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사라질 너에게
이누준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8회 일본 휴대전화 소설 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상을 온라인에서 보기는 했지만 아직 익숙한 문학상은 아니다.

작가도 처음 만나는데 번역된 두 권이 보인다.

최근 이런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들이 많이 번역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즐겨 읽지만 대세처럼 흘러가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든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선택과 의지의 문제를 자주 만난다.

그녀가 죽기 전 구해준 남자 아쓰키의 정체는 읽는 내내 다양한 인물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가 말한 “올 겨울 너는 죽게 돼.”와 여섯 번의 겨울은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처음 나쓰미의 시선을 따라가면 그녀 주변 사람들을 결코 좋게 볼 수 없다.

미카 팀장은 괜히 그녀를 괴롭히는 것 같고, 사오리는 남자 만나기를 좋아하는 듯하다.

에시마 주임만 그녀를 도와주려고 하는데 그 또한 미카 팀장의 호통에 쉽게 물러난다.

문구가 좋아 입사한 회사에서 그녀의 업무 처리는 실수로 가득하다.

기획안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거나 후배에게 넘겨진다.

신입사원의 실수는 인정하지만 감정에 스스로 휘둘린다.

자존감은 떨어지고, 삶에 회의감마저 든다.

늦은 밤 야근하는데 불이 나고, 그녀는 죽기 직전까지 간다.

이때 그녀를 구해주고 의문스러운 말을 남긴 아쓰키가 등장한다.

아쓰키는 주변을 바꾸는 것보다 자신을 바꾸는 것이 쉽다는 말을 한다.

자신의 죽음이나 누군가의 죽음을 막기 위해 그녀는 조금씩 변한다.


그녀의 변화는 의식의 전환과 함께 주변 사람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마냥 가볍게만 보였던 사오리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

하지만 소극적이고 자존감이 떨어진 그녀의 행동은 한 박자 늦다.

이 늦는 한 박자를 빠른 실천으로, 아니 늦지 않은 실천으로 옮기게 하는 인물이 아쓰키다.

첫 번째 죽음을 막은 후 그녀는 12월에 나타나는 아쓰키를 기다린다.

그의 등장은 그녀의 죽음이나 주변 누군가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살리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조금씩 그녀의 삶을 바꾼다.

그리고 바뀐 그녀가 마주한 과거의 모습들은 오해와 착각으로 가득했다.

작가가 교묘하게 이 부분을 이용해 독자로 하여금 착각에 빠지게 했다.

동시에 이것은 우리가 얼마나 간단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오해와 착각에 빠지는지 보여준다.


뛰어난 가독성과 12월의 이벤트는 이번에는 어떤 죽음일까 하고 의문을 가득 채운다.

처음 던진 이번 겨울의 죽음과 후반부에 나오는 두 개의 죽음 이야기는 아주 인상적이다.

아쓰카의 정체를 추리하는 재미와 한 미숙한 여성의 성장은 같이 맞물려 있다.

관점을 바꾼 후 보고 알게 되는 몇 가지 일들과 상황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매번 불행하고 위험한 순간을 넘긴 사람들이 보여주는 활력은 인상적이고 멋지다.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한 나쓰미의 노력은 절박함과 이어져 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아쓰키의 정체와 마지막 장면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4 - 사천성편 중국 인문 기행 4
송재소 지음 / 창비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시리즈 처음 읽는다.

첫 권이 나온 것이 2015년이니 상당히 오래되었다.

무협과 다양한 영화, 드라마로 다져진 중국에 대한 환상을 살짝 풀어주는 책이다.

이번 편에서 다루는 사천성은 중국 역사에서 보면 변방에 해당한다.

하지만 <삼국지>에서는 촉나라가 있었고, 유명한 산들이 있는 곳이다.

도교의 발상지인 청성산과 불교의 성지 아미산이 대표적이다.

무협에서 청성파와 아미파가 구대문파의 하나로 활약하는 산이다.

