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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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다는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것일까? 이 책속에 등장하는 크눌프는 보는이마다 그의 삶의 방식에 대해 의견이 다를것이다. 어떤이는 한심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부러울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난 그냥 크눌프는 그대로 크눌프라고 생각한다. 그가 바람처럼 살다가 스러졌다고 해도 그 누구에게 피해주지 않고 유쾌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크눌프의 삶이 누군가에게 평가받거나 어떤 기준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

다른이들보다 뛰어났던 크눌프는 학창시절 공부도 꽤 잘하고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랬던 그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평생을 떠돌아다닌다. 어린시절의 아픔때문이였던것 같다. 어찌하였든 그가 결정한 삶의 방식이였다. 순수했던 시절 사랑의 배신은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 버렸다. 그렇다고 그의 인생이 별로였던것도 아니였다. 그는 그의 인생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온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인생상은 아니였지만, 크눌프였기에 멋질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이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그의 매력적인 어투, 그는 멋진 사람이였다. 

젊음은 봄과 같아서 크눌프와 너무도 잘 어울렸지만, 인생의 가을과 겨울은 크눌프와 썩 어울리지 않았다. 크눌프에게는 아들도 있었다. 그가 덤덤하게 자신이 아들에 대해서 이야기할때는 인생의 서글픔을 느꼈다. 왠지 그도 지금 이순간 만큼은 후회하고 있는것 같았다. 다른이들에겐 웃음을 주는 그였지만, 자신이 사랑한 여인과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크눌프는 꽤 매력적이라서 친구의 부인도 그에게 빠져버렸다. 이부분에서 내가 좀 난처했다. 크눌프는 내 마음을 져버리지 않았다. 재치있게 그녀의 유혹을 뿌리쳤기 때문이다. 

 떠돌아다니다가 크눌프는 병에 걸리게 된다. 늘 멋지게 차려입던 양복과 모자도 시간이 흘러 앙상한 몸에 살포시 가죽만 덮게 되었을때는 더이상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된다. 크눌프에게 인생의 추운 겨울이 온것이였다. 크눌프가 현대에 태어났다면 너무 뛰어난 재능 덕분에 다방면에 활동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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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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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나누는 실없는 이야기가 몇장을 넘기면서 계속되어 짜증스러웠다. 아마도 학창시절이였다면 이 책을 덮었으리라. 지금은 그정도에 책을 덮지 않으니 다행이다. 몇장 더 넘기니 이제 그들의 목적을 알게 되었다. 실없는 대화속에서 종종 뼈있는 말들도 흘러나오고. 두 사람은 책의 제목처럼 고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도가 오질 않아서 한참을 목빼고 기다리다가 지루해서 두 사람은 잡담을 나누고 있다. 책속에서 하루는 왜 이리 긴지 노래 가삿말 처럼 하루가 일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어수룩하면서 우스꽝스러웠다. 

길을 지나가던 포조와 럭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포조는 얼마나 재수가 없는지 럭키는 사람이지만 개끌듯이 목에 줄을 매달고 등장한다. 포조가 끈을 잡아당겨서 이리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하면 가는 럭키는 사람이였지만 사람이 아니였다. 연극을 하면 재미있을꺼라는 생각이 들면서 럭키가 세장분량의 대사를 외우기가 좀 힘들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참으로 단촐하다. 몇 되지도 않고 공간도 바뀌지 않는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매일 기다린다. 벌써 몇십년이 훌쩍 넘어가버렸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도는 올것인가? 아마도 그들이 고도의 이야기를 꺼내들었을때 느꼈겠지만, 고도는 오지 않는다. 

