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굽는 가게로 초대합니다 - 컵케이크 하나로 인생이 바뀐 청년백수의 파란만장 성공기
김신애 지음 / 나무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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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74쪽/ 굿오브닝의 컵케이크를 맛볼 손님을 위해 정성들여 만든 첫 케이크]


 

 

책표지의 느낌은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맛있는 컵케이크 사진이 있어서 보는 내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케이크을 꽤나 좋아하는 나인데 컵케이크의 세계는 잘 알지 못했다. 무료쿠폰이 있어서 꼭 가서 먹어보리라 생각하면서 뒷장의 컵케이크 레시피를 보면서 어떤것을 먹을지 찜까지 해두었다. 지방에 살고 있어서 서울에나 가야지 먹을수 있다는점이 좀 아쉽다. 서울에 갈일이 있어서 다행이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무던하게 잘 살아나가고 있는데 왜 나만 이러지? 하는 생각을 할때가 있었다. 나는 무던하게 사람들에 묻혀서 가자 뭐 그런식이였기에. 세상을 원망하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누군가를 원망해서 가슴에 쌓였던 묵은 감정들이 사라지면 좋겠지만, 그런 감정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것 같다. 원망이라는 감정은 눈덩이처럼 커지기가 일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뭐, 날 원망하지만 말이다.

 

 
[87쪽/여러종류의 컵케이크들]


 

 

저자가 말했듯이 자신도 즐겁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만들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인것 같다. 솔직히 하루하루가 지겹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고맙기보다는 짜증이 더 많이 섞인다. 오늘은 힘차게 시작할까 라는 생각이 스치자 마자, 쏟아지는 일들을 감당하기 어려울때가 많다. 멀쩡히 서있는 전봇대에 시비를 걸고 그녀석에게 발길질을 해도 솔직히 내 다리만 더 아픈것 같다. 내가 전봇대를 잡고 씨름을 하거나 그런적은 없지만. 그녀석은 많은 수난을 묵묵히 견뎌내는것 같다. 아무리 무생물이라도 언젠가는 폭발해버릴지도 모른다.

 

저자의 컵케이크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책 표지에서 나온 <컵케이크 하나로 인생이 바뀐 청년백수의 파란만장 성공기> 그 말이 맞기도 했지만, 그 말은 왠지 저자의 불타오르는 의지를 그녀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약간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것은 아닌가 싶다. 요즘같이 '힘들다 혹은 죽겠다' 싶은 세상이지만 사람들을 자꾸만 모 아니면 도로 몰아가는게 부적합하다고 생각된다. 단숨에 재미있게 읽어 내려갔다. 복잡하지 않아서 좋았고 그녀의 꿈을 이루어내는 이야기가 좋았다.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싫은일까지 감내할 수 있어야 함을 느낀다. 그것이 인생이구나 라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때문에 열받고 스트레스 받을때 가족이나 친한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화풀이를 할때가 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굉장히 잔인할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후회하고 반성한다. 이제는 달달하고 이쁜 컵케익으로 내 마음을 달래는것도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것을 먹으면 썩어들어갈것만 같던 내 마음이 어느새 눈녹듯이 기분이 좋아진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카페라떼까지. 행복이라는거 어떻게 보면 무지 단순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때 그 순간은 무지 행복하니까 말이다. 내가 단순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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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모든 날들 - 둘리틀과 나의 와일드한 해변 생활
박정석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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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파란 바다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파란 바다와 똑같은 색깔의 하늘이 맞닿는 수평선, 도시에서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완벽하고 거대한 일직선이다. 거기서 살기로 했다. (21쪽/바닷가의 모든 날들/박정석/중앙북스)

 저자의 이야기처럼 동해서 살게 된 나날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도심속에서 치열하게 살고있다면 한번쯤은 저자의 삶이 부러울것 같다. 바닷가 근처 오두막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는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평온한가. 집에서 바다의 파도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도심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파도소리처럼 여겨지는 소리가 있다. 비오는 날 빗물 웅덩이를 빠르게 지나쳐가는 차소리는 흡사 파도소리처럼 들리곤 한다. 상상하기 나름이겠지만,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133쪽 비글종으로 넘치는 힘과 식탐의 소유자, 본명 이달고 ]

 

저자의 장난끼 넘치는 사진을 보며 술 내놓으라는 말을 10여 개 언어로 할 수 있다는 말에 한바탕 크게 웃으며 이 책을 잡았다. 왠지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이들에게 큰 위안을 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은 지겹도록 바다를 보아 왔을테지만, 육지사람인 나에게 바다를 보는것은 드문일이였다. 직접 바다를 보러가는 것보다 TV화면속에서 더욱 푸르게 느껴지는 바다의 느낌이 좋았다.

007의 주인공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파란 눈동자를 극장에서 보신분들은 알겠지만, 신비하면서도 매력적인 그의 눈동자에 빠져들수 밖에 없다. 바다는 묘하게 우리를 자꾸만 빠져들게 만든다. 위험하면 들어가서 나오지 못할수도 있으니 그 점만 유의하시면 될듯.