이런 이미지는 뒤로 하고, 역사 속으로 들어가도 풍성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저자가 코로나19 이전 2018년도에 사천성을 다녀온 후 기록한 것을 책으로 내었다.

다섯 번에 걸쳐 사천성을 다녀왔는데 마지막 여행에 이전 여행 경험을 더했다.

기본적으로 여행의 동선과 그때 방문한 유적지와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먼저 풀어놓는다.

기본 정보의 나열이 많아 정보 자체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나처럼 정보보다 그 감상과 분위기 등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살짝 지루하다.

이 지루함을 풀어주는 것들 바로 사진과 시들과 술에 대한 이야기다.

솔직히 요즘 사진은 인터넷 검색으로 더 화려하고 자세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차분하게 풀어내는 정보 속에서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본 후 이 책의 정보를 덧붙여도 좋을 것 같다.


읽다 보면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에 더 공감하게 된다.

내가 어딘가에서 보고 들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정확하지 못한 기억 탓에 새롭게 다가왔다.

저자가 자유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아 조금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

한문학과 교수로 정년을 맞이한 사람답게 곳곳에 그의 내공이 느껴지는 해석과 글들이 보인다.

단순히 읽기도 버거운 나에게 저자가 풀어준 해석과 의미는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이것이 가장 잘 나타나는 대목이 시를 해석한 경우다.

한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를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촉나라와 무협으로 알고 있던 사천성에서 발견한 고대 유물들은 흥미롭다.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삼성퇴와 도강언은 특히 그렇다.


어쩌면 나를 가장 강하게 유혹한 것은 여섯 개의 중국술이다.

무협으로 중국술 이름을 배웠기에 낯선 이름들이 대부분이다.

오량액을 제외하면 모두 낯설고, 오량액이 이렇게 유명한 술인 줄 몰랐다.

저질 기억력 탓인지, 아니면 진짜 처음 본 것이 알 수 없는 중국술도 보인다.

이 책에 나온 술들을 사려고 하면 상당히 비싸다.

높은 도수를 생각하면 당연한 듯한데 일반 위스키의 가격을 능가한다.

그리고 중국술에 가짜가 많다는 말에 쉽게 카드를 내밀 수 없다.

마지막에 보이차에 대한 글은 다른 저자가 쓴 것이지만 유익하다.

보이차에 대한 간단하지만 알찬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익숙한 관광지도 있지만 방송에서 풀어내지 못한 정보도 많다.

책 속에도 나왔지만 이런 관광지에 몰려다니는 중국인들을 생각하면 가고 싶은 마음이 줄어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바이벌 뚜식탈출 1 - 어쩌다 보니 안전한 하루 서바이벌 뚜식탈출 1
서후 지음, 김기수 그림, 샌드박스네트워크 감수, 뚜식이 원작 / 서울문화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이와 함께 재밌게 보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찾아보지는 않지만 아이가 채널을 돌리다 나오면 같이 본다.

처음에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지만 보면서 완전히 빠져들었다.

개성 강한 가족들과 친구들,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재밌다.

특히 뚜식이 누나 뚜순이가 불의를 마주하면서 보여주는 말빨은 정말 대단하다.

현실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 들고, 한다고 통할지도 의문이지만 멋지다.

어쩌면 우리가 잘 하지 못하기에 더 매력적으로 빠져드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뚜식이 애니의 등장인물들을 등장시켜 안전상식을 전달한다.


모두 열다섯 가지의 안전상식을 알려준다.

많은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대상이 어린이란 것을 감안해야 한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많이 나오지만 다시 한 번 복습하는 기회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배운 대로 잘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초심을 금방 잊는다.

이런 정보를 친숙하고 재밌는 뚜식이를 통해 다시 알려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이것 또한 일시적인 일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재미와 함께 배운다면 좋은 일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이것을 모두 실천하지 않는다고 해도 몇 가지를 기억한다면 그것도 좋다.

나의 경우와 비교해도 놓치고 있는 안전상식들이 나오면서 나를 돌아보게 한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만화가 아니라 재미도 같이 준다.

