빵처럼 너무 가까이서 쳐다보면 뜨겁지만 적당히 식으면 따뜻하고 속도 든든하고 맛있었다. 지금의 호빵은 어떠한가. 근데 하필이면 호빵에 비유하는 걸까. 지금 배가 고파서 속이 헛헛해서 그런 것이다. 적당한 관심이란 것은 없는게 아닐까. 점점 무서워지는 세상에 관심이 필요한 사람도 많고 이야기를 들어줄 이도 필요하다. 외로움은 관심을 필요로 하지만 때론 그게 싫어질때도 있으니 적당하다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훈훈해서 좋았지만 우습게도 저자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이 먹으니까 감동적인 이야기를 써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라고 물으신다면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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