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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오신다 ㅣ 안전가옥 쇼-트 16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평점 :
안전가옥 쇼트 16권이다. 15권 <푸르게 빛나는>과 세계관이 이어져 있다.
모두 다 읽은 지금 쇼트 시리즈가 아닌 오리지널 시리즈 한 권으로 묶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코즈믹 호러를 기본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전편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표제작 <그분이 오신다>와 전권의 <열린 문>이 연결된다고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프로듀스의 말처럼 다시 읽게 된다면 내가 놓친 부분을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분위기 등은 읽으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연결된 세계란 것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이번 쇼트에는 단 두 편이 실려 있다.
짧은 <런>과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분이 오신다>이다.
개인적으로 밀도가 더 높은 이야기는 <런>이다.
늦은 밤 친구 민아와 놀다가 지름길로 집에 가면서 경험하는 이상한 일들을 다루었다.
좀비 분장한 배우들과 잃어버린 에어팟 한 짝을 찾아가는 과정이 소리를 통해 거리를 지우고 공포를 늘인다.
비싼 에어팟에 대한 아쉬움과 어두운 공간이 주는 공포의 감정이 교차한다.
아주 현실적인데 낯선 곳이 아니라 늘 다니던 곳이란 사실이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 단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는 의문을 강하게 짓게 한다.
<그분이 오신다>는 유튜브 세계를 기본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학폭과 이 학폭의 폭로, 그리고 선정적인 언어의 잔치 속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보여준다.
박종찬은 못생긴 외모 때문에 학창 시절 친구들의 왕따를 당했다.
그의 잘못도 있지만 그것이 평생 왕따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담임의 대처는 또 어떤가.
현실에서 자주 보는 모습을 놓아두고, 왕따의 원인이었던 소녀의 연예인 데뷔와 성공이 나온다.
최근 자주 보는 학창 시절 학폭을 둘러싼 이슈를 그대로 가져왔다.
작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피해자 박종찬이 유튜브로 성공하게 만든다.
자신을 나락으로 민 동기를 그가 학폭 이슈로 나락으로 민 것이다.
그 과정에 서로 잘 합의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한 결과다.
한 번의 성공과 새로운 세계가 열리면서 유튜브 하이바는 승승장구한다.
연봉 1억이 넘는다. 떨어지는 외모를 수익으로 가린다. 커플매니저는 살짝 성형을 하자고 한다.
성공율을 높이고 싶어서 한 말이지만 그는 불쾌하게 느낀다. 이에 대한 과잉반응은 열등감의 소산이다.
비싼 외제차를 타고 집으로 달리는 중 이상한 일을 마주한다.
정체 불명의 생명체가 도로를 달렸다. 뭐지? 반대편 택시 기사도 봤다고 하는데 반응이 이상하다.
그는 이 기이한 생명체도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다. 새로운 영상이 없으면 수익 창출이 어렵다.
이때 자신이 폭로했던 친구이자 전 연예인이 자살한다.
이 자살이 사람들의 관심을 박종찬에게 바로 돌리게 하고, 사실과 거짓이 섞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박종찬이 본 괴생명체와 그 생명체를 촬영하다가 차로 친 소녀의 죽음이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에 친 소녀가 껍질이 모두 벗겨진 채였다는 사실은 엽기적이다.
그가 올린 영상이 조작이란 주장과 차량 사고 등이 엮이면서 혼탁한 유튜브 세계를 그대로 재현한다.
재밌는 점은 종찬이 궁지에 몰릴수록 유뷰브 수익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슈가 그의 계정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왜 유튜브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 생명체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이 과정까지 가는 장면들은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고, 짙은 어둠으로 뒤덮는다.
모두 읽은 지금 가장 강하게 인상에 남는 부분은 그가 배달 일을 한 식당 사장님이 한 말이다.
외모를 보고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그를 판단한 것에 대한 사과 부분이다.
‘그분’과 괴이한 사건과 현실의 학폭과 지저분하고 혼탁한 인터넷 세계가 잘 버무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