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탐 - 넘쳐도 되는 욕심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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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잘 읽지 않는데 탐나는 책들은 참 많다. 그냥 책 자체가 마냥 좋다. 책탐을 읽으면서 역시 침발라놓은 책들이 늘어났다. 베스트셀러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는 저자의 글에서 내 모습을 봤다. 나 역시 베스트셀러는 꺼려하는 마음이 있다. 왜냐하면 "잘나가는 책 구지 나까지 읽을필요 있나? 라는 생각이다. <책탐>에서는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사람냄새 풍기기 위해서 읽어야 할 책도 있다. 네가지 구성으로 <책탐>을 말하고 있다. 첫번째는 희망, 두번째는 정의, 세번째는 정체성, 네번째는 창의적 생각이다. 흘러가는대로 사는것이 인생이다. 돌부리에 차이면 차이는데로 소나기 내리면 잠시 비를 피해가고 말이다. 희망에서 첫번타자 <기꺼이 길을 잃어라>와 ,<잠수복과 나비>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삶이 나태하거나, 포기나 좌절을 쉽게 생각할때 이 책들은 무한한 희망을 날려주고 있다.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책탐>을 읽으면서 내가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적어나갔다. 이세상에 참 좋은책들이 많은데 어떻게 그런 보석들을 발굴해야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 난 책과의 첫만남에서 책표지에 많이 끌린다. 어쩔수 없다. 때론 책내용은 정말 좋은데 책 표지가 마음에 안들어서 짬짬해 했던 경우도 있으니까. 저자는 책 한권 한권 소개할때마다 어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꼭 읽어보게끔 만드는 탁월한 글솜씨를 가진것 같다. 그중에서 내 나름의 생각으로 골라보곤 한다. 맨 먼저 읽고 싶은 책순으로 말이다. 책 내용중에서 "누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 우리 자신이 아니라면 아무도 그 일을 할 수 없다." (62쪽)로 시작한 말에 표시를 해두었다. 행복은 어디에 있는걸까? 그럼 보통은 멀리있는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 라고 말한다. <행복은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란 생각에 도달했다. 

 정의의 첫번째 타자 <조선의 발칙한 지식인을 만나다> 와 <조선 아고라>가 등장했다. <조선 아고라>는 참으로 반가운책이다. 재미있게 읽은책으로 <책탐>에 등장하니 왜 이리 반가운지. 내 심리가 이렇다. 확실히 현실세계에서 상소란 있을수 없는일이다. 그부분이 정말 아쉽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쓴소리를 했던 선비들의 고매한 정신이 그립다. 대쪽같은 성격, 그래서 이도저도 아닌 부러지는거겠지만. 보석같은 책을 소개하면서도 그 책의 아쉬운 부분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짚어주어서 좋다. 자유 그 무모하고 엄청난 힘, 여전히 자유를 울부짖는 외침은 계속되고 있다. 책에서 자유는 공기와 같다고 했던가? 공기가 부족한 경우에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소중한것은 누리고 있을때 아무런 자각도 하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나도 그 소중함에 대해서 완전히 잊고 있다. 

 책꽂이에 수없이 꽂혀있는 많은 책들이 있다. 베스트셀러야 늘 눈에 띄는곳에 놓여있고 인터넷 책방에서도 그 모습이 자주 보인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시간이 흘러가버리면 절판되어 나오질 않는다.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곳에 보석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외면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보석같은 책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편견을 갖지 않고 책을 보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책 표지에 연연한다던가 그러지 말고 순수하게 책속의 내용만으로 평가하겠다고 말이다. 더욱 분발해서 많은 책을 읽고 좋은책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뛰어난 시각을 갖고 싶다. 이제부터 책의 마음을 진단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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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프라임 - 11명의 지식전달자가 전하는 명품지식 바이블
EBS 지식프라임 제작팀 엮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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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는 지식적인 책을 많이 읽어 주리라 알찬 계획을 세웠다. 찬란한 계획의 첫번째가 바로 이 책<지식 EBS 프라임>이다.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이리도 빨리 읽을줄이야. 현재 알지못하면 섭섭한 지식들과 사회 전반적인 현상에 대해 내용을 알차고 재미있게 구성했다. 실생활의 사례를 들어서 지식용어를 쉽게 설명해 주었다. 내용 중간중간에 여러말보다 강력한 사진 한장이 모든것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그중에서 강하게 기억에 남았던 것은 코끼리 입속에 얼굴이 반쯤 들어간 여자의 사진이였다. 그 밑에 <코끼리를 죽이려면 먼저 코끼리에게 먹혀야 하는 것이 프레임에 갇힌 현대인의 숙명이다.>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사진과 함께 기억에 남는다. 셀프서비스 마케팅에서 우리가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싸게 산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것을 적나란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방 한구석에 쌓여있는 화장지를 쳐다보니 기분이 씁쓸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이나 사람들의 심리적인 작용들이 일반적인 용어들로 꽤 참신하게 정리되어져 있다. 요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인 병리현상에 대해서도 말이다. 

