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 - 2023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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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에서 많이 보이는 무인 사진관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사진관의 사장 연주는 무인 사진관에 소원을 들어주는 무지개 노트를 놓아두고 있다.

단 이 소원은 연주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사연이어야 한다.

이 노트에 손으로 정성스럽고 흥미로운 사연을 적으면 사장이 보고 선택한다.

이 소설의 화자인 수경은 조금 수상한 회사의 면접 합격을 바라면서 프로필 사진을 원한다.

이 회사의 규칙이 조금 수상하지만 진짜라고 믿고 사진을 찍어준다.

당연히 합격이고, 이 회사는 간단하지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의문을 해결하는 것은 연주이고, 그 회사의 실체가 밝혀진다.


취준생 수경이 취업 사기를 당한 후 무지개 무인 사진관에서 알라를 한다.

연주의 배려이자 자신 대신 사진관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수경은 무지개 노트에 적힌 사연을 보고 연주에게 알려주고, 그 소원을 들어준다.

그런데 이 소원들이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어떤 여자도 선택할 것 같지 않은 증명 사진을 요구하거나, 늙지 않은 외모를 가지길 바라거나.

그리고 이런 사연들은 다른 이야기로 확장되면서 관계를 이어간다.

어느 순간 무지개 무인 사진관은 다양한 사람들의 쉼터이자 고민해결소가 된다.


전체적으로 가볍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한 사람의 사연을 깊숙하게 파고들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간결하게 처리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덕후와 수경이 서로 나누는 톡을 보면 살짝 썸 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자존감이 낮다는 것인데 서로가 위로하면서 점점 높아진다.

남편에게 이혼 당한 서용정의 사연과 행동은 또 어떤가.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부분이 보이지만 뛰어난 음식 실력은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작가는 서용정에게 자신의 사연 일부를 녹여낸 것 같다.

서용정이 아플 때 곁에서 그녀를 도와준 사람들이 있는 것은 자신의 경험 일부다.


은퇴한 전직 공무원과 그 아내의 사연은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이야기다.

밖으로 보면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 내용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사연이 나온다.

자신의 과거 지위를 생각하면서 다른 일을 하지 않는 남편.

집 밖으로 나가 친구를 만나거나 뭔가를 배우거나 일을 하는 아내.

갈등과 오해는 연주 앞에서 서로가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면서 조금씩 사라진다.

당연히 이 문제가 하룻밤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작가도 시간을 두고 간결하게 풀어간다.

이 노인이 온 것도 이 무인 사진관이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소문 때문이다.

물론 연주가 소원을 들어주는 방식은 마법으로 뽕~하고 바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사연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조금씩 바꾸고, 노력하게 하면서 이룬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무지개 무인 사진관의 사장 연주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사연은 미스터리처럼 꽁꽁 숨겨져 있다가 후반부에 조용히 드러난다.

왜 그녀가 무지개 무인 사진관을 차리고, 흥미로운 사연을 모으고 있는지.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들어 빠르게 마무리한다.

미스터리 작가의 본능이 그대로 작용한 듯한데 아쉬운 대목들이 많다.

연주의 미스터리가 풀렸지만 이 무무사에서 소원을 이루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살짝 연작의 가능성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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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전술 혁명 - 축구 명장들의 지략 대결로 읽는
다쓰오카 아유무 지음, 이지호 옮김, 한준희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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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축구를 ‘감독의 게임’이라고 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축구 전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던 시절이라 그냥 무지했었다.

잘 하는 선수를 열한 명 뽑아 내보내면 그냥 이길 수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말한다.

물론 이 열한 명이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축구장은 넓고, 골대는 좁고, 절대적 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기기 위해서는 전술이 필요하고, 이 전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수들이 필요하다.

현대의 감독들은 이 전술을 수행하기 위해 선수들을 열심히 훈련시킨다.


현대 축구에서 유명한 감독들은 이 책에서 한 번씩 다루어진다.

그 시작은 펩 과르디올라다. 그의 이력은 아주 화려하다. 현재 최고의 감독이다.

