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 당신은 이때 몰랐겠죠. 7년 후 아프간 철수가 이루어지는 현 상황을…
책 읽다 갑자기 이 부분 튀어나와서 앗, 했다. 스토리와는 전혀 관련 없음(아마도).

"그럼 그들은 보다 확실한 방법을 강구했을 거요. 이를테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면적인 철수를 선언했을 수도 있소. 아프가니스탄의 주권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서 현재 실행 중인 군사 및 첩보 작전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거요. 엿 같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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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9-08 13: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이제 앞으로의 소설들에는 필요한 경우 아프간 철수 후의 이야기가 담기겠네요.

독서괭 2021-09-08 13:32   좋아요 4 | URL
잭리처는 시대와 함께 합니다 ㅎㅎㅎ

- 2021-09-08 13: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리처 ㅋㅋㅋ

독서괭 2021-09-08 16:25   좋아요 1 | URL
오 ㅋㅋㅋ 이책 2014년 출간입니다 ㅋ

페넬로페 2021-09-08 14: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한 권쯤은 읽어야하나요^^

독서괭 2021-09-08 16:25   좋아요 2 | URL
제가 고작 7권째 읽고 있는 초보라서 조심스럽지만, <61시간>과 <악의 사슬>을 추천드립니다 ㅎㅎ

새파랑 2021-09-08 14: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예측력 갑이네요~! 독서괭님 리차일드 마니아 4위던데 😆

독서괭 2021-09-08 16:26   좋아요 3 | URL
2014년도에 작가가 쓸 때는 몰랐겠죠? 계속 4위입니다. 1-3위님들이 너무 높이 계셔요ㅜ

다락방 2021-09-08 15: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리처 소름..이네요. ㅎㅎ

독서괭 2021-09-08 16:27   좋아요 3 | URL
리처 수다쟁이라 이런 말도..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9-09 16: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잭 리처 씨가 아프간에도
갔었군요.

오만데 안 가는 곳이 없는
미스터 리처 !

독서괭 2021-09-09 19:44   좋아요 4 | URL
아프간에 간 건 아니예요 ㅎㅎ 좀 복잡한데 아프간에 파견된 미 특수부대원이 사망한 사건과 얽혀서 지금 쫓기는 중입니다. 아프간은 안 가봤다고 나오는데, 이후의 시리즈에선 갈지 모르겠네요^^

scott 2021-09-10 0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007보다 더 현실적인 캐릭터 잭!!
이번달 괭님에게 당선작 행운을 줬으면 ^.~

독서괭 2021-09-10 06:36   좋아요 3 | URL
미국지리라든지 미군, 특수부대 등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면 좀더 재밌게 읽을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요. 몰라도 재밌다는 점이 장점이지만요😉
 
고독의 우물 1 펭귄클래식 22
래드클리프 홀 지음, 임옥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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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드클리프 홀의 <고독의 우물>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소설이다. 주인공 스티븐이라는 인물이 섹스와 젠더가 불일치하는, 지금의 용어로 정의하자면 트랜스남성(FTM, 태어날 때 정해진 지정성별이 여성이지만 본인의 정체성은 남성인 사람을 말함)이라는 점에서 낯설고(해설에서는 이 작품과 같은 해에 출간된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와 비교하는데, 나는 아직 <올랜도>를 읽어보지 못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끝나지 않는 탐구와 지독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익숙하다. 이 작품의 큰 의미가 여기에 있다. (다수자의 입장에서) 낯선 존재가 나와 별로 다를 것 없는 보통 사람임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 이 작품이 출간된 1928년에 사회적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이 작품이 1960년대까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금서가 되었다는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일단 읽어보면 전혀 외설적인 묘사가 없어 어리둥절 할 수도 있다. 


여성 동성애를 사실적으로 다뤘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의 정서로서는 충분히 외설적이었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 소설의 외설성은 급진적인 섹슈얼리티 혁명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성애로 방수 처리한 사회에 동성애라는 빗물이 스며들어 누수 현상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분명 외설적이었다.  - 작품 해설 중(404쪽)


영문학사 최초의 레즈비언 소설이라 평가받는다는 이 책으로 인해 법정에 서기까지 한 래드클리프 홀은 <고독의 우물>이 이성애 윤리를 표방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작품을 변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동성애라는 코드보다는 여성인 스티븐이 '감히' 남성 흉내를 내며 남성의 것인 여성의 사랑을 탐했다는 점에서 더욱 응징당한 것이 아닐까 싶다. 여성간의 사랑을 중심으로 삼음으로써 남성이 배제되는 구조가 아니라, 남성성을 추구하고 남성사회에 편입되길 원하나 거절당하는 스티븐의 좌절과 스티븐의 그러한 남성성에 끌리는 여성을 보여주기에, 오히려 1940년대 이후의 게이, 레즈비언 세대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한 것이다. 


