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나태주 지음, 임동식 그림 / 열림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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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식 화백은 2020년 제5회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했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도 박수근이란 이름은 안다. 하지만 이 상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른다.

양주군립 박수근미술관이 있다는 것은 며칠 전 웹 검색으로 알게 되었지만 상까지는 몰랐다.

현재 7명의 미술가가 이 상을 수상했는데 박수근미술관 홈페이지는 7회 수상자가 표기되어 있지 않다.

제때 이런 정보가 업데이트 되지 않은 것을 보면 조금 아쉽다.


요즘 가장 활발하게 시집이 나오는 시인이 나태주 시인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많이 읽은 시인도 나태주 시인이다.

그의 시집을 자주 읽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다른 시인들보다 쉽게 읽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도 마찬가지다. 상당히 쉽게 읽힌다. 얼핏 이런 것도 시가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의 짧은 시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몇 편의 시는 짧지만 읽고 난 후 가슴 한 곳을 건드렸다. 그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 시집의 시를 읽기 전 임동식 화백의 그림을 먼저 보여준다.

그림에는 모두 제목이 표기되어 있고, 그 그림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

작은 책 속에 그 그림을 담기엔 너무 크기가 작지 않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그 섬세하고 풍부한 묘사와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크기가 표기되어 있어 원래 크기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붓의 터치도.

그 그림을 보면서 그 장소와 표현에 상당히 오랫동안 눈길을 준다. 좋다. 멋지다. 많은 것이 생각난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이 그림을 본 후 ‘그림에서 시를 읽어’낸 것이다.

처음 그림을 보고, 시를 읽을 때 왠지 그림의 느낌이 먼저 다가왔다.

이 느낌은 계속 반복되었고, 에필로그에서 그 사실을 완전히 확인했다.

아마 내가 그렇게 시처럼 인식하지 못한 것도 이런 사실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많은 그림과 시들이 나오지만 나의 마음에 콕 와 닿는 시는 몇 편 없다.

아마 그림이 더 강렬하게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멋진 그림을 압도하는 힘이 아직 시에는 부족한 것 같다. 나만 그런 것일까?


그림에서 시를 읽어낸 것 중 두 편은 짧지만 읽으면서 잠시 숨을 고르고 감상에 빠졌다.

 “흐려진 얼굴 / 잊혀진 생각 / 그러나 가슴 아프다.” (<안개>의 전문)

“오래 / 보고 싶었다 // 오래 / 만나고 싶었다 // 잘 있노라니 / 그것만 고마웠다”(<안부>의 전문)

이 짧은 시들이 나의 그리움을, 지나간 세월을, 즐거웠던 추억들을 머릿속에 스쳐 가게 했다.

시인의 애송시 여섯 편이 이 시집에 있다고 하는데 어느 시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시인의 짧은 시가 더 강렬하게 늘 가슴에 와 닿는다고 생각한다.

나의 저질 기억력이 임동식 화백을 오랫동안 잊지 않길 바란다.

왜냐고? 언제 기회가 되면 이 그림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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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 : 삶의 의미
박상우 지음 / 스토리코스모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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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박상우 소설가의 글을 읽었다.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집에 그의 소설을 사 놓고 묵혀 둔 것도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책장 한 곳을 차지하는 책들 중 한 권이 되었지만 장르 소설에 더 집중하면서 점점 뒤로 밀린다.

소설가의 산문집이라 선택했다. 시인의 산문집과 함께 가끔 읽는다.

21세기 인생 지침을 수록한 에세이집이란 소개글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작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크게 넷 꼭지로 나누고, 각 꼭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몇 개씩 풀어낸다.

읽으면서 검색하게 되는 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삶의 의미’다.

작가가 구글에서 검색했을 때 0.26초 만에 웹 문서만 2,250만 개 떴다고 한다.

지금 검색하니 0.37초에 약 23백만 개 정도가 뜬다. 며칠 전보다 시간은 줄고, 문서는 줄었다.

내 삶을 돌아보면 삶에서 특별한 목표나 의미를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꿈도 소박했고, 현실에 더 눈길을 주었다. 누가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어도 답하지 못했다.

나에겐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욕심만 더 커진 것은 부끄럽다.