펩의 축구 철학은 FC 바로셀로나에서 배운 것이다. 그 시발점은 요한 크루이프의 축구 철학이다.

요한 크루이프는 흔히 말하는 토탈사커의 시조다.

천재였던 크루이프의 축구 철학과 팀 운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이 전술의 문제도 나온다. 전술의 핵 자리에 들어갈 크루이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팀들도 이 전술을 분석해 자신들의 전술을 수정한다. 아주 치열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축구 감독 투톱은 펩과 무리뉴로 대변된다.

이 둘의 특징으로 공과 공간으로 나눈 것은 아주 새롭게 다가왔다.

공의 소유를 우선한 펩과 공간을 지켜 이기려고 하는 무리뉴.

이 둘의 대결에서 우위에 선 감독은 펩이다.

그리고 무리뉴의 문제 중 하나로 ‘3년 사이클’을 꼽는데 선수의 본능을 억제하는 전술 탓이라고 한다.

아직 축구를 잘 모르는 나에게 이런 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타토 펩의 기수 중 다른 한 명이 클롭이다. 저자는 질서와 무질서로 나누었다.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 클롭의 전술이 펩과 상극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독일 리그와 잉글랜드 리그에서 이 둘은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한다.

단순히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펩이 더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나의 편견일 수도 있다.


새로운 시대의 무리뉴라고 말하는 디에고 시메오네의 전술을 읽으면서 놀랐다.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인지 알면 놀란다. 그의 최고 연봉도 마찬가지다.

그의 전술을 읽으면서 바깥을 버리는 공간 관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흔히 신계의 두 팀을 항상 앞서가지 못하는 현실이 더 눈에 들어온다.

마르셀로 비엘사,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등은 솔직히 낯설다.

그들은 빅 클럽의 감독들이 아니지만 그 팀에 맞는 전술을 잘 구사한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월클이 없는 팀들이 리그 1위 팀을 어떻게 이기는지 보여준다.

어떤 대목에서는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의 머니볼이 생각난다.


카를로 안첼로티를 최고의 조율사라고 부른다.

그의 성공에는 항상 엄청나게 뛰어다니는 선수가 한 명 있다.

팀의 월클들을 아주 잘 운영해 우승 청부사로 변신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네딘 지단은 챔피언스리그를 3연패했다.

대단한 업적이다. 펩도, 무리뉴도, 클롭도, 시메오네 등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이 업적만 가지고 그의 감독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의 전술이 기대된다.

율리안 나겔스만. 유럽의 명문 구단이 감독을 바꿀 때면 항상 나오는 이름 중 하나다.

현재 바이레른 뮌헨의 감독인데 하이브리드형 축구의 기수라고 부른다.

깊이와 폭의 양립이라고 하는데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미래가 기대되는 감독이다.


이야기가 뒤로 넘어가면 ‘최고의 선수’애 대한 글이 나온다.

쉽게 말해 메시나 호날두가 최고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다.

발롱도르를 통해 살펴본다는 전제가 있지만 축구 전술과 엮여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신문기사를 통해 대부분의 축구를 접하는 나에게 기억을 더듬게 하는 글이다.

작가는 판타지스타란 일본식 조어를 사용해 월클급 이상의 선수를 이야기한다.

이들이 필요한 이유로 전술의 틈을 파고들 개인 역량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 개인 역량이 항상 발휘되지 않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단단한 전술이 있고 난 다음에 그 역량이 더 빛을 발휘한다. 대표적인 선수가 메시다.

저자는 미래의 축구 전술로 펩의 바르셀로나 마지막 시즌을 꼽는다.

그 당시 팀이 구사했던 3-7-0 포메이션으로 궁극의 포털 풋볼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아주 잘 읽히고, 전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쉽게 설명한다.

그냥 공을 따라 달리거나, 옆으로 패스한다고 생각한 것들이 다르게 다가온다.

얼마나 많은 경기를 봐야 이런 전술들이 눈에 들어올까?