 스티븐과 같은 트랜스젠더에게 있어서 이런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외부 성기가 여성인 사람이 여성을 사랑하면 그는 동성애자인가, 아니면 스스로 남성으로 정체화하므로 이성애자인가? 그런데 그것이 뭐 그렇게 중요할까? 

 사실 내가 LGBT+ 혹은 퀴어에 관한 주제독서를 시작하게 된 것은 성적지향(동성애/이성애)보다는 성적정체성에 대한 관심에서였고, 그 관심의 시초는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최초의 대법원 결정이 내려졌던 것이다. 그때에는 그저 호기심과 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연민 정도에 기초한 관심이었고, 그 후에는 "대체 왜 트랜스젠더나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것이지?"하는 의문과 문제의식만 막연히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에 관해 알아볼 기회가 생겼고, 2006년 이후 위 대법원 결정에 기초하여 사무처리지침이 생겼으며 그 내용이 문제되어 몇차례 개정되었고, 하급심에서 대법원 결정에서 요구한 "외부 성기 형성술" 없이도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이 내려지는 등의 변화가 있긴 하였으나, 지난 15년 동안 근본적인 발전은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 자세한 내용은 나무위키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일단 사무처리지침이 '지침'에 불과하다고는 하나 많은 판사들이 여전히 이를 허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해당 지침에서 규정한 내용들이 지나치게 엄격한데다가, '성전환증'이라는 병명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고[미국정신과 학회가 마련한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DSM-5, 2013)에서는 성별 불쾌감(혹은 위화감, gender dysphoria)’이라는 용어로 개정되었다], 기존의 편견에 사로잡힌 일부 판사나 직원들로부터 모욕적이거나 수치스러운 질문을 받게 되는 등 문제가 많다. 특히 성별 정정 신청 과정에서 신청인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지정성별과 반대의 성별로 인식되고 있고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증명하겠는가. 사회통념이 요구하는 관습적인 "여성" 혹은 "남성"의 모습을 최대한 모방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관습에서 벗어난 모습을 한 트랜스젠더는 그의 정체성을 부정당한다. 만일 지정성별이 남성이지만 성적정체성을 여성으로 규정하는 트랜스여성이, 숏컷에 보이쉬한 차림을 하고 여성파트너와 동거하고 있다면, 성별정정 허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숏컷에 보이쉬한 차림을 하고 여성을 사랑하는 시스젠더 여성은 여성이 아닌가? 이건 매우 복잡한 문제로 보이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성별이분법에 기초하여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맨 처음 숫자로 규정되는 그 성별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중요한가? 많은 트랜스젠더, 특히 트랜스여성들은 '너무 여성적으로 꾸민다'는 이유로 "기존의 성별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꾸미지 않으면, "여성인 척 하는 남성"일 뿐이라고 거절당한다. 이들에게는 설 자리가 없다. 자신이 단지 자신답게 존재할 수 있는 것, 퀴어들이 바라고 주창하는 건 단지 그뿐일 수도 있는데. 


다시 소설로 돌아가 보면, <고독의 우물>의 주인공 스티븐은 부유한 귀족 가문의 유일무이한 자식으로 태어났다. 만일 그녀가 지정성별과 동일한 정체성을 지녔다면, 그녀의 삶은 한없이 평화롭고 안온하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모든 것을 가진 듯한 사람이 단지 섹스와 젠더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토록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의 부당성을 고발하는 것. 이런 다른 조건들을 타고나지 않은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레즈비언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는 스티븐의 친구로 등장하는 커플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주님이시여." 그녀가 숨을 헐떡였다. "우리는 믿사옵니다. 우리는 믿는다고 당신께 아뢰었나이다. 우리는 당신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신께서는 부활하시어 우리를 지켜주소서. 우리를 인정하소서. 오, 주여. 세상 모두 앞에서 우리를 인정해 주소서. 우리에게 존재할 권리를 부여해 주소서."  -402쪽


 작품 해설에서는 이 마지막 부분을 "자살을 암시하는 스티븐의 절규와도 같은 기도"(406쪽)라고 해석했지만, 나는 스티븐이 자살할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작가로서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 퀴어한 존재들을 세상에 인정받게 하리라는 그녀의 목표를, 끝내 이루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작가인 래드클리프 홀은 이 작품을 이후에는 더 이상 논란이 될 만한 작품은 쓰지 않았다고 하니, 이 작품에 관한 법적 공방 때문에 재판비용을 대기 위해 집을 처분하기도 했다는 걸 보면 이해는 되지만,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후대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는 걸 알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작품에 관한 여러 논란들(젠더, 섹슈얼리티 외에도 파시즘이나 인종 문제 등의 이슈가 있는 모양이다)이 있지만 모두 제껴놓자. 평생 남장을 하고 레즈비언으로 살았다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로 읽히는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고통받는 한 인간을 보았을 뿐이다. 이 고통이 과연 정당한가?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함께 질문을 던져주기를 바란다.