 현재도 교육이나 취업문제가 사회적문제로 많이 이슈되고 있지만, 역사속으로 들어가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건 없어 보였다. 시간이 흘러서 강산은 많이도 변하였지만, 사회적인 문제들은 크게 바뀌지 않은것 같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모든 이론이 현실과 다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였다. 경제적인면에서 자신에게 손실이 될지 뻔히 알면서도 도덕적인면에 부딪히면 사람들은 이론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하긴 세상살이가 이론대로 된다면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어쩜 그반대로 문제가 심각할지도. 예상치 못한 사람들의 행동이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 읽는것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회현상을 꽁트로 읽는것 같은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 국보 제 1호가 남대문이라고 말했던 부분이였다. 숭례문이 방화로 불타버린 이후부터 남대문은 일제치하의 잔재이고 숭례문이라고 해야 옳다고 여러번 거듭 강조해왔다. 그부분은 수정해주셨으면 좋겠다. 

 읽으면서 통쾌했던 부분은 <지문으로 관리되는 사회> 내용중에서 2007년 11월 20일부터 일본은 입국하는 외국인들에게 모두 지문을 날인하고 사진촬영을 하게했다. 미국은 그전 2004년부터 시작했고 이에 브라질도 미국인과 일본인에게 지문과 사진을 찍게했다는 내용이 무지 통쾌했다. 브라질은 장비가 없어서 미국인이 일일이 지문을 찍고 사진을 찍어야하는 수모를 당했다고 한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우리나라가 상호주의에 걸맞게 거기에 대응하지 못하는것이 애통할 따름이다. 

 이 책은 부담갖지 않고 편안하게 읽어보기에 좋다. 왠만한 유머책 못지 않게 재미있고 흥미롭다. 약간은 내가 그동안 바보였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말이다. 그건 이 책에 나오는 지식적인면을 몰라서 그런것이 아니고 때론 아는것이 병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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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숍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
S.S. 반 다인 지음, 김성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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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책표지가 참 성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자꾸 쳐다보니 범인을 암시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다인의 작품이 굉장히 재미있다고 추리소설 왕팬인 언니가 이야기해주었다.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을 꽤 좋아하긴 하지만, 읽은책은 몇권 되지 않았는데 반다인의 책을 읽는순간 역시 하는 생각을 했다. <비숍살인사건>에서 반다인의 다방면의 뛰어난 지식을 엿볼 수 있었다. 추리소설을 가볍게만 생각했었다던 그 시절에 심오하고 지적인면이 물씬 드러나는 <비숍살인사건>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그리고 범인으로 의심했던 인물이 하나둘씩 죽어가면서 범인을 뒤쫓는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가 더했다. 주인공인 매컴과 번스가 함께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주로 번스의 번뜩이고 뛰어난 추리력과 지적인면이 부각된다. 

