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물이 너를 베리라
S. A. 코스비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검은 황무지>로 처음 만난 작가다. 이번 소설은 아주 화려한 수상 이력을 뽐낸다.

전작도 정신없이 달리게 하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대단하다.

단순히 재밌게 읽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 시발점은 설정에서부터 시작한다. 흑백 게이 커플과 그 아버지들이란 설정이다.

이 게이 커플이 총에 맞아 죽은 다음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리고 이 아버지들이 자신의 아들이 게이란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격렬하게 그려낸다.

아들의 죽음 전에는 그렇게 반발했는데 죽은 후 그 상실감과 후회는 너무나도 거대하다.

게이인 것에 더해 흑백 커플이란 설정을 더해 성 정체성에 인종 문제를 더했다.


죽은 아들의 두 아버지들도 결코 평탄한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다.

둘 모두 감옥에 몇 년씩 살다 나왔다. 이 둘은 자신의 아들이 게이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폭력으로 아들의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몇 년 동안 아버지의 부재는 아주 큰 문제다.

흑인이 아이크의 아내는 일을 세 개나 하면서 아이지아를 키웠다.

아이크가 감옥에서 나온 후 범죄 쪽에 발을 내딛지 않은 것도 이런 과거 때문이다.

백인 버디 리의 경우 아내가 부유한 판사와 재혼 후 아들 데릭을 키웠다.

하지만 아들은 그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했고 술과 폭력에 절은 아버지와 살아야 했다.


아이자와와 데릭은 잘 자랐다. 자신들의 직장과 배우자도 만나 결혼식까지 올렸다.

대리모를 통해 두 사람의 아이까지 얻었다. 이들의 삶에 유일한 아픔은 아버지들이다.

가장 행복해야 하는 순간 아들이 게이란 사실에 화가 난 아버지가 있었다.

이 화가 아들의 죽음 이후 끊임없는 자책과 후회로 바뀐다.

그런데 이 둘은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다. 냉혹한 살인자에게 확인 사살당했다.

경찰은 이 사건 해결에 대한 단서도 제대로 찾지 못한 채 몇 개월을 그냥 보낸다.

데릭의 아버지 버디 리가 아이크를 찾아와 우리가 범인을 찾자고 한다.

아이크는 거부한다. 무서워서? 아니다. 자신 속에 숨쉬는 너무나도 강렬한 폭력성 때문이다.


아이크의 생각이 바뀐 것은 두 아이의 무덤과 비석이 손상된 것을 본 다음이다.

그것을 보자마자 그는 아들 커플을 죽인 살인자를 죽이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다.

버디 리에게 전화하고, 이 둘은 경찰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아들 친구들을 만난다.

이 과정에 흑백 중년들이 티격태격한다. 그들의 살아온 길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백인인 데릭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흑인 아이크의 삶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흑인이었다면 바로 총을 쐈을 상황도 나온다.

이때 버디 리가 하는 말은 그가 며칠 동안 아이크와 다니면서 깨달은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은 곳곳에서 나오고, 작가는 이 장면을 통해 인종 문제를 표현한다.


LGBTQ 문제도 정면에서 다룬다. 두 아들이 게이니 당연한 일이다.

단서를 얻기 위해 찾아간 게이바에서 아이크가 한 남자의 손길에 화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선입견이 만들어낸 두려움의 결과다. 이렇게 작가는 게이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의 행동을 그려낸다.

이곳에서 만난 게이와 대화하면서 인종 갈등보다 더 심한 성 정체성 문제를 조금 인식한다.

차별은 그 대상이 가장 잘 인식한다. 대상이 아닌 사람은 잘 느끼지 못한다.

백인인 버드 리가 백인 하층민으로 살면서 결코 느끼지 못한 것을 아이크와 함께 하면서 경험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듣는 음악을 통해 서로 다른 계급의 문화를 잘 표현한다.


자기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찾아가는 흑백 아버지의 과격한 동행 이야기다.

그 과정은 결코 평화롭지도 지적이지도 않다. 가는 길마다 폭력이 난무한다.