※ 알라딘마을의 맞춤추천AI ㅈㅈㄴ님의 추천을 받아 내돈내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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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9-06 12: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혀 외설적인 묘사가 없어 어리둥절 할 수도 있다.˝ <- 저요, 저 ㅋㅋㅋ 제가 그랬습니다요. 잠자냥리둥절 ㅋㅋ

‘여성인 스티븐이 감히 남성 흉내를 내며 남성의 것인 여성의 사랑을 탐했다는 점에서 더욱 응징당했다‘는 말씀, 제가 생각 못한 부분이었는데 정말 공감이 가네요.

마지막 ※ 부분에서 껄껄 웃었습니다. ㅎㅎㅎㅎ

독서괭 2021-09-06 12:58   좋아요 4 | URL
잠자냥리둥절 ㅋㅋㅋㅋ
결국 자신과 메리와의 사랑은 ‘불모‘이고 그녀를 보호해줄 수 없다는 생각에 이성애 사회로 메리를 떠나보내는 스티븐을 보면, 이 책이 문제된 이유가 이성애규범을 흔들기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티븐이라는 존재 자체가 거부감을 일으켰을 것 같아요.
연쇄서평수상마님을 고작 맞춤추천AI로 취급하는 독서괭의 스웩~ ㅋㅋㅋ

청아 2021-09-06 13: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 여성들에게도 비판받았다는 점이 안타깝고 놀랍네요. 그점(모두에게 이해받지 못하는)이 참 힘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과 성정체성에 관한 문제는 지금도 그렇지만 모두에게 공통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서괭 2021-09-06 13:50   좋아요 5 | URL
제가 최근 퀴어 관련 책을 읽으면서 제일 안타까웠던 점이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트랜스젠더를 배제한다는 거였어요. 연대해도 모자랄 판에 다투며 에너지를 소모하다니 ㅜㅜ 미미님의 관심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9-06 13: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잠자냥님 독서괭님 글을 보고 이 책 구매했는데 아직 읽기 시작은 못했네요. 표지와 제목처럼 내용 역시 심오한가 보네요 🙄
잠자냥님 맞춤 추천은 완전 인정합니다 👍👍

독서괭 2021-09-06 14:02   좋아요 3 | URL
오오 새파랑님 사셨군요! 내용이 읽기 어려운 건 전혀 아닙니다. 아주 재미있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잠자냥님 맞춤 추천 최고죠~~😆

잠자냥 2021-09-06 14:41   좋아요 3 | URL
저기 구석에 잠자냥 있네요. 몸둘바를 모르고.....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9-07 23: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진짜 왜 그들이 차별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늘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나이 40 넘어 성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나와 다르다는 생각이 차별과 편견을 가져오는 거 같아요..ㅠㅠ

잠자냥 2021-09-06 22:55   좋아요 2 | URL
쌤~ 생삭은 뭐예요?

독서괭 2021-09-07 01:13   좋아요 3 | URL
툐툐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전 저의 성정체성도 그렇지만 그보다 제 아이들이 격을 수도 있는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체 개인의 성정체성이 뭐가 그리 문제가 되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오타발견전문 AI님 ㅋㅋ

붕붕툐툐 2021-09-07 23:20   좋아요 3 | URL
자냥아~ 생삭이 뭘까? 그런게 어디있을까? 눈 씻고 다시 한 번 볼까?(발뺌 전문 인간.ㅋㅋㅋㅋㅋ)

scott 2021-10-08 15: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이달의 당선 추카~~
주말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ㅅ^

새파랑 2021-10-08 16:52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 리뷰보고 이 책 샀는데 ㅎㅎ 축하드려요 😆

