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차가운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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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타케 나나미의 일상 시리즈 두 번째이자 마지막 권이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 먼저 나왔지만 시리즈 다음 권은 나온 적이 없다. 이번이 첫 출간이다.

‘살인곰 서점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오면서 이런 예상하지 못한 반가운 일이 생겼다.

일상 미스터리라 조금 쉽게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조금 어렵게 읽었다.

나의 선입견이 크게 작용했고, 생각하지 못한 구성이라 잠시 방심했다.

특히 1부를 모두 읽은 다음 두 이름 때문에 앞으로 몇 번이나 넘어가 확인하고 확인했다.


주인공이 직장을 그만두고 충동적으로 여행을 가는데 이곳에서 흥미로운 여자를 만난다. 다에코다.

하룻동안 친구가 된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 다에코에게 전화가 온다. 같이 이브를 보내자고.

연락이 없어 그녀 집에 전화를 하는데 이상한 사람이 받는다. 그리고 그녀가 자살 시도로 중태라고 한다.

왜 자살을 한 것이지? 이때 그녀에게 소포 하나가 온다. 그 속에는 한 남자의 수기가 있다.

여기서부터 나는 삐끗했다. 작가가 교묘하게 풀어놓은 서술에 넘어간 것이다.

퇴직과 자살을 시도한 친구를 위해 회사에 취직해 범인을 찾는다는 설정에 말이다.


수기는 한 남자가 자신의 누나에게 보내는 것이다.

어떻게 소년이 그렇게까지 변하는지, 그 과정에 부모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보여준다.

사이코패스처럼 성장한 소년이 직장에 취직해서 보여주는 행동은 은밀하고 자극적이고 위험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 하고 의문이 들 수 있지만 90년대 일본 기업의 문화를 이해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수기와 함께 진행되는 수기의 주인공 찾기는 아주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하게 되는 범인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한 남자의 수기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독자의 시선을 멋지게 비틀었다.

이후 날짜별로 와카타케 나나미의 탐정 활동을 보여준다.

그녀가 받고 읽었던 수기를 생각하면서 다에코의 자살 시도가 진짜인지 조사를 시작한다.

다에코의 언니가 보여준 적대감과 의문 등은 이후 반복된다.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서.

자살을 시도한 날 밤에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밀실이고, 도시가스가 가스 중독으로 죽기 힘들다는 사실은 서로 충돌한다. 어떤 트릭일까?

가장 강력한 용의자를 만난다. 수기의 주인공이다.


단순히 수기의 관계자와 사건의 밤에 있었던 사람만 만났다면 조금 싱거웠을 것이다.

그녀의 또 다른 일상을 보여주고, 이 사건을 좇는 기자를 등장시키면서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한다.

그녀가 가진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성공한 로맨스 작가가 된 친구를 찾아가서 상담도 한다.

이때 흘러나오는 업계의 모습과 괴상한 팬레터는 또 다른 작은 즐거움을 준다.

그녀가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폭력 등은 약간 어리둥절하다.

읽으면서 손찌검이나 와인 등을 끼얹을 정도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수기를 아주 많이 읽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독자인 나는 한 번 읽었다.

당연히 수기의 내용과 의문점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어쩌면 나의 비겁한 변명일 수 있다.

여기서 작가는 수기의 내용을 하나씩 풀어서 독자에게 알려주기는 한다.

꼼꼼하고 기억력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잘 따라가겠지만 나의 경우는 아니었다.

발로 뛰면서 사건을 조사하는 그녀가 결국 마주한 진실은 예상을 벗어났다.

인간들의 악다구니와 숨겨진 진실 등은 뒷끝을 찜찜하게 한다.

물론 마지막 문장이 이것을 단숨에 날려버리지만.

책을 덮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머릿속은 수기와 관련된 사람들의 어둠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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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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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타케 나나미의 데뷔작이다. 첫 번역본이 나온 이후 세 번째 개정판이다.

여기에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붙었다. 일상 시리즈의 다른 책 <나의 차가운 일상>이 같이 나온 것이다.

이 작가의 다른 일상 시리즈인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도 재밌게 읽었다.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중 한 권도 재밌게 읽은 적이 있다.

책 옮기는 도중 어딘가에 묻힌 듯한 <네 탓이야>를 찾으면 읽어야지 늘 생각하고 있다.