이막이 지나가고 포조가 나타났는데 포조는 이제 장님이 되어 있었다. 어제 만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알아보지 못한다. 에스트라공 역시 기억력이 가물가물하다. 블라디미르가 말해주지 않으면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포조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냐에 대해서 역정을 내며 시간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며 화를 낸다. 어제 왔던 소년은 또 오고 똑같은 말을 하고 가버린다. 떨어지지 않을것 같던 해가 떨어지고 달이 뜬다. 왜 이리도 하루가 길게만 느껴지는지. 오로지 고도를 기다리고 있어서 인가 싶다. 어찌보면 반복되는 등장인물들과 별 상관없이 느껴지는 이야기들, 그렇지만 현실세계의 부조리에 대해서 일침을 놓아주고 있는것 같았다. 어찌되든 우리완 상관없다고 말하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두사람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당시의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의 인기는 굉장했다고 한다. 아마도 두 등장인물들의 바보같지만 남같지 않는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본것이 아닐까. 아님 아무런 해답도 던져주지 않는 이 의문스러운 연극이 궁금증을 일으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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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宮 21
박소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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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권 이후로 20권, 21권 이건 뭐 습자지 달력 한장 찢는 수준이였다. 
<남자의 자격>에서 나오던 먼 과거시절에 잘 비벼서 변소에서 사용했던 습자지 비슷무리한 달력 한장. 해도해도 너무했다. 21권에서 좀 더한것은 유머감각이라고나 할까. 
왜인지 저자가 미안했던듯. 우리들을 웃겨주기 위해서 무한한 애를 좀더 쓰신듯. 
그렇지만 내용상으로는 거의 진전이 없는것이 <궁>의 현실이였다. 이럼 정말 <곤란하궁>이 되어버린것이다. 저자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신이와 채경이의 키스신을 여러장에 나누어서 담아주신것 말고는 뭐~ 

율이는 유학같이 안가면 신이 자리를 흔들어 버리겠다는 둥. 채경이 그러지 말라며 그럼 같이 가겠다는 둥. 아 이건 뭔가요? 둘이 60-70년대의 신파를 찍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지금 시대는 21세기란 말이지. 율이는 계속해서 협박질. 그러면서도 채경이의 손목을 세게 틀어 쥐었다면서 자책하는 분위기. 그러면서 어울리지 않게 오도방정 분위기는 왠지 율이가 점점 미쳐가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는 자리도 불사하고 채경이랑 잘하고 싶다는데 율이도 참. 율이 하는짓이 처음엔 좀 안된마음 반, 왜 저래 하는 마음반 이였는데 이젠 완전 처절모드가 되어 버렸다. 이제 그만 세사람 관계를 좀 정리 해주시고 좀 더 먼 미래로 나아가 보는게 어떨런지.  세사람의 사랑싸움은 이제 할만큼 하지 않았을까. 좋아하는 사람끼리 짝지어서 멀리 보내 버리시든지. 그 외에도 할 이야기는 많이 있을것 같은데 아쉽다. 눈을 좀 다른대로 돌려보면 어떨런지. 

두사람 알콩달콩 살아가는 신혼 이야기도 좋을듯 한데. 두 사람 신혼여행 가서 박터치게 싸우는 모습이 멀리서 국민들이 보기엔 사랑싸움으로 보인다든지. 채경이가 눈을 뭉쳐서 신이에게 던지는데 그동안의 악감정이 쌓였던지라 눈에 아주 자그마한 돌멩이를 넣어서 신이에게 던진다는 이야기도 완전 웃길듯. 이런식의 재미도 주시면서 좀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궁 21권을 다 읽은 언니의 표정이 더욱 대박이였다. 언니가 유일하게 순정만화중에서 기다리는 만화인데 "이런식이면 그다음권은 기다리지 않을테야." 라면서 의자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다음에 22권 나왔다고 하면 "그래" 하면서 다시 볼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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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협객전 13
신영우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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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에서는 당무용의 재빠른 머리회전에 역시 당무용이구나 싶었다. 이젠 장공을 손바닥위에 놓고 이리저리 갖고 논다. 장공을 협박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터득한듯 보였다. 우연히 장공은 승희의 소식을 듣게 되고 승희를 만나러 간다. 깡깡희(당무용버전)는 승희가 장공을 좋아하는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듯 툴툴거린다. 당무용 여기에서 재미있는 멘트 날려준다. "여자는 짐입니다. 똥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저여자 귀찮으시면 죽이십시다." 라고 말한다. 역시 당무용이다. 당무용의 매력은 아무리 밉상짓을 해도 미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젠 장공에게만은 진실해보이는듯도 하다. 아직 정신차리려면 갈길이 멀어 보인다.
 어떤 조직의 정체를 알아보러 들어간 곳에서 장공무리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것을 알게 된다. 눈치 빠른 당무용은 음식에 혼미향이 들어있음을 알고 넋빠진 사람처럼 하라고 알려준다. 장공의 넋빠진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장공은 사람의 기를 쭉쭉 빨아서 무공을 연마하는 그 악마같은 놈에게 무지 화가난다. 당무용은 그걸 잘 이용하고 장공에게 협박해서 두 사람이 싸우게 만든다. 당무용의 취지는 장공의 무술연마였고 협박의 내용은 사람들을 살리자는 당무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취지였다. 당무용은 무공만 막강한게 아니라 머리도 잘 굴린다. 장공은 간신히 위기를 면하지만 여전시 기본 초식이 전혀 연마되어 있지 않기에 많이 다친다.