독서괭 2021-10-08 17:13   좋아요 3 | URL
앗 감사합니다 스콧님 새파랑님! 이 리뷰가 당선되길 내심 바랐는데 기쁘네요^^

겨울호랑이 2021-10-08 2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갖고 있는 정체성과 사회에서 요구하는(또는 정형화된) 기준이 충돌할 때 겪는 갈등의 문제는 성(性)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이 겪어야 하는 감정, 고통은 자신이 가장 크게 느끼겠지요... 다만, 이러한 문제에 있어 섣부른 동정이나 관심이 더 큰 상처가 될 수 도 있다는 우려도 있기에 각자의 상황에서 움직임이 크게 없는것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독서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독서괭 2021-10-09 01:42   좋아요 1 | URL
아, 정말 성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그걸 성 문제에도 적용해보면 퀴어에 대한 공감도 가능할 텐데요. 성별이분법 관습이 너무 공고해서 아직도 어려운가봐요.
호랑이님 축하 감사합니다^^
 

얼마전 서재친구님이 이유경작가님을 모르셨다는 놀라운 고백을 하셨다. 차에 두고 한챕터씩 아껴 읽고 있다가 요즘 바빠서 못 읽었던 이 책을 오늘 폈는데 마침 이번에 읽은 챕터가 얼마전 쓴 내 페이퍼 <안전하고 싶다>와 관련된 내용이라 반가워서 사진 공유합니다. 사진이 구려서 죄송합니다…

#우윳빛깔이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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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9-02 20: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우윳빛깔이유경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02 20:56   좋아요 5 | URL
만나뵌 적은 없지만 그런 소문이…

새파랑 2021-09-02 20: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저를 이야기 하시는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
우윳빛깔이유경님 책을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

독서괭 2021-09-02 20:57   좋아요 4 | URL
맞습니다 새파랑님 ㅋㅋㅋㅋ 듣기로 이 책보다 <독서공감>이 더 평이 좋다 하던데요. 저도 얼른 읽고 독서공감 사려구요😆

새파랑 2021-09-02 21:00   좋아요 5 | URL
제가 그럼 <독서공감>을 먼저 읽어 보겠습니다~!! 토요일 도착 예정 😆 출고가 약간 걸리더라구요 ㅎㅎ

독서괭 2021-09-02 21:03   좋아요 5 | URL
이런 저도 분발해야겠네요😤

다락방 2021-09-03 07:2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절판되기 전에 서둘러야 하는것입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03 09:07   좋아요 1 | URL
윽 저 엘레나페란테 원서 90%할인 단발머리님이 알려주셔서 담아놓고 미루다가 구매하고 보니 할인 끝나버려서 ㅜㅜ 주문취소했어요 ㅠㅠ 책은 빨리빨리 사야하는 거였어요. 독서공감 이번엔 꼭 주문합니다 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9-03 0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도 몰랐어요. 쑥쓰쑥쓰. 당장 검색 돌입.^^;;

독서괭 2021-09-03 09:07   좋아요 1 | URL
ㅎㅎ 뭐 저도 안지 얼마 안 됐습니다^^;;

2021-09-03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1-09-03 09:08   좋아요 2 | URL
그분 맞아요 초딩님^^

초딩 2021-09-03 10:10   좋아요 0 | URL
ㅜㅜ 알고는 있었는데 일단 구매 구매 들어갑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초딩 2021-09-03 0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긁쩍긁쩍 ㅎㅎㅎ

단발머리 2021-09-0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윳빛깔 이유경! 우윳빛깔 다락방!! 🥳🥳🥳

독서괭 2021-09-04 07:39   좋아요 0 | URL
서친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ㅎㅎ
 

위에 세권은 중고로, 아래 세권은 새책으로 구매. 알라딘중고의 맛을 알게 되어 와 싸게 잘 샀다~ 하며 뿌듯해하는데, 잘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 쓰는 것 같단 말이다..? 아냐.. 착각일거야..
오늘은 이벤트적립금 기한 때문에 추가로 개인회원 중고 주문을 하면서 개인회원이라 출고일이 늦으니 괜찮다고 위로를… 추가주문한 책은 <아메리카나>와 <증언들> <시지프신화> - 어째 요즘 문학비중이 급격히 늘었는데 누구의 영향일까요..?
요즘 바빠서 책 못 읽는데 책 못 읽고 바쁘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더 산다..? 저만 그런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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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01 14: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

독서괭 2021-09-01 17:31   좋아요 3 | URL
ㅎㅎ 스콧님 감사해요^^

다락방 2021-09-01 14: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크- 단순한 열정은 제가 뜨거운 연애를 하던 시절에 아주 좋게 읽었던 책입니다. 크- 아니 에르노의 솔직함에 독서괭님은 아마도 아이쿠 이게 뭐여.. 하실것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왜 신났을까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01 17:33   좋아요 3 | URL
크- 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의 뜨거운 연애 뜨거운 열정, 솔직함- 아니 에르노랑 닮았을 것 같네요! 맞춤추천AI ㅈㅈㄴ님께서 추천해주심에 샀는데 진짜 얇아서 신남 ㅋㅋㅋ