흔한 남매의 일상과 화목한 가족의 재밌는 일상이 같이 곁들여져 있다.

2화는 남매와 가족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지진 대피 상황은 또 어떤가.

캄캄한 암흑 속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 할아버지가 건 전화 한 통은 반전이다.

붕어빵 VS 호떡 대결에서 어떤 것이 더 맛있는지 대신 급하게 먹는 음식의 위험을 알려준다.

나도 이 만화를 보면서 잠시 선택 장애를 겪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떨지.

아빠와 아들이 수영장에 배우는 안전상식도 재밌지만 아빠의 수영실력은 웃지 않을 수 없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안전상식과 재밌게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단순히 재미만 주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이 만화의 그림을 그린 화가가 쿠키런 킹덤의 화가다.

완전 다른 그림체를 생각하면 대단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찬란한 선택 (크리스마스 패키징 에디션)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가가 세계문학상을 받은 해가 2014년이다.

이후 네 권의 소설이 출간되었는데 읽은 책은 이 책 포함 두 권이다.

읽지 않은 두 권은 모두 탐정과 살인사건이 제목에 들어가 있다.

이 책들은 모두 2020년 이후 출간되었다.

이런 기록은 책 속 주인공 명운의 삶 속에서 다른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등단했지만 그것이 1회성이라는 현실.

계속해서 다른 장르도 도전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맺지 못하는 현실.

글쓰기를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해 작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그럼에도 계속 써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이야기들.

이런 것들과 다른 삶을 선택했을 때를 엮어 재밌게 풀어내었다.


사람들은 항상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품고 있다.

이런 선택을 두고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영상으로도 나왔다.

이 소설도 그런 다른 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지만 그 방식은 다른 소설이나 영상과 조금 다르게 진행된다.

우연히 마동석을 닮은 사람을 구해주는데 그가 보답으로 다른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기회는 열두 번이고, 아버지의 유품인 고장난 시계를 통해 원하는 나이대로 갈 수 있다.

시계로 나이대를 정하고, 다른 선택의 삶으로 가면 잠깐 다른 삶을 경험할 수 있다.

첫 장면의 그 황당한 결혼식 장면은 바로 이때 한 선택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때 신부의 아버지가 마동석을 닮았다고 하는데 이후에는 그냥 마동석이라고 말한다.


성공적인 첫 작품 이후 그가 작가로 걸어온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계속해서 책을 내는 것도 힘들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더 힘든 일이다.

인지도가 높은 작가라고 해도 계속해서 성공적인 작품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먹고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작가의 길에서 그는 계속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웹소설 작가가 될까 하고 고민하지만 이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그에게 주어진 다른 선택의 삶들은 그의 미련을 알려주고 털어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지만 다른 선택의 삶이라고 해도 그 삶도 자신의 삶이다.

그 삶에서 마주한 아내와 딸, 다른 삶, 성공과 문제 등은 나이별로 달라진다.

작가는 이런 삶을 현실과 교차하고, 꼬면서 재밌게 풀어간다.


명운이 현실의 작가 반영이라면 다른 길은 자산가의 삶이다.

투자로 돈을 번 그의 삶이 행복해야 할 텐데 현실은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나이 대 별로 겪게 되는 다양한 사건과 이벤트는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다.

그가 간 다른 삶에서 만난 딸은 그를 자신의 아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가 늘 보던 아빠와 다른 아빠의 행동 때문이다.

하지만 명운에게 아내와 딸은 꿈속의 아내와 딸이 아니다.

현실에서 10년 사귄 여친은 일 때문인지 관계가 서먹서먹하다.

서로의 상황 때문에 결혼을 미루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위치가 변한다.

이 변한 위치와 작가의 삶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관계는 불안정하고 불안하다.

그리고 다른 선택에서 경험한 미래는 곳곳에서 작은 이야기를 만든다.

이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삶의 큰 그림을 그려내고, 새로운 선택의 시간을 맞이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도 예세이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전에는 더 했다.

