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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간주나무
김해솔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동화 한 편을 제외하면 이번이 첫 장편소설 출간이다.
당연히 낯선 작가고, 처음 그녀의 소설을 읽었다.
개인적으로 이 문학상을 좋아하기에 선택에 주저함은 없었다.
그림 형제의 동화 중에 <노간주나무>가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다.
책 내용 중 잔혹동화에 이 동화가 나온다고 한다.
실제 검색하니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란 책이 있고, ‘노간주나무’란 제목도 있다.
하지만 각색한 신판본이라고 해서 조금 아쉬웠다.
오래 전 잔혹동화들이 제법 출간된 것은 기억나지만 자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한다.
참 자극적인 책 광고 문구다. 그래서 끌렸다.
“나를 죽이려고 했던 내 엄마가 이제 내 아들을 죽이려 한다.”
20년 전 자신을 죽이려고 한 엄마를 왜 다시 만나게 되었을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는 영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남편과 이혼했고, 몰래 아들을 낳아 홀로 키우는 영주.
낙태하러 갔다가 한 아이의 말에 위안을 얻어 낳은 아들 선호.
행복했던 시간이 지난 후 독박 육아의 힘겨움과 고된 업무와 수면 부족이 그녀를 뒤흔든다.
아들의 특이한 행동은 어린이집에서 배척의 대상이 된다.
아들을 돌봐 준 도우미들도 그녀의 부탁에 손사래를 친다.
힘든 육아와 아이의 이상 행동은 결국 헤어진 후 20년만에 엄마에게 연락하게 한다.
영주의 이야기가 중요한 축을 이룬다면 서형사는 또 다른 작은 축이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아동학대 가해자들의 공통점을 찾는다.
아이들을 죽게 한 엄마들의 집에서 발견된 공통점은 박카스 병에 든 약.
이 약을 준 사람에 대한 그녀의 조사는 혼자만의 작업이다.
상사는 이 약병의 주인이 의도적으로 살인을 유도했다는 주장을 묵살한다.
그녀의 조사는 생각보다 쉽게 그 사람의 실체에 다가간다.
목욕탕 세신사이기도 했던 그녀의 존재는 사람에 따라 평이 다르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로 이 사건들을 보는 서형사는 다른 확신을 가진다.
자신이 가진 약병을 법의학자 출신 약사에게 성분 분석을 의뢰한다.
이 성분 분석 결과에 따라 사건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성공적인 간호사의 삶이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한 싱글망 영주.
고모를 통해 20년 만에 친정 엄마에게 연락을 한다.
어린이집에서 잘린 여섯 살 선호를 돌보아달라고 부탁한다.
세 사람이 다시 살게 된 집은 영주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 상속을 포기하고 고모에게 넘겼던 집.
이 집 정원 한가운데 노간주나무가 있고, 영주는 이 나무에서 떨어진 기억이 있다.
그녀가 엄마를 멀리한 이유 중 하나는 어린 시절 계단에서 민 엄마의 기억이다.
이 기억들에 대해 엄마는 부정하지만 잠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선호의 팔에 난 상처와 엄마의 아동학대에 대한 의심.
과거의 기억과 겹치면서 영주의 의심과 불안은 더 깊어진다.
작가는 잠과 죽음, 깨어남과 새로 태어남을 엮었다.
밤에 잠들었다가 아침에 깨어나는 것을 죽고 새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매일 꾸는 악몽, 마녀처럼 보이는 엄마, 낫지 않는 아들 선호.
과거에 대한 불확실한 기억, 그녀가 꾸는 예지몽과 빈번한 업무 실수.
작가의 연출에 따라 선입견을 가지고 상황들을 지켜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숨겨진 비밀과 비틀린 자신의 시각을 발견하게 한다.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한 연쇄적인 실수와 그 바탕에 깔린 모성애.
진실을 깨닫는다는 것은 큰 고통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후반부로 가면서 밝혀지는 관계와 긴박감 등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이 장면을 다양하게 해석한다. 흥미로운 여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