잠자냥 2021-09-01 17:42   좋아요 3 | URL
아오, 나 오늘 이분이 카섹 비추 선언 보고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01 18:02   좋아요 2 | URL
으응? 왜염? 🙄

독서괭 2021-09-01 18: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읽고 왔어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01 15: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순한 열정>하고 <증언들> 눈에 확 들어옵니다요. 헤헤헤

독서괭 2021-09-01 17:34   좋아요 3 | URL
일등 공로자!!! 근데 중고로 사는 바람에 땡투를 못함요😭

잠자냥 2021-09-01 17:42   좋아요 3 | URL
아닙니다, 괭님이 읽는 것만으로 만족하옵니다.

독서괭 2021-09-01 18:26   좋아요 2 | URL
출고일자 9/7 나와 있었는데 오늘 출고랬다고 알림이.. 이분 왜이리 빠르신걸까요.. 암튼 잠자냥님 생각하며(?) 꼭 읽겠습니다 ㅋ

막시무스 2021-09-01 15: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스트레스 쌓이면 더 산다에 완전공감하고 사재기 하는 1인 여기 자수합니다!ㅎ

독서괭 2021-09-01 17:34   좋아요 4 | URL
ㅋㅋㅋ 자수 감사합니다. 동지가 있어 든든하네요!!

새파랑 2021-09-01 15: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순한 열정 완전 좋았어요~!!그거 말고 전 보관함에 있는 시지프신화 ^^
독서괭님 문학비중이 커지는데 제가 기여했기를 바랍니다 😆
스트레스 해소에는 책 구매죠~!!

독서괭 2021-09-01 17:37   좋아요 4 | URL
오오 단순한 열정 좋으셨군요! 새파랑님도 높은 기여를 해주고 계십니다요😆몰아읽지 못하는 상황 땜에 안 읽으려 했는데 역시 그래도 문학이 좋네요😙

단발머리 2021-09-01 16: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한 권도 안 사셨네요! 화이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01 17:38   좋아요 3 | URL
ㅋㅋ 이제껏 제대로 산 잭리처는 아직 안 읽은 <네버고백> 뿐이라는요! 돈 안 쓰고 4위하니 이득 본 이 기분!

페넬로페 2021-09-01 18: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떨땐 중고책 사면 돈 더 쓰는것 같아서 저는꼭 알라딘 직배송으로만 사는데 그게 또 타이밍 못맞추면 쓸모가 없어요.ㅎㅎ
저도 카뮈의 작품 몇개 있는데 천천히 읽어야지요^^

독서괭 2021-09-01 18:27   좋아요 4 | URL
맞아요 맞아요 배송비무료 조건 그것 땜에 저도 ㅜㅜ 웬만하면 직배송으로 사는데 <증언들>이 직배송이 없었나.. 해서 개인거래 하게 됐네요. 저도 천천히 읽겠습니다..ㅋㅋ

:Dora 2021-09-01 2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박싱에 ㅅㅌㄹㅅ 빡~~~

독서괭 2021-09-01 23:09   좋아요 2 | URL
언박싱 즐거이 하고 휙 쌓아두고 🤣🤣🤣 큰일입니다…

얄라알라 2021-09-01 2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첨에 사진 말고, 포스팅 속 책표지 위에 세권이 중고라 하신 줄 이해하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벌써 중고로 나왔단 말인고? 할 뻔했네요^^ 6권 다 합하면 2000페이지 될 것 같아요^^ 독서괭님 완독 화이팅!

독서괭 2021-09-02 17:41   좋아요 0 | URL
앗 제가 헷갈리게 써 놨네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오해를 받을 뻔..! 2000페이지라 말씀하시니 내가 왜 그랬을까 싶어지지만^^; 힘내 보겠습니다!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비곗덩어리'가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었다니!

제목부터 신랄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요전에 읽은 톨스토이(이반 일리치의 죽음)가 허영을 좇는 자의 어깨에 내리치는 근엄한 죽비 같다면, 모파상은 셰익스피어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광대의 말 같달까. 좀더 건들거리면서 이죽대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 속에 한번씩 날카로움이 깃드는.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midnight 중 두번째로 읽은 책, <비곗덩어리>에는 세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비곗덩어리', '두 친구', '목걸이'. 