아이크가 말했듯이 중대범죄를 수없이 저지르면서 나아간다.

그런데 그들만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아들 살인자들은 더 많다.

하지만 법은 이런 곳까지 미치지 못한다. 차별이 심한 곳에서는 법도 사건을 차별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아들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와 자책이 넘쳐난다.

‘살아만 있다면’이란 전제가 붙는데 사별의 고통이 만들어낸 현실 인식이다.

읽다 보면 뭉클하는 순간이 생긴다. 이런 감정도 통쾌한 복수와 피 튀기는 장면에 밀린다.

이 밀린 감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운으로, 부성애로, 차별의 문제로 머리와 가슴에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는 훌륭하다
하세 세이슈 지음, 윤성규 옮김 / 창심소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드보일드 불야성 3부작의 작가다. 1권 <불야성>만 읽었다.

언제부터인가 출간되는 그의 소설 대부분 개가 등장한다.

2020년 나오키상 수상작 <소년과 개>도 마찬가지다. 이 책 재밌게 읽었다.

개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대단하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 과도한 사랑이 그대로 느껴진다.

제목에서부터 개를 천사라고 부른다. 소설 속에서 개들을 천사라고 부르는 장면이 많다.

이 과도한 사랑을 이야기 속에 아주 잘 녹여내었다.

어떤 대목에서는 과도한 설정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7종의 개가 등장한다. 낯선 이름들이 많다.

토이 푸들, 믹스견, 래브라도 리트리버, 바셋 하운드, 플랫코티드 리트리버, 프렌치 불독, 버니즈 마운틴 도그.

이름만 놓고 보면 외양이 어떤지 쉽게 짐작할 수 없다.

관심이 있다면 쉽게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다. 그럼 낯익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개와 그 주인의 공감과 사랑이다.

이 관계가 둘만 아니라 주변으로 확장하는 것도 나오는데 대단하다.

정말 그 정도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집에서 키운 개들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 소설에 나오는 대부분의 개는 유기견이다. 키우기 힘들다고 버린 개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난다.

그 과정에 있는 사람이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는 진이란 중년의 남성이다.

<토이 푸틀>에서는 백혈병에 걸린 소녀와 버림받은 유기견 단테의 운명적 만남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둘은 최고의 친구이자 동반자다. 이 둘 사이를 부모가 끼어드는 것이 힘들 정도다.

소녀에게 토이 푸틀은 마음의 문을 잘 열어주지만 다른 사람에겐 거리를 둔다.

버림받은 기억이 상처가 된 것이다. 이 상처를 지우고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한다.

쉽지 않지만 꾸준히 노력하면서 그들이 몰랐던 삶의 한 면을 들여다본다.


<믹스견>은 아내를 먼저 보낸 노인의 개에 대한 생각 전환을 천천히 보여준다.

자식들은 모두 외지로 떠났고, 홀로 믹스견 흰둥이와 외롭고 쓸쓸하게 산다.

이런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믹스견이 살쾡이 새끼를 데리고 오면서부터다.

개와 살쾡이 새끼와 함께 놀고 살면서 그의 삶은 변화한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조카를 구하다 눈을 잃은 소설가의 이야기다.

시력을 잃은 후 생계를 위해 구술 작업을 하지만 대부분 술로 시간을 보낸다.

이런 그의 일상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누나가 억지로 갖게 한 맹인 안내견 존느를 만난 다음이다.

잘 훈련된 개의 행동과 이 개의 다른 모습을 보고 깨닫게 되는 삶의 다른 면이 아주 인상적이다.


<바셋 하운드>는 어미 개에게 물려 심각한 장애를 가진 앙주 이야기다.

외모는 아주 못 생겼는데 이 앙주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미소를 짓는다.

모든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 천사 같은 개다. 이전 강아지의 추모 때문에 앙주를 멀리 한다.

하지만 아키도 앙주의 미소에 무너진다. 테라피독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있던 한 에피소드에 눈시울을 붉힌다.

<플렛 코티드 리트리버>를 읽다 왠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엠마의 활기찬 모습에 눈길을 주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품종 개량의 결과를 본 탓이다.