최근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시리즈’ 중 한 권을 재밌게 읽고 책을 모으는 중이다.

구판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도 어딘가 파 묻혀 있을 텐데 개정판으로 먼저 보게 되었다. 기분 좋은 일이다.


열두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나열 방식이 아니다.

4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12편인데 한 회사의 사보에 익명으로 연재한 것이다.

이 단편들 앞뒤로 연재하게 된 이유와 의문의 작가 정체 등을 같이 실었다. 이것 또한 작은 미스터리다.

각 단편이 연재되기 전 사보의 목차를 먼저 보여준다. 이 사보의 목차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좀더 꼼꼼하게 읽고, 내용과의 연관성을 생각한다면 어떤 단서라도 발견할 수 있었을까?

물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열두 편의 단편에서 풀어놓은 단서들도 거의 찾지 못했으니까.


4월에 실린 <벚꽃이 싫어>는 이 소설의 구성이 어떤 식인지 보여준다.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지인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면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푼다.

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벚꽃 구경을 좋아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물음에 자신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말에 자신이 아는 사람도 그렇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집에 있었던 방화 사건 하나를 말한다.

이 사건의 진상도 파헤치지만 놀랍게도 이야기 속에 숨긴 화자의 연인도 찾아낸다.

대단한 집중력이고 추리력이다. 이렇게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들을 미스터리 등의 형식으로 적었다.

어떤 단편들은 나의 취향과 맞았고, 어떤 이야기는 집중력이 깨어진 탓인지 잘 이해를 못했다.


작가가 자신의 일기 등에서 발견한 사실들을 각색해서 단편으로 꾸몄다고 한다.

작가의 이름은 나오지 않고, 그의 친구들의 이름은 그대로 나온다. 그 이름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 <귀신>에 나온 돈나무를 둘러싼 작가의 해석 부분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너무 심한 비약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이야기의 주체가 들려준 이야기만으로 정보가 부족하다.

<사라져가는 희망>에서 나팔꽃 여인은 한 편의 괴담이다.

남자의 정기를 빼앗아가는데 솔직히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놓친 게 많은 것 같다,


<판화 속 풍경>은 유명 판화가의 원판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다룬다.

읽으면서 약간 억지스러운 마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밸런타인 밸런타인>은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는데 그 이유가 마지막에 나온다.

이름과 분위기 등이 머릿속에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는데 마지막 설정을 듣고 조금 안심했다. 내 착각이 아니라고.

<눈 깜짝할 새에>에서는 야구의 사인을 둘러싼 미스터리인데 일본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마지막 그림으로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소심한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10년 전 옆집 소년에게 직접 구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물받았다가 일어난 소동을 다룬다. 사랑의 화살은 가끔 예상하지 못한 곳을 향해 날아간다.

<래빗 댄스 인 오텀>은 선배 회사에서 알바로 일하다 책상을 청소하면서 버린 묵은 쓰레기 때문에 일어난 이야기다. 이 단편 역시 일본 이름을 기본으로 다루고 있기에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정월 탐정>은 쇼핑 강박증에 걸린 것 같다는 동창의 요청으로 생긴 이야기다.

자신이 산 물건들이 자신의 취향도 아니라고 하는데 뒤를 따라가면 정말 계속 산다.

그런데 이 사건의 진실은 마지막에 들통난다. 탐욕과 실수가 빗어낸 사고이자 알리바이 조작이다.

이외 <상자 속의 벌레>, <길상과의 꿈>, <봄의 제비점> 등도 나의 머리를 복잡하고 재밌게 했다.

하지만 이런 단편들보다 나의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한 것은 편집자가 실제 작가를 만나 풀어낸 이야기다.

현재 나의 능력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 전혀 다가갈 수 없다. 나중에도 가능할까?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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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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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조사관>의 후속작이다. 7년 만에 나왔다. 드라마만 따지면 3년 만이다.

이번 이야기를 읽기 전 급하게 <달리는 조사관>을 읽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당연히 이번 이야기도 기대되었다. 그런데 이번 연작은 이전 연작과 조금 달랐다.

늘어난 분량에 비해 일단 편수가 한 편 줄었고, 이야기가 <끝까지 구하는 승냥이>에 대부분 집중되었다.

새로운 캐릭터가 한 명 등장했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가볍게 큰 웃음을 준 사라졌다.