 한문장 문장마다 저자의 지적인면을 엿볼수 있었다. 책에서 등장하는 텐더공식이 좀 이해가 되질 않아서 읽는데 약간의 차질이 있었지만 내용에 큰 무리는 없었다. 로빈의 시체는 큰 화살이 꽂혀있는체로 궁술실 바로 밖에서 발견되었다. 엽기적이고 무서운 살인사건이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요즘 시대가 시대라서 그런지 별로 그런것 같지도 않았다. 하긴 생각해보면 끔찍하고 내가 직접 보았다면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이 책에서 살인하는 방식이 <마더구스의 자장가>를 따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똑같다.  코크 로빈이 그 첫번째 살인자로 두번째 살인자는 <마더구스의 자장가>를 따라가보면 알 수 있었다. 번스의 말대로면 범인의 치밀하고 뛰어난 두뇌를 가진자이다. 그리고 거기에 지독한 장난끼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 책에는 대체적으로 뛰어난 두뇌를 가진자들이 여럿 등장한다. 수학자들이라서 그런지 일반사람은 알 수 없는 색다른 생각이나 차원을 넘어서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범인의 뛰어난 두뇌를 다른쪽으로 돌렸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중간쯤에서 그가 범인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수 없었다. <마더구스의 자장가>가를 이용해서 선과 악의 양면성을 뚜렷하게 보여준것 같다. 자장가는 보통 따스한 느낌이라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이 자장가의 가사는 듣는사람으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한다.. 범인의 잔악함에 나역시 많이 놀랐다. 끝까지 자신의 잘못은 알지 못한체 그는 그렇게 평생을 살았을것이다. 여기서 범인의 결말이 이러하지 않았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것인가? 정말이지 이것은 생각만해도 엽기적이고 끔찍한일이다. 범인은 자신의 계획이 끝까지 완벽하다고 생각했을것이다. 이 결말이 설사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내 생각엔 다른 방도는 없었다고 본다. 책장을 넘길때면 오래된 책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혀서 읽기가 좀 힘들었다. 그리고 내가 잘알지 못하는 다양한 책들의 등장이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고 주역 달린 부분을 찾아서 읽느라 진도를 빨리 빼질못했다. 아마도 다시한번 읽어보면 <비숍살인사건>에 완전히 빠져들수 있을것 같다. 뒷장에 등장하는 반다인의 이력을 읽어보는것도 참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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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쥐 퍼민
샘 새비지 지음, 황보석 옮김 / 예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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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지향적인 측면이 싫다는 이유로 강의를 그만두고 다양한 길을 걸어온 저자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보스턴의 팸브로크 서점 지하에서 태어난 퍼민은 젖꼭지수에 밀려나고 많은 형제들에 밀린 힘없고 나약한 쥐였다. 겉모습은 평범했지만 퍼민의 내면은 남달랐던, 그래서 무리중에서 왕따가 되어버린 존재였다. 다른 형제들처럼 쥐의 일생이란 평생 먹거나 교미를 하면서 살아간다지만, 퍼민은 책을 씹어 먹다가 읽게 되어버린 아주 특별한 경우였다. 퍼민을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속에서 인간이 되어 책속의 주인공들과 춤을 추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했다. 퍼민이 좋아하는 일은 책뿐만 아니라 리알토극장에서 하루종일 영화를 보는것이였다. 때론 비아냥 거리기도 하고 존경에 마지 않는 퍼민의 특유의 매력적인 말투가 인상적이다. 

 
세상밖으로 처음 나오게 된 퍼민은 스콜리 스퀘어 주변을 엄마를 따라서 생계를 찾아 나서게된다. 서점밖으로 보아온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책방 천장에서 퍼민은 책방 주인 노먼과 많은 책을 접하게 된다. 처음엔 책을 씹었고 그 다음엔 책의 내용에 푹 빠져서 글씨를 씹는일은 하지 않았다. 가끔 공란을 씹어먹긴 했지만 말이다. 퍼민의 엄마는 술주정뱅이였고 술에 절어 있을때가 많았다. 인간세상은 만만하지 않아서 자칫 잘못하다간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 어느날은 자신의 형제중 한명이 도로에 눌러있는 끔찍한 경우를 보기도했다. 특별히 우애있게 지내온 형제는 아니였지만 이라고 말하는 퍼민의 의외의 덤덤함이 놀라웠다. 퍼민은 책방 주인 노먼을 사랑하게 된다. 그의 영리함에 반하게 되어 그와의 재회를 회상하면서 다양한 상상을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퍼민은 자신의 망상에 빠져서 노먼과 눈이 마주쳤을때 그 역시 자신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망상이 얼마나 큰 착각이였는지, 사랑의 배신감이 얼마나 큰것인지 깨달을수 있었다. 퍼민의 망상이 딱히 퍼민에게만 한정된것이 아니였다. 사람들도 자신만의 망상에 빠져서 심한경우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헛된꿈을 꾸는 경우가 허다하다. 퍼민역시 혼자놀기에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는데 누구나 혼자 세상을 살아갈순 없다. 

 
퍼민은 자신의 지저분한 모습을 부정하고 인간과 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아무리 말을 해보려고 시도를 하지만 "찍찍찍" 소리만 날뿐이다. 그래서 수화를 시도해본다. 손가락이 없어서 아무리 해보아도 잘되진 않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도 나왔지만 퍼민이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다. 나 역시 쥐와 눈이 마주쳤다면 노먼과 똑같은 행동을 했을것이다. 쥐덫이나 쥐약을 놓았을 것이다. <방가방가 햄토리>에서 나오는 녀석들같이 생겼다면 모르겠지만, 그럴경우는 없기에 말이다. 우연히 쥐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적이 있었는데 그녀석의 눈빛에서 공포 혹은 두려움을 읽었다. 아무래도 덩치가 내가 몇배나 더큰데 그녀석이 더 쫄았겠지. 퍼민은 아마도 자신을 알아주는 인간을 만나지 못할꺼라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도 친구나 가족을 온전히 다 이해하지 못한다. 구지 모든것을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대적 배경은 2차세계전쟁이 일어날때고 스콜리 스퀘어가 허물어지고 옛것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암울한 시대에 퍼민 역시 자신이 좋아하던 서점도 극장도 가족이 되어준 제리도 잃어 버린다. 퍼민을 좋아해줬던 인간 제리. 제리란 이름이 흔하긴 하지만 여기에선 쥐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왠지 제리란 이름이 그냥 만들어진 인물은 아닌것같다.

