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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 ㅣ 매드앤미러 2
구한나리.신진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평점 :
새로운 출판 브랜드다. 이미 몇 권 나와 있다.
매드앤미러 프로젝트인데 같은 한 줄, 다른 두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통 한 줄은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사라진 아내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이다.
이 책의 제목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알려주는 문장이다.
실제 이 책에 담긴 두 편의 중편 소설은 다른 제목을 가지고 있다.
책 정보를 제대로 보지 않았을 때는 두 소설 중 한 편의 제목일 줄 알았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이런 기획보다 두 명의 작가 때문이다.
처음 만났지만 장르 소설 쪽에서 자주 이름을 본 작가 구한나리.
오래 전 소설 <무녀굴>을 재밌게 읽었고 한 동안 잊고 있었던 작가 신진오.
구한나리의 중편 제목은 <삼인상>이다.
작가는 가상의 나라와 공간을 만들어 조금 느리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신국과 월국의 경계에 있고 산 등으로 둘러 쌓여 있는 산골 마을 묏맡골.
이 마을에는 아주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삼인상이다.
혼상은 안 되고, 둘 이상 밥을 먹을 때는 반드시 상을 차리되 삼인상 그릇을 올려야 한다.
첫 장면이 이 마을의 제사 장면인데 아주 치밀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화자가 마음을 두고 있는 당골의 셋째 딸 현이 보인다.
이 마을의 제사를 주관하는 당골은 결혼하면 딸 만 놓고 남편은 후임 당골이 태어나면 죽는다.
이 사실 때문에 현을 마음에 두고 있던 마을의 다른 남자들이 현과의 결혼을 포기한다.
화자의 어머니는 우연히 이 마을에 들어와 목숨을 부지하고 아들을 낳았다.
이 아들이 바로 화자인데 그는 현을 마음에 두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현과의 결혼을 바라지 않는데 그녀가 죽으면서 현과 결혼한다.
이 소설의 재미는 이런 기이한 문화 등이 아니라 이 율법이 무너지는 과정 속에 나온다.
자신들에게 생긴 불행은 외지인 탓으로 돌리고, 약자에게 폭력을 가한다.
평화로운 마을에서는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모두 바뀐다.
암시와 예언이 뒤섞여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결말에 도달해서야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인간들의 탐욕, 비열한 행위, 나약한 마음과 예상하지 못한 장면은 읽는 재미를 준다.
신진오의 소설 제목은 <매미가 울 때>다. 역시 제목만으로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아내와 여행을 가던 중 화자 ‘나’는 차량 전복 사고를 당한다.
다친 아내를 데리고 화자는 앰뷸런스를 부르려고 하는데 휴대전화가 먹통이다.
짙은 회색빛 안개로 가득한 도로를 걸으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길에는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몸에 버섯이 피어난 괴물이 덮친다.
겨우 도망쳐 도착한 절에 그들 이외의 사람들이 몰려 있다.
이들 모두 갑자기 이 세계에 들어왔고, 어떤 사고를 당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 절에 머무는 스님은 그가 도착할 것을 알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했다.
스님은 이 공간을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파락’이라고 한다.
그리고 단 한 사람이 파락을 통과해 이승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함께 움직인다.
각각의 사연이 있는 듯하지만 작가는 꽁꽁 숨긴 채 이야기를 풀어간다.
스님이 말한 곳으로 가는 도중에 마주하는 위험, 아슬아슬한 탈출.
목적지에 도착해서 펼쳐지는 진짜 이야기들. 생각하지 못한 설정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하나씩 풀려나오는 이야기가 너무 무겁다.
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지, 기억을 되찾아야만 타락을 벗어날 있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이들을 이어주는 사연은 묵직하고, 예상하지 못한 인연으로 묶여 있다.
이 인연의 고리를 풀어내는 과정은 불가의 해탈과 닮아 있다.
매미가 소재인 것은 이들이 파락을 벗어나는 것과 연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