엠마의 마지막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보면서 뭉클했다.

무수히 많은 사진 속에서 그 작은 차이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은 대상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프렌치 불독>은 사업에 실패하고 처자식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남자와 개의 만남을 그린다.

자살 직전 그는 유기견 크릉을 만난다. 크릉이란 이름은 크릉크릉이라고 짖기 때문에 지었다.

서로 사람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한 그와 크릉은 아주 좋은 관계를 맺는다.

자살을 생각한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마음먹게 한다. 생의 의지를 북돋아주었다.

그러다 높은 산 눈에 갇힌다. 누군가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해도 핸드폰 배터리가 없다.

자는 사이 크릉은 사라지고, 홀로 쓸쓸하게 차에 남는다. 이때 예상한 일이 일어난다.

진의 등장과 크릉에 대한 토오루의 진솔한 마음이 그대로 표현된다. 역시 뭉클하다.

<버니즈 마운틴 도그>는 가장 짧은 분량이다.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사람의 고통과 아픔을 간결하게 풀어낸다.

소울 메이트란 단어가 떠오른다. 왠지 다른 이야기와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게 할 수밖에 네오픽션 ON시리즈 5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 네오픽션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다. ON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이 시리즈 세 권째 읽고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들의 소설이 대부분이다.

장르소설을 좋아해 네오픽션의 소설에 관심을 두고 있다.

“내가 죽이려 했던 놈이 의문의 사고로 죽었다.”란 문장으로 나를 유혹했다.

이 의문의 사고는 누가,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왜 그 놈을 죽이려고 하는 것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개로 가득하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아주 인상적이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인내심이다.”

솔직히 말해 이 문장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무협 속 살수들을 통해 늘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통 사람이 이 문장을 쓴다면 어떨까?

그 인내심은 어떤 것이고, 얼마나 긴 시간을 의미하는 것일까?

주인공 강라경은 자신의 엄마를 자살하게 만든 이기섭을 살인 청부한다.

물론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고백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채 말이다.

자신이 의뢰한대로 살인이 성공했다는 보고를 받지만 착오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기백이 죽은 것은 확실하지만 뺑소니 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형사들이 그녀를 찾아와 알리바이 등을 확인한다.


강라경은 초등학생 때 엄마가 이기백에게 폭행당하고, 자살하는 장면을 봤다.

이 트라우마는 정신병원을 전전하게 만든다.

이런 그녀 곁에 할머니마저 없었다면 그녀의 삶도 완전히 망가졌을 것이다.

딸을 먼저 보낸 할머니의 유일한 취미생활은 십자수를 놓는 것이다.

라경은 할머니의 십자수에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후반부에 가면 이 십자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부분까지 가기 전 그녀의 청부 살인과 이기백의 악행이 천천히 하나씩 풀려나온다.

그리고 남성들의 성 폭행이 다른 이야기를 통해 흘러나온다.

읽으면서 그 추악한 이야기에 놀랐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현실이란 벽 때문이다.


형사들은 이 사건의 주변부를 맴돌면서 범인을 잡으려고 한다.

누가 시켰는지 안다고 해도 청부살인자를 찾는 것은 아주 어렵다.

이 소설 속 청부살인업자 ‘연’은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도 않고, 그 실체도 사람들은 모른다.

재밌는 것은 라경의 의뢰가 실패했다고 청부금액의 90%를 돌려주고 라경의 주변을 맴돈다.

라경이 근무하는 학원의 인기 강사가 한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이 나온다.

라경의 기억과 연결되면서 정석 방식으로 사건을 신고한다.

하지만 현실은 기나긴 싸움을 피하고 합의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문제는 이 강사가 사람을 부려 라경의 삶을 감시한다는 것이다.


형사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기백의 과거사가 하나씩 밝혀진다.

언론과 대중은 순간의 호기심만 충족하면 되기에 쉽게 관련자를 욕한다.

새로운 사실이 나오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진다.

누가, 왜 죽인 것일까? 단순히 뺑소니일까? 아니면 그의 아내가 죽인 것일까?

