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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평점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된 범죄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소설이다.
100% 실화 모티브란 단어와 프로그램 이름은 나를 매혹하기 충분했다.
‘서로가 먹고 먹히는 전대미문의 살인 시나리오’는 나의 상상력을 다른 쪽으로 흐르게 했다.
누군가가 살인 시나리오를 짜고, 이 시나리오대로 행동한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를 그대로 한 사람을 죽이는 또 다른 시나리오가 있다는 설정이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가해자가 피살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피살자 정상구는 코인 사기로 큰 돈을 번 재력가이다.
이 살인 사건은 피살자의 직업을 통해 코인 사기의 방식을 조금씩 알려준다.
대충 보면 그냥 강도 살인처럼 보이는 사건이다.
피해자의 지갑이 사라졌기에 이런 생각으로 흘러가기 쉽다.
그런데 피해자의 손목 시계가 아주 고가의 시계다.
단순 강도라면 이런 시계를 놓아두고 달아날 리가 없다.
형사 준현은 신입 형사 도윤의 지적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두 형사는 피해자의 집을 방문해서 그가 어떤 인물인지 대충 알게 된다.
그리고 정상구가 대표로 있는 회사를 찾아가는데 명패가 없다.
그의 피해자들이 직접 찾아오지 못하게 사무실 정보를 숨긴 것이다.
노련한 형사 준현은 경비에게 경찰임을 밝히고 사무실을 찾아간다.
사무실에는 정상구의 죽음을 모른 채 많은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다른 부사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그는 특별히 놀라지 않는다.
그와 정상구는 같은 사기꾼이고,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그들에게 예상외의 정보를 전달하는 회사 직원이 나타난다.
그는 잠입 르포 중인 신문기자 성주다.
성주를 통해 정상구가 어떤 사기를 치는 지 알게 되고 수사의 돌파구 하나가 생긴다.
정상구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살인 용의자가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렇게 간단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용의자가 나오고, 더 많은 피해자가 나타난다.
그러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 하나가 밝혀지면서 이야기가 꼬인다.
정상구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코인 사기를 친 인물이 나온 것이다.
작가는 피해자들이 등장할 때 그들의 사연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조심을 했지만 순식간에 당한다.
단순히 그들의 탐욕이 거대해서 생긴 문제라면 간단하겠지만 아니다.
각각의 사연 속에 그들의 바람은 그렇게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하지만 순간의 탐욕은 그들이 가진 것들을 순식간에 날려버린다.
불쌍하고 불행한 그들의 사연은 그냥 그들의 욕심과 탐욕으로 통치기에는 너무 가슴 아프다.
그들은 성실하게 일했고, 작은 성공을 바랐을 뿐이다.
하지만 순진함과 상황과 그들을 속이려는 노력이 그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코인 사기가 분명한데 법의 테두리는 이런 피해자들을 보호하려고 하지 않는다.
언론도 이런 가해자들의 광고를 실어주면서 돈을 벌어간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지만 사건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예상한 것과 다른 이야기이고, 구성도 생각보다 간단하다.
살인 사건 수사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용의자와 단서를 모은다.
중간에 용의자들 중 한 명을 살인자로 지정해 사건을 마무리할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준현은 이 사건을 더 깊이 파고 들고, 더 많은 의문을 품는다.
이 과정에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수사에 혼선이 생긴다.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용의자의 범위를 더 줄일 수 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다.
형사들의 노력과 열정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단서를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밝혀진 사건의 진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아주 처참하고 잔혹한 살인의 이면에 숨겨진 사실은 오히려 가슴 아프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살인의 진실은 또 다른 의미에서 가슴 아프고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