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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옌롄커의 소설은 처음이다. 오래 전 <딩씨 마을의 꿈>을 사 놓은 것 같은데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이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전까지 나의 중국 소설에 대한 이해는 모옌 정도에 머물고 있었다.
현대로 넘어오면 좀더 낯익은 이름이 있을지 모르지만 꾸준하게 관심을 둘 정도는 아니다.
이 소설도 책을 받고 상당히 시간이 지났다. 얼마 전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
연극도 상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책 내용을 잘 몰랐던 시기라 이전에 읽었던 다른 작가의 작품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가 19금이란 것과 상당히 야한 부분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그렇게 영화를 만들었지, 하는 생각을 먼저 했는데 소설을 읽으니 바로 이해가 되었다.
우다왕과 류롄의 사랑 이야기다. 너무 간단한 요약인가?
류롄은 사단장의 부인이고, 우다왕은 관사에서 일하는 군인이다.
류롄은 우당왕을 몰래 숨어서 훔쳐본다. 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데 처음에 그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사단장이 일 때문에 떠난 동안 그를 노골적으로 유혹한다.
처음에 우다왕은 계급의 차이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절제한다. 잘 참았다고 스스로 위로할 정도다.
그런데 그 유혹을 참았기에 관사에서 잘릴 지경이다. 상사 부인의 원한은 즉각적이다.
그는 그녀의 힘 앞에 먼저 굴복하고, 나중에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후 이 둘이 사단장의 집에서 얼마나 과격하고 자극적인 관계를 나누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읽고 있는 내가 불안할 정도다.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또 얼마나 난폭한가!
우다왕은 농민으로 있다가 군대에 들어왔다. 장인의 선택에 의해 아내와 결혼했다.
사랑, 그런 것 없었다. 결혼 전 장인에게 승진해서 아내를 도시에 데리고 오겠다고 각서까지 썼다.
그는 아주 열심히 군 생활을 한다. 승진해서 도시로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
첫날 밤 에피소드는 또 어떤가. 사랑보다 조건이 더 강하다. 과거 결혼 생활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런 과거는 현재의 열정적인 사랑과 교차하면서 하나씩 나온다.
애욕의 감정에 완전히 빠진 두 남녀의 성애 행위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하다.
감정은 이들의 열정 속에서 수시로 변하고, 더욱 강렬해진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이 말은 마오쩌둥이 한 말이다. 사단장 집 나무팻말에 적혀 있다.
원래 의미는 사건이 진행되면서 사라지고, 인민은 한 여자를 가리킨다. 류롄 누님.
혁명의 교시가 욕망을 대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단순한 말 장난이 아니다.
현실에서 인민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 상위 직급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부패를 저질렀는가!
계급 사회 철폐를 외친 공산주의가 또 다른 계급을 만들지 않았던가.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각각의 등장인물을 통해 드러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순수한 욕망을 표현하는 인물은 류롄이다.
하지만 그녀가 사단장의 아내가 된 데는 자신의 큰 욕망이 작용한 결과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우다왕을 통해 토해내는 그녀와 그녀와의 성교를 통해 사랑을 깨닫는 그가 대비된다.
사랑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현실은 그 사랑만을 위해 살기에는 너무 힘들다.
소설 속 장면들 중 몇몇은 중국에서 그대도 나오기 힘들어보인다.
노골적이고 자극적이지만 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