혹시 조사관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면 감사변태 변신재의 다음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전작에서도 사회 문제에 기본 시선을 둔 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첫 단편 <프롬 제네바>는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끌고 와 잘 녹여내었다.

윤서와 지훈이 제네바 국제인권대회에서 마주한 한국 대기업의 인권 침해 요소와 그 대응을 보여준다.

대기업들이 늘 내세우는 법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말 속에는 반성보다 회피의 의미가 더 크다.

이 회피와 변명이 개인에게 이르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데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굉장히 씁쓸하다.


<버릴 수 없는 여자>는 조현병 환자를 피해자로 설정해서 시각을 뒤바꾼다.

경찰이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피해자가 평소에 한 행동을 생각하면 반쯤 공감한다.

이런 실수가 일어나면 안 되지만 안타깝게도 실수가 누군가의 생명과 연결될 때 더 큰 문제가 된다.

조현병 환자가 약도 제대로 먹지 않고, 일상에서 살아갈 때 어떤 피해를 줄 수 있는 지도 보여준다.

반쯤 공감한 부분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비극은 언제나 잠깐 실수하는 곳에서 발생한다.


<감사변태 변신재>는 정말 변태 같은 감사 이야기다.

창의적으로 어떻게 직원들을 엿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읽으면서 감탄했다.

자신의 권한을 최대한 누리기 위한 그의 작업과 열정은 어떤 대목에서는 웃음을 자아낸다.

그의 지나친 열정에 열 받은 수많은 직원들의 합심이 빚어내는 마지막은 솔직히 조금 통쾌하다.

그리고 이편과 이전 편에서 최철수가 보낸 편지가 나오면서 마지막 이야기의 바탕을 깔아준다.


<끝까지 구하는 승냥이>만 장편으로 만들어도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내용과 분량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일어났던 종교 단체의 무리한 집회와 사이비 종교를 살짝 비틀고, 연쇄살인범 최철수의 마지막 희생자 이하선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배홍태를 중심에 놓고, 윤서를 비롯한 달숙과 지훈 등이 협력해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인권위의 한계와 사건을 해결하려는 욕망이 충돌하고, 숨겨져 있던 사실들이 하나씩 물위로 떠오른다.

누군가 탁월한 추리력으로 사건을 일순간에 해결했다기 보다 열정과 노력으로 풀어낸 느낌이 더 강하다.

물론 이 열정과 노력이 빛을 발했던 것은 상상력으로 비워져 있던 공간을 채웠기 때문이다.


이전 편부터 계속 티격태격했던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삭힌다.

홍태의 감정이 폭주할 때 달숙이 잘 바쳐주면서 문제를 더 키우지 않는다.

자신의 돈을 써가면서 최철수의 단서를 받으려고 하고, 열정적으로 메신저를 찾아간다.

발로 뛰고, 현실을 조사하고, 상상력으로 빈 곳을 채운다.

읽으면서 ‘혹시’ 했던 부분이 ‘역시’로 돌아서고, 예상하지 못한 장면도 연출한다.

내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드라마가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작가의 후기를 보면 후속작의 가능성이 아주 낮은데 그래도 이런 캐럭터들을 그냥 보내긴 너무 아깝다.

아직 한국의 인권 사각 지대가 많은 만큼 이들을 다시 등장시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환기시켜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빨리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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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22-09-27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으면서 정작 드라마는 안 봤어서, 제가 할 말이 없-_-;;;
그런데, 요새는 플랫폼이 너무 많아서 드라마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낮아지는 것도 같습니다.
 
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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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테레비를 거의 보지 않지만 제목 정도는 알고 있다.

오랜 전 사 놓고 묵혀 둔 책이다. 이번에 후속작이 나와 급하게 읽었다.

나의 기억이 맞다면 송시우의 책은 처음 읽는다.

워낙 좋은 평가를 받는 작가라 읽었을 법도 한데 처음이다. 가끔 이런 작가들이 나에게 나타난다.

가상의 조직이지만 현실의 인권위와 닮은 ‘인권증진위원회’의 조사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단편집은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에서 선보인 단편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를 개작하고 이야기를 확장했다. 이때 발표한 단편이 이 단편집 속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이 단편선이 집에 있는지 모르겠다. 있다면 언젠가 한 번 읽고 싶다.