양자역학을 이야기할 때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다. 알고 있던 이야기고, SF소설에서 너무 많이 봤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분기점마다 갈라진 우주가 생긴다면 우주의 엔트로피가 그 용량을 감당할 수 있을까?

단순히 지구의 60억 인구만 놓고 엮어도 무한대로 늘어난다.

만약 다른 행성에서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어떨까? 이 이론에서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작가의 작품 목록에 <운명 게임>이란 소설이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하다.


‘노마드’란 단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지구가 하루 생활권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 비용과 소모되는 자원은 감안하지 않는다.

엄지족들이란 칭한 이들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두루 돌아볼 필요가 있다.

행복과 욕을 엮어 풀어낸 이야기는 한때 베스트셀러가 된 <미움받을 용기>의 연장선이다.

‘명작’과 ‘교양’에 대한 글은 나의 생각을 새롭게 해주었다.

사치품이 어느 날 명품이란 단어로 바뀌면서 거부감을 지웠다. 뭔 명품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소설의 취향을 명작과 연결하고, 진짜 명작을 생각하게 하는 글은 교양이란 허구에 짓눌린 우리가 가슴에 아로새길 필요가 있다.


마지막 꼭지의 첫 글을 보고 최소한 나는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책과 스마트폰을 바꾼다고? 책을 둘 공간도 부족한데. 스마트폰 속 책들은 어떻게 하고?

운명과 관상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과연 내가 0과 1의 데이터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작가가 청춘 시절 노년을 꿈꾸면서 쓴 글 중 일주일 동안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았다는 표현에 놀랐다.

비교적 체력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 나도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저녁이면 졸렸는데 대단하다.

시대와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을 담은 중년과 노년이란 단어와 인간의 신체는 생각할 게 많다.

비교적 천천히 조금씩 읽었다. 사람은 평생 학생이란 말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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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자리를 내어 줍니다
최현주 지음 / 라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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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책방 ‘책봄’ 사장님의 에세이다.

가끔 책방 주인들이 내는 에세이를 읽는다. 자주는 아니다.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어려움이 늘 나온다.

책방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보여줄 때 괜히 미안해진다.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는 나를 반성하지만 손은 늘 인터넷서점으로 향한다.

쌓인 적립금과 마일리지를 생각하면 그것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동네서점에서 작가들을 불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부럽지만 현실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

책을 사면서 사인을 받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이젠 그런 욕망들이 많이 사라졌다.

쌓인 책들과 읽으려고 쌓아둔 책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면서 마음을 멈춘다.

그렇다고 사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가서 아이가 원하는 책을 산다.

이것도 아주 가끔이다. 학습 만화를 원하는데 시리즈이다 보니 모두 사 줄 수 없다.

한 권씩 사서 주면 금방 읽고 다른 책을 찾는다. 이럴 때 여기에서 저기까지 다 주세요를 하고 싶다.


책봄 책방 주인은 비건에 고양이 세 마리를 집에서 키운다.

비건이 된 이유와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삶을 사는지 보여줄 때 그 노력과 열정에 고개를 숙인다.

봄, 여름, 겨울. 이 세 마리의 반려묘를 어떻게 키우게 되었는지 말할 때도 고개를 숙인다.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본가에 들어가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간다고 했을 때 또 한 번 놀란다.

이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를 볼 때 아주 무례한 사람 한 명이 나온다.

나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 순간 뜨끔했다.

개똥을 치우지 않고 그냥 가는 견주들이 얼마나 많은가. 당연한 듯 치우는 사람들을 보면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 날 책방 주인이 되었다는 표현에 공감한다.

만약 동네서점으로 성공하겠다고 생각하고 치밀한 준비를 했다면 아마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책방 주인이 한가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회사 근처 서점을 거의 매일 가다 보니 이런 생각이 사라졌다.

새로운 책이 들어오고, 반품할 책들을 꾸준히 정리하는 그들을 보기 때문이다.

검색하기 보다 직원에게 바로 물어보는 손님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바쁘게 책 정리하고, 손임 응대하고, 서가 정보들을 입력하는 것을 보면 생각이 싹 바뀐다.

단순히 손님을 기다리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가 무지한지 알 수 있다.

잘 정리된 서가는 누가 정리하고, 청소는 누가 할 것인가?