<비곗덩어리>와 <두 친구>는 보불 전쟁(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일어나는 1870년에서 1871년 사이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두 친구>는 전쟁의 비정한 면을 매우 짧은 단편에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데 비해, <비곗덩어리>는 전쟁이라는 시련 앞에서 얼마나 인간이 구질구질해 질 수 있는지를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중편이다. 이 <비곗덩어리>에서 모파상은 작정하고 인간들의, 특히 상위 계층이라는 인간들의 추악한 내면을 까발린다.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 북부의 도시 루앙에서, 독일군 총사령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다른 도시로 떠나는 승합 마차가 출발한다. 여기에 탄 사람들은 다양한데, 부유한 상위 계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세 쌍의 부부("마차 안쪽 자리를 차지한 이 여섯 사람이 여유 있고 유력한 삶을 사는 부유층으로, 종교와 도덕을 앞세워 올바르고 성실한 사람으로 행세할 권한을 부여받은 이들이었다."-23쪽), 두 명의 수녀, 혁명가 남성 1명, 화류계 여성 1명이다. 이 화류계 여성이 바로 '비곗덩어리'라는 별명을 가졌다. 


이런 대화를 주고받은 다음, 이 세 남자는 한순간 흘깃 서로에게 호의의 눈길을 던졌다. 처지는 달랐어도 금전을 통해 서로가 형제임을 느낀 것이다. 가진 자들의 유대감,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면 금화가 짤랑거리는 사람들끼리의 동지 의식이었다.  - 27쪽


 상위 계층인 세 쌍의 부부가 순식간에 유대감을 형성한 반면, 코르뉘데(혁명가)와 엘리자베트 루세(비곗덩어리)는 그들로부터 멸시어린 시선을 받는다. 오히려 그들로 인해 세 쌍의 부부 사이의 유대감은 더욱 공고해진다. 이들은 엘리자베트를 보며 <창녀><공공의 수치>라고 수근댄다. 

 그러나 상황이 반전되는데, 예정과 달리 마차의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 식사를 할 수 있는 도시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굶주림 속에 지쳐가는 일행 앞에, 엘리자베트가 짜잔- 음식으로 가득한 바구니를 꺼낸다. 그리고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음식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친절하게도 모두 나누어 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어 도시에 도착한 그들은 엘리자베트에게도 상냥하게 대한다. 

 그러나 또다시 반전, 그들이 하룻밤 묵어 가기 위해 도착한 도시 토트에서, 매력적인 엘리자베트가 독일군 장교의 먹잇감으로 찍혀 버린다. 그는 엘리자베트에게 하룻밤을 요구하며 엘리자베트가 거절하자 일행 전체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고 여관에 머무르던 일행은 엘리자베트가 장교의 요구를 거절한 것을 알게 되고, 세 쌍의 부부는 어떻게든 엘리자베트로 하여금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꼬시려고 작전을 짜는데...    


남자 여자 구별 없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저마다 생각을 꺼내 놓았다. 그러면서도 예의는 무척이나 차렸다. 여자들은 아주 낯 뜨거운 내용을 입에 올리면서도 절묘하게 돌려 말하고, 섬세한 표현들을 매혹적으로 구사했다. 만약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옆에서 들었더라면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말을 포장했다. 하지만 사교계 여성이 저마다 몸에 두른 정숙이라는 그 얇은 너울은 표면만을 덮어 가릴 뿐이어서, 그들은 이런 음탕한 사건 앞에서 자신의 본성에 딱 맞는 뭔가를 만난 듯 편안한 기분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활짝 피어나서는, 이 잠자리 연애사를 주물러 대며 속으로 후끈 달아 즐겼는데, 이런 주제를 다루는 그들의 태도에는 식도락가 요리사가 타인의 저녁거리를 조리하며 맛보는 관능이 스며 있었다.   - 63쪽


 이 대목에서 모파상의 이죽거리는 태도가 절정에 이른다. 그들의 작전은 예기치 못한 수녀들의 - 의도적인지 비의도적인지 아리송한- 지원사격에 의해 성공한다. 실은 루앙에서도 분노에 차 독일군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고, 독일군 장교의 파렴치한 요구를 당당히 거절하고, 여관에서 하룻밤 자자고 조르는 코르뉘데를 "적이 가까이 있는 상황에서는 결코 몸을 흐트러뜨리지 않겠다는 애국심의 발로"에서 단호히 물리치는 엘리자베트, 창녀라고 깔봄을 당하지만 실은 가장 고상한 내면을 가진 이 여성은 결국 독일군 장교와 하룻밤을 보내고 만다. 

