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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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작가의 작품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번 작품은 왠지 더욱 건조한 느낌이다. 도시와 빌딩이라는 소재와 함께 다른 사람들과 융합하지 못하고 겉도는 듯한 두 주인공의 모습은 현대인의 생활이자 현실이다. 주변인들과 일로 만나 이야기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잊고 자신의 삶에 다시 묻혀버린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있지만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존재하는 바람을 채워주지도 황량함을 지워주지는 못한다.

이야기는 넘버10에서 넘버1으로 진행되어진다. 각 장마다 하야토와 이누카이 두 사람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지는 않는다. 다만 O-miya 스파이럴 빌딩이라는 공사 현장에서 건설 인부와 설계자라는 연관성만 있을 뿐이다. 왠지 카운트다운 같은 구성이지만 사람을 놀라게 하는 사건이나 반전 등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두 등장인물의 내면세계와 일상생활이 꾸준히 진행될 뿐이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공간이자 지역 역할을 하는 O-miya 스파이럴 빌딩은 나선형의 건물이다. 이 건물이 제대로 지탱하기 위해서는 센터 코어를 내포한 이너 튜브 구조가 충분히 견고하여야 한다. 만약 이 구조가 충분히 견고하지 못하면 건물 자체 무게의 의한 만곡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책을 덮고 난 지금 생각하는 것은 이너 튜브 구조이다. 우리의 삶에서 수많은 질곡과 고독과 힘겨움을 지탱하게 하는 구조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연인, 사랑, 가족, 희망, 인내, 대화.

마지막 장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에 대해 작가는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중 이 사람이 자살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다시 생각하여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 머릿속에서 거대한 빌딩무리와 그 속에서 황량한 모습으로 서있는 자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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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소년 1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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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전작들보다 적이 약하고 긴장감이 덜하지만 역시 재미있고 속도감 있게 읽힌다.

이번에는 링컨이 수술을 받기 위해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케노크 카운티에 오면서 시작된다. 사람들에게 곤충소년이라고 불리는 소년에게 납치된 여자를 찾기 위해 현지 보안관의 요청으로 그와 색스 콤비가 능력을 발휘한다. 숨겨진 증거를 찾고, 분석하면서 그들 콤비 특유의 행동으로 곤충소년을 쫒아간다. 책의 분량을 생각하면 너무 빠르게 소년이 잡힌다. 하지만 중반 이후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고 조그마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마무리된다.

디버의 소설 속에서 이번에 등장하는 적이 가장 약하다. 어린 시절 부모와 동생이 죽고 난 후 곤충에 집착하며, 곤충을 연구하는 소년이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라임 콤비를 상대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색스가 보여주는 행동이다. 그 행동을 통해 라임에게 반항하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데 여기서 수많은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이 물고 오는 후폭풍은 반전을 이어가고 디버 소설의 특징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디버 소설을 읽다보면 반전에 많은 집착을 보인다. 반전에 반전을 이어가면서 독자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데 가끔 너무 도식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색스와 관련된 우발사고가 너무 쉽게 해결되는 장면에서 차라리 사건이 없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한다.

라임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미국 드라마 C.S.I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증거를 하나하나 수집하여 분석하고 사실을 끄집어내는 그들은 현대판 홈즈 이상이다.

이번 편에서 상대가 약하고 이전의 작품에서와 같은 훌륭한 동료의 도움을 받지 못하지만 역시 그들의 능력은 대단하다. 뭐 마지막에 몇몇이 나오니 너무 실망은 마시라! 그리고 라임과 색스의 서로 감정에 대한 진보와 로맨스가 더욱 강해졌음을 또 알게 된다.

반전을 즐기는 사람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풍부한 자료 분석과 강한 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미흡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있다고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가 보여주는 재미와 즐거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책을 잡고 나면 변함없이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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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보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민서각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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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펼쳐 목차를 보는 순간 인쇄가 잘못되었나? 하는 의문을 가졌다. 5장부터 시작하는 이야기가 혼란을 가져온 것이다. 다른 책과 함께 확인을 하니 시간의 역순과 5장에서 과거로 나가가기 시작하였다.

이 소설은 구성과 함께 재미있는 몇 가지 전개 방식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작가가 강하게 주장하는 것처럼 추리소설의 요인을 가진 것과 현재의 시점으로 모든 것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구성과 전개방식을 보면 영화 “박하사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주인공의 외침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과거를 새롭게 쓰기보다 현재를 열심히 살고 과거의 열정과 삶들을 되돌려 생각할 뿐이다.

작가가 추리소설이라는 부분에서 사실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살인이나 교묘한 트릭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장마다 조그마한 비밀들이 숨겨져 있고 끝에서 그 비밀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것이다. 그 자연스러움과 일상적인 것들이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을 잘 못하게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동의하게 된다.