아! 그리고 이번 단편집의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다. 각각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의 재미는 다양한데 그 중 하나가 이런 다양한 등장인물이다.

첫 작품 <보이지 않는 사람>은 한윤서 조사관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녀가 맡은 일은 자동차회사의 노조간부 성추행 사건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사건도 조사를 하나? 하는 것이다. 경찰이 조사할 내용인 것 같은데….

두 사람의 엇갈린 내용,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그들이 갔던 장례식장. 두 사람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

여기에 윤서가 한 시장의 성추행을 밝혀내었던 사건까지.

읽다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추행과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서로 엮인다.

결국 밝혀지는 사실은 한때 우리가 알고 있던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현재를 생각한다.

<시궁창과 꽃>은 폭력범 박기수가 경찰의 위법한 긴급체포에 의한 인권침해를 호소하면서 일어난다.

이 사건의 조사관은 이달숙이다. 박기수의 주장은 불법 체포란 것이다.

자신이 금방 풀려난 것도 알리바이가 증명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사건 담당 경찰은 박기수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말한다. 그의 변론에 솔깃해진다.

하지만 현실은 두 사건이 분리되어 있다. 여기에 부지훈 사무관이 끼어든다.

그는 경찰의 과잉 대응 등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그리고 친구의 사건 하나가 흘러나온다.

작가는 이야기 속 이야기를 통해 단서를 던져주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거울 얼룩>은 다시 한윤서 조사관이 등장한다. 그녀 곁에는 신입 배홍태 조사관이 있다.

배홍태는 과거의 기억으로 현재의 사건을 단순화시킨다.

이 사건은 친구들끼리 싸우는 현장에 나타난 경찰이 실수로 쏜 테이저건에 맞아 죽은 것을 다룬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쏜 것인지, 아니면 실수에 의한 것인지.

홍태의 시선은 일방적이고, 윤서는 아주 침착하고 증거와 증언을 우선한다.

비슷하지만 다른 증언,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 입시 문제 출제 때문에 사라진 마지막 증인의 증언이 필요하다.

밝혀지는 사실은 아주 멋진 말로 해석된다. 사실을 바꿀 수 없어 기억을 바꾼다는 말이다.

배홍태가 단독으로 사건을 조사하는 단편이 <푸른 십자가를 따라간 남자>다.

그를 부른 것은 연쇄살인범 최철수다. 연약한 표정으로 암 말기라 감옥에서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사형수인 그의 형은 집행되지 않아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이 사실을 말하자 분위기가 바뀐다.

홍태의 과거사와 엮이면서 최철수가 저지른 범죄 중 아직 밝혀지지 않는 두 건 중 하나가 단서로 던져진다.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고, 숨겨져 있던 어둠을 밖으로 끄집어낸다.

무섭고, 잔인하다. <구하는 조사관>에서 후속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승냥이의 딜레마>는 가장 긴 단편이다. 앞에 나온 조사관들이 모두 나온다.

감옥에서 김학종이 자살하면서 문제가 커진다. 맞춤법이 엉망이지만 자신과 친구의 무죄를 강하게 주장한다.

동생의 죽음으로 집에 도착한 형은 앞집 아줌마의 증언을 통해 동생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여기에 유명 인권변호사 김규민이 참여하면서 사건은 더욱 커진다.

한윤서가 총괄하고, 이달숙, 배홍태, 부지훈 등이 이 사건을 조사하는 일에 참여한다.

재밌는 것은 윤서는 경찰의 강요나 협박 등에 초점을 맞추자고 주장하고, 다른 사람들은 지순구의 무죄를 증명하자고 말하는 대목과 갈등을 다루는 부분이다.

윤서는 인권위의 업무 한계와 역할을 분명하게 선 긋고 있다.

진실을 파헤치는 인권위 조사관들 탐정처럼 현장을 둘러보고 상황을 조사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선입관과 편견으로 사건 등을 들여다 보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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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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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리디북스 ‘에디션 제로’ 선정작이다. 무슨 내용인지 몰라 찾아보니 텀블벅은 펀딩을, 리디북스는 전자책 제작과 유통을, 에디션 제로는 초판 이전의 창작자의 이야기를 말한다. 한마디로 신인 창작자 등용문 같은 것이다. 베스트셀러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가장 대표적인 성공작이다. 단순히 재미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이 선정작들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실제 해외에서도 전자책 출간 이후 종이책으로 나와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이 소개된다. 아마 앞으로 이런 일은 점점 더 많아질 것 같다. 장르 소설로 넘어가면 더 흔한 일이지만.