동네서점이다 보니 화려한 이야기가 없다. 끈끈한 정과 인연들이 주로 나올 뿐이다.

물론 진상 손님도 나온다. 손님을 직접 마주하는 곳이니 없을 수가 없다.

책봄 손글씨 부분을 읽으면서 아주 많이 부러웠다. 나의 글씨가 점점 날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권만 팔려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방이라고 했을 때 ‘뭐지?’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주 현실적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나왔다.

가끔 카페에서 독립서점용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표지보다는 내용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예 독립 출판물이라면 다르다.


두툼한 책은 아니지만 책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운영 이후 마주한 일들이 많이 나온다.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낸다.

지난 추석 본가에 가서 대학 때 친구들을 만나던 서점을 보고 추억에 잠시 잠겼다.

다른 서점 한 곳은 문을 닫았는데 ‘책봄’ 이야기를 읽다 보니 문득 떠오른다.

아! 잊지 말자고 생각해 놓고 잠시 잊는 것이 있다. ‘지역번호+120’이다.

길에서 죽은 동물 사체를 치워주는 일을 하는 곳 전화다.

이 이야기를 읽고 오래 전 기억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갔다.

아! 그리고 궁금한 것 하나가 있는데 독립서점에서도 도서상품권 같은 것 받나요?

집에 몇 장 있는데 이것으로 독립서점 책을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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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정온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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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K-스토리 공모전 SF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최근 이 공모전 수상작들을 재밌게 읽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세먼지를 드론으로 화학물질을 뿌려 없애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가까운 미래를 여행할 수 있는 간단한 타임머신이 발명된다.

이 기계로 갈 수 있는 과거는 3시간이다. 공식적인 발표는 그렇다.

한국은 이 기계를 하드웨어라고 부르고, 자살한 사람을 구하는데 사용한다.

그리고 자살자를 구하는 조직은 생명보호처 내 자살 예방 TF팀이다.


회영은 자살 예방 TF팀 팀원이다. 동시에 자살 방지법, 일명 이지은 법의 원인인 이지은의 딸이다.

생명보호처장 수경은 이지은의 친구이고, 그녀가 죽자 회영을 이 팀에 넣었다.

자살 신호가 울리면 이 팀은 하드웨어를 가지고 현장에 달려가 죽으려는 사람을 막는다.

자살이 막힌 사람들은 법에 의해 갇히고, 치료 등을 받는다.

이렇게 이 팀은 3년 이내에 99명의 자살자를 구했다. 하지만 아직은 정식으로 이 팀의 존재가 숨겨져 있다.

다른 부서 사람들은 이 팀의 존재를 궁금해한다. 말도 많다. 그래서 점심 시간도 살짝 뒤로 밀었다.


엄마가 왜 죽었는지 모른다.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 채 회영은 자랐다.

임신한 그녀는 수경의 도움으로 아이를 낳고,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웠다.

엄마 지은이 자살한 이유를 밝히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는다.

다른 자살자처럼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딸이 이해하기 쉬웠겠지만 그 이유를 모른다. 밝히지도 않는다.

어쩌면 밝힐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를 바꾸면 안 된다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하기에 엄마의 자살을 막지도 못한다.

회영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엄마를 보는 것 정도다.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하드웨어의 숨겨져 있던 기능을 발견하고, 그 시간을 최대한 늘렸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이 팀이 어떻게 자살자를 구하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렇게 구한 사람이 불을 질러 많은 사람이 죽게 하면서 이 팀의 존속 문제가 생긴다.

회영은 불법적으로 하드웨어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더 먼 과거로 갔다.

이 때문에 회영의 하드웨어 배터리는 다른 사람보다 빨리 떨어진다.

개발자 이선이 이 사실을 말하지만 그녀는 과거 여행을 멈출 마음이 없다.

더 먼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신입생 이지은을 만난다.

회영에게 이 순간은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자신을 낳기 전 엄마의 풋풋한 모습이라니.

둘은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지만 그 시간은 배터리 때문에 짧을 수밖에 없다.

몰래 몰래 하드웨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다.


우울증에 빠진 회영의 곁에는 처장이 준 스마트워치 D가 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단순한 시계로 보인다. 