 여기서 당무용의 뺨을 치고도 남을 웃음제조기 장공네 아부지 등장한다. 두사람은 이제 형님 동생 하기로 했다면서 장공이 최고의 무술을 연마하길 바란다. 뭐 나중에 세계를 정복해서 반은 당무용 주기로 했다나 뭐라나~ 정말이지 심하게 골이 흔들리는 아부지 되시겠다. 초반에 말도 안되는 무술을 연마할때부터 알아보았다. 마지막에 급박한 상황이 전개된다. 늘 막판에 급박하게 흐르는구나. 언제쯤 드라마로 나올런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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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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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표지에 나오는 인물들은 흡사 나루토에서 가이의 느낌이 났다.  눈이 찢어진듯 하면서 다크서클이 작렬한 가이의 카리스마. 이 책의 주인공은 노부인으로 변장하고 자신의 애인을 죽인 지로의 범인을 찾아 회랑정으로 간다. 반년전에 자신이 무지 사랑했던 지로와 자신이 묶었던 방에 화재가 일어나고 지로는 죽고 자신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미 몸도 마음도 치유될 수 없는 상태로 말이다.  그녀는 기필코 자신의 손으로 복수하리라 다짐하면서 노부인이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분장, 행동 어느것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몇달간 준비해왔다. 드디어 때가 온것이다. 화재사건 이후 반년 만에 다시 모인 9명의 사람들. 그들중에서 그녀가 사랑하는 지로를 죽인 범인이 있다. 

회랑정에 도착하기전까지 그녀는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누군가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보지는 않을까 싶어서였다.  옆에서 자세히 본다면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재벌인 이치가하라씨가 죽고 유산분배에 관련된 살인사건이였다. 그에게 처자식이 없었기에 재산은 친척들에게 분배될 상황이였다. 어느정도 읽어보니 지로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나중에 저자가 말해주지만, 그전에 내가 눈치를 챘다는것이 중요하므로. 아마도 그녀만 수락했더라면 이치가하라씨의 부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인 그녀가 원치않았지만, 그녀는 지로한테 첫눈에 반한것 같았다. 공적인 일에 사적인 감정때문에 그 당시에 그녀는 분별력을 잃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였다. 책에서 보면 "여성적인 매력이 하나도 없었다" 라고 묘사된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던 지로를 위해선 목숨도 버릴 작정이였던 것이다. 

나중에 반전이 있었지만, 씁쓸한 이야기였다. 지로를 죽인자를 드디어 그녀는 알아낸다. 그리고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숨이 끊어질듯한 느낌, 그녀가 살인은 하지 않길 바랬다. 그녀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지로를 다시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의 목을 서서히 조여오는 증거들이 그녀를 벼랑끝으로 몰고 갔다. 그녀는 아마도 지로가 없는 세상을 혼자 살아낼 자신이 없었던것 같다. 아무런 희망도 없었던 듯 보였다. 탐욕에 눈이 먼 사람때문에 아무 죄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마지막에 아쉬운 느낌에 책장을 뒤적이니 그렇게 끝이 나있었다.  마지막에는 나름의 반전이 있었지만 좀 아쉬운 느낌이다. 범인을 찾아 헤맸지만, 결굴엔 제자리 걸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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