처음 제목과 목차를 보고 한 회사에서 각각 다른 직급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생각했다. 신입, 주임, 과장, 대표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이 구분은 회사원이 거쳐가는 단계들 중 하나일뿐이다. 아! 물론 대표는 회사를 빠르게 창업하면 젊은 나이에도 가능하다. 실제 이 소설 속 대표 최라희도 승진으로 대표가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창업해서 대표가 되었다.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낮은 곳에서 보지 못하고 겪지 못한 일들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바로 경험하게 된다. 흔한 말로 왜 이렇게 빨리 급여일은 돌아오는지! 작가는 이 각각의 직급에서 경험하게 되는 문제와 걱정 등을 하나씩 풀어놓았다. 직장인들이라면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신입사원 시절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너무 오래되었고, 시대도 다르다. 하는 일도 없는 데 왜 그렇게 피곤했는지 모르겠다. 첫 직장이라 너무 긴장한 탓일까? 신입 사원 김가현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예전에 들었던 전화 예절이 그대로 나와 놀랐다. 요즘도 그런가 하고. 김가현이 가진 초능력은 선배에게 받은 명함을 찢으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받은 명함은 모두 석 장이다. 제대로 된 OJT도 받지 못했고, 사수는 바쁘고 자신에게 일을 미룬다. 회사 대표는 또 얼마나 진상인가. 그녀가 명함을 믿고 저지른 일 중 하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꾼 행동이다. 현실로 돌아온 신입 사원은 업무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자리를 잡아간다. 마지막에 선배가 들려주는 충고에 고개를 끄덕인다.


주임 이나정은 판교 게임사의 계약직이다. 하루 세끼 사내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식비를 아낀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직장인이라면 알지만 주구장창 사내 식당에서 먹는 것을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게임사 직고용 계약직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계열사의 파견직이다. 뭐 어떤가! 목에 명찰을 달고 다니면서 직장인임을 뽐낼 수 있는데. 하지만 그녀가 파견나간 8층의 분위기는 사원과 계약직의 구분이 심한 편이다. 일도 힘들지 않고, 손가락 두 개만 놀리면 가능하다. 이런 그녀에게 생긴 초능력은 피곤하면 순간 이동하는 것이다. 피곤한 몸으로 잠깐 졸면 집 침대다. 이 능력이 더 발현해서 이제는 해외도 가능하다. 얼마나 좋은 능력인가! 현실에서 이 능력 중 일부는 회사 분위기 파악에 사용된다.


의류 브랜드의 과장 강다영이 가진 능력은 회사 임직원들의 눈을 마주하면 그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 이전의 팀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물려준 초능력이다. 이 능력으로 그녀는 승승장구했다. 자신의 경력을 착실하게 쌓았다. 이런 그녀를 닮고 싶다는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열악한 업무 환경은 인턴과 신입을 일주일만에 파김치처럼 만든다. 신입 등의 패기와 활기와 열정 등이 사라진 시간이다. 그리고 대표의 나쁜 성희롱 버릇은 또 어떤가. 강 과장은 자신의 경험과 독심술로 신입이 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데 도움을 준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초능력이지만 가끔은 삶을 아주 피곤하게 한다. 마지막에 강 팀장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인다.


청년 창업가가 대표 최라희다. 백 만 유튜버인데 화장품 회사를 차렸다. 엄청난 숫자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 사업은 이 구독자만으로 부족하다. 물론 구독자의 보기와 광고 수익으로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화장품을 개발해서 런칭하는 것이다. 직원들을 뽑고, 신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해야 한다.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는 것은 매월 들어가는 고정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직원들이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신제품이 출시되어 성공하지 않으면 속된 말로 뭐 된다. 만성적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그녀에게 이전 선배가 한 사이트를 알려준다. 구독자 1인당 100원으로 교환이 가능한 곳이다. 대표 최라희의 초능력은 이렇게 제 살 깎아 먹기다.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회사 문화를 새롭게 만드는 일이다, 음! 희망적이지만 꼰대인 나에겐 재밌지만 현실적으로 글쎄! 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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