죽기 전 아내도 그의 폭력 아래에서 치를 떨었다. 피해자에 대한 동정도 아깝다.

할머니의 죽음, 우연히 발견된 수많은 사진들. 그녀를 둘러싼 이상한 일들.

그 무엇보다 정체가 수상한 연의 존재까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지막 대목에 이르면 제목 ‘그렇게 할 수밖에’의 의미에 고개를 끄덕인다.

뛰어난 가독성과 현실을 가져와 풀어낸 이야기가 재밌다. 기억해야 할 작가가 또 한 명 나타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 달 별 사랑 고블 씬 북 시리즈
홍지운 지음 / 고블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블 씬 북 시리즈 여덟 번째 소설이다.

뒤늦게 이 시리즈를 알고 천천히 한 권씩 읽고 있다.

씬 북이란 이름처럼 이 시리즈 책들은 중편 정도 분량이다.

마음먹고 달려들면 한두 시간 안에 모두 읽을 수 있다. 최소한 나의 경우는 그렇다.

처음 제목을 보고 시집 종류라고 생각했다. 작가 이름을 보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제목이 다 읽은 지금도 쉽게 입에 붙지 않는다.


그 흔한 달을 무대로 한 소설이다. 무대가 흔하다고 이야기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남녀 한쌍이다. 남자는 달의 등대지기 소년 핀이고, 여자는 월인 메아다.

인류에게 달은 무수히 많은 작품들에 영감을 제공했다.

이 소설에서도 달 속에 살던 월인이란 존재가, 그들이 가진 능력이 그 대상이다.

월인들의 능력은 그림자를 다루는 힘이다. 아주 강력하다.

메아는 할머니와 함께 성산중공의 실험 대상이었다. 작가는 이런 사실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할머니가 강력한 그림자의 힘을 발휘해 메아를 탈출시킨다.


핀은 달의 등대지기로 일하고 있다. 기다리는 것이 일인 직업이다.

등대지기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달의 조난자를 구조하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 메아가 그림자의 힘에 싸여 왔을 때 핀은 우주쓰레기 정도로 생각했다.

정확하게 그 물체를 본 후 메아의 존재를 인식한다. 당연히 구해야 할 대상이다.

핀이 구해 온 메이는 모든 것이 낯설다. 환경도, 사람도, 음식도.

핀이란 선한 소년을 만난 그녀는 그 순간을 즐기고, 자신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힘으로 만든 그림자 세계는 핀에게 새로운 경험을 준다.


월인의 힘을 탐낸 성산중공의 달 책임자 요안은 할머니의 죽음으로 힘의 비밀을 알게 된다.

더 강력한 힘을 얻기 위해 메아를 찾는다. 그는 직원들을 사랑하는 상사처럼 움직인다.

그가 저지르는 일을 감안하면 대단히 많은 사랑이다.

메아를 단숨에 찾아오는데 그 이유는 피부 속에 삽입된 위치정보 칩이다.

간결한 이야기 속에 소소한 부분을 하나씩 잘 풀어놓았다.

쫓고 쫓기는 관계, 협소하고 한정된 이동 경로 등이 문제를 불러온다.


요안이 월인의 힘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신의 힘을 위해서가 아니다.

성산중공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 더 강하다. 솔직히 이 부분은 완전히 공감하기 어렵다.

달이 신분에 따라 사는 곳이 나누어져 있다고 한 부분도 재밌다.

빈민가에 사는 사람과 월면도시란 쾌적한 공간이 나누어져 있다.

소설 속에 월면도시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고, 빈민가도 간단하게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이 짧은 이야기 속 계층 분화는 그렇게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낯익다.

많은 SF소설에서 이런 설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월인의 초능력, 아이들의 끈끈한 우정.

요안이 보여주는 사이코패스 같은 심리 상태 등은 서늘하고 어딘가에서 본 듯하다.

어떤 대목은 정말 미래소년 코난 같은 느낌도 든다.

핀이 메아를 데리고 월면도시로 나아가려고 할 때 이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는 역시 메아다.

