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템플 기사단 1
레이먼드 커리 지음, 한은경 옮김 / 김영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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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291년 예루살렘이 이슬람에게 함락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현대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바티칸 보물 전시회에 행사의 일원처럼 보였던 중세 기사의 습격과 약탈이 벌여지면서 상황이 바뀌고 급진전을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기보다 노골적으로 두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보여주고 범인의 윤곽을 빨리 드러내면서 범인 찾기보다 범인 쫓기와 숨겨진 진실에 초점을 맞추어나간다.

이후의 전개는 배신과 탐욕과 진실을 추구(?)하는 자와 덮을려는 조직이 보여주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 속에 성경과 예수에 대한 현대까지의 연구를 중간 중간에 삽입하여 독자의 기대감을 높인다.

일반적으로 많이 보아오던 추격전의 모습이 긴장감을 강하게 주지도 않고, 숨겨진 과거에 대한 이야기도 새롭게 보이지 않고 마지막 반전에서 작가가 종교라는 거대한 조직에 타협한 결말을 보여주면서 작가가 글 중간 중간에 세워 올린 가정의 줄기들이 무너지면서 허탈하게 만든다.

다빈치코드가 대성공을 거둔 이후 팩션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책이 번역되었지만 기대 이상의 수준과 흥미를 전해주는 책은 드물다. 다빈치코드가 전해준 한 가지 가설이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긴장감 있는 구성과 속도감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은 추리소설로써 그를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언제나 서점에서 광고의 문구에 혹하지만 이 책도 놀라운 반전이라는 말과 스릴러 소설이라는 말에 손이 갔다. 가끔 광고 이상의 재미를 발견하는 책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것에 속은 나를 탓한다.

좋은 소재와 캐릭터들이 있는 이 소설이 아쉬움을 준다. 좀 더 구성을 다듬고 가설을 강하게 밀어나가면서 현재의 템플기사단 조직을 만들어내는 음모를 강화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바티칸의 음모가 강하게 부각되지만 이를 저항하는 것이 한 역사학자라면 너무 빈약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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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머즈 하이 1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함께(바소책)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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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이 소설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는 대단히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라는 것이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추리보다 특종과 관련된 신문사 내부의 알력과 인간관계가 어우러진 소설이다.

초반에 한 사람이 죽기에 이를 파헤치는 추리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군마현에 비행기가 추락하고 주인공 유키가 이 사고의 총괄 데스크가 되면서 언론과 이것에 관한 보도를 둘러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되었다.

소설을 읽어 가다보면 유키와 다른 인물들과의 갈등에서 연대감과 함께 심한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작가가 독자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것이다. 지방 신문사 내부의 알력과 기자가 가져야하는 기본자세 등과 관련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만 속도감 있게 읽다보면 많은 부분이 머리 속에서 가슴 속에서 조금씩 사라진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비행기 사고 후 한 지방 신문사의 내부 모습에서 전체 언론사의 모습을 찾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특종과 내부 권력 싸움이 엮이면서 벌이는 이 소설이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단순히 속도감과 감정의 격하게 만드는 상황과 묘사 때문만은 아니다. 유키의 심리 묘사와 순간적인 흥분과 분노를 상급자의 권력에 굴복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가는 그가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과의 관계와 그와 산으로 가기로 한 안자이와 그의 아들이 사건 중심의 딱딱함과 격함에서 인간적인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감정을 격하게 만들면서 사람을 몰입하게 한다. 단순한 추리를 생각한 사람에게도 작가의 묘사와 서술은 어디에선가 감정이 연결되는 순간 아! 하는 감탄과 왜? 라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책이 2권으로 나누어지는 아쉬움을 주지만 재미라는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다. 그리고 마지막에 보여주는 장면은 재미와 함께 약간의 작위적인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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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
무라카미 류 지음, 김춘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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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열풍이 한국을 가득히 채우고 있을 당시 접한 소식에 의해 읽은 소설가가 무라카미 류였다. 군조상이라는 일본 문학상을 받고 상당한 인기를 가진 작가라는 그의 약력에 의해 몇 권의 책을 읽었지만 몇 편을 제외하고는 호기심과 재미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몇 권이라도 재미를 느낀 책이 있고 그의 책이 꾸준히 나오기에 지금도 가끔 그의 파격적인 내용을 다른 책을 읽고, 집어 던지고, 나쁘지 않군 하면서 기대감을 지속하고 있다.


원제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연애’라는 이 책도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하였다. 제목에서 느낀 가벼움과 호기심이 책을 들게 하였고 가끔 조금씩 읽어나갔다. 깊은 집중을 요구하지도 깊이 있는 분석도 나오지 않는 에세이이기에 부담 없이 읽어갈 수 있었다.

류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을 예를 든다. 초반에는 잡지 등의 독자상담코너에서 많은 소재를 얻는다. 불륜이나 배신하는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일본에 대한 가벼운 스케치도 보여주고 미래에 대한 약간의 암울함을 느끼는 듯하다.

작가 자신이 성공한 사람이다 보니 성공한 사람이 적어나가는 다른 사람들의 생활의 모습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 자신이 해외를 많이 돌아다니고 경제적으로 압박을 들 받다보니 글 속에서 약간의 자랑이 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일본의 사회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동시에 비판의 대상으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졌다면 나만의 착각인 것일까?