 목적을 달성한 장교는 그들이 도시를 떠나는 것을 허락한다. 떠나는 승합마차에서 만난 세 쌍의 부부가 엘리자베트를 대하는 태도가 가관이다. 이번에는 처지가 바뀌어 다른 이들은 여관에서 먹을 것을 챙겨온 반면 정신이 없던 엘리자베트는 빈 손인데, 누구도 그녀에게 음식을 권하지 않는다. "비곗덩어리는 행세만 번듯한 저 파렴치한들에게 자신이 철저히 멸시당하고 있음을 느꼈다."(80쪽) 

 정말이지 여러 번의 상황 반전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과 통렬한 풍자가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 와중에 아름다운 풍경 묘사와 '비곗덩어리'로 멸시되는 엘리자베트에 대한 연민도 놓치지 않는다. 



 <목걸이>는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다. "대체로 모파상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쓰메 소세키가 특히 이 작품을 <온통 어리석음 투성이>라고 혹평"(123쪽)했다는 게 재미있다. 너무 극적인 설정 때문일까? 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 마틸드를 보며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떠올렸다. 플로베르가 평생의 스승이었다고 하니 어쩌면 영향이 있었을지도.


식탁보를 사흘째 갈지 않은 둥근 식탁에 남편과 마주 앉아 저녁 식사를 할 때, 수프 그릇 뚜껑을 열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아! 맛 좋은 포토푀로군! 이게 최고지.....>라고 탄성을 지르는 남편을 보면서, 그 여자는 최고급 만찬, 반짝이는 은제 식기, 고대 인물들과 마법의 숲 속 기이한 새들의 모습을 짜 넣은 장식 융단이 벽을 뒤덮은 연회장을 꿈꾸었다.  - 105쪽

결혼하기 전까지 그녀는 사랑을 느낀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그 사랑에서 응당 생겨나야 할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엠마는 여러 가지 책들에서 볼 때는 그렇게도 아름다워 보였었던 희열이니 정열이니 도취니 하는 말들이 실제로 인생에서는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 민음사, <마담 보바리>, 55쪽

샤를르가 하는 말은 거리의 보도(步道)처럼 밋밋해서 거기에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뻔한 생각들이 평상복 차림으로 줄지어 지나갈 뿐 감동도, 웃음도, 몽상도 자아내지 못했다. 그는 루앙에서 사는 동안 한번도 극장에 가서 파리에서 온 배우들을 구경하고 싶다는 호기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스스로 말하곤 했다.(...) 그러나 이 사내는 무엇 하나 가르쳐줄 것도 없고, 무엇 하나 아는 것도 없고 무엇 하나 바라는 것도 없었다. 그는 그녀가 행복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너무나 흔들림 없는 이 평온과 이 태연한 둔감, 그녀 자신이 그에게 안겨주고 있는 행복 그 자체에 대하여 그를 원망하고 있었다.  - 민음사, <마담 보바리>, 65쪽


 마담 보바리를 읽으며 아, 인생의 낭만을 꿈꾸지만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별로 가져보지 못했던 여성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는데, 너무 재미없고 호기심도 없고 낭만이라곤 없는 남자를 만났을 때 이런 비극이 생기는구나.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고 느지막히 만났다면 괜찮은 부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을..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목걸이>에 나오는 부부도 비슷해 보인다. 

 <목걸이>와 <비곗덩어리>를 함께 보니 '뒤통수를 조심하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인생은 늘 뒤통수를 치지, 명심하게나. 

어떻게 하면 뒤통수를 맞지 않을 수 있을까요, 모파상 선생님? 뒤통수를 조심하다가는 앞통수를 맞겠지. 그것이 인생이라네. 아니 그럼 어쩌라는 건가요, 선생님? 그걸 나한테 왜 물어, 원래 그런 거라니까? 

 네.... 인생 원래 그러한 것.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잘해 주는 것, 최소한 비열하게 살지는 말 것, 그것이 모파상을 읽은 감상이다. 

 막장드라마로 유명한 <벨아미>.. 집에 있는데, 읽었으나 기억이 안 나는데, 이걸 또 읽어 말어? 일단 모파상의 다른 단편집은 보관함에 담아 두었다. 

흰 눈송이들이 끝없는 장막처럼 지상을 향해 펼쳐지며 펄럭거렸다. 이 눈의 장막이 세상의 형상을 지우고 사물마다 얼음 거품을 덮어씌웠다. 겨울에 감싸여 가라앉은 이 도시의 광활한 적막 속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쏟아지는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나부대는 소리, 어떤 것이라고 표현할 말이 없는 그 희미한 바스락거림이 전부였다. 그것은 소리라기보다는 느낌이었다. 뒤섞여 흩날리는 가벼운 티끌들이 온 천지를 가득 채운 듯했고, 세상이 그 흩날림으로 뒤덮인 것 같았다. - P18

그는 비곗덩어리를 <어린 아가씨>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말을 걸었다. 분별 있는 남자들이 나이 어린 여자를 대할 때 사용하는 보호자인 양하면서 다소 얕잡는 말투였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확고한 명망을 부각시킴으로써 상대를 자기보다 낮은 위치에 두려는 의도가 내비치는 말투이기도 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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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31 13:3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찌찌뽕 아닌가요? ㅎㅎ 저도 미드나잇 <이방인> 리뷰 남김~!! 모파상의 세계에 입문하시겠군요 😆

독서괭 2021-08-31 13:38   좋아요 6 | URL
앗 댓글도 찌찌뽕!! 소오름!!!