 바닷가의 허름한 오두막집에서 혼자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스쿠터를 장만했다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다쳤던 일, 집이 넘 허름해서 한달에 한번은 수리를 해야하고, 이웃집에 이상한 남자가 살고 있고, 여러가지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했음에도 저자는 이 생활에 무지 만족하고 있었다. 솔직히 난 그런 시도는 해보지 못할것 같다. 오두막의 생활에서 오는 불편함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지 못할것 같다.

 

 


[68쪽/바닷가의 모든 날들/박정석/중앙북스]

 

이달고는 말썽꾼이지만, 애교 하나는 철철 넘친다고 한다. 귀를 쭉 내려뜨리고 어렸을적 멍한 눈동자의 사진은 흡사 나랑 닮은것 같아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녀석이 집을 나가서 얼마나 섭섭했을지. 그리고 아래의 녀석이 들어 왔다고 한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다고 말하는 저자였지만, 저자의 동반자인 두리틀씨 못지 않게 사랑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개랑 닭이랑 잘 키우기 위해서 책을 보고 했다는 점에서 나 역시 동물을 좋아하지만, 그런점에선 매우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개를 예방접종 시키고 밥주고 가끔 씻겨주고 잘 놀아주는것이 전부였는데 말이다. 거의 뒷처리는 할머니와 아버지께서 다 하셨지만 말이다.

 


[217쪽/바닷가의 모든 날들/박정석/중앙북스]

 
사요리는 말도 잘듣고 똑똑하지만 정이 없다고 한다. 주인이 오라고 하는데 오지도 않고 피하기만 하는것일까. 똑똑하고 귀엽게 생겼지만, 난 별로 정이 가질 않는다. 저자는 이녀석들 그대로 받아들이는것 같았다. 나는 나만의 생각에 빠져서 그러질 못하는데. 괴링이라는 쌈꾼 수탉한테 심하게당하면서도 두 사람이 어쩌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이 정답게 느껴졌다. 나는 내게 덤벼드는 녀석은 가만두질 않는다. 전에 집에서 닭을 키웠는데 날 째리는 모습에 화가나서 닭을 굉장히 못살게 굴었다.

 


[303쪽/바닷가의 모든 날들/박정석/중앙북스]

 

허름한 오두막집에서는 겨울을 나기엔 역부족이였다. 단열이 뭐냐고 묻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어찌 이런일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정원을 만들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서 옴짝달싹 못하고 갇혀지낼수 밖에 없는 생활이 조금은 부러웠다. 식량을 단단히 채워서 준비하고 겨울에 완벽하게 월동준비를 끝낸다음 집안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것도 무지 좋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었다. 때론 안전지대에 눈속에 파묻혀서 며칠간은 고립되는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 대신 곧 눈이 녹을것이고 탈출가능해야 한다는 저자말에 완전 동감이다. 연륜이 가득한 할머니와 친구가 되고 동네분들과도 잘 어울리는 저자는 어디를 가도 잘 흡수될 것 같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색은 잃어버리지 않는 순수한 소녀의 느낌이 들었다. 현실적이면서도 꽤 낭만적인 바닷가의 모든 날들을 읽으니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저자의 낙관적이면서도 솔직하고 생활속에서 끊임없이 배워가는 모습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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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 - 혼돈과 불안의 길목을 지나는 20대를 위한 철학 카운슬링
김보일 지음 / 예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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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라는 나이는 모든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현재형이든 과거형이든 미래형이든 그 나이는 좋은것 같다. 아마도 내가 과거형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난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스무살은 스무살대로 좋았고 지금도 나쁘진 않으니까. 과거에 어느 시점에선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가능하지 않은일이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내 자신이 더 초라해짐을 느꼈다. 과거에 집착해서 현재를 그런 과거로 돌린다면 아마도 늘 후회만하는 바보가 될테니까.

 "미리 알았더라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나가야 하는것이 그 시절이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을것이다. 넘어져도 금방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우리는 이시절에 배우는것 같다.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며 "지금이라면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웃는다. 불안과 초조가 자꾸만 머리를 치켜들며 우리를 힘들게 한다. 저자의 말대로 적당한 긴장상태는 나쁘지 않다. 누군가는 긴장이 없는 상태는 죽은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어느정도의 긴장감은 뇌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한다고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는 말처럼 긍정적인 마음이 필요하다.

