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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지다정 외 지음 / 북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묘한 이야기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첫 번째 이야기의 제목이 주는 느낌은 코미디였는데 실상은 호러였다. 돈까스 망치 동충하초라니 이것은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다. 서울에서 자가를 갖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그 말에 소영이 눈을 번뜩이는 모습에서 어떠한 것이 아랫집에 잠들어 있다고 한들 그 욕망이라면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잘 이용하려고 드는 게 사람의 욕심일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이런 일이 생기지 말란 법도 없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서글퍼졌다. 도시에 거대 좀비가 나타나 난리가 나고 처음엔 사람들이 마구 죽고 놀란 감정 진정시키기에 급급했지만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 시간이 지나면 잘 적응하고 산다. 적응 기간 동안에 이런저런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그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가겠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냉동인간과 좀비의 합성 그리고 거기에 노인이 합쳐졌다. 냉동인간은 쉽지 않으므로 인간을 좀비화 시키고 나중에 원래 인간이 된다고 한다. 생각은 몹시 기발했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요양원 비용이나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좀비가 되어서 짜잔 하고 다시 인간이 된다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이론적으론 그렇다. 결론은 우리가 생각하는 내용이 맞을 것이다. 21세기 고려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 씁쓸했다.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다음 이야기는 그저 일반 소설로 치부하기엔 그 안의 공포스러움이 잘 살아있었다. 외국에서 일하며 살고 있는 부부와 청소의 신 종수씨의 이야기다. 일상의 이야기는 어쩌면 살아있는 것 자체가 호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고용주와 고용인은 어쩔 수 없는 관계일 수도 있고 특수한 상황도 있었다. 전염병이 돌자 잘 되던 장사도, 그리고 사람들도 죽어 나갔다. 사람들의 내면을 잘 표현하고 그 와중에도 종수씨를 몹시 쾌씸해하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장어의 산란 장소를 찾다가 갑자기 SF 소설 작가 필립 K.딕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갑자기 인간의 영역이 아닌 다른 저세상 느낌이었다. 마지막 이야기는 이 세상이 물에 잠긴다면 그러면 우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몇 안되는 인류라고 할지라도 결국 우리의 이기심때문에 서로를 죽이게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수도 있지만 살기 위해서 상대방을 충분히 희생시킬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