청아 2021-08-31 14: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마담보봐리도 읽어야하는데~♡
읽다보면 연결이 되는 작품들이 보여서 감동도 더해지고 이해도 배가되는 것 같아요!😊

새파랑 2021-08-31 14:30   좋아요 5 | URL
마담 보바리도 초강추입니다~!!

독서괭 2021-08-31 18:25   좋아요 4 | URL
맞아요~^^ 미미님 이번에 책탑 정복하신 후 마담보바리 가시는 겁니다~!!

겨울호랑이 2021-08-31 15: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비곗덩어리>의 이야기는 과거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도 낯설지만은 않은 이야기처럼 다가옵니다. 과연 진정한 ‘비곗덩어리‘가 엘리자베트인지 아니면 그를 멸시하는 이들인지 읽고나서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

독서괭 2021-08-31 18:26   좋아요 5 | URL
정말 그렇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어떤 사회에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 같아요^^ “비곗덩어리”가 오늘날로 따지면 혐오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페넬로페 2021-08-31 16:0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작가가 잘 써주어 읽을 때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을 받는 좋은 단편들 같아요~~저도 얼른 마담 보봐리도 읽어야하는데 마음만 급해요^^

독서괭 2021-08-31 18:27   좋아요 5 | URL
ㅎㅎ 저도 마음만 급한데.. 페넬로페님 양질의 리뷰 쓰고 계시니 천천히 가셔요^^

얄라알라 2021-08-31 16: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모파상 단편집 읽으며, 마지막 잎새 외에 비곗덩어리에 머리 얻어맞은 듯 충격 받았던 기억(만) 나고, 자세한 줄거리는 독서괭님께서 친절히 알려주시네요^^ 우리 북플에 드나들때마다 고전, 다시 읽어야지 하는 불끈 의지가 생깁니다. ˝비곗덩어리˝ 너무 어려서 읽었는데, 이제 다시 읽으면 ˝욱˝ 올라와서 어떻게 반응할지.

독서괭 2021-08-31 18:29   좋아요 3 | URL
ㅎㅎ 읽을 때 받았던 느낌만 남아있고 줄가리는 기억 안 나는 작품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북플에 고전문학 읽는 분들이 많아 넛지효과가 있네요. 저도 덕분에 읽고 있어요. 어려서 읽을 때랑 감상이 많이 다를 듯 합니다.

scott 2021-08-31 16: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담당 이달의 당선작에 뽑힌다!에 저의 손을 🖐 걸겠습니다 ^ㅅ^

독서괭 2021-08-31 18:30   좋아요 4 | URL
아앗 손을..?! 알라딘 보고있나요. 스콧님 손을 위해 부디.. ㅋㅋㅋ 감사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8-31 17:5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까지 이 시리즈를. 인간이 얼마나 구질구질해질 수 있는가. 이리 써주시니 진짜 다시 읽고프네요. 리뷰 넘 멋져요^^

독서괭 2021-08-31 18:30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얇고 가벼우니 어디 가서 대기시간 같은 때 읽기 좋더라구요. 이건 건강검진날 읽었어요 ㅋㅋ

붕붕툐툐 2021-08-31 2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이 시리즈 뽐뿌가 강력히 오고 있습니다!! 저 이 세 단편은 분명 읽은 듯도 한데, 비곗덩어리 줄거리 읽어도 생각이 안 나는 거 보면 안 읽은 거 같기도 하네요~ 뽐뿌 리뷰 감사합니다~ㅎㅎㅎㅎ

독서괭 2021-09-01 00:11   좋아요 2 | URL
책 구매/읽기 뽐뿌력으로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바로 알라딘 개미지옥!! 지금 바로 가입하세요!!ㅎㅎ 툐툐님도 시작하시는 겁니까?

붕붕툐툐 2021-09-01 08:12   좋아요 2 | URL
저는 아직 구매 뽐뿌는 잘 견뎌내고 있는 미니멀리스트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01 18:23   좋아요 1 | URL
아니 이런 인내의 화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