중복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나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전개하면서 지루함이 많이 생기지 않는다. 그가 이미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어떻게 보면 그의 글들이 보여주는 극단적인 형태들을 생각하면 이 책은 상당히 조심한 모습이 보인다.

성공한 사람이 가지는 자부심이 글에 담겨있고, 연애에 모든 것을 던지는 사람이 연애를 올바르게 할 수 없다는 것과 연애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부분에서는 많은 시사점과 생각할 바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읽고 난 후 그가 일본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그가 보여주는 일본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분노는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하지만 가끔 보이는 외국에 대한 상대적 열등감은 단지 사회현상과 문화에 대한 작가의 인식 차이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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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문학과의식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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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일본의 국민작가로 애정을 받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완간 소설이다. 그의 유일한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 겐조가 영국 유학에서 돌아온 후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후 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이 우러나오는 소설이다. 그의 약력을 비교해서 유사한 부분이 많고 자신과 주변 인물에 대한 묘사를 사실 그대로 쓴 작품인 것이다.

겐조와 그 주변의 소수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겐조가 현실적이지 못하고 약간의 허위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주변 인물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존재이다. 주인공 자신이 아내에 대해 약간의 비아냥거림도 가지고 있지만 천식있는 누나를 두고 잦는 숙직 등을 하는 자형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반성도 한다.

우유부단함과 과거의 기억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미래지향적이지도 못하다.

어린 시절 자식이 많다는 이유로 양부모에 아이를 내보낸 아버지의 모습과 양아들을 키우면서 다음에 올 경제적 이득을 생각하는 시마다의 모습은 약간은 충격적이기도 하다. 시마다가 늙어 겐조에게 와서 금전적인 도움을 핑계로 돈을 계속 받아가는 모습은 인간의 추악한 한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천식이 있지만 10을 받으면 15은 주어야 하는 누나가 동생으로부터 경제적 원조를 받는 것에서 인정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분수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며 고위 관료라는 직위를 잃고 비루한 삶을 사는 장인은 시대의 흐름에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 파악 능력의 결여와 그를 둘러싼 권력과 금력의 움직임이 보였다.

이 모든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삶은 진실되기보다 왠지 모를 부조화와 나약함이 있다. 사회가 함께 살아감으로써 그 가치가 있다고 하면 그들의 원조와 도움이 아름답게도 보여야 하나 너무 이기적이거나 허식적인 것에서 그 인간의 한계를 보는 듯하다.

시대적 상황이 지금과 너무 다른 일본이지만 그가 그려내는 관계는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있다. 돈과 권력이 있는 곳에 기생하는 사람들과 이익을 위해서만 계산된 움직임을 하는 이들과 헛된 지위에 매몰되어 나아가거나 변화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역자는 소세키의 책 중 인생을 알려면 이 책을 읽으라고 하는데 저자의 다른 책을 읽지 않았고 다른 책들에서 이와 유사한 것을 보아서인지 큰 공감을 가지기 어려웠다.

번역에서 보통 손위 누이를 누나라고 부르는데 이 책에서 번역은 일관되게 누이로 된 것은 약간 의아하다. 누이도 사용되지만 누나가 더 좋은 번역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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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패왕록 1
하성민 지음 / 시공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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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10년 정도된 이야기이지만 그의 데뷔작 ‘악인지로’는 많은 이의 찬탄을 받은 작품이다. 본인이
꼭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재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 후 몇 권의 책을 내지 않았지만 첫 작품을 능가하는 글을 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짜임새나 진행 방식에서 왠지 조급함이 눈에 들어온다. 글 재주를 말한다면 재능이 있다고 하겠지만 완성도와 세부 전개 방식에서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이 글 강호패왕록 또한 그의 재능이 보이지만 전개 방식과 구성에서는 동의하기 힘든 점과 부족함이 보인다.

우연히 만나 약 300년 전 일대고수 마황과 천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주인공의 기연과 급진전하는 무공이 세상의 인식과 틀을 달리하면서 작가가 만든 세계 속의 논리를 조금씩 무너트리는 것이다. 강호에서 가장 강하다는 10대 고수보다 더 강한 소림사와 무당의 장문인부터 음모의 배후자까지 모든 것이 마지막 결말에서 급진전되고 전반적인 완급 조절의 실패가 눈에 들어온다.

1권의 약간 지루함이 가시면서 어느 정도 재미를 가지는 것은 설정이 나와 맞지 않기 때문이고 2권 이후 어느 정도 재미를 느끼고 속도감 있게 읽어나가는 것은 작가가 가진 글에 대한 재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이야기 속에 몰입해야만 재미를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만약 이 소설도 분량을 늘이거나 초반 이야기의 짜임새를 다시 만들어 개연성을 높인다면 상당히 마음에 드는 무협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사천에서의 이야기가 길어지고 마지막 결전까지의 진행이 너무 빨라지고 이후 등장하는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흥미를 반감시킨다.

정과 마가 마음에 달렸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많은 무협에서 보았기에 약간은 진부하지만 역시 작가가 이 주제로 잘 만든다면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비록 약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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