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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의 파수꾼 ㅣ 이판사판
신카와 호타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0월
평점 :
처음 만나는 작가다.
제19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 작가다.
대상을 받은 작품은 <전남친의 유언장>이었다.
제목만 보고 크게 끌리지 않았는데 수상 이력 때문에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화려한 수상 이력과 함께 시선을 끄는 것은 작품들이 드라마화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작품을 낸 작가가 아님에도 이렇게 연속적으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지만 이제는 고개를 끄덕인다.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기 때문이다.
공정위원회. 나에게는 너무나도 낯익은 조직이다.
한국에서 뉴스를 조금 본 사람이라면 이 조직이 어떤 일을 하는 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과 조금 다르게 시민들에게 다가간 모양이다.
시민들에게 낯설고 힘없고 그냥 공무원 조직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그들이 하는 일에 비해 그 힘이 너무 무력한 듯한 것도 놀랍고 힘이 빠졌다.
한국도 이 정도 힘을 가진 조직인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비슷한 일을 하는 각 나라의 조직을 한 번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담합, 카르텔, 부당행위, 갑질 등을 다룬다.
주인공 콤비가 소속된 조직이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이다.
가라테 유단자인 성실파 여성 시로쿠마와 천재적인 두뇌에 엘리트 코스를 밟은 남성 고쇼부가 콤비다.
이 둘은 입사 동기이지만 한국의 9급과 고시합격자만큼 차이가 난다.
하지만 실제 업무 경험으로 들어가면 시로쿠마가 고쇼부보다 능숙하다.
이 능숙함은 업무에 대한 지식보다 인간적 감정과 경험의 결과다.
웨딩업계 카르텔을 조사하러 이 둘이 갔을 때 이 부분이 잘 드러난다.
인간적인 면이 많이 부족한 고쇼부가 옳은 소리를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물론 그의 말을 들으면 그 상황의 다른 장면을 보게 되지만.
한국도 결혼 비용이 만만하지 않지만 일본은 더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웨딩업계의 담합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정보와 자료를 제대로 모아야 웨딩업계에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담합 업체 사장 중 한 명이 괴한에게 피습을 당했다.
다른 대표들을 조사해 충분한 자료를 모으려고 하는데 운카이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관례를 방패 삼아 운카이는 조사를 거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것을 강제로 진행할 만한 힘이 없다.
시로쿠마가 이 이전에 조사하던 사건의 경우 담당이 자살까지 했다.
덕분에 시로쿠마는 상당히 기분이 처지고. 의기소침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운카이의 역습은 간단하다.
그 또한 피습당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때 시로쿠마 일행이 구해줬다.
하지만 이 덕분에 그들의 정체가 밝혀지고, 운카이의 반격을 불러왔다.
운카이 피습자를 만나고 싶지만 검찰이 허락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온 편법이 변호사를 통해 접견하는 것이다.
이렇게 둘은 새로운 길로 나가면서 진실을 가진 사람에게 한발씩 다가간다.
이 와중에 서로 다른 환경과 능력 때문에 티격태격한다.
그리고 시로쿠마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도 잘 드러난다.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가 상황에 따라서는 그녀의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시로쿠마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담합 문제를 풀어간다.
열정적으로 달려들면서 생긴 사고 등은 정말 운이 나쁘다는 느낌을 준다.
이때마다 그녀의 곁에 고쇼부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고쇼부의 엄청난 암기 능력과 냉철한 분석력은 막힌 곳을 단숨에 뚫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 능력은 후반부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로봇 같아 보인다고 했던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표정에 작은 균열이 생긴다.
그리고 이 콤비의 인간미와 능력이 조화를 이루어 사실에 한 발 다가간다.
뛰어난 가독성과 재미를 가지고 있고, 이 콤비를 다시 만나고 싶다.
일본에서 후속편이 나왔고 스케일도 커졌다고 하는데 과연 이 콤비가 다시 만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