그녀가 폭발적인 힘을 보여줄 때 사건이 해결되지만 요안의 탐욕도 커진다.

마지막에 보여주는 요안과 핀의 대화는 정말 사악하다. 인간성의 끝을 보여준다.

화려한 마무리와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장면은 다시 한번 제목을 입에 올리게 한다.

우주 달 별 사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이장우 지음 / 북오션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두툼하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한쪽에 실린 글자의 수가 다른 책들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었다.

공식적으로 656쪽으로 표기되는데 다른 편집이면 800쪽도 가능하다. 어쩌면 그 이상도.

최근 이렇게 두툼한 책을 읽은 적이 거의 없다. 솔직히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 걱정은 생각보다 좋은 가독성 덕분에 사라졌다. 물론 물리적 시간은 어쩔 수 없었다.


네이버 웹소설에 연재되었던 소설이다. 그때 제목은 <기억삭제소 스타벅스 청담>이었다.

작가가 글 쓴 곳이 스타벅스 청담이었다고 한다.

책으로 출간되면서 스타벅스는 커피페니로 바뀌었다.

책 속 내용은 스타벅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들이 그대로 나온다.

그리고 이 커피페니 청담의 파트너와 직원들이 등장한다.

보통의 소설이라면 이들의 활약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내겠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예상한 주인공은 몇 번 나오지 않았고,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놀란다.


2장부터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스스로 진화하고 인간을 감염시켜 숙주처럼 만들어버린다.

인간이 새롭게 백신 등을 개발할 때도 이 코로나바이러스는 숙주인간을 통해 그 정보를 얻고 대응한다.

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코로나족이라고 부르면서 사람처럼 표현한다.

초음파를 통해, 나중에는 와이파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보를 교류한다.

당연히 인류는 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백신 개발 등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있는데 바로 심해기억저장위원회다.

이 위원회 소속 닥터 제닝스은 술탄코로나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된다.


생존을 위한 투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치열함이 이 소설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족이 인간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 더욱 그렇다.

술탄코로나가 인류에게 요청한 다섯 가지 절대 신물에 대한 것은 글 속 드래곤볼 같은 느낌이다.

이 신물을 찾기 위한 뉴클레아스 요원들의 활약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이 신물을 찾는 과정에서 그곳의 비밀 결사 조직을 만난다.

보통의 판타지라면 신물을 둘러싼 대결이 펼쳐지겠지만 이 책에서는 오히려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 지역과 문화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자잘하게 늘어놓는다.


읽다 보면 국뽕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한국 아이돌과 콘텐츠에 대한 예찬과 열광이 그대로 표현된다.

단순히 사실의 나열만으로 끝난다면 별로 거부감이 없겠지만 곳곳에 한국 문화와 음식 등을 말한다.

요원들이 간 곳의 문화나 음식 등에 대한 정보도 흘러나오지만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방대하고 잡다한 지식을 너무 많이 넣었다. 물론 보통의 웹소설이 보여주는 쓸데없는 글보다 낫다.

하지만 핵심을 벗어난 방대한 정보는 가독성에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그리고 읽다 보면 시간의 흐름에 역행하는 사실이 나의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것인 BTS의 성공 이야기에 나오는 음악이다. 코로나 시절에 나온 것이 대부분이다.


처음 1장에서 보여준 약간은 신선하고 특이한 세계관이 뒤로 가면서 많이 무너진다.

아쉬운 대목인데 웹 소설의 경우 자주 보는 현상이다.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처음 설정한 세계관과 달라지는 것을 모두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제목에 나온 커피숍이나 그 지점의 인물들이 어느새 사라진 것도 아쉽다.

중간중간 그 장소가 나오는 것도 회의를 하는 곳 정도로 축소된다.

필력이 좋아 잘 읽히지만 확장된 세계가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고 첫 장의 분위기를 그리워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annings 2023-01-05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즌 2가 있기 때문에 기대하셔도 됩니다 ㅎ

행인01 2023-01-06 18:14   좋아요 1 | URL
시즌 2 기대해보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