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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오래 전 재밌게 읽었던 <렛미인>의 저자 소설집이다. 모두 다섯 편이 실려 있다.
<렛미인>의 외전 <지나간 꿈은 흘려보내고>가 실려 있다.
읽으면서 기이한 설정과 마무리로 나를 혼란스럽게 한 <마지막 처리>는 다른 장편 <언데드 다루는 법>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다섯 편 중 두 편이 다른 장편의 후속작이다.
솔직히 말해 <렛미인>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희미한 기억 속에 재밌게 읽었다는 것만 남아 있다.
표제작 <경계선>과 <언덕 위 마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후반부로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경계선>의 티나가 가진 능력보다 그녀의 삶과 과거가 트롤이란 정체를 마주하면서 폭발한다.
인간의 아이로 태어나고 자란 그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알게 된 이후의 삶은 많은 것을 떠올린다.
<언덕 위 마을>은 그냥 평범한, 하지만 특별한 취미를 가진 요엘의 일상을 따라간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아파트의 기울기가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존재와 연결한다. 화장실 장면은 정말 섬뜩하다.
<임시교사>초등학교 동창 마테의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와 사진 한 장으로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정신병원에 있었던 마테가 들려주는 과거의 한 시간과 잠시 머문 임시교사에 대한 이야기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지나간 꿈은 흘려보내고>는 <렛미인> 속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나온다.
하지만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인물은 다른 사람이다. 우연히 앞집에 그들이 살았을 뿐이다.
열여섯 살 차이의 남녀가 진한 사랑을 나누고, 화자는 이들의 친구가 된다.
남자의 췌장암과 서로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마음과 마지막에 그들의 집에 남겨진 한 장의 사진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 처리>는 읽으면서 어떤 대목을 나 자신도 토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 이전을 다룬 장편이 있었다니 갑자기 호기심이 생긴다.
살아 있는 시체 혹은 부활자로 불리는 존재와 이들을 연구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 이야기다.
기이하고 괴이하고 섬뜩하고 잔혹한 장면들이 가득 든 소설이지만 잘 읽힌다.
묵혀둔 책은 읽어야겠고, 사야 할 책 목록은 또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