축구가 더 재밌게 다가온다. 다른 시각에서 경기를 본다는 즐거움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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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스펙트럼 안전가옥 FIC-PICK 5
배예람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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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FIC-PICK의 다섯 번째 책이다.

이번 앤솔로지에는 낯익은 작가가 세 명이나 있다.

다른 두 명, 배예람, 김수륜 등은 이번에 처음 만났다.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앤솔로지에 그들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다가온 이름은 진산이다.

나에게 진산은 그의 남편 좌백과 함께 한국 무협의 추억이기 때문이다.

이번 단편도 무협 세계를 그려내었는데 어떻게 보면 한상운의 향기가 살짝 난다.

그리고 이번 앤솔로지에서 다루는 장르는 다양하고, 주제는 약간 취향을 벗어나 있다.


처음 만난 배예람의 <수직의 사랑>은 설정이 낯익다.

배명훈의 <타워>가 떠오르는데 자세한 부분까지 기억나지 않아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지구의 환경 오염과 건물의 층수에 따라 신분이 갈리는 설정은 아주 직관적이다.

철저하게 계급과 신분이 나누어진 이 세계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상하위층 아이들이 펜팔을 한다.

하층민 하영은 환상을 품고, 살아남기 위해 일한다.

상층민인 상미는 하층민 조직에 납치되어 하층으로 내려오는데 다음이 눈에 들어온다.

단편 속에 간결하게 엮이고 꼬이는 설정은 왠지 모르게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이수현의 <여우 구슬은 없어>는 판타지 소설이다.

인간과 요괴가 함께 공존하는 문제를 다루지만 깊숙하게 파고드는 정도는 아니다.

판타지의 액션은 최소한으로 나오고, 이선과 여은화의 관계와 심리 묘사에 집중한다.

기레기 언론의 왜곡된 기사와 편협한 인간의 뒤틀린 시각이 결합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선의 흔들리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추억을 더듬으면서 마음을 정리한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이수현의 소설이라 괜히 반갑다.


아밀의 <하나뿐인 춤>은 SF 판타지 설정을 가지고 와 성 정체성 문제를 풀어낸다.

무성 쌍둥이로 태어나 자라면서 여성과 남성으로 나누어지는 설정은 재밌다.

동물인가 곤충인가 하는 생명체에서 양성으로 변하는 것이 있다고 본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른 쌍둥이 릴카는 여성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카릴은 아직 성징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쌍둥이 둘 모두 같은 성별로 분화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라 당연히 카릴을 남성으로 생각한다.

작가는 춤과 성 정체성을 엮으면서 일반적 상식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남녀가 함께 춤을 춰야 하는 졸업무도회의 마지막 장면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김수륜의 <누가 진짜 언니일까?>는 으스스한 공포물이다.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빠의 양평 집에 들어간다.

이 집에는 새언니가 살고 있는데 상견례에 나타난 의문의 여성이 아니다.

화가가 정원을 걷다 “이 집에서 여자들이 계속 죽어 나간다”란 말을 듣는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새언니가 말하는 것 중 이상한 것도 있다.

서늘한 공포가 천천히 다가온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을 넘어 간다.

후반부에 살짝 풀어놓은 화자의 성 정체성과 이 결혼의 실체는 예측 가능한 것이다.


진산의 〈협탐: 좁은 길의 꽃〉은 무협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하게 만나는 도검이 난무하고 권장이 부딪히는 무협이 아니다.

무협의 탐정을 협탐이라 부르고, 협탐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무림의 분쟁이 강호신제와 무림천후 부부의 노력으로 거의 종식된 세계를 그린다.

이런 현실에서 주인공의 사매인 무림천후가 사건을 의뢰한다.

유산과 남편의 외도 등을 엮으면서 풀어가는 와중에 살짝 엇갈린 감정이 흘러나온다.

강호신제 바람의 정체가 드러날 때는 약간 충격을 받았고, 진짜 목적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진산은 이번 소설을 연작의 두 번째라고 했는데 언젠가 한 권으로 묶여 나올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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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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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출간된 소설이다.