처음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본 듯하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죽은 의사의 이야기가 무거울 것이란 생각 때문에 포기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이 엄청난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용이 궁금했지만 읽을 책들이 많아 그대로 묵혀둔 채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에 무려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이 나왔다.

서점에 가니 비닐로 포장되어 진열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다른 표지라 몰랐다.

표지 그림에 바람은 뭔가 번진 듯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바람에 날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큰 기대를 가지고 한 신경외과 의사의 마지막 기록으로 들어갔다.


폴 칼라니티가 쓴 부분은 1부와 2부이고, 에필로그는 그의 아내가 썼다.

소설이라면 본편과 후일담 정도라고 해야 할까!

폴은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먼저 말하고, 그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 속에 그가 살아온 길과 바란 미래의 모습 등이 하나씩 펼쳐진다.

힘들게 레지던트 생활을 마무리하고 빛나는 신경외과 의사가 되려는 순간 암에 걸렸다.

처음 그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힘든 레지던트 생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라도 그의 일주일 근무 시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그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내와 작은 갈등을 겪은 후 홀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증상이 드러났다.

분명히 자신의 몸에 병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친구의 도움으로 집에 와서 아내와 상의하고 다시 검사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아내 루시가 보여준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고 대단하다.


폴의 어머니는 인도인이고, 사진을 보면 백인으로 보기 힘들다.

만약 앞부분을 읽지 않았다면 이 이미지는 계속 머릿속에서 작은 선입견을 불러왔을 것이다.

책 속에서 그의 이런 외모가 삶에 어떤 나쁜 작용을 했는지 전혀 없음에도 말이다.

다만 그의 엄마가 아들들의 학업을 위해 엄청나게 학교에 압력을 가한 것은 나온다.

그의 아버지는 세 아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사막의 계곡 도시 킹맨으로 이사했다.

아버지는 심장병 전문의 개업을 했고, 지역공동체의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은 어머니 쪽의 강한 반대가 있었지만 둘의 사랑이 이겼다.

폴이 이 도시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짧게 나오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야기들이 몇몇 있다.

그는 아버지는 형처럼 의사가 될 마음이 처음에는 없었다.

하지만 삶이 어느 순간 그를 의사, 그 중에서 신경외과로 이끌었다.


의학 전문대에 가기 위해 그는 화학과 물리학을 공부한다.

이런 공부보다 강한 인상을 준 것은 시체 해부를 둘러싼 이야기들이다.

시체 해부는 엄숙하고 경건한 학생들이 냉정하고 거만한 의사로 변화하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문장을 읽고 상당히 놀랐고, 의사의 진짜 모습 일부를 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병원 실습과 그곳에서 마주하는 죽음과 탄생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병원과 의사들 이야기들이다.

수술 과정에서 아주 작은 실수가 얼마나 자주 있는지.

이 실수들이 어떻게 다음의 성공으로 이어지는지.

좋은 의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그리고 죽음이 누구도 알 수 없는 순간에 찾아오는 지.


암에 걸리기 전까지 그는 좋은 대학병원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다.

그가 이룬 성과들이 미래를 밝게 밝혀주는 듯했다.

암이 이것들을 모두 무너트리고, 깊은 절망 속으로 그를 몰아넣었다.

하지만 아내와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이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하지 않았다.

그는 암전문가와 상의해서 암을 치료하고, 다시 신경외과 의사가 되기를 바랐다.

실제 초기 치료가 잘 되어 다시 수술실에 들어가 집도를 했다.

이 시기에 아내와 아이를 가지기로 합의를 했고, 생의 의지를 내려놓지 않는다.

결국 암이 재발하고, 악화되면서 죽음에 이르지만 그의 이야기는 진한 울림을 준다.

그가 암과 싸우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 과정 전부가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환자가 되면서 알게 되는 고통, 의사의 책임 회피, 작은 실수 등.

이런 사실과 죽음에 대한 통찰 등이 묵직하게 가슴에 파고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