D는 회영의 일상을 관리해준다. 단순한 기능을 넘어 가족과 같은 존재다.

D에 존재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일상 생활의 편의뿐만 아니라 업무에서도, 불법 시간 여행에서도.

어떤 순간에는 D의 간섭이 싫을 때도 있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하지만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순간 D는 목소리를 낸다.

이 간섭, 목소리, 함께함 등이 지닌 중요함을 깨달을 때 회영은 한 뼘 더 성장한다.


이 소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자살을 다루고 있기 때문도 있지만 분위기가 무겁다.

다른 자살을 다룬 소설에서 그 무거움을 덜어내고, 재미를 채운 소설들도 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 속에 계속해서 회영은 과거에 집착한다. 자신의 탄생에 회의한다.

하드웨어의 숨겨진 기능을 이용한다는 설정은 또 다른 가능성을 낳는다.

과학적인 문제가 많지만 작가는 이 부분은 생략하거나 간결하게 처리한다. 시간여행의 패러독스 등이다.

가독성이 좋아 잘 읽히고, 옛날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 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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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함 강감찬 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박지선 외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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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스 청소년문학 첫 권이다.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한 앤솔로지다.

낯익은 작가 두 명과 새롭게 두 명의 작가를 만났다.

개인적 취향과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가는 것은 역시 낯익은 작가 둘이다.

이 단편들을 읽으면서 나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았다. 바로 귀주대첩이다.

강감찬 장군하면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처럼 귀주대첩에서도 수공으로 적을 무찔렀다고 기억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평지에서 거란족 군대와 격전하는 것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이상했지만 자료를 찾아 확인하니 작가들이 맞았다.


앞의 두 편은 과거의 전투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뒤의 두 편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조동신의 <깃발이 북쪽을 가리킬 때>는 귀주대첩 현장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그 당시 전황과 위험한 평지 전투를 펼쳐야만 했던 이유 등을 설명한다.

사료에 기반한 구성과 작가의 상상력이 맞물려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이 펼쳐진다.

바람의 방향을 예측한 전술과 고려군의 강력한 의지 등이 이 전투를 대승으로 이끌었다.

문관이 상원수가 되어 군대를 이끌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들려줄 때 그 시대를 다시 돌아본다.


박지선의 <설죽화>는 귀주대첩 대승의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여자의 몸이지만 뛰어난 무술 실력을 뽐내면서 적군을 무찌르고, 용감하게 싸운다.

하지만 그 용맹무쌍이. 동료를 구하려는 열정이 죽음으로 이끈다.

그리고 이야기는 과거로 넘어가 그녀의 성장을 하나씩 보여준다.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진 아버지에게 겨우 허락을 받아 무술을 연마한다.

그녀의 곁에는 거란족 소년 동배가 있었다. 포로로 잡힌 그가 설죽화의 시신을 보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란족의 침입이 그 순간만 있었던 것이 아니란 것을 과거사 속에서 알려준다.

무난하게 잘 읽히지만 왠지 모르게 툭툭 끊어지는 듯한 이야기 전개라 조금 아쉽다.


천지윤의 <낙성>을 읽으면서 낙성대에서 강감찬이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류가 바이러스의 침입으로 멸종 위기에 달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 거액이 필요하다. 이때 천억이 걸린 ‘낙성’이란 게임이 오픈한다.

음모와 배신, 숨겨진 비밀과 정의감 등이 엮이면서 문제는 해결된다.

조금 거친 구성과 급박한 전개 등은 개인 취향과 많이 동떨어져 있다.

전형적인 장면도 곳곳에 보이는데 이것도 아쉽다. 이런 종류의 소설을 처음 읽는 청소년이라면 어떨까?


정명섭의 <우주전함 강감찬>은 조금 예상을 벗어났다.

제목만 보고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우주선 이름이 강감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년 전 조난신호를 보낸 우주선의 이름이 강감찬이다.

주인공 철우가 여기에 온 이유는 이 조난 신호 때문이다. 이때 해적선이 나타나 철우의 우주선을 공격한다.

위기에 처한 철우와 동료를 구해주는 것이 바로 전함 1019호의 인공지능 홀로그램 강감찬이다.

매끄럽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서 간결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하지만 왠지 조금 아쉽다.

장편으로 더 많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넣어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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