무고한 장기수들의 결백을 증명하고 석방시키는 수호자 재단이라는 비영리 단체의 이야기다.

이 재단의 주요 활동 인력은 전직 국선 변호사이자 성공회 신부인 컬런 포스트다.

그는 수호자 재단에서 아주 낮은 급여를 받고, 아주 열심히 일하는 변호사다.

그가 국선 변호사를 맡았을 때 받은 트라우마로 성공회 신부가 되었다.

신부로 활동하면서 장기수들을 만나면서 다시 변호사 활동을 한다.

수호자 재단에 오는 수많은 편지 중에서 엄선해 무기수나 사형수를 변론한다.

그와 수호자 재단은 아주 힘든 싸움을 펼치고, 여러 명을 무죄로 풀어낸 적이 있다.

이번 소설에서는 큰 재판 하나와 그 사이를 끼울 다른 사건 하나를 다룬다.


큰 재판 하나는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퀸시 밀러의 재판 건이다.

그는 22년 전 플로리다주 시브룩의 변호사 키스 루소를 산탄총으로 죽인 혐의로 무기수 판결을 받았다.

그의 재판은 부당함으로 가득하다. 가장 중요한 증거 플래시는 사라졌고, 사진만 남았다.

살인 당일 그와 함께 있었다는 여인의 증언이 있었지만 경찰이 만들어낸 증인들이 더 유력하게 작용했다.

이 당시 국선 변호사 타일러는 아주 열심히, 제대로 일했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타일러는 변호사를 그만 두고 부동산 개발업자가 된다.

포스트는 타일러를 만나 그 당시 재판에 대한 것과 그가 실제 경험했던 끔찍한 이야기를 듣는다.

퀸시를 무죄로 석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들을 감시하는 사람도 있다.


소설의 도입부에 사형집행일 당시 상황을 빠르게 보여준다.

사형집행 2시간을 앞두고 주지사는 형 집행 중단 요청을 거부한다.

최후의 만찬을 먹으려고 하는데 잘 넘어가지 않는다.

이때 전화 한 통이 온다. 형 집행 정지를 명령하는 법원의 전화다.

이렇게 듀크 러셀은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그가 무죄로 풀려난 것은 아니다.

포스트는 실제 범인에게 전화를 한다. 그를 잡겠다고 말한다.

수호자 재단은 이렇게 몇 명이나 죽음 앞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구해냈다.

물론 실패한 적도 있다. 그들이 하는 일은 기부와 열정에 기댄 것이다.


포스트는 낡은 차를 타고 각 형무소와 법원을 돌아다닌다.

재단의 열악한 재정은 많은 변호사를 고용할 여력이 없다.

그들이 구해낸 사람 중 한 명인 프랭키는 자발적으로 이 재단의 일을 돕는다.

프랭키도 14년 간이나 무고하게 감옥에 갇혀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 흑인이란 이유로 제대로 된 판결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있다.

검사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위해 제대로 된 전문가가 아닌 필요한 비전문가를 전문가로 고용한다.

배심원의 인종 비율도 판결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퀸시가 사형되지 않은 것은 유일한 흑인 배심원이 활약한 결과다.

배심원 선정을 둘러싼 치열한 검사와 변호사의 다툼은 다른 소설에서 잘 나온다.


사형수나 무기수를 변호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 사람이 과연 무죄일까 하는 의혹이다.

변론을 진행하면서도 이 의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소설을 읽다 보면 미국의 열악한 교도 행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간수들은 시급 12달러를 받고 일한다. 이 급여로 정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다.

당연히 검은 돈의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인 문제다.

빠듯한 예산과 많은 수감자 문제는 서로 맞물려 있다. 제대로 된 교정시설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작가는 미국 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인 인종 차별 문제를 꾸준히 말한다.

그것과 더불어 광대한 해변으로 인해 예전 있었던 수많은 마약 문제도 같이 말한다.


소설은 실화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퀸시 밀러 사건도 실제 사건이 배경이다.