 
제리와 퍼민은 꽤 마음이 잘맞던 친구였다. 퍼민은 제리의 소설을 좋아했고 마음속으로 지지해주었다. 퍼민에게 진정한 가족이 생겼다. 지독한 외로움이 느껴졌던 제리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 퍼민이였다. 그와 재즈를 연주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행복한 나날들이였다. 제리가 사라지기전까지 말이다. 퍼민은 자신의 끝을 알고 있었다. 배고픔, 고독함, 죽음 그런것들이 이젠 아무렇지가 않아졌다. 왠지 재미있다가 한구석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왠지 퍼민이 지저분한 잿빛 털복숭이 쥐로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웃기게도 이 책의 제목처럼 퍼민이 언제쯤 소설을 쓸지가 궁금했다. 퍼민이 소설을 쓰진 않지만, 자신의 앞발을 잉크에 묻혀서 글을 써서 대화를 시도해보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면 퍼민이 실험실로 끌려가서 평생을 거기에 갇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신세가 될것 같았다.어쨋든 그런것이 중요한것이 아닌데 이상한데 끌려서 거기에 집착하는 나 역시 퍼민과 많이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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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귀울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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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지금의 현실과 맞닿아있어서 더 와닿는 책이였다. 신비스러운 매력을 가진 글이였다. 무언가에 홀려서 산중에서 한참을 헤맨듯한 기분이 든다. 멀리서 들려오는 알수없는 소리에 섬짓해서 목덜미가 서늘해져오는 그런 느낌이였다. 잔인하지도 거창한 살인계획 없이도 머리속에서 만들어낸 상상만으로도 그 자체를 공포로 만드는 매력이 있다. 실상 제일 무서운것은 정체를 알수없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것일 테니까 말이다. 눈에 보이는것 그것만으로는 공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추리, 미스테리보다는 왠지 가족, 사람사는 이야기에 가까운것 같다. 어두운 밤 "또깍",  "또깍" 자신을 쫓아오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돌아보면 지나가는 행인이다. 어둠과 정막함이 만들어낸 또 다른 공포이다. 우리집 근처에도 귀신집이 있었는데 그집은 겉보기엔 멀쩡해보였는데 귀신이 나온다는 둥 별별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때면 꼭 그집을 지나야했기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밝은 낮에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밤에 그 집주변을 친구들과 함께 서성인적이 있었는데 귀신은 보이지 않고 인상좋은 아주머니만 보였다. 

 공포는 호기심이 가져다 주는 산물이 아닐까?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포의 정체는 호기심덩어리다. 갑자기 드는 생각 타인을 죽이는 것도 자살도 살인이다. 자신의 목숨이니까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이 책 내용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급수탑>이였다. 전직 판사였던 다카오와 그때그때마다 다양한 직업으로 변신하는 미쓰루는 산책친구였다. 사람을 잡아먹는다던 급수탑의 소문에 대해서 미쓰루와 다카오는 추리를 해본다. 하얀팻말을 보기전까진 가설이고 그냥 소문인줄로만 알았던 급수탑 사건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수없게 만든다. 다만 "그 범인은 그들을 보며 웃음짓고 있다."는 글귀에서 머리속에서 드는 상상이 섬짓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전직 판사인 다카오와 현직 검사인 그의 아들 슈운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다카오는 현재 소설을 쓰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 모든것이 미스테리인지도 모르겠다. 복잡한 시내 중심가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씨끌벅적하지만, 고요할때보다 더 큰 외로움이 밀려온다. 무표정한 사람들의 표정이 서글퍼진다. 사회에 나가서 받는 압력과 상사와 후배, 실적과 결과등 다양한 요인들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도시괴담>은 그런의미에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잡아먹고 삼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체 잡아먹혀버리기 때문이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했던 아이들이 나중에 부딪히게 되는 현실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걸까? 보이지 않기에, 자꾸만 숨기기에 우리는 그것을 볼수없음에 더욱더 공포는 심해져간다. 

죽음의 정체역시도 그렇다. 장례문화가 급속도로 우리사회에서 사라져 버렸다. 요즘엔 상조나 병원을 끼지 않고서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 숭고한 죽음과 집안에서 치르는 장례의식에서 우리는 죽음을 보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것이다. 보이지 않는 죽음은 그 자체가 큰 두려움과 공포다. 공포의 껍질을 한꺼풀 한꺼풀 벗기다 보면 별거 아닐텐데. 현대사회에서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가장 큰 공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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