누구나 현재를 살면서 과거의 어떤 시점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나 계기를 생각할 것이다. 이 소설은 그 반성이나 후회를 다루기보다 그의 인생의 전환점을 다루면서 삶의 한 시점을 극대화하여 진행한다. 그 시점에서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현재의 삶과 이어지는 끈들이 보이면서 현재의 삶을 사는 것이다.

또 하나의 숨은 것 찾기는 주인공의 부인이 매장마다 등장한다고 하는데 마지막 1장에서는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찾지 못했다. 어디에 숨은 것일까? 아니면 노골적인 등장보다 다른 의미의 등장일까? 책이 주는 재미와 함께 여러 가지 소소한 흥미꺼리를 제공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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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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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한편으로 나에게 그 존재감을 드러낸 작가. 이후 몇 편이 번역되어 나왔지만 왠지 쉽게 접근하여 단숨에 읽지 않은 것은 글 읽기에 답답한 마음이 생기면 읽으려고 아껴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실적이지 않지만 현실을 내포한 글쓰기라고 생각하는 그의 이야기는 코믹하지만 전혀 코믹하지 않은 상황에서 블랙 코메디를 만들어낸다. 인생의 성공한 사람이기보다(성공의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핍된 사람들의 생활과 성을 결부하여 재미를 주는 이 소설은 공중그네에서 보여준 웃음을 자아내는 인물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다. 한명의 이야기가 다른 인물에게 넘어가고 다시 관계된 다른 사람과 연결됨으로써 연작의 느낌을 주면서 앞에 나온 인물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게 한다. 마지막에 가서 앞에 나온 사람들에 대한 진행 사항을 간결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이 소설 속에서 어쩌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실천하는 유일한 사람은 폭탄녀라고 명칭이 붙은 뚱녀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약점을 타인의 약점과 결합시켜 이익을 취하는 그녀의 생활방식은 놀랍기도 하다.

자신의 과거에 집착하고 현재의 모습을 모르는 첫 인물에서부터 자신의 잃어버린 가정과 성에 대한 욕구에 불타는 중년여인과 소심남과 포르노작가 등의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삶의 일면을 다시 생각하면서 때때로는 웃고 가끔은 왜 이렇게 살까? 하는 의문도 가진다. 그것이 나의 한계인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묘사는 재미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

글의 내용 중 일부는 포르노성이라 지하철에서 누가 옆에서 보면 곤란함을 느낄 수 있다. 뭐 상관없이 몰입한다면 어쩔 수가 없겠지만.

그리고 라라피포의 의미는 마지막에 나온다. 약간의 힌트는 맥도널드를 마구노라르도라고 하는 일본어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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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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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 소설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뭐 워낙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는 작가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진 작가이고, 이번에는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사용한다길래 색다른 기대도 하였다. 역시 초능력하면 영화 X맨의 능력자들을 생각하지만 소설 속 현실에서는 그런 거대한 능력이 아니었다.

이 소설은 또한 주변국 사람으로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사안을 다루고 있다. 일본의 헌법에서 자위대와 관련된 부분이다. 일본 작가이니 당연하게 생각할 부분이지만 역시 한국인으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소설은 주인공 형제 중 형 안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느 날 자신이 정신을 집중하면 집중한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 능력은 30보의 거리를 벗어나거나 실물을 보지 않으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가 발견한 능력을 실험하고 이를 조금씩 사용하지만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누카이라는 정치인이 나타나고 그가 주장하는 이론들이 파시스트를 떠올리면서 그와의 대결을 결심한다. 하지만......

두 번째 장에서는 동생 준야와 5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한 후의 이야기다. 하지만 화자는 준야가 아닌 그의 아내다. 그가 지닌 능력은 가위 바위 보에서 무적이라는 것이다. 열자리 이내의 선택에서 필승이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 능력을 어느 곳에 사용할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가!

전장에서 세력을 넓혀가던 이누카이는 총리대신이 되어서 강한 일본을 만들려고 한다. 헌법 개정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장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헌법 개정에 대한 작중 인물들의 반응은 상당히 위험하면서 무비판적이고 무관심하다. 일본 국민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역사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책을 덮는 이후조차 왠지 껄끄러운 느낌이 계속 지속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마왕은 누굴까 생각한다. 이누카이일까? 아니면 우리자신일까?

소설을 새롭게 읽고 내가 놓친 부분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도 이 소설이다. 민감한 사안이 담겨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왕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싶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하는데 독자인 나는 그만의 글을 읽고 싶다. 주변의 상황이나 바람으로 왜곡된 그의 글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와 문장을 읽고 싶은 것이다.

이 소설 “마왕”에서 마왕에 대한 충분한 실체를 찾지 못했지만 이전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의 특징은 살아있음을 느꼈다. 다시 출간되는 그의 신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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