이런 실화를 다양한 사건과 엮어 멋진 법정 스릴러로 만들어낸 것은 작가의 대단한 역량이다.

억울한 죄수를 풀어주기 위한 노력은 돈과 노력과 열정과 끈기가 필요하다. 어쩌면 행운도.

여전히 뛰어난 가독성과 매력적인 캐릭터, 상황을 쪼고, 풀어주는 구성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얼마 전에 읽었던 <카미노 아일랜드>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성공회 신부인 포스트를 내세워 살짝 종교적인 색채도 가진다.

두툼한 분량이지만 체력만 된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존 그리샴의 소설에 눈길이 간다. 이 문장을 이전에도 쓴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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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 텔레포터
정해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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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판타지, 추리, 공포 등 여러 장르를 포괄하는 문학 시리즈 ‘텔레포터’의 첫 번째 책이다.

중편 분량으로 나올 듯한데 가볍게 읽기 좋을 듯하다.

실제 이 시리즈 분량에 대해 ‘부담 없이 몰입할 수 있는 간결한 분량’이라고 설명한다.

출판사의 설명처럼 간결한 분량과 작가의 가독성 덕분에 부담 없이 몰입해 읽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중편이고, 미스터리를 섞어 상당히 재밌게 읽었다.

SF 판타지 요소가 곁들어져 있는데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가볍게 엮어 거부감이 없었다.

그리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모두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2025년 6월 4일 누군가 벼랑에 매달려 있다.

도움을 요청하지만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할머니 한 명이 쭈그리고 앉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다.

이때 그녀는 소원을 쓰겠다고 말한다.

둘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는 어떻게 보면 말 장난 같지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할머니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면서 세상에 벌어지는 사건에 직접 개입을 금지한다.

그리고 시간은 2023년 5월 13일 은아의 아침으로 넘어간다.


은아. 여고생이다. 눈을 뜨고 난 후 기분은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녀의 언니 은진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많은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

열린 방문으로 은아가 지나가자 언니는 촬영 중인데 동생이 나왔다고 화를 낸다.

예쁘고 인기 유튜버인 언니는 부모의 사랑을 아주 많이 받는다.

은아는 언니에게 밀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은아의 주변에는 단 한 사람의 친구도 없는 것 같다.

학교에서도 그녀는 혼자 밥을 먹고, 홀로 외롭게 떨어져 시간을 보낸다.

유치원에서부터 뭘 해야 하는지 몰라 혼자 있다 보니 친구도 없었다.

친구들에게 직접 말을 걸면 되지만 걸 수 없었다.


예쁜 교생 선생님이 조용히 은아의 삶에 끼어든다. 이 교생의 이름도 이은아다.

아무리 조용히 끼어든다고 해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은아에 대한 왕따가 벌어진다. 어떤 순간은 폭력이 행사된다.

혼자 떨어져 있던 그녀에게 이런 현실은 아주 무거운 삶의 무게다.

이때 교생 선생님이 던져 주는 말 한 마디가 그녀를 조금씩 바꾼다.

“너를 멀리 내치지 말고 가까이에 두고 애정과 관심을 줘.”라고 말한다.

삶의 방법을 바꾸고, 자존감을 높이는 사고와 행동을 하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알려준다.

그런데 이 교생 선생님은 은아에 대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누구지/


타임슬립과 한 소녀의 성장과 미스터리를 섞었다.

한 소녀가 성장하는 과정은 간결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교생 이은아의 정체와 프롤로그에 대한 의문은 끝까지 예상을 벗어났다.

어떻게 보면 비약일 수도 있다. 아니 갑작스러운 설명이라고 해야 하나?

제목의 의미는 소설 속에서 아주 잘 드러난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관계의 밀도보다 범위에 더 집착하는 요즘의 세태를 질타한다.

세부적으로 파고들어 분석하면 아쉬운 대목들이 나오겠지만 순식간에 읽어 읽을 때는 못 느낀다.

다음 작가 이름을 보고 시리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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