너의 삶은 너의 것이다. 그러므로 너의 삶은 너의 선택에 달렸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선택할 수 없는 것, 그것은 운명이다. 그러나 우리는 운명 앞에서도 어떤 태도를 가질 수 있는가는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은 이미 주어진 것일지 몰라도,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할 것인가 하는 답은 온전히 우리들 각자의 몫이다.[85쪽/스무살철학/예담/김보일]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인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막막할때가 있다.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하라거나 이길이다 라거나 확실한 해답을 던져주었으면 했던적도 있었다. 인생에서 정답이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것조차 때론 어리석게 생각되었다. 모법정답안처럼 산다는것이 진정 내가 바라는것은 아닌것 같다. 가지말라고 하는 길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것도 많고 말이다.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할때 난 많은것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무것도 해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조차 버리는것이다. 그리고 가보지 않은길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누군가는 그 길을 걸었을 것이고, 자신이 처음이 된다해도 나쁠것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이 말은 솔직히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왜 사는것인지 궁금할때 딱 떨어지는 답은 없다. 살다보면 어느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알게 될지도 모르고 평생을 살아도 알지 못할수도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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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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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다는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것일까? 이 책속에 등장하는 크눌프는 보는이마다 그의 삶의 방식에 대해 의견이 다를것이다. 어떤이는 한심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부러울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난 그냥 크눌프는 그대로 크눌프라고 생각한다. 그가 바람처럼 살다가 스러졌다고 해도 그 누구에게 피해주지 않고 유쾌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크눌프의 삶이 누군가에게 평가받거나 어떤 기준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

다른이들보다 뛰어났던 크눌프는 학창시절 공부도 꽤 잘하고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랬던 그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평생을 떠돌아다닌다. 어린시절의 아픔때문이였던것 같다. 어찌하였든 그가 결정한 삶의 방식이였다. 순수했던 시절 사랑의 배신은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 버렸다. 그렇다고 그의 인생이 별로였던것도 아니였다. 그는 그의 인생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온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인생상은 아니였지만, 크눌프였기에 멋질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이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그의 매력적인 어투, 그는 멋진 사람이였다. 

젊음은 봄과 같아서 크눌프와 너무도 잘 어울렸지만, 인생의 가을과 겨울은 크눌프와 썩 어울리지 않았다. 크눌프에게는 아들도 있었다. 그가 덤덤하게 자신이 아들에 대해서 이야기할때는 인생의 서글픔을 느꼈다. 왠지 그도 지금 이순간 만큼은 후회하고 있는것 같았다. 다른이들에겐 웃음을 주는 그였지만, 자신이 사랑한 여인과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크눌프는 꽤 매력적이라서 친구의 부인도 그에게 빠져버렸다. 이부분에서 내가 좀 난처했다. 크눌프는 내 마음을 져버리지 않았다. 재치있게 그녀의 유혹을 뿌리쳤기 때문이다. 

 떠돌아다니다가 크눌프는 병에 걸리게 된다. 늘 멋지게 차려입던 양복과 모자도 시간이 흘러 앙상한 몸에 살포시 가죽만 덮게 되었을때는 더이상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된다. 크눌프에게 인생의 추운 겨울이 온것이였다. 크눌프가 현대에 태어났다면 너무 뛰어난 재능 덕분에 다방면에 활동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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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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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나누는 실없는 이야기가 몇장을 넘기면서 계속되어 짜증스러웠다. 아마도 학창시절이였다면 이 책을 덮었으리라. 지금은 그정도에 책을 덮지 않으니 다행이다. 몇장 더 넘기니 이제 그들의 목적을 알게 되었다. 실없는 대화속에서 종종 뼈있는 말들도 흘러나오고. 두 사람은 책의 제목처럼 고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도가 오질 않아서 한참을 목빼고 기다리다가 지루해서 두 사람은 잡담을 나누고 있다. 책속에서 하루는 왜 이리 긴지 노래 가삿말 처럼 하루가 일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어수룩하면서 우스꽝스러웠다. 

길을 지나가던 포조와 럭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포조는 얼마나 재수가 없는지 럭키는 사람이지만 개끌듯이 목에 줄을 매달고 등장한다. 포조가 끈을 잡아당겨서 이리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하면 가는 럭키는 사람이였지만 사람이 아니였다. 연극을 하면 재미있을꺼라는 생각이 들면서 럭키가 세장분량의 대사를 외우기가 좀 힘들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참으로 단촐하다. 몇 되지도 않고 공간도 바뀌지 않는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매일 기다린다. 벌써 몇십년이 훌쩍 넘어가버렸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도는 올것인가? 아마도 그들이 고도의 이야기를 꺼내들었을때 느꼈겠지만, 고도는 오지 않는다. 

이막이 지나가고 포조가 나타났는데 포조는 이제 장님이 되어 있었다. 어제 만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알아보지 못한다. 에스트라공 역시 기억력이 가물가물하다. 블라디미르가 말해주지 않으면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포조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냐에 대해서 역정을 내며 시간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며 화를 낸다. 어제 왔던 소년은 또 오고 똑같은 말을 하고 가버린다. 떨어지지 않을것 같던 해가 떨어지고 달이 뜬다. 왜 이리도 하루가 길게만 느껴지는지. 오로지 고도를 기다리고 있어서 인가 싶다. 어찌보면 반복되는 등장인물들과 별 상관없이 느껴지는 이야기들, 그렇지만 현실세계의 부조리에 대해서 일침을 놓아주고 있는것 같았다. 어찌되든 우리완 상관없다고 말하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두사람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당시의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의 인기는 굉장했다고 한다. 아마도 두 등장인물들의 바보같지만 남같지 않는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본것이 아닐까. 아님 아무런 해답도 던져주지 않는 이 의문스러운 연극이 궁금증을 일으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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